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소설 중 상위 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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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늬 벽지, 때가 낀 후줄근한 이불, 담벼락에 걸린 먼지 낀 마른 시래기들, 푸른곰팡이 핀 메주, 시큼한 구토 냄새, 토하고 난 말라붙은 찌꺼기들, 비릿한 뱀탕, 비에 젖어 질컥이는 산길, 코를 찌르는 본드 냄새. 그 속에서 봄날의 꽃처럼 어여쁘기만 한 희. 비가 오면 머리에 꽃 왕관 쓰고 산을 쏘다니는 희. 흙먼지 바닥을 뒹굴며 사지를 바르작거리는 희. 그런 희를 골방으로 데려오는 것은 어린애 팔 비틀기보다도 쉬웠다. 희는 헤헤, 해맑게 웃으며 치마를 올리고 다리를 벌려서 꽃송이처럼 새빨갛게 익어 가는 음부를 보여 주었다. 홀린 듯 그 사이에 얼굴을 묻고 새빨간 보석을 세차게 빨면서, 자신이 점점 미쳐 가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더 심한 자극을 기대하고 희를 음탕하게 타락시켰다.
“그래? 이제 내가 필요 없다면 난 어떡해야 하나. 내가 필요하게 만들어 줘야 하나.” 지헌은 순식간에 돌변해서 바닥을 내보였다. 남자들이 내게 바닥을 보인 게 처음도 아닌데 왜 배신감이 드는 걸까. 나도 모르게 지헌을 믿고 있었나 보다. 아니면 그나마 가장 오래 가면을 쓴 사람이라 끝까지 인간적일 거라 믿고 싶었든지. “너 그거 무슨 뜻이야.” “이를테면, 내 인맥을 이용해서 너 아무 스터디에도 못 들어가게 한다든지?” “나 협박하는 거야?” “협박이라니. 왜 그렇게 무서운 말을 해. 같이 재미있게 놀아 놓고 단물 빠진 껌 뱉듯이 이제 쓸모없어졌다고 사람 버리려고 하니까 섭섭해서 그러지.” 지헌이 상스러운 태도로 뇌까리며 한 발 내게 다가왔다. 겁먹은 티를 내고 싶지 않은데 나도 모르게 주춤 뒤로 물러섰다. 등 뒤에 벽이 느껴졌다. 지헌은 벽 사이에 나를 가두고 질 나쁘게 웃었다. 웃는 것조차 섬뜩했다. 나는 눈만 깜빡이며 그를 보았다. 무서우면서 한편으로 분노가 차올랐다. “자료를 미끼로 사람 갖고 노는 척이라도 하더니 이제는 거침이 없구나. 성격 더러운 놈이 성질 죽이고 그동안 내 비위 맞추느라 고생이 많았다.” “뭐가 그렇게 두려운 건데.” “말 똑바로 해. 두려운 게 아니라 싫은 거야.” “시험만 끝나면 다가 아냐. 거기서 또 경쟁 시작이야. 이쪽에서 성공하고 싶지? 내가 계속 도와줄게.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내 도움받고 살라고. 어려운 거 아니잖아?” 지헌이 달콤하게 속삭이며 내 볼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