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헌을 만난 이후 이재의 인생은 언제나 봄이었다. 메마른 겨울이 지고 생동하는 봄. “넌 언제나 이 자리에 있는 거야.” “약속해. 이 모습 그대로 날 기다리겠다고.” 그녀에게 먼저 다가와 봄을 안겨 준 건 그였으니까. “우린 변하지 않아.” 태헌의 약혼 관련 소식이 온 매체를 떠들썩하게 장식해도, 자신과의 약속을 깨고 약혼녀를 만나러 가도 변하지 않을 거라는 그의 말만을 믿으며 버텼다. 문태헌이 없는 미래. 문태헌 없이도 봄을 맞는 자신을 도무지 상상할 수 없어서. “넌 줄 수 없어.” “내가 원하는 거, 연이재는 줄 수 없다고.”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믿음이 얼마나 부질없는 미련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그를 사랑하는 마음조차 너덜해지고 끝끝내 곪아 터져 버릴 만큼. “내 인생에 여자, 너밖에 없어. 앞으로도 그럴 거고 생이 끝날 때까지 맹세할 수 있어.” “이런 날 받아들일 수 없다면… 가. 안 잡을 테니까.” 4년. 의심 없이 행복하며 그를 사랑한 시간. 1년. 방황하고 헤매었지만 도리 없이 그를 사랑한 시간. 이재의 지친 시야 속 부서진 봄이 한가득 밀려들었다. 봄이 멀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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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소설은 성적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강압적 관계를 포함하여 호불호가 나뉘는 키워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오빠랑 진짜 닮았다… 부러워.” “상무님은…. 다정하신 분 같아요.” 생각해 보면, 윤도하가 무해한 얼굴로 헛소리를 내뱉은 적이 한두 번은 아니었다.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HJ 소속 변호사 윤도하입니다.” 처음엔 예쁘장한 얼굴에 눈길이 갔다. 눈길이 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뒹구는 상상도 했다. 동생의 친구까지 건드릴 정도로 막 나가진 않기에 깔끔하게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여자와 조우한 후, 태익은 그간 쌓인 욕구를 윤도하로 풀기로 하는데.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 봐요.” 윤도하가 지닌 욕망의 성질을 파악한 그는 늘 그래 왔듯, 가벼운 만남을 제안한다. 허영이든 욕심이든 크면 클수록 좋았다. 데리고 노는데 그만한 최적의 조건이 어디 있을까. 원하는 걸 채워 주고, 욕심껏 취하면 그만이다. “안심해요, 잡놈처럼 굴진 않을 테니까.” 여자들을 예측하는 건 어렵지 않다. 늘 오차 범위 내에서 적당히 뻔하게, 적당히 영악하게, 적당히 꼴리게 그의 성욕을 돋우며 결국엔 하나같이 그의 잠자리 상대가 되었으니까. 그런데…. “다정하게 대해 주세요.” 얘 진짜 뭐지?
※본 소설은 강압적인 관계를 포함하여 호불호가 나뉘는 키워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우진은 희미하게 일렁이는 조명 빛 아래 잠든 서연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사고 직후 파리하고 창백했던 낯빛과는 달리 제법 온기가 느껴졌다. 혹시 착각은 아닐까. 그는 충동적으로 서연의 뺨에 손등을 얹었다. 미지근한 숨결을 느끼면서도 그는 서연의 실재를 좇아 한참이나 그녀를 더 내려다보았다. 우스웠다. 언제부터 이렇게 애틋하게 굴었다고. 그러나 이미 너무 늦었다. 그는 사고로 기억이 없는 아내에게 수많은 거짓말을 했고 그녀를 속였으며, 입을 맞추고, 섹스했다. “깬 거 알아.” “…….” “그러니까 그냥 들어.” 의식적으로 숨을 내쉬던 서연이 속눈썹을 움칠거렸다. 우진은 그런 서연의 귓바퀴를 엄지손가락으로 느릿하게 쓸며 이어 말했다. “넌 이대로 지내면 돼.” 그는 이제 서연이 눈을 뜨지 않아도,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아도 그녀가 기억이 돌아왔는지 아닌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당연했다. “다른 건 신경 쓸 거 없어.” 기억이 돌아왔다면, 그의 뺨부터 내리쳤을 테니까.
※본 소설은 일부 회차에 한해 강압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오빠랑 진짜 닮았다… 부러워.” “상무님은…. 다정하신 분 같아요.” 생각해 보면, 윤도하가 무해한 얼굴로 헛소리를 내뱉은 적이 한두 번은 아니었다.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HJ 소속 변호사 윤도하입니다.” 처음엔 예쁘장한 얼굴에 눈길이 갔다. 눈길이 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뒹구는 상상도 했다. 동생의 친구까지 건드릴 정도로 막 나가진 않기에 깔끔하게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여자와 조우한 후, 태익은 그간 쌓인 욕구를 윤도하로 풀기로 하는데.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 봐요.” 윤도하가 지닌 욕망의 성질을 파악한 그는 늘 그래 왔듯, 가벼운 만남을 제안한다. 허영이든 욕심이든 크면 클수록 좋았다. 데리고 노는데 그만한 최적의 조건이 어디 있을까. 원하는 걸 채워 주고, 욕심껏 취하면 그만이다. “안심해요, 잡놈처럼 굴진 않을 테니까.” 여자들을 예측하는 건 어렵지 않다. 늘 오차 범위 내에서 적당히 뻔하게, 적당히 영악하게, 적당히 꼴리게 그의 성욕을 돋우며 결국엔 하나같이 그의 잠자리 상대가 되었으니까. 그런데…. “다정하게 대해 주세요.” 얘 진짜 뭐지?
‘형, 한국 들어간다며? 형이 우리 해수 좀 챙겨 줘.’ 기억 속 성가신 목소리가 뇌리를 울렸다. 그의 기억이 맞는다면, 눈앞에 이 여자가 바로 ‘그’ 민해수일 것이다. 사촌 동생 태성이 10년 넘게 짝사랑하던 여자. 그럼에도 끝까지 받아주지 않던, 바로 그 여자. “도정운입니다. 우리 며칠 전 재단 행사에서 만났죠.” “네, 기억해요. 무슨 일이시죠?” “태성이와 만난 지는 얼마나 됐습니까.” “…아실 텐데요. 오해하시는 그런 사이 아닙니다.” 마주 잡은 손이 지나치게 뜨거웠다. 덤덤한 그의 말에 여자의 얼굴에 설핏 금이 갔다. “내가 도와주겠습니다. 민해수 씨가 나랑 교제하면 모든 게 쉬워집니다.” “…도정운 씨가 왜요?” “민해수 씨에게 관심이 생겨서, 라고 해두죠.” 목적도, 방향도 분명한 관계. 과연 이 관계의 끝은 어디일까. *** “민해수. 제대로 말해. 이거 말고 또 먹는 약 있어?” “신경 쓰지 말아요.” 날카로운 반응에 정운이 더 의심의 눈초리로 해수를 바라보았다. 해수는 그런 그의 반응에 숨이 막혔다. 대체, 당신이 무슨 상관이길래. “도정운 씨. 대체 저번부터 왜 이래요? 우리 사이에 이런 일로 피곤하게 하지 말아요.” “우리 사이?” 싸늘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평소보다 훨씬 낮은 음성이었다. 해수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정운이 예고 없이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혀를 밀어 넣었다. 거칠게 파고드는 혀가 사정없이 입 안을 헤집었다. 아까 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힘이 온몸에 엉켜 들었다. “말해 봐. 우리가 어떤 사이인지.”
※본 소설은 강압적인 관계를 포함하여 호불호가 나뉘는 키워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우진은 희미하게 일렁이는 조명 빛 아래 잠든 서연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사고 직후 파리하고 창백했던 낯빛과는 달리 제법 온기가 느껴졌다. 혹시 착각은 아닐까. 그는 충동적으로 서연의 뺨에 손등을 얹었다. 미지근한 숨결을 느끼면서도 그는 서연의 실재를 좇아 한참이나 그녀를 더 내려다보았다. 우스웠다. 언제부터 이렇게 애틋하게 굴었다고. 그러나 이미 너무 늦었다. 그는 사고로 기억이 없는 아내에게 수많은 거짓말을 했고 그녀를 속였으며, 입을 맞추고, 섹스했다. “깬 거 알아.” “…….” “그러니까 그냥 들어.” 의식적으로 숨을 내쉬던 서연이 속눈썹을 움칠거렸다. 우진은 그런 서연의 귓바퀴를 엄지손가락으로 느릿하게 쓸며 이어 말했다. “넌 이대로 지내면 돼.” 그는 이제 서연이 눈을 뜨지 않아도,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아도 그녀가 기억이 돌아왔는지 아닌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당연했다. “다른 건 신경 쓸 거 없어.” 기억이 돌아왔다면, 그의 뺨부터 내리쳤을 테니까.
‘형, 한국 들어간다며? 형이 우리 해수 좀 챙겨 줘.’ 기억 속 성가신 목소리가 뇌리를 울렸다. 그의 기억이 맞는다면, 눈앞에 이 여자가 바로 ‘그’ 민해수일 것이다. 사촌 동생 태성이 10년 넘게 짝사랑하던 여자. 그럼에도 끝까지 받아주지 않던, 바로 그 여자. “도정운입니다. 우리 며칠 전 재단 행사에서 만났죠.” “네, 기억해요. 무슨 일이시죠?” “태성이와 만난 지는 얼마나 됐습니까.” “…아실 텐데요. 오해하시는 그런 사이 아닙니다.” 마주 잡은 손이 지나치게 뜨거웠다. 덤덤한 그의 말에 여자의 얼굴에 설핏 금이 갔다. “내가 도와주겠습니다. 민해수 씨가 나랑 교제하면 모든 게 쉬워집니다.” “…도정운 씨가 왜요?” “민해수 씨에게 관심이 생겨서, 라고 해두죠.” 목적도, 방향도 분명한 관계. 과연 이 관계의 끝은 어디일까. *** “민해수. 제대로 말해. 이거 말고 또 먹는 약 있어?” “신경 쓰지 말아요.” 날카로운 반응에 정운이 더 의심의 눈초리로 해수를 바라보았다. 해수는 그런 그의 반응에 숨이 막혔다. 대체, 당신이 무슨 상관이길래. “도정운 씨. 대체 저번부터 왜 이래요? 우리 사이에 이런 일로 피곤하게 하지 말아요.” “우리 사이?” 싸늘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평소보다 훨씬 낮은 음성이었다. 해수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정운이 예고 없이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혀를 밀어 넣었다. 거칠게 파고드는 혀가 사정없이 입 안을 헤집었다. 아까 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힘이 온몸에 엉켜 들었다. “말해 봐. 우리가 어떤 사이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