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린은 친구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이에게 모든 걸 빼앗겼다. 왼쪽 눈도, 미래도, 그리고 희망도. 믿음의 대가는 처절한 배신이었다. 베이린은 분함과 억울함을 뒤로한 채 도망쳤다. 아무런 힘이 없는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그것 하나 뿐이었기에. 그러던 어느 날, 애써 과거를 묻어 둔 채 살아가는 베이린의 앞에 운명처럼 과거의 악연과 얽혀 있는 황태자, 에이반이 나타난다. 이제 그 누구에게도 희망이 없는 베이린이었기에 애써 외면하려고 했지만, 그녀가 가진 재능을 알게 된 에이반은 망설임 없이 손을 내밀었다. “나와 함께 가지 않겠나? 너의 도움이 필요해. 대신 내가 너의 힘이 되어 주겠다.” 그의 흔들리지 않는 올곧은 눈빛에 베이린은 더 이상 도망치지 않을 거라는 다짐과 함께 에이반의 손을 잡았다. 이제 자신을 죽음의 끝으로 몰아넣었던 이들을 향해 반격할 시간이었다. “너도 잘 알잖아. 내가 기억하는 거 하나는 잘하는 거. 그러니까 이젠 네가 모든 걸 잃을 차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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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린은 친구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이에게 모든 걸 빼앗겼다. 왼쪽 눈도, 미래도, 그리고 희망도. 믿음의 대가는 처절한 배신이었다. 베이린은 분함과 억울함을 뒤로한 채 도망쳤다. 아무런 힘이 없는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그것 하나 뿐이었기에. 그러던 어느 날, 애써 과거를 묻어 둔 채 살아가는 베이린의 앞에 운명처럼 과거의 악연과 얽혀 있는 황태자, 에이반이 나타난다. 이제 그 누구에게도 희망이 없는 베이린이었기에 애써 외면하려고 했지만, 그녀가 가진 재능을 알게 된 에이반은 망설임 없이 손을 내밀었다. “나와 함께 가지 않겠나? 너의 도움이 필요해. 대신 내가 너의 힘이 되어 주겠다.” 그의 흔들리지 않는 올곧은 눈빛에 베이린은 더 이상 도망치지 않을 거라는 다짐과 함께 에이반의 손을 잡았다. 이제 자신을 죽음의 끝으로 몰아넣었던 이들을 향해 반격할 시간이었다. “너도 잘 알잖아. 내가 기억하는 거 하나는 잘하는 거. 그러니까 이젠 네가 모든 걸 잃을 차례야.”
절대 행복해지지 않을게요. 그게 당신이 원하는 거라면. “어떻게 뻔뻔하게 그 얼굴을 들고 서 있는지. 살인자의 딸 주제에.” 빌리는 제게 쏟아지는 경멸 어린 말들을 가만히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살인자, 미치광이, 그리고 극악무도한 여자. 그건 모두 내 어머니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럼에도 카르테르 후작가의 사람들은 원수의 딸인 나를 품어줬다. 진심으로 가족처럼 아껴줬다. 한 사람, 하델린 카르테르만 제외하고서. 그래서 난 떠나기로 결심했다. 이 몸에 흐르는 어머니와 같은 피를 끝내 거부하지 못했으니까. “전 어머니를 용서할 수 없어요. 그렇지만 어머니를 미워할 수도 없어요.” 그런데 어째서 날 증오하는 그 남자만큼은 놓지 못하는 걸까. *** 빌리는 하델린이 원하는 대로 그의 앞에서 사라져줬다. 하지만 그녀의 결심이 무색하게 하델린과 재회했다. “내게 이렇게 말했었지. 절대 행복해지지 않을 거라고.” “맞아요.” “그래서 네가 불행해지는 모습을 지켜볼 생각이야. 그러니까 내게서 벗어나지 마.” 빌리에겐 그 말이 이렇게 들렸다. 어떻게든 나를 불행해지도록 만들 거라고. ‘그렇다면 기꺼이 당신의 불행이 되어줄게요.’
사격 국가대표 류아랑, 그게 바로 어제까지의 나였다. 하지만 삶의 전부였던 동생을 잃고 사격을 그만둔 후, 하루아침에 동생이 즐겨 보던 소설 속에서 눈을 뜨고 만다. 마물의 먹잇감으로 처참하게 죽을 운명인 이브넬 이스텔라로. 이브넬이 되었다고 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설령 그 끝이 나의 죽음이라고 해도. 분명 그랬어야 했는데. “시시해서 재미없을 거라고 하셨죠? 그럼 이제부터 기대하십시오. 지금부터 재미있어질 테니까.” 난 살아남기 위해서 다시 총을 들었다. 겨눈 총구의 끝에 있는 남자가 이 소설 속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더는 중요하지 않았다. *** 이브넬의 의기양양한 표정을 흐트러뜨리고 싶은 충동이 불쑥 인 슈헤르는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고는 자신 쪽으로 확 끌어당겼다. 순식간에 그에게 거의 안긴 꼴이 된 이브넬의 얼굴엔 당황스러움이 가득했다. 그때, 귓가로 지독히도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이건 똑똑히 기억해 둬. 난 한번 내 손아귀에 들어온 먹잇감은 놓치지 않아, 이브넬.”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색 눈동자와 지척에서 마주친 순간 이브넬은 그에게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먹잇감이라.’ 자신의 처지를 완벽하게 표현하는 단어였다. 카리에스의 원수이자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구원자. 그러니 처음부터 당신의 손을 잡아서는 안 되었다. 가까워져서도 안 되었다. 당신을 사랑해서는 안 되었다.
모두가 날 이렇게 불렀다. ‘실패작’이라고. 아르메빈 공작가에 대대로 내려오는 고귀한 힘.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치유의 축복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런 쓸모가 없는 내가 버려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가족은 날 외면했고, 배척했으며, 작은 미소조차 지어 주지 않았다. 그래도 날 가족이라고 여긴다는 것만큼은 의심하지 않았다. 가족들을 믿었다. 하지만 그 모든 건 내 착각에 불과하였다. 가문을 위해서 목숨까지 내건 나에게 돌아온 건 왜 죽지 않았냐는 한마디였으니까.
절대 행복해지지 않을게요. 그게 당신이 원하는 거라면. “어떻게 뻔뻔하게 그 얼굴을 들고 서 있는지. 살인자의 딸 주제에.” 빌리는 제게 쏟아지는 경멸 어린 말들을 가만히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살인자, 미치광이, 그리고 극악무도한 여자. 그건 모두 내 어머니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럼에도 카르테르 후작가의 사람들은 원수의 딸인 나를 품어줬다. 진심으로 가족처럼 아껴줬다. 한 사람, 하델린 카르테르만 제외하고서. 그래서 난 떠나기로 결심했다. 이 몸에 흐르는 어머니와 같은 피를 끝내 거부하지 못했으니까. “전 어머니를 용서할 수 없어요. 그렇지만 어머니를 미워할 수도 없어요.” 그런데 어째서 날 증오하는 그 남자만큼은 놓지 못하는 걸까. *** 빌리는 하델린이 원하는 대로 그의 앞에서 사라져줬다. 하지만 그녀의 결심이 무색하게 하델린과 재회했다. “내게 이렇게 말했었지. 절대 행복해지지 않을 거라고.” “맞아요.” “그래서 네가 불행해지는 모습을 지켜볼 생각이야. 그러니까 내게서 벗어나지 마.” 빌리에겐 그 말이 이렇게 들렸다. 어떻게든 나를 불행해지도록 만들 거라고. ‘그렇다면 기꺼이 당신의 불행이 되어줄게요.’
당신을 개조하겠습니다. 제 전력을 다해. “해고다, 레티아 보좌관.” 동료의 계략으로 하루아침에 누명을 쓰고 쫓겨났다. 끝끝내 나를 믿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깊은 절망에 빠져 있는 나에게 손을 내민 한 사람. 무수한 소문을 몰고 다니는 주인공, 헤이스탄 다이닐. “내 보좌관으로 와, 레티아.” 그렇게 헤이스탄의 보좌관이 되었는데 이 인간, 이전 상관과는 다른 의미로 강적이었다. 업무를 내팽개치고 도망치는 건 예사이고 위엄 따위는 개나 줘버린 언행과 창고인지, 쓰레기장인 모를 집무실까지. 그런데 그와 함께 있으면 이상하게 계속 웃게 되었다. 처음으로 내 편이 되어주었다. 레티아는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제 상관이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단장님, 각오하세요. 앞으로 많은 게 바뀔 테니까요.” “너야말로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레티아. 날 이렇게 바꿔놨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지.” “……네?” 잠시만, 헤이스탄이 왜 지금 덮치듯 날 내려다보고 있는 거지?
억울한 누명을 쓴 채 죽었다. 황제의 기사로서 절대 가져서는 안 되는 마음을 품은 대가였다. 어차피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이었기에 발버둥 따위는 치지 않았다. “폐하의 기억 속에서 저에 대한 건 잊어 주세요. 처음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걸.” 그런데 여기서 내가 다시 살아나는 건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그것도 다른 제국의 황녀로. 그리고 신의 못된 장난처럼 다시 그와 마주하게 되었다. 그 순간 내가 바라는 건 단 하나였다. “폐하께서 부디 절…… 알아보지 못하길 바랍니다.” *** “죄송하지만 전 폐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 달빛 아래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서 있는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다시 한번 묻겠다. 당신은 대체 누구지?” 자신이 누구냐는 물음에 엘르아의 심장은 이미 주인의 통제를 벗어나 거세게 뛰고 있었다. 동시에 자신을 결코 알아보지 못할 거라는 자신감에 반대로 테르반에게 물었다. “저도 잘 모르겠군요. 폐하께서는 절 대체 누구로 보고 계시는지. 선조들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혈혈단신으로 이곳에 온 제국의 황녀인지 아니면…….” ‘당신을 좋아하고 따르던 사람인지.’
“너! 그 눈 가리라고 말했지!” 그건 내가 어머니에게 버려지기 전까지 수없이 듣던 말이었다. 색이 다른 두 눈동자가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고. 그런데 누가 알았을까.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 희망을 만나게 되리라는 걸. “너무 예쁘다!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 나보다 훨씬 작은, 사랑스러움이 넘쳐흐르는 여자아이가 나에게 한 말이었다. 처음이었다. 내 눈이 예쁘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오늘부터 네 이름은 리시안셔스, 리시안이야. 앞으로는 유릴이랑 함께 사는 거야.” 유릴리아는 나의 가족이, 친구가, 그리고 구원이 되어 주었다. 그런 그녀를 위해 차가운 빗속에서 맹세했다. ‘너만은 내가 지켜줄게, 유릴. 내 목숨이 다한다고 해도.’ 버려진 왕녀로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는 유릴리아를 지키기 위해 난 기꺼이 검을 들었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누군가를 해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 유릴리아를 지키기 위한 사명에 두 남자가 끼어드는 건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어째서 날 보고도 무서워하지 않는 거지.” “너, 아주 재미있는 걸 숨기고 있던데?” 이 두 사람으로 인해 내 운명이 다시 한번 요동치는 것도. *** 리시안은 온전히 상대의 얼굴이 시야에 담겼을 때, 자신의 눈을 의심하였다. 피가 묻은 걸 넘어 아예 뒤집어쓴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밤하늘 같은 검은색 머리카락과 피처럼 붉은 눈동자.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듯 텅 비어 있는 그 눈을 보고 있자니 소름이 돋을 정도로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평범한 사람이 아니야.’ 이런 상황이 나름 익숙한 그녀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도망치기 위해 등을 보인 순간, 남자가 들고 있는 저 날카로운 검이 자신의 몸을 관통하리라는 걸. 그러니 리시안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괜…… 찮으십니까?”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평범한 시녀임을 보여줘야 했다. 그리고 불행히도 리시안의 직감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저 피투성이의 남자는 그녀가 그토록 경계해야 하는 황제였으니까.
천대 받는 공녀, 스텔라. 자신의 비참한 미래를 본 순간, 그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쌍둥이로 태어난 나와 카밀라. 아니, 축복을 받은 건 동생인 카밀라뿐이었다. 아버지인 공작을 비롯해 공작저의 모두가 카밀라만을 사랑했으니까. 그 이유는 단 하나, 동생인 카밀라는 돌아가신 공작부인을 닮았기 때문에. 그래서 난 필사적으로 카밀라를 따라했다. 머리카락 색도, 말투도. 하지만 돌아온 건 공작의 경멸스러운 눈빛과 카밀라의 비웃음뿐이었다. 그래도 견뎠다. 난 그들을 가족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꿈을 통해 그 미래를 보기 전까지는. “그래도 언니잖아. 나도 너의 가족이잖아.” “아니 넌 나의 가족도, 뭣도 아니야. 그냥 날 따라했지만 모두에게 외면 받은 불쌍한 여자야 넌.” 어느 날의 꿈, 모두의 냉대 속에 죽은 내 모습을 보고 결심했다. 이번에는 이 빌어먹을 공작가를 벗어나고 말겠다고. 예정된 운명을 바꿔서라도. * “제가 당신처럼 그렇게 검을 다루면 강해질 수 있을까요?” * “사실 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네?” “그저 어린 아이의 치기라고 생각했고, 귀족 영애로 보이는 이에겐 와 닿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일이 기억나신 겁니까?” 과거의 인연이 긴 시간을 지나 다시 이어졌을 때, 난 웃으며 카인지스와 손을 맞잡았다. 겨우 평온함을 되찾았던 내 삶이 흔들리고, 이 만남이 어떤 형태로 변할지 알지 못한 채로. 글 : Gazebo 그림 : 안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