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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복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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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짝 친구인 재열의 스카우트로 소돈F&R에 입사한 정은. 오래전에 봤던 재열의 동생 무열을 만나게 된다. 말이 친구 동생이지 풍기는 분위기가 압도적이어서 인사조차 제대로 해 본 적 없다. 그는 소돈F&R 기획본부의 본부장. 정은으로서는 매일 얼굴을 봐야 하는 상사인 것이다. 친절함은커녕 예의라곤 찾아볼 수 없는 무열에게 그녀는 괘씸함을 느낀다. “채정은 씨, 오픈마켓 총괄 자료, 오늘 중으로 가능합니까?” 어찌나 공적이고, 어찌나 사무적인지. 그에게 친구 동생이라는 생각, 아니, 기대 같은 건 버리게 됐다. 고통으로 끝난 짝사랑. 무열은 정은에게 잔인할 정도로 아팠던 첫사랑의 기억이다. 오래전 일이라 말할 수 있는. 그런 그녀가 피할 사이도 없이 가슴으로 뛰어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아픈 첫사랑의 잔재가 아니다. 스물서너 살의 그녀와는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다운 서른세 살의 정은이 심장을 찔러 댄다. 냉정하기만 한 무열과 그런 그에게 괘씸함과 서운함을 동시에 느끼는 정은. 가을비가 내리는 금요일 밤. 어렴풋하게 무혁의 마음을 눈치챈 정은은 그와 함께 술을 마시며 억눌린 얘기를 쏟아붓는다. 다음 날 아침, 정은이 잠에서 깬 순간 단조롭던 그녀의 일상이 곤두박질한다. 무열과 같이 잔 것이다. 블랙아웃 때문이라고 우기고 싶은데 지난밤의 일이 또렷하게 떠오른다. ‘한무열!’ ‘말해.’ ‘우리 사귈래?’ ‘나한테는 그런 농담 함부로 해선 안 돼.’ ‘키스하고 싶은 눈빛이네?’ 왕왕 울려 대는 기억들. 그 끝에서 무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같이 있자, 오늘.’ 필연 같은 하룻밤. 당황할 사이도 없이 정은과 무열은 그 하룻밤이 불러낸 ’뜻밖의 쾌락‘에 물들어 간다.

완결 여부미완결
에피소드1 권
연령 등급성인

세부 정보

팬덤 지표

🌟 로맨스 소설 중 상위 45.42%

👥

평균 이용자 수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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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플랫폼 평점

8

📊 플랫폼 별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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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nail

좋은 사람

#Part 1. 11년 전 대학교 4학년인 재헌과 그의 친구들은 명식의 할아버지인 경한 그룹 회장의 팔순 기념 파티에 초대받는다. 그들로서는 고작 스물세 살의 나이에 약혼녀를 둔 명식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러다 문득 회상에 잠긴다. 두 달 전, 재헌은 머리를 식히기 위해 찾은 바닷가에서 우연히 명식의 약혼녀 준희와 마주쳤다. 낯선 도시에서 하루를 함께 보낸 두 사람은 재현의 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온 적이 있었던 것이다. 서울에서의 모습과는 조금 달랐던 그녀의 인상적인 말이 두고두고 재헌의 가슴에 맴돌았었다. 그렇게 팔순 잔치가 한창이던 시간, 재헌은 담배를 피우는 친구를 위해 저택 뒤채를 찾는다. 그러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서 있는 준희와 마주친다. 그곳에서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하던 명식으로 인해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는데……. 이후, 명식이 사고로 죽고 난 뒤 그의 부모는 홀로 저승길을 떠나는 아들을 위해 준희를 상주 자리에 앉히는 짓을 서슴지 않는다. 매스컴은 죽은 약혼자를 위해 상주를 자처한 준희의 순애보를 앞다투어 보도한다. 그러나 술에 취한 명식이 여자친구와 은밀한 짓을 하다 일어난 사고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경한 그룹은 망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반박 보도를 낸다. 약혼녀의 부도덕한 행실로 인해 평소 괴로움을 호소하던 명식이 실의에 빠진 상태에서 벌어진 사고였다고 거짓 폭로된 뉴스는 준희를 세상의 바닥으로 곤두박질하게 만든다. #Part 2. Now 11년이 지난 지금, 준희는 재헌을 사랑하고 있다. 명식의 죽음과 함께 세상의 바닥으로 추락한 그녀의 곁에 머물러 준 사람은 재헌이었다. 하지만 재헌은 결코 다정한 사람이 아니다. 그를 둘러싼 소문은 사납다 못해 더럽기까지 하다. 소문 속 그는 이복형의 경영권을 빼앗기 위해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든 장본인이고, 그 일로 인해 아버지를 쓰러지게 만든 패륜아였다. 재헌은 누구보다 준희를 사랑하지만 이미 상처받은 적 있는 그녀를 두 번 다치게 할까 봐 겁이 난다. “선 넘지 말라고 여러 번 말했을 텐데.” “오빠가 안 넘으니까 내가 넘는 거야.” “이준희!” “나쁜 남자 흉내를 내고 싶은 것 같은데 안 어울려, 박재헌한테는.” “나가 봐.” “호텔, 내가 예약할까?” “너는 자존심도 없어?” “박재헌한테는 없어도 돼.” “준희야!” “나 무신론자야, 설교는 사양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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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텐스(Intense)

“개처럼 살기로 했으면 개답게 굴어. 사람 봐 가면서 짖지 말고.” 태하는 구역질 나는 삶에서 효재를 위로하는 유일한 존재이다. 그런 태하가 내뱉는 잔인한 말들이 비수처럼 심장을 후벼 판다. “개처럼 살래, 사람처럼 안길래?” 독한 말로 옭아매고 각인처럼 가슴에 상처를 낸다. 그래야만 다시는 그를 버리지 않을 테니까. “보고 싶었다고 말해.” “보고 싶었어.” “잊은 적 없다고 말해.” “잊고 싶었어.” 확실하게 알려 줄 생각이다. 감히 사랑을 등진 채 홀로 아픔을 견딘 그녀에게, 목을 놓아 불러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결코 놓지 말아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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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고등학생인 주연은 1년 선배인 석훈을 짝사랑한다. 사격 선수 출신의 석훈은 또래 여학생들에겐 연예인급 인기를 누리는 모두의 ‘오빠’이다. 홍역을 앓듯 시작된 짝사랑은 주연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계속된다. ‘잊어야지.’ ‘그만 끝낼 거야.’ 다짐하는 순간, 거짓말처럼 석훈에게서 연락이 오곤 했다. ‘생일이라며? 잘 챙겨 먹어.’ 무심하기까지 한 짧은 메시지 덕분에 그만두려 애쓰던 사랑이 더 깊어지고 만다. *** 유통 회사 대표의 아들이자 사격 선수 출신의 석훈은 여학생들 사이에서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린다. 하지만 불륜을 저지른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누명을 씌우고 이혼을 하는 일련의 일을 통해 석훈의 피해의식과 열등감은 극에 달한다. 절망과 분노에 시달리던 그의 눈에 들어온 건, 사물함 건너편에서 자신을 훔쳐보는 커다란 눈망울의 주연이었다. 어쩐지 저 아이만큼은 진심일 것 같은 ‘믿음’이 생겨 버렸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표현하기엔 갈기갈기 찢긴 상처의 흔적이 깊기만 하다. *** ‘의미 있는 선물이야.’ 대학 졸업을 앞둔 주연에게 석훈은 손톱깎이를 선물했다. “의미를 제대로 선물하셨지.” 주연은 손톱을 깎을 때마다 석훈을 떠올렸다. 방심하는 사이 자라난 손톱을 내려다볼 때마다, 깎아 내기 무섭게, 잘라 내기 무섭게 자라나는 사랑이 보이기도 했다. *** 어느덧 서른두 살이 된 주연은 삼아 물산의 기획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대학 졸업과 함께 길고도 오랜 짝사랑의 끝을 내려던 그녀는 석훈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서 8년째 근무하고 있다. 현재의 주연은 그녀 자신의 사랑에 매우 충실하다. 여전히 석훈을 사랑하고 있지만 그 사랑에 집착하지 않으려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경상남도 사천으로 출장을 다녀오던 두 사람은 뜻밖의 상황을 대면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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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세이(Hearsay)

누구도 한 치 앞을 알지 못한다. 출중한 능력의 혜준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순 없었다. 행복만이 전부였던 승원과의 사내 연애는 배신으로 얼룩졌고, 완벽했던 그녀의 삶도 무너지고 말았다. 죽음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느끼는 남자, 혁. 사람에, 사랑에 상처받고 무기력증에 빠진 여자, 혜준. 그들은 공통 지인인 성현으로 인해 공유 홈 엘라이프(Alyf)에서 재회한다. 과거에는 스쳐 지나가던 인연이었던 혁과 혜준. 둘은 점차 가까워지며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진다. * “내가 너한테 왜 이렇게 편안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지 모르겠어.” 혜준은 혁이 피식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대꾸할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혁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내민 팔을 조심스럽게 한 손으로 잡고, 손목 안쪽 가까이 코를 댔다. 혜준은 혁이 감싸 쥐고 있는 팔이 간지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혜준의 팔을 조심스럽게 잡고 있었다. 그녀의 살갗에 오소소 돋아나는 소름을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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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프릴즈(No frills)

성보 어패럴 기획실장 정윤은 활기가 넘치는 커리어우먼이다. 못 하는 일이 없고, 안 하는 일이 없다. 무엇보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생기는 행복 그 자체이다. 한편, 사업을 승계하길 바라는 아버지의 뜻을 어기고 세진 그룹에서 7년을 근무한 진호는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성보에 입사하게 된다. 입사 2년 만에 성보 어패럴 부사장으로 부임한 그는 지금껏 본 적 없는 캐릭터인 정윤에게 첫눈에 반한다. 하지만 그녀의 철벽은 상상을 초월한다. 활짝 웃는 얼굴로 철벽을 치는 여자는 처음이었다. 진호는 회식 자리에서 그녀가 술에 취하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다음 날 눈을 뜬 그는 정윤이 자신을 집에까지 데려다줬다는 걸 알게 된다. 어느 날 함께 떠난 지방 출장길. 진호는 베스트 드라이버의 멋진 모습으로 정윤에게 어필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그 역시 진호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운전은 제가 하죠.’ 평일 한낮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정윤의 운전 실력은 카레이서를 방불케 한다. 사랑을 불신했던 남자와 사랑이 두렵기만 한 여자의 관계가 거미줄처럼 얽히기 시작한다.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에 갇힌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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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 봄

“저의가 뭐야?” 헤어진 첫사랑을 7년 만에, 그것도 새로운 직장의 상사로 만난 것도 실감나지 않는데.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 더 당황스럽다. “한재웅 씨가 현광그룹 대표는 아니잖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인플루언서는 더더욱 아니고.” “명색이 직장인데 자세히 알아봤어야지.” “헤드헌터씩이나 써 가면서 적임자를 구하는 쪽에서 할 일이야. 이름 정도는 확인했어야지.” “사보나 잘 만들어. 어설프게 아는 척하지 말고.” “누가 할 말을…….” 재웅은 생각지 못한 만남에 당혹했고, 이연은 그의 입에서 나오는 무례하고 모진 말에 분노했다. 이연은 다짐한다. “두고 봐, 모르는 사람처럼 대해 줄 테니까.” *** “헤어진 사람은 안 보고 사는 거야. 그게 룰이고 상식이야.” 재웅은 속 깊은 친구의 조언을 확신에 찬 말로 받아친다. “보든 안 보든 상관없어, 그게 헤어진 사람들이야.” 그녀가 어떻게 자신을 떠났는지 기억하고 있다. 놓치지 않으려 힘껏 움켜쥔 손을 비웃듯, 손가락 사이로 힘없이 스러지던, 마른 모래알 같던 그 느낌을. 재웅에게 그녀와의 재회는 그저 우연일 뿐이다. 돌아볼 것도, 흔들릴 이유도 없는. *** ‘빌어먹을!’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오래전 그날의 상처가 부글부글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고작 다른 사람의 말을 믿고 이별을 택한 이연에 대한 서운함이 밀려든다. 너란 여자는 기억에 없는 것처럼 굴기. 너를 제외한 모든 여자에게 친절하기. 줄지어 선 여자들과의 연애를 즐기기. 치졸하고 유치한 자신에게 욕설을 퍼부으면서도 재웅은 ‘있는 힘을 다해’ 이연을 자극한다. ‘왜 저러는 거야, 정말!’ 아픈 기억이 있다고 해서 사랑이 아닌 건 아니다. 사랑은 사랑으로 기억하고, 이별은 이별로 기억하려는 이연에게 예의 없는 재웅의 행동은 불쾌하다 못해 볼썽사납다. 못 본 척하고 싶다. 아니, 안 보고 싶다. 그런데 눈을 돌리는 모든 곳에 그가 있다. 이 여자, 저 여자, 늘 새로운 여자와 함께 다니는 그를 볼 때면 창자가 꼬이는 것처럼 배가 뒤틀린다. ‘못났다, 정말.’ ‘못됐어!’ ‘유치해 죽겠어.’ 내내 혼잣말을 중얼대지만 눈은 어느새 재웅을 좇고 있다. *** 7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의 다시 ‧ 돌아 ‧ 보는 사랑, 다시 ‧ 돌아 ‧ 온 사랑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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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베로즈(Tuberose)

열세 살의 겨울밤. 진혁은 피투성이가 된 어머니와 함께 국도 한복판에 서 있던 지온을 만났다. 퍼붓는 폭설을 뒤집어쓴 채 공포에 질려 있던. 사람들은 함부로 지껄여 댄다. 진혁이 의지가지없는 지온을 동정하는 것이라고. 지온 역시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내가 그렇게 안쓰러워 보여?’ 진혁은 그런 그녀를 위로하거나 달래지 않는다. 그럴 마음도, 이유도 없다. 오히려 냉정한 눈빛으로 지온을 바라보며 말한다. ‘네가 미칠 만큼 좋아서 그러는 것뿐이야. 가져도, 가져도 더 갖고 싶어지거든.’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면, 동정을 받아 마땅한 건 오히려 진혁 자신이다. 진혁에게 그녀는 결코 가여운 여자가 아니다. 위험하기까지 한 쾌락을 욕망하게 하는,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게 하는 완벽한 여자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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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즈 이즈(As Is)

무려 7년짜리 연애였다. 그동안 연인은 스타 작가가 됐고, 한 달에 한 번 겨우 볼 수 있는 사람이 됐다. 더는 자신을 힘든 시간 속에 방치하고 싶지 않았던 서형은 끝내 이별을 고했다. -영화배우 한예린 씨와 시나리오 작가 석준호 씨가 결혼을 발표했습니다. 한예린 씨의 소속사는 한 씨와 석 씨가 1년 정도 사귀었으며……. 연인의 지난 1년은 서형의 그악스러웠던 1년과는 전혀 달랐을 것이다. 7년의 연애, 그리고 이별은 남겨진 서형의 삶을 난도질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4년이 지났다. 서형은 더 이상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이 기대되지 않았다. ……욱진을 만나기 전까진. “석준호라고 들어본 적 없어요?” “처음 듣는 이름이에요. 흔치 않은 성이네요.” 서형은 자신이 한예린의 얼굴을 검색해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게 될 줄은 몰랐다. “내가 알아야 하는 사람이에요?” 욱진의 말을 듣는 순간, 서형은 까닭 모를 안도감을 느꼈다. 조난당한 채 파도에 휩쓸려 다니다가 생각지 않은 뭍에 다다른 그런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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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여름

애인의 바람, 원하지 않는 결혼을 강요하는 작은아버지 내외. 은진에게 찾아온 이번 여름은, 습하고 불쾌한 계절이었다. ‘사랑이 그 둘 중 하나잖아. 인생의 귀인이든지 귀신이든지.’ 그러던 중, 장마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은진은 동기 준우와 재회한다. 아니, 우연처럼 그녀를 찾아온 사랑을 만났다. 은진은 제 말을 들어주는 준우의 뭉근한 눈빛이 좋았다. 그런 안정적인 눈빛을 가진 사람을 오랜만에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추적이는 빗소리를 들으며 술을 마시던 밤, 두 사람은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되리라는 걸 예감했다.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아니 부서질 대로 부서진 여름이, 청명하고 산뜻한 계절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 입술과 입술이 포개지는 소리가 빗소리를 닮았다. 물방울 위에 또 다른 물방울이 겹쳐지는 것처럼 달콤함이 더 큰 달콤함을 덧입는다. 그러려던 게 아닌데, 정말 그러려던 게 아닌데, 은진은 두 손으로 준우의 뺨을 감싸 쥔 채 실낙원에 숨어든 여인처럼 그의 입술을 훔쳤다. “지켜주신다면서요.” “너, 오늘 밤에 조심해야겠다.” 나직한 웃음과 부드러운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당기듯 아랫입술을 벌린 준우의 혀가 입안으로 밀려드는 순간 은진은 지탱할 곳이 필요한 것처럼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붙들었다. 달콤한 자극이 입안 구석구석 닿지 않은 곳 없이 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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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지는 사람

‘에두르지 않고 말씀드릴게요. 저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도서출판 예보의 대표 호정은, 두원그룹 부사장 윤재와의 맞선 자리에서 폭탄을 던졌다. 남자친구 형철의 결혼을 반대하는 가족으로 인해 억지로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다고. 그러니 이 만남은 절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박호정 씨가 솔직한 만큼 나도 솔직하게 얘기하죠. 나는 결혼이 필요한 사람이에요. 아내는 필요하지 않아요.’ 윤재는, 호정만큼이나 만만하지 않은 남자였다.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둔 호정은 형철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는 호정의 재산만을 보고 그녀에게 결혼 후 이혼할 것을 종용한다. 호정이 배신감에 치를 떨며 반대하자 형철은 그녀를 스토킹하기 시작하는데……. “호정 씨는 잘못 없어요. 우리는 어리석은 선택을 했던 것뿐이지 글러 먹은 짓 같은 건 하지 않았어요.” “윤재 씨 말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동아줄 같네요.” “썩은 동아줄은 아니니까 꽉 잡아요, 그래도 돼요.” 사랑에, 사람에 배신당한 호정에게 윤재는 아무렇지 않은 듯 손을 내민다.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고. 그 또한 같은 상처가 있기에 다 이해한다고. 동병상련에 근접한 감정 때문일까. 아니면 동지 의식 때문일까. 같은 아픔을 품고 살아가는 그 사람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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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처

속물적인 아버지의 반대로 생이별해야 했던 이준과 지안. 사랑의 도피를 했던 두 사람을 폭행으로 응징했던 아버지로 인해 이준은 만신창이가 되고, 지안은 이준을 지키기 위해 그와의 헤어짐을 택한다. 욕심이 득시글한 그녀의 아버지는 돈 때문에 원하지 않는 결혼을 강요하는데……. 지안은 결국 직장도 내팽개치고 이준과의 추억이 가득한 석계로 도망친다. 그녀는 알지 못했다. 잠시 은신하려 했던 석계에서, 이준과 재회하게 될 줄은. “나는 네 연락, 기다렸다.” “내가 너한테 어떻게 연락을 해. 무슨 염치로.” “진짜 미안한 게 뭔지 알아? 네가 나를 기다리게 하는 짓이야.” 무심하게 던진 이준의 말이 애써 움켜쥐고 있던 그녀의 가슴에 파문을 일으켰다. 생생한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었다. 또 얼마나 아파하려고 이렇게 반가운 걸까. “네가 소중하지 않아서 그랬던 건 아니야. 나 때문에…….” “그런데 나, 이제 기다리는 거 그만하려고.”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잃어버리고, 계절을 잃어버렸을 뿐, 사랑을 잃은 적은 없었다. 두 사람 사이 멈추었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 지안과 이준은 여전히 같은 곳에 머물고 있는 자신들을 봤다. 지안은 그의 눈동자에 머무는 그녀를 봤고, 이준 역시 갇힌 것처럼 그녀의 눈동자에 머무는 자신을 봤다. 서서히 서로에게 가까워진 두 사람의 숨결이 엇갈리듯 빗나갔다. 지안과 이준은 뺨을 맞댄 채 새벽안개처럼 자욱한 숨을 내뱉었다. 이준을 올려다보는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는 지안의 뺨을 어루만지던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쓸어내렸다. “내 눈 안에 누가 있는지 봐.” 하아! 누가 내쉰 것인지 모를 탁한 숨소리가 허공으로 흩어지기도 전에 지안과 이준은 서로의 입술을 찾았다. 오크목의 단단한 조리대와 이준 사이에 갇힌 지안은 떨리는 손으로 그의 티셔츠를 붙들었다. 손을 뻗은 이준이 가스레인지의 불을 껐다. 그러고는 지안을 그대로 번쩍 안아 들었다. 견뎌온 그리움이, 그보다 더 고통스럽게 견뎌온 사랑이 봇물 터지듯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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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인드 오프(Bind off)

바인드 오프(Bind off) : 편물을 뜨는 내내 대바늘에 걸려 있던 모든 코를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과정. 손뜨개 디자인 브랜드 ‘보옥 당실’과 니트 브랜드 ‘아린’의 대표 준희. 그녀에게는 닿을 수 없는, 그리고 닿아서는 안 될 과거의 연인, 무찬이 있다. 준희는 눈을 감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집안의 반대라는 현실의 벽을 무릅쓰고, 이별을 염두에 둔 서글픈 동거를 했던 두 사람. 그들의 과거는 지나치게 행복하고, 지나치게 완벽했다. “기다리는 거, 그만하자.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행복하게 만나자.” 밀어내기에 바쁜 준희에게, 무찬이 먼저 다가섰다. 진심 어린 그의 두 눈을 바라보며, 준희는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무찬이 늘 자신보다 한발 앞서 걷는 사람이라는 걸……. 무엇보다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괜찮은 척 지내 온 시간이 연기처럼 흩어진다는 걸……. 참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발치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던 시간이었다. 서로를 위해, 그리고 모두를 위해, 잠시 그러는 것이 옳다고 여겨졌기에, 죽을힘을 다해 견뎌냈던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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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미

“성동그룹 정 회장 딸하고 혼인해라.” 난데없는 말에 지욱은 들고 있던 사기그릇을 떨어뜨렸다. 아버지가 새어머니의 손을 잡고 집으로 들어서던 그날 이후 처음으로 심장이 요동을 쳤다. “해요, 그 결혼.” “아는 사람하고 정략결혼을 하는 멍청이는 세상 어디에도 없어.” 그녀는 자신보다 훨씬 나은 남자를 만나야 한다. 인생의 무료함을 껌처럼 질근거리는 강지욱 따위에겐 결코 어울리지 않는 여자다. “나 같은 미친놈이랑 결혼을 한다고? 내 여자가 되는 순간, 너 역시 미친년이 되는 거야. 지옥에 떨어지는 거라고!” 미친년. 협박에 가까운 그의 말이 연우에겐 따 먹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금단의 열매처럼 느껴진다. 겁 없는 대답과 함께 연우는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지옥에도 길은 있겠지,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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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오후 네 시

“난 오후 네 시가 좋아.” “왜?” “체념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거든.” 뉴욕 셀럽들의 뮤즈로 인정받은 디자이너 신수현. 국내 브랜드 론칭을 위해 8년 만에 서울을 찾는다. 상실의 기억만이 가득한 곳. 하지만 잊지 못하는 그가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연애, 처음 해 봤어요? 구질구질하다 생각, 안 들어요?” “구질구질한 건 맞아. 나도 이런 현실이 더럽게 역겹다고 생각해.” “그쪽은 어떤지 모르지만 나한테 그쪽은 8년 전에 끝난 사람이에요.” “그쪽, 그쪽, 야무지게 지껄이네.” 수현이 미간을 찡그렸다. “난 끝내도 내가 끝내는 게 좋더라고.” “보란 듯 문 한번 발로 차고 나가요. 그럼.” “저깟 문짝이 얼마나 나간다고. 흠집을 내려면 값진 데다 내야지.” *** 계절이 바뀔 때마다 뉴욕을 찾았다. 먼발치에서 수현을 지켜보고 돌아선 건, 그녀가 더 먼 곳으로 달아날까 봐 두려워서였다. 끝내 헤어진 이유를 종용하는 그에게 수현이 말한다. “지건우, 네가 나한테 얼마나 역겨운 존재인지 알아? 네가 전준희 씨를 만나던 그 자리에 내가 있었어. 이 호텔이었지? VVIP 라운지.” 탁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널 VVIP 라운지에 들어올 수 있게 해 준 사람이 누굴까?” “네 사적인 얘기까지 할 필요 없어.” “닥치고 들어!” 수현이 자신도 모르게 흠칫한 건 이성을 상실한 것 같은 그의 눈빛 때문이었다. “널 VVIP 라운지에 들어올 수 있게 해 준 그 사람이 마련한 자리였어!” 그토록 맞춰지지 않던 퍼즐의 조각을 채워 넣은 건우가 나직하게 욕설을 내뱉었다. *** “우리, 1년만 연애할래?” 먼저 연애를 제안한 사람답지 않게 수현에게선 늘 서늘한 거리가 느껴진다. 어느 무엇도 스며들지 못하는 유리벽 같다. “난 오후 네 시가 좋아.” “왜?” “체념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거든. 오후 한두 시쯤 불안감이 밀려들어. 이렇게 하루를 허비하면 안 되는데, 하면서. 그러다가 오후 네 시가 되면 그 긴장이 확 풀어져. 그래, 오늘은 끝난 거야, 내일부터 시작하면 돼.” 먼 하늘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린다. “체념이라는 게 나쁘지만은 않아.” “그만큼 체념했으면 됐어, 그만해도 돼.” 제 자신에게조차 해 본 적 없는 건우의 말이 그녀를 당황하게 만든다. 건우를 위해 잠시 곁에 머물려는 그녀와 그런 그녀의 마음을 놓치지 않으려는 건우. 두 사람의 동상이몽 속에서 그토록 모호하던 퍼즐의 조각들이 맞춰져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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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감정의 잔향

집 근처 골목 안에 작은 카페가 문을 열었다. 간판 대신 ‘당신의 어제’라는 푯말이 달린. 친구와 함께 카페 앞을 지나던 문주는 밖으로 나온 카페 주인과 눈이 마주친다. “서문주?” 정운은 반가움을 감추지 못하고, 문주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들어와, 차 한 잔 마시고 가.” 스물세 살의 짝사랑은 결코 아프지 않았다. 정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기쁘고 행복했다. 다만 그 행복한 마음을 친한 친구들에게 털어놓은 게 실수였다. 문주의 짝사랑 이야기를 누구보다 잘 들어주던 혜원이 다른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는 것이다. ‘사실 정운 오빠하고 나하고 잘돼 가고 있는 중인데, 문주가 눈치 없이 자꾸 그래서 많이 힘들어.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겠지만 많이 속상하고 슬퍼.’ 졸지에 친구의 남자를 욕심내는 나쁜 년이 돼 버린 자신. 그 당혹감과 수치심은 오랫동안 문주를 따라다녔다. 친했던 친구들을 잃고 난 뒤에도. * * * 정운은 아침저녁으로 카페 앞을 지나는 문주를 흐뭇한 눈으로 바라본다. 가장 정직하게 가장 진솔하게 사랑을 꿈꾸던 무렵, 그녀에게 좋은 감정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무렵 문주에게 고백을 하지 못한 건 그녀의 친구에게 들은 말 때문이었다. ‘문주, 오빠 때문에 되게 힘들어해요. 오빠 때문에 친구들하고 크게 다퉜거든요.’ 아쉬움으로 남은 사랑의 기억이지만 정운은 그녀를 위해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 * *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문주는 출퇴근길에 정운의 카페를 지나갈 수밖에 없다. 모르는 척 그 앞을 지나갈 때면 카페 문이 열릴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이사를 가야 해, 이사를…….’ 하지만 영혼을 은행에 저당 잡힌 자신이 꿀 수 있는 꿈이 아니다. 엎친 데 덮친다고 했던가. 헤어진 전남친 형민이 그녀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회사 앞으로, 집 앞으로. ‘미안해, 내가 죽을죄를 지었어. 눈에 뭐가 씌었었나 봐. 다시 시작하자, 우리.’ 형민이라면 넌덜머리가 나는 문주는 그를 피하기 급급하다. 한편 자신과 거리를 두는 문주를 아쉬워하던 정운은 그런 그녀의 ‘가짜 남자친구’를 자청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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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비스(Abyss)

어떤 심연은 사람을 질식하게 한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아득한 깊이를 헤어나올 수 없다. 한 사람을 사랑했던 까닭에 그 아득한 심연에 갇힌 채 살아야 했던 여자, 마리. 그런 그녀에게 두 번째 사랑이 찾아왔지만, 자꾸만 망설이게 된다. “별일 아니에요, 그래서 연락 안 한 거고.” “별일이든 아니든 설명부터 해.” “그럴 만한 일이 있었나보다, 그렇게 믿어주면 안 돼요?” 이런 순간마다 현민은 실감한다. 자신이 그녀를 더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래서 내가…….” 연애 같은 건 하지 않겠다고 했잖아요. 현민은 그녀의 입에서 나올 말이 어떤 건지 잘 알았다. 그로서는 결코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알았으니까 그만해.” 누군가를 더 사랑하는 건 치명적인 약점이 되고 골칫거리가 되기도 한다. 빌어먹게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결코 그만두지 못하는 짓거리. 더 많이 사랑한다는 건 그런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심연 속으로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버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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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시크릿

8년 전. 지완은 아내의 불륜으로 짧은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입은 그는 얼음 같은 일벌레가 되어 간다. 사람도, 세상도 안중에 없는. 지원은 그런 사촌 오빠에게 비슷한 처지에 놓인 유영을 소개한다. ‘부모님은 안 계시고 친척 집에 얹혀살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나 봐. 애가 예뻐. 대학 4학년짜리 돈 좀 있는 망나니가 눈독을 들였나 봐. 스물두 살밖에 안 된 애를 가지고 논 거지. 아주 더러운 놈이더라고. 그 애를 두고 친구들하고 내기를 했대. 먼저 건드리는 놈이 스포츠카를 받기로. 상상이 되니? 이 자식 저 자식한테 한 번만 하자, 한 번만 자자, 그런 소리를 듣게 된 걔 마음이 어떨지. 아무튼 너만큼 딱하고 너만큼 세상이 싫은 애야. 바람 쐬는 기분으로 만나나 봐.’ *** “얘기 들었어.” “네?” 당황스러울 정도로 훅하고 들어오는 그의 말에 유영은 선뜻 할 말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당황스러움은 이내 까닭 모를 안도감으로 바뀌었다. “나에 대해 어디까지 들었지?” “그게…….” “들을 만큼은 들은 모양이군.” “죄송해요.” “피차 죄송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규격에 맞춰 칼로 자른 듯 모든 것이 명확하게 느껴지는 남자였다. “이름, 안 알려 주셨어요.” “강지완.” 지완은 뱃속에서부터 들끓어 오르는 절망을 삼키고 있을 그녀를 바라봤다. 마치 아주 오랜만에 거울 앞에 선 기분이었다. *** 유영의 몸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지완이 몸을 포개오자 유영은 자연스럽게 그의 등을 두 팔로 감싸 안았다. “그만두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얘기해.” 유영이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잊고 싶어요.” 지완은 그녀의 눈동자에 어리는 물기를 봤다. 참는 일에 익숙한 듯 이내 유영의 눈이 자신을 올려다보며 수줍게 웃었다. “잊어.” 그는 탐스러운 가슴을 두 손 가득 그러쥔 채 유영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 유영의 눈가에 눈물이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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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칭 모놀로그

“나하고 결혼해.” 양부의 학대 속 지옥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는 고운. 어느날 자신과 앙숙 관계인 윤오가 임시로 결혼할 상대를 구한단 소식을 듣고 그녀는 그가 자신의 동아줄임을 깨닫는다. “부담 없이 결혼했다가 부담 없이 헤어질 여자가 흔하지는 않아. 그렇게 생각 안 해?” “네가 왜 그 엿 같은 짓에 끼어들려고 하는지 설명부터 해 봐.” “나도 너만큼 엿 같은 상황이야. 이쯤 얘기하면 된 거지?” 윤오는 난데없지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아들인다. 마침내 결혼으로 도망친 두 사람은 서로가 가진 상처를 알게 되는데. “도구로 태어나서, 도구처럼 키워진 내가 세상에서 가장 가엾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 “널렸거든.” 두 사람은 결혼 동맹을 통해 자유가 되길 열망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를 향해 열기 어린 눈을 띠게 된다. *** “지옥을 왜 지옥이라고 하는지 알아?” “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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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좀 보자

모두가 칭송해 마지않던 선배, 권도희. 그런 그녀를 쟁정한 눈길로 보던 단 한 사람, 후배 장재혁. 이제 가진 거라곤 과거의 영화뿐인 도희에게는 도무지 그를 선점할 무언가가 없다. ‘선배’라는 무력한 무기밖에는. “나 좀 보자.” 파릇하고 잘나가는 후배들이 노골적으로 그에게 들이댈 때, 지나가듯 던지는 한마디. 나 좀 보자, 장재혁. “많이 봐 둬.” 속셈이 빤하면서 아닌 척하는 도희를 더는 봐줄 마음이 들지 않았다. “도망칠 생각 마.” 키스만으로 절정에 다다른 그날부터, 두 사람의 관계는 재설정되었다. 완벽하게 역전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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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미

“성동그룹 정 회장 딸하고 혼인해라.” 난데없는 말에 지욱은 들고 있던 사기그릇을 떨어뜨렸다. 아버지가 새어머니의 손을 잡고 집으로 들어서던 그날 이후 처음으로 심장이 요동을 쳤다. “해요, 그 결혼.” “아는 사람하고 정략결혼을 하는 멍청이는 세상 어디에도 없어.” 그녀는 자신보다 훨씬 나은 남자를 만나야 한다. 인생의 무료함을 껌처럼 질근거리는 강지욱 따위에겐 결코 어울리지 않는 여자다. “나 같은 미친놈이랑 결혼을 한다고? 내 여자가 되는 순간, 너 역시 미친년이 되는 거야. 지옥에 떨어지는 거라고!” 미친년. 협박에 가까운 그의 말이 연우에겐 따 먹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금단의 열매처럼 느껴진다. 겁 없는 대답과 함께 연우는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지옥에도 길은 있겠지,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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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시(白視)

사랑했던 여자친구의 배신으로 생명의 갈림길에 선 이든. 가까스로 탈출해 외딴집에 도달하고, 그곳에서 오랜 기간 감금된 채 살아가던 서정을 만난다. 이든을 이미 알고 있다는 서정의 말에 그는 어렴풋한 기억을 떠올린다. 눈보라 속 백시(白視) 현상과 같은 상황에서, 이든과 서정은 서로를 의지하며 위기를 헤쳐 나가는데……. * “저 강이든 씨를 알아요. 아니, 만났던 적이 있어요. 우리 구면이라고요.” “날 안다고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미간을 찡그리는 이든에게 그녀가 속사포처럼 빠르게 말했다. “나는 이곳에 감금돼 있어요. 오늘이 67일째예요. 이곳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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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고등학생인 주연은 1년 선배인 석훈을 짝사랑한다. 사격 선수 출신의 석훈은 또래 여학생들에겐 연예인급 인기를 누리는 모두의 ‘오빠’이다. 홍역을 앓듯 시작된 짝사랑은 주연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계속된다. ‘잊어야지.’ ‘그만 끝낼 거야.’ 다짐하는 순간, 거짓말처럼 석훈에게서 연락이 오곤 했다. ‘생일이라며? 잘 챙겨 먹어.’ 무심하기까지 한 짧은 메시지 덕분에 그만두려 애쓰던 사랑이 더 깊어지고 만다. *** 유통 회사 대표의 아들이자 사격 선수 출신의 석훈은 여학생들 사이에서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린다. 하지만 불륜을 저지른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누명을 씌우고 이혼을 하는 일련의 일을 통해 석훈의 피해의식과 열등감은 극에 달한다. 절망과 분노에 시달리던 그의 눈에 들어온 건, 사물함 건너편에서 자신을 훔쳐보는 커다란 눈망울의 주연이었다. 어쩐지 저 아이만큼은 진심일 것 같은 ‘믿음’이 생겨 버렸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표현하기엔 갈기갈기 찢긴 상처의 흔적이 깊기만 하다. *** ‘의미 있는 선물이야.’ 대학 졸업을 앞둔 주연에게 석훈은 손톱깎이를 선물했다. “의미를 제대로 선물하셨지.” 주연은 손톱을 깎을 때마다 석훈을 떠올렸다. 방심하는 사이 자라난 손톱을 내려다볼 때마다, 깎아 내기 무섭게, 잘라 내기 무섭게 자라나는 사랑이 보이기도 했다. *** 어느덧 서른두 살이 된 주연은 삼아 물산의 기획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대학 졸업과 함께 길고도 오랜 짝사랑의 끝을 내려던 그녀는 석훈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서 8년째 근무하고 있다. 현재의 주연은 그녀 자신의 사랑에 매우 충실하다. 여전히 석훈을 사랑하고 있지만 그 사랑에 집착하지 않으려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경상남도 사천으로 출장을 다녀오던 두 사람은 뜻밖의 상황을 대면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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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네가 있는 그곳

12월, 부모님의 산소에 다녀오던 차현은 인적이 드문 길에 멈춰서는 SUV를 본다. 차에서 내린 남자가 보조석의 문을 열고 안에 있던 여자를 끌어내 사정없이 바닥에 밀어 던진다. 여자의 등 위로 가방이며 휴대폰 따위가 사납게 던져진다. 차현은 비틀대며 바닥에서 일어서는 여자를 돕게 되고, 낯선 길 위에서 개 같은 이별을 당한 준희는 낯선 남자의 호의를 받아들인다. 그의 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온 준희에게 차현은 연락처를 물으려고 하지만, 어긋난 타이밍으로 인해 두 사람은 그렇게 헤어진다. 이후, 준희는 2년째 서너 달에 한 번꼴로 강원도 상천을 찾는다. 그를 한 번만이라도 다시 보길 바라며.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두 사람은 한눈에 서로를 알아본다. ‘한 번은 보고 싶었어요.’ ‘사실은 나도 그랬어요.’ 준희가 더러 상천을 찾던 것처럼, 차현 역시 언젠가 그녀를 내려줬던 동네를 찾곤 했던 것이다. 설명할 수 없는 그리움을 떨쳐내지 못하던 두 사람은 기적 같은 재회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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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혹

태하와 도연은 캠퍼스 커플로 만나 7년 동안 연애를 하고 결혼했다. 그리고 2년 만에 이혼을 했다. 이혼의 이유는 복잡다단하다. 악의는 없으나 지구력이 뛰어난 시누이의 끝없는 간섭과 경계가 모호한 이간질. 절반의 악의와 절반의 오지랖을 가진 친구의 계략. 뭉뚱그려서 ‘좁힐 수 없는 성격 차이’라고 말하곤 하지만 분명한 건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서 헤어진 건 아니다. 이혼은 태하에게도 도연에게도 매우 극단적인 영향을 끼쳤다. 모르는 사람처럼 살아가던 두 사람이 3년 만에 조우한다. 재회치고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비가 퍼붓는 길을 지나다 어깨가 부딪친 것이다. 걸어서 4분 거리에 있는 직장.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집. 태하와 도연은 자신들이 그토록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에 쓴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어제까지는 ‘모르는 듯 살았던’ 두 사람은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 구겨져 버린 자신들의 ‘과거’와 재회한다. 3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돌아볼 수 있는 과거는, 애잔하고 답답하고 안타깝다. 그리고 그 3년이 지나는 동안 달라진 내적인 모습은 서로를 현혹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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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결혼

#1. 7년 전, 온주와 상묵은 결혼했다. 양가 부모님들의 정략에 의한 결혼이었다. 온주와 상묵에겐 성정마저 비슷한 새어머니가 있었다. 그녀들이 정략결혼의 대가로 내어놓은 조건은 그들의 ‘자유’였다. 결혼만 한다면 어떻게 살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법적인 부부가 된 두 사람은 서울에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명절에 고향 집에 내려올 때나 서로 얼굴을 보는 사이이지만, 둘은 서로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이다. #2. 패션 이데아 JM의 본부장 장민혁은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반사회적 정서를 가진 남자이다. 직원들에겐 늘 젠틀하고 좋은 모습으로 대하지만, 그는 슈퍼모델 출신의 온주가 제 여자가 될 거라는 걸 확신하고 있다. 어느 날, 회사를 옮기게 된 상묵은 법적인 아내인 온주에게 연락을 한다. ‘가족관계 확인서를 떼려면 어떻게 해야 해?’ ‘결혼한 거 표시 안 나게 발급받을 수 있어.’ 온주가 근무하는 회사의 신관 빌딩으로 출근하게 된 상묵은 자신의 집을 그녀와 함께 구하러 다니면서 이전보다 온주와 자주 마주친다. 한편 자꾸만 자신을 거절하는 온주에게 분노를 느낀 장민혁의 돌발적인 행동으로 인해 상묵이 온주를 지키러 나서고, 두 사람은 생각지 못한 감정을 깨달아 간다. 상묵과 온주는 상처의 그림자마저도 닮은 서로에게 빠져들기 시작하는데……. *해당 작품의 외전은 2022년 3월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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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 않는 습관

#1. 섹스만 하는 사이 ‘승전 그룹 마 회장 둘째 아들과 결혼해라.’ 아인은 주식회사 미가 대표인 계부에 의해 정략결혼을 하게 된다. 끝내 자신의 편이 될 줄 알았던 어머니의 진심은 그녀를 절망하게 한다. ‘네가 누구 덕분에 이만큼 살았는지 모르는 거니? 아버지가 하라는 대로 해.’ 스스로를 행복한 사람이라고 여겼던 아인은 하루아침에 ‘버리는 카드’로 전락한다. 그건 그녀와 결혼을 한 진혁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략결혼은 세 형제 중 가장 신통찮은 그의 존재를 드러내는 잔인한 계기가 된다. 절반의 절망과 절반의 울분 속에서 정략결혼을 한 진혁과 아인에게 섹스는 유일한 감정의 돌파구이다. #2. 모두가 아는 사이 진혁과 아인이 쇼윈도 부부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진혁의 비서 소현은 그의 오래된 친구이자 아인의 1년 선배이다. 진혁과 결혼을 하게 될 거라 확신했던 소현에게 그의 정략결혼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결혼이 어느 순간 끝날 ‘허상’이라는 걸 아는 소현은 대놓고 아인을 업신여긴다. 시댁 식구들 역시 아인을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은 없다. 그들에게 아인은 정략결혼에 팔려 온 가소로운 존재일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합의적으로 섹스만 하는 사이를 유지하던 진혁과 아인 사이에 서서히 생겨나는 미묘하고도 깊은 감정을. #3. 사랑하지 않는다는 다짐이 무너지는 사이 진혁은 안간힘을 다해 정략결혼 포지션을 지키려는 아인에게 일말의 연민을 느끼기 시작한다. 제 편이라고는 한 사람도 없는 아인은 승전 그룹 안에서 발톱을 잔뜩 세운 맹수처럼 군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잠든 모습이 얼마나 고단하고 외로운지 진혁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아인 역시 고열로 끙끙대는 순간에도 돌보는 이 없는 진혁의 짙은 외로움을 본다. 연민과 애틋함 그리고 일말의 동질감. 깊어 가는 감정은 두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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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생인연

우경은 범종이 울리는 것 같은 웅장한 소리를 들었다. 해가 저문 산길에 접어든 것 같이 사위가 캄캄해지는 것 같더니 한 여자의 얼굴만이 또렷하게 보였다. 민들레 홀씨 같은 여자를 보는 순간, 환하다 못해 눈이 부신 그녀의 미소를 본 순간, 살아온 모든 시간을 잊은 것처럼 머릿속이 텅 비고 말았다. 깨끗하다는 말이, 맑고 청순하다는 말이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들어맞는 여자였다. 그런 자신이 입김만 세게 불어도 날아갈 것 같은 여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아주 오랫동안 이런 여자를 기다려온 것처럼. 그는 아쉬운 눈으로 맥주잔을 쳐다보는 윤하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뻔한 결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 여전해요?” “네.” “그 결혼, 나하고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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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 봄

“저의가 뭐야?” 헤어진 첫사랑을 7년 만에, 그것도 새로운 직장의 상사로 만난 것도 실감나지 않는데.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 더 당황스럽다. “한재웅 씨가 현광그룹 대표는 아니잖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인플루언서는 더더욱 아니고.” “명색이 직장인데 자세히 알아봤어야지.” “헤드헌터씩이나 써 가면서 적임자를 구하는 쪽에서 할 일이야. 이름 정도는 확인했어야지.” “사보나 잘 만들어. 어설프게 아는 척하지 말고.” “누가 할 말을…….” 재웅은 생각지 못한 만남에 당혹했고, 이연은 그의 입에서 나오는 무례하고 모진 말에 분노했다. 이연은 다짐한다. “두고 봐, 모르는 사람처럼 대해 줄 테니까.” *** “헤어진 사람은 안 보고 사는 거야. 그게 룰이고 상식이야.” 재웅은 속 깊은 친구의 조언을 확신에 찬 말로 받아친다. “보든 안 보든 상관없어, 그게 헤어진 사람들이야.” 그녀가 어떻게 자신을 떠났는지 기억하고 있다. 놓치지 않으려 힘껏 움켜쥔 손을 비웃듯, 손가락 사이로 힘없이 스러지던, 마른 모래알 같던 그 느낌을. 재웅에게 그녀와의 재회는 그저 우연일 뿐이다. 돌아볼 것도, 흔들릴 이유도 없는. *** ‘빌어먹을!’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오래전 그날의 상처가 부글부글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고작 다른 사람의 말을 믿고 이별을 택한 이연에 대한 서운함이 밀려든다. 너란 여자는 기억에 없는 것처럼 굴기. 너를 제외한 모든 여자에게 친절하기. 줄지어 선 여자들과의 연애를 즐기기. 치졸하고 유치한 자신에게 욕설을 퍼부으면서도 재웅은 ‘있는 힘을 다해’ 이연을 자극한다. ‘왜 저러는 거야, 정말!’ 아픈 기억이 있다고 해서 사랑이 아닌 건 아니다. 사랑은 사랑으로 기억하고, 이별은 이별로 기억하려는 이연에게 예의 없는 재웅의 행동은 불쾌하다 못해 볼썽사납다. 못 본 척하고 싶다. 아니, 안 보고 싶다. 그런데 눈을 돌리는 모든 곳에 그가 있다. 이 여자, 저 여자, 늘 새로운 여자와 함께 다니는 그를 볼 때면 창자가 꼬이는 것처럼 배가 뒤틀린다. ‘못났다, 정말.’ ‘못됐어!’ ‘유치해 죽겠어.’ 내내 혼잣말을 중얼대지만 눈은 어느새 재웅을 좇고 있다. *** 7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의 다시 ‧ 돌아 ‧ 보는 사랑, 다시 ‧ 돌아 ‧ 온 사랑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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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쉐, 크로쉐

세혁은 백화점의 대표가 되면서 사람이라는 존재를 경계하게 됐다. 여자들은 윤세혁의 아내가 아니라 대표의 아내가 되려고 했고, 친했던 친구들은 세혁의 이름을 팔아 인맥의 도구로만 이용하려 했다. “사람을 잘못 골랐어. 너 같은 애들은 역겨울 정도로 많이 봐서 말이야.” 그래서였다. 오랜만에 만난 대학 후배 린아가 자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을 때, 세혁은 그녀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독설을 퍼부어댔다. 그녀가 눈물이 가득한 눈을 하고 신발을 던진 이유를 그때까진 몰랐다. “귓구멍이 부족해서 다 못 들었어? 서린아, 데이트 폭력 때문에 인생 망했어.” 린아는 고작 몇 달 사귄 남자친구 때문에 십여 년을 고통받고 있었다. 정신적 고통과 불안을 뜨개질로 달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실히 살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자신이 다시 한번 상처를 준 것이었다. 전말을 듣게 된 세혁은 진심으로 사과하기 위해 그녀의 손뜨개 공방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주한 것은 여전히 그녀를 괴롭히고 있는 그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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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반(反)하다

“어느 날 내가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 될까 봐 겁이 나요.” “내가 네 곁에 있는 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첫 번째, 도피처가 필요했던 선우와 무료했던 하준이 만났다. 두 번째, 은밀한 장소를 공유한 두 사람에게 비밀이 생겼다. 세 번째, 미혼모의 몸으로 선우를 낳아 키운 엄마가 죽었다. 계절이 바뀌는 방학마다 선우는 가진 것들을 하나씩 잃었고 하준은 세상에 홀로 남겨진 그녀의 곁을 흔들림 없이 지켰다. “사라지는 게 무서워, 지금도.” “슬픔도 불안도 너의 한 부분이야. 네 모든 걸 사랑해.” 모든 것이 사라지고 끝내 자신마저 잃어버릴까 불안해하는 선우. 모든 걸 뒤로하고 변함없이 같은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하준. “너는 나를 떠나지 않아, 어떤 순간에도.” “난 박하준만 있으면 돼.” “내가 그렇게 두지 않아.” 두려움의 단단한 껍질을 깨뜨린 그녀와 긴 기다림을 내려놓은 그의, 전부를 건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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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닉

베스트셀러 작가인 제인은 십여 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런 그녀를 찾아온 과거의 인연, 선준무. "여긴 어떻게 알았어?" 한때 서로만을 보듬어 의지하던 연인이었으나, 그들의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가족의 반대로 먼 이국땅으로 보내진 제인은 그와 마주하지 않으려 애쓴다. 그러나 돌고 돌아 결국 그일 수밖에 없는 것을, 그녀의 마음이 그만을 담는 것을 깨달은 제인은 다시 용기를 낸다. *** 사랑하다가 헤어지고, 자연스럽게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하는 보통의 사랑과는 거리가 멀었다. 동물 중에는 세상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이 마주친 존재를 제 보호자로 믿어 버리는 것들이 있다고 했다. 그들의 본능이 그렇다고 했다. 제인에게는 준무가 그랬다. 제인에게 준무는 그녀가 세상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을 마주친 존재 같았다. 본능적으로 믿어 버리게 되고, 본능적으로 사랑하게 된 그런 존재 말이다. "전화 안 하면 내가 할 거야. 안 받으면 받을 때까지 걸 거고."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후회? 그만큼 했으면 됐잖아. 그만하고 싶어.” “밀어내도 안 갈 거야, 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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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베로즈(Tuberose)

열세 살의 겨울밤. 진혁은 피투성이가 된 어머니와 함께 국도 한복판에 서 있던 지온을 만났다. 퍼붓는 폭설을 뒤집어쓴 채 공포에 질려 있던. 사람들은 함부로 지껄여 댄다. 진혁이 의지가지없는 지온을 동정하는 것이라고. 지온 역시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내가 그렇게 안쓰러워 보여?’ 진혁은 그런 그녀를 위로하거나 달래지 않는다. 그럴 마음도, 이유도 없다. 오히려 냉정한 눈빛으로 지온을 바라보며 말한다. ‘네가 미칠 만큼 좋아서 그러는 것뿐이야. 가져도, 가져도 더 갖고 싶어지거든.’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면, 동정을 받아 마땅한 건 오히려 진혁 자신이다. 진혁에게 그녀는 결코 가여운 여자가 아니다. 위험하기까지 한 쾌락을 욕망하게 하는,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게 하는 완벽한 여자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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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점

실연의 상처를 잊기 위해 일본으로 떠난 그녀, 한유민.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난관에 봉착한다. 시동이 꺼진 렌트카, 아무도 없는 도로, 위협적으로 쏟아지는 눈. 그렇게 난감해하던 그 순간, 한 남자를 만났다. “구면이네요, 우리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것 같은데.” 눈물 나게 반가운 한국말의 주인은 비행기 옆자리부터 따라온 인연이었다. 그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난 유민은 차가운 겨울만큼 뜨거운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그런데 그 하룻밤이, 돌아온 현실에까지 이어질 줄이야. “그날 그렇게 가버려서 많이 서운했어요.” 다시 만난 남자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다. 속을 알 수 없는 그의 스카우트 제안, 복잡하게 얽힌 과거의 연인, 점점 기울어지는 마음.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과연 그녀는, 상처를 이겨내고 새로운 시작점을 맞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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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처럼 오늘도 너를

“오빠는 왜 연애 안 해요?” “글쎄.” “친구 동생은 여자친구로는 별로겠죠?” 그녀처럼 사랑스러운 존재는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재욱에게 절대 넘을 수 없는 절망과도 같았다. 세명그룹 회장의 막내딸, 박윤형. 그녀는 오빠의 친구인 재욱을 보자 한눈에 반한다. 누가 봐도 사랑스러운 그녀의 애정 공세에 재욱이라고 버틸 리 만무하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현실을 직시할 줄 아는 그는 윤형을 끝내 거절한다. “내가 재벌 딸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 “나는 내 현실을 바꾸지 못하고, 너 역시 네 현실을 바꾸지 못해. 그래서 현실인 거야.” 8년 뒤. 자신의 잘못을 알게 된 재욱은 윤형의 외면 속에서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그녀의 곁을 지키는데…. “이용할 수 있을 때 이용해. 기회를 잃어버린 뒤에 나처럼 후회하지 말고.” 자신을 이용하라는 재욱의 말에 윤형은 흔들리게 된다. *** “참고 있었던 것뿐이야. 잠깐 동안이라도 너한테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서.” 그는 제 품을 빠져나가려는 윤형의 허리를 두 팔로 끌어안았다. 꼼짝없이 재욱에게 안긴 윤형이 고개를 돌렸다. “무슨 시간이 필요한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시간.” “그런 건….” 흐읍, 하는 소리를 내며 그녀의 입술이 재욱에게 삼켜졌다. 탐스러운 입술을 물어 당기던 재욱이 붉은 혀를 깊숙이 밀어 넣었다. “으, 으응….” 거칠어진 그의 숨결과 새된 숨을 헐떡이는 윤형의 숨결이 둘의 혀를 교미하는 뱀의 몸뚱이처럼 얽히게 했다. 머뭇거림도, 서투름도 찾아볼 수 없는 격렬한 키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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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가족들을 따라 미국으로 간 공간 디자이너 하나. 뛰어난 재능과 감각으로 리폼 전문가로서 이름을 날리는 하나에게 입사 제안이 들어온다. 그것도 파격적인 조건과 함께. ‘하나야, 모든 공간이라고 들어봤어?’ ‘모든 공간? 처음 들어봐. 유명한 곳인가 봐.’ ‘디자이너 유닛(Unit)이야.’ ‘한국에도 그런 곳이 있단 말이야?’ 얘기만 들어도 설레는 제안에 하나는 두말없이 짐을 싸 한국으로 직행했다. 듣자하니 대표도 멋진 사람인 거 같아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헤어진 전남친 박도현이 모든 공간 대표란다. *** “그렇게 하품을 하다가 연하 남친하고 마주치면 어쩌려고 그래.” “내가 알아서 해, 그건.” 예상대로 박도현을 만나면 꼭 이렇게 된다. 역시 어떻게든 마주치지 않는 게 최선이라 열심히 피해 다니려 했는데. “내가 잘못한 거 맞아.” "미안해." 이렇게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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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 봄 외전

“저의가 뭐야?” 헤어진 첫사랑을 7년 만에, 그것도 새로운 직장의 상사로 만난 것도 실감나지 않는데.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 더 당황스럽다. “한재웅 씨가 현광그룹 대표는 아니잖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인플루언서는 더더욱 아니고.” “명색이 직장인데 자세히 알아봤어야지.” “헤드헌터씩이나 써 가면서 적임자를 구하는 쪽에서 할 일이야. 이름 정도는 확인했어야지.” “사보나 잘 만들어. 어설프게 아는 척하지 말고.” “누가 할 말을…….” 재웅은 생각지 못한 만남에 당혹했고, 이연은 그의 입에서 나오는 무례하고 모진 말에 분노했다. 이연은 다짐한다. “두고 봐, 모르는 사람처럼 대해 줄 테니까.” *** “헤어진 사람은 안 보고 사는 거야. 그게 룰이고 상식이야.” 재웅은 속 깊은 친구의 조언을 확신에 찬 말로 받아친다. “보든 안 보든 상관없어, 그게 헤어진 사람들이야.” 그녀가 어떻게 자신을 떠났는지 기억하고 있다. 놓치지 않으려 힘껏 움켜쥔 손을 비웃듯, 손가락 사이로 힘없이 스러지던, 마른 모래알 같던 그 느낌을. 재웅에게 그녀와의 재회는 그저 우연일 뿐이다. 돌아볼 것도, 흔들릴 이유도 없는. *** ‘빌어먹을!’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오래전 그날의 상처가 부글부글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고작 다른 사람의 말을 믿고 이별을 택한 이연에 대한 서운함이 밀려든다. 너란 여자는 기억에 없는 것처럼 굴기. 너를 제외한 모든 여자에게 친절하기. 줄지어 선 여자들과의 연애를 즐기기. 치졸하고 유치한 자신에게 욕설을 퍼부으면서도 재웅은 ‘있는 힘을 다해’ 이연을 자극한다. ‘왜 저러는 거야, 정말!’ 아픈 기억이 있다고 해서 사랑이 아닌 건 아니다. 사랑은 사랑으로 기억하고, 이별은 이별로 기억하려는 이연에게 예의 없는 재웅의 행동은 불쾌하다 못해 볼썽사납다. 못 본 척하고 싶다. 아니, 안 보고 싶다. 그런데 눈을 돌리는 모든 곳에 그가 있다. 이 여자, 저 여자, 늘 새로운 여자와 함께 다니는 그를 볼 때면 창자가 꼬이는 것처럼 배가 뒤틀린다. ‘못났다, 정말.’ ‘못됐어!’ ‘유치해 죽겠어.’ 내내 혼잣말을 중얼대지만 눈은 어느새 재웅을 좇고 있다. *** 7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의 다시 ‧ 돌아 ‧ 보는 사랑, 다시 ‧ 돌아 ‧ 온 사랑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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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사랑하다가

#1. 사랑을 믿지 않는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건 아니니까. ‘결혼에 관심 없습니다.’ 부사장 승진을 눈앞에 둔 정혁은 결혼에는 관심이 없다. 연애 역시 마찬가지이다. ‘촌스럽게 사랑은 무슨.’ 인정받는 콘텐츠 기획자인 준영에게 사랑은 ‘달갑지 않은’ 일이다. 비경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섬에 폭풍우가 휘몰아치던 날, 처마 끝에서 비를 피하던 준영은 정혁의 도움을 받게 된다. 폭우 덕분에 펜션 독채에서 일행과 함께 하룻밤을 보낸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서울로 올라온 정혁은 그녀에게 연락을 하고, 두 사람은 서로 사귀기로 합의한다. “가끔 만났으면 하는데, 신준영씨 생각은 어때요?” “여자가 필요해요?” 그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솔직한 준영에게 상당한 매력을 느꼈다. 정혁이 대답했다. “폭우 속에서 우연히 만난 어떤 여자에게 호감을 느꼈다고 해 두죠.” “두루뭉술한 관계는 어때요?” 준영은 고른 치열을 드러내며 웃는 그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다. #2. 깃털처럼 가볍게, 상처받지 않을 만큼 조금만. 준영은 사랑을 전제로 하지 않는 정혁과의 관계에 안정감을 느낀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섹스파트너라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는다. “가벼운 관계, 어떻게 생각해요? 난 그런 게 좋은데.” “나쁘지 않죠. 지나치게 가볍지만 않다면.” “지나치게 가볍다는 건 어떤 걸 말하는 거예요?” “적어도 좋은 감정 정도는 느끼는 게 옳다고 봐요.” #3. 함부로 사랑하다가……. 그러나 언제부턴가 준영은 약속을 잊은 것처럼 구는 그에게 선을 긋는다. ‘촌스럽게 굴지 마.’ 정혁은 그런 그녀의 말을 유연하게 받아넘긴다. ‘깃털 두 개만 얹을게.’ 함부로 사랑하다가, 진짜 사랑에 빠져 버린 두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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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네가 있는 그곳

#1. 그 겨울, 짧은 우연 12월, 부모님의 산소에 다녀오던 차현은 인적이 드문 길에 멈춰서는 SUV를 본다. 하루에 두 번 시외버스가 들어올 만큼 외진 곳이다. 차에서 내린 남자가 보조석의 문을 열고 안에 있던 여자를 끌어내 사정없이 바닥에 밀어 던진다. 여자의 등 위로 가방이며 휴대폰 따위가 사납게 던져진다. 차현은 비틀대며 바닥에서 일어서는 여자에게 다가선다. ‘괜찮아요?’ 낯선 길 위에서 개 같은 이별을 당한 준희는 낯선 남자의 호의를 거절할 처지가 못 됐다. 지갑은 없고, 휴대폰은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그의 친척 집에서 나흘을 머물렀다. 위로의 말을 건네는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닷새째 되는 날 그의 차를 타고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하얀 눈이 흩날리는 골목에서 그는 벗고 있던 점퍼를 벗어 준희에게 걸쳐 주었다. 연락처를 물으려는 순간 준희를 찾아다니던 친구와 언니가 나타나고, 멀어지는 그의 목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잘 지내요.’ #2. 잊히지 않는 사람, 깊어지는 그리움 ‘유준희, 너 또 강원도에 갔던 거야? 미치겠다, 정말!’ 준희는 서너 달에 한 번꼴로 강원도 상천을 찾는다. 벌써 2년째이다.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또렷하게 떠오르는 한 남자 때문이다. 왜 이런 마음이 드는 건지,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다. 그를 한 번만이라도 다시 볼 수 있다면…….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서 열린 업사이클링 페어에 참석한 차현과 준희는 한눈에 서로를 알아본다. 기적처럼 느껴지는 재회에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에게 차현이 말한다. ‘가끔 후암동에 들렀어요, 혹시 볼 수 있을까 해서.’ 준희가 더러 상천을 찾던 것처럼, 차현 역시 언젠가 그녀를 내려줬던 동네를 찾곤 했던 것이다. 설명할 수 없는 그리움을 떨쳐내지 못하던 두 사람은 기적 같은 재회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한 번은 보고 싶었어요.’ ‘사실은 나도 그랬어요.’ #3. 그 겨울, 네가 있던 그곳 차현은 그녀와 함께 상천을 찾는다. 그곳엔 만나지지 않는 준희를 그리워하는 동안 그가 오픈한 펜션이 있었다. 밤바다처럼 새까만 하늘에서 하얀 별무리가 너울대는. ‘차현 씨!’ 놀라서 어쩔 줄 모르는 그녀에게 차현이 말했다. ‘적어도 이곳에 올 때마다 당신을 생각할 순 있으니까.’ 그녀의 목소리에 떨림이 묻어났다.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해 본 적 있어요?’ ‘유준희라는 여자를 아주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은 해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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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둔 자리

“1년을 채우고 헤어지는 건 우스울 것 같아요. 작정하고 결혼했던 티를 내는 것 같잖아요. 넘치게 가고 싶어요, 부족하게 가고 싶어요?” 시간이 갈수록 안정감을 느끼는 자신과 달리 지예는 헤어질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 같았다. “다음 달에 일본에 가요. 그 안에 서류 정리해야 할 것 같아서요.” 오래지 않은 시간에 헤어지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 떠나겠다는 그녀의 말이 왜 그리 갑작스러운 말처럼 들렸는지 모를 일이었다. 당황스러움이랄지, 서운함이랄지 모를 감정들이 뒤죽박죽 엉기는 바람에 지예에게 안 해도 될 말을 하고 말았다. “늘 그렇게 충동적인 편이야?” 그녀가 변명이라도 해주길 바랐다. 떠나고 싶지 않은 여지를 눈곱만큼이라도 보여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지예는 씁쓸하게 웃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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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사랑하다가

#1. 사랑을 믿지 않는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건 아니니까. ‘결혼에 관심 없습니다.’ 부사장 승진을 눈앞에 둔 정혁은 결혼에는 관심이 없다. 연애 역시 마찬가지이다. ‘촌스럽게 사랑은 무슨.’ 인정받는 콘텐츠 기획자인 준영에게 사랑은 ‘달갑지 않은’ 일이다. 비경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섬에 폭풍우가 휘몰아치던 날, 처마 끝에서 비를 피하던 준영은 정혁의 도움을 받게 된다. 폭우 덕분에 펜션 독채에서 일행과 함께 하룻밤을 보낸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서울로 올라온 정혁은 그녀에게 연락을 하고, 두 사람은 서로 사귀기로 합의한다. “가끔 만났으면 하는데, 신준영씨 생각은 어때요?” “여자가 필요해요?” 그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솔직한 준영에게 상당한 매력을 느꼈다. 정혁이 대답했다. “폭우 속에서 우연히 만난 어떤 여자에게 호감을 느꼈다고 해 두죠.” “두루뭉술한 관계는 어때요?” 준영은 고른 치열을 드러내며 웃는 그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다. #2. 깃털처럼 가볍게, 상처받지 않을 만큼 조금만. 준영은 사랑을 전제로 하지 않는 정혁과의 관계에 안정감을 느낀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섹스파트너라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는다. “가벼운 관계, 어떻게 생각해요? 난 그런 게 좋은데.” “나쁘지 않죠. 지나치게 가볍지만 않다면.” “지나치게 가볍다는 건 어떤 걸 말하는 거예요?” “적어도 좋은 감정 정도는 느끼는 게 옳다고 봐요.” #3. 함부로 사랑하다가……. 그러나 언제부턴가 준영은 약속을 잊은 것처럼 구는 그에게 선을 긋는다. ‘촌스럽게 굴지 마.’ 정혁은 그런 그녀의 말을 유연하게 받아넘긴다. ‘깃털 두 개만 얹을게.’ 함부로 사랑하다가, 진짜 사랑에 빠져 버린 두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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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좀 보자

모두가 칭송해 마지않던 선배, 권도희. 그런 그녀를 쟁정한 눈길로 보던 단 한 사람, 후배 장재혁. 이제 가진 거라곤 과거의 영화뿐인 도희에게는 도무지 그를 선점할 무언가가 없다. ‘선배’라는 무력한 무기밖에는. “나 좀 보자.” 파릇하고 잘나가는 후배들이 노골적으로 그에게 들이댈 때, 지나가듯 던지는 한마디. 나 좀 보자, 장재혁. “많이 봐 둬.” 속셈이 빤하면서 아닌 척하는 도희를 더는 봐줄 마음이 들지 않았다. “도망칠 생각 마.” 키스만으로 절정에 다다른 그날부터, 두 사람의 관계는 재설정되었다. 완벽하게 역전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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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 있어요

“지금도 오빠 머릿속에선 소원이가 했던 말이 맴돌고 있지?” 지원은 흠칫 놀라는 그를 뚫어질 듯 바라봤다. 준오는 자신들이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원은 잠시 숨을 돌리자는 그의 말을 거절했다. “들을 얘기 없어.” “소원이한테 좋은 상담자가 돼 줘서 고맙고, 보호자가 돼 줘서 고마워. 진심으로 하는 인사야. 그리고 우린……그만 만나는 게 좋겠어.” “지원아!” “구차해서 더는 긴말 안 할래. 일어날 거니까 잡는 시늉 같은 거 하지 마.” 숨을 깊숙이 들이마셨다 내쉰 지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등을 돌리는 그녀에게 준오가 말했다. “가차 없구나.” 고개를 돌린 지원이 씁쓸하게 웃으며 그에게 물었다. “들은 그대로야?” *** 동생 소원의 남자친구를 살인 교사 했다는 혐의로 지원이 구속됐다. ‘판이 기가 막히네!’ 그러나 사건의 전말 자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그림 같았다. 이건 아주 오래전부터 암암리에 준비돼 온 일이었다. 강지원을 엿 먹이기 위한. “어떻게든 너를 이곳에서 나갈 수 있게 할 거니까 조금만 참고 기다려.” 유치장 안에 갇힌 지원은 준오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지금은 네가 너를 생각해야 할 때야.” 내가 나를 생각해야 하는 순간. 내가 나를 위로해야 하는 순간. 준오의 말이 멍든 가슴을 어루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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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에 눈이 내리면

‘첫눈에 들어온 사람’ 맞선을 보러 나간 날, 고은은 옆 테이블에 앉아 있는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헤링본 패턴의 갈색 재킷이 드물게 잘 어울리는 남자이다. 맞선을 보기로 한 남자가 10여 분이나 늦게 도착하는 동안 그녀는 몇 차례 옆 테이블의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그때마다 몰래 서로를 훔쳐보다 들킨 것처럼 머쓱해진다. 도착한 맞선남과 도식적인 대화를 하는 동안 그녀의 귀는 옆 테이블을 향한다. ‘유효기간을 왜 표기한다고 생각해? 해로우니까 그러는 거야. 오빠는 날 위해서 해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아니, 아무것도 없어. 그 사람에 비하면 말이야. 그게 우리 사랑의 유효기간이 끝난 이유야. 아직 오빠를 사랑해. 하지만…….’ 담담하다 못해 느긋한 얼굴로 실연을 받아들이는 남자와 눈이 마주친 순간, 고은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맞선남에게 말한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카페 밖으로 나오자 언제부터 그랬는지 비가 내리고 있다. 체념한 얼굴로 빗속을 지나려는 그녀의 등 뒤에서 경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우산 빌려줄게요, 가지고 가요.’ 그런 그에게 고은이 먼저 말한다. ‘시간, 괜찮아요?’ * * * 경훈과 고은에겐 닮은 점이 있다. 둘 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 같은 건 믿어 본 적이 없다. 게다가 자식의 결혼에 대해 유난스러운 고집을 가진 부모님을 둔 것도 같다. 한 달에 30일을 만날 만큼 서로에게 빠져든 두 사람은 부모님에게 환대받지 못할 자신들의 결혼을 순순히 인정한다. “나한테 결혼은 우리 둘이 오늘도 내일도 함께 있는 것, 그거면 충분해요. 내가 바라는 건 한 가지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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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온통 너를 닮았다

#1.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가, 더럽게 안 맞았다가 30년지기인 현서와 재형은 8년째 침구 전문 브랜드 달게 드는 잠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둘은 그야말로 ‘오만’ 비밀을 공유한 사이이다. 서로의 단점과 습관은 물론 인간 관계도마저 쓱쓱 그려 낼 수 있을 정도로. ‘너, 내 머릿속에 들어갔다 왔니? 소름!’ 잘 맞을 땐 기가 막히게 맞는다. 우산 꼭지에 벼락이 떨어질 확률만큼 안 맞을 때가 더 많긴 하다. ‘머리가 있으면 생각을 해 봐, 그게 말이 돼?’ #2. 바늘에 꿴 실처럼 두 사람을 ‘유사 연인’으로 엮는 이들이 적지 않다. 가족들도 한 마디씩 한다. ‘정 못 찾겠으면 현서하고 어떻게 해 보든지.’ 현서의 입장은 매우 단호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재형 역시 덜하지 않다. ‘어머니, 남의 일이라고 함부로 말씀하시는 거 아니에요.’ 바늘에 꿴 실처럼 함께 다닐 뿐, 두 사람은 선(線)이 분명하다. #3. 조까치가 날아오는 바람에 하는 짓거리 때문에 ‘조까치’라는 별명을 얻은 중학교 동창 조지훈이 엄청난 양의 침구를 주문한다. 지훈에게 저녁을 대접하러 나간 자리, 현서는 누군가와 뜻밖에 재회를 한다. 큰어머니의 성화에 하는 수 없이 맞선을 봤지만 정중하게 거절했던 그 남자, 공철준을 만나게 된 것이다. 무례한 공철준에게 당황한 현서는 재형에게 SOS를 보낸다. - 나 좀 도와줘. 일이 뭔가 잘못된 것 같아. - 인상 더럽게 쓰고 있어. 그 얼굴 보고 안 달아날 놈 없어. #4. 난생처음 데면데면 현서가 조까치 때문에 불쾌한 일을 겪은 걸 알게 된 재형은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신경 안 써도 돼, 네 일이나 잘해.’ 싸늘해진 현서와 그녀의 눈치를 보는 재형. 두 사람은 낯선 순간을 경험한다. 현서는 재형에 대한 배신감이 울컥울컥 치밀어 오른다. ‘재형이한테 전화하고 오는 길이야? 재형이 오늘 소개팅하러 가는 것 같던데.’ 그날 들었던, 야비할 정도로 눈치 빠른 조까치의 말이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5. 정답은 연애 재형에 대한 복잡한 감정으로 머리를 앓던 현서는 정답을 발견한다. ‘그래, 연애를 하면 되는 거야!’ 그녀는 짝짓기에 용하기로 소문난 선배 미경에게 진짜 소개팅을 부탁한다. ‘두어 번 만나고 그만두는 그런 거 말고, 오래 만날 수 있는 사람. 참하고, 실하고, 느낌이 아주 강한 남자로 부탁해.’ 갑작스러운 현서의 변심(?)은 재형을 불같은 질투에 사로잡히게 만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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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가 필요한 순간

사랑에는 지치고, 외로움엔 질렸다. 지은에게 사랑은 선택이었다. 사랑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 생각했는데 조금 무료해졌다. 언제까지나 덤덤한 싱글을 고집할 것 같던 지은이 자조적으로 말한다. “연애가 필요해.” 윤한에게 사랑은 기만이었다. 사람에 대한 불신, 사랑에 대한 회의, 그리고 상처. 그를 떠났던 여자가 다시 나타나 사랑을 이야기하는 순간, 윤한은 생각했다. “연애를 해 봐야겠어.” 괜찮은 사람이 나올 거라는 기대 없이 시작한 만남. 한눈에 서로가 닮았음을 깨닫고, 첫눈에 호감을 느꼈다. 메마른 흙에 물이 스며들듯 조금씩 서로에게 빠져들었다. “나, 사랑해?” “더 사랑하게 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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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오고야 말...

유명한 프리랜서 작가인 선우는 도시 재생 전문가 허재윤을 만나 기사를 써보라는 제안을 받는다. 선우는 같은 대학 선배였던 허재윤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별로 안 내키는데요, 안 할래요.’ 거절하려는 찰나, 어이없게도 재윤에게서 매몰찬 거절이 들려온다. '박선우요? 그런 사람이라면 제 쪽에서 거절하겠습니다.' 자존심이 상한 선우는 화가 나서 그를 찾아간다. [20분 뒤에 도착해요. 얼굴 보고 얘기해요.] “내가 왜 그래야 하지?” [그런 사람이라니요? 내가 어때서요?] 대학 시절 시 동아리에서 만났던 두 사람. 재윤에게 선우는 첫사랑이다. 하지만 선우가 그의 시를 훔쳐 공모전에 입상한 뒤로 그녀를 경멸하게 됐다. 영문을 알 리 없는 선우는 그런 재윤의 막말이 불쾌하기만 하다. “인생, 그렇게 살지 마세요.” “뭐라고 했어, 지금?” “사람을 발밑에 두고 돌멩이처럼 자근자근 밟으면서 살지 말아요. 지독하게 없어 보여요.” “박선우가 할 말은 아니지. 역겹군.” 그렇게 서로에 대한 나쁜 기억을 나누어 가진 두 사람. 감정의 골은 깊어져 가는데…. 사람에 상처받은 여자와 사랑에 상처받은 남자. 그 둘에게 펼쳐지는 반드시 오고야 마는 …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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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도 숨는 밤

“지금 아씨더러 이 날씨에 빨래를 해 오라는 겁니까?” “아씨는 얼어죽을!” 청상보다 서럽다는 생과부 7년. 혼인을 이틀 앞두고 급사(急死)한 남편 덕분에, 단희는 숨 막히는 시가살이, 아니 종살이를 하고 있다. 빈궁함이 곤두박질하는 단희의 시댁에 불현듯 죽은 아들의 벗, 명현이 찾아왔다. “벗의 처가 이댁에서 가솔들과 한 가지로 지내고 있다지요.” “아니, 누, 누가 그런 벼락 맞을 소리를!” “십 년 치 지대를 면해 드리지요. 가솔들과 함께 단희를 보내십시오.” 명현은 그녀의 시댁에 벗어날 수 없는 덫을 놓았다. “저는 예전의 제가 아닙니다.” “내겐 여전히 예전의 자네야.” 여전히 아름답고, 여전히 사랑스러운 오롯이 기다려 온 나의 달, 단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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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가을 같아서

32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이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 유재라가 유부남의 아이를 낳은 일이었다. 그녀는 기자회견을 통해 모두에게 선언했다. 아이의 아버지인 박문호의 집안, 도반그룹에 자신의 딸을 내어주겠다고. 모든 사람의 감시 아래에서, 아이가 무사히 자랄 수 있게만 해달라고. 서영은 그렇게 ‘도반그룹의 막내딸’이 되었다. 그러나 같은 집에 산다고 모두 가족이 되는 건 아니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불렀을 때, 그녀에게 돌아온 건 폭력이었다. 꿈조차 가질 수 없었다. 부엌에 매여 식모처럼 살아야만 했다. 그런 서영에게 금단의 열매를 내미는 사람이 나타났다. 박문호와 형제처럼 지내는 유노그룹 최승모의 아들, 인혁이었다. “나하고 동업하자.” 일주일 중 단 하루, 서영이 누리게 된 자유. 인혁과 함께 일하고 밥을 먹는 그 하루가 서영의 모든 것을 바꿨다. 30년을 묵묵하게 갇혀있던 감옥에서 단 하루도 버티고 싶지 않아졌다. “나한테 너는 가을 같았어. 볼수록 깊어지더라.” “가을이 얼마나 추운데…….” “너를 향한 내 마음도 깊어지고, 나 자신도 깊어지고.” “이젠 망설이지 않고 좋아하려고. 고민도 안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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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텐스 (Intense)

“개처럼 살기로 했으면 개답게 굴어. 사람 봐 가면서 짖지 말고.” 태하는 구역질 나는 삶에서 효재를 위로하는 유일한 존재이다. 그런 태하가 내뱉는 잔인한 말들이 비수처럼 심장을 후벼 판다. “개처럼 박힐래, 사람처럼 박힐래?” 독한 말로 옭아매고 각인처럼 가슴에 상처를 낸다. 그래야만 다시는 그를 버리지 않을 테니까. “보고 싶었다고 말해.” “보고 싶었어.” “잊은 적 없다고 말해.” “잊고 싶었어.” 확실하게 알려 줄 생각이다. 감히 사랑을 등진 채 홀로 아픔을 견딘 그녀에게, 목을 놓아 불러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결코 놓지 말아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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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즈 이즈(As Is)

무려 7년짜리 연애였다. 그동안 연인은 스타 작가가 됐고, 한 달에 한 번 겨우 볼 수 있는 사람이 됐다. 더는 자신을 힘든 시간 속에 방치하고 싶지 않았던 서형은 끝내 이별을 고했다. -영화배우 한예린 씨와 시나리오 작가 석준호 씨가 결혼을 발표했습니다. 한예린 씨의 소속사는 한 씨와 석 씨가 1년 정도 사귀었으며……. 연인의 지난 1년은 서형의 그악스러웠던 1년과는 전혀 달랐을 것이다. 7년의 연애, 그리고 이별은 남겨진 서형의 삶을 난도질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4년이 지났다. 서형은 더 이상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이 기대되지 않았다. ……욱진을 만나기 전까진. “석준호라고 들어본 적 없어요?” “처음 듣는 이름이에요. 흔치 않은 성이네요.” 서형은 자신이 한예린의 얼굴을 검색해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게 될 줄은 몰랐다. “내가 알아야 하는 사람이에요?” 욱진의 말을 듣는 순간, 서형은 까닭 모를 안도감을 느꼈다. 조난당한 채 파도에 휩쓸려 다니다가 생각지 않은 뭍에 다다른 그런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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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아닌 사랑

태광 그룹 배성준 본부장과 세다 어패럴 강모경 실장.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은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며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모경은 어느 날 갑자기 별거를 요구하는데……. 그렇게 별거를 시작한 지 2년. 성준은 오늘도 그녀를 호시탐탐 노리는 남자들의 수작질을 전해 듣는다. “연애하라고 시간 준 거 아니야.” [내가 알아서 해, 신경 꺼.] “보는 눈이 많아, 자중하라는 소리야.” [끊어.] 대화를 하는 것조차 싫어하며 차갑게 외면하는 모경의 태도에 그의 가슴은 타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부의 사망 소식과 함께 모경이 그의 곁으로 돌아오는데……. “여전히 너를 사랑해. 어떤 순간에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뿐이야.” “아무리 긴 말을 해봐야 우린 똑같을 거야. 너는 네 말을 하고, 나는 내 말을 하고.” “그러니까 제발 알게 해 줘. 왜 나를 봐주지 않는지.” 다시 재회하게 된 두 사람. 여전히 그녀의 속마음이 궁금한 그. 그녀가 별거를 선택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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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프릴즈(No frills)

성보 어패럴 기획실장 정윤은 활기가 넘치는 커리어우먼이다. 못 하는 일이 없고, 안 하는 일이 없다. 무엇보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생기는 행복 그 자체이다. 한편, 사업을 승계하길 바라는 아버지의 뜻을 어기고 세진 그룹에서 7년을 근무한 진호는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성보에 입사하게 된다. 입사 2년 만에 성보 어패럴 부사장으로 부임한 그는 지금껏 본 적 없는 캐릭터인 정윤에게 첫눈에 반한다. 하지만 그녀의 철벽은 상상을 초월한다. 활짝 웃는 얼굴로 철벽을 치는 여자는 처음이었다. 진호는 회식 자리에서 그녀가 술에 취하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다음 날 눈을 뜬 그는 정윤이 자신을 집에까지 데려다줬다는 걸 알게 된다. 어느 날 함께 떠난 지방 출장길. 진호는 베스트 드라이버의 멋진 모습으로 정윤에게 어필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그 역시 진호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운전은 제가 하죠.’ 평일 한낮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정윤의 운전 실력은 카레이서를 방불케 한다. 사랑을 불신했던 남자와 사랑이 두렵기만 한 여자의 관계가 거미줄처럼 얽히기 시작한다.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에 갇힌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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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오고야 말…

유명한 프리랜서 작가인 선우는 도시 재생 전문가 허재윤을 만나 기사를 써보라는 제안을 받는다. 선우는 같은 대학 선배였던 허재윤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별로 안 내키는데요, 안 할래요.’ 거절하려는 찰나, 어이없게도 재윤에게서 매몰찬 거절이 들려온다. '박선우요? 그런 사람이라면 제 쪽에서 거절하겠습니다.' 자존심이 상한 선우는 화가 나서 그를 찾아간다. [20분 뒤에 도착해요. 얼굴 보고 얘기해요.] “내가 왜 그래야 하지?” [그런 사람이라니요? 내가 어때서요?] 대학 시절 시 동아리에서 만났던 두 사람. 재윤에게 선우는 첫사랑이다. 하지만 선우가 그의 시를 훔쳐 공모전에 입상한 뒤로 그녀를 경멸하게 됐다. 영문을 알 리 없는 선우는 그런 재윤의 막말이 불쾌하기만 하다. “인생, 그렇게 살지 마세요.” “뭐라고 했어, 지금?” “사람을 발밑에 두고 돌멩이처럼 자근자근 밟으면서 살지 말아요. 지독하게 없어 보여요.” “박선우가 할 말은 아니지. 역겹군.” 그렇게 서로에 대한 나쁜 기억을 나누어 가진 두 사람. 감정의 골은 깊어져 가는데…. 사람에 상처받은 여자와 사랑에 상처받은 남자. 그 둘에게 펼쳐지는 반드시 오고야 마는 …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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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오후 네 시 외전

“난 오후 네 시가 좋아.” “왜?” “체념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거든.” 뉴욕 셀럽들의 뮤즈로 인정받은 디자이너 신수현. 국내 브랜드 론칭을 위해 8년 만에 서울을 찾는다. 상실의 기억만이 가득한 곳. 하지만 잊지 못하는 그가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연애, 처음 해 봤어요? 구질구질하다 생각, 안 들어요?” “구질구질한 건 맞아. 나도 이런 현실이 더럽게 역겹다고 생각해.” “그쪽은 어떤지 모르지만 나한테 그쪽은 8년 전에 끝난 사람이에요.” “그쪽, 그쪽, 야무지게 지껄이네.” 수현이 미간을 찡그렸다. “난 끝내도 내가 끝내는 게 좋더라고.” “보란 듯 문 한번 발로 차고 나가요. 그럼.” “저깟 문짝이 얼마나 나간다고. 흠집을 내려면 값진 데다 내야지.” *** 계절이 바뀔 때마다 뉴욕을 찾았다. 먼발치에서 수현을 지켜보고 돌아선 건, 그녀가 더 먼 곳으로 달아날까 봐 두려워서였다. 끝내 헤어진 이유를 종용하는 그에게 수현이 말한다. “지건우, 네가 나한테 얼마나 역겨운 존재인지 알아? 네가 전준희 씨를 만나던 그 자리에 내가 있었어. 이 호텔이었지? VVIP 라운지.” 탁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널 VVIP 라운지에 들어올 수 있게 해 준 사람이 누굴까?” “네 사적인 얘기까지 할 필요 없어.” “닥치고 들어!” 수현이 자신도 모르게 흠칫한 건 이성을 상실한 것 같은 그의 눈빛 때문이었다. “널 VVIP 라운지에 들어올 수 있게 해 준 그 사람이 마련한 자리였어!” 그토록 맞춰지지 않던 퍼즐의 조각을 채워 넣은 건우가 나직하게 욕설을 내뱉었다. *** “우리, 1년만 연애할래?” 먼저 연애를 제안한 사람답지 않게 수현에게선 늘 서늘한 거리가 느껴진다. 어느 무엇도 스며들지 못하는 유리벽 같다. “난 오후 네 시가 좋아.” “왜?” “체념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거든. 오후 한두 시쯤 불안감이 밀려들어. 이렇게 하루를 허비하면 안 되는데, 하면서. 그러다가 오후 네 시가 되면 그 긴장이 확 풀어져. 그래, 오늘은 끝난 거야, 내일부터 시작하면 돼.” 먼 하늘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린다. “체념이라는 게 나쁘지만은 않아.” “그만큼 체념했으면 됐어, 그만해도 돼.” 제 자신에게조차 해 본 적 없는 건우의 말이 그녀를 당황하게 만든다. 건우를 위해 잠시 곁에 머물려는 그녀와 그런 그녀의 마음을 놓치지 않으려는 건우. 두 사람의 동상이몽 속에서 그토록 모호하던 퍼즐의 조각들이 맞춰져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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