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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인간의 몸이 제일 편해.” 그녀는 고양이의 몸으로 깨어났다. “야아옹.” 사나는 조용히 절망했다. 죽은 게 억울한 것과 별개로 다시 살아났지만 기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행인 점은 영혼을 보는 능력을 지닌 젊고 성실한 목수 아벤에게 발견되었다는 것뿐. 북부의 암흑가 수장이자 가장 강력한 불의 마법사가 고양이가 되었다니. 심지어 아벤의 도움 없이는 살아남을 수도 없었다. “정 갈 곳이 없다면, 여기서 계속 머무셔도 돼요. 적어도 그 몸이 성체가 될 때까지는.” 사나는 달콤한 유혹에 휩싸였다. “당장 몸을 되찾을 수 없다면 그냥 이대로 살아 볼까.” 사나를 두려워하면서도 살뜰히 보살펴 주는 아벤의 배려로 시작된 기이한 동거. 하지만 평온했던 일상은 예상치 못한 일들로 한순간 무너지기 시작하는데…….

완결 여부완결
에피소드126 화
연령 등급15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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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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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떠난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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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연가

북방의 유목 민족 마을에서 태어난 아름다운 백안족 소녀 은휘. 신이 내린 불의 이능을 타고난 은휘는 유목민들과 평화로운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평온하기만 했던 은휘의 어린 시절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강대국 혜국의 노예 사냥꾼들이 은휘의 아름다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백안족 사람들을 노예로 끌고 가 버린다. 은휘 또한 부족 사람들과 함께 노예 신세가 되어 머나먼 혜국 땅에 발을 디딘다. 노예 경매를 앞두고 삶의 의미마저 체념한 열두 살 은휘의 눈에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한 고귀한 꼬마가 비췄다. 딱 봐도 혜국 고관대작의 귀한 따님처럼 예쁘고 화사한 아홉 살 남짓의 소녀였다. “나, 쟤 사줘.” 유모에게 저를 사 달라는 어린 소녀를 은휘는 경악의 표정으로 바라봤다. 은휘의 날 선 시선도 무시한 채 어린 소녀는 시선을 올곧게 맞추며 작고 앙증맞은 입술을 떼었다. “예쁘잖아. 내가 가질래.” 그게 시작이었다. 은휘와 혜루의 만남은. *** “아가씨, 여기 선물이요.” 은휘가 혜루에게 물건을 내밀었다. 혜루는 가락지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시험 끝난 거 축하드려요, 아가씨. 생일도 미리 축하드리고요.” 그렇게 말하는 네 음성이 너무 따스해서. 그 다정한 눈빛이 유황불보다 두려워서. “고마워.” 혜루는 가까스로 목소리를 쥐어짰다. 억지로 웃어주고 싶었는데 얼굴 근육이 말을 듣지 않았다. “마음에 드세요?” 은휘가 물었다. 혜루가 끄덕였다. 은휘가 본인의 잔에 술을 따랐다. 혜루가 지켜보았다. “그런데 아가씨, 혹시 어디 불편하세요?” 은휘가 조심히 물었다. 지금까진 그냥 취하셔서 그런가보다, 하고 태연하게 넘겨짚었는데 이제 보니 지나치게 조용하신 것 같았다. “아니, 안 불편해.” 사실, 미치도록 불편해. 네 존재 자체가 거북해. 아니, 거북함이 아니야. 고작 거북함 따위가 아니야. 네 존재가 나는 지극히 고통스러워서. “표정이 안 좋으세요. 피곤하신데 과음해서 무리하시는 거 아니에요?” 은휘가 걱정스레 물었다. 아가씨가 어디 편찮으시기라도 할까 봐 걱정됐다. “아니, 아니야. 피곤한 게 아니라….” 혜루가 잔을 꽉 움켜쥐었다. 이러다 도자기가 수중에서 산산이 조각날 것 같았다. 마음은 이미 조각조각 박살 났다. 처음부터 온전한 적이 없던 것처럼. “은휘야.” 부서진 마음을 온전하게 고쳐줄 수 있는 존재는 단 하나뿐이요, 애초에 내 마음을 부서트린 존재도 단 하나. “어머니가 나보고 혼인하래.” 은휘는 가만히 쳐다보았다. 숨소리마저 흐르지 않는 공간에서 은색과 갈색이 뒤엉켰다. 알싸한 술 내음이 공중에 맴돌았다. 호흡만으로도 취할 것 같았다. “…축하드려요, 아가씨.” 은휘가 말했다. 맑고 착한 눈빛이었다. 혜루가 잔을 더 세게 잡았다. 상대방이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었더라면 차라리 덜 괴로울 것 같았다. “좋은 사람 만나시길 바랄게요. 혼담이 벌써 들어온 건가요?” 은휘는 밝게 물으며 본인도 술잔을 잡았다. 그녀는 무심코 고개를 꺾어 잔을 단번에 비웠다. 지독하게 썼다. “할 말이 그게 다야?” 혜루가 반문했다.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화난 것 같기도 했고 슬픈 것 같기도 했다. 낭떠러지에서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었다. 상대를 똑바로 보며 그녀가 낮게 씹어뱉었다. “뭐 더 하고 싶은 말 없어?” 은휘가 술잔을 내리며 시선도 내렸다. 손끝이 떨리지 않는 게 자랑스러웠다. 굳이 애쓸 것도 없었다. 너무 깊은 절망은 고통을 동반하지 않았다. 너무 큰 비탄은 곧바로 해탈을 불렀다. 그녀는 체념마저 초월하여 인형처럼 존재했다. 어차피 제 몫이었던 적이 없으니 빼앗긴 적도 없으며, 기대한 적이 없으니 실망하지 않았다. 새로울 것 없는 현실에 겸손히 입을 봉할 뿐. 당신은 지체 높은 귀족 아가씨, 나는 한때 노예였던 이민족. 당신도 여인, 나도 여인. 신분에 가로막혔고 동성이라 불가능했다. “미리 알았더라면 혼약 선물도 같이 준비했을 텐데, 아쉽네요.” 할 말이 더 없냐는 말에 은휘가 담백하게 중얼댔다. 혜루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녀가 탁, 소리를 내며 술상에 가락지를 올려놓았다. “이거 도로 가져가. 필요 없어.” 혜루가 잇새로 말했다. 은휘는 무표정했다. 은휘가 가락지를 회수했다. 녹색과 은색이 불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 영롱한 빛을 보며 은휘가 부드럽게 말했다. “역시, 너무 조잡하죠.” 별로 비싼 것도 아니고 당신은 이보다 훨씬 값진 물건이 보석함에 넘쳐나겠지만, 그래도 즐겁게 웃어주시길 바랐는데. 과분한 소망이었다. “혹시 원하시는 선물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더 좋은 걸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은휘가 깍듯하게 아뢰었다. 말투와 눈빛에 감정은 없었다. 혜루는 그 무표정이 증오스러웠다. 흔들고 깨트려 가면을 벗겨내고 그 아래 진심을 끄집어내고 싶었다. 자기는 불구덩이에 던져진 것처럼 괴롭고 소란한데 상대방은 심해에 처박힌 듯 잔잔하니, 견딜 수 없을 만큼 미웠다. “선물은 필요 없고, 나중에 내가 혼인한 뒤에도 계속 내 호위 맡아줘. 첫날밤에 신혼방 앞에서 보초 서주고. 나중에 내가 애 낳으면 내 애들도 지켜주고. 알았지?” 독기와 취기가 골고루 뒤엉킨 음성이 또박또박 비수를 만들었다. 이렇게라도 찔리면 네가 반응할까, 저 냉담한 장벽을 깨트리고 내게 나아올까 봐, 내 잔인함에 진저리치며 차라리 불같이 화낼까 봐, 더더욱 신랄하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뱉으며. “네, 아가씨.” 그러나 상대는 무적이었다. 초야와 출산을 언급하는 아가씨께 정중히 복종을 맹세할 뿐이었다. 혜루는 말을 그쳤다. 이러다 호흡마저 아예 그쳐 산소 부족으로 죽을 것 같았다. 은휘는 무릎을 내려다보며 기다렸다. 처량하게 발악하는 아가씨가 어서 자신을 쫓아내기를, 이곳에서 벗어나게 해주기를. 그러다 은휘는 끔찍한 소리를 들었고, 눈을 치뜨며 고개를 들었다. 은빛에 망연함이 번졌다. “너는…. 너는 어떻게….” 혜루가 낮게 흐느꼈다. 입술을 깨물어 울음을 참았으나, 눈물은 뺨을 적셔 턱을 타고 흘렀다. 은휘가 벌떡 일어섰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혜루에게 다가갔다. 아가씨의 맞은편이 아닌 옆에 앉아 본능처럼 손을 뻗어 그녀의 눈물을 닦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정말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상대방의 슬픔을 견딜 수 없어 절박하게 위로했다. “아가씨, 왜 우세요.” 은휘가 애타게 속삭였다. 그러자 혜루는 더 세게 울었다. 다 알면서 묻는 네가 제일 미워. 혜루는 흠뻑 젖은 눈으로 은휘를 쏘아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은휘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러다 다음 순간, 숨을 참았다. “너는 어떻게…. 다 알면서…. 내가 어떤 마음인지 뻔히 알면서….” 혜루가 은휘의 옷깃을 잡았다. 멱살을 쥐듯 끌어당기자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술김이었다. 진심이었다. 불가능한 이유가 수십 개고 수백 개여도, 억누를 수가 없었다.

thumnail

순백과 진홍

사회가 정한 상류층 여성의 기준에 맞춰 화려하지만 지루한 나날을 보내던 공작 부인 라리사. 격변의 시대에 드디어 혁명이 일어나고, 왕당파 귀족인 라리사의 남편을 잡기 위해 밤중에 혁명군이 들이닥친다. 그리고 그 선두에 선 여인은. “오랜만이에요, 아가씨.” 라리사가 오래전 저버린 옛 연인이었다. 차갑고도 친절하게 생긋 웃으며, 네가 돌아왔다. #서양풍 #가상시대물 #왕족/귀족 #애증 #오해 #재회 #신분차이 #능력녀 #헌신녀 #후회녀 #첫사랑 #애잔물 #달달물 #비밀연애

thumnail

그 기사의 은밀한 유희

황태자 아세르의 호위 기사이자 소꿉친구, 베키나. “부디 오늘 일은 잊어 줘. 나 또한 잊을 테니.” 그녀는 오랫동안 아세르를 짝사랑해 왔으나, 갈급하게 나눴던 키스 후 냉담하게 바뀐 그의 태도에 끝내 첫사랑을 단념하기로 한다. ‘하녀와 저주받은 공작의 은밀한…… 밤?’ 그렇게 아세르의 곁을 떠나 타지에서 실연의 아픔을 달래기로 한 베키나는 우연히 접한 로맨스 소설을 통해 미지의 세계였던 성(性)에 눈을 뜨게 되고, 때마침 다가오는 남자들에게 야릇한 호기심을 느끼게 되는데……. * * * “하아, 베키나.” 사내가 그녀의 이름을 속삭였다. 그녀를 내려다보는 아름다운 눈동자에는 절절한 사랑과 진득한 애욕이 공존했다. 그녀와 하체가 맞물린 채 습하고 비좁은 통로를 휘젓던 그가 불현듯 손을 뻗어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가 생크림처럼 부드러운 살을 능란하게 주무르자 베키나가 비명을 질렀다. “아, 아, 흐으……!” 쾌락으로 자지러지며 다리를 바동거리는 사이 사내는 그녀의 가슴을 입에 물고 깊숙이 빨았다. “흐응, 읏, 아아……!” 베키나는 다시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허벅지 안쪽을 타고 무릎까지 주르륵 흐르는 끈끈한 액의 감촉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thumnail

황녀는 가짜를 사랑한다

“에트로나, 나는 그대를 억지로 취할 마음이 없습니다.” “나는 부부의 의무를 피할 생각은 없어요.” 정쟁에 밀려나 얼굴도 모르는 타국의 황자와 결혼하게 된 에트로나. 수도와 멀리 떨어진 트레칸이라는 낯선 환경에서 유배와 다름없는 결혼 생활을 보내게 된다. 저를 훌륭히 보좌할뿐더러 한없이 다정히 구는 세벨론에게 에트로나의 마음은 조금씩 기울기 시작한다. 달콤하면서도 행복한 결혼 생활이 이대로 지속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 뒤에는 거짓이 점철되어 있었다. “……타르논에서 태어난 리안이라고 합니다.” 세벨론 황자, 아니. 그의 진짜 이름은 리안. 오래전에 헤어진 소꿉친구이자 생명의 은인, 그리고 에트로나는 그의 첫사랑이었다. 자신이 사랑하던 황자는 가짜였다니. 크나큰 배신감으로 휩싸이면서도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가짜 세벨론, 리안을 향하고 있었는데……. ‘그대를 연모합니다, 에트로나.’ 그 고백만큼은 가짜가 아닌 진짜였을까. 긴긴 추락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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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주궁 야사

후궁의 첩지도 받지 못한 상궁의 몸에서 태어난 비운의 화윤옹주. 몰락한 귀족 가문의 비천한 서녀로 태어난 또 하나의 가련한 여인, 이설. 두 사람은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춥디추운 겨울에 처음 만났다. “안녕? 만나서 반가워. 너는 이름이 뭐야?” “연 가문의 셋째인 이설이라고 합니다.” 천덕꾸러기 옹주와 외톨이 서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저 형식으로 맺어진 옹주와 호위무사라는 관계로. 그들은 세상의 무관심 속에 서로를 아끼고 살피며 유년 시절을 보낸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이설에게 화윤은 그저 모셔야만 하는 상전이 아니었다. 화윤의 목소리에, 미소에, 다정함에 이설은 밤잠을 설치고, 화윤의 마음에도 점점 이설을 향한 커다란 연정이 자리 잡게 되는데. 애타게 연모하는 마음이 진심이 되어 서로에게 닿을 때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정략결혼을 하라는 왕명을 거역하고 이설과 함께 도망치기로 한 화윤.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린 밤, 화윤과 이설은 그동안 준비해둔 물건을 챙겨 쥐도 새도 모르게 궁을 빠져나간다. 그러나 계획은 지독하게 어긋나고,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되는데……. “얼굴이 많이 상했네.” 7년 만에 다시 나타난 이설은. “내가 어떻게 해야 울어줄 거예요, 네? 아기씨.” 끔찍하게 차가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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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은인의 진심에 관하여

제국의 명망 높은 기사이자 특별한 영웅 헤일라 로샤. 그녀는 명문 공작의 딸로 태어남과 동시에 신이 내린 성체(聖體)를 지닌 인물이었다. 평범한 사람과는 다르게 커다란 부상에도 헤일라의 상처는 금방 아물었다. 날렵한 민첩성과 예민한 직감력까지 두루 갖춘 헤일라의 명성은 전장에서 맞닥뜨린 적군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존재.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녀였지만 헤일라의 마음속에는 고독만이 가득했다. 비천한 주정뱅이의 딸 메일린과 우연히 만나기 전까지는…. 주정뱅이 아버지의 학대에 지친 가난한 소녀 메일린. 그날도 어김없이 시작된 아버지의 매를 피해 메일린은 거리로 도망쳐 나온다. 거리에 넘쳐나는 사람들의 인파와 함성. 아버지의 거친 매질을 피해 군중 속으로 도망치던 메일린은 그만 자리에 넘어지고 만다. 머리채를 휘어잡는 우악한 손길. 아비의 억센 손아귀에 머리채를 잡힌 채 메일린은 끌려가지 않으려 몸부림을 쳤다 그 순간, 들려온 부드럽고도 강직한 목소리. “그 아이한테서 손 떼.” 어린 메일린의 눈에 신비롭고 아름다운 천사의 모습이 보였다. 헤일라 로샤. 그 이름만으로도 떨리고 설레는 나의 영웅이. *** “내가 네 후견인이 되겠다. 공작가 영애의 피후견인 정도면 스승을 들일 만하지.” “네?!” 메일린은 충격으로 입을 떡 벌리며 헤일라를 쳐다보았다. 하녀의 적나라할 만큼 솔직한 반응에 헤일라는 온화하게 픽 웃었다. 메일린은 황급히 입을 닫았다. “내가 네게 내 성(姓)을 주고 너를 내 피후견인 삼으면, 음악을 제대로 배워볼 생각 있어?” 성을 주신다고? 나를, 엄마는 오래전 돌아가셨고 아비는 천하의 쓰레기이고 할 줄 아는 거라곤 청소와 빨래밖에 없는 나를, 로샤 가문의 일원으로 받아주시겠다고? 말도 안 돼. 메일린은 다시 입을 멍하니 벌리고 헤일라를 쳐다보았다. 자신이 지금 엄청나게 멍청하고 품위 없어 보일 거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지만, 뭐 어때. 대체 나 같은 게 언제부터 품위 따위 챙겼다고. “…진심이세요?” 메일린은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럴 수 없다고, 나 같은 게 감히 그런 과한 호의를 받을 수 없다고 말하지는 못했다. 차마 그렇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늘어놓을 수 없었다. 간절히 원했다. 음악을, 귀족의 삶을. 평생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줄 알았던 고귀함과 풍족함을 한 번쯤은 누려보고 싶었다. 게다가, 내가 정식으로 음악을 배워 신분의 한계를 극복하고 반짝이는 사람이 된다면. “응. 진심이야.” 어쩌면, 당신처럼 위대하신 분의 옆에 내 자리도 생기지 않을까. “어떻게 생각해, 메일린?” 당신과 나 사이의 까마득한 거리가 조금은 좁혀지지 않을까.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말해. 언제든 마음을 정하면 내게 오면 돼.” 어쩌면, 나도, 한낱 하녀가 아닌 당당한 피후견인으로, 내 삶을 구원한 눈부신 당신의 곁에. “배, 배우고 싶습니다!” 메일린은 다급히 외쳤다. 아차, 이러면 너무 품위가 없는데. 높으신 공녀님의 은혜를 입은 자답게 차분하게, 우아하게. 메일린은 애써 목소리를 추슬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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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자들을 위하여

오랜 세월 대륙에서 가장 부유하고 막강했던 청림국. 그러나 그들이 야만족이라고 비웃던 금빛 민족의 침략으로 그 태평성대도 막을 내렸다. 노예로 전락했다가 빈민이 되어 버린 망국 출신의 푸른 민족, 그리고 그중 한 명으로 태어난 소녀 해수. 아기 때 버려져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아이. 그런 해수를 데려다 딸처럼 키워 주신 양부모님과 그들의 친딸인 해령이 해수에게는 세상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하필이면 남의 집 담장을 넘어간 공을 계기로 해수의 삶에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는데……. “어어……!” “야, 미쳤냐? 너무 세게 던졌잖아!” “좀 기다려 봐. 담 넘어서 가지고 올게.” “안 돼, 가지 마!” 해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해수는 해령을 위해 절대 넘지 말아야 할 저택의 담장을 넘게 되고. “야, 나와.” 새 나라의 지배층인 금빛 민족 장교의 딸에게 들키고 만다. “남의 집에서 뭐 하는 거야?” “죄송합니다, 아가씨. 절대로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전부 설명해 드리겠으니 부디 용서해 주세요.” 노예 민족 출신인 해수와 상류층 장교의 딸인 라타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고,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그들의 신분 차이는 실로 까마득하기만 한데. “……혹시, 내가 싫어? 그런 건 아니지?” “우리 둘 다 여자잖아. 그게 잘못됐다는 건 아니지만, 분명히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거야. 그리고…… 너는 금빛 민족이잖아. 나는 푸른 민족이고.” 결코 생겨서는 안 될 감정이 싹트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혼란을 맞이한다. 과연 그들은 세상이 정한 벽을 허물고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 본 소설은 동일 작가의 맑은 노을이 하늘을 덮을 때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합니다. 전작을 보지 않아도 감상에 무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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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경멸하는 당신에게 바치는 연서

신의 뜻에 따라 세워진 알페르니아 성국. 성국의 기사로 살아가던 디아넬 엘라파는 어느 귀족의 파티에 경호 인력으로 동원되었다가 물에 빠진 귀족 영애 리브카 메리를 구한다. 이 일로 리브카와 친구가 된 디아넬은 남몰래 사랑을 키워가지만, 리브카의 결혼이라는 최악의 형태로 이별을 맞이한다. 상심하여 종적을 감춘 디아넬과 리브카가 재회한 것은 그로부터 몇 년 후, 성국이 멸망하고 그 자리에 세워진 제국의 어느 영지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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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과 비서의 스캔들

젊고 아름다운 백작가의 영애, 샤를린 레녹스. 그녀는 모두의 우려를 뒤로하고 작위와 함께 막대한 재산을 거머쥐었다. “이제는 어디를 어떻게 해 드릴까요? 나의 백작님.” 또한 이미 한차례 포식을 끝내고도 다분히 음탕한 눈빛으로 자신을 샅샅이 훑어 오는, 비밀스러운 연인 테온까지. 눈부신 나신으로 그의 허리에 다리를 감으며 이제 남은 건 사랑해 마지않는 테온과의 행복한 결말뿐이라고 생각했다. “어서 나를 즐겁게 해 봐.” 그와 숱한 밤을 함께했어도 샤를린은 전혀 알지 못했다. 테온의 다정하고 온화한 미소 뒤에, 오래전부터 이어진 싸늘한 냉기와 복수심에 이글거리는 검은 불꽃이 있다는 것을. *** “벌써 가시려는 겁니까?” “흐읏, 응……. 아니, 조금만 더 천천히…….” “제가 아무리 천천히 가려고 해도 이렇게 예민하시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벌써 이렇게 좋아서 흠뻑 젖으셨는데.” 남자는 은빛으로 반짝이는 자신의 손가락을 흥미롭게 관찰했다. “정말, 정말 미끄럽네요.” 샤를린은 젖은 숨을 헐떡이며 그녀의 연인이자 비서인 테온을 올려다보았다. 여우처럼 길쭉한 그의 눈매가 매혹적으로 휘었다. “그리고 맛도, 참…….” 테온은 웃는 모습 그대로 끈적한 손가락을 제 입에 집어넣었다. 남자의 파란 눈이 여자의 붉은 눈을 파고들었다. 시선이 눅진하게 엉켰다. “딱, 당신을 닮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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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노을이 하늘을 덮을 때

땅, 하늘, 물, 불, 생명의 다섯 가지 마력과 다섯 민족이 공존하는 세계. 그리고 그곳에서 가장 아름답고 부강한 나라, 청림국. “안녕, 나는 노을이라고 해! 맑은 노을. 그냥 노을이라고 부르면 돼.” “만나서 반가워, 노을아.” 청림국이 이웃 나라 금야국의 이민자를 받아들이던 날, 금빛 눈의 소녀가 노을의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된다. 유스티아. 황금빛 날개로 하늘을 누비는 신비스러운 이민족 소녀에게 노을은 묘한 호감을 느끼고, 두 아이는 곧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유스티아의 동족이 노을의 나라를 침략하고, 수줍은 첫사랑으로 물들어 가던 우정은 파국을 맞이하는데……. “노을아.” “닥쳐, 내 이름 부르지 마!” 이민족이라고 무시당하던 금빛 날개의 유스티아는 대륙의 지배층이 되고, 강대국에 속했던 푸른 눈의 노을은 비천한 노예로 전락한다. 서로의 위치가 뒤바뀐 모진 운명 속에서 노을과 유스티아는 아름다운 성인으로 자라나고. “아가씨, 저를 원하시잖아요. 매번 그렇게 더러운 눈으로 저를 보시잖아요. 같은 여자끼리, 수치도 모르고” “아니,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나는…….” 노을의 뒤틀린 애증에 떠밀려 유스티아는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한다. 친구였지만 원수가 된 관계, 사랑이었지만 증오가 된 마음에 과연 진실한 사랑이 찾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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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순조로운 이혼을 위하여

“앞으로 더 노력하세요. 아양을 떨어서라도 폐하의 마음을 얻으란 말입니다. 아니면 창부처럼 음탕하게 유혹하는 연습이라도 하시든가요.” 공작의 권력을 위한 도구로 키워진 대체품, 가짜 공녀, 사랑받지 못하는 황후. 칼리에는 평생 그렇게 살아왔다. 루카엔 공작가의 금지옥엽 딸로 알려진 그녀는 자신을 압박하는 가짜 아버지와 자신을 냉대하는 남편 사이에서 하루하루 시들어 간다. 공작의 명령대로 황제의 마음을 얻지도 못하고, 황제의 편에서 공작과 맞서지도 못한 채. 그렇게 아슬아슬한 황궁 생활을 버티던 중에 드러나지 말아야 할 비밀이 폭로되고, 칼리에는 그녀의 남편이자 제국의 황제인 레이안에게 한 가지 거래를 제안하는데……. “폐하께 제 아버지를 드릴게요.” 선택의 기로에서, 그녀가 무엇을 포기해야 할지는 명백했다. “대신 저와 이혼해 주세요, 폐하.” 보답받지 못할 첫사랑을 이제는 끝낼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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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는 언니를 황제로 만든다

“……루나. 넌 꼭 살아남아서 평생 나를 기억해 줘.” “데아론…… 안 돼……!” 반역자가 된 연인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불쌍한 남자. 내 품에 안긴 채 눈을 감았던 네가, 지금 내 눈앞에 있다. “괜찮으세요, 공주님?” 자신이 그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그의 주군이 될 언니가 이번 생에도 승리할 수 있게 돕는 것. 이번 생에는 그와 연인이 되지 않는 것. 하지만 나는 이번 생에도 너를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못하겠지. 아무리 이 삶과 지난 삶의 궤적이 바뀌더라도, 이것 하나만큼은 절대. “……이번에는 내가 너를 지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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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의 침실

*본 작품은 2021년 타사에서 출간된 단편집 감금 중 요정의 침실을 장편으로 완전개정하여 출간하였습니다. 룬, 키스는 어떤 느낌일까? 그건 분명, 가벼운 호기심에 던진 질문이었는데……. 왕국의 햇살 같은 막내 왕녀, 카디아는 자신의 호위 기사인 루나엘을 바라보며 새삼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사실 어쩌면 그때부터였을까. 10년이 넘게 함께한 그녀를 마주할 때마다 주체할 수 없이 가슴이 쿵쿵 뛰기 시작한 것이. 결국 카디아는 잠재울 수 없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루나엘을 향해 기어이 가련한 한탄을 내뱉어 버렸다.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왜 내가, 너를 상대로…….” “예전에 저한테 물으셨죠? 키스해 본 적 있냐고.” “…….” “허락하신다면, 기꺼이 당신을 제 처음으로 삼겠습니다.” 밤의 요정을 닮은 기사의 이성이 비로소 뚝, 끊기는 순간이었다. *** “아. 흣…….” 루나엘이 그녀의 가슴을 살짝 깨물고 그 언저리를 쓱 핥자 카디아가 움찔거렸다. 그녀는 간지러운 느낌에 헐떡이며 루나엘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거봐요, 전하. 참 빨리 세우신다니까.” 루나엘이 슬쩍 웃으며 카디아의 빳빳해진 유두를 톡톡 두드렸다. “흐으, 그냥 만지지만 말고……. 어서 빨아 줘, 룬.” 왕녀가 굳이 명하지 않아도 어차피 할 생각이었지만, 저 깜찍한 입술이 그리 야한 말을 직접 종알대자 듣는 이의 변태적인 쾌감이 훨씬 짙어졌다. “기꺼이.” 루나엘이 달큼하게 말했다. 그녀는 뽀얗게 드러난 젖가슴에 얼굴을 묻고 연인의 타액으로 축축하게 젖은 혀를 깊숙한 가슴골에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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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말고 동거

굴곡 하나 없이 평탄하고 완벽한 인생을 살아가던 27살 은서하. 그날도 서하의 삶은 평안하기만 했다. 약혼자가 결혼식을 한 달 남짓 앞두고 바람피우는 걸 알기 전까지는. 서하는 곧장 남자에게 파혼을 선언하고 급기야 부모님의 파혼 반대에 반기를 들며 가출을 강행한다. 홧김에 집은 나왔지만 갈 곳이 없었다. 곧 결혼하리라는 예상에 자취방은 빼버렸고, 고지식한 부모님 댁으로 돌아갈 마음은 더더욱 없고, 아직 파혼 사실을 모르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는 막막한 현실에 서하는 정처 없이 길을 헤매다 대학 시절 자주 갔던 술집으로 향한다. 약혼자 놈을 욕하고 부모님을 원망하며 술을 들이켜길 수차례. 친구 혜원에게 좀 데리러 와달라는 부탁 전화를 하게 된다. “나 취했어. 나 데리러 와.” [알겠어. 지금 어딘데?] 오늘따라 혜원의 목소리가 다른 누군가를 닮은 듯했지만, 차오르는 취기에 의해 의문이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자신을 데리러 온 여자의 정체에 서하는 경악하는데……. “네가 불렀잖아. 그래서 데리러 왔어.” 애써 외면하고 묻어뒀던 7년 전 그날. 그 아이. 첫사랑 서주연이었다. *** “그래서, 당장 오늘 밤에 잘 곳이 없다는 거지?” “응, 없어.” “친구 집은?” “이런 일로 남한테 신세 지기 싫어.” “그럼 나는? 나한테 신세 지는 것도 싫어?” 불안한 직감이 서하를 파고들었다. 그녀는 낯선 인간을 경계하는 고양이처럼 눈을 부릅뜨고 주연을 바라보았다. 주연은 어느새 다시 웃고 있었다. “내가 마침 근처에 괜찮은 자취방이 있거든. 사실 근처는 아니고 신당역인데, 같은 2호선이니까 그냥 가깝다고 치자.” “서주연.” “2층짜리 오피스텔이야. 2층은 다락처럼 생겼는데, 거기 침대 하나 있고 1층에는 소파 베드가 있어서 둘이 지낼 만해. 화장실이 하나밖에 없는 건 좀 불편하겠지만.” “주연아, 진짜…… 이러지 마.” “갈 곳 없다며. 내일 다시 부모님이랑 잘 얘기해서 본가로 돌아가든 아니면 새 자취방을 구하든, 일단 당장 오늘 밤에는 어디선가 자야 할 거 아니야.” “내가 알아서 할게. 너는 신경 쓰지 마.” “몰랐으면 모를까, 알아 버린 이상 어떻게 신경을 안 써? 도움은 베풀 수 있을 때 베풀어야지. 내게 그 정도 인류애는 남아 있어.” “그러니까, 이건 그냥 인류애야? 그저 동정심에 기반을 둔 호의라고?” “그냥 그렇다고 치자. 왜, 사심이 들어간 제안이었으면 좋겠어?” 주연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주연을 노려보는 서하의 얼굴에 서서히 열이 올랐다. 이건 취기와 전혀 상관없는 열이었다. 기실 술은 이미 오래전에 깼다. “걱정하지 마, 서하야. 덮치지 않을게.” 주연의 미소가 짙어졌다. 악동 같은 눈웃음에 숨겨진 뜨거운 시선은 그야말로 어른의 것이라서, 그 시선을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서하는 목이 탔다. “그러니까 너도 나를 덮치지 않는 한, 하룻밤 정도는 너를 초대해도 괜찮을 것 같아.” 유치한 오기가 솟구쳤다. 만약 여기서 자신이 끝까지 거부한다면 자기야말로 해묵은 미련이 남았다고 고백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듯했다. 서하는 일부러 턱을 꼿꼿이 들었다. 그리고 주연의 뜨거운 눈빛을 똑바로 마주 보며 도도하게 말했다. “그러면 고마운 마음으로 딱 하룻밤만 자고 갈게. 딱 하룻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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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자들을 위하여

오랜 세월 대륙에서 가장 부유하고 막강했던 청림국. 그러나 그들이 야만족이라고 비웃던 금빛 민족의 침략으로 그 태평성대도 막을 내렸다. 노예로 전락했다가 빈민이 되어 버린 망국 출신의 푸른 민족, 그리고 그중 한 명으로 태어난 소녀 해수. 아기 때 버려져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아이. 그런 해수를 데려다 딸처럼 키워 주신 양부모님과 그들의 친딸인 해령이 해수에게는 세상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하필이면 남의 집 담장을 넘어간 공을 계기로 해수의 삶에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는데……. “어어……!” “야, 미쳤냐? 너무 세게 던졌잖아!” “좀 기다려 봐. 담 넘어서 가지고 올게.” “안 돼, 가지 마!” 해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해수는 해령을 위해 절대 넘지 말아야 할 저택의 담장을 넘게 되고. “야, 나와.” 새 나라의 지배층인 금빛 민족 장교의 딸에게 들키고 만다. “남의 집에서 뭐 하는 거야?” “죄송합니다, 아가씨. 절대로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전부 설명해 드리겠으니 부디 용서해 주세요.” 노예 민족 출신인 해수와 상류층 장교의 딸인 라타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고,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그들의 신분 차이는 실로 까마득하기만 한데. “……혹시, 내가 싫어? 그런 건 아니지?” “우리 둘 다 여자잖아. 그게 잘못됐다는 건 아니지만, 분명히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거야. 그리고…… 너는 금빛 민족이잖아. 나는 푸른 민족이고.” 결코 생겨서는 안 될 감정이 싹트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혼란을 맞이한다. 과연 그들은 세상이 정한 벽을 허물고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 본 소설은 동일 작가의 맑은 노을이 하늘을 덮을 때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합니다. 전작을 보지 않아도 감상에 무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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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계절에

동성애자란 이유 하나로 학교에서는 집단 괴롭힘을, 집안에서는 정신병자 취급을 당해야만 했던 구예일의 어린 시절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학교가 가기 싫었다. 벌레 보듯 쳐다보는 가족의 멸시 어린 시선도 싫었다.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던 어느 날, 예일은 참을 수 없는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가출을 강행한다. 몸을 안식할 곳도 마음을 의지할 곳도 없었다. 무작정 낯선 거리를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 우연히 교통사고를 당할 뻔한 아이를 구출하게 되는데. 아이의 이름은 신여름. 예일과 같은 날 가정 폭력을 피해 가출한 불우한 아이였다. 낯선 곳 낯선 환경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꿈같은 하루를 보내고, 예일과 여름은 단 하루의 추억을 간직한 채 서로의 가정으로 돌아간다. 그 후 10년. 예일과 여름은 같은 대학에서 운명처럼 재회하는데. *** 신여름. 저기 방금 친구를 만나서 툴툴대면서도 즐겁게 웃는 아이. 신여름. 올해 스무 살. 신여름. 같은 대학 새내기. 예일은 쳐다보고 또 생각하다가, 이미 아득하게 멀어진 뒷모습에서 시선을 뜯어내고 걷기 시작했다. 아니, 뛰기 시작했다. 신여름. 신여름. 기억났다. 신여름. 그때 너는 열 살이었다. 내가 열네 살이었을 때. 「이름이 뭐야?」 「신여름이요.」 세상이 생각보다 좁은 것도 알고 있었고, 자신의 기억력이 뛰어난 편인 것도 알고 있었지만, 이건 좀 의외였다. 「여름에 태어나서 여름이에요.」 그때도 퍽 고운 꼬마더니, 지금도 참 어여쁘게 컸다.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예일은 계속해서 뛰었다. 아직 수업 시작 전까지 시간이 꽤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경영대 건물은 충분히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도망치듯 뛰었다. 뜻밖의 재회가 불러일으킨 열네 살 그날의 기억이 참담해서,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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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사의 은밀한 유희

갈망으로 젖은 긴긴밤에. 황태자 아세르의 호위 기사이자 소꿉친구, 베키나. “부디 오늘 일은 잊어 줘. 나 또한 잊을 테니.” 그녀는 오랫동안 아세르를 짝사랑해 왔으나, 갈급하게 나눴던 키스 후 냉담하게 바뀐 그의 태도에 끝내 첫사랑을 단념하기로 한다. ‘하녀와 저주받은 공작의 은밀한…… 밤?’ 그렇게 아세르의 곁을 떠나 타지에서 실연의 아픔을 달래기로 한 베키나는 우연히 접한 로맨스 소설을 통해 미지의 세계였던 성(性)에 눈을 뜨게 되고, 때마침 다가오는 남자들에게 야릇한 호기심을 느끼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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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에게 납치당했다

마력과 마법이 존재하는 레타니아 제국의 평민 출신 리케와 에시트 남작의 친딸 로즈. 둘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자매이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자매로 불리는 이유는 레타니아의 국법 때문이다. 마력을 타고난 사람은 황실 소속 기사가 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귀족 신분이 되어야 한다는 법. 만에 하나 마력을 타고난 이가 평민일 때는 기사가 되기 전 우선 귀족 가문에 입양되어야만 한다. 따라서 평민 신분으로 마력을 타고난 리케는 로즈의 가문에 입양된다. 억압적인 부모와 무관심한 오빠 틈에서 늘 외로웠던 어린 로즈는 어느 날 갑자기 여동생이 생기자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그렇게 두 소녀는 빠르게 친해지고, 12년간 쭉 자매로 지내게 된다. 늘 행복할 것 같던 두 사람의 관계는 로즈에게 혼담이 들어오면서 조금씩 삐걱대기 시작하는데……. “내가 언니를 피하든 말든, 말을 섞든 안 섞든, 다른 사람들이랑 언제 어디서 뭘 하든 언니랑 무슨 상관이냐고.” “말을 왜 그렇게 해? 나는 네 언니잖아. 너는 내 동생이고. 언니가 여동생한테 서운해하는 게 그렇게 이상한 일이야?” “바로 그게 문제야, 언니. 나는 언니의 그런 점이 제일 싫어.” “그건 또 무슨…….” “나는 너를 언니로 생각 안 해, 로즈. 그러지 않게 된 지 꽤 됐어. 그런데 너는 아직도 나를 동생 취급하잖아.” 꾹꾹 눌러 왔으나 기어이 터져 나온 마음은 과연 어디로 향하게 될까. 그리고 과연, 자매는 서로를 가지기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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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용의 유언에 따라

황실이 마력을 독점하고 가장 강한 마법사가 제위에 오르는 시대. 평민 출신이지만 마력을 발현해 황실 기사가 된 세라는 거대한 비밀을 품고 제국의 수도로 향한다. 그곳에서 만난 제국의 황태자. 저주받았다는 소문과 달리 자상하기만 한 그의 태도는 점차 세라의 마음을 뒤흔드는데……. * * * ‘제발, 그러지 마세요. 그런 눈으로 나를 보지 마.’ 나는 언젠가 당신을 떠나야 하는 사람이란 말이야. 목적을 이루면 바로 떠날 거야. 어차피 고작 3년짜리 계약이잖아. 그런 눈으로 나를 보지 마. 그토록 다정하게 웃지 마. 내게 이렇게나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 주지 마. 당신의 진짜 아내도 연인도 될 수 없는 내게, 이 아름다움은 고통일 뿐이야. ‘나는 곧, 당신 인생에서 사라질지도 모르는데.’ 처음에는 그저 이용하고자 했다. 그가 황실에 대해 잘 아는 제국의 황태자라서. 나중에는 점점 끌리기 시작했다. 웃는 모습이 예뻐서, 입에 담는 모든 말이 다정해서, 시선을 돌릴 때마다 그가 있어서. 결국에는 사랑이었다. 그와의 관계가 거래에 불과하다는 걸 잊고 계속해서 곁에 머물고 싶어질 만큼. 그러나 열망 끝에 남은 건 지독한 파멸뿐이고, 끔찍한 비밀이 폭로되는 순간 진심은 시험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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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황녀 해월

“우린 사랑을... 거래했을 뿐이에요.” 이종족 혼혈녀인 태황녀 해월. 이런 이유로 그녀는 후계자 위치를 위협받는다. 급기야 이웃한 약소국 왕자와 정략적인 결혼까지 하는데... “그대를 사랑하지 않아요.” “나 또한 그렇습니다.” “우린 사랑을....” “거래했을 뿐이죠.” 대국의 황녀인 해월과 소국의 왕자 세온. 두 사람에게 사랑은 그저그렇고 별 볼 일 없는 것. 하지만... 황실에 크고 작은 사건들이 벌어지고 해월과 세온의 마음에 점차 낯선 감정이 싹트는데.... “이게 뭐죠?” “글쎄... 나도 잘...” 그들은 거래가 아닌 진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그것을 감당해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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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경멸하는 당신에게 바치는 연서 외전

신의 뜻에 따라 세워진 알페르니아 성국. 성국의 기사로 살아가던 디아넬 엘라파는 어느 귀족의 파티에 경호 인력으로 동원되었다가 물에 빠진 귀족 영애 리브카 메리를 구한다. 이 일로 리브카와 친구가 된 디아넬은 남몰래 사랑을 키워가지만, 리브카의 결혼이라는 최악의 형태로 이별을 맞이한다. 상심하여 종적을 감춘 디아넬과 리브카가 재회한 것은 그로부터 몇 년 후, 성국이 멸망하고 그 자리에 세워진 제국의 어느 영지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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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녀는 가짜를 사랑한다 4권

“에트로나, 나는 그대를 억지로 취할 마음이 없습니다.” “나는 부부의 의무를 피할 생각은 없어요.” 정쟁에 밀려나 얼굴도 모르는 타국의 황자와 결혼하게 된 에트로나. 수도와 멀리 떨어진 트레칸이라는 낯선 환경에서 유배와 다름없는 결혼 생활을 보내게 된다. 저를 훌륭히 보좌할뿐더러 한없이 다정히 구는 세벨론에게 에트로나의 마음은 조금씩 기울기 시작한다. 달콤하면서도 행복한 결혼 생활이 이대로 지속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 뒤에는 거짓이 점철되어 있었다. “……타르논에서 태어난 리안이라고 합니다.” 세벨론 황자, 아니. 그의 진짜 이름은 리안. 오래전에 헤어진 소꿉친구이자 생명의 은인, 그리고 에트로나는 그의 첫사랑이었다. 자신이 사랑하던 황자는 가짜였다니. 크나큰 배신감으로 휩싸이면서도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가짜 세벨론, 리안을 향하고 있었는데……. ‘그대를 연모합니다, 에트로나.’ 그 고백만큼은 가짜가 아닌 진짜였을까. 긴긴 추락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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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눈의 도련님

도련님을 사랑해요 “도련님은 언젠가 결혼하실 거잖아요. 평생 혼자 사실 거 아니잖아요. 그런데 저한테 왜 그러세요?” 처음엔 그저 병약하고 까다로운 자작가 도련님이었다. 그러다 어느새 미운 정이 들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당신은 나의 가장 큰 고통이자 열망이 되었다. “내 진심이 궁금해?” 노엘의 은빛 눈은 더없이 간절했다. “이게 내 진심이야. 너도 알고 있잖아.” 그의 손이 얼굴을 감싸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나, 더는 못 참겠어.” 결국 억눌러 왔던 감정들이 그날, 터져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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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연서

“제발, 내 곁에 남아 줘. 내가 황제가 된 뒤에도.” 백령국의 황녀는 태자가 되었다. 여인의 몸으로 나라의 태평성대를 이룩한 선황의 덕을 입어 무남독녀 상유는 태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어릴 적 단짝들인 설가 문중의 애물단지 아가씨 소람과 그 집안의 사내몸종 해림. 상유가 황제가 되면서 두 사람의 운명도 휘말리게 되는데…. “나, 황제 폐하의 후궁으로 들어가기로 했어.” 해림이 속삭였다. 소람을 바로 보는 게 끔찍했지만, 비겁하게 시선을 돌리기는 싫어서 이를 악물고 그녀를 직시했다. 소람의 혼란이 짙어졌다가, 서서히 경악이 되었다. 소람을 위해 상유의 후궁이 되기로 한 해림, 그리고 모든 이들의 복수를 위해 옆 나라 카문트 가게 된 소람. 그러나 소람은 카문트에서 예상 밖의 인물을 만나게 된다. 사내는 한 폭의 그림처럼 존재했다. 숨 막히게, 눈부시게, 세상의 모든 퇴폐미를 혼자 그러안은 것처럼, “평생소원이라는데, 그럼 이뤄 줘야지.” 잔혹하고 고혹적인 저음이었다. 손바닥 뒤집듯 돌변한 태도에 소람은 미처 적응할 틈이 없었다. 순식간에 몸이 뒤집혔고, 그녀의 등과 뒷머리는 어느새 침대에 닿았다. 소람은 잠시 숨 쉬는 법도 잊고 황자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그녀의 양 손목을 하나씩 틀어잡아 누르고, 제 몸으로 그녀의 몸에 그늘을 드리우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이렇게 간절히 청하는데 거부한다면 무정하지 않겠느냐.” 누구라도 매혹당할 아름다운 황자 엘로안은 소람의 운명을 다시 한 번 흔들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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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녀님의 두 번째 첫사랑

천한 하녀의 딸, 왕이 버린 사생아. 왕의 피를 이어받았지만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비운의 소녀. 왕녀 이본느. 버젓한 옷 한 벌, 제대로 된 시종조차 거느리지 못한 채 살아온 왕녀의 앞에 한 줄기 빛과 같은 그녀가 나타났다. 햇살처럼 아름답고 고운 소녀. 키안나 버클리. 당대에 내로라하는 공작가의 귀하디귀한 고명딸. 이본느에게 키안나는 처음 마주한 온기이자 생명이었다. “당신을 만난 걸 후회해.” 하지만 그녀는 이본느에게 차갑게 속삭였다. “당신을 만나기 전에 그냥 죽어 버릴걸.” 간절한 사랑을 거부하는 키안나의 냉대에 이본느의 심장은 절망으로 무너지고, 그녀를 쟁취하기 위해 이본느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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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주궁 야사 외전

후궁의 첩지도 받지 못한 상궁의 몸에서 태어난 비운의 화윤옹주. 몰락한 귀족 가문의 비천한 서녀로 태어난 또 하나의 가련한 여인, 이설. 두 사람은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춥디추운 겨울에 처음 만났다. “안녕? 만나서 반가워. 너는 이름이 뭐야?” “연 가문의 셋째인 이설이라고 합니다.” 천덕꾸러기 옹주와 외톨이 서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저 형식으로 맺어진 옹주와 호위무사라는 관계로. 그들은 세상의 무관심 속에 서로를 아끼고 살피며 유년 시절을 보낸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이설에게 화윤은 그저 모셔야만 하는 상전이 아니었다. 화윤의 목소리에, 미소에, 다정함에 이설은 밤잠을 설치고, 화윤의 마음에도 점점 이설을 향한 커다란 연정이 자리 잡게 되는데. 애타게 연모하는 마음이 진심이 되어 서로에게 닿을 때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정략결혼을 하라는 왕명을 거역하고 이설과 함께 도망치기로 한 화윤.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린 밤, 화윤과 이설은 그동안 준비해둔 물건을 챙겨 쥐도 새도 모르게 궁을 빠져나간다. 그러나 계획은 지독하게 어긋나고,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되는데……. “얼굴이 많이 상했네.” 7년 만에 다시 나타난 이설은. “내가 어떻게 해야 울어줄 거예요, 네? 아기씨.” 끔찍하게 차가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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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녀는 가짜를 사랑한다 1권

“에트로나, 나는 그대를 억지로 취할 마음이 없습니다.” “나는 부부의 의무를 피할 생각은 없어요.” 정쟁에 밀려나 얼굴도 모르는 타국의 황자와 결혼하게 된 에트로나. 수도와 멀리 떨어진 트레칸이라는 낯선 환경에서 유배와 다름없는 결혼 생활을 보내게 된다. 저를 훌륭히 보좌할뿐더러 한없이 다정히 구는 세벨론에게 에트로나의 마음은 조금씩 기울기 시작한다. 달콤하면서도 행복한 결혼 생활이 이대로 지속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 뒤에는 거짓이 점철되어 있었다. “……타르논에서 태어난 리안이라고 합니다.” 세벨론 황자, 아니. 그의 진짜 이름은 리안. 오래전에 헤어진 소꿉친구이자 생명의 은인, 그리고 에트로나는 그의 첫사랑이었다. 자신이 사랑하던 황자는 가짜였다니. 크나큰 배신감으로 휩싸이면서도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가짜 세벨론, 리안을 향하고 있었는데……. ‘그대를 연모합니다, 에트로나.’ 그 고백만큼은 가짜가 아닌 진짜였을까. 긴긴 추락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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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노을이 하늘을 덮을 때

땅, 하늘, 물, 불, 생명의 다섯 가지 마력과 다섯 민족이 공존하는 세계. 그리고 그곳에서 가장 아름답고 부강한 나라, 청림국. “안녕, 나는 노을이라고 해! 맑은 노을. 그냥 노을이라고 부르면 돼.” “만나서 반가워, 노을아.” 청림국이 이웃 나라 금야국의 이민자를 받아들이던 날, 금빛 눈의 소녀가 노을의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된다. 유스티아. 황금빛 날개로 하늘을 누비는 신비스러운 이민족 소녀에게 노을은 묘한 호감을 느끼고, 두 아이는 곧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유스티아의 동족이 노을의 나라를 침략하고, 수줍은 첫사랑으로 물들어 가던 우정은 파국을 맞이하는데……. “노을아.” “닥쳐, 내 이름 부르지 마!” 이민족이라고 무시당하던 금빛 날개의 유스티아는 대륙의 지배층이 되고, 강대국에 속했던 푸른 눈의 노을은 비천한 노예로 전락한다. 서로의 위치가 뒤바뀐 모진 운명 속에서 노을과 유스티아는 아름다운 성인으로 자라나고. “아가씨, 저를 원하시잖아요. 매번 그렇게 더러운 눈으로 저를 보시잖아요. 같은 여자끼리, 수치도 모르고” “아니,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나는…….” 노을의 뒤틀린 애증에 떠밀려 유스티아는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한다. 친구였지만 원수가 된 관계, 사랑이었지만 증오가 된 마음에 과연 진실한 사랑이 찾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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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당신을 위하여

“한순간도 포기한 적 없어.” 복수를 위해 살인자가 된 데르나 아르킨. 그녀의 삶에 우연히 들어온 소년, 아르젠 데인. “복수 같은 건 잊고, 제발 살아 주세요.” 새카만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되고 쓸쓸한 추위 속에서 한 가닥 온기가 되어 준 소년은, 데르나가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소망을 품는다. 가족의 복수를 위해 손에 피를 묻힌 그녀는 끝까지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길 끝에, 그녀의 곁에는 누가 남아 있을까. * * * 그녀에게 소중했던 사람들은 여태 전부 죽거나 망가졌다. 이제 다시는 그 누구에게도 정을 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제게는 누군가를 아낄 자격도 없을뿐더러, 과거에 처참하게 부서진 끝에 더는 버틸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아르젠의 존재는 데르나의 삶에서 세 번째 비극이 될 여지가 있었다. 그녀에게 아르젠이 기어이 소중해졌다가 훗날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그때 과연 자신이 멀쩡하게 버틸 수 있을지 데르나는 확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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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이 햇빛보다 아름답다

11년 전에 만났다가 헤어진 소녀와 소년. 시간이 흘러 그들은 적으로 만난다. 제국의 전쟁 영웅 세르넬은 자신이 생포한 적장 라호안이 그 소년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그를 살리기 위해 제안한다. “전시에 포로가 된 미인이 보통 어떤 일을 겪는지 아시겠지요?” 설령, 이를 위해 그를 제법 추잡하게 취해야 할지라도. “오늘은 내 곁에서 주무세요.” 그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 * * 천대받는 사생아 황자 라호안. 아군에게 버림받은 그는 적장의 포로가 되어 죽음만을 기다린다. “오셨네요, 황자님.” 그런데 그 적장이 조금 이상하다. “씻겨놓으니까 더 예쁘네.” 사실은 조금이 아니라, 많이.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 그는 전쟁의 광기와 순간의 충동에 떠밀려 적국의 기사와 동침한다. 그날부터 그는 그녀의 포로가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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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사의 은밀한 유희 외전

갈망으로 젖은 긴긴밤에. 황태자 아세르의 호위 기사이자 소꿉친구, 베키나. “부디 오늘 일은 잊어 줘. 나 또한 잊을 테니.” 그녀는 오랫동안 아세르를 짝사랑해 왔으나, 갈급하게 나눴던 키스 후 냉담하게 바뀐 그의 태도에 끝내 첫사랑을 단념하기로 한다. ‘하녀와 저주받은 공작의 은밀한…… 밤?’ 그렇게 아세르의 곁을 떠나 타지에서 실연의 아픔을 달래기로 한 베키나는 우연히 접한 로맨스 소설을 통해 미지의 세계였던 성(性)에 눈을 뜨게 되고, 때마침 다가오는 남자들에게 야릇한 호기심을 느끼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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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당신을 위하여 2,3,4,5

“한순간도 포기한 적 없어.” 복수를 위해 살인자가 된 데르나 아르킨. 그녀의 삶에 우연히 들어온 소년, 아르젠 데인. “복수 같은 건 잊고, 제발 살아 주세요.” 새카만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되고 쓸쓸한 추위 속에서 한 가닥 온기가 되어 준 소년은, 데르나가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소망을 품는다. 가족의 복수를 위해 손에 피를 묻힌 그녀는 끝까지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길 끝에, 그녀의 곁에는 누가 남아 있을까. * * * 그녀에게 소중했던 사람들은 여태 전부 죽거나 망가졌다. 이제 다시는 그 누구에게도 정을 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제게는 누군가를 아낄 자격도 없을뿐더러, 과거에 처참하게 부서진 끝에 더는 버틸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아르젠의 존재는 데르나의 삶에서 세 번째 비극이 될 여지가 있었다. 그녀에게 아르젠이 기어이 소중해졌다가 훗날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그때 과연 자신이 멀쩡하게 버틸 수 있을지 데르나는 확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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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당신을 위하여 1

“한순간도 포기한 적 없어.” 복수를 위해 살인자가 된 데르나 아르킨. 그녀의 삶에 우연히 들어온 소년, 아르젠 데인. “복수 같은 건 잊고, 제발 살아 주세요.” 새카만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되고 쓸쓸한 추위 속에서 한 가닥 온기가 되어 준 소년은, 데르나가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소망을 품는다. 가족의 복수를 위해 손에 피를 묻힌 그녀는 끝까지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길 끝에, 그녀의 곁에는 누가 남아 있을까. * * * 그녀에게 소중했던 사람들은 여태 전부 죽거나 망가졌다. 이제 다시는 그 누구에게도 정을 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제게는 누군가를 아낄 자격도 없을뿐더러, 과거에 처참하게 부서진 끝에 더는 버틸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아르젠의 존재는 데르나의 삶에서 세 번째 비극이 될 여지가 있었다. 그녀에게 아르젠이 기어이 소중해졌다가 훗날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그때 과연 자신이 멀쩡하게 버틸 수 있을지 데르나는 확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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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궁의 은밀한 연서

제국의 후궁으로 팔려 가게 된 월국의 공주, 류하. 버림받은 공주로서 궁에 갇혀 살던 그녀는 이 혼례 행렬의 책임자이자 예비 시동생인 휘온을 꾀어내어 자유를 찾아 도망치기로 마음먹는다. “그대가 휘국의 온 대장군입니까? 그대의 형수가 될 자로서 잘 부탁드립니다.” “가마 안에 다시 드십시오. 갈 길이 멉니다.” 하지만 고지식하고 목석같은 휘온과의 대면에서 괄괄한 성질을 죽이지 못하고 기 싸움을 하고 마는데……. “대국의 장군은 상대방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것이 예법입니까?” ‘망했다. 잘 보여도 모자랄 판에 싸움을 걸면 어쩌자는 거야?’ 과연 류하는 그를 무사히 유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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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이 타락한 자리에 집착이 피어난다

신성 귀족이 다스리는 알페르니아 성국, 그리고 성국을 지키는 엘라파 기사단. 원래는 노예로 팔려 갈 운명이었던 빈민가의 소년 레인은 엘라파 기사단의 정의로운 기사와 그 사랑스러운 제자 타니엘에게 구원받는다. “걱정하지 마. 내가 너를 지켜 줄게.” “나는 너를 떠나지 않을게. 항상 네 곁에 있을게.” “너도 늘 내 곁에 있어 줘, 레인.” 그래, 다정하고 눈부신 당신은 언제나 내게 구원이었기에. “당신이 먼저 약속했잖아요, 선배.” “떠나지 않겠다며, 곁에 있겠다며, 나더러 계속 같이 있자면서……!” “나는 당신밖에 없는데, 가긴 어딜 가.” 타락한 나를 두고 혼자 돌아서려는 당신을, 도저히 놓을 수가 없다. * * * 별빛조차 없는 겨울밤에 두 아이는 약속했다.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나만큼은 늘 너와 함께하겠다고, 우리의 유대는 영원할 거라고. 그리고 벌써 10년째, 이제 어른이 된 그들은 그날 나누었던 약속을 성실하게 지키고 있었다. 더는 상대방이 없는 삶이 상상되지 않을 때까지. 이 온기를 끝까지 붙들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정말로, 뭐든지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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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녀는 가짜를 사랑한다 2-3권

“에트로나, 나는 그대를 억지로 취할 마음이 없습니다.” “나는 부부의 의무를 피할 생각은 없어요.” 정쟁에 밀려나 얼굴도 모르는 타국의 황자와 결혼하게 된 에트로나. 수도와 멀리 떨어진 트레칸이라는 낯선 환경에서 유배와 다름없는 결혼 생활을 보내게 된다. 저를 훌륭히 보좌할뿐더러 한없이 다정히 구는 세벨론에게 에트로나의 마음은 조금씩 기울기 시작한다. 달콤하면서도 행복한 결혼 생활이 이대로 지속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 뒤에는 거짓이 점철되어 있었다. “……타르논에서 태어난 리안이라고 합니다.” 세벨론 황자, 아니. 그의 진짜 이름은 리안. 오래전에 헤어진 소꿉친구이자 생명의 은인, 그리고 에트로나는 그의 첫사랑이었다. 자신이 사랑하던 황자는 가짜였다니. 크나큰 배신감으로 휩싸이면서도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가짜 세벨론, 리안을 향하고 있었는데……. ‘그대를 연모합니다, 에트로나.’ 그 고백만큼은 가짜가 아닌 진짜였을까. 긴긴 추락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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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눈의 도련님

“도련님은 언젠가 결혼하실 거잖아요. 평생 혼자 사실 거 아니잖아요. 그런데 저한테 왜 그러세요?” 처음엔 그저 병약하고 까다로운 자작가 도련님이었다. 그러다 어느새 미운 정이 들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당신은 나의 가장 큰 고통이자 열망이 되었다. “내 진심이 궁금해?” 노엘의 은빛 눈은 더없이 간절했다. “이게 내 진심이야. 너도 알고 있잖아.” 그의 손이 얼굴을 감싸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나, 더는 못 참겠어.” 차마 나 또한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었다. 다만 우리 둘의 입술과 입술이 엉켰고, 몸과 몸이 맞닿았다. 억눌러 왔던 감정들이 그날, 터져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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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연가

북방의 유목 민족 마을에서 태어난 아름다운 백안족 소녀 은휘. 신이 내린 불의 이능을 타고난 은휘는 유목민들과 평화로운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평온하기만 했던 은휘의 어린 시절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강대국 혜국의 노예 사냥꾼들이 은휘의 아름다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백안족 사람들을 노예로 끌고 가 버린다. 은휘 또한 부족 사람들과 함께 노예 신세가 되어 머나먼 혜국 땅에 발을 디딘다. 노예 경매를 앞두고 삶의 의미마저 체념한 열두 살 은휘의 눈에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한 고귀한 꼬마가 비췄다. 딱 봐도 혜국 고관대작의 귀한 따님처럼 예쁘고 화사한 아홉 살 남짓의 소녀였다. “나, 쟤 사줘.” 유모에게 저를 사 달라는 어린 소녀를 은휘는 경악의 표정으로 바라봤다. 은휘의 날 선 시선도 무시한 채 어린 소녀는 시선을 올곧게 맞추며 작고 앙증맞은 입술을 떼었다. “예쁘잖아. 내가 가질래.” 그게 시작이었다. 은휘와 혜루의 만남은. *** “아가씨, 여기 선물이요.” 은휘가 혜루에게 물건을 내밀었다. 혜루는 가락지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시험 끝난 거 축하드려요, 아가씨. 생일도 미리 축하드리고요.” 그렇게 말하는 네 음성이 너무 따스해서. 그 다정한 눈빛이 유황불보다 두려워서. “고마워.” 혜루는 가까스로 목소리를 쥐어짰다. 억지로 웃어주고 싶었는데 얼굴 근육이 말을 듣지 않았다. “마음에 드세요?” 은휘가 물었다. 혜루가 끄덕였다. 은휘가 본인의 잔에 술을 따랐다. 혜루가 지켜보았다. “그런데 아가씨, 혹시 어디 불편하세요?” 은휘가 조심히 물었다. 지금까진 그냥 취하셔서 그런가보다, 하고 태연하게 넘겨짚었는데 이제 보니 지나치게 조용하신 것 같았다. “아니, 안 불편해.” 사실, 미치도록 불편해. 네 존재 자체가 거북해. 아니, 거북함이 아니야. 고작 거북함 따위가 아니야. 네 존재가 나는 지극히 고통스러워서. “표정이 안 좋으세요. 피곤하신데 과음해서 무리하시는 거 아니에요?” 은휘가 걱정스레 물었다. 아가씨가 어디 편찮으시기라도 할까 봐 걱정됐다. “아니, 아니야. 피곤한 게 아니라….” 혜루가 잔을 꽉 움켜쥐었다. 이러다 도자기가 수중에서 산산이 조각날 것 같았다. 마음은 이미 조각조각 박살 났다. 처음부터 온전한 적이 없던 것처럼. “은휘야.” 부서진 마음을 온전하게 고쳐줄 수 있는 존재는 단 하나뿐이요, 애초에 내 마음을 부서트린 존재도 단 하나. “어머니가 나보고 혼인하래.” 은휘는 가만히 쳐다보았다. 숨소리마저 흐르지 않는 공간에서 은색과 갈색이 뒤엉켰다. 알싸한 술 내음이 공중에 맴돌았다. 호흡만으로도 취할 것 같았다. “…축하드려요, 아가씨.” 은휘가 말했다. 맑고 착한 눈빛이었다. 혜루가 잔을 더 세게 잡았다. 상대방이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었더라면 차라리 덜 괴로울 것 같았다. “좋은 사람 만나시길 바랄게요. 혼담이 벌써 들어온 건가요?” 은휘는 밝게 물으며 본인도 술잔을 잡았다. 그녀는 무심코 고개를 꺾어 잔을 단번에 비웠다. 지독하게 썼다. “할 말이 그게 다야?” 혜루가 반문했다.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화난 것 같기도 했고 슬픈 것 같기도 했다. 낭떠러지에서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었다. 상대를 똑바로 보며 그녀가 낮게 씹어뱉었다. “뭐 더 하고 싶은 말 없어?” 은휘가 술잔을 내리며 시선도 내렸다. 손끝이 떨리지 않는 게 자랑스러웠다. 굳이 애쓸 것도 없었다. 너무 깊은 절망은 고통을 동반하지 않았다. 너무 큰 비탄은 곧바로 해탈을 불렀다. 그녀는 체념마저 초월하여 인형처럼 존재했다. 어차피 제 몫이었던 적이 없으니 빼앗긴 적도 없으며, 기대한 적이 없으니 실망하지 않았다. 새로울 것 없는 현실에 겸손히 입을 봉할 뿐. 당신은 지체 높은 귀족 아가씨, 나는 한때 노예였던 이민족. 당신도 여인, 나도 여인. 신분에 가로막혔고 동성이라 불가능했다. “미리 알았더라면 혼약 선물도 같이 준비했을 텐데, 아쉽네요.” 할 말이 더 없냐는 말에 은휘가 담백하게 중얼댔다. 혜루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녀가 탁, 소리를 내며 술상에 가락지를 올려놓았다. “이거 도로 가져가. 필요 없어.” 혜루가 잇새로 말했다. 은휘는 무표정했다. 은휘가 가락지를 회수했다. 녹색과 은색이 불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 영롱한 빛을 보며 은휘가 부드럽게 말했다. “역시, 너무 조잡하죠.” 별로 비싼 것도 아니고 당신은 이보다 훨씬 값진 물건이 보석함에 넘쳐나겠지만, 그래도 즐겁게 웃어주시길 바랐는데. 과분한 소망이었다. “혹시 원하시는 선물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더 좋은 걸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은휘가 깍듯하게 아뢰었다. 말투와 눈빛에 감정은 없었다. 혜루는 그 무표정이 증오스러웠다. 흔들고 깨트려 가면을 벗겨내고 그 아래 진심을 끄집어내고 싶었다. 자기는 불구덩이에 던져진 것처럼 괴롭고 소란한데 상대방은 심해에 처박힌 듯 잔잔하니, 견딜 수 없을 만큼 미웠다. “선물은 필요 없고, 나중에 내가 혼인한 뒤에도 계속 내 호위 맡아줘. 첫날밤에 신혼방 앞에서 보초 서주고. 나중에 내가 애 낳으면 내 애들도 지켜주고. 알았지?” 독기와 취기가 골고루 뒤엉킨 음성이 또박또박 비수를 만들었다. 이렇게라도 찔리면 네가 반응할까, 저 냉담한 장벽을 깨트리고 내게 나아올까 봐, 내 잔인함에 진저리치며 차라리 불같이 화낼까 봐, 더더욱 신랄하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뱉으며. “네, 아가씨.” 그러나 상대는 무적이었다. 초야와 출산을 언급하는 아가씨께 정중히 복종을 맹세할 뿐이었다. 혜루는 말을 그쳤다. 이러다 호흡마저 아예 그쳐 산소 부족으로 죽을 것 같았다. 은휘는 무릎을 내려다보며 기다렸다. 처량하게 발악하는 아가씨가 어서 자신을 쫓아내기를, 이곳에서 벗어나게 해주기를. 그러다 은휘는 끔찍한 소리를 들었고, 눈을 치뜨며 고개를 들었다. 은빛에 망연함이 번졌다. “너는…. 너는 어떻게….” 혜루가 낮게 흐느꼈다. 입술을 깨물어 울음을 참았으나, 눈물은 뺨을 적셔 턱을 타고 흘렀다. 은휘가 벌떡 일어섰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혜루에게 다가갔다. 아가씨의 맞은편이 아닌 옆에 앉아 본능처럼 손을 뻗어 그녀의 눈물을 닦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정말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상대방의 슬픔을 견딜 수 없어 절박하게 위로했다. “아가씨, 왜 우세요.” 은휘가 애타게 속삭였다. 그러자 혜루는 더 세게 울었다. 다 알면서 묻는 네가 제일 미워. 혜루는 흠뻑 젖은 눈으로 은휘를 쏘아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은휘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러다 다음 순간, 숨을 참았다. “너는 어떻게…. 다 알면서…. 내가 어떤 마음인지 뻔히 알면서….” 혜루가 은휘의 옷깃을 잡았다. 멱살을 쥐듯 끌어당기자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술김이었다. 진심이었다. 불가능한 이유가 수십 개고 수백 개여도, 억누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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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달의 왕녀님

스스로 전리품이 된 애송이 이방인. 그것이 신국 황태자의 첩이 되어 버린 해원의 왕녀, 은효의 현재 위치였다. 그 누구도 믿지 못하는 어린 왕녀는 가녀린 제 몸 하나 지키기 위해 고요히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고 있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곁을 항상 지키는 존재. “기꺼이 당신의 전부가 되겠습니다.” 신분, 혈통, 성별 그 모든 걸 뛰어넘어 은효의 마음을 울리는 단 한 명의 호위무사 단월. “네 덕분에 이 지옥 같은 곳이 그나마 낙원 같아.” 어둡기만 하던 타국의 낯선 하늘, 새카맣던 은효의 마음속에 붉은 달이 휘영청 떠올랐다. 미리보기 “어, 왕녀님, 잠깐만, 아……!” 단월은 은효를 밀어내며 허둥거렸다. 그러다 답지 않게 발이 꼬였고, 뒤로 풀썩 넘어졌다. 은효의 침대 위로. “아…….” 단월은 신음했다. 그녀는 은효를 올려다보았고, 은효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은효의 붉은 입술은 타액에 젖어 촉촉했다. 나의 타액.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단월의 호흡이 가빠졌다. “싫으냐?” “아니, 저는, 그게, 어……. 싫지는 않았는데…….” “……네가 또 무슨 황당한 생각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눈은 떠도 좋다. 네게 아무것도 강제할 생각은 없어. 오해하게 해서 미안하구나.” 은효가 물러서는 기색을 보이자 단월이 그녀의 소매를 움켜쥐었다. 은효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았다. 단월이 얼굴을 붉혔다. “왕녀님, 싫다는 게 아닙니다. 절대 그런 게 아닙니다. 저는 그냥, 그저…….” 단월은 거의 울먹였고, 은효의 눈빛이 서서히 바뀌었다. 어쩌다가, 내가. 어쩌다가, 내가 당신을 만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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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이 타락한 자리에 집착이 피어난다

신성 귀족이 다스리는 알페르니아 성국, 그리고 성국을 지키는 엘라파 기사단. 원래는 노예로 팔려 갈 운명이었던 빈민가의 소년 레인은 엘라파 기사단의 정의로운 기사와 그 사랑스러운 제자 타니엘에게 구원받는다. “걱정하지 마. 내가 너를 지켜 줄게.” “나는 너를 떠나지 않을게. 항상 네 곁에 있을게.” “너도 늘 내 곁에 있어 줘, 레인.” 그래, 다정하고 눈부신 당신은 언제나 내게 구원이었기에. “당신이 먼저 약속했잖아요, 선배.” “떠나지 않겠다며, 곁에 있겠다며, 나더러 계속 같이 있자면서……!” “나는 당신밖에 없는데, 가긴 어딜 가.” 타락한 나를 두고 혼자 돌아서려는 당신을, 도저히 놓을 수가 없다. * * * 별빛조차 없는 겨울밤에 두 아이는 약속했다.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나만큼은 늘 너와 함께하겠다고, 우리의 유대는 영원할 거라고. 그리고 벌써 10년째, 이제 어른이 된 그들은 그날 나누었던 약속을 성실하게 지키고 있었다. 더는 상대방이 없는 삶이 상상되지 않을 때까지. 이 온기를 끝까지 붙들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정말로, 뭐든지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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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를 삼킨 공주

너를 사랑하지 말 걸.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걸 깨달은 순간, 도망칠 걸. 최대한 멀리, 너를 위해. 그러나 나는 오만했다. “사라져.” 그녀의 온몸에 검은 아지랑이가 휘감겼다. 검은빛은 신비로웠고, 섬뜩했고, 가슴이 저미도록 아름다웠다. 인간을 위협하는 수인과 괴수를 토벌한 영웅들이 세운 아우로스 왕국. 역적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태양족이자, 아우로스 왕족들을 죽이고자 하는 미르엘은 우연히 그의 인생을 뒤바꿔 놓을 그녀를 만나게 된다. 미르엘은 잠시 깬 채로 누워 조용히 상황 파악에 힘썼다. 자신이 누운 동굴의 구조를, 자신을 등지고 앉아 있는 여자의 윤곽을, 불빛이 물들어 황금처럼 빛나는 긴 은발을. 그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리고 머리맡으로 살금살금 손을 뻗었다. 그곳엔 장검이 있었다. 마침내 조용히 검 손잡이를 움켜잡은 그가 벌떡 일어섰다. 미르엘의 검이 그녀의 가느다란 목덜미를 눌렀다. “너, 정체가 뭐야?” 미르엘은 추궁했다. 싸늘한 음성이었다. 녹색과 주황색이 다시 맞물렸다. 로아나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로아나는 미르엘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목에 닿은 날붙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만 서러워하며. 금속의 감촉보다는 그의 차가운 눈빛이 더 아팠다. “…나 인간 맞아.” “어?” “인간 맞다고. 그러니까 이 칼 좀 치워, 싸가지 없는 놈아.” 거대한 힘을 가진 열쇠와 이를 두고 얽히기 시작한 운명들. 두 사람의 위험하고 간절한 대서사시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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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무 저택의 유산

"내일까지 나는 네 거야, 레티." "저는 내일이 지나고 나서도 당신 거예요." 남작가의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을 유일한 딸, 엘리자베스. 그녀의 신랑감을 고를 무도회를 하루 앞두고 하녀, 케이트가 실종된다. 실종된 하녀 케이트를 대신하여 들어온 레티는 엘리자베스에게 속절없이 끌린다. 그러나 지금까지 엘리자베스에게 구애한 사람은 성별과 신분을 가리지 않고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앞서 사라진 케이트도 예외는 아니다. 엘리자베스를 두고 음산한 소문이 도는 가운데 엘리자베스도 레티를 사랑한다고 고백해 오는데……. 과연 살인사건의 진상은 무엇이며, 유산은 누구에게로 향할 것인가? #GL #로맨스릴러공모전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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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은 왕녀는 복수를 꿈꾼다

때로 복수심은 그 자체만으로 삶의 원동력이 된다. 백령국의 유일한 적통 왕녀, 명인은 탐욕스러운 후궁의 계략에 휘말려 어린 나이에 모든 것을 빼앗기고 왕궁에서 쫓겨나고 만다. “그대는 누구지?” “안녕하세요, 왕녀님! 저는 이 집에서 종살이하는 백윤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처지를 우울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잠시, 자신의 까칠한 물음에도 불구하고 해사하게 미소 짓는 소년을 마주하게 된다. 그와 힘든 시간을 함께 버티며 소중한 추억을 쌓지만, 명인이 왕궁으로 귀환하게 됨에 따라 다시는 만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낭자, 괜찮으십니까?” “……백윤?” 어둑한 달빛이 사내의 이목구비를 흐리게 비추었을 때, 명인은 한눈에 성장한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여전히 다정한 백윤의 목소리가 닿았을 때, 명인은 저도 모르게 그를 와락 끌어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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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폐하의 말 못 할 고민

‘그냥 잘생긴 놈 아무나 옆자리에 앉혀 놓고 국서라고 부르면 안 되나.’ ‘그냥 잘생긴 놈 아무나 옆자리에 앉혀 놓고 국서라고 부르면 안 되나.’ 올해 스무 살이 된 에크론 제국의 황제 오드리. 마땅한 결혼 상대를 찾지 못해 삐딱하게 번뇌하던 그녀는 결국 자신의 친구이자 참모인 앤드류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어떻게 생각해, 앤드류?” “무슨 말씀이십니까?” “국혼 있잖아. 신하는 많은데 신랑감은 없네. 인재가 너무 한쪽으로만 쏠렸어.” 그 가벼운 푸념이, 오랫동안 숨겨 온 그의 욕망에 어떠한 불을 지필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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