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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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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지낼 만은 하겠네. 어디 방 쓸지 먼저 결정해.” 그가 꺼낸 첫말이었다. 여진은 여러 개의 방문을 훑어보는 듯싶더니 아무 방이나 손가락질 했다. 여기나 저기나, 어쨌든 지옥일 것이었다. 지운은 여진이 가리키는 곳을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정리될지 모르겠지만, 얼마간은 여기서 같이 지내는 척 해야 하니까 서로 성가시지 않게 생활하자고.” 넌 이미 그 수준을 넘었어. 여진은 말없이 지운을 쳐다봤다. “말이 결혼인지 어차피 서로 혼인신고도 안 할 거고. 잘 지내는 척했다가 적당한 때에 헤어졌다고 하면 그만이야. 뭐 요즘 세상에 이혼이 별것도 아니고……사실 이혼도 아니지 서류상으론 깨끗한데.” 무슨 변명 같았다. 변명이 아닌데……. 어쩐지 여진의 눈을 보고 있자니 지운은 자기도 모르게 자기의 말이 구차해진 것만 같았다. 어째서? 어쨌든 저 여자도 암묵적으로 허락한 게 아닌가? 싫다고 했으면 사장이 여기까지 몰고 오지도 않았을 테니까. 서류상으로 깨끗하다고? 여진은 피식 웃었다. 서류가 깨끗한들 뭐하나. 이미 온 국민이 내 과거를 낱낱이 알게 되었는데. 어차피 결혼 같은 건 할 생각이 없었지만. 미래에 내 옆에 누가 있으리라곤 생각진 않았지만 괜히 억울해져 온다. “당신 때문에 나까지 말려든 거지만…… 어쨌든 하기로 했으니까 그때까진 잘 부탁해.” 지운은 이상하리만큼 덤덤한 여진의 모습이 왠지 더 거슬렸다. “그래. 괜한 얘기 나올 행동은 하지 말자고. 결혼한 사이일 동안은.” “호칭은?” 호칭이라? 묻는 여진의 말에 지운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보통 뭐라고들 하지? 결혼할 사이면?” “여보라든가. 자기라든가…… 아니면 둘만의 호칭이든가.” 낯 뜨거운 단어가 입에서 나올 때마다 얼굴이 뒤틀렸다.

완결 여부미완결
에피소드1 권
연령 등급전체이용가

세부 정보

팬덤 지표

🌟 로맨스 소설 중 상위 7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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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이용자 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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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플랫폼 평점

5.6

📊 플랫폼 별 순위

7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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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의 운을 타고 났으나, 황후이면 안 되는 생이로다. 황후이나 황후일 수 없으니 애통하도다. 하늘이 되어야 살 수 있으나 하늘이어서 죽게 되는 삶이라. “이것은 술잔이라 하지. 네가 든 것은 주전자이고…… 네가 손에 낀 것은 옥가락지라 하고…….” 그가 마지막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을 때는 가슴뼈가 으스러지는 줄만 알았다. 심장이 뛰다 못해 늑골을 부숴버릴 것 같았기에. “다들 이름이 있는데……. 나만 없구나. 다들 가졌는데…….” 단 한 번도 자신의 몸을 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던 그녀였다. 이 나라 승상이 찾아와 손목을 잡아도 뿌리치던 그녀였건만 자신의 무릎으로 고꾸라진 이 사내는 뿌리칠 수가 없었다. 머리로는 무릎을 빼야 한다고 외치건만 눈을 감은 채 조용히 읊조리는 그의 말에 차마 무릎을 뺄 수가 없어 아침이 올 때까지 그의 베개 노릇을 해주고야 말았다. “살고 싶다. 나도……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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