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봤어?” “으아악! 뒤로 돌아요! 보기만 해!” 첫사랑과 재회했다. 서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인 상태로. 그런데 그 첫사랑이 우리 집에서 산다고? “지금 집에 누가 와 있는지 알아? 권이안이 왜 우리 집에 있어?” “아, 이안이. 오늘부터 우리랑 같이 살기로 했어.” 오빠인 태우의 결정으로 갑자기 동거 아닌 동거를 하게 되고. “안녕하십니까, 마케팅 팀에 새로 온 팀장, 권이안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게다가 새로 온 팀장이 첫사랑, 권이안이라니. 회사에서까지 그와 만나게 된다. “나랑 연애할래?” 갑자기 연애 제안을 하는 이안 때문에 연우는 혼돈의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연우야, 회사 가자.” “귀엽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고.” “궁금해. 서연우가 뭘 하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혹시 나랑 같이 저녁 먹을 생각은 있는 건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낯 뜨거운 고백들. “아직도 조금 헷갈리나 본데, 키스 한 번 더 하죠.” “네에?” “키스 끝나면, 답해 주는 거고.” 과연 연우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사내연애 #비밀연애 #재회물 #동거 #첫사랑 #다정남 #직진남 #능글남 #순정녀 #발랄녀 #로맨틱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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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차 처리해 줘서 고마워요.” 전 남친 결혼식 날, 깽판을 치고 호텔 바에서 펑펑 눈물을 쏟던 시연의 앞에 낯익은 듯 낯선, 한 남자가 다가온다. “혹시 나 알아요?” “잘은 모르지만 많이는 알아요, 당신.” 이전부터 알고 있다는 뉘앙스가 수상했지만 위로받고 싶은 밤을 그와 함께 보낸 시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차하준입니다.” 예상치 못하게 시연의 직장인 학교에 교사로 다시 나타난 그 의뭉스러운 연하남이 바로 자신의 옛 제자, 차하준이었던 것! 그렇게 시연의 옆자리를 파고든 하준은 후진 없이 발칙한 요구를 해 대는데……? “선생님. 한 번 더 해요, 나랑.” #역키잡 #연하남 #직진남 #철벽녀 #원나잇 #재회물
“너, 정체가 뭐야.” 우연히 교통사고가 났던 남자와 다시 만났다! 그것도 쌍둥이 오빠인 척 남장을 하고 가사 도우미로 취직한 그의 집에서. “이름이?” “채유민……입니다.” “나이.” “스물다섯이요.” “키는.” “167센티미터…….” 유주는 눈을 굴리며 겨우 답했다.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가 단호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내 퇴근 시간 전까지만 일하는 게 좋겠어. 그 이후에는 눈에 띄지 말도록.” 그렇게 시작된 까칠한 집주인과의 수상한 동거. “빵 쪼가리 같은 거 먹지 말고, 밥을 먹어.” “내일 점심은 나랑 먹으면 되겠네.” 하지만 눈에 띄지 말라던 시우는 자꾸만 그녀의 일상에 끼어드는데……. 유주는 여자인 걸 들키지 않고 계속 일할 수 있을까? * “내가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무슨 감정인지 도저히 모르겠어.” “…….” “그래서 말인데.” 그가 몸을 반쯤 돌리며 다가왔다. 그러고는 그녀 쪽으로 몸을 조금 기울였다. 당황한 유주의 얼굴에 붉은 기가 돌았다. “확인해 보려고.” “……!” 시우가 손을 들어 조심스레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 잘게 떨리는 손이 뺨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피하고 싶으면 피해.” 유주의 눈동자가 요동쳤다. 피하라는 말에도 몸이 쉬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내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내려앉았다. #동거 #남장여자 #까칠남 # #첫사랑 #갑을관계 #짝사랑 #후회남 #직진남 #다정녀 #재벌남 #외유내강녀 #쾌활발랄녀 #현대물
“그 미친 자식은 생각도 나지 않게, 내가 밤새 아껴 줄게.” 실연의 서러움에, 술에 취해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내내 남자로 보이지도 않던, 우시환과. “실수라는 말 할 거면 집어치우시고.” 하지만 그런 말은 통하지 않는다는 듯, 그는 무척이나 단호했고. “이해나 씨, 자꾸 이렇게 전화 안 받을 건가.” “해나야, 오빠 화나기 전에 연락하지?” “고민은 그쯤하고, 나랑 연애해. 응?” 정신을 차릴 수도 없게, 시도 때도 없이 훅훅 치고 들어온다. 그러던 어느 날, 해나에게 날아든 청천벽력과 같은 인사 발령. “회사에서 보니 더 반갑네요, 이 과장님.” 코앞까지 걸어온 시환이 해나의 앞으로 손을 뻗으며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그의 철저한 계략에 해나는 결국 우시환 상무의 수행비서가 되고 마는데……. “다음 주에 잡힌 출장 있죠. 나 그때 이 실장님과 잘 거예요.” “그때까지 마음 정리 잘해 봐요. 내 키스는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으니까.” 시환이 씨익 입매를 틀어 웃었다. 해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여주 한정 또라이 직진남. 매혹적이어서 해로운 #사내연애 #확신의_직진남 #계략남 #능글남 #여주한정다정남 #로맨틱코미디 #첫사랑 #발랄녀 #비밀연애
“꼭 못 볼 거라도 본 얼굴이네.” 묵직한 음성이 귓가를 울렸다. 팔려 가듯 나간 선 자리에서 그와 재회했다. 차현과 헤어진 지 딱 5년 만이었다. “결혼하려고 나 버린 줄 알았더니, 아직도 안 했더라고.” “……그걸.” “어떻게 알기는. 내 관심은 온통 너였잖아, 은재희.” 원망 섞인 목소리에 재희의 고운 미간이 좁혀졌다. 제 아버지 때문에, 사랑하는 그의 손을 놓아야 했다. 지독히도 괴로웠던 5년. 아무것도 가진 게 없던 그가 이젠 다른 사람이 되어 그녀를 흔들기 시작한다. “그 결혼, 내가 하지.” “아뇨. 생각 없어요.” 단호한 그녀의 목소리에도 차현은 여유롭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어차피 결혼을 해야 한다면, 모르는 여자와 한 침대에서 뒹굴고 싶진 않아서.” “뭐라고요?” “우리 제법 잘 맞았잖아.” 치명적인 그의 미소에 재희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요동쳤다. #계약결혼 #재회물 #계략남 #차도남 #후회녀 #상처녀 #약신파
“결혼 안 하면 네 몫의 유산 사회에 환원할 거다.” 할아버지의 협박(?)에 억지로 보게 된 선. 차만 마시고 일어나겠다며 다짐하고 나간 자리인데. “저기요, 도은성 씨! 저랑 딱 다섯 번만 만나 주세요!” 어쩌다가 이 남자에게 제발 만나 달라 애원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걸까. “결혼도 안 할 건데, 굳이 왜 만나야 하는 겁니까?” “그래도 만나다 보면 마음이 달라질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이 남자 엄청난 단호박인 데다 철벽도 이런 철벽이 없다. “끅. 잘난 단호박 선생 어디 있어? 도 선생 어딨어요!” “무슨 일입니까.” “저 그렇게 별로예요?” 매일 은성의 병원으로 찾아가 사정해 봐도 매번 문전박대를 당하는 민아. 하지만 얼마 뒤 은성은 민아에게 의외의 말을 해 오는데……. “나 남자예요. 내가 더 위험하지 않겠어요?” 생각지도 못한 그의 말에 민아의 붉은 입술이 작게 벌어졌다. “그 생각은 못 했나 보네. 눈 감아요. 금방 끝나니까.” 그의 나긋한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민아는 숨을 몰아쉬며 눈을 감았다. 그녀는 무사히 가짜 연애를 끝내고 재산을 지킬 수 있을까? 극과 극의 두 남녀의 아슬아슬하고 불순한 계약 연애 로맨스, * “여기 뭐 묻었는데. 잠깐만요.” 손끝으로 그의 뺨을 매만지던 그녀가 불쑥 다가와 얼굴을 들이밀었다. 싱그러운 시트러스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은성은 대단한 일이라도 하는 듯 집중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커다란 눈망울, 눈을 감았다 뜰 때마다 흔들리는 풍성한 속눈썹. 그리고 시선을 사로잡는 붉은 입술까지. “다 됐…….” 은성이 자신의 얼굴을 만지는 그녀의 손을 그러쥐었다. 그러자 놀란 듯 시선을 든 그녀와 지척에서 눈이 마주쳤다. “…….” “……” 숨 막힐 듯한 정적이 흘렀다. 은성이 쥐고 있던 손을 놓고 민아의 뺨을 감쌌다. “민아 씨도 뭐 묻었네요.” 얼굴에 닿은 그의 손은 무척 따뜻했다. 민아가 당황하며 몸을 뒤로 물리려는 찰나, 그가 고개를 기울였다. #츤데레남 #직진남 #철벽남 #뇌섹남 #엉뚱녀 #애교녀 #직진녀 #계약연애 #첫사랑 #재회물 #로맨틱코미디
*단독 선공개 작품입니다. “서른둘이잖아, 우리가 사귀기로 한 나이.” 대한민국의 톱 가수이자, 17년을 봐 온 친구. 일명 진짜 너무 편한 남사친, 김도경. ‘서른둘까지 애인 없으면 사귀면 되겠네.’ ‘임지유, 너 진짜 장담해?’ 그가 12년 전, 장난처럼 했던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 줄이야. “미쳤어, 너랑? 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10분. 10분 안에 유혹할게.” 도경이 핸드폰을 들어 스톱워치 버튼을 눌렀다. 흠칫 놀라는 지유에게 긴장하지 말라는 듯, 그가 허리를 당겼다. 그리고 지유의 입술을 집어삼켰다. * 10분이 경과되었다는 걸 알리는 알람 소리에 도경의 행동이 일순 멈추었다. 이미 옷은 모두 침대 밑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복숭아같이 달아오른 지유의 얼굴을 보고, 도경이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며 물었다. “애인? 친구? 선택해.” 형제같이 편했던 남사친이 알고 보니 옴므 파탈이었다니. 섹시미 터지는, 짐승 같은 그의 스킨십이 싫지 않았다. 아니, 사실 좋았다. #현대물 #달달물 #친구>연인 #연예인 #유혹남 #직진남 #다정남 #순정남 #능력녀 #다정녀
“정산받을 시간이에요.” 당당한 건우의 모습에 헛웃음이 흘렀다. 해주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그를 직시했다. “다시 생각해. 이렇게 너 잃고 싶지 않아.” “우리 실장님 긴장했나 보다. 서론이 길어요. 내가 이거 한 번 하자고 여기까지 온 거라. 양보가 안 되네.” 그의 입술이 일자로 다물렸다. 코앞까지 다가온 그가 해주의 턱을 가볍게 잡아 들었다. “너 진짜 미쳤구나.” “미쳤지. 당신 생각만 해도 여기가 터질 것 같아.” 노골적인 말을 듣자 아랫배가 콱 조여들었다. 입술을 잘근 씹던 해주는 결국 눈을 질끈 감았다. “서해주씨, 정산 똑바로 해요.” 건우의 입꼬리가 길게 말렸다.
“이혼을 하자는 이유가 아기 때문이었네.” 지한의 서늘한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요동치는 심장을 애써 가라앉히며 소윤은 입술을 씹었다. “오해이십니다. 부사장님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아기예요.” 그녀는 두려움에 가득 찬 얼굴로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 가만히 바라보던 지한이 그녀의 턱을 슬쩍 잡아 들었다. 아이를 낳은 지 고작 닷새째. 눈가의 실핏줄은 다 터지고, 입술에는 핏기 하나 없었다. 눈물로 얼룩진 그녀의 뺨을 엄지로 닦으며 그가 입을 열었다. “거짓말을 하고 싶으면 그럴싸한 변명을 가져와. 시답잖은 이유 가져다 대면서 아니라고 우기지 말고.” 소윤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윤아.” 그의 부름에 소윤의 뺨으로 눈물이 툭 떨어졌다. “다시 집으로 들어와. 내 옆에서 살아.” [네가 나에게, 미칠 때까지]
[본 도서에는 고수위의 삽화 네 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혼해요. 소송까지 가고 싶지 않아요.” 나리가 내민 서류를 보던 지오의 얼굴에 금이 갔다. 그녀는 왼쪽, 네 번째 손가락에 있던 반지를 빼 서류 위로 올렸다. “나리야. 얘기 좀 해. 다 설명…….” “기억, 못하길 바랐겠죠.” “…….” “하마터면 기억도 못 한 채 당신 곁에서 계속 살 뻔했네요. 당신 눈에 내가 얼마나 우스워 보였을지.” 원망 섞인 눈빛에 지오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차라리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는 게 나을 뻔했다. 그럼, 그런 그녀를 안고 다 설명할 수 있을 텐데. 꾹꾹 눌러 담고 말하는 그녀를 보는 게 이렇게 아플 줄은……. “더는, 당신 보고 싶지 않아요.” “기회를 줘. 이혼 못 해, 나는.” 나리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오가 다급하게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러자 나리는 경멸스럽다는 표정으로 단숨에 뿌리쳤다. “내 몸에 손대지 말아요. 끔찍하니까.”
“이혼해요. 소송까지 가고 싶지 않아요.” 나리가 내민 서류를 보던 지오의 얼굴에 금이 갔다. 그녀는 왼쪽, 네 번째 손가락에 있던 반지를 빼 서류 위로 올렸다. “나리야. 얘기 좀 해. 다 설명…….” “기억, 못하길 바랐겠죠.” “…….” “하마터면 기억도 못 한 채 당신 곁에서 계속 살 뻔했네요. 당신 눈에 내가 얼마나 우스워 보였을지.” 원망 섞인 눈빛에 지오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차라리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는 게 나을 뻔했다. 그럼, 그런 그녀를 안고 다 설명할 수 있을 텐데. 꾹꾹 눌러 담고 말하는 그녀를 보는 게 이렇게 아플 줄은……. “더는, 당신 보고 싶지 않아요.” “기회를 줘. 이혼 못 해, 나는.” 나리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오가 다급하게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러자 나리는 경멸스럽다는 표정으로 단숨에 뿌리쳤다. “내 몸에 손대지 말아요. 끔찍하니까.”
“키스, 알려 줄게.” 달콤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내가 아니면 누가 알려 주겠어. 너 그렇게 키스하면……. 됐고. 배우고 싶으면 말해, 가르쳐 줄 테니까.” “허. 아주 큰 인심 쓰는 척하시네. 됐어!” 순간 그와 아까 레스토랑에서 했던 키스가 다시금 떠올랐다. 술에 취한 게 분명하다. 이렇게 자꾸만 야한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차는 걸 보니. “야, 좀 솔직해져 봐. 너 나랑 키스한 거 계속 생각나지.” 이미 네 맘을 다 알고 있다는 듯,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아, 아니거든?” “얼굴 되게 빨개. 귓바퀴까지 빨개졌잖아.” “아으.” 그때 정우가 손을 들어 그녀의 귓불을 뭉근히 지분거렸다.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손바닥마저 간지러운 기분이었다. “마지막 생일 선물 줄게.” 정우가 여유롭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내가 경고했지. 나한테 손끝 하나 대지 말라고.” 촉각 방어증. 목이나 손 등의 신체 부위에 무언가 닿는 느낌을 싫어하는 증상. 타인과의 접촉을 극도로 싫어하는 한에게 어느 날 이유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변화가 찾아왔다. 아버지 같은 은사님의 딸인, 제자 이다미를 상대로. “저 완죤 기특하죠. 쌤도 제가 1등급 받을지 저어언혀 모르셨죠!!” “이다미.” “저 이제 조교 면접 보면 되는 건가요?” “대체 누가 널 채용한대. 뽑을 생각 없으니까 그만 포기해.” 그의 사정을 모르는 이다미는 졸졸 따라다니며 조교로 써 달라고 애원했지만, 한은 허락할 수 없었다. 스치기만 해도, 시선만 닿아도 몸이 반응하는 상대를 곁에 둘 순 없으니. 하지만 다미는 기어코 조교가 되어 한을 괴롭혔고, 결국 그는 은밀한 순간을 들키고 마는데. “쌤, 그 좋은 걸 왜 혼자 하세요? 저도 하고 싶단 말이에요. 같이 해요!” “그만 까불어. 저 책상에 당장이라도 눕혀 버리기 전에.” “대박. 저요, 책상에서 하는 거 완전! 로망 있었거든요. 막 이렇게 제가 엎드려서 하면 돼요?” 살랑- 뒤로 몸을 휙 돌리는 이다미의 몸짓이 애써 눌러둔 그의 욕망을 건드렸다. “내가 진짜 덮치면 어쩌려고 이렇게 깝치지?” 미간을 구기며 사납게 경고했으나, 한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 기우는 제 마음을. “어떻게든 참아 보려고 했는데, 더는 못 참겠다.” 까칠해서 섹시한 일타강사 유한과 해맑아서 사랑스러운 다미의 밀당 로맨스. 닿기만 해도
“오빠가 남자 조심하라고 했잖아. 어디서 저런 쓰레기를 만나고 그래.” 15년 전 떠났던 첫사랑이 돌아왔다. 하필이면 남친에게 차이고 있는 상황에. “어떻게 자랐는지 무척 궁금했는데. 여전하네. 잘 지냈어?” 태연자약한 그의 모습에 윤슬의 입술 새로 실소가 흘렀다. ‘오빠가 슬이 끝나기 전에 정문 앞에서 우산 들고 기다릴게.’ ‘약속해. 오빠가 꼭 데리러 올 테니까.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약속까지 해 놓고 말 한마디 없이 떠났으면서. 배신감에 그녀의 얼굴이 차게 식었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어요.” “우리 슬이 많이 삐졌구나. 이제 오빠 안 보려고?” “네. 안 보고 산 지 엄청 오래됐는데 굳이 봐야 할 이유를 모르겠네요.” 그간 서운했던 만큼, 윤슬은 냉정하게 돌아섰다. 하지만 친오빠 같던 과거와 달리 우영이 남자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시도 때도 없이. “큰일이네. 난 자꾸만 나윤슬이 동생 아니고 여자로 보이는데.” 그의 눈빛은 어쩐지 단단해 보였다. “슬아, 오빠랑 같이 살까. 아니면 결혼은 어때.” “오빠랑 내가 어떻게 그런 걸 해. 오빤 할 수 있어?” “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당황하는 윤슬을 보며 우영이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소꿉놀이할 때처럼 남편도 되어 주고.”
“애가 있었어. 내가 미친X처럼 살 동안.” 무려 5년 만의 재회였다. 늘 다정하던 그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해 봐, 변명. 한 번은 들어 줄 생각 있으니.” 다현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도망치던 제 모습이 눈앞을 스쳤다. 이나는 맞잡은 양손에 힘을 주며 차분히 입을 열었다. “보시다시피, 다른 남자 만나서 잘 살고 있어요. 아이도 낳았고.” 망설임 없는 그녀의 답에 태윤의 입술이 차갑게 비틀렸다. “어떤 새끼 애인지 궁금하네.” 묘하게 어그러진 그녀의 표정을 보며, 태윤이 검은 눈을 예리하게 빛냈다. “왜, 내 애라도 돼?” 그녀는 순간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태윤과 더는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제 마음을 들킬까 봐. 혹시나 불안해하는 제 모습을 그가 알아볼까 봐. 눈빛만 봐도 감정 변화를 알아채던 그였으니까. “그럴 리가요. 제 뒷조사 다 하셨잖아요. 우리 다현이 나이도 아실 텐데요.” 그녀가 다급히 표정을 갈무리하며 받아쳤다. “이제 궁금한 건 다 답이 되었나 모르겠네요. 조심히 가세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던 그때, 곧장 이나의 앞으로 다가온 그가 가느다란 손목을 잡아챘다. “왜, 왜 이래요!” “이딴 시답잖은 말로 둘러댈 게 아니라, 좀 더 그럴듯한 변명을 가져와.” 낮게 깔린 그의 목소리가 경고하듯 귓가를 울렸다. “네가 도망간 이유. 왜 갑자기 사라진 건지, 그동안 왜 숨어 지냈는지. 빠짐없이 다 말해야 할 거야.”
“정말, 딱 한 번만 먹어 보면 될 것 같아.” 무려 14년간, 친동생처럼 지냈던 가윤에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었다. “제정신이 아니에요. 제정신이.” 당황한 태준이 헛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그런 그를 보면서도 가윤은 눈동자를 빛내며 간절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한 입 주면, 먹고 포기할게.” “명심해. 까부는 건 여기까지야. 귀여워서 내가 너 봐주는 것도 여기까지라고.” 우리의 사이를 지키기 위해, 정색하며 경고했으나. “끅. 나 오빠 좋아해.” 마치 시위하듯, 만취해서 들어온 그녀는 결국 고백까지 하고 말았다. 골 때리네, 진짜.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으며 태준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도무지 제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그의 모습에 가윤이 씩씩거리며 눈을 치켜떴다. “그럼 나 다른 남자랑 자도 되는 거지?” “어제 그러더라. 나랑 사귀고 싶다고. 내 골반이 예쁘다나 뭐라나.” “오빠가 싫다니 별수 없지. 걔랑 한번 사귀어 보고 한 입…… 오빠!” 더는 참을 수 없던 태준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채 침실로 끌고 갔다. “내가 경고했지. 끝까지 우긴 거 너야.” “오빠…….” 무구한 눈빛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녀에게 태준이 아래로 턱짓했다. “하고 싶다며. 네 손으로 직접 해.” [본 도서에는 고수위 삽화 2장이 포함되어 있으니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삽화 - 라에]
"선택해요. 그만두든가, 아니면 내 비서 계속하며 파트너 하든가." 태이는 떨리는 손으로 박스를 집었다. 그것을 본 그녀의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생각지도 못한 물건의 정체에 태이는 할 말을 잃었다. "무슨……." "믿을 수가 있어야지. 강회장이 시킨 건지." 너무 황당해 헛웃음이 흘렀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억지를 부리는 걸까.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몸이라도 섞는 열정을 보여야 내가 믿을 수 있지 않나. 스파이짓 하는지도 모르는데." "억지 부리지 마세요." "억지라고 생각하면 그만두면 되잖아." "그만둘 이유 없습니다." "그럼 하면 되겠네, 파트너." 태이는 입술을 짓씹었다. 그를 좋아했기에 옆에 있고 싶은 것뿐인데, 이런 취급까지 하며 그만두게 하려는 그가 원망스러웠다. 고민하던 태이는 다짐한 듯 표정을 갈무리했다. 그러고는 박스 안에 든 그것을 꺼냈다. “제 대답은 이걸로 대신 하겠습니다.” 한 개를 꾹 쥔 채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 모습을 본 우진의 눈빛에 이채가 어렸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한 비서." "물론입니다." 확 끌어당긴 손에 이끌려, 태이는 그의 품에 안겼다. [본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재편집된 작품입니다.]
[※ 본 도서에는 고수위 삽화 2장이 포함되어 있으니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삽화:라에] “나랑 모임 좀 같이 나가자.” “아, 그 친구 모임? 200?” “어. 그 200.” 크리스마스이브, 애인 동반 모임에 혼자 나갈 위기에 처한 단아. 그때 마침 동생 친구인 쌔끈한 녀석, 문주원이 눈에 들어온다. “맨입으로?” “야, 누나를 뭐로 보고. 나 그렇게 야박한 사람 아니에요.” 솔로일 경우 내야 하는 벌금 200만 원의 반인 100만 원을 주겠다고 제안했으나 그가 원한 건 다른 것이었다. “대신 조건이 있어.” “어서 말해. 조건이 뭐야!” “돈은 됐고, 모임 다녀올 때마다 나한테 한 시간만 내 줘.” 너무나 쉬운 요구에 단아는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그 정도쯤이야.” “그 정도?” “누나가 너한테 한 시간도 못 내 줄까. 같이 친.히. 모임에 나가 주시겠다는데.” “약속한 거다.” “오케이!!” 단아는 호언장담했다. 주원이 제게 약속받은 그 한 시간을 어떻게 쓸지 짐작조차 못 한 채. *** “벗어요. 남김없이 싹 다.” 제 귀로 듣고도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단아가 눈을 번쩍 뜨며 몸을 일으켜 앉았다. 주원이 협탁에 있는 수면 등을 켜자, 사위가 밝아졌다. 주원은 입꼬리를 말아 올린 채 미소를 짓고 있었다. 태연해도, 너무 태연하다. 지금 제가 들은 게 사실인가 싶을 만큼. “뭐라고?” “다 들었으면서 왜 못 들은 척이야.” 듣기야 했지. 너무 황당해서, 어이가 없어서, 기가 차서 다시 물어본 거였으니까. “지금 시간 12시 40분. 5분 줄게.” “5분 동안 뭘 하라고…….” “마음의 준비도 하고, 옷도 벗고.” 말을 하면서도 주원의 표정엔 미동조차 없었다. “한 시간 동안 뭐, 뭘 할 건데?” “약속한 거 받아야지.” “뭐, 를?” 순간 야릇한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찼다. 그사이 주원이 침대 위로 올라오자 단아가 흠칫 놀라며 몸을 뒤로 물렸다. “자꾸 시간 가잖아. 빨리하고 자는 게 낫지 않겠어?” “저, 저기 주원아.” “힘들면, 내가 키스하면서 내가 해 줄게.” 치명적인 그의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오빠도, 잘해?” “뭐를.” “섹스.” 해맑은 얼굴로 묻는 하윤의 모습에 무영이 헛웃음을 흘렸다. 대체 얼마나 편하다고 생각했기에 이런 것까지 묻는 걸까. 그가 그녀를 직시하며 입을 열었다. “너 그게 왜 궁금해?” “말을 못하네. 못 하는 거 아냐?” 깜찍한 도발이었다. 무영이 픽 웃으며 그녀의 앞으로 검지와 중지를 들어 보였다. “이 두 개로 가게 할 수 있는데.”“뭐, 뭐래 진짜 더럽게!” “뭔 줄 알고 정색이야? 경험도 없는 주제에.” 하윤이 벌게진 얼굴로 씩씩거렸다. 손가락 두 개가 이렇게 야해 보일 건 또 뭐람. 당황하는 사이 녹진해진 그의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섹스 잘하는지 궁금하면, 오늘 알려줄게. 쉴 틈 없이.”
“오빠도, 잘해?” “뭐를.” “그거.” 해맑은 얼굴로 묻는 하윤의 모습에 무영이 헛웃음을 흘렸다. 대체 얼마나 편하다고 생각했기에 이런 것까지 묻는 걸까. 그가 그녀를 직시하며 입을 열었다. “너 그게 왜 궁금해?” “말을 못하네. 못 하는 거 아냐?” 깜찍한 도발이었다. 무영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그렸다. “내가 작정하면 너, 바로 가게 할 수 있는데.” “뭐, 뭐래 진짜 더럽게!” “뭔 줄 알고 정색이야? 경험도 없는 주제에.” 하윤이 벌게진 얼굴로 씩씩거렸다. 당황하는 사이 녹진해진 그의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그걸 잘하는지 궁금하면, 오늘 알려줄게. 쉴 틈 없이.”
“저, 대표님 좋아하는데 모르셨나 봐요.” 그녀의 수상 축하를 위한 둘만의 자리에서, 그는 뜻밖의 고백을 듣게 된다. 좋아한다는 말에 이현은 입을 꾹 다문 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지수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재계약 조건이 있어요.” “편하게 말해.” “계약서 쓰면서 한 장, 더 쓰죠.” “뭐를.” “파트너 계약서요.” 예상치 못한 답에 이현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자신을 빤히 쳐다보며 와인 잔을 들고 있는 그녀는 무척이나 매혹적이었다. 이현은 미간을 구기며 타이를 거칠게 풀었다. “대표님 발목 잡지 않을게요. 마음까지 달란 소리 아니니까.” “하......” 이현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그녀의 얼굴에 화가 치밀었다. “너 후회 안하지.” “그럴리가요.” 이현은 참기 힘들다는 듯 눈을 찡그렸다. “감당은, 네가 해.” [본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재편집된 작품입니다.]
“너는 나 두고 다른 사람 못 만나.” 오만한 한마디가 귓가를 울렸다. 지욱이 그녀의 턱을 가볍게 잡아 들며 시선을 내렸다. “그러니 쓸데없는 기 싸움 그만하지. 피차 피곤하잖아.” 정말 귀찮은 일이라도 되는 듯한 말투였다. 서우가 그의 손을 밀어내며 입을 열었다. “그동안의 좋았던 감정까지 망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끔찍한 기억만 남기고 싶진 않으니까.” 그토록 애틋하고 설렜던 스무 살의 추억까지, 모조리 빛이 바래는 기분이었다. 제발 그러지 않길 바랐다. 그 추억으로 겨우 버티고 살아가는 그녀에게 그것마저 없다면, 너무 슬플 것 같아서. “그 기억, 지워 주려고 이러는 거야.” “아뇨. 이럴수록 더 끔찍해요. 더는 찾아오지 말아요. 이건 부탁이 아니라, 경고예요.” 심장이 아려 왔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는 그녀를 보면서도 그는 동요조차 하지 않았다. “서우야.” 지욱의 빤한 시선이 서우에게 닿았다. “너와 나 사이에 아이가 둘이나 있었어.” 결국 서우의 얼굴이 완전히 무너졌다. 아이. 유산. 그 단어가 그녀에게 얼마나 사무치게 가슴 아픈 일인지 알면서도 지욱은 그 말을 입에 올렸다. “내 애를 둘씩이나 임신했던 너를, 놓아줄 생각 없단 소리야.” “지금…… 당신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아픈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심장에 박혀 들었다. 바들바들 떠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양손으로 감싸며 지욱이 여유롭게 입매를 틀었다. “그러니 네가 먼저 마음 고쳐먹어. 꺾어서 내 옆으로 데려오기 전에.”
“이 결혼, 내가 엎어줄 수 있어.”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은하는 들고 있는 부케를 꼭 그러쥐며 입술을 짓이겼다. “시간이 없을 텐데.” 휘경이 손목으로 시선을 내렸다. 초조해하는 그녀와는 달리, 그는 무척이나 여유로웠다. 마치, 이 제안을 거부할 수 없다는 듯. 한 시간 후,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둔 그녀에게 건넨 달콤한 유혹. 그녀를 샅샅이 훑어내리는 시선이 한없이 짙다. “조건은요.” “이제야 대화가 통하네. ” 그의 입꼬리가 매끈하게 휘었다. “내가 질릴 만큼 놀아주면, 그땐 놓아줄게.” 은하는 잠시 눈을 감았다. 이내 결심한 듯,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하죠. 나 좀 여기서 데리고 나가주세요.” 휘경이 그녀의 손목을 단숨에 잡아챘다. 은하는 드레스를 움켜쥐었다. 최악보다 차악을 선택하기로 했다. 끔찍이도 싫은 그였지만 그녀에게 선택의 여지 따위는 없었으므로. 이 결혼을 벗어날 방법은 민휘경, 오직 그뿐이었다. [본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재편집된 작품입니다.]
“키스, 알려 줄게.” 달콤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내가 아니면 누가 알려 주겠어. 너 그렇게 키스하면……. 됐고. 배우고 싶으면 말해, 가르쳐 줄 테니까.” “허. 아주 큰 인심 쓰는 척하시네. 됐어!” 순간 그와 아까 레스토랑에서 했던 키스가 다시금 떠올랐다. 술에 취한 게 분명하다. 이렇게 자꾸만 야한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차는 걸 보니. “야, 좀 솔직해져 봐. 너 나랑 키스한 거 계속 생각나지.” 이미 네 맘을 다 알고 있다는 듯,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아, 아니거든?” “얼굴 되게 빨개. 귓바퀴까지 빨개졌잖아.” “아으.” 그때 정우가 손을 들어 그녀의 귓불을 뭉근히 지분거렸다.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손바닥마저 간지러운 기분이었다. “마지막 생일 선물 줄게.” 정우가 여유롭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놓아주면, 왜. 죽기라도 하려고.” 모든 것을 다 잃은 그녀와 재회했다. 호텔 라운지가 아닌 병원 옥상에서. “모르는 척, 마치 실수인 척. 나 잡아요.” “못해요. 자신 없어요.” “그럼 그냥 나한테 발목 잡힌 걸로 해.” 죄인처럼 결혼은 못 하겠다는 너를 내 곁으로 데려왔지만, 결국 은재는 모든 기억을 스스로 지웠다. *** “한 반년 됐나. 너무 오랜만이네.” 결국 그녀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었다. 죄책감으로 말라 가는 너를 볼 수 없었기에. “도저히 포기가 안 돼서.” “전에 제 뜻은 다 전달한 것 같은데요.” 은재는 무척 단호했다. 그녀의 상태는 여전했고, 저를 기억하지 못하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알아. 그래서 다시 시작하려고 왔어. 고은재, 당신이랑.” 너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에게 추억이 없다는 사실이 사무치게 가슴에 와닿았다. 추억이라도 곱씹으며 버티려고 했으나 내겐 그것조차 없었으므로. “기억 못 해도 상관없어. 어차피 내가 새로운 기억으로 채워 줄 거니까.” 그녀를 바라보는 무열의 눈동자에 애정이 듬뿍 담겼다. “은재야, 우리 연애부터 하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는 일. 네가 나를 기억 못 해도 상관없다. 나는 묵묵히 너의 기억 끝에서 기다릴 테니.
“너는 나 두고 다른 사람 못 만나.” 오만한 한마디가 귓가를 울렸다. 지욱이 그녀의 턱을 가볍게 잡아 들며 시선을 내렸다. “그러니 쓸데없는 기 싸움 그만하지. 피차 피곤하잖아.” 정말 귀찮은 일이라도 되는 듯한 말투였다. 서우가 그의 손을 밀어내며 입을 열었다. “그동안의 좋았던 감정까지 망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끔찍한 기억만 남기고 싶진 않으니까.” 그토록 애틋하고 설렜던 스무 살의 추억까지, 모조리 빛이 바래는 기분이었다. 제발 그러지 않길 바랐다. 그 추억으로 겨우 버티고 살아가는 그녀에게 그것마저 없다면, 너무 슬플 것 같아서. “그 기억, 지워 주려고 이러는 거야.” “아뇨. 이럴수록 더 끔찍해요. 더는 찾아오지 말아요. 이건 부탁이 아니라, 경고예요.” 심장이 아려 왔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는 그녀를 보면서도 그는 동요조차 하지 않았다. “서우야.” 지욱의 빤한 시선이 서우에게 닿았다. “너와 나 사이에 아이가 둘이나 있었어.” 결국 서우의 얼굴이 완전히 무너졌다. 아이. 유산. 그 단어가 그녀에게 얼마나 사무치게 가슴 아픈 일인지 알면서도 지욱은 그 말을 입에 올렸다. “내 애를 둘씩이나 임신했던 너를, 놓아줄 생각 없단 소리야.” “지금…… 당신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아픈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심장에 박혀 들었다. 바들바들 떠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양손으로 감싸며 지욱이 여유롭게 입매를 틀었다. “그러니 네가 먼저 마음 고쳐먹어. 꺾어서 내 옆으로 데려오기 전에.”
“자고 싶다고, 너랑.” 7년을 좋아했던 첫사랑에게서 들은 말은, 고백이 아닌 파트너 제안이었다. “일단 오늘 자 보고. 서로 만족하면 하고 싶을 때마다 하는, 파트너 어때.” 무언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는 말을 쏟아 냈다.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던 사람처럼. 희원의 제안을 곱씹던 하경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그래. 해, 그거.” 답을 들은 희원의 입매가 야릇하게 말려 올라갔다. “재밌네.” 그는 정말 그 제안을 수락할지 몰랐다는 얼굴이었다. 하경은 떨리는 손을 꾹 말아쥐곤 태연하게 답했다. “나도 재밌을 것 같아서. 마침 외롭기도 했고.” 아무렇지 않은 척했으나, 괜찮을 리 만무했다. 좋아하는 남자에게서 고작 파트너 제안을 받았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도희원을 너무 좋아하는 내 마음이 가장 큰 약점이었으니. *** “그냥, 이제 그만하고 싶어.” 돌아선 그녀는 무척 단호했다. 네 멋대로 하라고. 나도 아쉬울 것 하나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남자와 있는 그녀를 보자 알 수 없는 감정이 일렁인다. 결국 희원은 인정하기로 했다. 이하경을 향한 제 마음을. 그리고 더 늦기 전에 그녀의 마음을 돌릴 방법은 하나였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진심을 담아 사과하는 것밖에는.
[※ 본 도서에는 고수위 삽화 2장이 포함되어 있으니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삽화:라에] 소개 글 “나랑 모임 좀 같이 나가자.” “아, 그 친구 모임? 200?” “어. 그 200.” 크리스마스이브, 애인 동반 모임에 혼자 나갈 위기에 처한 단아. 그때 마침 동생 친구인 쌔끈한 녀석, 문주원이 눈에 들어온다. “맨입으로?” “야, 누나를 뭐로 보고. 나 그렇게 야박한 사람 아니에요.” 솔로일 경우 내야 하는 벌금 200만 원의 반인 100만 원을 주겠다고 제안했으나 그가 원한 건 다른 것이었다. “대신 조건이 있어.” “어서 말해. 조건이 뭐야!” “돈은 됐고, 모임 다녀올 때마다 나한테 한 시간만 내 줘.” 너무나 쉬운 요구에 단아는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그 정도쯤이야.” “그 정도?” “누나가 너한테 한 시간도 못 내 줄까. 같이 친.히. 모임에 나가 주시겠다는데.” “약속한 거다.” “오케이!!” 단아는 호언장담했다. 주원이 제게 약속받은 그 한 시간을 어떻게 쓸지 짐작조차 못 한 채. *** “벗어요. 속옷 한 장, 남김없이 싹 다.” 제 귀로 듣고도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단아가 눈을 번쩍 뜨며 몸을 일으켜 앉았다. 주원이 협탁에 있는 수면 등을 켜자, 사위가 밝아졌다. 주원은 입꼬리를 말아 올린 채 미소를 짓고 있었다. 태연해도, 너무 태연하다. 지금 제가 들은 게 사실인가 싶을 만큼. “뭐라고?” “다 들었으면서 왜 못 들은 척이야.” 듣기야 했지. 너무 황당해서, 어이가 없어서, 기가 차서 다시 물어본 거였으니까. “지금 시간 12시 40분. 5분 줄게.” “5분 동안 뭘 하라고…….” “마음의 준비도 하고, 옷도 벗고.” 말을 하면서도 주원의 표정엔 미동조차 없었다. “한 시간 동안 뭐, 뭘 할 건데?” “약속한 거 받아야지. 내가 물고 빨 시간.” “물고 빨아? 뭐, 를?” 순간 야릇한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찼다. 그사이 주원이 침대 위로 올라오자 단아가 흠칫 놀라며 몸을 뒤로 물렸다. “자꾸 시간 가잖아. 빨리하고 자는 게 낫지 않겠어?” “저, 저기 주원아.” “벗기 힘들면, 내가 키스하면서 벗겨 줄게.” 치명적인 그의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너, 정체가 뭐야.” 우연히 교통사고가 났던 남자와 다시 만났다! 그것도 쌍둥이 오빠인 척 남장을 하고 가사 도우미로 취직한 그의 집에서. “이름이?” “채유민……입니다.” “나이.” “스물다섯이요.” “키는.” “167센티미터…….” 유주는 눈을 굴리며 겨우 답했다.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가 단호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내 퇴근 시간 전까지만 일하는 게 좋겠어. 그 이후에는 눈에 띄지 말도록.” 그렇게 시작된 까칠한 집주인과의 수상한 동거. “빵 쪼가리 같은 거 먹지 말고, 밥을 먹어.” “내일 점심은 나랑 먹으면 되겠네.” 하지만 눈에 띄지 말라던 시우는 자꾸만 그녀의 일상에 끼어드는데……. 유주는 여자인 걸 들키지 않고 계속 일할 수 있을까? * “내가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무슨 감정인지 도저히 모르겠어.” “…….” “그래서 말인데.” 그가 몸을 반쯤 돌리며 다가왔다. 그러고는 그녀 쪽으로 몸을 조금 기울였다. 당황한 유주의 얼굴에 붉은 기가 돌았다. “확인해 보려고.” “……!” 시우가 손을 들어 조심스레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 손이 잘게 떨리는 게 뺨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피하고 싶으면 피해.” 유주의 눈동자가 요동쳤다. 피하라는 말에도 몸이 쉬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내려앉았다.
“놓아주면, 왜. 죽기라도 하려고.” 모든 것을 다 잃은 그녀와 재회했다. 호텔 라운지가 아닌 병원 옥상에서. “모르는 척, 마치 실수인 척. 나 잡아요.” “못해요. 자신 없어요.” “그럼 그냥 나한테 발목 잡힌 걸로 해.” 죄인처럼 결혼은 못 하겠다는 너를 내 곁으로 데려왔지만, 결국 은재는 모든 기억을 스스로 지웠다. *** “한 반년 됐나. 너무 오랜만이네.” 결국 그녀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었다. 죄책감으로 말라 가는 너를 볼 수 없었기에. “도저히 포기가 안 돼서.” “전에 제 뜻은 다 전달한 것 같은데요.” 은재는 무척 단호했다. 그녀의 상태는 여전했고, 저를 기억하지 못하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알아. 그래서 다시 시작하려고 왔어. 고은재, 당신이랑.” 너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에게 추억이 없다는 사실이 사무치게 가슴에 와닿았다. 추억이라도 곱씹으며 버티려고 했으나 내겐 그것조차 없었으므로. “기억 못 해도 상관없어. 어차피 내가 새로운 기억으로 채워 줄 거니까.” 그녀를 바라보는 무열의 눈동자에 애정이 듬뿍 담겼다. “은재야, 우리 연애부터 하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는 일. 네가 나를 기억 못 해도 상관없다. 나는 묵묵히 너의 기억 끝에서 기다릴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