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도서는 가상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작품 이용에 참고 부탁드리겠습니다. 1. 기두와 은순이 윤유주 저 #직진남, #동정남, #동정녀, #순진녀, #로맨틱코미디 “이거 이름이 귀두다. 음순아.” “기, 귀두?” “아니. 기두 아니고 귀-두.” “귀, 귀두? 왕기두 네 이름 여기서 따온 거니?” 기 기(旗)에 머리 두(頭)를 써, 기세의 꼭대기라는 뜻을 가진 제 이름의 출처가 졸지에 양물이 되고 말았다. 기두의 귓불이 떨어질 것처럼 붉어졌다. 그래도 뭐든 좋았다. 은순이 기두를 귀두라 부르든, 귀두를 기두라 부르든. 어차피 이건 소은순의 것이니까. “그러니 우리가 천생연분 아니겠니, 음순아. 나는 왕귀두이고 너는 소음순이고. 우린 태어난 그날부터 하나였다.” 2. 달 아래 언쟁 김필샤 저 #금단의 관계, #라이벌앙숙, #철벽남, #동정녀, #로맨틱코미디 심건은 잔에 술을 따르려는 아이에게서 병을 낚아챘다. “어린것이 어디 술을, 그것도 환한 대낮에.” “술 마실 나이는 됩니다.” 아이가 콧대를 세우며 새초롬히 굴었다. “하면 어른 되시는 분은 올해 몇이나 되셨습니까?” “스물하나이니라.” 목을 큼큼, 다듬으며 진중히 답하는 심건을 보더니 아이가 픽, 웃었다. “뭐야, 나이에 비해 얼굴이 늙었네.” 내내 존댓말을 하던 아이는 허락도 없이 말을 편히 놓았다. 충격에 휩싸인 심건은 입술을 멈칫대며 미간을 좁혔다. 친구? 이 아이가, 나와 나이가 같다고? “스물하나나 되었는데, 어찌 이리 덜 자란 얼굴이고 몸이란 말이냐.” “얼굴은 아이처럼 귀엽지만, 몸은…….” 여인이 저고리를 살짝 들고는 고개 숙여 제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스스럼없는 행동에 놀란 심건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여인을 다그쳤다. “뭐, 뭐 하는 짓이냐!” “내 젖가슴을 보고 있습니다.” “지, 지금 누구 앞에서 어딜, 그런, 그런 말을…….” 여인은 긴 속눈썹을 나풀대며 무구한 눈망울로 대꾸했다. “눈을 눈이라 하고 다리를 다리라 하고 젖가슴을 젖가슴이라 하지. 그럼, 복수박이라고 하오?” 그녀와 말을 섞을수록 심건은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3. 보름, 달 서재인 저. #군대물 #다정남, #직진남 #직진녀 #질투 #남장여자 그분의 손을 이끌어 쿵쿵, 맥이 들끓는 가슴께로 가져갔다. 멋대로 날뛰는 맥박의 근원이 사내의 온기로 데워졌다. 이런 무엄한 짓은 예상치 못했는지 그분의 눈이 찰나 흔들렸다. 본래의 고고한 존안으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석상처럼 굳고 말았다. “여인임을 이리 증명하려는 것이냐. 발칙하여 어여쁘기 그지없구나.” 깊게 고인 짙은 웃음과 함께 돌아온 말은 눈을 휘둥그레 뜨게 하기에 차고 넘쳤다. “내가 혼몽하여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면, 순순해야지. 희야, 꿈속의 너는 나를 가애하여 늘 받아주었다.” 4. 문란의 정 달다은 저 #나이차 #기억상실 #다정녀 #문란남 #연하남 #연상녀 “분명 제 것은 새 건데. 아직 헌 것이 아닌데.” 일단 진정하고 상태를 보자고 하려던 정이 두툼한 몸에 짓눌렸다. “제가 그럴 리가 없잖아요. 스승님을 두고 누구를 안겠어요.” 자신은 저잣거리에서 자신을 부르는 것도 믿을 수 없다며 고집을 부렸다. “스승님, 스승님.” 비키라고 해야 하는데 애달픈 부름에 차마 밀어낼 수도 없었다. 그저 저 커다란 몸을 제 작은 품에 밀어 넣겠다고 구는 걸 품어줄 수밖에. “저는 숫총각입니다.” 뜬금없는 말에 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까는 새것이라고 하더니.” “……새것도 맞고, 숫총각도 맞아요.” 그렇다고 하기엔 이미 닳고 닳은 것인데. 그러나 사실을 알려주는 대신 낮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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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이 끌어다 놓은 사이. 그들의 관계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그랬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억울함을 풀기 위해선 윤해서가 필요했다. 여자의 화상 자국 뒤에 숨겨진 비밀. 그 비밀을 캐내기 위해 문서후는 윤해서를 자신의 궤로 들였다. “일부러 저를 집에 들이신 거죠. 미리 말씀해 주셨으면 시간 낭비 안 하고 좋았을 텐데요.” 서후의 시선이 해서의 맨몸을 느릿하게 훑으며 올라왔다. “윤해서가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내가 윤해서랑 잠을 자고 싶었으면 진작에 해치우고도 남았다는 거야.” 열락에 뒤틀린 눈과는 달리 해서의 어깨를 감싸는 손길은 부드러웠다. 다 벗어 던진 옷을 다시 태연하게 입혀 주는 서후의 손을 가로막으며, 해서가 물었다. “상무님이 이러려고 절 데려오신 게 아니면 도대체 이유가 뭔데요?” “말했지 않나? 당신이 괜찮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버틸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지고 소리 내며 가슴을 치고 울었으면 한다.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마음을 쏟아 내며, 네게 얽힌 모든 것을 털어내 주길 바란다. “무너져요. 있는 힘껏.” 그래야 윤해서 네가, 네 속에 있는 비밀을 토해 내지. 그 비밀을 토해서, 부디 나를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 주기를. 모든 걸 게워 낸 그 끝에서, 너도 나처럼 지겹게 내 생각만 해 보기를. 비밀보다 더 컸던 열락. 그 열락이 끌고 온 잔인하고도 뜨거운 인연들의 이야기, 열락의 끝
코트 위에서 도산하는 그 누구보다 찬란했다. 배구계 유망주라는 소문답게 한껏 날아올라 시원하게 공을 때리는 모습은 재경의 마음에도 세게 부딪혀 오래도록 자국을 남겼다. 그래서였을까. 그의 발목을 붙잡는 족쇄 역시 배구임을 알았을 때, 재경의 속에서 비틀린 욕심이 피어났다. 미숙한 풋사랑이 불러온 철모르는 선택은 서로를 향해 기울어지던 마음을 단숨에 뒤틀어 버렸다. “선배를 도박 경기에 넣겠다면서, 사모님들까지 데리고 온다고 했어요.” “아깝네. 배구하면서 빚도 갚고, 사모님들 가랑이도 빨 수 있었는데.” 산하가 낮게 읊조리며 재경의 입술 바로 앞에서 말을 이었다. “그 좋은 기회를 또 심재경 양께서 도려 가셨어. 맞죠?” 재경은 더 깊이 파고들려는 산하를 확 밀쳤다. “이거 말고는 없어요. 선배 이제 갈 곳도 없잖아요.” “심재경.” “선배 그러니까 이제 배구 못 해요.” 이런 말로밖에는 남자를 잡을 구실이 생각나지 않았다 증오를 이용해서라도 그를 묶어 놔야만 했다. “그러니까 내 옆에서 날 죽을 만큼 미워해 봐요.” 산하의 눈동자엔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아 너무나 깨끗하고 섬뜩했다. 그 안에 부디 원망이 타오르길 바라며, 재경은 혀를 깨무는 심정으로 말했다. “도 기사님, 오늘부터 밤에 문 잠그지 마세요.” 여자의 욕심과 남자의 배신감이 맞닿은 순간, 서로의 첫사랑은 이내 무뢰한이 된다.
“선배.” 도한이 성큼 앞으로 다가오자 주황빛 가로등 불빛을 따라 떨어진 두 그림자가 하나로 겹쳤다. 숨을 크게 들이켜는 수아의 호흡에 맞춰 그림자가 심장 박동하듯 쿵쿵 크게 일렁였다. “약속된 봄이 왔어요.” ……도한아, 너는 알까. 1년 전부터 내가 이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언제부터인가 날씨를 확인하고, 창밖을 내다보며 달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너와 함께할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왔다는 걸. 아마 너보다 내가 더, 이때만을, 이 순간만을. 봄밤의 시간 위로 권도한이 스며들고 있었다. 책속에서 “내가 몇 시간 전까지……. 아니,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그만하려고 했거든요?” 눈물이 아스라이 맺혀 있는 턱을 수아가 무겁게 들어 올렸다. 무엇을. 수아는 눈으로 물었다. “선배 좋아하는 거.” 수아는 숨을 참았다. 캄캄한 도한의 눈동자가 세상을 휘감기라도 한 것처럼 어지러웠다. “근데 그거. 쉽게 접어질 마음이 아니더라고요.” 말미에는 가벼운 웃음까지 달려 있었다. 수아가 눈을 깜빡이자 속눈썹에 맺혀 있던 눈물이 또르르 떨어졌다. “그래서 이젠 그냥 내 마음 가는 대로 할래요.” “……뭐?” “어차피 남자친구도 없잖아요.” 안 그래? 턱짓으로 집안을 가리키는 도한의 입가로 묘한 웃음기가 번졌다. 눈을 감았다 뜨는 사이 성큼 다가온 손이 수아의 눈물을 서슴없이 가로채 갔다. “1년을 했는데 그 짓을 더 못 할까 봐.” 눈물을 속절없이 뺏기고도 수아는 멍하니 자리에 멈춰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딸을 방치한 아버지가 걱정 삼아 자신을 한 번이라도 돌아봐 주기를 원했던, 어설픈 죄책감을 가진 윤숙이 자신을 더 깊숙이 안아주길 바랐던, 푸른 바다 냄새가 나는 상현이 오래 곁에 머물러 주길 소망하던 마음들. 그 외로움들이 켜켜이 쌓여 하진을 바보로 만들었다. 모든 걸 다 알되, 모든 걸 다 몰라야만 하는 바보로. 고작 열 살의 아이, 하진은 눈칫밥을 이용해 스스로 멍청이가 되길 자처했다. “서하진을 기억하고 있는 천상현이라 싫은 건가.” 싸늘하게 일별하는 하진의 태도에 상현은 괜한 오기가 솟았다. “내가 싫다는 이유가 단지 네 과거를 잊고 싶고 숨기고 싶은 거라면 나는 용납 못 해. 좀 더 그럴 싸한 이유를 가지고 와봐.” 속속들이 파헤치는 눈빛으로 그는 하진을 읽어냈다. “그리고 이하진 경고하는데.” 싱긋 웃는 상현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눈을 질끈 감자, 뜨거운 감촉이 입술에 닿았다 떨어졌다. “더 이상 널 던지듯이 굴지 마. 다른 응석은 받아줘도 그거 하나만큼은 용서 못 해.”
“왜 아이 가진 거 말 안 했냐니까.” 아이를 낳으면 그의 마음이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사랑을 구걸하는 꼴밖에 되지 않아서 새아는 침묵했었다. 정략결혼 상대지만, 그에게 자신이 어떤 의미라도 되기를. 그런 애틋한 바람은 두 번의 유산으로 끊어졌다. 그리고 사랑이라 믿었던 남편이 두 번째 결혼기념일에 말한 이혼. “……우리 이혼하자.” 그런 그가, 1년 만에 다시 나타나 새아를 뒤흔든다. *** “이혼하자고 해서 해줬잖아요. 이제 와서 왜 이러는 건데!” 새아는 소리를 지른 뒤, 깨달았다는 듯 단추를 풀어나갔다. “……너 뭐 하는 거야.” “당신이 원하는 게 이거 아니었어요?” 수렁의 한가운데 서서 우혁은 생각했다. 지금에 와서야 이해와 용서를 구한다고 한들. 새아에게 자신은 여전히 과거에 고여 있다. 그딴 자신은 새아한테 나쁜 놈 취급 당해야 하는 게 맞다. “어차피 쓰레기 된 거, 그래. 가보자, 끝까지.” 어쩌겠어, 내가 너 없이는 안 되겠는데.
“나 약혼했어. 그래도 내 옆에 있을래?” “훤아.” 너는 그날 나를 잡지 말았어야 했다. “뭐든 할게. 내가 네 옆에서 뭐든 할 테니까, 그러니까, 흡.” 무너져 내린 너에게 상처밖에 줄 수 없는 나에게, 너는 그날 매달리지 말았어야 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어야 했다. 외려 날 놓아줘서 고맙다고 넙죽 인사하고 멀리 도망갔어야 했다. 내가 다시는 널 찾을 수 없는 아주 먼 곳으로. 키스는 전희를 알리듯 노골적이었다. 숨을 고르며 어둑해지는 차창 너머를 응시하는 수현과 달리 훤은 뭔가에 정신이 홀린 사춘기 소년처럼 무작스럽게 그녀를 탐했다. 절제를 잊고 욕구를 분출하며. 아직도 그녀를 열렬히 사랑하는 것처럼. * “아, 훤아.” 끙끙 앓는 소리를 삼키던 수현이 손을 뻗었다. 곧장 깍지를 맞추며 손가락을 얽힌 훤이 입술을 오므려 살점을 빨았다. 어떻게든 살아보겠답시고 혀를 피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클리토리스는 결국 그에게 포박되어 맑은 물을 담뿍 토하는 고문을 겪어야 했다. 손등을 콱 깨문 수현의 발버둥이 한층 더 고조됐다. 베개에 뺨을 이리저리 비비는 움직임을 눈동자에 욕심껏 집어넣으며 훤은 뺨을 옴쭉 오므렸다. 콧등부터 턱까지. 뜨끈한 애액으로 푹 절어졌다. 물씬물씬 물을 싸지를 때마다 수현은 수치심에 어쩔 줄 몰라 허우적댔다. 얄궂은 마음이 발동해 그녀가 날카로운 신음이라도 터뜨려줬으면 해 훤은 더 한계까지 몰고 갔다. “하지, 흡, 그만, 훤아. 나, 나…….” 어쩌면 지금보다 더. 단순히 쾌락으로 그녀를 흐트러뜨리는 게 아닌 앞으로 함께할 일상이 수현을 더 위험에 빠뜨리게 될 터였다. 얼마 버티지 못할 걸 안다. 사랑만 듬뿍 받고 자란 수현이 금방 지쳐 떨어져 나갈 걸 알았다. 그래서 더욱 간절했다. 우수현이 저에게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길 바란다. 저 없인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일상이 엉망이 되길 바란다. 발길이 머무는 곳마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환영처럼 환청처럼 나를 떠올리길 바란다. 사랑에 취해 사리 분별 못 하는 천치가 되어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르더라도 내 곁에 남아 영원히 내 어둠을 밝혀주길 바란다. 그러니 수현아. 내게 더 정신없이 빨려 들어 그 자리에서 오래오래 말라 비틀어줘. 그렇게만 머물러 준다면 언제든 너를 이렇게 안아주러 갈 테니.
※본 작품은 신체적 폭력 및 강압적 관계 등 호불호가 나뉘는 키워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무슨 말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어요.” “왜 맞는지도 모르고 말도 못 알아먹겠다, 라…….” “…….” “그럼 그냥 모른 채로 죽어도 억울하지 않겠다. 그렇지, 빨강아?” 빨강은 잠깐 막연하게 멈춰 있었다. 비죽 웃으며 내뱉어진 낯선 남자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표정은 한없이 다정하게만 보여, 그 의미를 해석하는 데까지 수초가 걸렸기에. 한가득 걱정을 담아 엄마에게 보낸 메시지에 얄궂은 숫자 ‘1’이 사라지지 않기 시작한 날부터 빨강은 고립되었다. 그녀를 지옥으로 밀어 넣은 것은 사랑해 마지않은 그녀의 애인. 그와 함께한 1년 동안 눈이 멀고 귀가 닫혀 구렁텅이에 빠진 줄도 몰랐다. 그리고 그 안에 윤치호라는 남자가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있는 줄도. “지금까지 있었던 일 전부 설명해 봐.” “이빨…… 빨강입니다. 스물, 한 살. 흐읍!” 두서없이 흘러나오는 단어들이 빨강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처럼 한없이 투명했다. 히끅, 잔기침을 토하며 바르작거리는 빨강이 제 턱을 움켜쥔 치호의 손을 붙들었다. “아무것도 안 했, 는데. 왜. 흐윽……. 결백, 한데……. 흐으, 흐, 흑.” “이거, 순 여우 새끼인 줄 알았더니…….” 남자의 중얼거림을 듣던 빨강의 목이 툭, 꺾였다. 누군가 악의적으로 힘을 줘 꺾어 버린 꽃줄기처럼 가차 없이.
“아!” 느닷없이 승검이 탄성을 뱉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무심코 통증을 감싸려 뻗어 나간 승검의 손이 향한 곳은 어처구니없게도 뺨이 아닌 제 왼쪽 가슴이었다. “왜 그래? 어디 아파?” 걱정스러운 눈으로 물어 오는 솔의 얼굴이 남의 속도 모르고 말갰다. 쿵쿵. 소란스레 뛰어 대는 심장을 행여 들키기라도 할까 승검은 죄 없는 티셔츠 가슴께를 마구잡이로 구겼다. “서승검. 어디 아픈 거냐고.” “어.” “어, 어디가?” 휘파람 소리를 닮은 미풍이 이팝나무 가지를 흔들었다. 수만 개의 꽃잎이 승검의 눈을 어지럽혀 놓았다. 그중에서도 송솔만은 시야 한가운데 뚜렷하게 서서 심장을 연신 욱신거리게 만들었다. “……사랑니래.” 꽃잎으로 온통 하얗게 물든 5월의 크리스마스 하늘을 올려다보며 승검은 생각했다. 하필이면 이렇게나 좋은 날이라고.
“제법 대단하고 제법 무례한 내가,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어 보고 싶어서 그래요. 그러니 협조합시다, 이보영 아나운서.” 약혼자의 외도 현장을 잡기 위해 보랏빛 새벽을 지새우던 보영. 우연히 이를 같이 목격하게 된 시열에게 덜미를 잡힌 이후로 그의 무례함과 오만불손함이 묻은 손아귀 안에서 놀아나게 된다. “제가 들어드릴 수 있는 거라면 송시열 씨 요구, 들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방금 그 말, 후회하지 않겠어요?” “네, 원하신다면 뺨이라도 맞아 드릴 테니깐.” 시열의 잘빠진 턱선이, 공기를 짓누르는 낮은 시선이, 기어이 보영의 경계를 넘어왔다. “바람피우죠, 우리.” 맞바람, 제안하는 겁니다. 지금. * * * 전부 무용한 짓이라는 걸 알고 있다.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는 것도 안다. 더 나아가면 발목이 꺾이는 건 다름 아닌 자신이라는 것도. 하나 보영은 멈추는 법을 알지 못했다. 이미 죽어 버린 엄마를 놓아주는 법도, 그녀를 대신해 아버지에게 복수를 해 보겠답시고 사랑하지도 않는 약혼자를 붙들고 있는 것도. 휭 부는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뜨려 놓았다. 의지할 거라곤 붙잡고 있는 시열의 옷깃뿐, 보영에겐 그게 전부였다. “떨어질 것 같으면, 날 잡아.” 시열의 목소리에 보영은 애써 붙들고 있던 위험한 균형을 놓았다. 더 세게. 더 깊게. 더 짙게. 날 흔들어 줘. 방향을 잃어버린 내가 당신이 흔드는 대로 휩쓸려 갈 수 있도록. 거센 파고로 다가와 나를 덮쳐 줘. 벚꽃 잎이 시리게 휘날리던 어느 봄날. 부드러운 왼손 위로 맞바람이 불었다.
“왜 아이 가진 거 말 안 했냐니까.” 아이를 낳으면 그의 마음이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사랑을 구걸하는 꼴밖에 되지 않아서 새아는 침묵했었다. 정략결혼 상대지만, 그에게 자신이 어떤 의미라도 되기를. 그런 애틋한 바람은 두 번의 유산으로 끊어졌다. 그리고 사랑이라 믿었던 남편이 두 번째 결혼기념일에 말한 이혼. “……우리 이혼하자.” 그런 그가, 1년 만에 다시 나타나 새아를 뒤흔든다. *** “이혼하자고 해서 해줬잖아요. 이제 와서 왜 이러는 건데!” 새아는 소리를 지른 뒤, 깨달았다는 듯 단추를 풀어나갔다. “……너 뭐 하는 거야.” “당신이 원하는 게 이거 아니었어요?” 수렁의 한가운데 서서 우혁은 생각했다. 지금에 와서야 이해와 용서를 구한다고 한들. 새아에게 자신은 여전히 과거에 고여 있다. 그딴 자신은 새아한테 나쁜 놈 취급 당해야 하는 게 맞다. “어차피 쓰레기 된 거, 그래. 가보자, 끝까지.” 어쩌겠어, 내가 너 없이는 안 되겠는데.
친구의 부탁으로 대신 나간 맞선 자리. 인하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어떤 여자가 나오든, 30분 안으로 예의 바르게 거절하고 돌아서는 것. 상대로 나온 정안은 단정하고 가녀린 인상의 여자였다. 차분하고 반듯하게 거절하는 모습이 역시나 맞선에 흥미는 없어 보였다. 인하가 자리에 앉은 지 딱 10분. 두 남녀는 미련 없이 담백하게 만남을 끝냈다. 어차피 다시 만날 일 없는 사이였으므로. 그런 줄 알았는데. 호텔 라운지 바에서 다시 마주한 그녀의 모습은 아까 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널브러진 빈 맥주잔과 와인 잔들. 그것도 부족했는지, 와인을 맥주처럼 잔에 가득 채워 단숨에 삼키고는 입가에 맺힌 와인을 대충 닦아 내는 손짓까지. 웬 대단한 술꾼이 거기 앉아 있었다. “제가 부끄럽지 않으면 합석하셔도 돼요. 오늘 제가 여기 라운지 바에 있는 와인들 다 거덜 낼 거거든요.” 정안은 너만 괜찮으면 나도 괜찮다는 식으로 두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자포자기하듯 솔직하게 털어놓는 정안이 귀여워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와인들 거덜 내는 데 동참하겠습니다.” 와인으로 물든 진한 분홍빛 입술을 쓰다듬으며, 저 벌어진 턱을 제 손으로 닫아 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 정안의 포크에 얹혀 있던 당근 케이크가 인하의 바지에 떨어졌다가 소파 바닥으로 굴러 들어갔다. “헉! 어떻게 해. 죄송해요.” “정안 씨, 괜찮아요. 빨면 돼요.” 정안은 당황해서 테이블 티슈를 뽑아 인하의 바지를 닦아 내면서 말했다. “그래도 크림이라 기름기가 있어서 힘들 텐데 어떡하죠. 아니, 왜 닦을수록 더 번지는 거야.” 닦으면 닦을수록 번지는 크림 자국 때문에 정안은 고개를 더 숙이고는 허벅지 전체를 닦듯이 분주히 손을 움직였다. “아뇨, 아뇨, 정안 씨! 그만, 그만요!” “가만히 좀 계세요. 크림만 지울게요. 크림만. 왜 이렇게 많이 묻었지, 진짜.” “아뇨! 정안 씨, 그만요. 그만!!” 인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치며 벌떡 일어났다. 정안은 놀라서 인하를 바라봤다. 인하는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있었고, 그 아래 크림이 묻은 바지의 앞섶은……. “그거 왜 그래요?” “…….” “아니……. 그……. 아니, 왜? 뭘 했다고.” “……죄송합니다.” 와, 저게 저렇게 튀어 오른다고?
※본 도서는 가상 시대를 배경으로 한 퓨전 사극물입니다. 도서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파혼 후에도 연서가 끊이지 않는 나여국 최연소 대장군 강위호. 결국 무예 스승을 핑계로 희연국으로 도망친다. 하지만 희연국의 서인 공주가 위호를 보곤 눈을 반짝이는데. “저는 제가 먼저 마음이 가는 여인이 더 좋습니다.” 위호는 이쯤에서 서인 공주가 단념해 주길 바랐다. “저는 제 방식대로 하겠습니다.” 젠장. 올곧은 눈으로 솔직하게 제 맘을 털어놓는 공주의 모습이 영 불안하다. 아니나 다를까 희연국의 황제가 청과 같은 명을 내리는데. “서인 공주가 선대 황후 마마께 참배 갈 예정이네. 유람처럼 홀로 다녀오고 싶다고 하니 강 장군이 서인 공주의 호위무사로 함께 해주면 좋겠네만.” 신분을 감추고자 부인, 서방 하며 부부로 위장하는 것도 곤욕스러운데, 얄궂게도 묵는 곳마다 남은 방이 하나뿐이란다. “제가 서방님을 잡아먹을까 걱정되어 그러십니까?” 서인 공주의 당돌한 말에 기가 차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 작은 머리에 도대체 무슨 생각이 들어앉은 것인가. “걱정하지 마십시오. 오늘은 아니 잡아먹을 것이니.” 생김새만 은방울꽃이 아니라 독을 품은 것까지 딱 은방울꽃이구나. 위험하다, 강위호. *** “싫으십니까?” 위호가 서인의 팔을 잡아 내리며 가까스로 입술을 떼어냈다. 조금 멀어진 서인의 체온이 아쉬운지 아랫도리의 뻐근함은 더 강해졌다. “마지막입니다. 더는 청을 올리지 않겠습니다.” 서인 공주의 성미에 마지막이라면 정말 마지막일 터였다. 빈말을 내뱉을 성정이 아니었다. 저 물음에 답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끝날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마음 없이 교접할 수 없다는 다짐, 잘 알았… 읍.” 머리는 이해했으나 몸이 뜻을 거슬렀다. 위호는 순순히 한발 물러나려는 서인 공주를 그대로 낚아챘다. 잠자코 있는 제 열기에 기름을 부어놓고 담백하게 돌아서는 서인 공주에게 불꽃이 인 순간이었다.
장관의 숨겨진 사생아이자 8년 차 무명 배우인 유도경. 동생의 희귀병을 치료하기 위해 배우로 데뷔했지만, 늘 빚에 허덕인다. 결국 장관인 아버지를 찾아가 돈을 구걸하게 되는데, 그 모습을 스폰 관계로 오해한 남자가 갑작스럽게 계약 결혼을 제안한다. 일시적 실어증에 걸린 딸이 TV 속 자신을 보고 입을 열었다는 이유로. “똑똑하잖아, 유도경. 계산 똑바로 해서 당신 몸값 매겨.” 정한 호텔 사장 정무언. 그는 욕정이 번들거리는 눈동자에 무심함을 덧씌우며 여유롭게 웃었다. “그래서 내 연기의 대가는 얼마쯤으로 생각하는데요?” “더 원한다면 얼마든. 내 딸의 말문을 열어 주는 값인데.” 정무언이 내민 계약서를 확인했다. 속으로 몇 번이고 0의 개수를 세었다. 내 인생에 하나 남은 가족. 동생의 생명력이 내 존재의 증명인걸. 연기일 뿐이야. 24시간 올 로케. 완벽한 연기. 기꺼이 해야지, 이 돈이면. “연기의 시작은 언제부터인가요?” 혼인 신고서를 내민 정무언의 입술에서, 다정하다 못해 달콤하기까지 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나보다 먼저 무대에 오른 정무언이 손가락을 까딱이며 눈짓했다. “여보, 와서 사인해.” 6월 7일 오후 두 시. 인생에 가장 값비싼 연기가 시작되었다.
한정태 의원의 사생아 한지요. 어떻게든 팔아치우려는 한씨 집안의 결혼 장사 중 처음으로 정상적인 조건의 상대가 나타났다. 결혼만 하면 역겨운 한씨 집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니 무조건 결혼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 남자. 자신 때문에 회사에서 잘리고, 하룻밤을 보냈던 채우섭이잖아! *** “나는 채우섭 씨랑 결혼하고 싶어요. 결혼할 거고요.” “내가 보기보다 순진해요.” 순진의 뜻 모르나? 밤새 멈출 줄 모르던 몸짓. 밀려오는 감각을 고스란히 드러낸 탄성 같은 된소리까지. 우섭은 순진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와, 결혼하고 싶다는 남자가 눈앞에 있는데 머릿속으로 딴 궁리 하는 거 봐. 안 되겠네, 한지요 씨.” “결혼할 거예요, 말 거예요. 지금 확실히 답을 주세요.” “선택권은 나한테 없지 않을까요, 한지요 씨?” “네?” “성숙한 어른이라면 책임지셔야죠.” “그게 무슨….” 음흉한 미소를 단 우섭은 모두가 들으라는 듯 해맑게 대답했다. “지요 씨가 밤새 저와 노닥거렸으니 당연히 책임을 지셔야죠.”
“부사장님, 저 퇴사하겠습니다.” 회사에서 가장 빡세기로 소문난 하주 그룹 부사장 비서실. 그곳에서 무려 7년이나 버틴 주안이 드디어 퇴사를 결심한 날이었다. 흔한 퇴사 면담도 없이 순조로웠기에 인수인계만 잘하면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건만, 부회장이자 자신의 상사인 인혁으로부터 뜻밖의 황당한 제안을 받게 되는데. “제 아내 자리로 이직하시는 거 어떻습니까?” “예?” 나 뭐 잘못 들은 거 같은데. “제가 원숭이띠 아내가 필요해서요.” 그룹 후계자가 되기 위한 일이라며, 계약 결혼을 제안하는 인혁. 그 순간, 얼마 전 우연히 도움을 드린 어르신의 조언이 주안의 머릿속을 스치는데. “아가씨 올해 3번의 대운이 들었어.” “네?” “그것도 이달 안에 다 찾아올 거야.” “3번의 대운이요?” “으응. 특히나 마지막 대운은 꼭 잡아. 그래야 아가씨 인생이 탄탄대로야.” 로또 당첨에 이어 건물주가 되기까지. 어르신의 말대로 일사천리로 이어진 행운 덕분에 퇴직까지 결심한 건데, 마지막 종착점이 환승이직이라니?! 이 결혼 정말 괜찮은 걸까.
“7년 동안 잘 지냈나 보네. 난 고장 났는데.” 첫 출근 날. 본부장, 아니 서재하를 마주하고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몸이 정상이 아니야.” “네? 그게 무슨…….” 재하는 이연에게 가까이 몸을 붙이며 다가왔다. 더는 뒤로 물러설 곳이 없었다. “이봐요, 정이연 씨.” 재하가 이연의 숨결 하나조차 놓치지 않겠다는 듯 꿰뚫어 보았다. “이 새끼한테 온갖 쾌락은 다 알려 주고.” 코끝이 닿을 듯한 거리에서 그의 눈빛이 서럽게 타오르고 있었다. “7년을 굶겨서 죽기 직전이잖아. 불쌍하지도 않아?” 긴 눈매를 접으며 유순하게 빛나던 눈은 사라지고, 지금 그의 무감한 눈동자 너머엔 분노만 들끓었다. “그러니 책임감 좀 가져 보시죠?” 그제야 이연은 본부장실에서 자신의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1. 젖으면 안 돼요 윤글피 저 #인외존재, #계략남, #다정남, #절륜남, #운명적사랑, #애교녀, #엉뚱녀, #달달물 “연서야.” 그가 제 짝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넓은 방을 울렸지만 돌아오는 것은 그의 손이 빈자리를 더듬는 부스럭거림이 전부였다. “…설마.” 먹구름 같은 잿빛 머리칼을 쓸어 넘기는 그의 목소리엔 웃음기가 묻어나 있었다. 다만, 이 웃음은 즐거움이 아니라 다른 어떤 것을 포함하고 있음이었다.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부정과 어이없음. 딱 그것이었다. “진짜야? 진짜로 집을 나갔어?” 2.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도록 임사일 저 #인외존재, #애증, #집착남, #나쁜여자, #고수위 “이번엔 놓치지 않겠소.” 범영은 아내의 귓가에 속삭였다. 추악하고 음울한 민낯을 드러낸 목소리였다. 잠결에도 섬찟함을 느낀 건지 영우의 몸이 잘게 떨렸다. 그는 여린 어깨를 감싸 쥐었다. 아무에게도 빼앗기지 않겠다는 듯이. “영우야 너는 나를 떠날 수 없어.”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도록 점점 저에게 스미게 만들리라. 그리하여 기억을 되찾아도 제 곁에 남아 있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에는, 저를 사랑하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한 뒤에는…. 이 여자를 죽일 것이다. 그래야만 농락당한 자신의 마음이 위로될 것 같았다.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거다. 구악산을 지키는 역할. 인간의 감정 따윈 모르는 산군으로. “그러니까, 나를 꼭 연모해. 마지막 순간이 올 때까진 나도 그리할 터이니….” 3. 나의 물뱀, 나의 사하 달다은 저 #인외존재, #몸정맘정, #운명적사랑, #절륜남, #후회남, #상처녀 그녀의 손이 닿자마자 온몸에 도는 서늘한 기운. 그걸 느끼며 휘는 그녀의 손을 잡아 입술을 비볐다. “사하.” “응?” “어여쁜 나의 물뱀.” 그래. 이건 제 것이다. 저의 물뱀이다. 제가 찾아내고, 자신이 살린 자신의 것. 4. 비 오는 날의 주막 김필샤 저 #인외존재, #조신남, #다정남, #순정남, #동정녀, #다정녀, #로맨틱코미디 예화가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따라 부르라 또박또박 내뱉었다. “나는 그 누구도 주인으로 모셔 본 적 없는….” “예. 화. 주. 인. 님.” 예화가 사내의 변명을 끊어 내며 단호한 눈을 했다. 협상은 없다는 굳은 의지였다. 사내는 단번에 기가 죽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예화, 예화 주인님.” 예화는 만족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팔짱을 낀 채 사내 주변을 뱅뱅 돌았다. “나는 그대를 뭐라 부를까.” “나는 서도람이라 하오. 탐할 도에 탐할….” 예화는 사내의 말은 흘려들으며 텅 빈 조개껍데기를 바라봤다. “그래, 막조! 막조라 해야겠다.” “방금 지어낸 그리 천박한 이름은 싫소!” 사내가 질색하며 예화의 옷소매를 잡고 반발했다. 그러자 예화가 사내에게 가까이 다가서 확신에 찬 눈빛을 보냈다. “그럼 맛조개라고 불리고 싶어? 아님 맛조?” “막조가 좋겠소.”
신수와 신령들의 수호 아래 있는 나라 호원국. 막내딸이지만 유력한 후계자로 자라 온 나령 공주 앞에 이복 오라비와 수태한 올케가 나타났다. 황제는 이전과 태도를 달리하며 첫 손주를 안겨주는 자식에게 황위를 물려주겠다 공표하고 나령은 수태 기간이 불과 30일 안팎인 묘(卯)신수와 교접하려 백범산맥을 오른다. “묘궁의 잡일도 좋습니다. 제발 은혜를 갚을 기회를 주십시오.” “그리하셔야 마음이 편하시다면, 낭자가 원하는 대로 하십시오.” 나령이 위장한 신분으로 맞닥뜨린 묘신수 도엽은 듣기와는 다르게 기골장대할 뿐 아니라 맹수처럼 빛나는 눈과 매혹적인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참으로 영리하신 분이 이럴 때만 어리숙하시니.” “…….” 도엽은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눈웃음쳤다. “아직은 이릅니다.” 그런데 이놈의 묘신수는 고자 토끼가 틀림없다. 인내심이 다한 나령은 다음 목표인 여우신수를 꼬여내려 여우궁으로 향하는데! “묘(卯)신수?” 분명 여우궁인데? 여기는 여우궁이 맞는데? “늦으셨습니다.” 묘신수는 턱에 손을 괴며 여유로운 미소로 나령을 맞이했다. “다른 사내의 씨를 품고 싶어 도망치시다니요.” “…그걸 어찌…….” “제 씨를 원하지 않으셨습니까?” 도엽은 그대로 나령의 입술을 집어삼켰다. 당황한 나령은 굳어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도엽을 향해 주먹에 힘을 실어 내리쳤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무슨 짓이라…….” 나령은 묘신수의 비틀린 미소에 소름이 돋았다. “아직 짓이라고 불릴 만한 것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1. 가이드라고 하셨잖아요, 선생님! - 임사일 #가이드버스, #사제지간, #첫사랑, #사내연애, #소유욕/독점욕/질투, #계략남, #존댓말남, #자낮녀, #순정녀 “선생님은 가이드이신데도 체력이 출중하시네요….” 성적 긴장감으로 인해 아무 말이 막 튀어나왔다. “싫으면 말씀하십시오.” 아, 맞다. 우리 섹스를 하는 게 아니라 각인 연습을 하기로 했지. 연습이기 때문에 끝까지 가진 않을 테지만 하는 기분은 내려는 모양이었다. 나는 결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앗… 아니에요! 오히려 좋아요. 곧 심사니까.” 그런데. “선생님?” 나는 가만히 음부를 들여다보는 선생님을 나직하게 불렀다. 그러나 그는 내 말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음부의 갈라진 틈새로 토란처럼 굵고 뭉툭한 귀두가 밀려들어 왔다. 읏! 난데없는 접촉에 허리가 펄쩍 뛰었다. “누가 각인 연습을 이렇게 합니까.” “네?” “그냥 각인하는 거지.” 선생님이 상체를 숙였다. 그는 자신의 성기를 움켜쥐더니, 퍼억! 그대로 삽입했다. 2. 뜻밖의 비밀 연애 – 윤글피 #가상시대물, #판타지물, #라이벌/앙숙, #삼각관계, #비밀연애, #애증, #능력남, #능글남, #절륜남,#능력녀, #무심녀 “아버지, 여기. 살아 있는데?” 아이락의 품에 안긴 채, 조직원들이 이 기이한 연구소 안에 있는 것들을 모조리 죽이고 불사르는 것을 구경하던 어린 모나는 바짝 말라 바닥에 굳은 아헬을 작은 손으로 가리켰다. 아이락은 그런 아헬을 바라보다 모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버려 둬라. 어차피 죽을 것 같으니.” “살아나면?” “살아나면 그건 또 저놈의 몫이겠지.” “궁금하다. 어떻게 될지. 데려가면 안 돼?” 순간, 아무도 모르는 사이 아헬의 눈이 빛났다. 아헬은 남은 힘을 모조리 쥐어짜 위로 손을 뻗었다. “어?” 붙잡은 것은 모나의 작은 발이었다. “날 데려, 가. 반드시 만족할걸.” 3. 동상이몽 – 달다은 #히어로연인 “차라리 나도 죽여 버리지.” 패륜아라 불러도 상관없었다. 현이 자신을 데리고 온 순간부터, 그는 그녀의 것이었으니까. 그러니 자신을 품는 것도 이 여자여야 했다. “그러게 왜 나 같은 걸 거뒀어요.” 죽이기 싫었으면 버리기라도 하지. 그랬더라면 이렇게 내 밑에 안 깔렸을 텐데. “괜찮아요. 그 덕분에 나는 드디어 현을 가졌잖아요.” 이렇게 내 좆을 따뜻하게 품어 주잖아. 4. EX급 헌터로 승진하는 법(feat. EX남친) - 김필샤 #재회물, #오래된 연인, #운명적 사랑, #몸정맘정 D급 헌터가 된 지 언 3년 차. 9번째 승진 시험에서 또 떨어졌다. 두뇌와 체력은 물론, 대대로 물려받은 헌터의 유전자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진혜는 필기 시험은 항상 만점이었다. 하지만 실기 시험만 되면 잦은 실수를 하는데. 저와 같은 처지인 후배가 승진하면서 알려 준 승진 비법은 바로, “선배, 제 승진 비법은 만족도 높은 섹스예요.” 그리고 우연히 만난 제 첫 남자 친구이자 현재 시점 기준 마지막 남자 친구, 함대종. “나 승진하고 싶어, 함대종.” 어떤 수식어도 없는 순도 100%의 진심을 내뱉었다. “그러니까 한 번만 대줘, 대종아.”
나여국 덕평 공주의 아드님 문선우를 쫓아다닌 지 언 15년. 이제는 정말 술수를 부려서라도 사주단자를 받아야 했다. “저와 혼례는 언제 올리실 겁니까?” 윤소는 급한 성미를 억누르지 못하고 갈급하게 선우에게 따져 물었다. “잘 마시고 잘 먹었소. 푹 주무시오.” “아니, 제가 묻지 않았습니까! 야!!” 결국 도망치듯 방을 나서는 선우를 향해 역정 내고야 말았다. “죽어도 대답 안 하지.” 윤소는 탁자 위의 술병을 들고 남은 술을 단번에 들이켰다. 선우가 사 온 육포를 질겅거리면서 독기 어린 눈으로 방문을 쏘아보았다. 진정 행동으로 옮길 기세로 굳은 다짐을 내뱉었다. “두고 봐. 내가 보쌈이라도 한다. 가만 안 둬, 문선우.” * * * “어째서 사주단자를 넣으셨습니까?” “…….” “제가 드센 성격이라 밤이 되면 밑에서 앙앙거리는 게 더 색욕을 자극한다, 제 젖가슴이 탐스럽다, 얼굴에 색기가 흐른다, 하는 희롱은 모멸스럽고 불쾌하지만 참을 수 있습니다.” 윤소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저질스럽고 노골적인 언사에 당황했다. “하지만, 제 오라비가 비리로 관료가 되었다는 둥, 제 아버지가 폐하의 똥이나 들춰보고 종기나 짜는 비위 상하는 일을 한다는 둥. 그런 이야기를 도저히 참을 수 없습니다.” 단정하게 자신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고 돌아서는 윤소의 앞을 막아섰다. 땀으로 흥건한 두 손으로 여린 윤소의 한쪽 손목을 잡았다. 윤소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재빠르게 손목을 빼내었다. “어찌 정혼자가 있는 여인에게 함부로 손을 대시는 겁니까! 다시는 이러지 마십시오. 아니 찾아오지 마십시오. 제 지아비를 뵐 면목 없는 여인으로 만들지 마십시오.”
한정태 의원의 사생아 한지요. 어떻게든 팔아치우려는 한씨 집안의 결혼 장사 중 처음으로 정상적인 조건의 상대가 나타났다. 결혼만 하면 역겨운 한씨 집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니 무조건 결혼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 남자. 자신 때문에 회사에서 잘리고, 하룻밤을 보냈던 채우섭이잖아! *** “나는 채우섭 씨랑 결혼하고 싶어요. 결혼할 거고요.” “내가 보기보다 순진해요.” 순진의 뜻 모르나? 밤새 자신을 짓누르고 흔들던 몸짓. 그리고 밀려오는 흥분을 감당하지 못해 내뱉던 추임새 같은 욕설까지. 우섭은 순진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와, 결혼하고 싶다는 남자가 눈앞에 있는데 머릿속으로 딴 궁리 하는 거 봐. 안 되겠네, 한지요 씨.” “결혼할 거예요, 말 거예요. 지금 확실히 답을 주세요.” “선택권은 나한테 없지 않을까요, 한지요 씨?” “네?” “성숙한 어른이라면 책임지셔야죠.” “그게 무슨….” 음흉한 미소를 단 우섭은 모두가 들으라는 듯 해맑게 대답했다. “지요 씨가 절 따먹었으니 당연히 책임을 지셔야죠.”
불같던 연애가 끝나고 3년 뒤, 모든 걸 잊은 남자가 제 앞에 나타났다. *** “나에 대해 아는 대로 말해봐요.” 대뜸 나타난 남자는 한희에게 묻어버린 시간을 들출 것을 요구했다. “서한희.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왜 나는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섰을까.” 언젠가처럼 욕망을 전혀 숨기지 않은 눈은 익숙했으며. “아아. 그땐 짐승 같았어요? 개처럼 흘레붙고, 뒹굴고 그랬나. 점점 더 궁금해지네.” 배려 없는 말버릇도 같았다. 그리고는 언젠가처럼 다시 유려한 눈매를 휘며 웃었다. “우리 잘래요?”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주제에, 정중하지 못한 입으로 무도한 요구를 한다. 꼭 20살의 석진헌처럼. 제 마음을 들쑤시던 그때처럼.
경기도 외곽 산골 언저리 별장의 도련님 서희재. 그곳엔 그의 여름의 모든 순간을 훔쳐 가는 도둑이 있었다. 별장 관리인의 딸, 이차영. 그 아름다운 도둑은 기어코 희재를 그대로 집어삼켜 버린다. 그러나 희재를 무너뜨린 여자의 배신, 그리고 그렇게 맞이한 두 사람의 끝. 다시는 그녀를 보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이차영은 뻔뻔하게도 다시 그의 앞에 나타났다. 이 거슬림을 무시할 수 없다면 네게도 똑같은 비참함을 선사하고 싶다. *** “넌 여전히 쉽네.” 그가 팔을 들어 목을 감싸고 있는 타이를 쥐었다. 미끈하게 빠진 턱이 비스듬히 기울었다. “뭐 해?” 와서 풀어야지. 그가 자신의 셔츠를 턱짓했다. 나직한 저음이 차영의 귓가에 그대로 꽂혔다. “차영아.” 그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 그렇게 그리웠는데. 붉은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목소리는 차영이 그리던 것과는 정반대였다. 고저 없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벗고 와야지.” 일그러진 그들의 여름 뒤로 선선한 바람이 찾아들 수 있을까.
경기도 외곽 산골 언저리 별장의 도련님 서희재. 그곳엔 그의 여름의 모든 순간을 훔쳐 가는 도둑이 있었다. 별장 관리인의 딸, 이차영. 그 아름다운 도둑은 기어코 희재를 그대로 집어삼켜 버린다. 그러나 희재를 무너뜨린 여자의 배신, 그리고 그렇게 맞이한 두 사람의 끝. 다시는 그녀를 보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이차영은 뻔뻔하게도 다시 그의 앞에 나타났다. 이 거슬림을 무시할 수 없다면 네게도 똑같은 비참함을 선사하고 싶다. *** “넌 여전히 쉽네.” 그가 팔을 들어 목을 감싸고 있는 타이를 쥐었다. 미끈하게 빠진 턱이 비스듬히 기울었다. “뭐 해?” 와서 풀어야지. 그가 자신의 셔츠를 턱짓했다. 나직한 저음이 차영의 귓가에 그대로 꽂혔다. “차영아.” 그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 그렇게 그리웠는데. 붉은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목소리는 차영이 그리던 것과는 정반대였다. 고저 없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벗고 와야지.” 일그러진 그들의 여름 뒤로 선선한 바람이 찾아들 수 있을까.
“아내로서 대접받을 생각 따위는 하지 마. 겨우 1년 짜리니까.” 차이건과 이연우의 결혼 계약에, '사랑'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그럼에도 연우는 첫사랑이었던 이건에게 속수무책으로 빠져들고 만다. 하지만 이건은 그녀의 감정을 짓밟고, 그로도 모자라 계약 당시의 약속까지 저버리며 연우를 배신한다. 지쳐가던 연우는 뱃속에 자리 잡은 아이의 존재를 알게 되고, 아이만큼은 지키기 위해 이건으로부터 달아나는데……. 달다은 장편 로맨스 소설 일러스트: 연초롱
“우리 꽤 잘 맞지 않았나?” 대뜸 건네는 말에 세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처음 끌려 나온 맞선 자리였다. 한 번 보면 잊힐 외모가 아니니, 만난 적이 있다면 그녀가 모를 리 없었다. “뭔가를 착각하신 것 같은데. 저희는 오늘이 초면인데요.” 남자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잘 떠올려 봐요. 나는 꽤 좋았거든.” 로열그룹의 뻐꾸기로 살아온 스스로를 망가뜨리고 싶다는 충동으로 벌인 일탈. 잊으려고 했던 그 밤이 다시 떠올랐다. 가늘고 하얀 손목을 뭉근하게 매만지는 손길에 세연의 얼굴이 굳었다. 그의 엄지가 닿는 곳마다 불에 타는 것 같았다. 남자의 눈에 고인 열기가 진득했다. “계속 그렇게 얼굴을 붉히면 나 못지않게 당신도 좋았다고 생각할 텐데.”
남몰래 짝사랑했던 남자가 제안한 하룻밤. 비참했지만, 그걸 거절하기엔 이현의 마음이 너무나도 컸다.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희망이 생겼고, 한 자락의 애정이라도 피어났으리라 여기며 이현은 가까스로 마음을 고백했다. “……좋아해요.” 하지만. “이 정도는 받아야 계산이 맞지.” 차가운 목소리, 거짓된 속삭임, 계산적인 관계는 그녀가 착각 속에 있었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이현은 결국 빛바랜 사랑을 버리기로 결심했다. “더는 전무님을 사랑하지 않아요.” “……말하지 마.” 그러나 후련하게 보내줄 줄 알았던 하준은 결코 이현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일러스트: 연초롱
“태건이 비서로 들어가라.” “…….” “내 손자가 뭘 하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하나하나 다 모아서 내게 전해 주렴.” 에스원 그룹의 사용인으로 일하는 유하에게 떨어진, 그룹 총수 명숙의 명령. 어릴 때 남몰래 풋사랑을 품었던 도련님을 감시하는 일이었지만, 해야 했다. 그게 갈 곳 없는 자신이 거둬진 이유였기에. 하지만.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최태건 이사님.” “나만 보면 시선도 못 떼서 마음이 있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네.” 혼란스러워하는 그녀에게, 그가 제안을 해왔다. “내 사람 하는 건 어때.” 그는 그녀를 거침없이 흔들었다. “나를 감시하는 건 똑같아.” “그건……!” “그러니까 나를 선택해.”
두 눈을 질끈 감고 입고 있는 원피스의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지.” 어딘가 짓씹는 음성에도 은채는 말없이 단추를 풀어 내려갔다. 목에서 시작된 단추가 쇄골을 지나 가슴께에 다다랐을 무렵, 팔목이 잡혔다. 지금껏 눈을 감았던 은채의 눈이 빛을 보기 위해 뜬 순간, 어딘가 뒤틀린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물었는데.” “그거야 봉사하려고…….” “봉사?” “네. 그러려고 부르신 거잖아요.” 어딘가 뒤틀린 표정을 짓고 있던 남자의 표정이 일순간 멍해졌다. 그 사이 은채는 열심히 손을 놀리고 있었다. 다시 정신을 차린 남자가 손을 뻗었지만, 은채의 원피스는 이미 다 풀어져 그녀의 몸에 걸쳐져 있었다. “하. 미치겠네.” 어딘가 울리는 낮은 소리였다. 남자는 제 앞에서 수치스러워하는 표정의 은채를 보며 이마를 짚었다. “나는 그러려고 당신을 부른…….” 그녀의 손이 남자의 넥타이를 잡았고, 그녀의 원피스는 이제 어깨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었다. 남자를 말을 잇지 못하고 이마를 짚었다. 그는 은채를 향해 물었다. “내 이름은 알아요?” “도백우.” “맞아. 하아, 내가 이러려고 당신을 여기로…….” 백우는 끝말을 삼켰다. 제 넥타이를 쥐고 있는 손이 덜덜 떨리면서도 제게 다가오려고 애쓰는 여자의 모습에 남자는 혀를 찼다. 오해가 있는 것 같지만 백우는 앞에 차려진 밥상을 걷어찰 정도로 머저리는 아니었다. “무슨 착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해봐요. 네가 할 수 있는 거, 뭐든 다.”
“우리 꽤 잘 맞지 않았나?” 대뜸 건네는 말에 세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처음 끌려 나온 맞선 자리였다. 한 번 보면 잊힐 외모가 아니니, 만난 적이 있다면 그녀가 모를 리 없었다. “뭔가를 착각하신 것 같은데. 저희는 오늘이 초면인데요.” 남자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잘 떠올려 봐요. 나는 꽤 좋았거든.” 로열그룹의 뻐꾸기로 살아온 스스로를 망가뜨리고 싶다는 충동으로 벌인 일탈. 잊으려고 했던 그 밤이 다시 떠올랐다. 가늘고 하얀 손목을 뭉근하게 매만지는 손길에 세연의 얼굴이 굳었다. 그의 엄지가 닿는 곳마다 불에 타는 것 같았다. 남자의 눈에 고인 열기가 진득했다. “계속 그렇게 얼굴을 붉히면 나 못지않게 당신도 좋았다고 생각할 텐데.”
“너 돈 필요하잖아.” 어린 노을에게 우연한 기회로 찾아온 행운, 그 대가는 곱절의 불행이었다. 인생의 벼랑 끝에 밀려 죽어버리려는 그녀에게 찾아온 남자, 반의준. “연기. 누구보다 날 사랑하는 여자가 되어 보라고.” 모두가 모르는 비밀을 알고 있는 남자. 의문스러운 남자의 제안은 벼랑 끝까지 밀린 그녀에게는 동아줄이었다. “입 맞추고 싶다고 하면 싫어하려나.” 피해야 하는데. “네가 싫다고 하면 안 해.” 피해야 하는 걸 아는데. “정노을. 입 벌려야지.” 알면서도 다가오는 이 남자를 도저히 피할 수가 없다.
“너 돈 필요하잖아.” 어린 노을에게 우연한 기회로 찾아온 행운, 그 대가는 곱절의 불행이었다. 인생의 벼랑 끝에 밀려 죽어버리려는 그녀에게 찾아온 남자, 반의준. “연기. 누구보다 날 사랑하는 여자가 되어 보라고.” 모두가 모르는 비밀을 알고 있는 남자. 의문스러운 남자의 제안은 벼랑 끝까지 밀린 그녀에게는 동아줄이었다. “입 맞추고 싶다고 하면 싫어하려나.” 피해야 하는데. “네가 싫다고 하면 안 해.” 피해야 하는 걸 아는데. “정노을. 입 벌려야지.” 알면서도 다가오는 이 남자를 도저히 피할 수가 없다.
1. 젖으면 안 돼요 윤글피 저 #인외존재, #계략남, #다정남, #절륜남, #운명적사랑, #애교녀, #엉뚱녀, #달달물 “연서야.” 그가 제 짝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넓은 방을 울렸지만 돌아오는 것은 그의 손이 빈자리를 더듬는 부스럭거림이 전부였다. “…설마.” 먹구름 같은 잿빛 머리칼을 쓸어 넘기는 그의 목소리엔 웃음기가 묻어나 있었다. 다만, 이 웃음은 즐거움이 아니라 다른 어떤 것을 포함하고 있음이었다.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부정과 어이없음. 딱 그것이었다. “진짜야? 진짜로 집을 나갔어?” 2.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도록 임사일 저 #인외존재, #애증, #집착남, #나쁜여자, #고수위 “이번엔 놓치지 않겠소.” 범영은 아내의 귓가에 속삭였다. 추악하고 음울한 민낯을 드러낸 목소리였다. 잠결에도 섬찟함을 느낀 건지 영우의 몸이 잘게 떨렸다. 그는 여린 어깨를 감싸 쥐었다. 아무에게도 빼앗기지 않겠다는 듯이. “영우야 너는 나를 떠날 수 없어.”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도록 점점 저에게 스미게 만들리라. 그리하여 기억을 되찾아도 제 곁에 남아 있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에는, 저를 사랑하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한 뒤에는…. 이 여자를 죽일 것이다. 그래야만 농락당한 자신의 마음이 위로될 것 같았다.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거다. 구악산을 지키는 역할. 인간의 감정 따윈 모르는 산군으로. “그러니까, 나를 꼭 연모해. 마지막 순간이 올 때까진 나도 그리할 터이니….” 3. 나의 물뱀, 나의 사하 달다은 저 #인외존재, #몸정맘정, #운명적사랑, #절륜남, #후회남, #상처녀 그녀의 손이 닿자마자 온몸에 도는 서늘한 기운. 그걸 느끼며 휘는 그녀의 손을 잡아 입술을 비볐다. “사하.” “응?” “어여쁜 나의 물뱀.” 그래. 이건 제 것이다. 저의 물뱀이다. 제가 찾아내고, 자신이 살린 자신의 것. 4. 비 오는 날의 주막 김필샤 저 #인외존재, #조신남, #다정남, #순정남, #동정녀, #다정녀, #로맨틱코미디 예화가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따라 부르라 또박또박 내뱉었다. “나는 그 누구도 주인으로 모셔 본 적 없는….” “예. 화. 주. 인. 님.” 예화가 사내의 변명을 끊어 내며 단호한 눈을 했다. 협상은 없다는 굳은 의지였다. 사내는 단번에 기가 죽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예화, 예화 주인님.” 예화는 만족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팔짱을 낀 채 사내 주변을 뱅뱅 돌았다. “나는 그대를 뭐라 부를까.” “나는 서도람이라 하오. 탐할 도에 탐할….” 예화는 사내의 말은 흘려들으며 텅 빈 조개껍데기를 바라봤다. “그래, 막조! 막조라 해야겠다.” “방금 지어낸 그리 천박한 이름은 싫소!” 사내가 질색하며 예화의 옷소매를 잡고 반발했다. 그러자 예화가 사내에게 가까이 다가서 확신에 찬 눈빛을 보냈다. “그럼 맛조개라고 불리고 싶어? 아님 맛조?” “막조가 좋겠소.”
“이건 사고야, 사고. 알았어?” “밥이나 먹어. 회사 늦는다.” “빨리 사고라고 말해. 어제 우리가 술에 취해서 그런 거라고 말하라고.” 애처럼 떼를 쓰는 나은에 재혁이 불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나은의 말이 맞았으니까. 10년을 넘게 서로 싫어했다. 사실은 일방적으로 나은이 자신을 싫어했던 거기는 하지만. 덤덤하게 살아온 재혁도 대놓고 자신을 싫어하는 나은을 곱게 보지는 않았다.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알겠어?”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만지던 재혁은 얼굴을 들이대며 왕왕거리는 나은의 얼굴을 밀어냈다. 찰싹. 손등을 때리는 손길이 매서웠다. “알았냐고. 우리 둘만의 비밀!” 결국, 재혁의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원하는 답을 얻기 전까지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나은의 성정을 잘 알고 있었다. 이대로 무시한다면 귀찮게 할 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은 재혁이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해.” 새끼손가락을 내밀자 얼굴에 짜증이 담기는 게 보였다. 나은은 이때의 재혁을 좋아했다. 좋아한다기보다는 자신이 재혁의 감정을 끌어냈다는 사실이 좋은 거였지만 말이다. 이러다 욕을 할 것 같은 재혁을 보며 다시 한번, 새끼손가락을 들이밀던 순간, “빨리……. 읏……!” 뒷덜미가 잡히고 그대로 끌려갔다. 단단한 손이 뒷덜미를 강하게 움켜쥐었고, 뜨거운 입술이 맞닿았다.
1. 가이드라고 하셨잖아요, 선생님! - 임사일 #가이드버스, #사제지간, #첫사랑, #사내연애, #소유욕/독점욕/질투, #계략남, #존댓말남, #자낮녀, #순정녀 “선생님은 가이드이신데도 체력이 출중하시네요….” 성적 긴장감으로 인해 아무 말이 막 튀어나왔다. “싫으면 말씀하십시오.” 아, 맞다. 우리 섹스를 하는 게 아니라 각인 연습을 하기로 했지. 연습이기 때문에 끝까지 가진 않을 테지만 하는 기분은 내려는 모양이었다. 나는 결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앗… 아니에요! 오히려 좋아요. 곧 심사니까.” 그런데. “선생님?” 나는 가만히 음부를 들여다보는 선생님을 나직하게 불렀다. 그러나 그는 내 말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음부의 갈라진 틈새로 토란처럼 굵고 뭉툭한 귀두가 밀려들어 왔다. 읏! 난데없는 접촉에 허리가 펄쩍 뛰었다. “누가 각인 연습을 이렇게 합니까.” “네?” “그냥 각인하는 거지.” 선생님이 상체를 숙였다. 그는 자신의 성기를 움켜쥐더니, 퍼억! 그대로 삽입했다. 2. 뜻밖의 비밀 연애 – 윤글피 #가상시대물, #판타지물, #라이벌/앙숙, #삼각관계, #비밀연애, #애증, #능력남, #능글남, #절륜남,#능력녀, #무심녀 “아버지, 여기. 살아 있는데?” 아이락의 품에 안긴 채, 조직원들이 이 기이한 연구소 안에 있는 것들을 모조리 죽이고 불사르는 것을 구경하던 어린 모나는 바짝 말라 바닥에 굳은 아헬을 작은 손으로 가리켰다. 아이락은 그런 아헬을 바라보다 모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버려 둬라. 어차피 죽을 것 같으니.” “살아나면?” “살아나면 그건 또 저놈의 몫이겠지.” “궁금하다. 어떻게 될지. 데려가면 안 돼?” 순간, 아무도 모르는 사이 아헬의 눈이 빛났다. 아헬은 남은 힘을 모조리 쥐어짜 위로 손을 뻗었다. “어?” 붙잡은 것은 모나의 작은 발이었다. “날 데려, 가. 반드시 만족할걸.” 3. 동상이몽 – 달다은 #히어로연인 “차라리 나도 죽여 버리지.” 패륜아라 불러도 상관없었다. 현이 자신을 데리고 온 순간부터, 그는 그녀의 것이었으니까. 그러니 자신을 품는 것도 이 여자여야 했다. “그러게 왜 나 같은 걸 거뒀어요.” 죽이기 싫었으면 버리기라도 하지. 그랬더라면 이렇게 내 밑에 안 깔렸을 텐데. “괜찮아요. 그 덕분에 나는 드디어 현을 가졌잖아요.” 이렇게 내 좆을 따뜻하게 품어 주잖아. 4. EX급 헌터로 승진하는 법(feat. EX남친) - 김필샤 #재회물, #오래된 연인, #운명적 사랑, #몸정맘정 D급 헌터가 된 지 언 3년 차. 9번째 승진 시험에서 또 떨어졌다. 두뇌와 체력은 물론, 대대로 물려받은 헌터의 유전자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진혜는 필기 시험은 항상 만점이었다. 하지만 실기 시험만 되면 잦은 실수를 하는데. 저와 같은 처지인 후배가 승진하면서 알려 준 승진 비법은 바로, “선배, 제 승진 비법은 만족도 높은 섹스예요.” 그리고 우연히 만난 제 첫 남자 친구이자 현재 시점 기준 마지막 남자 친구, 함대종. “나 승진하고 싶어, 함대종.” 어떤 수식어도 없는 순도 100%의 진심을 내뱉었다. “그러니까 한 번만 대줘, 대종아.”
돈에 팔려가듯 치루는 결혼식 날, 어디선가 나타난 남자에 의해 피바람이 불었다. 눈앞에서 남편이 될 남자가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걸 보며 소희는 멍했다. 바닥에 쓰러지는 신랑을 지나쳐 한 남자가 다가왔다. “여기에 내 것을 품고 다른 사내에게 안기려고 했습니까?” “…….” “아니면 저 미천한 것을 마음에 품기라도 했습니까?” 피를 묻히고 위험하게 웃는 남자의 모습은 어딘가 위험했다. 마치 뱀처럼. 대답을 재촉하는 남자를 향해 고개를 젓자 환하게 웃는다. 마치 자신을 오래도록 기다려왔던 사람처럼. “그럼 저와 해도 상관없겠지요?” 율은 겁에 질린 얼굴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소희를 보며 웃었다. 그녀는 그렇게 그 남자의 품에 안겨 사라졌다. “내 부인, 내 신부님. 내 희야. 이 날만을 기다리며 살았습니다.”
“돌아가. 인간은 인간대로, 도깨비는 도깨비대로. 그것이 순리다.” 모시는 아기씨 대신 희생양이 된 노비, 단. 그녀는 제물이 되어 올라간 산에서 불 도깨비 서우를 만난다. 처음엔 그저 무섭기만 했던 그였으나, 점차 다정해지는 모습에 어쩐지 단은 이상한 기분이 든다. 그러던 중 술에 취해 얼결에 서우와 몸까지 얽고 마는데……. “달아. 원래 인간은 이렇게 단가?” “흐으, 몰라아…….” “네가 단 건가.” 그러나 둘의 알콩달콩한 시간도 잠시. 단은 욕심 많은 아기씨와 마을 사람들에 의해 목숨의 위협을 받고, 서우와 헤어질 위기에 처한다. “부끄러워 말을 하지 못했어. 단아, 너를 연모하고 또 연모한다. 그러니 제발 가지 마라.” “…….” “내가 너 없이 어찌 살라고…….” 도깨비와 인간, 같은 듯 전혀 다른 그들은 과연 진정한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 “……거긴 함부로 만지는 거 아니야.” 서우는 코앞에서 들리는 단의 숨소리에 시선을 비껴가며 말했다. “왜요?” 순진한 얼굴로 순진하게 묻는 어린 인간을 보며 서우는 그때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한테 장가와요.’ 웃던 그 얼굴이 말이다. 젖살이 빠지고 여인 태가 나는 얼굴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얼굴에 서우는 그러지 말아야 한단 것을 알면서도 잡고 있던 손을 놓고 그녀의 목을 감싸 제게로 가까이 당겼다. “위험하니까.” 그의 눈이 위험하게 빛난다 싶던 단은 처음 겪는 촉감에 눈을 감았다.
“해나야, 이제 널 사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뜻이야.” 잔인하게 그녀를 버려놓고, 다시 만난 최진헌은 그녀에게 덫을 놨다. 그녀의 집안을 빌미로 해나를 흔들고, 뒤집어 놨다. 자신이 알던 다정했던 남자는 없었다. 그래서 더는 기대 따윈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뭐 해. 벌려.” “…….” “그래야 네 쓸모를 증명하지.” 해나는 여전히 진헌의 말 한마디에 상처받았다. 진헌이 쳐 놓은 덫에 걸린 해나는 아픔에 헐떡였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벗어날 수 없는 오해의 덫이었다. [본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재편집된 작품입니다.]
“좋아해. 한정우. 좋아해.” 사랑한다는 말은 벅차서 입에 담을 수도 없다. 대신, 좋아한다는 말을 뱉었다. 등을 감싼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지고, 지척에 보이는 그의 얼굴은 마치 못 볼 걸 본 사람처럼 굳었다. 굳지 않은 건 나를 내려다보는 그의 흔들리는 눈이었다. 소윤은 그제야 자신이 원했던 건 한정우의 질투가 아니라 자신을 사랑한다는 정우의 확신이라는 걸 깨달았다. “애인은 무슨. 나한테 애인이 어디 있어. 너 하나밖에 없는데.” 목을 감싼 팔에 힘을 줘 껴안았다. 한 번도 먼저 해보지 못한 행동이었다. 늘 그 품에 안기고 싶었고, 그를 안고 싶었다. “……거짓말.” “진짜야. 내가 너한테 거짓말하는 거 봤어?” “……아니.” - “으…… 천, 천히!” “미안. 내가 지금 천천히가 안 돼. 미칠 것 같아.” “으. 아, 아!” 예고도 없이 안으로 파고드는 손가락에 소윤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걸 봤는지 입안으로 손가락이 밀려 들어왔다. 위아래로 구멍을 파고드는 손가락에 소윤은 미칠 지경이었다. “입술 깨물지 마. 차라리 이걸 깨물어.” “으읏…… 읏!” “윽. 아, 미치겠다. 위아래로 물려놓으니까 돌아버리겠어.” 제 손가락을 물고서 신음을 흘리는 그 모습에 정우의 머리가 아찔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정우는 힘껏 자제하고 있었다. 사실은 이대로 제걸 쑤셔 박아놓고 희롱하고 싶어 죽을 것 같았다. 그의 본능은 그냥 빨리 저걸 삼키라고 하고 있었지만 정우는 소윤을 아프게 하기 싫었다. 진득하게 녹여 먹고 싶었다. “소윤아, 더 물어봐. 응?”
믿었던 가족이 자신을 팔아넘겨 투자금을 받으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된 날, 유하나는 도망치듯 자신의 오랜 친구 박태오의 집으로 찾아가게 된다. “차라리 나랑 해.” “……어?” “결혼, 나랑 하자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일이었다. "박태오, 너. 너 나랑 키스도, 섹스도 할 수 있어?" 짐승은 제 발로 걸어 들어온 먹잇감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하나는 충격적인 일을 겪어 술에 취해 친구를 찾아왔던 거지만, 태오에게는 아니었다. 오랜 시간을 숨죽여 공을 들인 먹잇감이 제 발로 걸어온 순간을 그는 놓치지 않았다. “얼마나 기다려 온 순간인데. 병신 새끼같이 그 기회를 날릴까.” 본문 중 난잡하게 쑤셔대는 허리가 점점 더 빨라지고, 두 사람의 무게에 눌린 이불이 사부작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철퍽, 퍽, 퍽퍽! “하아, 아…!” 이내 그의 허리가 굳으며 사정했다. 하나는 그런 태오의 날갯죽지를 감싸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땀을 흘리는 하나의 이마를 쓸며 태오가 그녀를 품에 안고 굴렀다. “유하나, 너 나랑 결혼해야 해.”
“돌아가. 인간은 인간대로, 도깨비는 도깨비대로. 그것이 순리다.” 모시는 아기씨 대신 희생양이 된 노비, 단. 그녀는 제물이 되어 올라간 산에서 불 도깨비 서우를 만난다. 처음엔 그저 무섭기만 했던 그였으나, 점차 다정해지는 모습에 어쩐지 단은 이상한 기분이 든다. 그러던 중 술에 취해 얼결에 서우와 몸까지 얽고 마는데……. “달아. 원래 인간은 이렇게 단가?” “흐으, 몰라아…….” “네가 단 건가.” 그러나 둘의 알콩달콩한 시간도 잠시. 단은 욕심 많은 아기씨와 마을 사람들에 의해 목숨의 위협을 받고, 서우와 헤어질 위기에 처한다. “부끄러워 말을 하지 못했어. 단아, 너를 연모하고 또 연모한다. 그러니 제발 가지 마라.” “…….” “내가 너 없이 어찌 살라고…….” 도깨비와 인간, 같은 듯 전혀 다른 그들은 과연 진정한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