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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은 기출간된 도서의 개정판입니다. 3년 만에 찾은 파리에서 지원은 우연히 헤어진 인우를 마주하게 되고, 혼란스러운 마음에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는 낯선 남자에게 충동적으로 말을 건넨다. “가져 봐요, 한번. 흑심 가져 보라고요. 나한테.” 지난 사랑에 대한 미련으로부터 잠시나마 그녀를 해방시켜 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충동적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겁도 없이 처음 보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패기 좋게 흑심 운운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뭘 망설여.” 내내 표정을 알 수 없던 잿빛 눈동자에 형형한 빛이 돌고 있었다. 그것은 포식을 앞둔 짐승과 닮은 눈이었다. “도망갈 기회라면 이미 충분히 줬는데.” 위협을 감지한 본능이 빠르게 적신호를 울린다. 하지만 그걸 알았을 땐, 이미 지원은 제 선택을 돌이킬 수 없었다. 그때는 몰랐다. 이 충동적인 선택이, 이 남자가, 어떻게 그녀의 세상을 흔들어 버릴지.

완결 여부완결
에피소드71 화
연령 등급성인

세부 정보

장르

로맨스

연재 시작일

2023년 08월 24일

연재 기간

1주

출판사

텐북

팬덤 지표

🌟 로맨스 소설 중 상위 10.37%

👥

평균 이용자 수 2,193

📝

전체 플랫폼 평점

9.09

📊 플랫폼 별 순위

30.66%
N002
8.13%
N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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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의 온도 외전

“한 비서의 연애가 내게도 사적인 영역이라면.” 흐릿한 알코올 향 사이로 남자의 음성이 번졌다. “이 이상 궁금해 해도 되나?” 행간이 파악되지 않는 상사의 질문에 유희가 의아한 얼굴로 반문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말 그대론데.” 남자의 향기가 한층 짙어졌다. “한 비서의 연애에 내가 사적인 관심이 있다는 뜻.” 사적인 관심이라니. 개인적인 흥미를 말하는 걸까. “한유희.” 남자가 공적인 호칭을 던지고 처음으로 사적인 호칭을 입에 담았다. “모르는 척하는 거야, 아니면 진짜 모르는 거야?” 비딱한 어조가 예리한 칼날처럼 유희의 목을 겨눈다. “내가 네 연애에 관심이 있다잖아.” 소음이 멀어지고, 남자의 목소리만이 선명하게 뇌리에 박혔다. “네 옆에 지금 다른 새끼가 있는지 없는지, 그게 신경 쓰여 미치겠다고. 내가.” 매사 냉정하게 굴던 상사의 뜨거운 고백. 상사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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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봐요, 김대리 외전

“일어났어요?” 단정하게 매여 있던 넥타이를 쭉 잡아 뺀 남자가 여상한 얼굴로 물었다. 지끈, 날카로운 통각이 머리를 가로질렀다. 서연은 가까스로 취기를 물리치고 주변을 살폈다. 몸을 받치고 있는 말캉한 침대와 최소한의 것들로 채워진 심플한 공간. 빠르게 눈에 들어오는 낯선 풍경에 심장이 철렁했다. 서연은 보자마자 이곳이 남자의 오피스텔임을 알 수 있었다. “그새 늘긴 늘었네. 예전엔 맥주 한 잔에 해롱댔는데 무려 소주 다섯 잔을 버틴 걸 보면.” “내, 내가 왜 여기에…….” “왜일까.” 그렇게 물으며 남자가 침대로 가만히 몸을 기울여 왔다. 서연이 반사적으로 다리를 접었다. 무릎만으로 기듯이 다가온 남자는 어느새 서연의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왜 김대리가 지금 내 침대에서 이러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묻는 남자의 눈이 음습했다. 침대. 그 단어에 본능적으로 아랫배가 조여들었다. “아무래도 제가 술 취해서 민폐를 끼친 것 같네요, 상무님. 그럼 전 이만…….” “어딜 가려고.” 막 옆으로 틀어지려던 몸이 가볍지만 힘 있게 제압하는 손에 붙잡혀 그대로 되돌려졌다. “순진한 척 하지 마요.” 남자의 더운 숨이 코끝을 더듬었다. “내가 왜 술 취한 김서연 대리를 내 집까지 데려온 건지. 모르지 않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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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속박

“가령, 그 반반한 몸뚱어리라든가.” * * * “필요한 게 있으면 더 절박하게 굴라는 말입니다.” 남자가 그녀 앞에 상체를 숙여 빤히 두 눈을 맞추었다. “그렇게 꼿꼿하게 마주 보고 앉아 결혼 소릴 뱉을 게 아니라, 내 바지춤이라도 붙들면서 매달려야 설득력이 있지. 안 그래요, 양연서씨?” 동요하는 연한 동공을 비릿하게 핥듯 마주보며 속삭였다. 그제야 연서는 비로소 남자가 운운한 사용가치의 뜻이 완벽히 인지되었다. “이제 좀 알겠나 보네.” 저속한 말들을 입에 담으면서도 남자의 눈에선 일말의 욕정조차 비치질 않았다. 말만 그리 했을 뿐 애초에 응할 생각조차 없었다는 듯이. “결론 났으면 그만 가봐요.” 남자가 굳게 닫힌 문을 향해 무심히 턱짓했다. 연서는 떨리는 입술을 꾹 문 채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우재의 입에 선명한 조소가 맺힌다. “배웅은 따로 안 합니다. 앞으로 두번 다신 보지 맙….” 막 다시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물려던 손이 우뚝 멈추었다. 비참한 얼굴로 그의 옆을 스쳐지나갈 거라 생각했던 여자가 불현듯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여자의 파들거리는 손이 불쑥 그에게로 뻗어왔다. 이건 또 뭐. “야.” 기어이 한계를 시험하는 여자의 태도에 우재의 입에서 날 것의 호칭이 튀어나갔다. “증명하라면서요, 쓸모.” “뭐?” “하려구요.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연서는 제게 내리닿는 눈을 피할 생각도 않은 채 고집스레 그에게로 손을 가져다 댔다. “하, 별 신박한 프로포즈를 다 받아보네.” 기막히다는 듯 웃은 우재의 미간이 도로 날카롭게 좁혀졌다. 그러니까 이게 기어이, 저랑 이딴 식으로 놀자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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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봐, 예쁘게

‘허튼짓 해 줘, 도하야.’ 절박하게 되뇌었던 마지막 부탁, 그리고 그날 밤의 우리. 너와의 인연은 그걸로 끝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왜 그러고 있어요, 윤 대리?” 10년 만에 나타난 그는 태연한 얼굴을 한 채 눈앞에 있었다. “퇴근 후라 고민돼서 그러나? 이름이 나을지, 직책이 나을지.” 웃고 있음에도 뱀처럼 서늘한 눈이 파리해진 안면을 느릿하게 훑어내렸다. “뭐, 난 후자도 괜찮던데.” 애써 외면한 입에서 예상의 범주를 넘어선 말이 흘러나왔다. “그 입에서 팀장님 소리 나오는 게 나름 재밌기도 하고.”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동공이 낚싯줄에 채이듯 한 뼘 위로 올라섰다. “그래. 이제야 좀 제대로 보네.” 수려한 입가에 밴 명백한 조소가 비릿하게 동공을 핥았다. “꼬박 10년 만인데 눈 정돈 맞춰야지.” 굳어버린 입술이 할 말을 찾지 못한 채 버석하게 말라붙었다. 다시는 그때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경고하듯 그의 눈이 선득했다. 우리가 이렇게 어긋난 이유는 뭘까. 열아홉, 너와 내가 서로의 인생에 끼어든 것부터가 이 불행의 시발점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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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실격 (삽화본)

해수에겐 우정이라는 단어로는 표현이 부족한 남사친, 십년지기 우진헌이 있다. 가족에게도 감히 말 못 할 아픔과 수치를 서로에게만큼은 털어놓을 수 있었고, 긴 시간 동안 견고하게 쌓아온 관계는 무엇보다 단단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렇게.” 여자 보기를 돌처럼 해 온 그 둘도 없는 십년지기 남사친 놈이. “너만 보면 딴 생각부터 하는 새끼랑.” 돌보다도 더 돌 같이 봐야 할 날 상대로. “아직도 친구가 가능하겠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본 작품은 15세이용가로 개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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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 만족

※은 의 개정판입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계속 말하면, 이다음엔 입으로 막을 거예요.” 영업 1팀의 사다코. 있어도 없는 듯한 존재감의 그녀, 공연지. 짝사랑하는 사수의 부탁을 받고 대신 철야를 하던 날 밤. “그런 맛없게 생긴 앨 감히 누구한테 갖다 붙여?” 최악의 장면을 목격한 그녀 앞으로 없어도 있는 것과 다름없는 존재감의 그, 강태하가 나타났다. “쉿….” “강대….” “들키고 싶어요? 몰래 숨어서 저 둘 감상한 거.” 놀라 벌어진 입술을 틀어막으며 낮게 속삭이는 목소리. 살면서 가장 보이기 싫은 장면을 들켜버린 그 날을 기점으로, 기획 1팀의 인기남 강태하는 줄곧 잠잠했던 연지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기 시작하는데. “쓰지 마요, 안경.” 어째서……. “예뻐서요. 벗고 있는 게 더 예뻐서.” 희미하게 휜 검은 눈이 연지의 눈가를 진하게 핥았다. “그대로 좀 더 보고 싶어졌거든.” 위험스럽고도 유혹적인 남자의 경고. 그때는 몰랐다. 이 남자와 앞으로 깊게 엮이게 되리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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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봐요, 김대리

“일어났어요?” 단정하게 매여 있던 넥타이를 쭉 잡아 뺀 남자가 여상한 얼굴로 물었다. 지끈, 날카로운 통각이 머리를 가로질렀다. 서연은 가까스로 취기를 물리치고 주변을 살폈다. 몸을 받치고 있는 말캉한 침대와 최소한의 것들로 채워진 심플한 공간. 빠르게 눈에 들어오는 낯선 풍경에 심장이 철렁했다. 서연은 보자마자 이곳이 남자의 오피스텔임을 알 수 있었다. “그새 늘긴 늘었네. 예전엔 맥주 한 잔에 해롱댔는데 무려 소주 다섯 잔을 버틴 걸 보면.” “내, 내가 왜 여기에…….” “왜일까.” 그렇게 물으며 남자가 침대로 가만히 몸을 기울여 왔다. 서연이 반사적으로 다리를 접었다. 무릎만으로 기듯이 다가온 남자는 어느새 서연의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왜 김대리가 지금 내 침대에서 이러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묻는 남자의 눈이 음습했다. 침대. 그 단어에 본능적으로 아랫배가 조여들었다. “아무래도 제가 술 취해서 민폐를 끼친 것 같네요, 상무님. 그럼 전 이만…….” “어딜 가려고.” 막 옆으로 틀어지려던 몸이 가볍지만 힘 있게 제압하는 손에 붙잡혀 그대로 되돌려졌다. “순진한 척 하지 마요.” 남자의 더운 숨이 코끝을 더듬었다. “내가 왜 술 취한 김서연 대리를 내 집까지 데려온 건지. 모르지 않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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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머 어게인

“마스터키 들고 내 방으로 올라와.” 남자의 증명이 끝난 밤, 도희는 그의 방으로 향했다. 불행에 짓밟힐 뻔한 여름을 새빨간 자두 빛으로 물들였던 오빠 친구 차문호가 있는 방. “투자금, 네 약혼자 대신 내가 다 지불했고 약속대로 넌 이제 자유야.” 단호한 눈매 사이로 드러난 남자의 눈동자는 무더운 여름 볕을 닮아 있었다. “백도희 너, 오늘부로 파혼이라고.” 현실감 없는 사실에 선뜻 아무런 말도 못 하는 도희에게 남자는 두 눈을 맞춘 채로 나직이 속삭였다. “좋아요. 해요, 오빠랑 내가 10년 전에 못한 거.” “겁 없네, 백도희. 너 좋아죽겠다는 놈이, 그런 널 상대로 뭘 하고 싶을 줄 알고.” “오빠도 모르잖아요. 내가 어디까지 각오하고 수락하는 건지.” 흔들림 없이 단단한 도희의 목소리에 문호는 난감하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순진하던 게, 어쩌다 이렇게 까졌을까.” 그리고 도희는 다시 돌아온 뜨거운 여름, 꼭 그와 같은 생각을 한다. 그러는 오빤, 어쩌다 이렇게 야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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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 | 대리 만족

※대리 만족은 벌려봐요, 공대리의 개정판입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계속 말하면, 이다음엔 입으로 막을 거예요.” 영업 1팀의 사다코. 있어도 없는 듯한 존재감의 그녀, 공연지. 짝사랑하는 사수의 부탁을 받고 대신 철야를 하던 날 밤. “그런 맛없게 생긴 앨 감히 누구한테 갖다 붙여?” 최악의 장면을 목격한 그녀 앞으로 없어도 있는 것과 다름없는 존재감의 그, 강태하가 나타났다. “쉿….” “강대….” “들키고 싶어요? 몰래 숨어서 저 둘 감상한 거.” 놀라 벌어진 입술을 틀어막으며 낮게 속삭이는 목소리. 살면서 가장 보이기 싫은 장면을 들켜버린 그 날을 기점으로, 기획 1팀의 인기남 강태하는 줄곧 잠잠했던 연지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기 시작하는데. “쓰지 마요, 안경.” 어째서……. “예뻐서요. 벗고 있는 게 더 예뻐서.” 희미하게 휜 검은 눈이 연지의 눈가를 진하게 핥았다. “그대로 좀 더 보고 싶어졌거든.” 위험스럽고도 유혹적인 남자의 경고. 그때는 몰랐다. 이 남자와 앞으로 깊게 엮이게 되리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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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 만족은 벌려봐요, 공대리의 개정판입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계속 말하면, 이다음엔 입으로 막을 거예요.” 영업 1팀의 사다코. 있어도 없는 듯한 존재감의 그녀, 공연지. 짝사랑하는 사수의 부탁을 받고 대신 철야를 하던 날 밤. “그런 맛없게 생긴 앨 감히 누구한테 갖다 붙여?” 최악의 장면을 목격한 그녀 앞으로 없어도 있는 것과 다름없는 존재감의 그, 강태하가 나타났다. “쉿….” “강대….” “들키고 싶어요? 몰래 숨어서 저 둘 감상한 거.” 놀라 벌어진 입술을 틀어막으며 낮게 속삭이는 목소리. 살면서 가장 보이기 싫은 장면을 들켜버린 그 날을 기점으로, 기획 1팀의 인기남 강태하는 줄곧 잠잠했던 연지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기 시작하는데. “쓰지 마요, 안경.” 어째서……. “예뻐서요. 벗고 있는 게 더 예뻐서.” 희미하게 휜 검은 눈이 연지의 눈가를 진하게 핥았다. “그대로 좀 더 보고 싶어졌거든.” 위험스럽고도 유혹적인 남자의 경고. 그때는 몰랐다. 이 남자와 앞으로 깊게 엮이게 되리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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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질 결심

“그냥, 애틋한 어린 날의 짝사랑인 편이 너한테도 좋아.” 그때 그냥, 당신을 혼자만의 짝사랑으로 남겨 뒀어야 했다. 아니. 애초에 권태주 당신을 마음에, 눈에 담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지도. “네가 원했잖아.” 갈무리하지 못한 미련은 기어이 발등을 찍었고. “내내 모르는 척해 주길 바랐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야?” 갈망의 끝에서 포기하듯 내뱉은 고백은 잔인한 조소 앞에 넝마처럼 짓밟혔다. 결국, 제 마음을 입 밖으로 뱉는 순간 이 관계의 결말은 ‘끝’뿐이라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들킬까 무서워서. 그대로 끝나게 될까 두려워서. 그 오랜 시간을 짓눌러 놓았던 진심이었는데, 결국엔 이렇게 마침표를 찍고 마는구나. “그러니까 그만 버려 주세요, 대표님.” 잔잔한 음성이 걷잡을 수 없는 동심원을 그리며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서인은 제 미련 없는 고백에 점차 흔들림이 커지는 남자의 두 눈을 기껍게 응시했다. 그러곤 시리도록 덤덤히, 이 지독한 짝사랑의 끝을 요구했다. *** 버려 달라 말하면서도, 비로소 모든 걸 놓은 듯 공허해진 연갈색 눈을 마주하고서야 태주는 직감했다. 가벼운 소유욕쯤으로 치부해 왔던 한서인을 향한 감정이. 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감당 못 할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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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경험은 커녕 나이 스물일곱이 되도록 모쏠인 주제에, 괜한 자존심으로 자칭 키스 장인이라는 허풍을 떨었던 하린. 그 허풍 덕에 순진한(?) 동정 사원에게 제대로 코가 꿰고 말았다! “대리님께서 가르쳐주시겠어요?” “네, 뭐. 네?” “키스요. 잘하신다면서요. 키스만으로 흥분시킬 만큼.” 분명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내긴 했다만, 현실은 남자랑 손 한 번 잡아본 적이 없는 모쏠일 뿐인데. “배우고 싶어요, 그런 키스.” 사내 최고 인기남 답지 않게 동정임을 고백한 남자가. “혹시, 가르쳐주실 수 있을까요?” 모쏠인 나를 상대로 키스 강습을 부탁해 왔다. 이걸 가르쳐줘야 해, 말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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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애틋한 어린 날의 짝사랑인 편이 너한테도 좋아.” 그때 그냥, 혼자만의 짝사랑으로 남겨 뒀어야 했다. 아니. 애초에 권태주 당신을 마음에, 눈에 담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지도. “좀 더 난감한 핑계를 대 봐.” 갈무리하지 못한 미련은 기어이 발등을 찍었고. “내가 순순히 널 버리고 싶어질 만한 그런 걸로.” 갈망의 끝에서 포기하듯 내뱉은 고백은 잔인한 조소 앞에 넝마처럼 짓밟혔다. 들킬까 무서워서. 그대로 끝나게 될까 두려워서. 그 오랜 시간을 짓눌러 놓았던 진심이었는데, 결국엔 이렇게 마침표를 찍고 마는구나. “그만 버려 주세요, 대표님.” 서인은 제 미련 없는 고백에 점차 흔들림이 커지는 남자의 두 눈을 기껍게 응시했다. 그러곤 시리도록 덤덤히, 이 지독한 짝사랑의 끝을 요구했다. *** 버려 달라 말하면서도, 비로소 모든 걸 놓은 듯 공허해진 여자의 눈을 마주하고서야 태주는 직감했다. 가벼운 소유욕쯤으로 치부해 왔던 감정이, 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감당 못 할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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