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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륙 금광의 꿈에 부푼 투자 열풍 뒤로 찾아온 경제 공황. 타국의 재화로 눈을 돌린 나라들의 탐욕으로 빚어진 잦은 전쟁과 내란 속에서 부상한 군수업체들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성장한 라인 클라인트사의 총 경영자 칼라일 폴쉐어드 공작. 철저하게 이성적이고 권위적인 남자의 아내로 살아온 불행했던 지난 3년간의 결혼생활은 그녀가 이혼 서류를 내밀며 끝을 맺는 듯 보였다. “재밌네. 이번엔 꽤 신선했어. 이혼을 대대적으로 광고해서 남자 하나 꿰차려고 한 것 말이야.” 쇠붙이를 연상시킬 만큼 서늘한 남편을 다시 마주한 이본느가 긴장한 숨을 들이켰다. “다시 돌아와야겠어.” “지금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자각은 있는 거예요?” “물론. 몹시 명확해.” 커다란 체격이 움직이자, 긴장한 이본느가 뒷걸음질 치기도 전에 붙잡힌 몸이 그와 바투 맞붙었다. 맞닿은 옷 너머로 전해지는 단단한 복근의 감촉과 뜨거운 체온에 심장이 잘게 뛰었다. “윽, 이거 놔요.” “외로워서 다른 놈 찾는 건 알겠는데. 그 새끼랑 놀아나는 꼴은 못 보겠네. 적어도 내 씨로 생긴 아이 하나는 낳아주셔야 수지가 맞지.” 무심하기 짝이 없던 남자의 눈동자가 비열한 욕정으로 일렁였다.

완결 여부완결
에피소드176 화
연령 등급성인

세부 정보

팬덤 지표

🌟 로판 소설 중 상위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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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이용자 수 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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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플랫폼 평점

9.6

📊 플랫폼 별 순위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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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nail

오만하신 나의 주인에게

한때는 그가 다시 없을 유일한 구원자라고 여겼다. 그녀의 주인이 지금껏 내준 호의는 그 누구도 보여준 적 없는 것이었으며, 지금처럼 웃고 떠들게 된 것 또한 그가 그녀의 주인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절…… 애정하신다고 하셨잖아요.” “난 대답하지 않았어.” 그렇다면 서로에게 섞여들었던 수많은 밤은 전부 무엇이었단 말인가.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았고.” 그가 보인 호의, 배려 그 모든 것에 부여된 의미 같은 건 없었다. 둘 사이에 끊어낼 만한 건 애초에 아무것도 없다. “고작 거둬준다는 그 말만 믿고, 감히 공작 부인이 될 꿈이라도 꿨나?” 신뢰는 깨져버렸다. 비로소 그를 떠나야 한다는 마음이 완벽히 굳어졌다. *** 성벽 난간 끝에 아슬하게 선 그녀의 발 뒤로 모래가 푸스스 떨어졌다. “젠장. 일단 내려와서 얘기해.” “더는 주인님 곁에 있을 이유가 없어요.” 그 즉시 검을 버린 플로라가 두 팔을 넓게 들어 보였다. 조심스럽게 접근하려던 남자의 발이 일순간 그 자리에 못 박혔다. “당신은 더 이상 나의 주인이 아니니까.” 다음 순간, 플로라의 작은 몸이 뒤로 기울기 시작했다. 들고 있던 검을 아무렇게나 내팽개친 클로드가 절박하게 뛰쳐나간 것과 동시였다. “플로라!” 오만하신 나의 주인에게. 오늘부로 난 당신을 버리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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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싹,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찰싹! 방 안을 가르는 찰진 소리가 크게 울렸다. ‘헉…! 미쳤어… 미쳤어…. 어쩌지……?’ 피렌체의 맑은 두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커지며 이윽고 시리아를 향했다. 맑은 은색 눈동자 안에 믿을 수 없다는 경악이 가득했다. “……공녀님?” 상황 설명을 요하는 듯한 피렌체의 음성이 떨리듯이 전해졌다. 시리아는 원망하듯 손으로 시선을 내렸지만, 이미 한쪽 손은 회수하기 어정쩡하게 피렌체의 엉덩이 쪽과 지나치게 가깝게 뻗어 있었다.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 “……저도 공녀님의 부위를 만져 봐도 되겠습니까?” “……뭐, 뭐라고?” 이번에는 시리아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껌뻑거렸다. ‘얘가 지금 뭐라는 거야? 기브 앤 테이크라는 건가?’ 역시나 조각 같은 얼굴에 투명하고 맑은 은안이 청정 구역처럼 무해하게만 보였다. 괜스레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 알겠어.” 시리아는 쭈뼛거리며 몸을 뒤로 돌렸다. 사박. 피렌체의 손아귀에 시리아의 속옷이 거칠게 내려지며 다시 서늘한 기운이 그녀의 엉덩이 뒤를 덮어버렸다. “흡…….” 이상하게 자신의 입에서 소리가 새어 나오려 하자 시리아는 입술을 질끈 물었다. 당연히 남의 엉덩이를 만져보기만 했지 남에게 자신의 엉덩이를 내준 적은 없었다. 쪽, 추웁. 생전 들어본 적 없는 소리와 함께 느껴본 적 없던 뜨겁고 물을 머금은 듯한 촉촉한 촉감이 자신의 엉덩이 사이를 진하게 핥고 지나갔다. 피렌체가 손으로는 그녀의 엉덩이를 우악스럽게 탐하고, 입술로는 그녀의 엉덩이 사이 골짜기를 파고들어 추웁 흡입하며 할짝대고 있었다. “공녀님, 정말 달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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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님, 찌르지 마세요

항상 완벽한 언니와 비교되던 윈델슨가의 미운 오리 에블린. 그런 그녀에게 명문 베렌버그 공작가에서 혼담이 들어왔다. 제국의 많은 영애가 결혼 적령기를 넘기면서까지 그의 혼담을 기다렸다던데. 안면도 없는 남자가 뭘 보고 자신을 아내로 맞고 싶다고 청했을까? 당황할 새도 없이 마주한 그와의 첫 만남. 에블린은 당황하고 말았다. 무언가 딱딱한 것이 허리 부근을 쿡쿡 찔러 대고 있었기에. “공작님, 찌르지 마세요!” 게다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빨리 세……. 세워 주세요.” “영애, 함부로 움직이면 위험합니다.” 막무가내로 청하며 버둥거리는 에블린의 목소리에 훌쩍거림이 섞여들었다. “아윽- 으, 찌르지 마세요. 아프단 말이에요” “영애. 조금만 진정을.” 이 결혼…… 괜찮은 걸까? * * * “제가 누군지, 그대의 입으로 말해 보세요.” “아, 읏! 제…… 남편이요.” 할딱이는 숨을 겨우 뱉어 낸 후에야 대답이 나왔다. 그녀의 몸 위를 올라탄 사내의 반듯한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게 보였다. “아시니 다행이지만, 혹시 잊으셨나 하고 일깨워 드린 겁니다.” 엘카스가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부디 그 사실을 잊지 않고 임해 주셨으면 하고…….” 달아나려 몸을 뒤트는 여체의 등에 얹은 커다란 손바닥을 지그시 누른 엘카스가 상체를 낮췄다. 땀으로 촉촉해진 등에 가슴팍을 딱 붙인 사내의 둔부가 힘껏 치솟았다. “오늘 그대의 남편이 누구인지, 제대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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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 맛있는 것 먹을래?

3년, 3년 만이다. 레니아는 전쟁에 참여한 페인을 오래도록 기다렸다. 그들은 공작가의 하나뿐인 후계자와 공작가 가신 가문의 양녀였지만 그 어느 가문의 남매보다 사이가 좋았다. “공자님은 더 멋있어지셨겠지?” 레니아는 몽롱한 눈동자를 하고 나긋이 페인을 불렀다. 하루만 지나면 볼 터인데, 미친 듯이 그가 그리웠다. 그에게 안기고 싶었지만 페인이 동생이라고 여기는 그녀가 감히 꿈꿀 수 없는 현실이었다. * 끼익- 어둠 속에서 레니아의 침실의 문이 살며시 열리며 한 형체가 시야에 들어왔다. 곧 스며든 달빛 사이로 오라버니, 페인의 모습이 드러났다. “누이, 맛있는 것 먹을래?” 레니아는 그가 들고 있는 사탕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페인이 들고 있는 사탕으로 손을 뻗으려는 찰나. 그녀의 시야가 곧 바닥으로 처박혔다. “오, 오라버니?” “그쪽이 아니라 네 건 여기 있잖아.” 페인은 레니아의 머리를 한 손으로 누른 채 말을 이었다. “뭐 해? 어서 고맙다고 하고 맛있게 먹어야지?” 레니아는 눈앞에 들이밀어진 육중한 크기의 그것을 바라보았다. 평소 자상했던 그의 눈동자는 지저분한 욕망으로 번들거렸다. ※본 도서에는 노골적인 성적 묘사 및 강압적 관계 등 호불호가 갈릴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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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님, 작작하세요

황제를 꾀는 것이 목적인 조연 인물, 로엘라인으로 빙의해 버렸다. 어떻게든 시침을 피하고자 도망가다 마주한 이는 다름 아닌 이 세계의 남자 주인공, 루시안 황태자였다. “나를 즐겁게 해 주겠다는 그 당찬 포부를 어디 한번 보여 봐.” “네? 제가…. 그랬을…까요?” 여주로 착각한 황태자와 엮이며 간신히 황제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나 싶었는데……. “송구스럽게도 황제 폐하께서는 이미 숨을 거두셨습니다.” 엮이기는 황태자랑 엮였는데 황제를 꾀어 죽인 희대의 여인이 되어 있었다. *** 거친 숨을 토하며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는데, 귓가에 훅 더운 숨이 불어왔다. “로엘 아까부터 숨소리가 너무 야한데…. 지금 노를 젓는 거야 나를 꼬시는 거야.” “하아… 그게 아니라. 힘들어서 그래요.” 배를 안고 있던 손이 슬금슬금 움직였다. 이어서 단숨에 파고든 손에 놀란 그녀가 팔꿈치로 루시안의 배를 꾹 눌렀다. “뭐…뭐 하시는 거예요.” “볕이 너무도 따뜻하고 날씨가 몹시 좋아서…….” “그게 이거랑 무슨 상관인데요.” “좋은 풍경을 보고 있으니 이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그리고 황태자를 무료하게 하는 것 또한 불충이야.” 갖다 붙이는 것도 재주였다. “손이 놀고 있는데. 해 지기 전까지는 도달할 수 있는 건가?” “전하 손은요.” 네 손도 노는 건 마찬가지 아니냐는 듯이 외치자 그녀를 짓궂게 어루만지며 그가 태연히 대답했다. “보다시피 내 손은 바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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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님, 작작하세요

황제의 밤 시중을 들기 직전인 조연 인물, 로엘라인으로 빙의해 버렸다. 어떻게든 시침을 피하고자 도망가다 마주한 이는 다름 아닌 이 세계의 남자 주인공, 루시안 황태자였다. “나를 즐겁게 해 주겠다는 그 당찬 포부를 어디 한번 보여 봐.” “네? 제가…. 그랬을…까요?” 여주로 착각한 황태자와 하룻밤을 보내며 간신히 황제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나 싶었는데……. “송구스럽게도 황제 폐하께서는 이미 숨을 거두셨습니다.” 잠은 황태자랑 잤는데 황제를 복상사로 죽인 희대의 음탕한 여인이 되어 있었다. *** 거친 숨을 토하며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는데, 귓가에 훅 더운 숨이 불어왔다. 간지러워 움찔하자 뜨거운 입술이 귓불을 슥 핥아 올렸다. “로엘 아까부터 숨소리가 너무 야한데…. 지금 노를 젓는 거야 나를 꼬시는 거야.” “하아… 그게 아니라. 힘들어서 그래요.” 배를 안고 있던 손이 슬금슬금 움직이더니 치마가 훅 들춰졌다. 이어서 단숨에 파고든 손이 허벅지 사이를 더듬거리자 놀란 그녀가 팔꿈치로 루시안의 배를 꾹 눌렀다. “뭐…뭐 하시는 거예요.” “볕이 너무도 따뜻하고 날씨가 몹시 좋아서…….” “그게 이거랑 무슨 상관인데요.” “좋은 풍경을 보고 있으니 이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그리고 황태자를 무료하게 하는 것 또한 불충이야.” 갖다 붙이는 것도 재주였다. “손이 놀고 있는데. 해 지기 전까지는 도달할 수 있는 건가?” “전하 손은요.” 네 손도 노는 건 마찬가지 아니냐는 듯이 외치자 한 손으로는 그녀의 가슴을 뭉근하게 주무르고 다른 손으로는 다리 사이를 짓궂게 어루만지며 그가 태연히 대답했다. “보다시피 내 손은 바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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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 맛있는 것 먹을래?

※본 도서에는 노골적인 성적 묘사 및 강압적 관계 등 호불호가 갈릴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3년, 3년 만이다. 레니아는 전쟁에 참여한 페인을 오래도록 기다렸다. 그들은 공작가의 하나뿐인 후계자와 공작가 가신 가문의 양녀였지만 그 어느 가문의 남매보다 사이가 좋았다. “공자님은 더 멋있어지셨겠지?” 레니아는 몽롱한 눈동자를 하고 나긋이 페인을 불렀다. 하루만 지나면 볼 터인데, 미친 듯이 그가 그리웠다. 그에게 안기고 싶었지만 페인이 동생이라고 여기는 그녀가 감히 꿈꿀 수 없는 현실이었다. * 끼익- 어둠 속에서 레니아의 침실의 문이 살며시 열리며 한 형체가 시야에 들어왔다. 곧 스며든 달빛 사이로 오라버니, 페인의 모습이 드러났다. “누이, 맛있는 것 먹을래?” 레니아는 그가 들고 있는 사탕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페인이 들고 있는 사탕으로 손을 뻗으려는 찰나. 그녀의 시야가 곧 바닥으로 처박혔다. “오, 오라버니?” “그쪽이 아니라 네 건 여기 있잖아.” 페인은 레니아의 머리를 한 손으로 누른 채 말을 이었다. “뭐 해? 어서 고맙다고 하고 맛있게 먹어야지?” 레니아는 눈앞에 들이 밀어진 육중한 크기의 성기를 바라보았다. 평소 자상했던 그의 눈동자는 지저분한 욕망으로 번들거렸다.

thumnail

우아한 나의 군림자

아버지의 부고 소식에 정신없이 올라온 수도, 에델. 새어머니의 믿기지 않는 변화, 이미 한참 전에 끝나 버린 아버지의 장례식. 더군다나 불시에 휘말리게 된 총기 사고는 아를렌을 혼란의 소용돌이로 몰아간다. “사내의 코트가 탐이 나는 게 아니라면, 돌려주시겠습니까?” 그런 와중에 건네진 따듯한 온기. 아를렌은 우아한 손에 담긴 상냥함을 붙잡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정녕 구원이 맞는지 알 수는 없었다. *** “아를렌.” 느릿하지만 나직한 음성은 마치 매 순간 불러왔다는 듯이 침착했다. 입술 사이로 속삭이듯이 흐른 목소리에 이윽고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눈에 띄게 흠칫한 앙상한 어깨를 따라 올라간 시선 끝에 새하얗게 질린 얼굴이 맺혔다. “내 눈에 띄지 않게 더 멀리 도망갔어야지.” 대륙 서너 개 정도는 넘었을 줄 알았건만. 참으로 시시한 도주에 남자의 안면에 서늘함이 드러났다. 그러게 지금까지 뭐 했냐는 타박 같은 음성과는 달리 아를렌이 지금 있는 곳은 대륙을 떠나 배를 타고도 두 달은 걸리는 먼 곳이었다. “리암….” 심장을 찔러도 뜨거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차가운 남자를 마주한 아를렌의 입술 끝이 파들거렸다. “난… 당신 곁으로 안 가요.” “그게 무슨 소리야. 아를렌.” 내리깔렸던 남자의 눈꺼풀이 서서히 들리고, 서늘함이 고인 눈매가 가늘어졌다. “널 찾아냈으니 네 목숨은 이제 내 거지. 그게 이 세계의 법칙이잖아.” 아를렌을 선명히 응시하는 눈빛. 시리디시린 회청색 눈동자에 명징한 빛이 들어찼다.

thumnail

사신이 네 죽음을 바란다면

모든 것이 계획된 배신이었다. 믿었던 친구에서 남편이 된 남자에게 속아 넘어가 황위를 넘긴 결혼식 날, 리제트는 원인 모를 광증의 발현으로 궁에 유폐되고 만다. 남편을 향한 배신감과 어리석게 속아 황위를 넘겨 버렸다는 자괴감에 절망해 목숨을 끊으려는 찰나, 그가 찾아왔다. “감히 누구 마음대로 죽으려는 겁니까?” 죽음을 부르는 사신. 반란을 일으킨 사내. 페르난 폰티나우스 카일론 대공이. “당신은 광증을 앓는 게 아니야. 발정 난 거지. 정확히 말하자면, 당신이 가진 이능 때문이고.” 무도한 수식어와 달리 미려한 사내가 심장이 떨릴 만큼 서늘하게 미소 지었다. “이왕 죽을 거라면 그 목숨값을 내게 팔아. 요긴하게 써 줄 테니까.” 어쩌면 끔찍한 찬탈자가 될지도 모르는 남자의 손을 잡았다. *** “경의 공을 치하하기 위해 북부령 센티니움의 자치권을 회복하고 독립을 인정하죠. 오늘부로 당신은 북부령으로 돌아가 센티니움의 왕이 되어….” “하, 쓸모없어졌으니 이제 와 꺼지라는 말을 꽤나 고상하게 지껄이는군.” 진심을 담아 꺼낸 제안을 단칼에 자른 그가 본 적 없는 냉소를 터트렸다. “내가 끝까지 고분고분하게 당신 사냥개 노릇이나 할 줄 알았나?” 쾅! 그의 주먹이 내리친 황좌의 대리석 기둥이 빠지직 갈라졌다. 리제트의 얼굴 바로 옆에 꽂힌 주먹에서 그의 눈동자와 한 치도 다르지 않은 붉은 선혈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서늘한 검지 끝이 리제트의 턱을 무례하게 들어 올렸다. “잘 들어, 황녀. 난 처음부터 당신 사냥개가 아니라 주인 잃은 개새끼였어.” 이따위 황좌는 얼마든지 부술 수 있다는 듯이 남자의 핏빛 눈동자가 잔인한 빛을 띠고 일렁였다. “내가 그대에게서 멀어지는 일 같은 건 없어. 누구 하나 죽어 사라지지 않는 한.” 모든 것이 안정에 이른 그 순간, 상황이 반전되었다.

thumnail

오만하신 나의 주인에게

한때는 그가 다시 없을 유일한 구원자라고 여겼다. 그녀의 주인이 지금껏 내준 호의는 그 누구도 보여준 적 없는 것이었으며, 지금처럼 웃고 떠들게 된 것 또한 그가 그녀의 주인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절…… 애정하신다고 하셨잖아요.” “난 대답하지 않았어.” 그렇다면 서로에게 섞여들었던 수많은 밤은 전부 무엇이었단 말인가.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았고.” 그가 보인 호의, 배려 그 모든 것에 부여된 의미 같은 건 없었다. 둘 사이에 끊어낼 만한 건 애초에 아무것도 없다. “고작 거둬준다는 그 말만 믿고, 감히 공작 부인이 될 꿈이라도 꿨나?” 신뢰는 깨져버렸다. 비로소 그를 떠나야 한다는 마음이 완벽히 굳어졌다. *** 성벽 난간 끝에 아슬하게 선 그녀의 발 뒤로 모래가 푸스스 떨어졌다. “젠장. 일단 내려와서 얘기해.” “더는 주인님 곁에 있을 이유가 없어요.” 그 즉시 검을 버린 플로라가 두 팔을 넓게 들어 보였다. 조심스럽게 접근하려던 남자의 발이 일순간 그 자리에 못 박혔다. “당신은 더 이상 나의 주인이 아니니까.” 다음 순간, 플로라의 작은 몸이 뒤로 기울기 시작했다. 들고 있던 검을 아무렇게나 내팽개친 클로드가 절박하게 뛰쳐나간 것과 동시였다. “플로라!” 오만하신 나의 주인에게. 오늘부로 난 당신을 버리겠어요.

thumnail

얼어붙은 밤의 짐승

※본 도서에는 강압적인 관계 등 호불호가 나뉘는 키워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매에 참고 바랍니다. 후계자의 실수로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지게 된 리벨루아 백작가. 배상금을 충당하지 못한 오라버니를 대신해, 앙느는 가족들에게 떠밀리다시피 북부로 떠나 대공비가 된다. 그곳에서 만난 대공 데이몬드 크롬운드는 소문처럼 늙지도 않았고, 어딘가 비밀스러운데…. “후계자를 낳으면, 떠나게 해 주세요.” “건방지군. 아이를 원한다면, 매일같이 내 씨를 받아내야 할 텐데 말이야.” 제안에 흔쾌히 응하는 대공의 모습에 안심한 것도 잠시, 앙느는 절규했다. 자신을 안을 때마다 분노에 휩싸이는 얼굴. 밤이 지날수록 가학적으로 그녀를 안는 데이몬드. 화를 참아내면서도 끊임없이 저를 안는 대공의 모습에 앙느는 혼란스럽다. 금단의 단어라도 뱉어버린 걸까? *** 그는 하룻밤 새 10년은 늙어버린 얼굴이었다. 저를 똑바로 응시하는 얼굴에 숱한 감정이 깃들었다. 혼란, 자책, 후회, 죄책감 그 비슷한 단어들이 그녀의 눈으로도 확실히 보일 정도로. 그러나 그가 결코 불쌍해 보인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앙로란느.” “제가 기억을 되찾아서 무척 억울하겠어요. 당신이 했던 짓이 전부 드러났으니까.” 땅이 꺼질 듯이 한숨을 뱉은 그가 부르튼 입술을 기운 없이 들어 올렸다. “용서를 바라진 않아. 앞으로는 그대를 위해서, 원하는 걸 뭐든 들어주며 내 평생을 헌신하며 속죄하지.” 그가 하던 대로 앙느는 입가에 조소를 한껏 머금었다. “가소롭네요. 알량한 죄책감과 얕은 후회 따위로 포장한 겨우 그런 사과가 받아들여질 거라고 생각해요? 어디 두고두고 후회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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