‘삶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다신 마주치지도 않을 텐데.’ 황비를 배출하고 승승장구했던 집안은 반역자로 몰려 몰락했다. 아버지도, 고모도, 사촌도 모두 죽었다. 절망하는 이네스에게 황후는 달콤한 제안을 건넸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남편과 아이를 살려 주겠다고. 그래서 그렇게 했다. 남편과 아이를 살리고 싶은 미련한 욕심 때문에. “약효가 좀 늦네. 제법 센 약이라고 들었는데.” 그 말을 믿다니, 순진하구나. 황후의 차가운 눈빛을 받으며 생각했다. 삶이 다시 주어진다면 세드릭, 당신만큼은 이 지옥과 관련이 없도록 하고 싶다고. “혼담을 받아들여 주신 건 정말 감사하지만, 저는 공작님과의 약혼을 원하지 않아요.” “모두를 속이고 도망을 가더니, 고작 이런 초라한 모습으로 숨어 지냈던 건가.” 언제나 다정했던 전남편은 그녀를 싸늘히 식은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같잖은 애정은 나도 더 이상 원하지 않아. 내 애를 낳아, 이네스” * 표지 일러스트 : 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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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혼자와의 혼인을 앞둔 어느 날, 조선의 공주 율은 낯선 곳에서 눈을 뜬다. 그곳은 푸른 눈의 사람들로 가득한 이상한 세상. 그렇게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세계에서, 율은 노예로서 브라운 공작가로 팔려 간다. “브라운 공작저에 온 걸 환영해, 레이디 유리.” 천사처럼 아름다운 공작, 베일 브라운. 그는 다행히 상냥했으며, 그녀가 타국의 공주라는 것을 믿고 조선으로 돌아갈 방도를 알아봐 주기로 한다. 해서 그를 믿고 의지했는데……. "돌려보내 줄 순 없어. 넌 내가 사 온 노예니까.” 모든 게 거짓이었다. 심지어는 본색을 드러내고 집착하기까지. “나는 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뿐이에요.” “왜? 정혼자가 있으니까? 그렇게 이야기해 봐. 사람 도는 꼴 보고 싶으면.” “……노예는 정혼자가 있으면 안 되나요?” “다른 노예들은 몰라도, 넌 안 돼.” 율은 그런 베일을 보며 다시 한번 결심했다. “난 돌아갈 거야. 조선으로.” #차원이동물 #집착남 #후회남 #도도녀 #기억상실
나는 책 속의 세상에 환생했다. 그것도 최애작인 『스퀘어 일루젼』 속 금수저 공작 영애로. 가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귀염둥이. 그게 바로 나예요. 문제는 그게 황태자의 약혼녀이자 악역 영애인 실비아 랭거스턴이란 점이었다. 끔살? 저질렀던 악행 때문에 스무 살이 되자마자 끔살당하는 게 내 운명이라고? 어떻게 얻은 건강한 몸인데! 어떻게 얻은 가족인데! 그런 거 난 인정 못 해! “그럼…… 착하게 살면 되잖아.” 책 속에서는 언급되지 않던 엑스트라, 유모의 조카. 레이의 말은 실비아의 인생 노선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레이. 난 황태자비 되기 싫다니까. 전하는 내 취향이 아니야.” “그럼 네 취향은 누군데? 그때 말했던 검은 머리에 붉은 눈? 책 제목이…… 『스퀘어 일루젼』이랬나.” “그, 그걸 기억해? 엄청 어릴 때 한 말이었잖아.” “……난 네가 좋아하는 건 뭐든지 다 기억해.” 엉겁결에 레이에게 원작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황태자비, 그런 건 원작 여주나 하라지. 실비아는 원작 여주가 나타나 상황이 마무리되기만 하면, 레이와 함께 여행을 떠나 세계 여러 곳을 직접 보고, 씹고 뜯고 맛보는 즐거운 삶을 살 생각이었다. * * * “너 미쳤어?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 3년 만에 만난 소꿉친구는 더 이상 평범하지 않았다. 꼭 다시 돌아올게. 저와 한 약속은 개나 줘 버린 듯 지키지 않더니 그의 곁에는 원작 여주까지 함께였다. 배신감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당신 날 알아? 무례함이 지나치군. 감히 공작 영애에게 그따위 말버릇이라니.”
‘와, 진짜 만만하게 생겼네.’ 북부를 지키는 검이자, 냉철하고 완벽한 윌로우 공작. 그런 공작의 아들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데미안의 해사한 미소에 셀린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어떤 사람이든, 자신이 모셔야 할 윌로우 가문의 하나뿐인 후계자라는 것과 주군을 지키는 것이 호위 기사가 될 자신의 도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에. 괜찮…… 괜찮아. 내가 더 유능해지면 될 일이야! 셀린은 그렇게 남몰래 굳은 각오를 다졌다. * * * “소공작님의 이름을 잘못 부른 이를 용서해 주신다는 거예요?” “별일도 아니잖아. 응?” “아뇨. 그래도 윌로우 가문의 소공작님의 이름을 잘못 부른 죄가 있습니다.” 셀린은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어째 데미안의 눈이 반짝인다는 것은 알지도 못하고. “그래?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응? 알려 줘. 나는 이런 걸 잘 모르잖아. 무해하게 웃을 줄만 아는 갑갑한 주군에게 셀린은 단호하게 말했다. “종이 열 장에.” “열 장에?” “소공작님의 성함을 빽빽하게 써 오는 벌을 내리시죠.” 너무 과한가 싶어 셀린이 스스로의 단호함과 악랄함에 마음이 흔들리려는 찰나……. ‘큽’ 하는 흐느낌에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옮겼을 땐, 얼굴이 빨개진 채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데미안이 보였다.
이대로 확 잡아먹어 버릴까? 카웰 남작가의 구박데기 아가씨, 아리아나. 아버지의 관심에서 밀려나 주눅 든 채 살아가던 그녀가 새어머니를 위한 선물을 자신에게 달라 고집을 부린 건 다분히 감정적인 발언이었다. “저것을 제게 주세요. 대신 어머니께서 가지고 싶어 하시던 에메랄드 귀걸이를 드릴게요.” 어머니의 유품을 새어머니에게 넘기는 대신 받아 온 털 뭉치는 작고 보잘것없었다. 또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로 사로잡혔다는 그것은, 위험하다기보단 그저 불쌍한 존재였다. “이제부터 네 이름은 레무스야. 앞으로 잘 부탁해, 레무스.” 그렇게 의지할 곳 하나 없었던 아리아나는 그것에게 이름을 지어 주고, 외톨이인 둘은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기 시작하는데……. * * *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온 남자의 보랏빛 눈이 둥글게 휘었다. “해 보라니까, 명령 말이야. 앉아, 기다려. 먹어. 많이 했었잖아? 응?” 해 봐. 구슬리는 것 같기도 하고, 협박 같기도 한 악마의 속삭임이 이어졌다. “이것 봐.” 사내에게 사로잡힌 그녀의 손이 속절없이 그의 가슴으로 끌려갔다. 쿵, 쿵. 남자의 빠른 맥박이 손에 잡힐 것처럼 크게 느껴졌다. “길들였으면.” 나른한 남자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길들였으면 책임을 져야지, 응? 주인님.”
“엘라이나, 내일 그랜트 대공께서 저희 집을 방문한대요……. 저는 어쩌면 좋아요.” 엘라이나는 서글픈 다이앤의 울음에 한 권의 책을 떠올렸다. 매일 밤, 그녀는 꿈속에서 똑같은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 책, <달그림자> 속의 다이앤은 가문의 사정으로 인해 사랑하는 남자와 맺어지지 못하고 팔려가듯 그랜트 대공의 아내가 되는 기구한 운명이었다. 책은 사랑 없는 결혼 생활에 지친 다이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끝이 났다. ‘이럴 수는 없어!’ 다이앤의 불행을 막기 위해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공을 들였던가. 이제 와 그녀가 악마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다. “걱정 말아요, 다이앤.” 엘라이나는 다이앤의 손을 잡고 그녀를 안심시켰다. “내가 알아서 다 해결할 테니까.” 그래. 설령 자신이 그녀 대신 결혼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 “내가 다이앤 레드우드에게 접근할 때마다 사사건건 방해하더니, 이제는 결혼까지 대신 하겠다?” “결혼이라기보단 1년짜리 계약이라고 생각하죠, 우리. 서로 원하는 것을 주고받을 수 있는.” 라일 그랜트는 혼란스러운 눈으로 엘라이나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뭘 위해서 그렇게까지 하지?” “내가 불쌍한 사람을 외면하지 못하는 오지랖이 좀 있는 편이라.” 꼭 다이앤만을 위한 일은 아니었다. 주인공인 다이앤, 그녀가 사랑하는 네이선, 그리고 눈앞의 라일과 그 남동생까지. <달그림자>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기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했다. “약속할게요. 1년짜리 아내이지만 그 자리에 있는 동안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엘라이나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라일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녀에겐 이 빌어먹을 <달그림자> 속 주인공들을 모두 행복하게 만들 계획이 있었다. *일러스트 : 레터
나는 책 속의 세상에 환생했다. 그것도 최애작인 『스퀘어 일루젼』 속 금수저 공작 영애로. 가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귀염둥이. 그게 바로 나예요. 문제는 그게 황태자의 약혼녀이자 악역 영애인 실비아 랭거스턴이란 점이었다. 끔살? 저질렀던 악행 때문에 스무 살이 되자마자 끔살당하는 게 내 운명이라고? 어떻게 얻은 건강한 몸인데! 어떻게 얻은 가족인데! 그런 거 난 인정 못 해! “그럼…… 착하게 살면 되잖아.” 책 속에서는 언급되지 않던 엑스트라, 유모의 조카. 레이의 말은 실비아의 인생 노선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레이. 난 황태자비 되기 싫다니까. 전하는 내 취향이 아니야.” “그럼 네 취향은 누군데? 그때 말했던 검은 머리에 붉은 눈? 책 제목이…… 『스퀘어 일루젼』이랬나.” “그, 그걸 기억해? 엄청 어릴 때 한 말이었잖아.” “……난 네가 좋아하는 건 뭐든지 다 기억해.” 엉겁결에 레이에게 원작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황태자비, 그런 건 원작 여주나 하라지. 실비아는 원작 여주가 나타나 상황이 마무리되기만 하면, 레이와 함께 여행을 떠나 세계 여러 곳을 직접 보고, 씹고 뜯고 맛보는 즐거운 삶을 살 생각이었다. * * * “너 미쳤어?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 3년 만에 만난 소꿉친구는 더 이상 평범하지 않았다. <꼭 다시 돌아올게.> 저와 한 약속은 개나 줘 버린 듯 지키지 않더니 그의 곁에는 원작 여주까지 함께였다. 배신감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당신 날 알아? 무례함이 지나치군. 감히 공작 영애에게 그따위 말버릇이라니.”
‘와, 진짜 만만하게 생겼네.’ 북부를 지키는 검이자, 냉철하고 완벽한 윌로우 공작. 그런 공작의 아들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데미안의 해사한 미소에 셀린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어떤 사람이든, 자신이 모셔야 할 윌로우 가문의 하나뿐인 후계자라는 것과 주군을 지키는 것이 호위 기사가 될 자신의 도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에. 괜찮…… 괜찮아. 내가 더 유능해지면 될 일이야! 셀린은 그렇게 남몰래 굳은 각오를 다졌다. * * * “소공작님의 이름을 잘못 부른 이를 용서해 주신다는 거예요?” “별일도 아니잖아. 응?” “아뇨. 그래도 윌로우 가문의 소공작님의 이름을 잘못 부른 죄가 있습니다.” 셀린은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어째 데미안의 눈이 반짝인다는 것은 알지도 못하고. “그래?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응? 알려 줘. 나는 이런 걸 잘 모르잖아. 무해하게 웃을 줄만 아는 갑갑한 주군에게 셀린은 단호하게 말했다. “종이 열 장에.” “열 장에?” “소공작님의 성함을 빽빽하게 써 오는 벌을 내리시죠.” 너무 과한가 싶어 셀린이 스스로의 단호함과 악랄함에 마음이 흔들리려는 찰나……. ‘큽’ 하는 흐느낌에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옮겼을 땐, 얼굴이 빨개진 채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데미안이 보였다. #로맨틱코미디 #계략남 #소유욕/집착 #걸크러시 #여기사로판 “저는 이제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벌써?” 셀린은 데미안이 저와 헤어지는 것을 서운해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정말 친구가 없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셀린은 딱한 눈으로 데미안을 바라보았다.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것도 미안할 정도로, 데미안에 대한 연민이 새록새록 셀린의 마음속에서 싹트기 시작했다. “아휴. 그렇게 아쉬워하지 않으셔도 내일 또 만나야 해요.” “내일?” “네.” 아이가 조막만 한 손을 허리에 척 얹으며 자신감 있게 이야기한다. “소공작님이 용맹해지기 위해선 시간이 빠듯하니까요.”
정혼자와의 혼인을 앞둔 어느 날, 조선의 공주 율은 낯선 곳에서 눈을 뜬다. 그곳은 푸른 눈의 사람들로 가득한 이상한 세상. 그렇게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세계에서, 율은 노예로서 브라운 공작가로 팔려 간다. “브라운 공작저에 온 걸 환영해, 레이디 유리.” 천사처럼 아름다운 공작, 베일 브라운. 그는 다행히 상냥했으며, 그녀가 타국의 공주라는 것을 믿고 조선으로 돌아갈 방도를 알아봐 주기로 한다. 해서 그를 믿고 의지했는데……. "돌려보내 줄 순 없어. 넌 내가 사 온 노예니까.” 모든 게 거짓이었다. 심지어는 본색을 드러내고 집착하기까지. “나는 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뿐이에요.” “왜? 정혼자가 있으니까? 그렇게 이야기해 봐. 사람 도는 꼴 보고 싶으면.” “……노예는 정혼자가 있으면 안 되나요?” “다른 노예들은 몰라도, 넌 안 돼.” 율은 그런 베일을 보며 다시 한번 결심했다. “난 돌아갈 거야. 조선으로.”
로판 속 세계에서 적당한 금수저로 태어나 마음껏 먹고 놀고 드러눕는 방구석 여포 생활을 하며 지내던 어느 날. “소문엔 병약하고 얌전한 영애라던데. 사람을 잘못 봐도 한참 잘못 봤군.” 억지로 끌려간 황실 무도회에서 철저히 숨겨 왔던 방구석 전용 모습을 들켜 버리고 만다. 잘난 외모만큼 오만하기 짝이 없다는 공작가 영식, 아르민 그레이에게! “비밀…… 지켜 주실 거죠?”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내 삶에서 이렇게 재미있는 존재는 난생처음인데.” 내 삶에 은근슬쩍 스며들기 시작하는 아르민 그레이부터 “감히 누가 우리 가문을 제치고 비비안 양을 며느리로 맞이할 수 있겠나.” “난 언제나 귀엽고 말이 잘 통하는 딸을 갖고 싶었단다.” 자꾸만 나를 아들과 엮으려는 공작 부부 내외까지. 그렇게 공작가와 엮이며 내숭쟁이 사교계 병풍의 평온했던 일상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삶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다신 마주치지도 않을 텐데.’ 황비를 배출하고 승승장구했던 집안은 반역자로 몰려 몰락했다. 아버지도, 고모도, 사촌도 모두 죽었다. 절망하는 이네스에게 황후는 달콤한 제안을 건넸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남편과 아이를 살려 주겠다고. 그래서 그렇게 했다. 남편과 아이를 살리고 싶은 미련한 욕심 때문에. “약효가 좀 늦네. 제법 센 약이라고 들었는데.” 그 말을 믿다니, 순진하구나. 황후의 차가운 눈빛을 받으며 생각했다. 삶이 다시 주어진다면 세드릭, 당신만큼은 이 지옥과 관련이 없도록 하고 싶다고. “혼담을 받아들여 주신 건 정말 감사하지만, 저는 공작님과의 약혼을 원하지 않아요.” “모두를 속이고 도망을 가더니, 고작 이런 초라한 모습으로 숨어 지냈던 건가.” 언제나 다정했던 전남편은 그녀를 싸늘히 식은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같잖은 애정은 나도 더 이상 원하지 않아. 내 애를 낳아, 이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