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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전으로 적군의 총사령관에게 사로잡혀 끌려갔다. 왕녀이자 신탁을 받은 아렌시아의 고귀한 빛이었어도, 그의 전리품으로 전락할 뿐이었다. 헬란의 전신, 얼굴 없는 살육자. 아무렇지 않게 저를 농락하는 그와 매일 밤 잠들어야 했다. 신탁도 그에게는 허상에 불과했다. “신께 기도라도 해봐. 들어주실지 모르지.” 제 친구를 제 손으로 쏘아 죽이길 바라는 사람이었다. 비로소 곁에 아무도 없게 되었다. 완전히 망가졌다. 그가 바라는 대로. 숨을 쉬기 위해 도망쳤다. *** 뒤를 돌 틈도 없이 그가 어깨를 강하게 끌어당겼다. 저항해도 그는 꽉 끌어안고 놔주지 않았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배어있었다. “내가 널 어떻게 찾았는데.” 혐오와 증오로 얼룩진 눈으로 노려봐도 그는 저를 놓아주지 않는다. 원망일지 아니면 무엇 때문인지 습기가 눈에 차올랐다. 아랑곳하지 않은 그가 뺨을 감쌌다. 천이 치워진 그의 눈빛은 적나라한 집착으로 크게 일렁였다. “지옥까지 널 놓아줄 생각 없어, 테리스.” 분명 그는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악마였다.

완결 여부완결
에피소드120 화
연령 등급15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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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닝 프리즈너

까마득하게 펼쳐진 바다 그리고 외딴섬. 사방이 망망대해인 그곳에는 지상 최악의 교도소 카테나가 있다. 현시대의 위대한 성자, 하옐을 죽였다는 죄목으로 빌리는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아 카테나에 수감되는데. 흉악범 소굴에서의 위기를 수차례 넘기면서, 교도소 내 가장 피해야 할 죄수인 레이와 자꾸 부딪친다. 늑대 일족의 수장이자 제1구역 우노스의 반역자인 레이. 빌리의 눈에 한없이 미친 놈인 그가 오히려 빌리를 또라이 취급하고. “괜한 놈한테 죽지 마. 넌 내가 죽일 거거든.” “늑대가 아니라 광견이네, 시발.” 그리고 빌리에게 익숙한 동시에 이곳에서 가장 이질적인 인물인 덱시도 카테나에 나타난다. “왜 내 눈을 피해?” “말 안 해 줄래요. 말하면 빌리 도망가고 말아요.” 선량한 분리수거 메이트, 근데 빵만 좀 더럽게 못 만드는 이웃 덱시가 말이다. 그리고 카테나가 지상 최악의 교도소라 불리는 결정적인 이유, 바로 ‘대청소’의 날이 다가왔다. 빌리는 생존을 위해 레이에게 붙기로 결심한다. “야. 하자!” 덱시가 수줍은 얼굴로 뺨을 붉혔다. “저랑 해요, 빌리. 잘할 자신 있어요.” 겁 없이 차분한 덱시와 덱시의 머리에 구멍을 낼 기세인 레이. 이놈들과 함께 이 지상 최악의 교도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내가 보는 앞에서 뒹굴겠다?” “그럼 뒤돌고 있어 봐.” “그걸 말이라고.” “저 새낀 신경 쓰지 말고 해요, 빌리.” 빌어먹을 개새끼들한테 물려 버렸다. 《스터닝 프리즈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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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 봤자 부서질 뿐

패전으로 적군의 총사령관에게 사로잡혀 끌려갔다. 왕녀이자 신탁을 받은 아렌시아의 고귀한 빛이었어도, 그의 전리품으로 전락할 뿐이었다. 헬란의 전신, 얼굴 없는 살육자. 아무렇지 않게 저를 농락하는 그와 매일 밤 잠들어야 했다. 신탁도 그에게는 허상에 불과했다. “신께 기도라도 해봐. 들어주실지 모르지.” 제 친구를 제 손으로 쏘아 죽이길 바라는 사람이었다. 비로소 곁에 아무도 없게 되었다. 완전히 망가졌다. 그가 바라는 대로. 숨을 쉬기 위해 도망쳤다. * * * 뒤를 돌 틈도 없이 그가 어깨를 강하게 끌어당겼다. 저항해도 그는 꽉 끌어안고 놔주지 않았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배어있었다. “내가 널 어떻게 찾았는데.” 혐오와 증오로 얼룩진 눈으로 노려봐도 그는 저를 놓아주지 않는다. 원망일지 아니면 무엇 때문인지 습기가 눈에 차올랐다. 아랑곳하지 않은 그가 뺨을 감쌌다. 천이 치워진 그의 눈빛은 적나라한 집착으로 크게 일렁였다. “지옥까지 널 놓아줄 생각 없어, 테리스.” 분명 그는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악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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