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읏……!” 늦은 밤, 텅 빈 사무실에 간드러진 교성이 울려 퍼졌다. 남자는 없고, 깊은 관계는 싫고, 하다못해 원나잇도 질색인 여자, 박나원. 욕구는 가랑이 사이에 욱여 넣은 진동기로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박나원 씨, 어디 아픕니까?” 그런데 그때, 회사 최고 인기남이 다가왔다. 끙끙거리는 그녀의 안색을 걱정하면서. “너, 뭐 있지.” 나원은 부정할 수 없어 붉은 입술만 꼭 깨물고 말았고, 활짝 벌어진 다리 사이로 남자의 뜨거운 시선이 서늘하게 꽂혔다. 스타킹의 정중앙이 얼룩덜룩 젖어 있었다. 커다란 손이 포동포동한 엉덩이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살덩이를 주무르며 자신에게 끌어당겼다. “왜 이렇게 흠뻑 젖어 있는지 알려 주면.” “아, 알려 주면……?” “내가 빨아 줄게.” 차연후의 시선이 그녀의 밑을 향했다. 직진남 차연후와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박나원의 섹시발랄한 에로틱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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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태양을 라이징 해보세요.
전도유망한 축구 선수이자 대한민국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 하태수. 월드컵을 위해 귀국하자마자 스캔들을 몰고다니는 그는 바로 정한샘의 소꿉친구다. ‘나, 나 너 좋아….’ ‘선 넘지 마, 정한샘.’ 어언 짝사랑만 십 년째. 진작 차이기까지 했는데도 이 긴 짝사랑을 끝내는 게 뭐가 이렇게 어려운지, 태수는 한샘의 조그만 머리통 속을 시도때도 없이 점령했다. [하태수, 이번엔 아이돌?] [하태수, 가수에 이어…? 이번엔 영화배우!] “그러니까 이제 됐어, 한샘. 그만하자, 정한샘.” 태수에게 바람을 맞고 생일을 홀로 보낸 한샘은 태수를 향한 짝사랑을 드디어 포기하기로 결심한다. 더는 그를 특별히 여기지 않기로, 하태수가 자신을 여자로 봐주는 날을 기대하지 않기로. 그런 날은 오지 않을 테니까. * 이상하다. 해바라기가 태양을 찾듯 자신만을 향하던 정한샘의 눈동자가 다른 곳을 향한다. 정한샘이 다른 새끼를 쳐다보는 걸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감히 다른 새끼가 정한샘에게 손을 대는 걸, 견딜 자신이 없었다. 태수는 한샘을 놓을 수가 없었다. 다른 새끼에게 보내려고 그간 그녀를 애지중지한 것이 아니었다. 이대로 멍청하게 한샘을 놓칠 생각이, 그에겐 티끌만큼도 없었다. 하태수는 정한샘을 가질 거고, 절대 잃어버리지 않을 거니까. 놓치지 않을 거니까. 《소꿉친구를 사랑해도 되나요?》
차갑고 잔인한 낮의 우왕과 부드럽고 따듯한 밤의 우왕. 진려는 다정한 밤의 남편에게 사랑을 느끼면서도, 그의 차갑고 잔인한 성정을 무서워한다. 마음 놓고 남편을 사랑하기에는 낮의 모진 말이 너무도 아프고, 우왕의 검은 비정하게도 그의 아이를 가졌다는 여인들을 향한다. 그러니 이 왕부의 삶에 진려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아이를 배면 저 역시 죽을까 두려움에 떠는 진려의 앞에 그녀의 남편과 꼭 닮은 시동생이 나타난다. 성큼성큼 진려에게 다가와 진려의 손이며 입술을 자연스럽게 쓰다듬는 남자, 양명 태제. 진려는 알 수 없다. 낮의 우왕, 양명 태효는 왜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여인들을 죽이는 것일까. 밤의 우왕은 왜 진려의 몸을 벌리고 수도 없이 몸을 겹치면서, 사랑한다 말해주지 않는 것일까. “당신은, 내 거야.” “소첩은, 원래…. 원래, 왕야의 것이옵니다.” “아니. 너는 내 것이다. 온전한 내 것.” 그녀 자신은 어째서 태제에게 끌리는지, 태제의 온도와 감촉이 왜 이렇게 익숙한지……. 《형수(兄嫂)》
"그쪽이 손이서입니까?" "네?" "연애용 손이서. 얼굴값 하는 손이서? 저 쪽에서 그렇게 떠들길래." 4월의 어느 날, 무시무시하게 잘 생긴 남자가 이서의 카페에 나타났다. 고작 한 번의 만남인 줄 알았는데 남자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시 나타났다. "나, 기억 안 납니까?" 이서는 확신할 수 없었다. 사고로 인해 잃은 기억 속에 남자가 있는지 알 수 없으니까. "큰일 났네." 그는 한 쪽 입꼬리를 슬쩍 말아올렸다. "이러면 빌어먹을 짓을 하고 싶어지는데." 순간 이서는 자신을 휘감는 압도적인 감각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주진혁은 위험했다. 머릿속에서 사이렌이 울렸다. 하지만 하고 싶었다. 그와 함께라면. 그 빌어먹을 짓이라는 거.
갈 데 없는 부녀에게 살길을 내어 준 연씨 집안. 그 집안의 첫째 아들, 연기욱. 이진은 완숙하고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에게 자꾸만 눈길이 간다. “숨은 편하게 쉬어야지.” 기욱의 시선이 닿을 때마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코끝에 닿은 향기가 사라질 때까지. 그의 어린 여동생 기련을 보살피며 생활을 이어 가던 중, 별안간 비극이 닥쳤다. 건강하던 아빠의 발작, 교통사고, 그리고 기련의 죽음……. “제발요, 이사님. 살려…… 살려 주십시오.” “기련이가 죽었는데. 너희는 다 살려 달라…….” 빌고 빌어 겨우 얻어 낸 기회. 아빠를 죽이거나, 아빠를 살리고 죽거나. “난 널 절대로 그대로 둘 생각이 없어.”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바꿀 수 없는 운명의 무게를 느끼는 순간, 그가 웃었다. 붉고 사특하고 요망한, 한때 이진이 기묘하게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미소로. * * * “그때처럼 굴어 볼 생각은 없나?” “그때라뇨?” 그녀는 두 눈을 들지도 않았다. 내내 눈을 내리깐 채 기계처럼 대꾸했다. “죽여요, 이제.” 남자가 여자를 흉내 냈다. “제법 건방지던데.” “죄송합니다. 그때는…… 그때는 감정이 좀.” “지금은 괜찮고?” “어떻게 하셔도 방법이 없으니까요.” “그래?” “네.” 기욱은 그녀를 지나쳐서 화장대 앞으로 다가갔다. 익숙한 향기가 났다. 이진은 몇 발 뒤로 조용히 물러나며 그것을 삼켰다. 익숙한 버릇이었다. 스스로 인지하지도 못하는. “이렇게 있으니까 그날이 생각나네.” 이진도 그랬다. 그래서 입을 다물었다. “네가 내 자지 훔쳐보고 얼굴 붉힌 날.”
여은은 쓸쓸한 생일에 술을 들이켰다. 하은우 종년 짓에 마음은 지치고, 조용한 핸드폰에 이가 갈렸다. “안경 끼고 맨날 남자처럼 입고 다니는 애? 진짜 걔는 다 벗고 침대에 누워 있어도 안 꼴릴 듯.”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던 목소리도 떠올랐다. 좆같았다. 그렇게 술을 마시고 더럽게 야한 꿈을 꿨다. “…다네.” 처음 보는 남자와 질척하게 입을 맞추는 꿈이었다. “이, 이제 그만….” “그만? 웃기는 소리를 하네. 가만히 있는 사람을 들쑤셔 놓고. 주둥이만 내놓고 꺼져라?” “아, …으응!” “신음, 꼴리네. 이런 건 예상 못 했는데.” 남자는 무척이나 섹시했다. “입 더 벌려. 혀 내밀고. 빨아 주세요, 해야지.” “으, …흐. 빠, 빨아 주세요.” “그래, 여은아. 오빠가 자지 박아 줄게. 우리 여은이가 그렇게 원하니까.” …응? 뭔가 이상하다. 꿈인 줄로만 알았는데. 꿈이 아닌 것 같다.
5년 전, 지예는 아버지에 의해 억지로 약혼했다. 갑작스러운 파혼도, 이어서 잡힌 맞선도 제 의지가 아니었다. “혹시 안 바쁘면, 나랑 잘래요?” 파혼한 다음 날. 별로 놀아 본 적도 없으면서, 우연히 만난 남자에게 훅 이끌려 원나잇을 한 지예는 간밤의 일을 좋은 기억으로만 남기기로 하고 남자를 떠났는데. 분명 재수 없고 머리가 벗겨지기 일보 직전일 거라 예상했던 맞선남을 보러 나온 자리에 나타난 남자는 며칠 전 원나잇했던 그 남자, 강윤조였다. “내가 싫으면 지금이라도 말해요. 그럼 이 약혼, 파기하겠습니다. 하지만 관심 있다면 무조건 안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우리 처음처럼 시작해 봅시다.” “처음처럼이요?” “네, 시작하는 보통의 연인처럼.” 처음부터 천천히 시작해 보려 하는 두 사람이지만, 그들의 앞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남아 있었는데…….
*본 작품에는 폭력과 관련한 소재 및 호불호 강한 소재가 등장합니다. 도서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본 작품에 등장하는 설정과 배경은 모두 허구이며 작품 내 등장하는 지역, 인물, 단체는 사실과 관련이 없습니다. 과거 민영의 어머니를 구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으로 최인하와 약혼했던 민영은 지금, 약혼을 끝낼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예비 시부모와의 불화에 인하의 폭행과 외도가 더해지자 민영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런 민영에게 최인하의 20년 지기, 이우진이 나타났다. 모델이 되어 볼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과 함께. * * * “말해 주지 그랬어, 당신 약혼자에게.” “우, 우진 씨.” 민영의 목소리가 발발 떨렸다. “그 조각은 이우진의 불결하고 저열한 머릿속이라고 알려 주지 그랬어. 김민영을 만지고 김민영 안에 들어가고 싶은 욕망이라고.” 우진은 그녀의 작은 콧방울에 가볍게 입맞춤을 남겼다. “그러지…… 그러지 마요.” “웃기네. 7년을 옆에 두고 봤으면서 약혼녀 몸을 못 알아보는 것도.” 그의 얼굴이 가까워질수록 민영은 목을 뒤로 길게 뺐다. 하지만 그는 미약한 움직임을 작게 비웃으며 가는 목에 입술을 미끄러뜨렸다. “읏.” 마른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내 머릿속에는 실제로 그런 것밖에 없거든.” “하으…….” 당장이라도 신음이 새어 나올 것 같은 느낌에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당신 안으로 들어가는 것 말고는 없어. 당신 몸은 만지지 않아도, 여기 들어 있는 기억만으로도 조각할 수 있고.” “제발 그만해요.” 목덜미에 코를 박고 향기를 마시고 있던 우진이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친 그녀가 반사적으로 시선을 피하자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당신도 상상했나?” “그, 그런 게 아니라…….” “그런데 왜 내 눈을 못 쳐다봐.” 남자의 목소리에 민영의 떨림이 잦아들었다. “나랑 꼭 더러운 짓 한 사람처럼, 왜, 내 눈을 못 쳐다보냐고.”
“연우희, 건방 그만 떨고 웃어. 오빠 화나게 하지 말고.” “……쓰레기 같은 새끼.” 우희는 제게 닥친 현실을 잘 알았다. 조금의 틈도 없이 그에게 완전히 속박당했다는 걸. 구승제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그걸 알면서도 그녀는 긴 긴 악연을 끊어 내기 위해 도망쳤고, “찾았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얼굴로 웃고 있는 그에게 잡히고 말았다. “내가 아무 짓도 안 하고 멍청하게 손 놓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승제는 손을 뻗어 소름이 돋은 그녀의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부드럽고 자상한 손길이었다. “내가 이런 날을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아? 이 예쁜 걸 밖에다 이렇게 내놓고서?” 뜨거운 손가락이 작은 귓불을 툭 건드렸다. “……승제야.” “그럴 리가 없지.” 그는 당황한 채로 얼어 버린 우희의 눈을 응시하면서 다시금 작게 중얼거렸다. “내가 널 놓을 리가 없잖아, 우희야.” 그가 움켜쥐었던 우희의 손을 떨쳐내 구겨진 외투 깃을 바로 하고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재미있게 놀았으면 됐어. 너 기분 좋으면 나도 좋지, 뭐. 그러니까 이제 가자.” 사형 선고였다. “연우희. 네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야지.” 승제는 언제나처럼 웃었다. 장난감을 손에 쥔 어린아이처럼.
가족의 사업을 위해 태산의 폭군, 구태경과 원치 않는 약혼을 하게 된 주아. 주아는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맞서지 못했다는 죄목 하나로, 사고로 죽어 버린 약혼자의 죄를 덮어쓰고 음주 운전 가해자가 되었다. “나랑 섹스할래요?” “천박해.” “그럼 나랑 사랑할래요?” 사고에 대한 후유증으로 환상통에 젖어 죽지 못해 살아가던 주아. 그런 그녀에게 다정하고 아름다운 남자, 정세온이 다가온다. “세온 씨, 아파요. 너무 아파요.” “쉬, 괜찮아요. 주아 씨, 다 괜찮아요.” 온몸을 불사를 것 같던 환상통은 남자의 커다랗고 투박한 손바닥 아래 뾰족한 가시를 뉜다. 그것은 실로 기이한 경험이었다. 고통이 점멸하다가 순식간에 툭 사라지는. “나한테 왜 이래요?” “예뻐서. 한주아 씨가 벗겨 먹고 싶을 정도로 예뻐서.” 아름답고 말간 얼굴 뒤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이 남자는 나를 구하러 온 구원자일까, 아니면…….
“그대가 1 왕녀로군.” 낮고 감미로운 목소리였다. 비명을 지르던 월은 알 수 있었다. 남자의 목소리에서 흐르는 질척하고, 삿된 기운을. 비릿하고 뜨거운 피 냄새를. “부모의 원수….” 남자의 푸른 눈동자가 여자를 향했다. 티끌 하나 묻은 적 없던 새하얀 옷은 가족들의 피를 가득 머금어 새빨간 동백꽃 같았다. 무엇보다 붉게 피었다가 봄이 오면 마치 목이라도 잘린 듯 대가리를 툭 떨어뜨리고 마는. 이 빌어먹을 인생. 여신의 사랑, 그것 하나만을 바라며 짧은 생 정순하고 순결하기 위해 죽을힘을 다했는데. 그 결과가 고작 이런 것이라면, 차라리 심장에 스스로 검을 찔러 넣고 죽고 말 테다. 전쟁 포로에 불과한 왕녀에게 빠진 어리석은 남자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월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날 보고 아파해야지.” 낮게 깔리는 목소리는 감미롭지만, 덧없었다. “당신은 내 옆에서 그걸 지켜봐야지. 이곳이 당신의 지옥이잖아.”
“500억 페르나?” “칼리투 공작님께서 아가씨를 부인으로 맞고 싶어 하십니다.” “공작님께서 올해 연세가 어찌 되시지?” “일흔다섯이십니다.” 라비나는 경악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칼리투, 설마 내가 이시도르 칼리투의 할머니가 되야 하는 거야? * 라비나 이올리는 망해가는 가문 때문에 짝사랑을 고백하지도 못하고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가슴 한편에는 언제나 이시도르 칼리투가 남아 있었다. “라비나 칼리투.” 이시도르의 짙은 고동색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빛났다. 그가 슬쩍 입꼬리를 잡아 올리며 비스듬하게 웃었다. “내가 네 할머니가 된 게, 기뻐?” “제가 할아버지보다 당신을 먼저 가질 수 있어서요.”
“너로구나.” 순간, 명윤조는 자신의 코끝을 스치는 흐릿하면서도 진한 달향을 느꼈다. 여자의 모든 것이 자신을 환영하는 게 느껴졌다. 손을 벌리고 득달같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렇지?” 붉은 입술이 비틀렸다. “저를 취하소서. 저를 취하시고 열기를 식히소서.” 커다랗고 굵은 손가락이 구멍을 벌리고 밀려 들어오기 시작하자, 미희령은 엉덩이에 단단하게 힘을 주었다. “구멍이 제법 빡빡해.” 명윤조는 여자의 안에 들어갈수록 열기가 푸스스 식어서 한 줌의 증기로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이제는 짜증보다는 다소 신기함까지 느끼고 있었다. “아, 하읏! 아, 더, 더 깊이…, 읏!” “타고난 갈보로구나.” 그녀는 엉덩이를 흔들며 그의 음모에 자신의 발간 살갗을 비볐다. 명윤조는 작은 어깨를 핥다가 목덜미를 따라 올라갔다. 동그란 경추뼈에 혀끝을 세워 핥다가 목덜미를 물었다. 아무런 의미 없이 눈을 올려 떴다. 순간, 그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혹여 몸의 어딘가에 이 표식을 지닌 여인을 만나거든.’ 살아생전 자신을 무척이나 미워했던 어머니가 눈을 감으며 했던 말이 고막을 쾅 때렸다. ‘죽여라.’ 여자의 오른쪽 귓불에 어미가 내밀었던 삭은 닥종이에 그려진 표식과 같은 표식이 있었다. ‘이유는 묻지 말고, 무조건 그 자리에서 목을 베어라.’ 그것은 쌍생(雙生)의 표식이었으므로.
YOO 그룹의 혼외자이자, 불치병인 ALD를 앓는 동생을 둔 유지현. 어느 날 하도급 업체에서 YOO그룹에 맞선을 제안하고, YOO 그룹 일가는 장녀 윤주 대신 지현을 그 자리에 내보낸다. 하지만, 뜻밖에도 그곳에서 마주한 것은 K그룹의 강해준 본부장. 그는 윤주가 아닌 지현을 기다린 게 맞다며, 뜻밖의 거래를 제안한다. 해준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의 아내가 된 지현. 지현은 한 침대에서 몸을 맞댈 때를 제외하면 제 곁에 머무르지 않는 남자를 사랑하게 되지만, 3년 후, 동생의 죽음을 마주한 후 무거운 결단을 내리게 되는데……. *** “난 말 잘 듣는 아내가 필요해요. 예를 들어 당신 같은. 어디 비빌 데라고는 나밖에 없고 도움을 요청할 데도 없는 그런 간절한 여자. 적절히 교양 있고 눈치 잘 보는 그런 여자.” 해준은 다시 한번 덧붙였다. “쓸모 있는 아내.” 남자가 그녀를 테이블 위에 앉혀 놓은 이유가 그거라면 조금 비참했다. 그리고 동시에 우스웠다. “유지현 씨, 매력적인 여자인 거 압니까? 딱 내가 좋아하는 거 다 모아놓았어요. 신기하게.” 커피를 마시는 남자의 눈동자가 여자의 새하얀 이마와 뺨을 스쳐 다시 어깨를 매만졌다. 팔뚝으로 내려와 종아리를 타고 발끝으로 떨어졌다. "당신이랑 나, 잘 맞을 것 같거든." 남자는 굵은 허벅지에 손깍지를 끼고 지현의 눈동자를 직시했다. "여러 모로."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채은진은 죽는다. 사실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급성신부전은 만성이 되었고, 이식조차 방금 취소되었다. 죽음을 받아들이며 은진은 10년간 그녀의 곁에 있어 준 래원을 찾아갔고, 그곳에서 그의 바람 현장을 목도한다. 망설임 없이 그와 파혼한 은진 앞에 어떤 무도한 남자가 나타난다. * * * “드디어 약혼자 자리가 비었다고 들었는데.” 여자의 미소에 작은 실금이 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모든 조건을 다 충족하는 거 같은데. 더 고를 필요 없어. 여기 널린 걸레 중에 제일 깔끔하고 뒤탈 없는 게 나일 테니까.” 은진의 눈동자에 물든 경악이 다소 즐거웠다. 그는 입술을 틀어 귓가에 속삭였다. “내가 딱이네.” 조금 당황했는지 그녀의 숨소리가 조금 거칠어졌다. “딱 쓰고 버리기 좋잖아.” 기회는 바로 이 순간이었다. 게임이 시작되게 만들려면.
‘감히 신도 나를 비난할 수는 없으리라.’ 서른둘의 겨울, 희재는 많이 아팠다. 부모가 남편의 손에 구속 수감되었고, 남편의 내연녀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아이를 잃었다. 10년 만에 찾아온 아이를. “결코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거야. 다시 태어나도.” 그렇게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눈을 뜨니, 스물둘의 봄이었다. 무려 10년을 거슬러 올라왔다. 복수, 남은 건 오로지 복수뿐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도영을 만나러 간 희재는 이상하게 도영의 흔적보다는 지난 생에서 시숙이었던 도준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이 사랑에 빠졌던 남자는 백도준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녀, 그녀는 도준에게 먼저 접근하기로 한다. “나 자극하지 말지, 채희재. 진짜 구미가 당기니까.” 도준은 처음 본 희재가 낯설지 않다. 어쩐지 마음이 아프고 아리었다. 가슴이 벅차고 두근댔다. 뭔가 희재에게 꿍꿍이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기꺼이 몸을 던지기로 한다. 그런 그에게 가장 걱정되는 건 자신의 것이라면 기를 쓰고 달려드는, 쌍둥이처럼 닮은 이복동생 백도영이었다. 그는 자신이 이때까지 조금이라도 아꼈던 건 모두 가져가서 망가뜨렸으니까. “뭐, 어때. 별의별 거 다 맞춘 사이에, 응?” 백도영은 역시나 백도준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자 채희재 앞에 나타났다. 도준의 마음에 빠져 복수를 잊고 흔들리던 그녀는 백도영의 뻔뻔하고 방종한 작태를 보고 복수에 대한 열의를 다시 깨닫고 만다. 그녀는 복수를 위해, 도준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도영을 유혹해서 망가뜨리기 위해 계속 그와 어울릴 수밖에 없는 희재,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는 도준. 그는 도영에게 접근하는 채희재를 이상하게 놓고 싶지 않다. 꺼내 올리고 싶다. 도준은 점점 더 희재에게 매달리게 된다. “채희재,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도준은 희재가 가는 곳곳마다 나타나 제동을 건다. 도영이 참석하는 질 나쁜 파티에서 곤경에 처한 희재 앞에 나타난 사람도, 바로 도준이었다. 그는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여자 앞에서 바르고 점잖은 남자의 낯을 던져 버리고 맹수의 눈빛을 번득인다. “채희재, 백도영 하나면 되는 건가? 백도영을 망가뜨리고 싶어? 똑바로 이야기해.” “똑바로 이야기해요? 정말 그걸 원해요? 내가 뭘 원하는지 알면 감당할 자신은 있어요?”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는 듯, 건조한 미소를 짓는 희재에게서 도준은 누군가가 겹쳐 보인다. 그녀가 망가뜨리길 원하는 걸 자신이 모두 없애 준다면, 그러면 그녀는 행복해질까. 그렇다면 그렇게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쌍둥이 중 오메가로 태어난 카일리는, 알파로 태어난 동생 카일에게 유독 약했다. [누나. 딱 일주일만 실례할게, 응? 제발, 제발, 제발….] 카일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일주일 동안 대리 출근을 하게 되는 카일리. 문제는 그 회사가 오메가 출입 금지로 유명하다는 것, 그리고 사장은 극우성 알파로 더 유명한 그 노아 매카스터. 젊고 섹시한 건 물론, 세계적인 재력가로 손꼽히는 데다 깨끗한 사생활까지. 그의 실체에 근접할수록, 오메가란 사실을 숨기고 시작한 카일리의 일주일은 걷잡을 수 없어지는데...... “저, 미스터 매카스터. 무슨 문제라도….” “이상할 정도로 좋은 냄새가 나는데.” 그 이후로 카일리는 점점 이상한 지시를 받게 된다. [미스터 매카스터의 특별 지시입니다. 오늘 6시 35분까지 보낸 주소로 출근하세요.]
쌍둥이 중 오메가로 태어난 카일리는, 알파로 태어난 동생 카일에게 유독 약했다. [누나. 딱 일주일만 실례할게, 응? 제발, 제발, 제발….] 카일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일주일 동안 대리 출근을 하게 되는 카일리. 문제는 그 회사가 오메가 출입 금지로 유명하다는 것, 그리고 사장은 극우성 알파로 더 유명한 그 노아 매카스터. 젊고 섹시한 건 물론, 세계적인 재력가로 손꼽히는 데다 깨끗한 사생활까지. 그의 실체에 근접할수록, 오메가란 사실을 숨기고 시작한 카일리의 일주일은 걷잡을 수 없어지는데...... “저, 미스터 매카스터. 무슨 문제라도….” “이상할 정도로 좋은 냄새가 나는데.” 그 이후로 카일리는 점점 이상한 지시를 받게 된다. [미스터 매카스터의 특별 지시입니다. 오늘 6시 35분까지 보낸 주소로 출근하세요.]
“최혜나, 웃어야지.” 윤지욱의 인형. 최혜나는 지욱이 하나하나 빚어 취향대로 만들어진 인형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한테 처바르는 돈이 얼마인지 알잖아, 그렇지?” 미치도록 예쁘고, 사랑스럽고, 증오하고, 혐오하는 그의 최혜나. “……사랑해요, 지욱 씨.” 너무 사랑해요. 너무 사랑해서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아요. “사랑?” 지욱이 서늘하고 건조한 미소를 지었다. “너 같은 걸 세상에서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 “지욱 씨, 제발요……. 제발.” “싸구려라고 해. 겉을 아무리 번지르르하게 닦고 또 닦아도 천박함을 지울 수 없는 싸구려.” 지키고 싶었던 사랑이 부정당했을 때, “네 사랑은 고작 그런 거야.” 혜나는 모든 것을 놓기로 결심했다. 그를 사랑하던 제 마음까지도.
“안녕.” 인사는 제법 상냥했지만 눈동자는 그렇지 않았다. 차갑고 무심했다. 지난밤 내내 몸을 섞은 여자인데도. “눈빛이 뜨겁네. 내 자지가 마음에 들어?” “그런 게 아니라…, 아!” 다인은 턱을 우악스럽게 움켜쥐는 행동에 인상을 작게 찡그렸다. 순식간에 이불이 걷혀 나가자 몸을 가리기 위해서 의미 없는 반항을 잠시 해보았지만, 소용없었다. 남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다른 거였다. 오른쪽 목부터 시작해서 어깨와 가슴 일부, 그리고 옆구리까지. 살이 녹아 엉겨 붙은 화상 흉터가 구불구불 이어져 있었다. “내가 이런 거랑 잤다고.” 그는 오만 원 권을 몇 장 세다 귀찮았는지 들고 있던 현금을 여자 옆 침대 위에 툭 던졌다. 만 원짜리와 오만 원짜리 지폐가 주르르 미끄러졌다. “더 필요하면 말해. 10분 안으로 준비해 줄 테니까. 시간 끌지 말고.”
유서연, 대한민국의 평범하다면 평범한 스물두 살 대학생. 지긋지긋할 정도로 남자와 얽힌 사건이 많은 탓에 남자라면 소름이 끼친다는 것만 빼면 평범하다. “너? 몸 함부로 안 놀리고 콧대 높아서 따먹는 재미가 있으니까. 그거 아니면 내가 널 왜 만나냐?"" 이번에는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남자의 목적은 몸이었고, 그를 피해 도망친 서연은 그만 버스에 치이고 마는데. “여기가… 어디지?” 눈을 뜬 곳은 살랑살랑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오는 낯선 곳이었다. 그때 서연의 눈앞에 갑자기 이상한 것이 깜빡이며 떠오르고. [QUEST(ROUTE). 생전 처음 보는 곳에서 눈을 뜬 당신. 여기가 어딘지 모르시겠다구요? 제가 성지로 당신을 안내해 드릴게요. 절 따라오세요! (YES/ NO)] 당황한 서연은 곧 거울 속에서 화려한 여자와 마주한다. 곱슬곱슬한 긴 금발, 황금빛으로 빛나는 눈동자, 터질 듯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유서연이 아니었다. 이건……. [펠리스 앙게리아 천사 LV. 1] 그녀는 깨달았다. 유서연은 죽었다는 것을. 그리고 새로운 몸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것을.
본 작품은 리디 웹소설에서 동일한 작품명으로 15세 이용가와 19세 이용가로 동시 서비스됩니다. 연령가에 따른 일부 장면 및 스토리 전개가 상이할 수 있으니, 연령가를 선택 후 이용해주시길 바랍니다. “연우희, 건방 그만 떨고 웃어. 오빠 화나게 하지 말고.” “……쓰레기 같은 새끼.” 우희는 제게 닥친 현실을 잘 알았다. 조금의 틈도 없이 그에게 완전히 속박당했다는 걸. 구승제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그걸 알면서도 그녀는 긴 긴 악연을 끊어 내기 위해 도망쳤고, “찾았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얼굴로 웃고 있는 그에게 잡히고 말았다. “내가 아무 짓도 안 하고 멍청하게 손 놓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승제는 손을 뻗어 소름이 돋은 그녀의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부드럽고 자상한 손길이었다. “내가 이런 날을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아? 이 예쁜 걸 밖에다 이렇게 내놓고서?” 뜨거운 손가락이 작은 귓불을 툭 건드렸다. “……승제야.” “그럴 리가 없지.” 그는 당황한 채로 얼어 버린 우희의 눈을 응시하면서 다시금 작게 중얼거렸다. “내가 널 놓을 리가 없잖아, 우희야.” 그가 움켜쥐었던 우희의 손을 떨쳐내 구겨진 외투 깃을 바로 하고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재미있게 놀았으면 됐어. 너 기분 좋으면 나도 좋지, 뭐. 그러니까 이제 가자.” 사형 선고였다. “연우희. 네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야지.” 승제는 언제나처럼 웃었다. 장난감을 손에 쥔 어린아이처럼.
“돈도 있겠다, 미모도 받쳐 주겠다, 이제 신랑만 잘생기면 되는데…….” 어린 공작을 보는 순간 이 결혼은 그녀의 이름대로 영원하리라고 예감했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그를 키우기 위한 화려한 선투자를 시작했다. 된다! 이 얼굴은 반드시, 필히 된다! 그를 처음 본 그녀의 머릿속에 댕댕댕 종이 쳤다. 이 아이테르나 포티아의 인생에 도망이란 없다. 한 번 직진은 영원한 직진이다. 검을 뽑았으면, 떨어지는 나뭇잎이라도 베어야지! “난 기필코, 기필코 반드시. 반드시 살아서 당신에게로 돌아올 거니까.” 열두 살의 나이에 빚더미 공작 각하가 된 그에게, 황제가 속삭였다. 대륙 정복 전쟁에 선봉장으로서 황태자를 대신에 참가한다면 그의 모든 빚을 청산해 주겠다고. 그래서 그는 어쩌면 죽을 곳이라는 것을 알았으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조건으로 테르나를 만났다. 어둡고 우울하던 그의 삶에 찾아온 따듯한 햇살 한 줄기를. 놓치고 싶지 않아. 욕심내고 싶어. 그가 생각했다. “당신은 빛이 나는 사람인데… 제가… 제가 테르나를 욕심내도 될까요?” 페이튼 오를랑 테르비온 공작, 아이테르나만이 삶의 구원이요 희망이었던 소년. 전쟁터에서 보낸 혹독한 6년의 세월이 지나고, 아이테르나를 와그작와그작 먹어치우기 위해 이를 감추고 돌아온다.
쌍둥이 중 오메가로 태어난 카일리는, 알파로 태어난 동생 카일에게 유독 약했다. [누나. 딱 일주일만 실례할게, 응? 제발, 제발, 제발….] 카일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일주일 동안 대리 출근을 하게 되는 카일리. 문제는 그 회사가 오메가 출입 금지로 유명하다는 것, 그리고 사장은 극우성 알파로 더 유명한 그 노아 매카스터. 젊고 섹시한 건 물론, 세계적인 재력가로 손꼽히는 데다 깨끗한 사생활까지. 그의 실체에 근접할수록, 오메가란 사실을 숨기고 시작한 카일리의 일주일은 걷잡을 수 없어지는데...... “저, 미스터 매카스터. 무슨 문제라도….” “이상할 정도로 좋은 냄새가 나는데.” 그 이후로 카일리는 점점 이상한 지시를 받게 된다. [미스터 매카스터의 특별 지시입니다. 오늘 6시 35분까지 보낸 주소로 출근하세요.] *** “내가 지금 남자 새끼 엉덩이를 주무르고 있는 건가, 응? 확실해?” 복부를 누르고 있는 성기가 꿈틀거리더니 뜨겁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카일리의 복부를 쿡쿡 쑤시며 부피를 키웠다. 확연하고 선명하게,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안 봐도 돼.” 아래를 향해 굴러 내려가려는 카일리의 눈동자를 차가운 목소리가 잡아 세웠다. “섰으니까.” “아.” 매카스터는 여자의 작은 턱을 쥐고 슬쩍 들어 올렸다. “살은 매끈하고 냄새는 좆이 벌떡 설 만큼 좋고. 알파 새끼 주제에 역겹지도 않고…. 이상하잖아, 미스터 와이즈?” 소름이 돋았다.
단우는 행복했다. 편모 가정이긴 했으나 어머니 윤희는 아버지의 부재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그녀를 사랑해 주었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 최단우의 인생에 운석이 떨어졌다. 윤희의 삶이 망가지고 찢어져 버렸다. 윤희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여자의 인생도 그랬다. 망가지고 찢어졌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망가진 여자 앞에 레인이 나타났다. ‘죽여 주는 남자.’ 대륜항 사람이라면 남자를 다들 그렇게 불렀다. 단우는 궁금했다. 정말…… 정말 그가 사람을 죽여 주는지. 그녀에겐 꼭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었기에. * * * “아, 아저씨가 죽여 주는 남자예요?” “그러는 넌 누군데.” “단우요. 최단우.”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누굴 죽이고 싶은데.”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과연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말이다. *본 작품에는 범죄와 관련하여 강도 높은 폭력 묘사 및 호불호 강한 소재가 등장합니다. 도서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본 작품에 등장하는 설정과 배경은 모두 허구이며 작품 내 등장하는 지역, 인물, 단체는 사실과 관련이 없습니다.
※ 본 도서의 외전은 동물의 성행위 묘사 등 호불호가 나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매에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테리아 왕국의 사랑스러운 공주, 플로넬라. 어느 날 갑자기 영문도 모르고 켈타의 황제에게 청혼받게 되는데…. ‘켈타의 황제는 거인족의 후예라던데?’ ‘공주님, 첫날밤에 큰일 나시는 거 아닐까?’ 첫날밤을 앞둔 플로넬라의 귓가에 시녀들의 잡담이 자꾸만 맴돌았다. “진짜 거인은 아닐 거야…. 거인족의 후예랬어, 후예. 그냥 조금 더 크고, 조금 더 튼튼할 뿐인 거야.” 그러나 그녀의 기대를 저버리듯,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사내가 나타났다. 황제는 정말로 어마어마하게 컸다. 순간 플로넬라를 집어삼키는 그림자에 놀라서 주춤 뒤로 물러났을 정도로. “아….” 플로넬라는 푸른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으로 입술을 틀어막고 말았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 “안타깝게도 공주가 나랑 밤을 보내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할지도 몰라.” “…왜요?” 클레망은 느른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플로넬라는 커다란 가슴 근육이 꿈틀거리는 것에 정신이 팔려 그의 말을 놓치고 말았다. “…있으리라고 생각하나?” “네?” 짙은 고동색 눈동자가 플로넬라를 아주 곧게 바라보고 있었다. “내 자지가 당신의 좁은 구멍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나?” 생각지도 못한 현실적인 질문에 푸른 눈동자가 절로 남자의 고간으로 향했다. “아, 그건….” 수건으로 가리고 있지만 아주 묵직함이 느껴진다. “난 켈타 성인 남성치고도 키가 아주 큰 편이야. 그리고 팔도 발도 모두 크지.” 남자의 성기가 수건 밑에서 꿈틀거리자 플로넬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내 말, 무슨 말인지 이해했나?”
전도유망한 축구 선수이자 대한민국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 하태수. 월드컵을 위해 귀국하자마자 스캔들을 몰고다니는 그는 바로 정한샘의 소꿉친구다. ‘나, 나 너 좋아….’ ‘선 넘지 마, 정한샘.’ 어언 짝사랑만 십 년째. 진작 차이기까지 했는데도 이 긴 짝사랑을 끝내는 게 뭐가 이렇게 어려운지, 태수는 한샘의 조그만 머리통 속을 시도때도 없이 점령했다. [하태수, 이번엔 아이돌?] [하태수, 가수에 이어…? 이번엔 영화배우!] “그러니까 이제 됐어, 한샘. 그만하자, 정한샘.” 태수에게 바람을 맞고 생일을 홀로 보낸 한샘은 태수를 향한 짝사랑을 드디어 포기하기로 결심한다. 더는 그를 특별히 여기지 않기로, 하태수가 자신을 여자로 봐주는 날을 기대하지 않기로. 그런 날은 오지 않을 테니까. * 이상하다. 해바라기가 태양을 찾듯 자신만을 향하던 정한샘의 눈동자가 다른 곳을 향한다. 정한샘이 다른 새끼를 쳐다보는 걸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감히 다른 새끼가 정한샘에게 손을 대는 걸, 견딜 자신이 없었다. 태수는 한샘을 놓을 수가 없었다. 다른 새끼에게 보내려고 그간 그녀를 애지중지한 것이 아니었다. 이대로 멍청하게 한샘을 놓칠 생각이, 그에겐 티끌만큼도 없었다. 하태수는 정한샘을 가질 거고, 절대 잃어버리지 않을 거니까. 놓치지 않을 거니까. 《소꿉친구를 사랑해도 되나요?》
*본 작품에는 폭력과 관련한 소재 및 호불호 강한 소재가 등장합니다. 도서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본 작품에 등장하는 설정과 배경은 모두 허구이며 작품 내 등장하는 지역, 인물, 단체는 사실과 관련이 없습니다. 과거 민영의 어머니를 구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으로 최인하와 약혼했던 민영은 지금, 약혼을 끝낼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예비 시부모와의 불화에 인하의 폭행과 외도가 더해지자 민영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런 민영에게 최인하의 20년 지기, 이우진이 나타났다. 모델이 되어 볼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과 함께. * * * “말해 주지 그랬어, 당신 약혼자에게.” “우, 우진 씨.” 민영의 목소리가 발발 떨렸다. “그 조각은 이우진의 불결하고 저열한 머릿속이라고 알려 주지 그랬어. 김민영을 만지고 김민영 안에 들어가고 싶은 욕망이라고.” 우진은 그녀의 작은 콧방울에 가볍게 입맞춤을 남겼다. “그러지…… 그러지 마요.” “웃기네. 7년을 옆에 두고 봤으면서 약혼녀 몸을 못 알아보는 것도.” 그의 얼굴이 가까워질수록 민영은 목을 뒤로 길게 뺐다. 하지만 그는 미약한 움직임을 작게 비웃으며 가는 목에 입술을 미끄러뜨렸다. “읏.” 마른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내 머릿속에는 실제로 그런 것밖에 없거든.” “하으…….” 당장이라도 신음이 새어 나올 것 같은 느낌에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당신 안으로 들어가는 것 말고는 없어. 당신 몸은 만지지 않아도, 여기 들어 있는 기억만으로도 조각할 수 있고.” “제발 그만해요.” 목덜미에 코를 박고 향기를 마시고 있던 우진이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친 그녀가 반사적으로 시선을 피하자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당신도 상상했나?” “그, 그런 게 아니라…….” “그런데 왜 내 눈을 못 쳐다봐.” 남자의 목소리에 민영의 떨림이 잦아들었다. “나랑 꼭 더러운 짓 한 사람처럼, 왜, 내 눈을 못 쳐다보냐고.”
※본 작품에는 자보 드립, 더티토크, 다른 여성과의 관계 등의 키워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안녕, 애기야. 지옥도에서 살아난 기분이 어때.” 부친은 도박 빚을 지고 지원의 눈앞에서 모친을 살해했다. 지원의 목을 조르고는 그대로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내가 네 아빠에게 빚진 게 하나 있어.” 순식간에 가족을 잃고 눈을 뜬 지원의 앞에 남자가 나타났다. “뒤진 놈은 아무 말도 못 할 테니 입 싹 닦으려다가 착한 짓 좀 해볼까 하고 널 데려온 거야. 나도 은혜라는 걸 갚아야 하지 않겠냐, 응? 넌 내가 짐승 새끼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증거 같은 거지. 이해했고?” 검은색 속에 일렁이는 푸른 잔재가 자꾸만 지원의 눈길을 붙잡았다. 검은색인지 푸른색인지 알 길 없는 기이한 빛깔의 눈동자. “아저씨는…. 아저씨는 이름이 뭐예요?” “지은도.” 지원은 환하게 웃었다. 지은도. 지은도…, 지은도. 나의 구원자. “너 고장 났구나.” “나 아저씨 사랑해도, 돼요?” “네가 하고 싶은 게 사랑이면, 해.”
“원래 오지랖이 넓은 편? 아니면 불쌍한 걸 못 지나치는 편?” 어쩌면 위급함을 느껴야 하는 상황인지도 모른다. 야심한 시각, 아무도 없는 공원 뒷길, 그리고 낯선 남자와 자기 몸을 방어할 수단 하나 없는 여자. “……둘 다 아니에요.” 지독하게 잘생긴 남자가 비스듬히 웃었다. “혹시 불쌍한 거 좋아하면 나 좀 도와줄래?” 무척이나 유혹적인 목소리였다. 시선이 얽혔다. “나 지금 좀 불쌍한데.” “……그래요, 그럼.” 여태까지 살아온 길을 부정하는, 파격적이고 설명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녀조차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섬은 그 불쌍한 것을 집에, 아니, 그녀의 인생에 들이기로 마음먹었다. ……불쌍하니까. 그리고 얼마 후, 그녀는 그 불쌍한 개를 잃었다. 그리고 병들었다. 병명은 펫 로스 증후군. 그녀를 더욱 절망시키는 건, 그 짧은 순간에 이다지도 깊이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별 볼 일 없고 가진 것도 하나 없는 불쌍한 여자 민이연. 그런 이연이 세상에서 가장 조용하게, 심지어 그녀 본인도 가끔은 잊을 정도로 고요하게 몰래 좋아하는 단 한 사람. 차서원. 소진을 대신해서 나간 선 자리에서 만난 남자는 멀리서 바라보던 때보다 훨씬 더 날카롭고 거칠었다. “내가 강소진 씨에게 흥미를 느낄 만한 게 있다고 생각합니까? 뭐, 몸이라도 던질 생각이었나.” 마치 의중을 읽는 듯 날카로운 시선이 그녀에게 쏟아졌다. 어찌나 날카롭고 차가운지 시선이 향하는 곳이 어디인지 느껴질 정도였다. 이마, 콧대, 그리고 턱에서 목을 타고 내려와 셔츠에 가려진 가슴과 골반까지……. 이연도 알았다. 지금 서원은 그녀에게 불쾌감을 주려고 했다는 걸. 하지만 그는 알까? 이연은 그가 보낸 모욕에 가까운 시선조차 가슴이 떨릴 만큼 좋았다는 걸. “……흥미가 생기세요?” 그래서였다. 또 다른 것을 넘보기 시작한 건. 오늘이 지나면 차서원이라는 남자와 다시는 마주 볼 일이 없으리라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뭐, 볼만합니다. ……제법.” 그래서 욕심이 났다. 조소가 섞인 눈빛이라는 걸 모르지 않음에도.
가족의 사업을 위해 태산의 폭군, 구태경과 원치 않는 약혼을 하게 된 주아. 주아는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맞서지 못했다는 죄목 하나로, 사고로 죽어 버린 약혼자의 죄를 덮어쓰고 음주 운전 가해자가 되었다. “나랑 섹스할래요?” “천박해.” “그럼 나랑 사랑할래요?” 사고에 대한 후유증으로 환상통에 젖어 죽지 못해 살아가던 주아. 그런 그녀에게 다정하고 아름다운 남자, 정세온이 다가온다. “세온 씨, 아파요. 너무 아파요.” “쉬, 괜찮아요. 주아 씨, 다 괜찮아요.” 온몸을 불사를 것 같던 환상통은 남자의 커다랗고 투박한 손바닥 아래 뾰족한 가시를 뉜다. 그것은 실로 기이한 경험이었다. 고통이 점멸하다가 순식간에 툭 사라지는. “나한테 왜 이래요?” “예뻐서. 한주아 씨가 벗겨 먹고 싶을 정도로 예뻐서.” 아름답고 말간 얼굴 뒤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이 남자는 나를 구하러 온 구원자일까, 아니면…….
평범한 대학생 이지예는 어느날 가이드로 발현했다. 그것도 전 세계에 한 명뿐인 트리플 S급 가이드로. “여긴 연구소 같은 곳인가요? 아니면…….” “미스터 바르비에리의 저택입니다.” 정신 차려 보니 낯선 곳에 떨어진 지예는 세상에 존재하는 단 한 명의 트리플 S급 에스퍼 주세페 바르비에리와 만난다. “아, 저는…….” “이지예. 알아. 당신이 각성한 걸 세상에서 가장 먼저 느낀 사람이 나일 테니까.” 처음 가이드를 만난 주세페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지예를 갈망한다. 자제하지 못한다면 자신을 쏴 버리라며 총까지 쥐여 주는데……. “내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쏴.” 경험이 없는 지예는 성적으로 완전히 무지한 상태였음에도 남자의 온몸에서 흘러내리는 강력한 성적 사인을 읽었다. “날 가이딩하겠다고 나선 가이드는 네가 처음이라. 나도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 ……그것을 거부할 의지 같은 건 지금 그녀에게 남아 있지 않았다.
“감도가 좋군. 한 번 시험해 볼 필요는 있겠어.” 대륙에서 가장 강한 에스퍼라고 불리는 전장의 학살자. 황제마저도 어쩌지 못한다는 막강한 권력을 지닌 제노비우스 임페트라즈 대공. 그가 에비나 시올리에르에게 은밀한 제안을 해 왔다. “어때.” 에비나의 금빛 눈동자가 바르르 떨렸다. “구질구질하고 지긋지긋한 삶에서 벗어날 기회가.” 환장하도록 좋았다. 목덜미가 오싹오싹할 지경이었다. “내가 시키는 거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나?” “할 수 있어요.” 끔찍하고 역겨운 데라이즈 자작만 그녀의 인생에서 사라진다면……. 대공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아주 좋아. 귀찮게 굴까 봐 걱정했는데 시원시원하군.” 그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졌다. 코끝이 맞닿고 입술이 닿을락 말락 한 가까운 거리였다. 에비나가 고개를 돌렸다. “약속 이행이 먼저예요.” “좋아. 약속 이행 먼저, 명심하지. ” *** “레이디 시올리에르.” “……대공 전하.” “자작 부인에서 벗어난 소감은?” 데라이즈 자작이 죽었다. 그리고 제노비우스는 약속을 지켰다. “내게 줄 것이 있는 것 같은데.” 그는 베일 안에 숨겨진 에비나의 눈동자를 정확히 직시하고 있었다.
하루아침에 엄마가 사라졌다. 수상한 수도세, 욕실 벽에 튄 피, 어느 날부터 늘어난 노끈과 비료 포대. 엄마의 행방을 찾으며 양부를 의심하던 중. 왕자님처럼 아름답고 다정한 남자, 문태하가 지수에게 접근했다. “네 엄마는 대체 어디로 갔을까. 지수야, 궁금하지 않아?” 마치 엄마가 어디로 갔는지 아는 것처럼.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뭔지 궁금하지 않아?” “…엄마 이야기, 너 분명 뭔가 아는 거지.” 메두사는 미려하게 웃었다. 분명 눈앞의 문태하는 다정하건만, 이상하게도 위험하고 아슬아슬하게 느껴졌다. 그녀의 생존 본능이 당장 도망치라고 소리쳤다. “그동안 내 비위나 잘 맞춰 봐, 지수야. 예쁘게.” “…….” “어디 가지 말고, 도망갈 생각 하지 말고.” 메두사의 웃음을 목격하고 사지가 점차 굳어서 석화되는 것을 느끼는 사람의 심정이었다.
#남매근친 #강압적관계 #나쁜남자 #처연녀 #고수위 황혼 네 뒤편에는 무엇이 있느냐. 너는 대체 무엇을 감추고 있느냐. 아아, 내 사랑하는 이인가? “론도. 나를 보거라.” 커다란 사내는 손을 들어 달달 떨고 있는 소르디아의 턱을 세게 잡아 입을 벌렸다. 그의 시선이 여자의 분홍빛 잇몸과 혀, 그리고 새하얀 이를 탐욕스럽게 훑었다. “대답.” “네, 네. 오라버니, 흐읏…….” 굴욕적인 복종에 소르디아는 입술을 깨물고 흐느꼈다. “하…… 정말 말을 안 듣는구나, 론도.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아, 아니에요! 제, 제가 잘, 잘못했어요.” 소르디아는 가슴 앞에 두 손을 모으고 싹싹 빌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그의 앞에서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다. 그것을 바라보는 눈동자는 반대로 점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것도 알지 못하고, 소르디아는 고개를 연신 저으며 절박하게 사정했다. “헬리오스, 제가, 제가 잘못했어요! 헬리오스. 제발……. 오라버니라고 부르지 않을게. 제발, 응?”
어릴 적부터 골반 신경 이상으로 PGAD를 겪고 있는 나래. 병으로 인하여 가족도 해체되고 홀로 남아 겨우 근근이 살아가는 중에 한태준을 만났다. 갑자기 혜성처럼 그녀의 인생에 나타난 남자. 믿고 싶지 않았지만 절박한 인생에서 매달릴 수 있는 사람은 한태준뿐이었다. 그렇게 상처 입은 짐승처럼 남자에게 매달리는데. 남자가 자신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나래는 배신감에 시달리고 남자를 떠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태준은 나래를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난 요즘 너처럼 불길한 것도 없는 것 같아.” 평생을 들어 온 그 말. 엄마가 죽은 날, 유주는 그 말을 부정하며 처음으로 자신의 직감을 무시했다. 탕- 그리고 목격하게 된 살해 현장과 한 남자. “원래 위험한 걸 좋아하나?" 도망가, 어서! 유주의 머릿속에서 쉬지 않고 울려 대는 사이렌. “지옥에 온 걸 환영해." "아....... " "이곳이 지옥이라는 걸 몸속 깊이 새겨 줄게.” 그저 살려만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유주는 그와 함께라면 기꺼이 지옥을 헤매고 싶어졌다. 유황불이 활활 피어오르는 곳이라고 해도.
YOO 그룹의 혼외자이자, 불치병인 ALD를 앓는 동생을 둔 유지현. 어느 날 하도급 업체에서 YOO그룹에 맞선을 제안하고, YOO 그룹 일가는 장녀 윤주 대신 지현을 그 자리에 내보낸다. 하지만, 뜻밖에도 그곳에서 마주한 것은 K그룹의 강해준 본부장. 그는 윤주가 아닌 지현을 기다린 게 맞다며, 뜻밖의 거래를 제안한다. 해준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의 아내가 된 지현. 지현은 한 침대에서 몸을 맞댈 때를 제외하면 제 곁에 머무르지 않는 남자를 사랑하게 되지만, 3년 후, 동생의 죽음을 마주한 후 무거운 결단을 내리게 되는데……. *** “난 말 잘 듣는 아내가 필요해요. 예를 들어 당신 같은. 어디 비빌 데라고는 나밖에 없고 도움을 요청할 데도 없는 그런 간절한 여자. 적절히 교양 있고 눈치 잘 보는 그런 여자.” 해준은 다시 한번 덧붙였다. “쓸모 있는 아내.” 남자가 그녀를 테이블 위에 앉혀 놓은 이유가 그거라면 조금 비참했다. 그리고 동시에 우스웠다. “유지현 씨, 매력적인 여자인 거 압니까? 딱 내가 좋아하는 거 다 모아놓았어요. 신기하게.” 커피를 마시는 남자의 눈동자가 여자의 새하얀 이마와 뺨을 스쳐 다시 어깨를 매만졌다. 팔뚝으로 내려와 종아리를 타고 발끝으로 떨어졌다. "당신이랑 나, 잘 맞을 것 같거든." 남자는 굵은 허벅지에 손깍지를 끼고 지현의 눈동자를 직시했다. "여러 모로."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 본 도서의 외전은 동물의 성행위 묘사 등 호불호가 나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매에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테리아 왕국의 사랑스러운 공주, 플로넬라. 어느 날 갑자기 영문도 모르고 켈타의 황제에게 청혼받게 되는데…. ‘켈타의 황제는 거인족의 후예라던데?’ ‘공주님, 첫날밤에 큰일 나시는 거 아닐까?’ 첫날밤을 앞둔 플로넬라의 귓가에 시녀들의 잡담이 자꾸만 맴돌았다. “진짜 거인은 아닐 거야…. 거인족의 후예랬어, 후예. 그냥 조금 더 크고, 조금 더 튼튼할 뿐인 거야.” 그러나 그녀의 기대를 저버리듯,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사내가 나타났다. 황제는 정말로 어마어마하게 컸다. 순간 플로넬라를 집어삼키는 그림자에 놀라서 주춤 뒤로 물러났을 정도로. “아….” 플로넬라는 푸른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으로 입술을 틀어막고 말았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 “안타깝게도 공주가 나랑 밤을 보내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할지도 몰라.” “…왜요?” 클레망은 느른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플로넬라는 커다란 가슴 근육이 꿈틀거리는 것에 정신이 팔려 그의 말을 놓치고 말았다. “…있으리라고 생각하나?” “네?” 짙은 고동색 눈동자가 플로넬라를 아주 곧게 바라보고 있었다. “내 자지가 당신의 좁은 구멍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나?” 생각지도 못한 현실적인 질문에 푸른 눈동자가 절로 남자의 고간으로 향했다. “아, 그건….” 수건으로 가리고 있지만 아주 묵직함이 느껴진다. “난 켈타 성인 남성치고도 키가 아주 큰 편이야. 그리고 팔도 발도 모두 크지.” 남자의 성기가 수건 밑에서 꿈틀거리자 플로넬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내 말, 무슨 말인지 이해했나?”
“그날.” 어둠 속이지만 남자의 시선은 선명하게 느껴졌다. “왜 나 버렸어.” “…네?” 어릴 적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고 사랑에 회의적인 서인은 20대 끝자락에 운명적으로 나타난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그런데 그 남자가 어릴 때 그녀가 졸졸 따라다니던 오빠일 줄이야. “서인아.” 왜 매달리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남자와의 하룻밤은 무척이나 달았다. “버렸잖아, 네가.” 다시 재회한 한우경은 달아도 너무 달았다.
*본 작품에는 인외존재 등 호불호 강한 소재가 등장합니다. 도서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오래전부터 북쪽을 둘러싼 백호산(白虎山)의 비호를 받아 온 해주 땅, 그러나 욕심 많은 인간들에 의해 산군 백호가 사냥당하고, 때마침 해산하던 새끼들 역시 목숨을 잃는다. 그때 형제들 틈에서 살아남은 저주의 상징 흑호의 한 맺힌 포효와 동시에 해주 땅이 썩어 가고, 사람들은 떠나가 버려진 지 천 년이 흐른 뒤. 조용하던 백호산에 돌연 한 여자가 들어온다. [어디서 인간 따위가 발을 들여!] “흑호님. 제발 좀…… 저를 죽여 주시어요.” 눈이 내리는 날 태어나 설희라 불린 여자는 기이할 만큼 모두들 제 이름을 쉽게 잊는다. 게다가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몇 번이나 죽으려 해도 죽지 못하는 운명을 비관하고 백호산에 들어가 흑호에게 죽여 달라 빌었는데, 오히려 그런 설희를 비웃듯 흑호는 그녀를 살려 둔다. 갑자기 제게 나타난 계집에게 호기심을 느끼던 흑호는 어느 날 사냥꾼에 의해 심하게 다친 그녀를 돌보고, 설희는 외간 남자로 변해 나타난 그에게 ‘현호’라는 이름을 붙여 주며 그와 정을 쌓기 시작하는데…….
‘감히 신도 나를 비난할 수는 없으리라.’ 서른둘의 겨울, 희재는 많이 아팠다. 부모가 남편의 손에 구속 수감되었고, 남편의 내연녀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아이를 잃었다. 10년 만에 찾아온 아이를. “결코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거야. 다시 태어나도.” 그렇게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눈을 뜨니, 스물둘의 봄이었다. 무려 10년을 거슬러 올라왔다. 복수, 남은 건 오로지 복수뿐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도영을 만나러 간 희재는 이상하게 도영의 흔적보다는 지난 생에서 시숙이었던 도준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이 사랑에 빠졌던 남자는 백도준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녀, 그녀는 도준에게 먼저 접근하기로 한다. “나 자극하지 말지, 채희재. 진짜 구미가 당기니까.” 도준은 처음 본 희재가 낯설지 않다. 어쩐지 마음이 아프고 아리었다. 가슴이 벅차고 두근댔다. 뭔가 희재에게 꿍꿍이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기꺼이 몸을 던지기로 한다. 그런 그에게 가장 걱정되는 건 자신의 것이라면 기를 쓰고 달려드는, 쌍둥이처럼 닮은 이복동생 백도영이었다. 그는 자신이 이때까지 조금이라도 아꼈던 건 모두 가져가서 망가뜨렸으니까. “뭐, 어때. 별의별 거 다 맞춘 사이에, 응?” 백도영은 역시나 백도준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자 채희재 앞에 나타났다. 도준의 마음에 빠져 복수를 잊고 흔들리던 그녀는 백도영의 뻔뻔하고 방종한 작태를 보고 복수에 대한 열의를 다시 깨닫고 만다. 그녀는 복수를 위해, 도준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도영을 유혹해서 망가뜨리기 위해 계속 그와 어울릴 수밖에 없는 희재,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는 도준. 그는 도영에게 접근하는 채희재를 이상하게 놓고 싶지 않다. 꺼내 올리고 싶다. 도준은 점점 더 희재에게 매달리게 된다. “채희재,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도준은 희재가 가는 곳곳마다 나타나 제동을 건다. 도영이 참석하는 질 나쁜 파티에서 곤경에 처한 희재 앞에 나타난 사람도, 바로 도준이었다. 그는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여자 앞에서 바르고 점잖은 남자의 낯을 던져 버리고 맹수의 눈빛을 번득인다. “채희재, 백도영 하나면 되는 건가? 백도영을 망가뜨리고 싶어? 똑바로 이야기해.” “똑바로 이야기해요? 정말 그걸 원해요? 내가 뭘 원하는지 알면 감당할 자신은 있어요?”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는 듯, 건조한 미소를 짓는 희재에게서 도준은 누군가가 겹쳐 보인다. 그녀가 망가뜨리길 원하는 걸 자신이 모두 없애 준다면, 그러면 그녀는 행복해질까. 그렇다면 그렇게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본 작품에는 뱀의 짝짓기를 연상케 하는 요소(두 개인 성기, 산란 등) 외에도 항문 성교, 모유플, 볼버스팅과 같이 호불호가 나뉘는 키워드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비비아나 도에테는 가문의 부흥을 위해 살아왔다. 신관이 되기 위해 엄격하게 통제된 삶, 정결과 무욕을 강요하는 이 지긋지긋한 집안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죽어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기회는 그녀의 난봉꾼 오라비 로하넬에 의해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아들의 노름빚을 감당할 수 없게 된 백작 부부가 비비아나를 결혼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절벽 위 꽃을 신부로 사들이기 위해 많은 이들이 지참금을 챙겨 도에테가로 몰려들었다. 그중에는 저주받았다, 흉흉한 말들이 떠도는 빈홀프 공작의 사람도 있었다. 「첫째, 비비아나(이하 갑)는 나흘에 한 번, 지정된 곳에서 밤을 보낸다. 그 후 사흘 동안 블랙 우드 숲의 호수에 몸을 담가 몸을 씻어 낸다. 둘째, 백 번의 밤을 보내고 나서 클로비스 빈홀프(이하 을)와 결혼식을 올린다. 그전까지 갑과 을은 만날 수 없다. 셋째, 갑은 어떤 일이 있어도 공작가를 떠날 수 없다.」 내밀어진 조건들이 묘했으나, 비비아나는 기쁘게 받아들인다. 묘한 곳에서 발가벗은 채, 누군가 지켜보는 것 같은 시선을 느끼며 98번의 밤을 보냈다. 그렇게 99번째 밤을 앞둔 어느 날, 평소처럼 몸 정화를 위해 블랙 우드 숲을 찾은 그녀의 앞에 한 노파가 나타난다. ‘뱀 비린내가 진동을 합니다, 아가씨.’ 수상한 노파의 한마디는 비비아나의 가슴 속에 잠들어 있던 불안감을 깨우는데…. * 검은 눈동자를 가까이에서 마주한 비비아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눈동자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그 깊은 어둠은 그녀를 삼키고 안온하고 고요한 침묵으로 감싸줄 것 같았다. 서늘한 입술이 또다시 그녀의 뺨을 쓸었다. ‘하….’ 그녀는 눈을 감고 매끄럽고 부드러운 촉감을 즐겼다. 남자가 귓가에서 쿡쿡 웃음을 짓자, 부드러운 숨결이 그녀의 귓바퀴를 쓸고 귓구멍을 훑었다. 귓가에 솜털이 바짝 섰다. ‘너무 오래 기다렸어.’ 남자의 목소리는 낮고 은밀해서 등허리가 간질간질할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나, 나를요?’ ‘그래, 너를. 내 암컷.’ 가슴을 움켜쥐는 손길에 기꺼이 복종하고 싶었다.
"그쪽이 손이서입니까?" "네?" "연애용 손이서. 얼굴값 하는 손이서? 저 쪽에서 그렇게 떠들길래." 4월의 어느 날, 무시무시하게 잘 생긴 남자가 이서의 카페에 나타났다. 고작 한 번의 만남인 줄 알았는데 남자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시 나타났다. "나, 기억 안 납니까?" 이서는 확신할 수 없었다. 사고로 인해 잃은 기억 속에 남자가 있는지 알 수 없으니까. "큰일 났네." 그는 한 쪽 입꼬리를 슬쩍 말아올렸다. "이러면 빌어먹을 짓을 하고 싶어지는데." 순간 이서는 자신을 휘감는 압도적인 감각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주진혁은 위험했다. 머릿속에서 사이렌이 울렸다. 하지만 하고 싶었다. 그와 함께라면. 그 빌어먹을 짓이라는 거.
“난 요즘 너처럼 불길한 것도 없는 것 같아.” 평생을 들어 온 그 말. 엄마가 죽은 날, 유주는 그 말을 부정하며 처음으로 자신의 직감을 무시했다. 탕- 그리고 목격하게 된 살해 현장과 한 남자. “원래 위험한 걸 좋아하나?" 도망가, 어서! 유주의 머릿속에서 쉬지 않고 울려 대는 사이렌. “지옥에 온 걸 환영해." "아....... " "이곳이 지옥이라는 걸 몸속 깊이 새겨 줄게.” 그저 살려만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유주는 그와 함께라면 기꺼이 지옥을 헤매고 싶어졌다. 유황불이 활활 피어오르는 곳이라고 해도.
혼인한 지 여덟 해가 흐른 오늘, 나는 처음으로 남편에게 밤을 구걸했다. “저를 안아 주세요, 장군.” 무감하고 차갑기만 하던 남편의 검은 두 눈에 의문과 짜증, 선명한 열기가 아른거렸다. “왜. 8년 동안 방치하던 아내 놀음이 인제 와서 하고 싶던가.” 그의 거대한 몸이 고작 나 따위에게 반응한다. 느긋하게, 아래위로. “그도 아니면, 이제 사내 좆이 궁금해지기라도 했나.” 나의 창백한 몸이 투박한 손에 붙잡혀 흐느낀다.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가냘프게. “어디 겁도 없이.” 당신은 모른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당신 앞에 서 있는지. 당신에게 구걸한 이 밤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해당 작품은 애니멀 플레이를 포함한 SM 요소가 내용 초반 담겨 있습니다. 이용 시, 참고 바랍니다. - 남자는 위험했다. 나른하고 무미건조한 눈빛은 거칠지만 아름다웠다. “하룻밤에 백만 원이면 이천 번, 이백만 원이면 천 번…. 얼추 오 년 안에는 전부 다 갚겠지만 밑이 헐어서 걸을 때마다 쓰릴 거예요, 그렇죠?” 22억이라는 거액의 빚을 남기고 사라진 부모님, 아픈 동생. 유현은 모든 것이 갑작스러웠다. 두렵고 절망스러웠다. 유현은 저도 모르게 떨리는 두 손을 맞잡았다. 뭐라도 잡을 것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질지도 모른다. “나한테 팔아 보는 건 어때요.” 그는 마치 사냥을 앞둔 거대한 짐승처럼 정제된 눈빛을 반짝이며 유현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네?” 남자는 손끝으로 그녀의 목덜미를 따라 선을 그리더니 턱을 부드럽게 들어 올렸다. 눈이 마주친 순간, 유현은 장마가 내리는 덥고 습한 계절이 된 것처럼 꿉꿉하고 축축한 비 냄새를 맡았다. 아스팔트가 젖어 가는 바로 그 냄새. 거친 엄지가 그녀의 아랫입술을 꾹 누르더니 슬쩍 문질러 발간 흔적을 남겼다. “나한테 팔아 보라고. 내가 비싼 값에 사 줄 테니.” 이토록 고상하고 우아한 위협이라니…. 한바탕 폭우가 쏟아질 것처럼, 하늘이 거칠게 요동치고 검은 구름은 젖은 냄새를 풍기며 빠르게 몰려오고 있었다. 유현은 기꺼이 폭풍우 속으로 뛰어들기로 했다. 비록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이 흠뻑 젖더라도. 주해욱은 여름 장마 같은 남자다.
※본 소설 속에 등장하는 지명, 인물명은 모두 허구이며 실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도서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푸른 다도해에 있는 섬마을 문앵리의 홍반장, 윤연주. 말도 없이 사라졌던 첫사랑 정지혁이 문앵리로 돌아왔다. 한층 더 멋있고 가슴 설레는 모습으로. “결혼했어요?” “아니.” “그럴 줄 알았어.” “뭐가.” “선배 말이에요. 선배는 외롭게 늙어 죽을 것 같았어.” 지혁은 의미 모를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10년 전에도 그랬다. 10년 전에도 꼭 지금과 같은 눈동자로 연주를 바라보며 사람 혼을 다 빼 놓았다. 그래 놓고 말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선배, 옆 사람한테 정 안 주잖아요. 분명 여자 친구한테도 다 차였을 거야.” 10년 만에 만난 상대에게 하기에는 맥락도 없고 무례하지만, 좀 용서해 주길. 왜냐하면 열여덟 살의 연주는 정말로 정지혁을 많이 좋아했고, 그래서 말도 없이 그가 사라지고 나서 정말 많이, 제법 오래 아팠으니까. *** 지혁의 눈동자에는 이상하게도 절박하고 강박적인 어떤 감정이 들끓었다. 연주가 짐작하기 어려운 그런 감정이. 그녀는 그것이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그리고 알고 싶었다. 이 남자에 대해서 조금 더. “선배.” 연주의 눈동자가 지혁을 향했다. “선배, 혹시 나 좋아해요?” 그녀의 눈동자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지금 딱 느낀 건데요. 나는 선배 좋아하는 것 같아요.” 지혁의 심장도 쿵 내려앉았다. 후끈하고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었다. 음지에 피는 맥문동이 바람을 타고 몸을 흔들어, 보랏빛 물결이 지혁을 향해 달려드는 기분이었다. 마치 윤연주처럼.
이진의 삶은 추웠다. “이진아, 네가 좀 참아줘. 엄마가 지금 행복해. 이렇게 과분한 남자 만나서 사랑받고 살잖아.” 자신의 행복을 위해 이진의 불행을 외면하는 불쌍한 엄마. “내가 어릴 때 사랑을 못 받아서 그래! 엄마가 있는 네가 뭘 알아!” 모정에 대한 결핍을 구실로 패악을 부리는 의붓언니. “부족하지 않게 해줄 테니 허튼 마음은 접고 단념해라. 그게 네 역할이야.” 이 모든 걸 알고도 그녀의 괴로움을 방관하는 새아버지. 엄마의 재혼으로 BM 그룹 회장의 둘째 딸이 되어 풍족한 삶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진은 그 누구에게서도 온기를 느끼지 못했다. *** 여느 때와 같이 의붓언니인 예진의 행패를 이기지 못하고 대신해서 나간 선 자리. “굳이 내 옆에서 애쓰고 노력하는 거, 질색입니다. 문예진 씨는 지금처럼 살아주면 됩니다. 내가 원할 때 이혼해 주면 더 좋고.” 그곳에서 자신을 구속하지 않을 최고의 도피처를 만나게 되었다.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문이진이라고 합니다.” 이진은 운명처럼 다가온 그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었다. “임기혁 이사님이 원하는 모든 걸 맞춰드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문이진 씨에게 물어봅시다. 당신 꿍꿍이는 뭡니까?” “문씨 집안에서 탈출하는 거요.” 지긋지긋한 이 추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진은 항상 꿈꾸고 있었다. 뜨겁고 환하게 그녀를 밝혀줄 태양 기둥을.
*본 작품에는 범죄와 관련하여 강도 높은 폭력 묘사 및 호불호 강한 소재가 등장합니다. 도서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본 작품에 등장하는 설정과 배경은 모두 허구이며 작품 내 등장하는 지역, 인물, 단체는 사실과 관련이 없습니다. 단우는 행복했다. 편모 가정이긴 했으나 어머니 윤희는 아버지의 부재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그녀를 사랑해 주었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 최단우의 인생에 운석이 떨어졌다. 윤희의 삶이 망가지고 찢어져 버렸다. 윤희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여자의 인생도 그랬다. 망가지고 찢어졌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망가진 여자 앞에 레인이 나타났다. ‘죽여 주는 남자.’ 대륜항 사람이라면 남자를 다들 그렇게 불렀다. 단우는 궁금했다. 정말…… 정말 그가 사람을 죽여 주는지. 그녀에겐 꼭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었기에. * * * “아, 아저씨가 죽여 주는 남자예요?” “그러는 넌 누군데.” “단우요. 최단우.”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누굴 죽이고 싶은데.”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과연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말이다.
5년 전, 지예는 아버지에 의해 억지로 약혼했다. 갑작스러운 파혼도, 이어서 잡힌 맞선도 제 의지가 아니었다. “혹시 안 바쁘면, 나랑 잘래요?” 파혼한 다음 날. 별로 놀아 본 적도 없으면서, 우연히 만난 남자에게 훅 이끌려 원나잇을 한 지예는 간밤의 일을 좋은 기억으로만 남기기로 하고 남자를 떠났는데. 분명 재수 없고 머리가 벗겨지기 일보 직전일 거라 예상했던 맞선남을 보러 나온 자리에 나타난 남자는 며칠 전 원나잇했던 그 남자, 강윤조였다. “내가 싫으면 지금이라도 말해요. 그럼 이 약혼, 파기하겠습니다. 하지만 관심 있다면 무조건 안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우리 처음처럼 시작해 봅시다.” “처음처럼이요?” “네, 시작하는 보통의 연인처럼.” 처음부터 천천히 시작해 보려 하는 두 사람이지만, 그들의 앞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남아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