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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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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송이의 수국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사실 관능적인 장미였다. 가냘파서 유약해 보이던 여자가, 밤이 되자 매혹적인 미소로 속삭인다. “나, 그렇게 약하지 않아요.” 내 아내의 낮과 밤은 다르다. -본문 중에서- 이제 그녀는 그를 보고 누워있게 됐다.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시선이 얽혀들었다. 희주가 부드럽게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뻗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훑어 내리는 그의 손목에 가볍게 얹었다. 박동이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자리인지라, 서한은 순간적으로 숨을 꾹 참았다. “여보.” “……네.” 답하며 겨우 한 모금의 숨을 토해낼 수 있었다. “나 안 섹시했어요?” “……네?” 서한은 무의식적으로 드라이기를 껐다. 소음과 함께, 잘못들은 건가 싶었다. “잘록한 허리 라인에 넘어올 거라던데.” 희주는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의 허리를 쓸었다. “라인이, 없나?” “라, 인이요?” 당황하는 그를 아랑곳 않고 희주가 손짓했다. “여보, 얼른 와요.” “……희주 씨.” 그녀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얕게 끄덕였다. 서한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지금의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눈치가 없는 사람이어야 했고 둔한 남자여야 했다. 서한은 불순한 생각을 한 자신을 탓하기로 했다. 침대를 돌아와 희주의 곁에 누웠다. 그녀가 천천히 그의 쪽으로 다시 돌아누웠다. 모르는 척, 바르게 누운 채 눈을 감았다. 이불과 몸이 쓸리는 소리가 너무나 적나라하다. 희주가 깨어있을 때, 그의 곁으로 다가온 것은 처음이었다. 팔에 가볍게 고개를 기대며 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냥 잘 거예요?” 서한은 말을 아꼈다. 아니, 목이 매여 무슨 말을 할 수가 없다는 게 맞았다. 그러면? 그냥 안 자면? 그녀의 손이 슬그머니 그의 옆구리 쪽을 나른하게 어루만졌다. “그만, 해요.” 서한이 덥석 그녀의 손을 잡아 내렸다. 세지 않은 힘이었지만 은근히 희주의 눈치가 보여 슬쩍 눈을 뜨며 분위기를 살폈다. 물끄러미 그를 올려다보던 시선에는 곧 웃음기가 담겼다. 가볍게 그의 손을 뿌리친 희주가 상체를 일으켜 세우며 내려다보았다. “정말로 그만해요?” 그의 허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가슴을 어루만지는데…… 그것만으로도 불끈 서버려서 서한은 벌떡 일어서며 희주를 옆으로 내려앉혔다. “이러지 말아요.” “왜요.” 왜냐니. 미간까지 찌푸리며 입을 달싹이던 서한은 결국 알맞은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게, 왜일까. “당신…… 약하니까요.” 나를 받아들이기엔, 당신을 내가 안기엔. 말하면서도 뭔가가 모래알처럼 거슬린다. 편식도 하지 않고 끼니를 거르지 않고 챙겨 먹으며, 그와의 오랜 산책도 그다지 힘들어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코피를 잘 흘리고 걸핏하면 쓰러지는 모습도 보이는 여자. 그는 아내를 잘 모르겠다. 정말 그를 받아들이기 힘들까? 단순히 체력적인 문제라면 단호하게 그렇다고 얘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 그렇게 약하지 않아요.”

완결 여부미완결
에피소드1 권
연령 등급성인

세부 정보

팬덤 지표

🌟 로맨스 소설 중 상위 67.00%

👥

평균 이용자 수 7

📝

전체 플랫폼 평점

6.4

📊 플랫폼 별 순위

64.55%
N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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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nail

매혹의 포르테

처음엔 여자가 연주한 쇼팽에 홀린 줄 알았다. 집중한 미간, 유려하게 움직이는 손가락, 연주를 끝내고 난 후의 후련한 표정. 하나, 그 모든 것은 전조에 불과했다. 무료할 것만 같았던 그들의 비밀 레슨은 치명적인 계기로 180도 뒤바뀌게 되는데……. "나를 오염시켜요. 그리고 당신은 다시 깨끗해지는 겁니다." "나 대신 더러워지겠다는 건가요." 계속 껍데기만 사랑 받은 에고이스트, 서하진. 지독한 에고이스트를 품으려는 남자, 윤성민. 그들의 매혹적인 연주가 시작된다. [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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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그 놈

[15세 개정판] 그녀가 도망가기 전에 잠에서 깬 지완은 깊은 눈동자로, 하지만 연약함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처음이에요. 선배가 책임지세요.” “뭐래, 야! 그렇게 따지면 나도 처…….” 합, 서윤은 지금 내가 무슨 얘길 하나 싶어 서둘러 입을 막았다. 숙취에 아픈 머릴 부여잡고 일어나보니, 낯선 풍경의 침대 위! 이게 무슨 난리임? “내 동정, 어떻게 책임질 겁니까?” “뭐, 뭐, 나, 혼자 책임만 있니!” 아무리 용을 써도, 이미 늑대의 테두리 안에 들어온 양은 점점 더 깊은 늪으로 빠질 뿐, 도망칠 수 없었다. 음흉함으로 똘똘 뭉친, 똑똑하고 잘생긴 어린 늑대, 서지완. 늑대의 올가미에 덥석 물려버린 둔한 양 한 마리, 정서윤. 늑대인 줄 모르고 늑대를 애지중지하고 아끼던, 어느 양의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이야기. [본 도서는 15세이용가 개정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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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순한 거짓말

“당신과 나는 무슨 사이였죠?” 병원에서 깬 희연의 눈앞에 모두의 이상형일 것 같은 멋있는 남자가 있었다. “여동생? 연인?” 남자의 시선이 누워있는 그녀의 전신을 훑었다. 너무 서늘해서 뱀의 시선을 받으면 이런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몸은 이상했다. 다른 의미로 움찔거리는 것 같다. 그녀는 깨달았다. ‘이 남자는 가족이 아니야…….’ 오빠나, 남동생의 시선에 이렇게 온 몸이 저릿하고 뜨거워질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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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정사

[15세 개정판] 격렬한 정사 뒤에 느꼈던 씁쓸함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충격이었다. 충격이 너무 커 두려울 정도였다. “아이가 생기지 않았던 게 그럼…….” “수술했어.” 미운오리새끼였지만 이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 남자를 사랑하고 온전하게 그만을 생각하는 시간이 행복했었다. 하지만. “이혼하고 싶어요.” “이혼?” 사랑하기 때문에 떠난다는 통속적인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렇기에 떠나야만 한다. 자신이 백조인 걸 모르는 미운오리새끼, 유일하게 한 남자만을 원했던 서지인. 사랑받는다는 것도 사랑을 주는 것도 무엇인지 모르는 지독한 에고이스트 민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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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선택

아버지가 유언을 남겼다. 결혼하지 않으면 회사를 물려받지 못한다. 시연의 앞에 놓인 세 가지의 선택지.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 아버지가 아꼈던 남자. 그리고.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한 남자. 그녀, 하시연. 결혼을 요구하다. 그, J I H. 결혼을 요구당하다. -본문 중에서- 남자가 은밀한 경계선 안으로 걸어왔음에도 시연은 물러서지 않았다. 또렷한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며 똑바로 마주 섰다. 남자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 그녀의 허리를 휘감아 당겨 안으며 속삭였다. “각오가 되어 있으십니까?” 시연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각오를 내가 해야 되는 겁니까?” 남자가 피식, 소리 내지 않고 냉소적으로 웃었다. 그는 손을 뻗어 찰랑거리는 그녀의 단발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핥짝, 왜 손가락이 혀 같이 느껴지는 건지. 그의 검지 끝이 은근하게 그녀의 귓불을 훑었다. 그는 조금 더 자신의 하체를 그녀에게로 가져다 붙였다. 스윽 스윽. 남자는 은근하게 하체를 부비며 고갤 숙였다. “이런 것도 다 포함되는 겁니다.” 시연이 훗, 낮게 비웃었다. 비웃음이어도 소리 내어 웃는 시연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남자는 그녀가 신기했다. 그녀가 손을 뻗어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 “이 각오라면, 얼마든지.” 불쑥 그녀에게로 고개를 숙이게 된 남자는 부지불식간에 키스를 당하고 말았다. 다가온 입술은 부드러웠지만, 강렬한 낙인을 찍고 순식간에 멀어져버렸다. “겨우, 이걸 각오라고 말하는 건…… 아니겠죠?” 시연이 적나라하게 자신의 은밀한 부위를 그의 남성에 가져다 비볐다. “……하.” 남자가 먼저 고갤 돌렸다. 이러다간, 정말 사단을 내겠구나 싶었다. 도발을 하려던 건, 그가 먼전데. 그가 먼저 넘어갈 지경이었다. “졌습니다.” 그의 말에 시연은 미련 없다는 듯, 바로 그의 목에 두르고 있던 팔을 풀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남자도 돌아서서, 자리에 앉았다. 시연이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는 식은땀이 흐를 것 같은데, 시연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태연자약하기만 했다. 그녀가 인터폰으로 호출하자, 비서가 바로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 서류 봉투를 하나 놓아주고 나갔다. “읽어보시죠.” 남자는 손을 뻗어 서류를 안에서 꺼내들었다. 서류를 완전히 다 꺼내기도 전에 이미 황당했다. 혼인 계약서, 라고 적힌 짙은 단어가 왠지 너무나 적나라한 느낌이었다. 대외적인 이미지를 생각해서 절대 다른 여잘 만나면 안 되고, 혼인은 정해놓은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평생 유지 될 것이며, 아이를 갖기 위해 두 사람은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처음의 배당금을 제외하고, 아이에겐 재산이 상속되나 남편인 그에겐 일정의 품위 유지비만 평생 지급……. 역시나 내용 또한 가감 없이 적나라했다. 세세하게 결혼 생활을 하며 발생될 수 있는 모든 사항들이 열거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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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녀의 사정

녹슨 거 안 보여? 네가 기름칠 해줘야 돼. 처음 쓰는, 그 남자. 죽으면 어떡해. 나 하고 싶은데. 맛 들려버린, 그 여자. 서로 다른 사정을 가진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야릇한 사정. -본문 중에서- 화가 났다. 다시 만나게 되면, 상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른다. 야멸치게 돌아서 주리라. 모르는 척 스쳐 지나가리라. 이렇게 바보처럼 연우를 끌어안는 상상은 단 한 번도 한 적 없었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다시 사라지면 어쩌지. 두려움이 그를 덮쳤다. 당장에 실물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은 간절함이 더 먼저였다. “이연우, 너…….” 조금 더 연우를 품에 꽉 끌어당겨 안았다. 달달한 향이 그녀에게서 풍겼다. 입술을 악물며 천천히 연우를 품에서 떼어 냈다. 촉촉이 젖은 눈동자로 그녀는 미소 짓고 있었다. “잘…… 지냈어?” 목소리는 조금 변한 거 같다. 언뜻 보았을 땐 같다 느꼈던 얼굴도 약간 연륜이 묻어나기는 하다. “죽을래?” 천천히 움직인 지람의 손이 연우의 아랫입술을 매만지다 스리슬쩍 입술 새를 파고들었다. 살짝 벌어지는 연우의 입술 새로 하아, 짙은 숨결이 토해졌다. 엄지에 새겨지듯 뿌려진 숨결은 무척이나 뜨거웠다. “그걸 물을 자격이 너한테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누구로 인해 괴롭고 힘들었는데. 누구 때문에 그리움에 몸부림치다 잠에서 깼는데. 그런 세월이 10년이다. 그가 손을 내려 연우의 손을 잡자 그제야 그녀가 맞잡았다. 애달프게 바라보는 눈빛에서 지람은 연우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사무실로 들어간 연우는 지람을 의자에 앉혔고 머신에서 커피를 따랐다. 쓰다고 마시지 않던 커피를 내리는 게 익숙해 보이는 연우에게서 지람은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아메리카노 괜찮아?” 너무도 자연스럽게 새어 나오는 반말 때문일까. 10년의 세월이 무색해지려 했다. “어.” 울컥함에 목소리가 낮게 새어 나왔다. 지람은 애써 시선을 돌려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작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사무실이다. 향긋한 커피 향이 코끝을 간질였지만 지람을 사로잡고 있는 건 여전히 연우의 체향이었다. 그녀가 테이블에 커피 잔을 내려놓았다. 무심결에 집어 들던 지람이 멈칫하며 손을 멈췄다. 벌떡 일어선 그가 책꽂이 앞으로 향했을 때 연우는 컵을 꽉 두 손에 쥐기만 했다. 지람이 집어 든 건 제과제빵 자격을 꽂아 넣은 액자였다. “뭐야. 그래서, 그래서…….” 액자를 쥔 채 돌아선 지람에게서 연우는 허탈함과 충격을 목격했다. 이보다 더 놀랄 수는 없고 좌절할 수는 없다, 를 지람이 몸소 보여주는 것 같았다. 지람은 액자를 부술 듯이 쥔 채 연우에게로 왔다. 탁 소리 나게 액자를 테이블에 내려놓은 지람의 눈동자는 처음보다 붉었다. “설명해.” “오빠.” “설명하라고!” “욱하는 성질은 여전하네?” 연우는 머그컵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용기 내어 뻗은 한 손을 지람이 쳐내려다가 멈칫했다. 절대 그녀에게는 장난으로라도 손을 올리지 않는 것도, 내치지 않는 것도 변함없었다. “내가 얘기할 수 있게 해줘야지.” 연우는 빙그레 웃었다. 그의 앞에서 처음으로 짓는 거짓 미소일 거였다. 이 순간만큼은 서글픔이 묻어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럴 수밖에 없는데, 그러지 않기를 바라니 거짓일 수밖에 없을 거였다. 하, 크게 한숨을 내쉰 지람이 그녀의 곁에 놓인 의자에 털썩 앉았다. 살짝 그의 손목에 얹듯이 놓여 있던 연우의 손이 그제야 천천히 떨어졌다. “나 소중히 해주는 것도 그대로고.” “말해.” 지람은 거칠게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머리카락이 헝클어져도 그는 멋있기만 했다. 심장이 떨리는 건 우연히 그를 마주해 기쁘기 때문일까, 양복 입은 그를 처음 보기 때문일까, 염치없이 떨리는 마음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더 세차게 울어대는 걸까. “말하라고 이…….” 이연우, 라고 부르려다 만 것이리라. 연우는 웃으며 지람의 손을 잡았다. 달칵, 액자가 쓰러졌다. 자격증이 꽂힌 액자. 공식 문서에 처음으로 ‘차’연우로 기록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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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를 탐한 남자

[15세 개정판] 이제 더 이상은 참고 살지 않을 것이다. 핍박받던 사생아, 날갯짓을 시작하다. -서미호 처절하게 사는 게 어떤 것인지 똑같이 보여줄 것이다. 원성그룹 후계자, 복수를 시작하다. -박민후 낯선 호텔방이었다. 미호는 어제 입은 옷이 아닌 남자의 와이셔츠 하나만 달랑 입고 있었다. 세탁되어 걸려있는 옷으로 갈아입고 객실에서 빠져나왔을 때 그녀는, 비로소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열이 심하게 오른 그녀를 지극정성으로 간병해준 사람이 누구인지 알았다. 새벽녘 비몽사몽이지만 겨우 정신이 들었을 때, 그녀의 몸을 닦아주던 남자는. “몸으로 남의 남자 꼬시니 좋니? 그렇게나 선택받고 싶었어?” “그러는 넌 그 기회도 얻지 못했잖아?” “이 나쁜 년! 더러운 년! 내 남자를!” 날아오는 손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동작이 너무나 느렸다. 간밤에 앓은 몸이었다. 찰싹 소리와 함께 그녀는 그대로 힘없이 복도에 널브러지게 됐다. 쓰러진 와중에도 똑 부러지게 얘기할 순 있었다. 그것은 확실한 사실이니까. “아직 네 남잔 아니지.” 밤새도록 간호하며 그녀의 옷을 갈아입혀준 남잔 그녀의 이복동생과 결혼할 남자, 박민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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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의 사생활

“교수님.” 억지로 떠밀려 나간 선 자리에서 마주한 것은 그의 수업에 들어오는 여학생, 진서희였다. “네가 여긴 어떻게?” “모르고 나오셨나 봐요?” 멋쩍어서 웃었지만 그래도 풋풋하고 싱그러운 미소였다. 딱 스물한 살의 싱그러움이었다. “교수님 선 상대가 저일걸요?” 말도 안 돼! 아무리 시간강사라지만, 학생과 맞선이라니? 어불성설이었다! 일단 자리에 앉은 혁은 분기탱천함을 숨기지 않으며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제정신이십니까?” -어차피 넌 이번학기를 끝으로 더 이상 채용되지 않을 거다. 무슨 뜻인지 단박에 알아챈 이 회장은 깔끔하게 답한 뒤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버지!” 황당해하는 그를 보며 서희는 그저 싱긋 웃어보였다. “교수님 우리 결혼해요.” “뭐, 뭐?” “결혼만 해주세요. 더 이상 아무것도 바라지 않겠어요.” 생글생글한 미소가 무서워 보이긴 처음이었다. “학교엔 당연히 결혼사실 알리지 않을 거고, 저도 집에서 쥐죽은 듯 지낼 게요.” 교수님 호적하고 집만 빌려주세요, 덧붙이는 서희를 보며 혁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젓고 말았다. 홀라당 학생에게 넘어가버린 교수? “아잉, 하읏! 오빠아!” “아, 서희야!” 야릇한 공간으로 변해버린 강의실? 과연 이것은 누군가의 상상일까, 실제로 벌어지는 일일까? 어떻게든 혁과 결혼해야 하는 재기발랄한 여‘학생’ 진서희. 어떻게든 학생과 결혼하는 것은 막고 싶은 남‘교수’ 이혁. 진서희 학생의 이혁 교수 꼬시기 대작전이 펼쳐진다! [본 도서는 15세 개정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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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본능

“아빠, 아세요?” 해맑은 아이의 목소리에 놀라 굳어 버렸다. “유부남이세요?” -결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원나잇 상대를 마주해 버린 여자, 강윤아! “그러게 그렇게 예쁘지 말지 그랬습니까.” 너무 예뻐서 결국에는 내딛고 만 걸음이었다. “어떻게 하면 내게 올 겁니까?” -도망갈 생각만 하는 여자에게 오늘도 더 깊게 반하고 만 남자, 민재운! 겁쟁이를 승복하게 만든 건, 더 깊게 사랑에 빠지게 만든 건, 결국 아찔한 본능이었다……. -본문 중에서- “출근해야 하지 않습니까?” 어깨를 부드럽게 토닥인 뒤 그녀의 상체를 안아 일으켰다. 우웅, 소리를 내며 그의 품으로 파고들어오는 여체에 눈치 없이 그의 것이 벌떡 서려 했다. 그의 품에서 하품을 하는지 미약한 움직임과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재운은 곧 눈치 챘다. 윤아는 지금 굳어 있었다. 모르는 척하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춘 뒤 일어섰다. “이따가 봅시다.” 훅, 떨어진 이불은 훤히 그녀의 맨가슴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불을 여며 주며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겨줬다. 어깨를 살짝 넘는 긴 단발을 푼 것은 어제 처음 보는 거였다. 묶어도 예쁘고, 풀어도 예쁘고, 이렇게 자다 깨서 산발이 돼도 예쁘다. 참으로 새삼스러웠다. “못 데려다줘서 미안해요.” 재운은 테이블에 올려놨던 카드를 집어 그녀의 손에 쥐어 주었다. “꼭 택시 타고 가야 합니다.” 윤아의 볼을 부드럽게 쓸어내린 뒤, 비로소 일어섰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지만 가야 했다. 여덟 시까지 출근해야 하는 그는 이미 지각이었다. “아, 저기.” 나지막한 부름을 일부러 모르는 척했다. 재운은 뒤돌아보지 않은 채 손을 가볍게 들어 보였다. 인사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무릎 꿇고 상체를 숙여 앉은 채, 윤아는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쓰린 은밀한 부위가 적나라하게 어젯밤을 계속해서 상기시켜 주었다. “역시나, 맛있네요…….” 저도 모르게 재운이 했던 말을 토해 낸 윤아는 귓가에 적나라하게 꽂히는 노골적 단어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럴 때가 아니었다. 저릿한 몸을 겨우 펴서 다리를 침대 밑으로 내렸다. 윤아는 이불을 걷어 뒤에다가 두며 일어섰다. 손에 있던 걸 잊었던 카드가 툭, 바닥으로 떨어졌다. 윤아는 눈을 게슴츠레 뜬 채 카드를 보다가, 천천히 상체를 숙여 주었다. 온몸이 쑤셨다. 카드를 쥔 채 요리조리 돌리다가 영어로 적힌 이름을 보았다. “민……재운.” 진한 키스 뒤, 자신의 이름을 밝히던 게 떠올랐다. 그녀도 그 전에 이름을 말했던 걸까? 강윤아 씨, 윤아 씨…… 밭은 신음 사이로 그녀를 부르던 그의 목소리는 너무나 축축했었다. 애써, 두 번이나 그와 관계를 맺은 공간인 것을 상기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샤워를 하고 나온 윤아는 고민하지 않고 그의 카드를 집어 들었다. 쓰지 않고 우체통에라도 넣을 생각이었다. 그의 카드를 조그만 토트백에 챙겨 넣으며 로비를 가로질렀다. 택시를 잡아탄 윤아는 시트에 몸을 깊게 묻었다가 번쩍 눈을 떴다. “……이따가 보자고?” 그가 한 말이 떠올라 윤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따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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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줘

이를 악물고 참았으나 빌어먹을 정액은 오늘 따라 더 조급했다. 울컥 기둥을 타고 흘러내리는 감촉이 치국은 허무해 미칠 것 같았다. “이게 뭐야!” 연우는 벌써 일어나 침대 밑으로 다리를 딛고 내려서고 있었다. 치국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투덜, 보다 칭얼거렸다. “죽이면 끝난다면서.” ‘날 죽게 해. 그럼 끝나.’ 불쑥 그가 과거의 관계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것을 그대로 복습한 게 틀림없었다. 아무튼 그녀는 더럽게 우수한 학생이었다. 그를 죽일 수 있는 유일한 여자, 서연우였다. [미리보기] “힘들어.” 그가 그녀의 가슴을 조몰락거렸다. 손등을 때리는 그녀의 손에도 힘이 없었다. “넣고만 있을게.” “그러다 싸면 어떡해.” 거친 호흡이 섞여있으나, 맨 몸을 맞대고 있는 사람답지 않게 차분한 어조였다. 잠시 치국이 손이 멈칫하다가 그녀의 정점을 잡고 살살 돌렸다. 마음과 다르게 움찔대기 시작하는 가슴이 원망스러웠다. 몸은 너무도 솔직했다. 그가 슬그머니 자신의 것을 골 사이로 밀어 넣었다. 손을 밑으로 내려 구멍을 더듬거리다가 좌악 한쪽만 잡아 당겨 넓게 벌렸다. “애 낳기로 한 거 아니야?” 치국의 목소리 또한 덤덤하기 그지없었다. 차라리 빈정거림이었더라면 덜 의아하고 민망했을까. 연우에게 당혹감이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그러게 왜 그녀는, 자신이 애 가지는 걸 걱정하는 걸까? 어째서…… 치국의 뜻대로 해주려는 걸까? 그녀는 분명 황 회장과 계약을 했다. 빠른 시일 내에 아이를 낳기로. 그 대가로 그녀는 빚을 청산했고 아무 걱정 없이 대학원 진학만 준비하면 되었다. 아이를 낳지 않으면 전형적인 먹튀가 아닌가. 연우는 비식 웃었다. 뒤에서 야금야금 구멍을 파고 들어온 그가 완전하게 그녀에게 장착 됐다. 연우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뒤로 젖히며 단발마의 신음을 토해냈다. 이번엔 그녀가 으르렁 짖었다. 그녀의 귓불을 어루만지며 치국이 큭큭 기분 좋게 웃었다. “넣기만 해도 좋아?”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는 적나라했지만 그만큼 몸을 기분 좋게 떨게 했다. 연우는 뒤로 손을 뻗어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 “움직여 봐.” “싸지 말라며.” 슬그머니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엉덩이를 움직이는 주제에 말이 많다. 연우가 그의 손을 잡아 올려 가슴을 매만지게 했다. 살짝 고개를 돌려 시선을 위로 했다. 욕정에 젖어 새까만 그의 눈동자를 보니 마냥 마음이 놓였다. 단순한 욕정이 가장 마주하기 쉬운 감정이었다. 연우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그에게 입 맞췄다. “세게 박아 봐.” “힘들다면서 가당키나 해?” 그가 퍽 소리 나게 엉덩이를 튕겨 올리며 짙게 웃었다. 연우는 몸을 들썩이며 하아, 뜨거운 신음을 그의 목에 토해냈다. “난 못 움직여.” 당당한 말에 치국은 바람 빠진 소리를 내면서도 강하게 엉덩이를 튕겼다. “힘 뺄 거면, 여기서도.” 그가 결합된 부위를 벅벅 문지르듯 만졌다. 연우가 눈을 질끈 감았다. “힘 빼. 계속 조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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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정사

남자는 단 하나, 그녀를 가져야겠다는 생각밖에 하지 못했다. “네게서 푸라네올 향이 나.” 그가 그녀의 목에 깊게 코를 박고 킁킁 향기를 맡았다. 직접 맛보았을 때는 경이로움에 휩싸였다. 이것 봐라? 향기로운데 맛도 좋네? 가짜 세상을 선도하는 남자, 경세완. 그가 진짜를 탐하기 시작했다. [미리보기] 허겁지겁 바지 안으로 손을 밀어 넣자 유진이 본능적으로 다리를 모았다. 그가 다리로 허벅지를 고정시키며 그녀의 여성지에 검지를 꽂아 넣었다. “정말 밥 생각 없을 만하다.” 축축이 젖은 그녀의 여성이 그의 손가락을 격하게 반겼다. “언제부터 이렇게 젖었어? 응?” 피스톤 운동을 하는 손가락에게 속옷과 바지는 너무 큰 방해물이었다. 엉덩이를 받쳐 올려 한 번에 벗겨 내리자 훤히 벌름거리는 음부가 드러났다. “난 너 보자마자 섰는데…….” 고개를 내려 촉촉이 젖은 숲에 살포시 입을 맞췄다. 정확하게 숲을 가르는 골짜기를 피해 주변의 여린 살들만 짓궂게 괴롭혀댔다. “여긴 통통하다.” 비쩍 마른 여자가 숲은 풍성하다. 입에 말려들어온 걸 일부러 손으로 집어 바닥에 버렸다. 보라고 의도한 건데 헐떡이느라 유진은 그를 보지 못했다. 그의 것을 집어 가져다 대자 머금으려고 아우성이었다. 그는 끝만 살짝 밀어 넣고 지그시 유진의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황홀하게 바라보았다. 다리를 바스락거리며 두 눈을 가린 채 밭은 신음을 토해 내는 여체는 한 폭의 그림이었다. 양 옆으로 찢기듯 벌어진 블라우스, 가슴 위로 들어 올려지기만 한 브래지어 외에 그녀는 걸친 게 없었다. 엉망으로 흐트러진 듯한 모습이 더 그를 흥분시켰다. 완전히 더 벗은 것보다 자극적이었다. 끝만 밀어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던 그가 침대 옆 협탁으로 손을 뻗어 뒤적거렸다.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면 더 빠르게 찾을 수 있는 걸, 잠시도 놓치고 싶지 않아 어리석은 손짓을 하게 됐다. “호텔에도…….”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목까지 붉힌 유진이 힐끔 시선을 마주해 왔다. 그가 비닐을 벗겨 뜯은 상자에서 콘돔을 꺼내 입에 물었다. “그게 있어?” “사다 놓으랬는데?” 무심한 그의 말에 유진이 볼을 더 붉혔다. 콘돔 사다 놓으라고 시키는 상사라니. 콘돔을 사오게 했던 부하 직원과는 절대, 절대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에게로 강하게 꽂혀 들어오는 그로 인해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한 번에 퍽 소리 나게 진입해 들어온 그가 윗입술을 핥으며 그녀의 다리를 어깨에 걸쳐 올렸다. 무릎 주변에 입을 맞추며 그가 굽히지 못하게 허벅지 밑으로 그녀의 다리를 잡았다. 그가 허리를 짓쳐 올릴 때마다 속절없이 위로 밀려올라갔다. 그녀가 밀려올라가며 그의 기둥 끝이 길게 모습을 뺄 때면 그가 그녀를 끌어내리며 세게 꽂아 넣었다. 유진 스스로가 그를 박아 넣는 모양새였다. “하아, 블랙홀인 것 같아!” 점점 더 깊은 곳으로 이끌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가 힘을 주고 자의로 움직이는 것 같지 않았다. 유진이 그에게로 애처롭게 손을 뻗었다. 다리를 내려놓으며 그녀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가슴과 가슴이 세게 부딪치며 아찔한 아픔을 선사했다. 그가 움직이자 젖꼭지가 비비적거렸다. 토해 내는 숨결이 더욱 뜨거워졌다. 그녀의 다리가 그의 허리에 걸쳐졌다. 애처롭게 교차되는 발끝이었다. 속절없이 그의 움직임에 맞춰 몸을 흔들던 유진이 꽈악 골짜기에 힘을 주며 엉덩이를 튕겼다. “하아, 몇 번이나 하려고 처음을 이렇게 빨리 죽이려고 해?” 그가 유진의 이마를 쓰담 듯 매만지며 속삭였다. “오늘이 가기 전에. 마음껏.” “잠들기 전까지 오늘은 끝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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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거짓말

“이주아, 거기.” 정확하게 축축하게 젖은 부위에 그의 시선이 꽂혀 들었다. “젖었다는데 내 전 재산을 걸지.” 이주아를 달아오르게 하는 유일한 남자 손아준. “나 따라해 봐요. 개새끼들!” 그가 굳는 게 느껴졌다. 온몸이 맞닿아 있으니 어색함을 못 느낄 수가 없었다. “속에만 담아둬서 그래요. 얼른 풀어요.” 손아준에게 다가와 위로를 건넨 유일한 여자 이주아. 은밀한 밤이 전한 것은 과연 정말 거짓이었을까? -본문 중에서- “하고 싶잖아. 그렇지?” “발정난 건 넌 거 같은데?” 의도적으로 자연스러웠던 ‘당신’이란 호칭을 깊게 삼켰다.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를 노려보았다. “동의하지 않은 행위는 추행이야. 알잖아.” “이주아 거기.” 정확하게 축축하게 젖은 부위에 그의 시선이 적나라하게 꽂혀 들었다. “젖었다는데 내 전 재산을 걸지.” 그는 할짝, 자신의 아랫입술을 혀로 핥았다. 그녀가 사정없이 악문 입술이 부풀어 올라 두툼해졌다. 계속해서 피가 나는 바람에 더욱 색정적이었다. “달아오른 주제에 추행? 제법 뻔뻔해졌네, 이주아.” 그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여기 나타난 이유가 대체 뭐야.” 으르렁 거리는 것처럼 들린다. 그는 가소롭겠지만. “더럽게 차고 떠난 것만으로 재미가 부족했니?” 결국 목소리를 높이고 말았다. 지난 시간이 아까웠고 추억이라 이름 붙였던 애틋한 과거의 시간이 오염 된 것에 분노가 일었다. “대체, 당신은…….” 아랫입술을 머금으며 눈을 잠시 꽉 감았다가 떴다. 더 이상 성토하지 않기 위해서 물었는데 빌어먹게도 그의 맛이 났다. “어디까지 날 몰아붙일 작정이야?” 차라리 분노만이 드러나기를.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증명된 지금, 너무나 서글프다. 제발 그 서글픔만은, 당장에라도 그의 품에 안기고 싶은 지질한 욕망은 드러나지 않기를. “창녀취급하고 떠난 건 당신인데, 왜 내가 벌을 대신 받는 거 같지?” 처절한 외침에도 그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 깊은 태평함과 무심함에 주아는 다시 또 철렁하고 말았다. 적나라하게 토해내고서야 깨닫는다. 아직도 손아준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이주아를. ‘당신’이란 호칭도 어느새 다시 말에 베어든 것을 모를 정도로. “씨발.” 고운 입술에서 나올만한 단어는 아니지 않느냐고 말하면서도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내게 키스했던. “지금도 재미있어 죽겠지?” “잘 아는군.” 운명을 만난 것 같다고 수줍게 고백하는 내게 같은 마음이라고 속삭이던. “그래. 서로 같은 마음인 거 같네.” 활짝 웃었다.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는 게 느껴졌지만 이것이 최선이었다. “다시 만나 기분 더럽다는 거.” 그 남자는 지금 어디로 갔을까. 아니, 처음부터 없었을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재미로, 가벼움으로 시작한 관계가 질리자 야멸치게 바로 떠나버린 사람이다. 그 순간에만 연애의 즐거움에 빠졌던 것이었던 것뿐이다. 나는 철저하게 시궁창에 처박혔는데 그는 행복했을 거다. 잘 산 것처럼 보인다. 그가 최악의 방법으로 이별을 통보한 순간이, 생에 가장 추악하고 아픈 순간일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거다. 이곳에 끌려온 아침, 그인 것을 발견하고 반가움이 앞서 들었던 멍청한 심장, 다시 또 한 번 처절하게 내동댕이쳐진 감정. 모든 것이 다 최고로 최악이었다. 미련 없다는 듯 돌아섰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돌아섰다. 이 정도면 나름 만족스러운 결말이었다. “결혼식 일주일 뒤야.” 걸음을 멈춰 섰지만 돌아보지는 않았다. 그래서 빌어먹게도 그에게 기회를 주고 말았다. 성큼성큼 걸어온 그는 바짝 곁에 서서 속삭이듯 말했다. “우리가 뒹군 거 두 집안에서 다 알아.” 자연스럽게 그가 손을 뻗어 내 뒷목을 쓸어내리고는 순식간에 멀어졌다. 뒷목에 서서히 소름이 돋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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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건전한 팀장님

의문스러운 서동하 팀장의 친절. 이유를 알고 싶은 막내 사원 윤서우의 당돌함. 정말 팀장님의 친절에는 아무 감정이 없는 걸까? “팀장님, 저 좋아하세요?” 서우는 살짝 주먹을 쥔 채 도도함을 필사적으로 유지했다.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는 것으로. “아닙니다만.” 서우는 잠시 눈을 깜빡깜빡 꺼벙하게 있다 그대로 굳고 말았다. 단도직입적이었던 질문에 단호한 답이 다시 돌아왔다. “절대 아닙니다.” “아니, 거기에 절대가 왜 붙어요?” 처음보다 더 붉어졌을 게 뻔한 얼굴을 홱 옆으로 돌렸다가 다시 팀장을 보며 서우가 말했다. 동하는 무심한 표정을 잃지 않았다. 길게 한숨을 내쉬며 그는 가슴 앞으로 팔짱을 꼈다. “논외 대상입니다. 윤서우 씨는 동생 같을 뿐…….” “팀장님, 동생 있으세요? 여동생이요.” “외동입니다만.” 동하는 그건 왜 묻냐는, 언뜻 보면 불쾌한 뉘앙스의 눈빛을 했지만 답은 해주었다. 서우는 울컥하고 말았다. “아하. 그런데 제가 동생 같은지, 어떻게 아세요?” 서우가 내지르듯 말한 뒤 아랫입술을 물고 돌아서 사무실에서 나오다가 홱 고개만 돌렸다. “현실 남매를 모르시네! 우리 오빤 팀장님처럼 안 그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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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연애

짝사랑하는 이소가 회사를 그만둔다는 얘길 듣고 마음이 급해진, 태형. 스토커를 핑계로 그녀에게 애인인 척 해달라는 부탁을 하는데……. ‘가짜’로 시작한 연애지만 곧 ‘진짜’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녀와의 밤을 상상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가짜로 연애할 땐 절. 대. 절. 대. 손만 잡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곁에 두기에도 아깝다 생각할 만큼 소중한 여자니까. 그런데! 이소가 먼저 그를 유혹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것은 정녕 꿈이 아닐까? “왜요. 가짜 연애는 낮에만 만나자는 법이라도 있어요?” ‘아니. 없지. 없는데…….’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의 손길 앞에서 태형의 선택은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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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순한 거짓말

“당신과 나는 무슨 사이였죠?” 병원에서 깬 희연의 눈앞에 모두의 이상형일 것 같은 멋있는 남자가 있었다. “여동생? 연인?” 남자의 시선이 누워있는 그녀의 전신을 훑었다. 너무 서늘해서 뱀의 시선을 받으면 이런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몸은 이상했다. 다른 의미로 움찔거리는 것 같다. 그녀는 깨달았다. ‘이 남자는 가족이 아니야…….’ 오빠나, 남동생의 시선에 이렇게 온 몸이 저릿하고 뜨거워질 리 없었다. #기억이 안 난다고? #장난하지마 받아줄 기분 아니니까 #다 잊었어도 욕정은 남았네 #순진한 여자가 내 취향일 줄이야 #네가 내 여자란 사실은 변함없어 #넌 어디도 못 가 [미리보기] “희연아.” “……네.” “하고 싶다.” 색기 넘치는 목소리와 정욕 짙은 눈빛이었다. 희연이 오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거다. 희연이 목까지 붉히며 그의 팔뚝을 쳤다. “미쳤어요?” 태준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결혼하고 싶다고. 무슨 생각을 했기에 이렇게 질색을 하지? 얼굴도 붉어지고. 응?” 의도한 게 분명했다. 희연은 전혀 매섭지 않게 눈을 흘겼다. “우리 결혼하자, 희연아.”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 채 태준이 진지하게 눈빛을 얽혔다. 희연은 정색했다. “어……. 아.” “답한 건가? 어라고.” 그가 그녀의 아랫입술을 엄지로 만지작거리다 입가에 슬쩍 밀어 넣었다. 희연의 입술이 자연스럽게 벌어졌다. 백치미가 엿보였다. 그녀가 그만큼 놀라고 아무 생각 못하고 있다는 증거 같았다. 멍청한 것, 멍청해 보이는 것 모두 경멸하는 그에게 정희연의 백치미는 그저 많은 매력 중 하나일 뿐이다. “우리, 다시 시작하자면서요. 아직 그럼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희연이 표정을 수습하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꾹 다물어진 입술이 아쉽다. 그의 손이 자연스럽게 볼에서 떨어져 내려왔다. 고개 숙인 희연의 얼굴을 보기 위해 그도 상체를 굽혀 고개를 기울여 들이밀었다. “할 거 다 했는데.” 심드렁한 그의 말에 희연이 홱 등 돌려 앉았다. 큭, 웃음이 절로 났다. 귀여워 죽겠다 아주. 그냥 고만고만하게 귀여운 정도였는데 지금의 정희연은 귀여움이 철철 넘친다. “날 사랑하잖아. 아니야?” 푹 고개 숙인 희연의 어깨가 움찔했다. 작다. 이렇게 희연이 작았던가. 태준은 등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의 가슴에 기대게 앉으며 고개 숙여 목을 지분거렸다. “난 지금 정희연을 사랑하는데.” 그의 말에 희연이 몸을 굳혔다. 삐걱삐걱 소리가 날 것처럼 고개를 돌리기에 살짝 얼굴을 뒤로 물려주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얽혔다. 무덤덤한 그의 눈빛이 흔들리는 희연의 눈빛에 비쳤다. “날 사랑한다고요? 지금의 날……?” 태준은 깔끔하게 고개를 주억여 인정했다. “정희연이 깨어나서 눈을 마주쳤을 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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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사슬

*[이 교수의 사생활]과 연작입니다. -YT그룹의 셋째 딸, 서주희 단지 재벌가의 후계자라 그를 떠났던 것은 아니었다. 너무나 사랑하는 그가, 하필이면 ‘BK그룹’ 사람이었기에 떠나야만 했다. -BK그룹의 후계자, 이준하 처음으로 이게 사람 사는 거구나, 라는 걸 느끼게 해준 그만의 작은 새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반드시 찾아, 도망갈 수 없게 묶어 둘 것이었다. 영원히. 받아 본 적 없어, 사랑이란 걸 몰랐던 남녀. 사람의 정이란 게 뭔지 전혀 몰랐던 남녀. 서로를 탐하며 사랑에, 사람에 취하게 되다. -본문 중에서- ‘난 자동차 불빛이 너무 좋아. 멈출 때 빛나고, 출발할 때 빛나고. 왠지 살아있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말하는 주희의 눈빛이 더 생동감 넘치고 예뻐서, 바로 입을 맞추었었다. “서주희…….” J. H. 한국 이름을 듣곤 약자가 똑같다며 신나하던 그녀의 모습이 곧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래도 당신은, 나의 에드가야.’ 그에게 입 맞추며, 속삭이던 주희는 바로 그의 품에 깊게 안겨들었었다. 행복을 만드는 사람은 그가 아니었다. 더없이 깊고 큰 행복을 그에게 선사해주는 건, 주희 그녀였다. 곧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본능적으로 받아들면서도 주희에 대해 떨치지 못했다. “이준합니다.” -본부장님, 찾았습니다. 말씀해주신 이름과 인상착의 토대로…… 공항의 사진 덕분에…… 보고하는 말이 명확하게 들리지 않았다. 마음이 급해졌다. “어딥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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