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 리더스는 망했다. 서경 자신이 응원하는 야구팀이지만, 경기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서경도 천천히 지쳐 가고 있었다. 답이 없는 암흑기에서 허우적거리는 응원팀.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닌데도 갈수록 피곤해지는 일상. 계속 닳고 지쳐 가던 서경에게, 가장 티 없이 순진했던 9년 전 철없이 좋아한 남자가 다시 나타났다. 윤지언. 한주 회장님 막내아들. 안 될 사이라는 걸 알면서도 펑펑 울며 고백할 만큼 좋아했던 남자가. * * * “윤지언 씨처럼 갑자기 도망치지는 않을 테니 안심해요.” “…….” “아, 그게 아니면 걱정돼요? 나중에 혹시 내가 이상한 신문사 찾아가서 스캔들이라도 터뜨릴까 봐?” 그 말에 남자는 차게 웃었다. “그래 주면 고맙고.” “……혹시 스캔들이 뭔지 몰라요?” “알아. 사람들이 널 볼 때마다 날 생각하게 될 거라는 뜻이지. 날 보면 널 생각하고.” “…….” “난 좋아.” * 표지 일러스트 : MUCU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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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이 되던 해 봄. 있는지도 몰랐던 아빠가 나타났다. “왜 찾아왔어? 얼굴 안 보고 사니 편했는데.” “그간 편하셨으니 이제 불편할 때도 되지 않으셨습니까, 전하?” 알고 보니, 우리 엄마는 사실 폭군의 딸이었다. 아빠는 그 폭군을 폐위한 공작님이었고. “바쁘고 위대하신 셸시어스 공작님께서? 나 불편하라고 날 찾아?” “남편이 아내를 찾는 게 그렇게 이상한 일입니까?” “우리가 아직도 그런 사이였어? 내가 그걸 미처 몰랐네. 이혼하자.” ……둘이 대체 무슨 사이인지 누구 설명해 줄 사람 없나요? *** “네가 더 어렸을 때부터 안아 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부드럽고, 다정하고, 아쉬운 감정이 물씬 배어나는 낮은 목소리. 조금 머뭇거리다가 고백했다. “저는 예전에 엄마를 자주 슬프게 했어요. 더 일찍 만났으면 절 싫어하셨을지도 몰라요.” 그 말에 아빠는 웃음을 터뜨렸다. ……난 진심이었는데. 한참 웃다, 그는 자잘한 웃음기가 덜 가신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더 일찍 만났으면 네가 조금 더 많이 아빠라고 불러 줬겠지. 그거면 충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