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주인
글조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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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숲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정령이 있어 함부로 입구를 들어서는 사람들에게 경고하지.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면 덤불 속으로 끌고 들어가 다시는 마을로 돌아올 수 없게 된단다.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생각이 들 때마다, 집착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여겨질 때마다, 떠올릴만한 것은 다 사라졌다고 생각이 들 때마다, 그럴 때마다 언제나 잊혀지지 않고 떠오르는 단 한 사람이 있었다. 죽는 그 순간에도 어김없이 떠올라 마음 한편을 아련하게 할 아리따운 그림자 하나. 녹색 옷이 참 잘 어울리던 아름다운 머리칼과 밤색 눈동자를 가진 처녀……꿈에서조차 볼 수 없어 사무치던 그리움 앞에서 가로놓인 시간의 넓이는 무의미한 것이었다. “괜찮아 아멜리아……너만 있으면 돼.” 부드러운 눈물이 볼을 적혔다. 파우크는 지난날 그랬던 것처럼 그 눈물에 하나하나 입 맞춰 닦아내었다. 주름진 눈매가 되었어도, 새하얀 머리카락이 되었어도, 그녀는 아멜리아였기 때문이다. “너만 있으면 돼.” “파우크…….” “너만 있으면 괜찮아. 난 괜찮아…….” 38년. 10년 동안의 겨울과 28번의 봄과 28번의 여름과 28번의 가을을 건너뛰어, 다시 만난 연인은 서로를 오랫동안 끌어안았다. 아멜리아와 파우크, 둘 다 알고 있었다. 이제 절대로 헤어지는 일이 없을 것임을. 아무도 생각나지 않았다. 오직 지금 팔 안에 머물고 있는 사람의 온기만이 진실이었다. **본 도서에는 에필로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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