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는 돈에 팔려왔다. 맨몸뚱이에 달린 것이라고는 사내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는 남사스러운 사주 하나라, 나잇살 먹고 씨를 뿌리기는커녕 피를 뿌리는데 여념이 없는 이 놈의 삼대독자 아들 놈을 꽉 붙들어 떡두꺼비 같은 아들 낳아줄 귀한 몸으로 모셔진 것이다. 그러나 서방 된 혁은 혼인만 하면 전장에 나가 뒤지든 말든 맘대로 하라는 부모의 간청에 딱 혼례만 치르고는 초야도 없이 전쟁터로 야반도주하니, 쓸모를 다하지 못한 남이는 그대로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혼롓날 딱 한 번 본 서방도 서방이라고 마음으로 받들어 모시고 남몰래 낯도 붉히며 풋사랑을 키워가고 있었으나 정작 세 해 만에 돌아온 사내는 그녀를 기억도 못 할뿐더러…. “아, 그 씨받이가 아니더냐?” 고생도 박대도 그저 팔자려니 하며 웃어넘겼던 남이었다. 아랫것들에게 이년저년 소리를 들어도 밋밋하니 우그러들 줄 몰랐던 낯이 그날 처음으로 쩍 갈라졌다. 일러스트: 보살
🌟 로맨스 소설 중 상위 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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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작품은 독자에 따라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폭력적 요소(자해 등)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고을 내, 아니 나라 내에서 가장 고운 아기씨의 몸종인 복향. 어린 몸이 새벽같이 일어나 차가운 공기를 깨고 나서야 한다 해도 복향이 나 깨우러 왔니, 하는 아기씨 얼굴에 걸린 작은 웃음만 보면 심장이 간질간질 따뜻해진다. 다른 몸종들이 평민도 아니고 부모도 없는 천것 고아년이 가엾은 것을 무기로 맘 여린 아기씨 혼을 쏘옥 빼 놓았다 욕을 하여도 마냥 좋았다. 그런데 아기씨, 괴롭힘 당하는 저를 일부러 모른 체하시는 것은 아니지요? * 강제로 붙들려 간 손이 아기씨의 이마에 닿았다. 콧대의 곡선을 타고 내려왔다가 매끄러운 뺨을 쓰다듬었다. 자신이 이끌고 있는 순서임에도 아기씨는 희열에 찬 표정이었다. 연인을 끌어안고 있는 듯 그렇게 달큰했다. 턱선을 지나 내 손에 목을 내어 준 아기씨는 무엇이든 해도 좋다는 낯으로 잠시 멈추었다. 졸라서 죽여 달라는 것인지 보드랍게 쓰다듬어 달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 좋아.” 말을 내뱉을 때마다 진동하는 목울대 아래로 내 손이 미끄러졌다. 빗장뼈를 지나 옷깃 사이로……. 질겁하고 손을 빼내려고 했다. “놔주세요!” “아니야. 조금만, 조금만 더 봐.” 애타는 목소리와 다르게 다시 내 손을 끌어오려는 힘이 거셌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손가락이 뜯긴 저고리 사이를 누볐다. 소리를 지르려고 입을 벌리는데 살갗에 닿는 감각이 너무나 이상했다. 우글거리거나 거칠다는 게 아니고…… 그러니까, 그러니까 말캉거리며 손에 닿는 것이 없었다. 단순히 빈약하다는 것과는 느낌이 달랐다. 이건, 이 몸은……. “나를 좋아하잖아.” 혼곤한 정신을 붙잡고 아기씨를 올려다봤다. 나는 헉헉거리며 숨을 몰아쉬면서 몸을 벌벌 떠는데, 아기씨는 고백하는 청년같이 수줍은 얼굴이었다. 아니, 같이가 아니지. 눈앞에 있는 것은 사내였으니.
* 본 작품은 혐오감이나 거부감을 줄 수 있는 폭력, 감금, 학대 등의 소재가 포함되어 있으니 감상 및 구매 시 유의 부탁드립니다. 이보 헬로리. 거룩한 성인의 이름을 붙여 지은 성에는 미친년이 둘 있다. 하나는 심심하면 주먹으로 후려치기 위해 아이를 입양하는 여자였고 다른 하나는 처맞고도 제 낯을 걱정하는 계집애였다. *** 소녀는 동화처럼 아름다웠다. 물레 바늘에 찔려 영원히 젊은 모습으로 잠이 든 공주나 매일 밤 야수에게 청혼받는다는 미녀, 아니면 뭍으로 떠나기 위해 목소리와 다리를 맞바꾼 인어같이. 그런 이야기 속 존재처럼 말이다. 나는 동화를 중간까지밖에 듣지 못한 어린애처럼 침울한 눈으로 그 사랑스러움을 쳐다보았다. 이야기가 온갖 불행과 슬픔이 가득한 지점에서 멈춰 버려 울적해진 아이처럼 말이다. 소녀는 여자에게 얻어맞은 상처를 쥐고 아픔에 발을 동동 구르는 대신 허리를 숙이고 팔을 뻗었다. 오로지 거울을 줍기 위함이었다. 커튼처럼 드리워진 머리칼 사이로 입술이 찢어진 것이 보였다. 녹인 루비 같은 피가 턱을 타고 흐르는데, 소녀는 그것을 손으로 훔쳐 내는 것이 아니라 입술에 칠했다. 피는 여자가 바른 루주보다 짙고 붉었다. 제멋대로 문질러 입술보다 흰 살갗에 번져 든 자국이 더 많아도 그녀는 만족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지독히도 무관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하여 오히려 도취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 내 예쁜 얼굴이.” 새로 온 애는 얼간이가 분명했다.
※ 본 작품은 독자에 따라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폭력적 요소(자해 등)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고을 내, 아니 나라 내에서 가장 고운 아기씨의 몸종인 복향. 어린 몸이 새벽같이 일어나 차가운 공기를 깨고 나서야 한다 해도 복향이 나 깨우러 왔니, 하는 아기씨 얼굴에 걸린 작은 웃음만 보면 심장이 간질간질 따뜻해진다. 다른 몸종들이 평민도 아니고 부모도 없는 천것 고아년이 가엾은 것을 무기로 맘 여린 아기씨 혼을 쏘옥 빼 놓았다 욕을 하여도 마냥 좋았다. 그런데 아기씨, 괴롭힘 당하는 저를 일부러 모른 체하시는 것은 아니지요? * 강제로 붙들려 간 손이 아기씨의 이마에 닿았다. 콧대의 곡선을 타고 내려왔다가 매끄러운 뺨을 쓰다듬었다. 자신이 이끌고 있는 순서임에도 아기씨는 희열에 찬 표정이었다. 연인을 끌어안고 있는 듯 그렇게 달큰했다. 턱선을 지나 내 손에 목을 내어 준 아기씨는 무엇이든 해도 좋다는 낯으로 잠시 멈추었다. 졸라서 죽여 달라는 것인지 보드랍게 쓰다듬어 달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 좋아.” 말을 내뱉을 때마다 진동하는 목울대 아래로 내 손이 미끄러졌다. 빗장뼈를 지나 옷깃 사이로……. 질겁하고 손을 빼내려고 했다. “놔주세요!” “아니야. 조금만, 조금만 더 봐.” 애타는 목소리와 다르게 다시 내 손을 끌어오려는 힘이 거셌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손가락이 뜯긴 저고리 사이를 누볐다. 소리를 지르려고 입을 벌리는데 살갗에 닿는 감각이 너무나 이상했다. 우글거리거나 거칠다는 게 아니고…… 그러니까, 그러니까 말캉거리며 손에 닿는 것이 없었다. 단순히 빈약하다는 것과는 느낌이 달랐다. 이건, 이 몸은……. “나를 좋아하잖아.” 혼곤한 정신을 붙잡고 아기씨를 올려다봤다. 나는 헉헉거리며 숨을 몰아쉬면서 몸을 벌벌 떠는데, 아기씨는 고백하는 청년같이 수줍은 얼굴이었다. 아니, 같이가 아니지. 눈앞에 있는 것은 사내였으니.
루도비카는 열아홉 살 먹은 처녀이자 세 살배기 사내아이인 요한의 유모이다. 이것이 그녀가 가진 모든 모욕과 수치와 자괴의 이름이었다. *** 단언컨대, 루도비카는 유모가 되는 일을 경멸했다. 그저, 그저 어쩔 수 없는 이질감이, 그로부터 비롯된 혐오감이 있었다. 제 젖을, 악마의 정과 다름없는 부정의 산물을 달게 받아 삼키는 요한은 루도비카가 서러움에 짓무른 눈으로 처음 그를 마주했을 때와 머리칼 한 올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 무엇이 더해지지도 모자라지도 않는다. 요한은 세 해째 갓난쟁이의 모습이었다. 어쩌면 그 전부터. 그는 자라지 않는다. 하지만 이 짐승의 소굴에서 사랑할 것이라고는 제 젖을 찾는 아이밖에 없어서……. “자라면 나를 지켜 줄래?” 배냇짓을 하던 요한의 고개가 간들간들 흔들린다.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이라 그저 우연인 것을 알면서도 그것이 꼭 흔쾌한 수락인 것만 같아서 그녀는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 그러나. “요, 용서를, 제발 용서 해 줘, 제, 에, 제발……. 아, 아니, 용서해 주세요, 용서를!” 쇳조각이 엉킨 채찍에 뼈와 살이 찢기고 부서진 이들이 무너진 무릎으로 바닥을 기며 루도비카에게 자비를 구걸하고 있었다. 누구의 행동으로 인해 도출된 결과인지는 생각이 필요한 일이 아니었다. 이것은 열 살 먹은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건. 이 압도적인 폭력은……. 나의 요한인데, 나의 아기인데……. 그러나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려는 몸을 억세게 붙들어 맨 손아귀에 그녀는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나는 당신을 위해 자라났어요.” 우리는 사랑하니까.
※ 본 작품은 독자에 따라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폭력적 요소(학대, 자해 등)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공핍한 마을, 유일하게 번듯한 건물인 석조저택에 사는 아가씨의 말동무로 불려간 마릴린. 본의 아니게 남자아이라는 오해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사내 새끼가 그런 것도 못 버텨서 끙끙거려?” 아가씨의 성격이 무척이나 더럽다는 것이다. 아가씨에게 마릴린은 말동무가 아니었다. 하도 욕을 먹기에 욕동무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내키는 대로 머리를 쓰다듬거나 모질게 굴 수 있는 개였다. 개… 개… 개같은 아가씨. 처음 발을 빼려 했을 때는 대가가 너무 달콤했고, 정말로 그만두려 했을 때는 아가씨가 말했다. “싫어. 나는 쟤가 좋아.” * “너 여자야?” 마릴린은 그제야 자신이 무슨 꼴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멍청한 년. 이것 때문에 아가씨가 화가 났구나. 아가씨는 그녀의 말동무가 이때까지 자신을 속인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대답해.” 묵직하게 떨어지는 음성에 절망하며 고개를 들었으나 마주친 것은 미처 감추지 못한 기쁨이 줄줄 흐르는 얼굴이었다. 아가씨는 웃고 있었다.
* 본 작품은 혐오감이나 거부감을 줄 수 있는 폭력, 감금, 학대 등의 소재가 포함되어 있으니 감상 및 구매 시 유의 부탁드립니다. 이보 헬로리. 거룩한 성인의 이름을 붙여 지은 성에는 미친년이 둘 있다. 하나는 심심하면 주먹으로 후려치기 위해 아이를 입양하는 여자였고 다른 하나는 처맞고도 제 낯을 걱정하는 계집애였다. *** 소녀는 동화처럼 아름다웠다. 물레 바늘에 찔려 영원히 젊은 모습으로 잠이 든 공주나 매일 밤 야수에게 청혼받는다는 미녀, 아니면 뭍으로 떠나기 위해 목소리와 다리를 맞바꾼 인어같이. 그런 이야기 속 존재처럼 말이다. 나는 동화를 중간까지밖에 듣지 못한 어린애처럼 침울한 눈으로 그 사랑스러움을 쳐다보았다. 이야기가 온갖 불행과 슬픔이 가득한 지점에서 멈춰 버려 울적해진 아이처럼 말이다. 소녀는 여자에게 얻어맞은 상처를 쥐고 아픔에 발을 동동 구르는 대신 허리를 숙이고 팔을 뻗었다. 오로지 거울을 줍기 위함이었다. 커튼처럼 드리워진 머리칼 사이로 입술이 찢어진 것이 보였다. 녹인 루비 같은 피가 턱을 타고 흐르는데, 소녀는 그것을 손으로 훔쳐 내는 것이 아니라 입술에 칠했다. 피는 여자가 바른 루주보다 짙고 붉었다. 제멋대로 문질러 입술보다 흰 살갗에 번져 든 자국이 더 많아도 그녀는 만족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지독히도 무관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하여 오히려 도취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 내 예쁜 얼굴이.” 새로 온 애는 얼간이가 분명했다.
※ 본 작품은 인외존재의 비정상적인 가치관과 정사 장면이 포함되어 있어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난리통에 가족과 뿔뿔이 흩어져 용두산에 숨어든 열아홉 살의 모비는 죽기 직전, 황룡의 등천의 순간 그 발밑에 있었다는 이유로 덕을 받아 선녀가 되어 하늘에 오른다. 황룡이 지배하는 땅인 관천은 놀랍도록 평안하고 아름다웠으며 모두 모비에게 정답고 또 그녀를 사랑한다. 모비는 그곳에서 모든 슬픔과 괴로움을 떨치고 황룡에 대한 풋풋한 외사랑을 키워간다. 그렇게 평화롭기만 한 나날이 될 줄 알았으나……. *** 관천寬天. 광활한 하늘. 깨달음을 얻은 자들이 늙지도 아니하고 죽지도 아니하며 사는 세계. 모비는 극락처럼 아름다운 땅을 환시했다. 이곳은 어디인가. 대체 어디인가.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을 알아챈 황서가 맞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어른과 아이만큼이나 차이가 나는 손이 짓눌려 허옇게 질렸다. 사내는 가끔 사나워졌다. 본인은 모르는 것 같았지만 지금이나 도망가는 그녀를 쫓을 때에 그러했다. 낯은 여전히 웃고 있었으나 모비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제가 무슨 잘못을 하였습니까?” 어쩌면 모비의 잘못인지도 모른다. 아직도 세속의 감정에 휘둘리는 것 또한 수행이 부족하기 때문이리라. 모두가 아무렇지 않으니까. 다른 이들에게 당연한 일이 그녀에게만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운 일이니까. “아기가 무슨 잘못을 하였겠습니까.” 그런가. 그러면 왜 구렁에 빠진 것처럼 괴로운 것일까. “정말인가요?” “예.” “그러면 대관절 저에게 왜 이러시는 겁니까?” 매끄럽게 답을 내던 황서는 그 물음에만은 쉽사리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멈춰 있었다. 평시보다 눈을 조금 커다랗게 뜬 면부는 그것에 대해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는 색을 띠고 있었다. 어쩌면 생각이 필요치 않은 일이라는 뜻으로 보이기도 했다. 모비는 그 침묵을 멀거니 보다가 기대했던 답을 저 멀리로 미뤄 두었다. 처음부터 상관이 없었던 것처럼 모른체했다. 주인의 시야 바깥으로 떠밀린 그것은 곧 바닥으로 추락하여 형체도 없이 짓뭉개졌다.
※본 소설에는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성적 취향을 가진 인물이 등장하오니 이용에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서배란 누구인가. “내가 다른 남자랑 쉽게 헷갈릴 만한 얼굴은 아닌 것 같은데요.” “나도 헷갈린다고 아무 남자 앞에나 앉을 만한 얼굴은 아닌데요.” 그녀는 예쁘다. “메뉴나 골라. 먹고 싶은 거 다 시켜.” “뇌물이에요? 난 내 카드 한도보다 금액이 낮은 선물에는 심장이 뛰지 않는데.” 그녀는 돈이 많다. “내가 너랑 잘 정도로 여자가 궁하진 않아.” “방금 헤어진 거 보면 궁할 거 같은데.” 그녀는 나와 섹스 파트너 사이다. “서범 씨. 우리 이것밖에 안 되는 사이 아니잖아요.” 그녀는 이런 진부한 대사 따위 내뱉지 않는다. 필요해지면 만났고 용무가 끝나면 깔끔하게 각자 갈 길을 갔다. 다른 여자를 따로 만나는 것도 아니면서 왜 자신과 사귀지 않는지 추궁하지 않았고 왜 호텔에서만 만나야 하냐고 불평하지도 않았으며 함께 아침을 맞이하지 않는다고 투정 부리지도 않았다. 그 애는 나를 귀찮게 하지 않는다. 나는 그녀의 그런 점을 좋아했다. “너…… 너 나 좋아하는 거 아니지.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왜 나랑 자려고 해. 너 좋다는 놈 만나.” 서배는 나를 좋아할까? 표지 디자인: 라이네
이보 헬로리. 거룩한 성인의 이름을 붙여 지은 성에는 미친 여자가 둘 있다. 하나는 심심하면 주먹으로 후려치기 위해 아이를 입양하는 여자였고 다른 하나는 처맞고도 제 낯을 걱정하는 계집애였다. *** 소녀는 동화처럼 아름다웠다. 물레 바늘에 찔려 영원히 젊은 모습으로 잠이 든 공주나 매일 밤 야수에게 청혼받는다는 미녀, 아니면 뭍으로 떠나기 위해 목소리와 다리를 맞바꾼 인어같이. 그런 이야기 속 존재처럼 말이다. 나는 동화를 중간까지밖에 듣지 못한 어린애처럼 침울한 눈으로 그 사랑스러움을 쳐다보았다. 이야기가 온갖 불행과 슬픔이 가득한 지점에서 멈춰 버려 울적해진 아이처럼 말이다. 소녀는 여자에게 얻어맞은 상처를 쥐고 아픔에 발을 동동 구르는 대신 허리를 숙이고 팔을 뻗었다. 오로지 거울을 줍기 위함이었다. 커튼처럼 드리워진 머리칼 사이로 입술이 찢어진 것이 보였다. 녹인 루비 같은 피가 턱을 타고 흐르는데, 소녀는 그것을 손으로 훔쳐 내는 것이 아니라 입술에 칠했다. 피는 여자가 바른 루주보다 짙고 붉었다. 제멋대로 문질러 입술보다 흰 살갗에 번져 든 자국이 더 많아도 그녀는 만족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지독히도 무관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하여 오히려 도취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 내 예쁜 얼굴이.” 새로 온 애는 얼간이가 분명했다. * 본 작품은 혐오감이나 거부감을 줄 수 있는 폭력, 감금, 학대 등의 소재가 포함되어 있으니 감상 및 구매 시 유의 부탁드립니다.
이보 헬로리. 거룩한 성인의 이름을 붙여 지은 성에는 미친 여자가 둘 있다. 하나는 심심하면 주먹으로 후려치기 위해 아이를 입양하는 여자였고 다른 하나는 처맞고도 제 낯을 걱정하는 계집애였다. *** 소녀는 동화처럼 아름다웠다. 물레 바늘에 찔려 영원히 젊은 모습으로 잠이 든 공주나 매일 밤 야수에게 청혼받는다는 미녀, 아니면 뭍으로 떠나기 위해 목소리와 다리를 맞바꾼 인어같이. 그런 이야기 속 존재처럼 말이다. 나는 동화를 중간까지밖에 듣지 못한 어린애처럼 침울한 눈으로 그 사랑스러움을 쳐다보았다. 이야기가 온갖 불행과 슬픔이 가득한 지점에서 멈춰 버려 울적해진 아이처럼 말이다. 소녀는 여자에게 얻어맞은 상처를 쥐고 아픔에 발을 동동 구르는 대신 허리를 숙이고 팔을 뻗었다. 오로지 거울을 줍기 위함이었다. 커튼처럼 드리워진 머리칼 사이로 입술이 찢어진 것이 보였다. 녹인 루비 같은 피가 턱을 타고 흐르는데, 소녀는 그것을 손으로 훔쳐 내는 것이 아니라 입술에 칠했다. 피는 여자가 바른 루주보다 짙고 붉었다. 제멋대로 문질러 입술보다 흰 살갗에 번져 든 자국이 더 많아도 그녀는 만족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지독히도 무관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하여 오히려 도취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 내 예쁜 얼굴이.” 새로 온 애는 얼간이가 분명했다. * 본 작품은 혐오감이나 거부감을 줄 수 있는 폭력, 감금, 학대 등의 소재가 포함되어 있으니 감상 및 구매 시 유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