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스물아홉의 여름, 그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그를 키워 준 이모도 두 번째 결혼을 한다.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일본에서 귀국한 이모의 아들 태영과 그 곁의 세 남자. 료, 시로 그리고 지온. 료와 시로는 태영의 보디가드처럼 구는 웃긴 콤비다. 하지만 늘 태영의 뒤에 서 있는 지온의 역할은 규명되지 않는다. 유진은 지온을 정의하려 시도하지만 십오 년째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 결혼식 전에 아들과 오붓한 시간을 청한 이모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 태영은 부산으로 내려간다. 처음으로 태영 없이 지온과 한 집에 남게 된 유진은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서울의 작업실로 도망친다. 하지만 시로와 지온이 작업실을 찾아오고 유진이 사람의 몸에 그림을 새겨 넣는 공간을 둘러본 지온이 묻는다. "집에선 안 해 준다고 하셨는데, 여기선 해 주십니까?" 유진은 잊지 않았다. 자신이 처음으로 남의 몸에 그림을 그리려고 했던 십몇 년 전 어느 날을. 그리고 생각한다. 지온의 몸에 자신의 그림을 새겨 넣는다면, 그가 고를 수 있는 곳은 한 곳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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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상속재산과 약혼자를 남겨두고 교통사고로 죽은 소현의 장례식엔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그들의 자식들이 모여든다. 그런데 망자의 친구들이 하나같이 이상한 이야기를 한다. 그녀에겐 사실 남자가 있었으며, 약혼자가 아닌 그 남자와 결혼까지 하고 싶어 했다는 것이 루머의 내용이다. * “제가 한 말 때문에 기분 좋으셨어요?” 문고리에서 손을 뗀 지한은 한 발짝, 어쩌면 반 발짝 뒤로 물러났다. 숨부터 쉬게 해달라는 의미의 백기였다. 불행히도 도경은 지한의 의사를 오역했다. 부들부들한 감촉이 손목을 감아왔다. 몸이 휘청거렸다. 시야가 한 바퀴 돌더니 등이 문에 부딪쳤다. 지한의 목을 손으로 감싼 도경이 속삭였다. “나 때문에 기분 좋았냐고 묻잖아.” 호흡이 턱까지 차올랐다. 솟아오른 땀으로 두피가 미지근해지면서 다리가 후들거렸다. 지한은 안간힘을 다해 대답했다. “네.” 도경이 지한에게 돌진하듯 입을 맞추었다. 지한은 눈을 감았다. 살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