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명문 귀족가의 딸이었으나 이제는 지인 집에 얹혀살며 하녀처럼 살아가는 에바 메이시스. 삶의 밑바닥을 지나고 있을 때 그를 처음 만났다. 아름답고 강하며 눈부신 남자, 그녀의 전 약혼자였던 황태자 에드워드를. “왜 울어요, 응?” 에드워드가 에바의 아픈 발을 잡고 걱정스레 물었다. “…창피해서요. 흑.” 그의 목소리가 다정해서였을까. 내내 묵혀둔 속엣말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흘러나왔다. 물에 빠져 흠뻑 젖어 있는 모습도, 구멍 나 기워 신은 양말도, 밑바닥까지 떨어진 자신의 처지도 모두 수치스러웠다. “아파서 그런 건데 뭐가 창피합니까. 발도 이렇게 예쁜데.” 이런 것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창피할 것 없어요. 무슨 이유든, 당신이 잘못한 건 하나도 없으니까. 에바.” 에드워드는 움츠러든 그녀를 달래며 이름을 불러주었다. 그가 떠난 후에야 깨달았다. 잠깐 머물다가 간 그 남자가 마음에 무겁게 담겼음을, 그가 첫사랑이었음을. *** 고단한 시간을 따라가다가 에드워드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수많은 귀족 영애들을 물리치고 황실의 시녀가 되었을 때. 그녀의 마음이 자라고 강해졌을 때. 더 이상 그가 생각나지 않게 되었을 때. “전하께서 잠드시기 전 부족함이 없는지 살피고 기도를 올리는 게 침실 시녀의 일입니다. 그러니 마음대로 손을 잡으시는 건.” "내가 단 한 번이라도 영애 앞에서 내 마음대로 행동한 적이 있습니까?“ 따져 묻는 목소리가 전과 달리 까칠했다. 그녀를 담고 번뜩이는 눈동자가 몹시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당신이 황궁으로 들어올 줄 알았다면, 그날 그냥 보내지도 않았어.” 지척까지 얼굴을 들이댄 에드워드가 낮게 울리는 목소리로 경고해왔다. “그러니까 이번엔 내 마음대로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 로판 소설 중 상위 90.66%
평균 이용자 수 - 명
* 100명이 선택하면 '명작' 칭호가 활성화 됩니다.
'명작'의 태양을 라이징 해보세요.
그는 위험하고 아름다운 짐승이었다. 어둡고 무거운 눈동자에 그녀를 담은 순간 선명한 빛이 감돌았다. 맹수의 눈에 번쩍 스쳐 가는 섬광 같은 것이었다. “나한테 와.” 그가 손을 내밀었을 때 그녀는 조심스레 그의 손을 잡았다. 사랑이 아니라는 이 사랑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 그의 엄지손가락이 이마에서 눈썹으로 옮겨 갔다. 실크 같이 부드러운 결을 따라가 끝에서 감은 눈두덩을 부드럽게 쓸었다. 그리고 콧날을, 입술을, 볼과 턱 선을 세세히 쓰다듬었다. 그는 낯설고 먼 지금의 그녀에게서 그가 아는 소녀를 찾고 있는 것이다. 그가 매일 사랑을 속삭였던, 매일 그의 손으로 쓸고 어루만졌던 그녀의 부분 부분을. “진짜 윤정원이네.” 어둠 속에서 태하가 자조하듯 독백을 내뱉었다. “그래 나야.” 그녀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코끝이 닿고 이어 부드러운 입술이 내려앉았다. 미친 듯이 가슴이 두근거렸다. 사랑도 아닌 것이, 마치 사랑인 것처럼.
발칙하고 은밀한 소문이 한양 성내를 뒤덮었다. 왕의 셋째 아들 은평대군이 민가의 여인과 하룻밤을 보냈다더라, 감쪽같이 사라진 여인을 찾아 성 안팎을 이 잡듯이 뒤지고 다닌다더라, 하는 소문. 대군이 하룻밤 여인을 못 잊어 찾고 있든 이령 또한 하룻밤을 보낸 사람이 있었다. 대보름 달구경을 나갔다가 만난 아름다운 사내. 괴한의 검에 찔린 그를 치료해 주던 그 밤. “내가 살아나면, 나와 연애해 줄 겁니까?” 죽어가면서도 피식 웃으며 농담을 던지던 남자. “제가 누군지 아시고 연애하자고 하십니까?” “착하고…… 강단 있고…… 영리한 여인이지. 뭘 더…… 알아야 하나?” 죽어가는 그를 놓고 돌아선 그 밤 이후 자주 그가 생각났다.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던 눈동자와 작별을 전하던 목소리가. 그리고 얼마 후, 대군의 명으로 죽었다고 생각했던 그가 찾아왔다. 청나라로 떠나는 그녀의 호위 무사가 되어. *** “충고 하나 드리지요. 첫날밤에 사내보다 먼저 잠들지는 마십시오.” “지켜주신다더니요?” 화군의 목소리가 달라진 듯 했지만 이령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 넘겼다. 이것도 이어지는 농담 중의 하나겠지, 여기면서. “세상 모든 것들로부터 지켜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저로부터 아가씨를 지키는 것은 스스로 하십시오.” 평소처럼 부드러운 말투였다. 그러나 그의 눈에 드러난 뜻은 분명 이령에게 보내는 경고처럼 들렸다. *은평대군은 인조의 아들로 설정된 가상 인물입니다.
파이탄의 늑대, 아름다운 전쟁광, 악마의 화신. 섬뜩한 별명을 가진 자. 모두가 두려워하는 파이탄 공국의 대공, 카를로스. 그리고 헝겊 인형이라 불리는, 왕국의 소외된 공주, 마르가리타. 그녀와의 결혼은 절대 하지 않겠다던 그가 마음을 바꿨을 때, 마르가리타는 이것의 저의 숙명이라고 여겼다. “죽고 싶지 않으면 빨리 따라오는 것이 좋을 거야.” 신혼 첫날 밤, 그가 그 말만 남긴 채 혼자 떠나 버렸을 때도, “비의 하녀라고?” 다시 만난 날, 그가 그녀의 하녀에게 관심을 보였을 때도. 마르가리타는 여전히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곧 몰래 떠날 생각이었으므로. “첫날밤에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배웠습니까? 다 가르쳤을 텐데.” 대공이 유혹하듯 손을 뻗어와도, “그대가 내 아내라는 걸 자주 잊는군.” 묘한 말을 흘리며 그녀를 혼란케 해도 모른 척했다. “네가 죽거나, 내가 죽거나, 같이 죽기 전에는 우린 절대 헤어질 수 없어.” 그러나 그가 숨겨 온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 “그것이 아주 오래된 우리의 운명이거든.” 그녀는 제가 잘못 생각했음을 깨달았다. 모든 것이 잘못되어 있었다. 처음부터 그들의 결혼은 죽음으로 귀결되어 있었으니까. *** 카를로스가 그녀에게 시선을 둔 채 일부러 술잔을 천천히 기울였다. 그녀가 말릴 새도 없이 잔에 든 액체가 주르륵 흘러 그의 다리 사이를 적셨다. 청색의 실크 자락이 어둡게 물들었다. “이제는 많이 젖었으니 그냥 둘 수 없을 것 같은데….” 카를로스가 느른하게 웃으며 젖은 옷자락을 집어 들었다. 일러스트: 필연
#철벽녀-철벽남-이었는데 #갑을관계지만-누가-갑일까 #최고의-오피스파트너 시연의 삶에 거짓말처럼 나타난 후원자, 이조영 회장. 그녀의 손을 잡고 따라간 죽원재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안녕하세요, 재혁오빠.” “내가 왜 네 오빠야. 네가 강씨야?” 눈부신 외모와 달리 까칠한 혀를 굴려대던 남자 뒤틀린 첫만남은 그의 오만과 그녀의 편견으로 끝이났다. “이제는 왜 오빠라고 안 불러?” “제가 왜요? 강 씨도 아닌데.” 오랜 시간이 지나 상사로 돌아 온 그는 여전히 짓궂었고. 비서가 된 그녀는 무심히 받아칠 수 있는 노련함을 갖췄다. 진심없는 말로 서로의 신경을 긁고. 시선을 앗아가 바라보게 만들고 정체모를 감정에 긴가민가 의심하게 될 때쯤. “흔들려?” 그가 먼저 눈치 채고 다가왔다. “그럼 계속 흔들려. 나만 흔들리면 억울하잖아.” 새카만 눈에 그녀를 담고 덫처럼 조이며. “장난 아니고, 오기 부리는 거 아니고 진심으로, 너한테 키스하고 싶어.” 그녀가 거부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가 유혹했지만 그녀가 유도한 것인지도 몰랐다. 예정된 이별, 한정된 시간. 그녀는 완벽한 이 남자를 가져보기로 했다, “키, 키스까지만이에요.” “그래. 근데 키스가 입에다가만 하는 건 아니잖아?” 그가 느른히 웃으며 고개를 내렸다.
[단독 선공개] 발칙하고 은밀한 소문이 한양 성내를 뒤덮었다. 왕의 셋째 아들 은평대군이 민가의 여인과 하룻밤을 보냈다더라. 감쪽같이 사라진 여인을 성 안팎을 이 잡듯이 뒤지고 다닌다더라, 하는 소문. 대군이 하룻밤 여인을 못 잊어 찾고 있듯 이령 또한 하룻밤을 보낸 사람이 있었다. 대보름 달구경을 나갔다가 만난 아름다운 사내. 괴한의 검에 찔린 그를 치료해주고 돌아서야 했던 밤. ‘내가 살아나면, 나와 연애해 줄 겁니까?’ 죽어가면서도 피식 웃으며 농담을 던지던 남자. “제가 누군지 아시고 연애하자 하십니까?” “착하고... 강단 있고... 영리한 여인이지. 뭘 더... 알아야 하나?” 죽어가는 그를 놓고 돌아선 그 밤 이후, 자주 그가 생각났다.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던 눈동자와 작별 인사를 전하던 목소리가. 그는 대군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죽었을 테니까. 설령 살아 있다 해도 만나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곧 청나라로 떠나게 되어 있으니까. *** - 역관의 딸 홍이령이라. 욕통에 앉아 있던 은평대군이 눈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켰다. 죽음에서 살아 돌아온 순간부터 그녀를 생각했다. 힘겹게 겨우 찾아낸 그녀인데 청나라로 떠난다니. 그렇게 놔둘 수야 없지. 눈을 감고 한참 고민하던 그가 장난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하루 종일 그녀의 곁에 붙어 있을 수 있는 방법. 그가 직접 그녀를 청나라에 데려갈 것이다. 그녀의 호위 무사가 되어. ※ 은평대군은 인조의 아들로 설정된 가상 인물입니다. #동양풍 #시대물 #직진남 #계략남 #능글남 #카리스마여주 #도도녀 #운명적사랑 #신분차이 #우정
한때는 명문 귀족가의 딸이었으나 이제는 지인 집에 얹혀살며 하녀처럼 살아가는 에바 메이시스. 삶의 밑바닥을 지나고 있을 때 그를 처음 만났다. 아름답고 강하며 눈부신 남자, 그녀의 전 약혼자였던 황태자 에드워드를. “왜 울어요, 응?” 에드워드가 에바의 아픈 발을 잡고 걱정스레 물었다. “…창피해서요. 흑.” 그의 목소리가 다정해서였을까. 내내 묵혀둔 속엣말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흘러나왔다. 물에 빠져 흠뻑 젖어 있는 모습도, 구멍 나 기워 신은 양말도, 밑바닥까지 떨어진 자신의 처지도 모두 수치스러웠다. “아파서 그런 건데 뭐가 창피합니까. 발도 이렇게 예쁜데.” 이런 것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창피할 것 없어요. 무슨 이유든, 당신이 잘못한 건 하나도 없으니까. 에바.” 에드워드는 움츠러든 그녀를 달래며 이름을 불러주었다. 그가 떠난 후에야 깨달았다. 잠깐 머물다가 간 그 남자가 마음에 무겁게 담겼음을, 그가 첫사랑이었음을. *** 고단한 시간을 따라가다가 에드워드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수많은 귀족 영애들을 물리치고 황실의 시녀가 되었을 때. 그녀의 마음이 자라고 강해졌을 때. 더 이상 그가 생각나지 않게 되었을 때. “전하께서 잠드시기 전 부족함이 없는지 살피고 기도를 올리는 게 침실 시녀의 일입니다. 그러니 마음대로 손을 잡으시는 건.” "내가 단 한 번이라도 영애 앞에서 내 마음대로 행동한 적이 있습니까?“ 따져 묻는 목소리가 전과 달리 까칠했다. 그녀를 담고 번뜩이는 눈동자가 몹시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당신이 황궁으로 들어올 줄 알았다면, 그날 그냥 보내지도 않았어.” 지척까지 얼굴을 들이댄 에드워드가 낮게 울리는 목소리로 경고해왔다. “그러니까 이번엔 내 마음대로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개나 소나 다 가는 똥통 학교라고 했다. 더 이상 갈 곳 없는 문제아들이 모이는 곳. 어떻게든 졸업해 보려고 머리를 굴리던 율에 눈에 들어온 이가 있었다. “나, 네 옆에 좀 있으면 안 돼?” 괴소문 속 강윤조에게 손을 내민 건, 본능적으로 그의 곁이 안전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저것들은 무섭고 나는 안 무섭고?” 늘 잠에 취해 있던 그의 눈빛이 예리하게 빛나던 것을 기억한다. 탁한 음성에 가득 차 있던 비웃음까지도. “그렇게 원하면 있어 봐, 내 옆에.” 필사적인 그녀의 몸부림을 알았는지 그가 자비를 베풀었다. 그리고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걸 깨달은 순간 그녀는 도망쳤다. 그가 얼마나 집요하고 지독한 인간인지 알지 못한 채. “오랜만이네?” 강윤조가 다시 나타났다. 그녀가 간절히 원했던 자리, 그와는 어울리지 않은 자리에. 그렇게 길고 질긴 그와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일러스트: 이랑
※본 작품은 리디 웹소설에서 동일한 작품명으로 19세이용가와 15세이용가로 동시 서비스됩니다. 연령가에 따른 일부 장면 및 스토리 전개가 상이할 수 있으니, 연령가를 선택 후 이용해주시길 바랍니다. 헤븐리 힐. 봄에는 히스가 피고 겨울에는 바람과 안개가 가득한 곳. 라일라가 살던 뒷골목과는 완전히 다른 천국이었다. 결혼의 목적은 불순했지만 그녀는 어느새 이곳을 사랑하게 되었다. 케인 밴더빌트 공작.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되지 않았더라면, 그가 그녀를 사랑해줬더라면 이곳은 영원한 천국이 되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그녀의 천국은 없었다. 모두 착각이었을 뿐.
서대륙 전쟁에 간호장교로 참전했던 이벨라 캠벨. 기억을 잃고 조용한 마을에서 은둔하던 그녀 앞에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우연을 기회로 삼아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사내. 두 사람은 일상을 공유하며 가까워지고, 이벨라는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을 하나둘 되찾아간다. “벨라.” 떠오른 기억 속의 목소리가 남자의 음성과 너무 같아서. “저는 기억을 잃었어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을 털어놓게 되었다. “그래서 불행합니까?” “아니요.” “그럼 된 거죠. 기억 나면 기억나는 대로, 사라지면 사라진 대로, 지금 행복하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차가운 남자의 위로가 매력적이었다. 속내를 알 수 없어 더 신비로운 남자에게 천천히 빠져들었다. *** “혹시 날 좋아했습니까?” “쓰레기.” “쓰레기를 좋아하면 불행해져요.” 그녀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내고도 남자는 거리낌없이 뻔뻔했다. 그날을 끝으로 그와 엮일 일은 더 없을 줄 알았는데. “안녕 벨라.” 아름다운 쓰레기가 곁에서 여전히 그녀를 보며 웃는다. 허락하지 않은 이름을 멋대로 부르며.
한때는 명문 귀족가의 딸이었으나 이제는 지인 집에 얹혀살며 하녀처럼 살아가는 에바 메이시스. 삶의 밑바닥을 지나고 있을 때 그를 처음 만났다. 아름답고 강하며 눈부신 남자, 그녀의 전 약혼자였던 황태자 에드워드를. “왜 울어요, 응?” 에드워드가 에바의 아픈 발을 잡고 걱정스레 물었다. “…창피해서요. 흑.” 그의 목소리가 다정해서였을까. 내내 묵혀둔 속엣말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흘러나왔다. 물에 빠져 흠뻑 젖어 있는 모습도, 구멍 나 기워 신은 양말도, 밑바닥까지 떨어진 자신의 처지도 모두 수치스러웠다. “아파서 그런 건데 뭐가 창피합니까. 발도 이렇게 예쁜데.” 이런 것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창피할 것 없어요. 무슨 이유든, 당신이 잘못한 건 하나도 없으니까. 에바.” 에드워드는 움츠러든 그녀를 달래며 이름을 불러주었다. 그가 떠난 후에야 깨달았다. 잠깐 머물다가 간 그 남자가 마음에 무겁게 담겼음을, 그가 첫사랑이었음을. *** 고단한 시간을 따라가다가 에드워드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수많은 귀족 영애들을 물리치고 황실의 시녀가 되었을 때. 그녀의 마음이 자라고 강해졌을 때. 더 이상 그가 생각나지 않게 되었을 때. “전하께서 잠드시기 전 부족함이 없는지 살피고 기도를 올리는 게 침실 시녀의 일입니다. 그러니 마음대로 손을 잡으시는 건.” "내가 단 한 번이라도 영애 앞에서 내 마음대로 행동한 적이 있습니까?“ 따져 묻는 목소리가 전과 달리 까칠했다. 그녀를 담고 번뜩이는 눈동자가 몹시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당신이 황궁으로 들어올 줄 알았다면, 그날 그냥 보내지도 않았어.” 지척까지 얼굴을 들이댄 에드워드가 낮게 울리는 목소리로 경고해왔다. “그러니까 이번엔 내 마음대로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일러스트 By 감람(@cooking_eggs) 타이틀디자인 By 타마(@fhxh0430)
그는 위험하고 아름다운 짐승이었다. 어둡고 무거운 눈동자에 그녀를 담은 순간 선명한 빛이 감돌았다. 맹수의 눈에 번쩍 스쳐 가는 섬광 같은 것이었다. “나한테 와.” 그가 손을 내밀었을 때 그녀는 조심스레 그의 손을 잡았다. 사랑이 아니라는 이 사랑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 그의 엄지손가락이 이마에서 눈썹으로 옮겨 갔다. 실크 같이 부드러운 결을 따라가 끝에서 감은 눈두덩을 부드럽게 쓸었다. 그리고 콧날을, 입술을, 볼과 턱 선을 세세히 쓰다듬었다. 그는 낯설고 먼 지금의 그녀에게서 그가 아는 소녀를 찾고 있는 것이다. 그가 매일 사랑을 속삭였던, 매일 그의 손으로 쓸고 어루만졌던 그녀의 부분 부분을. “진짜 윤정원이네.” 어둠 속에서 태하가 자조하듯 독백을 내뱉었다. “그래 나야.” 그녀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코끝이 닿고 이어 부드러운 입술이 내려앉았다. 미친 듯이 가슴이 두근거렸다. 사랑도 아닌 것이, 마치 사랑인 것처럼.
멸문지화를 당한 모련. 아버지의 친우 댁에 몸을 의탁하나 뿌리 없는 설움이 깊다. 희망 없는 나날, 담을 넘어 그녀의 방에 숨어든 그림자가 있었으니. “나 왔다, 모련아.” 느른히 웃어 보인 그가 개처럼 그녀의 치마 속을 파고들었다. ***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그들이 칭송하는 한유백이 얼마나 집요하고, 음란한 인간인지. “새 붓을 선물 받았으니 제대로 써 봐야지.” 흉흉한 양물을 세운 채, 유백은 자신이 싸질러 놓은 씨물에 붓을 푹 담갔다. 벌거벗은 모련의 가슴 위로 젖은 붓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읏. 하, 하지…….” 곧 그녀의 젖꼭지 위에 투명한 나비가 내려앉았다. 배꼽에 뿌리를 둔 난초 잎은 음부의 틈새로 파고들었다. 미끌거리는 감촉, 느릿한 자극이 고통스럽고 황홀하다. 探花蝶半夜行 나비가 꽃을 탐하여 한밤에 찾아오니 蝶來時花開 나비 올 때 꽃은 피는구나 음탕한 글귀까지 새긴 그가 흡족하게 웃으며 붓을 내렸다. “시서를 마쳤으니 마실 술만 있으면 되겠습니다.” 다시 그녀의 음부를 잡아 벌린 그가 게걸스럽게 핥기 시작했다.
나는 강 회장댁의 크고 높은 담벼락이 마음에 들었다. 누구도 이곳을 들여다볼 수 없고, 나의 과거도 담장을 넘어오지 못했다. 웅덩이 속 물처럼 고여 있는 삶은, 내가 오래전부터 원하는 것이었다. “한국 유학생들에게 담배와 약을 팔던 애가 있었어.” 그런 나를 아는 인간이 나타났다. 강석현 회장의 둘째 아들, 강태훈 전무의 동생. 어릴 때 외국으로 쫓겨났다는 문제아. “아주 예뻤어. 그 애를 본 새끼들 중에 혼자 물 안 뺀 놈 없을걸?” “…….” 내 삶이 바닥을 쳤던 때에 그가 있었다. “놀랐잖아, 이수야. 우리 집에 네가 있어서.” 그의 음성은 잔잔히 스며들어 내 안을 잠식하는 불빛 같았다. 그러나 빛에 온기가 없는 건 내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밤을 등에 두른 탓일 거다. “이수야. 자려면 나랑 자.” “…….” “모든 면에서 내가 강태훈보다 더 나아. 안이든 밖이든, 낮이든 밤이든.” 다정한 눈으로 나를 보며, 내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부드러운 미소로 내 숨통을 조였다. “잘 자고, 기왕이면 내 꿈 꿔. 너도 좋을 거야.” “…….” “그럼 나랑 하고 싶어질 테니까.” 이제야 알겠다. 내가 유독 강태휘의 출현에 민감해졌던 이유를. 그에게는 내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냄새가 묻어 있었다.
멸문지화를 당한 모련. 아버지의 친우 댁에 몸을 의탁하나 뿌리 없는 설움이 깊다. 희망 없는 나날, 담을 넘어 그녀의 방에 숨어든 그림자가 있었으니. “나 왔다, 모련아.” 느른히 웃어 보인 그가 개처럼 그녀의 치마 속을 파고들었다. ***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그들이 칭송하는 한유백이 얼마나 집요하고, 음란한 인간인지. “새 붓을 선물 받았으니 제대로 써 봐야지.” 흉흉한 양물을 세운 채, 유백은 자신이 싸질러 놓은 씨물에 붓을 푹 담갔다. 벌거벗은 모련의 가슴 위로 젖은 붓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읏. 하, 하지…….” 곧 그녀의 젖꼭지 위에 투명한 나비가 내려앉았다. 배꼽에 뿌리를 둔 난초 잎은 음부의 틈새로 파고들었다. 미끌거리는 감촉, 느릿한 자극이 고통스럽고 황홀하다. 探花蝶半夜行 나비가 꽃을 탐하여 한밤에 찾아오니 蝶來時花開 나비 올 때 꽃은 피는구나 음탕한 글귀까지 새긴 그가 흡족하게 웃으며 붓을 내렸다. “시서를 마쳤으니 마실 술만 있으면 되겠습니다.” 다시 그녀의 음부를 잡아 벌린 그가 게걸스럽게 핥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