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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판타지 연하남 키워드 단편집 짐승을 버리던 날-자은향 나는 어린 벙어리 황자의 부인이었다. 그는 고귀한 황가에서 태어난 오점이었고 나는 세상을 뒤집어둔 살인마의 딸이었다. 황실은 그를 조롱하기 위해 나와 혼인시키고 함께 지하실에 던져 넣었다. 그러나 우리는 일 년이 채 되지 않아 생이별을 했다. 그는 죽음이 확정된 전장으로, 나는 어머니에게 아내를 잃은 공작가의 시녀로. 평생 그렇게 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황자는 황가를 도륙하고 황위에 올라, 나를 찾아왔다. 허울뿐인 혼인서류를 든 채로. “끝을 낼 때가 됐어요. 이혼해주세요, 폐하.” “감히 어딜 간다는 건가요, 이자벨. 살아 돌아오면 원하는 건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했잖아요.” 벙어리라더니 못 본 새 청산유수처럼 말하게 된 그는, “원하는 게 생겼어요. 당신을 안고 싶어요.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에서 오로지 그것만 생각했어. 그러니까 이자벨, 약속대로 여기로… 나를 품어 주세요.” 바싹 다가와 내 아랫배를 느리게 쓸며 애절하게 읊조렸다. 죽은 왕자의 초상-마지노선 아직 왕이 존재하고 군은 그들을 지키던 시절. 이네스는 스승을 대신해 베르톤의 왕자 엔리케의 초상화 작업에 착수한다. 그리고 10년 후, 왕실은 쇠퇴했고 군대는 실종된 왕자를 쫓는다. “목숨이 걸린 일이라고 하면 기억력이 좋아질까?” 반군의 장교이자 오만한 낯을 가진 남자, 나단 파르네세. 유일하게 왕자의 얼굴을 안다는 이유로 끌려온 이네스는 그에 의해 10년 전의 초상화를 재현하게 된다. 나단은 감시를 명목으로 이네스를 저택에 가두고, 캔버스의 빈 곳이 줄어들수록 그들 사이의 여백도 점점 좁혀드는데……. *** “엔리케를 찾아내기 전까지 당신은 여기서 못 나가.” “…….” “매일 밤 다리를 벌리고 싶거든 그렇게 해. 혹시 아나? 질리면 놔줄지.” 거절엔 관심이 없다는 듯 남자가 갈증 어린 태도로 내게 입 맞췄다.

완결 여부미완결
에피소드1 권
연령 등급성인

세부 정보

팬덤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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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이용자 수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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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플랫폼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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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은향작가의 다른 작품14

thumnail

시한부 엑스트라의 시간

가문의 후계자도, 귀여움을 받는 쌍둥이 막냇동생도 되지 못한 어중간한 둘째로, 평생 다른 사람들에게 가려진 삶을 살아온 카리나. 어느 날 그녀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고작 1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교류도 없던 약혼자를 무작정 찾아갔다. 그가 그토록 원하던 파혼 서류를 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여기서 1년간 지내고 싶어요." "......미쳤나, 영애?" "대신 파혼해 드릴게요." 하지만 그 때는 알지 못했다. "그대가 자꾸 모르는 척 하려는 것 같아서 확실히 말하지." "네?" "난 그대가 좋아." 대가 없는 관심과 애정을 그에게 받아보게 될 줄은. 그래서 미련없던 삶에 이토록 욕심이 생기게 될 줄은. 자은향 장편 로맨스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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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들에게 키워지는 중입니다

사생아인 줄 알았는데… 생판 남이었다고? 엑스트라로 빙의한 지 1년 만에 내가 곧 쫓겨날 신세라는 걸 알게 됐다. 차라리 내 발로 집을 나가겠다고 했더니, “사실은 이 아이가 내 따님입니다. 그렇지, 따님?” 사이코패스 망나니 공자의 눈에 들어 버렸다? ‘놀이 후에 상대한테 준 돈이 섬 하나를 살 정도였다던데?’ 그에게 어울려 주면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다기에 훌륭히 딸 노릇을 하고, 몇 달 뒤 두둑해진 통장과 함께 자의 반 타의 반 집을 나왔다. “내가 떠나라고 할 때까지 계속 내 곁에 있거라.” 그런데, 나를 놀잇감으로 여기던 아빠가 날 찾아와 붙잡는다. * 아빠의 설득에 가문으로 돌아왔더니 마탑주네 가문과 아빠는 나를 입양하겠다고 싸우고 삼촌과 고모들은 날 지키겠다고 모여들었으며, 미래의 미친놈들이 내게 이상한 집착을 하기 시작했다. “생일 축하한다, 에이린. 오늘부로 네가 가주란다.” 게다가 공작가의 가주 자리가 내 생일 선물이란다. 모든 것이 너무 바라던 대로 이뤄지고 있다. [야, 너 언제까지 처잘 거야? 할머니가 유지 장치 떼 버리라잖아!] [차미소, 너 죽는다고!] 이 목소리는 뭐야? 나, 지금 이대로도 괜찮은 걸까? 자은향 작가 장편 로맨스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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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버려주세요

희귀병에 걸려 죽은 공녀를 대신해 입양 된 아델. 평생을 사랑받기 위해 애썼지만, 여동생이 태어나자마자 버려지고 정략결혼을 하러 가던 길에 의문의 적들에게 암살 당해 죽고 만다. "...혹시 이거 꿈인가?" 그런데 눈을 뜨니, 왜인지 3년 전 과거로 돌아왔다! 어차피 여동생이 태어나면 버려질 운명이기에, 이번 생에서는 마음대로 살아 보려고 하는데 어쩐지 자꾸만 인생이 꼬여간다. "저에게 흥미가 있으셨던 것 아니었습니까?" 게다가 정체불명의 검은 기사는 자꾸만 그녀를 찾아오는데... 자은향 작가의 장편 로맨스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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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쪽이를 주세요

믿었던 동료들에게 배신 당해, 추방 당했다. 복수를 다짐하며 눈을 감았는데, 실로피아와 사사건건 부딪치던 헤이런 제국 공작가의 아기가 되었다? 문제는, "아부우!" "아, 정말 귀찮네. 쪽쪽이나 물고 계세요." 입에 쏙 들어오는 것을 반사적으로 쭙쭙 빨자 눈이 번쩍 뜨였다. '내가 지금까지 뭘 했지?' 쪽쪽이를 물어야 뇌가 굴러간다는 것! 쪽쪽이가 없으면 완전히 머릿속이 꽃밭인 갓난아기 신세다. 대마법사의 헬라 인생에 다시없을 굴욕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극비 정보나 빼내서 돌아가야지.' 누구에게도 눈에 띄지 않고 은밀하게! 셰리나는 오늘도 기둥과 기둥 사이, 나무와 나무 사이를 필사적으로 기어 다닌다. "저건... 대체 누구 자식이냐. 누가 제 자식 관리를 저렇게 해!" 뒤에서 울려 퍼진 노성은, 셰리나의 알 바가 아니었다. 자은향 작가의 장편 로맨스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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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흔적(단독선공개)

세 살이 되던 해 하늘을 날았다. 그걸 본 부모님은 기겁하며 나를 끌어안았다. 내게 능력은 절대 숨기라고 신신당부했다. 왜냐하면 나는 노예였으니까. * 침대에 앉으니 창문 밖이 보였다. 하늘에는 날아가는 새떼가 있었다. 무리를 지어 날아가는 모습이 제법 신기했다. “몇 마리만 똑 떨어져서 구워먹을 순 없으려나.” 고기가 먹고 싶다. 입맛을 다시며 가만히 새를 쳐다봤다. “응?” 날아가던 새떼가 공중에서 멈췄다. 날갯짓을 하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신화라고 전해지는 메두사의 눈을 본 인간처럼 말이다. 날갯짓을 할 수 없게 된 새들의 운명은 생각하는 대로였다. 후두두둑. 투둑. 꺄아아아악!! 창밖으로 여러 가지 소리가 텀을 두고 났다. 천천히 눈을 한 번 깜빡였다. 혹시 몰라 손등으로 눈을 비볐다. 날던 새들은 이미 하늘에 없었다. 창밖을 바라보던 시선을 조심스레 돌렸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각해보니 어제도 일찍 나갔는데 굳이 오늘 늦게 나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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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나니 악녀가 돌아왔다

사형을 선고받고 죽었다. "자네를 악녀로 죽이기엔 조금 아까워 졌다네." "어떤가? 나는 자네에게 기회를 주고 싶은데." 아니,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죽기 직전 나타난 원수같은 놈이 한 말 때문일까? '게런, 이 개새끼가..!' 눈을 뜨니 10년 전 과거였다. 그것도, 다른 세계의! * 이왕 다시 살아났으니, 어쩔 수 없지. 나는 멍청했던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전부 주세요.” “...이걸 전부 사겠다는 겐가?” 원수같은 놈에게 빨대를 꽂아 지갑으로 이용하고, “거, 친구 놈들은 손녀가 살갑게 쇼핑 가자며 애교도 부린다는데.” “그거 그냥 지갑이 필요해서예요.” “…….” “아버지, 연회에 참석하게 됐는데 에스코트해 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지. 근데 나로 괜찮겠느냐?” “네. 그 음침한 외양만 어떻게 해 주신다면요.” 대차게 파탄났던 가족 관계도 훌륭하게 회복했다. “…제가 좋아한다고 하면 로제린을 난감하게 해드리는 걸까요?” “그럼 저희 딱 반년만 사귀어볼까요?” “……예?” 한때 포기했던 연애 사업도 완벽하게 시작했다. 바라던 대로의 완벽한 미래였는데……. “로즈, 네게도 어비스가 있어.” 무능력자인 줄 알았던 내게도 능력이 있단다. 그건 바로…… 자은향 작가 장편 로맨스 판타지, 에서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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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을 부르는 공녀님

괴물을 부르는 공녀님. 어릴 때부터 몬스터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공녀, 아르모니아. 영지에 몰려드는 몬스터의 떼에 그녀는 5살, 괴물들의 숲 ‘월타르 숲’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17년 후, 아르모니아는 제국에서 실시하는 몬스터 토벌을 막기 위해 17년 만에 처음으로 숲에서 나간다. 그녀는 그곳에서, 몬스터를 혐오하는 콧대 높은 재상을 만나게 되는데…. [몬스터에 관해서는 세계 제일인 공녀님과 몬스터 빼고 모든 것에 박식한 재상님 이야기] 1부 표지 일러스트 : ORKA 2부 표지 일러스트 : 조이뿅 비하인드 컷 : 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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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 아기님이 예언을 함

버니, 4세. 보육원 출신. "오늘부터 아가씨를 모시게 된 로덴 하이너라고 합니다." '버니, 드뎌 인생 역전? 공작가 아가씨 돼?!' "이 저택에선 스스로 살아남으셔야 합니다." ……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버니…… 개폭망……." 그래도 훌륭한 천재 버니는 괜찮았다. 왜냐하면 뭐든지 알려주는 '천재 비밀 수첩'이 있었으니까! '아기님, 입양을 가면 꼭 보호자를 만들어야 해요.' "잘생긴 아저씨. 버니! 키울래여? 지금이라면 떠리 판매!" 수첩의 말대로 보호자도 구하고, '방법을 모르겠으면 언제든 비밀 수첩을 열어보세요.' "제국력 887년 5월 18일에 남부 루비아령에서 괴병이 발생해?" 수첩의 말대로 고급 정보도 알려줬다! “내 딸이 좀 꼬물꼬물 귀엽긴 하죠.” “나…… 버니한테는 잡아먹혀도 될 것 같은데…….” “난 버니의 첫째 오빠지. 알겠어? 첫.번.째.오.빠. 라는 거야.” 그렇게 공작가를 함락시킨 버니! 하지만, 버니에게는 사실 또다른 엄청난 비밀이 있었는데! '진짜 귀여워 죽겠네. 이런 애가 대체 왜 악녀 포지션이야.' '절대 사랑을 바라거나 하면 안 돼요. 인간은 다 호구에요! 빨대 꽂아서 쪽쪽!' '……아기님이 훌륭한 어른이 되면 다 알 수 있게 될 거예요.' 과연 버니는 천재 비밀 수첩의 말대로 훌륭한 어른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자은향 작가의 장편 로맨스 판타지, 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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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날로 먹고 싶습니다

꽃다운 나이 27살, 교수의 사탕발림에 넘어가 조교로 굴려지다 과로사해서 죽었다 환생했다. 신이 내가 불쌍해서 환생시켜 줬나 했더니, 이번에는 소설 속 유일한 악녀라고? 운명을 피하고자 15살, 수도원행 마차를 탔다. ……그리고 마른하늘에 불어닥친 토네이도에 휘말려 죽었다. 그런데 이번엔 취업 사기를 당한 조수의 몸에 빙의했단다. X발……? 기왕 살았으니 이번엔 잘 살아보자. …라고 생각한 순간, 이번엔 전쟁이 터졌다. “키엘, 어서 이리 오너라! 내게 안전히 도망갈 묘수가 있다!” “그게 정말입니까? 르멜런 교수님.” “정말이지! 이 나를 못 믿느냐?” “네.” “…….” 악연도 인연이라고 그래도 악덕 고용주의 '도망갈 묘수'를 믿었건만…… “탈출 성공률 1%의 행운을 기대해 보자꾸나, 오늘부로 너와 내 종신계약은 끝이다!! 축하한다!!” 뒤통수나 얻어맞았다. 실험에 미친 교수 새끼를 믿는 게 아니었다. 실패율 99%의 놈의 발명품이 폭발했다. '이제 제발 그만..' 간절한 소망이 무색하게도 나는 다시 한번 눈을 떴다. 내가 없는 동안 누군지 모를 영혼이 온갖 깽판을 쳐놓은 내 두 번째 삶. 세계관 유일의 악녀, 26살이 된 세레나 라베르니아의 몸으로. 이런, X발! 이건 좀 아니잖아요. [축하드립니다, 세계수가 당신을 선택했습니다.] “종교 가입 안 해요.” 그뿐이랴, 이번엔 웬 토끼까지 나를 등쳐먹으려고 한다. [대신 무슨 소원이든 이뤄드려요!] ‘……교수 새끼들을 끌고 와서 노예로 부려 먹을 수 있는 건가?’ ……그래, 등 좀 처먹히면 어떤가. 종교 가입은 못해도, 복수는 해야겠다. 열심히 살았으니, 나도 인생 좀 날로 먹게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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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황녀님

다락방에 갇혀 천치라 불리던 비운의 황녀, 20년 넘게 이어진 가뭄에 그녀는 물의 왕국에 볼모로 바쳐진다. 그러나 그녀는 사실 제국에서 그토록 찾아 헤매던 신의 문양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였다. *** “오늘은 기사단 전체에 정기 훈련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 “퇴근길에는 시장에서 사과도 받았습니다. 아, 사과는 이렇게 생긴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입니다. 이건 빨간색 사과죠.” 페델리우스는 어린아이에게 보여줄 법한 그림을 손에 들고, 먹음직스러운 사과를 반대쪽 손에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내 눈앞에 들이밀며 친절히 설명했다. ‘…그럼 사과가 빨간색이지 다른 색도 있어?’ 나는 한껏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채 페델리우스가 손에 쥐여주는 사과를 황망한 시선으로 내려다봤다. ‘대체 언제까지 이 연기를 계속해야 하지?’ 그렇게 생각하며 마주한 페델리우스의 무표정한 눈빛에 뿌듯함이 엿보였다. 아무래도 그는 나를 가르치는 것이 보람찬 모양이다. 사실 멀쩡한데…. [20년간 연기력만 기른 여주(황녀) X 갑자기 백치 떠맡은 왕국의 남주(기사단장)] 일러스트 By 녹시님 폰트디자인 By 무이무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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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의 포로

때로는 소름 끼치게, 때로는 달콤하게, 때로는 야릇하게 풀어나가는 인기 로맨스 판타지 작가님들의 5인 5색 단편집. - 여름밤의 포로 * 1권. 꽃잎을 벗기듯이 -여도흔 그녀는 얇은 비단옷을 움켜쥐고 단숨을 내뱉었다. 괴롭고, 황홀하고, 아래가 시큰거리고, 뜨겁다. 오금이 저리는 쾌락. “닳고 닳은 유녀도 이렇게 요염하지는 않을 겁니다.” 느껴지는 것은 오로지 쾌락,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소름 끼치는 집착뿐이었다. “나의 이요.” * 2권. 공작님의 백치 황녀 -유소이 소문난 백치 황녀와 권력의 눈밖에 난 공작. 절망뿐이었던 정략결혼. 그러나 황녀는 백치가 아니었고 결혼은 정략결혼이 아니었으니, “저만 야한 거 아니에요. 공작님도 야해 빠졌는걸.” “…미칠 것 같습니다만, 그냥 넣어버려도 괜찮습니까?” 말은 정중했지만, 그는 이미 그의 물건을 밀어넣는 중이었다. * 3권. 지배자 -누노이즈 “선생님과 하고 싶어요.” 숨결이 흐트러지도록 가까이에서 얽힌 밤, 그런 말을 들었다. 아슬아슬하게 입술이 닿지 않는 거리. 소년은 수컷의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시선만으로도 뱃속의 은밀한 곳이 오싹하게 떨려오는 눈빛이었다. * 4권. 괴물이 만난 밤 -자은향 두 괴물의 입술이 살짝 멀어지자 섞인 서로의 타액이 입 안에서 맴돌았다. 그가 그것을 삼키며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그녀를 올려다봤다. “아직도 동하지 않으셨습니까?” 장난스러운 눈동자로 그가 물었다. 상황이 역전됐다는 건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 상황이 기분 나쁘다기보단 꽤 즐거웠다. 자신이 이런 식으로 누군가의 밑에서 신음을 흘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도. “아니. 젖었어.” * 5권. 촛대 아래 신부 -설이수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좋은 신랑감. 예정된 혼약. 그러나 언젠가부터 반복되는 음란하고도 야릇한 꿈. 게다가 그 꿈의 대상은 제 약혼녀가 아니었다. “이건 꿈? 아니면 현실인가?” “그런 게 중요해? 꿈이든 현실이든 넌 내 밑에서 울게 될 텐데.” 일렁이는 불꽃을 눈동자에 고스란히 담아낸 그는, 한계까지 빼냈다가 한계까지 쳐올리며 거친 숨결을 뱉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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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고 가족을 버렸다

"내가 낳은 아이라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어요." 5년 간의 계약 결혼을 끝내고 이혼장을 작성하던 날, 힐리아는 칼리고를 미련 없이 떠났다. 계약 결혼의 부산물처럼 남은 아이를 그에게 남겨둔 채. 힐리아 헤일로스는 누구보다 차갑고 이기적이며 악독한 여자였다. [이건 위자료예요. 내겐 이제 필요 없으니 당신에게 줄게요.] 그녀가 그토록 가지려고 애썼던 남작가를 떠넘기고 자취를 감출 때까지만 해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 * * 힐리아는 아무렇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아이를 떠나는 것도, 설렘을 가져다준 사내를 버리는 것도. "어머니, 리체, 사랑, 안 해도, 대요. 가끔에만, 오께요, 리체가 어머니 더 사랑하께요……." 실제로 그녀는 아무렇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랬을 것이다. 우연히 마주친 아이가 제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로니까……!" 아이의 볼을 타고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힐리아는 두 팔을 벌리고 달려오는 아이에게서 뒷걸음질을 쳤다. 그녀는 좋은 부모가 될 수도, 무언가를 사랑할 수도 없었다. “아가, 세상엔 사랑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단다.” 그래서 그 한마디만 남기고 몸을 돌렸다. 제 앞에 선 진득한 시선을 모른 체하면서. 자은향 작가의 장편 로맨스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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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 영애와 몸종

백작가의 외동딸, 아레나의 몸종으로 태어난 움. ‘주문을 외우면 아가씨는 원하는 걸 손에 쥘 수 있어.’ 단 한 번 베푼 우연한 호의, 그리고 주인과 뒤바뀐 신체. ‘명심해, 친절한 하녀 아가씨. 꿈같은 마법은 1년뿐이야.’ 한순간에 백작 영애가 된 움! 그러나 아레나는 약혼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마음이 바뀌었어, 크리움 영애.” 알로드가 움의 손을 깍지끼며 눈을 한껏 휘어 젖힌 채 웃었다. 그녀의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그 미소의 주인이 저가 아님을 알고 있었음에도. “결혼까지 쭉 진행해도 괜찮겠어.” 속삭이듯 코앞에 닿은 숨결에 움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녀가 몸을 비트는 순간 알로드가 움의 허리를 휘감았다. 다음 순간, 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 주어진 시간은 단 1년! 반드시 그 안에 이곳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마크 트웨인의 소설 에서 기본적인 뼈대가 되는 내용의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표지 일러스트 : 사슴 타이틀 디자인 : 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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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을 버리는 데 실패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웬 소년을 노예라며 던져줬다. 전쟁터에서 구르는 걸 얼굴이 반반해서 주워왔단다. "심장에 인을 새겨 뒀다. 구슬이 있는 한 네 말을 거역하지 못할테니 뭐든 명령해 보렴." "네? 아니 나중에…" 매서운 눈초리에 결국 대충 떠오르는 말을 뱉었다. "아, 앉아!" 내 말을 들은 소년의 시선이 험악해졌다. 아, 너무 개 취급하는 듯한 명령이었나? 아버지가 구슬을 꽉 쥐려는 순간, 소년이 내 발 밑에 무릎 꿇었다. "주인님." 배시시 웃는 얼굴 아래로 붉은 눈동자가 섬뜩하게 번뜩였다. 아빠…. 얘 흑막 중의 흑막. 미래의 대마법사이자 이 세계 최종 보스 아니에요? “자, 이제 너만 남았네. 주인님.” 그리고 그는 22살이 되던 해 마탑의 주인으로 각성하곤 내 집안을 초토화하며 복수했다. “살고 싶어? 그럼, 앉아봐. 주인님.” 섬뜩한 붉은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나한테 왜 그래?!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잘해줬잖아! 자은향 장편 로맨스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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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야수

제국의 시조였던 전설적인 인물 마티나의 죽음으로부터 백 년 후, 마티나는 귀족가의 일개 여식인 아스티나로 환생한다. 전생과 다른 평화로운 일상은 잠시, 아버지의 파산으로 아스티나는 야수의 형상을 한 테리오드 대공에게로 팔려 가게 되는데……. “급소를 쳐서 기절시켰어요. 큰 부상은 아니니 금방 정신을 차리실 겁니다.” “기…… 절시키셨다고요?” 하룻밤에 죽어 나갈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과 달리 그녀는 화려한 검술로 괴물 테리오드를 제압해 애완동물로 길들이기 시작한다. “테오, 앉아.” “컹!” 그런데 테리오드에게 잘 따르는 모습이 기특하다며 짧게 입을 맞춰 준 어느 밤…… “……테오?” 아스티나의 애완동물이…… 사람이 됐다? 결핍된 괴물 남편과 무심한 아내의 본격 조련 로맨스! #환생물 #진짜짐승남 #진짜조련물 #여주가_제일_쎔 #전생에_황제였던_여주 [일러스트] 라펫 [로고 및 표지 디자인] 디자인그룹 헌드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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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 말한 적 없다

데뷔작 ‘불신의 밤’만으로 명실상부한 유명작가 자리에 오른 이주형(수). 은둔하며 공식석상에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에게 어느 날 한 남자가 찾아온다. 대뜸 폭력을 휘두른 남자는 7년 전 이주형과 애인 사이였던 고재준(공), 그리고 ‘불신의 밤’의 원작자다. 고재준은 제 작품을 훔쳐 출간한 이주형에게 분노하지만, 어쩐지 배신감의 원인이 도둑질 때문만은 아닌듯하다. 재회한 두 연인이 서로를 자극하고, 물어뜯으며 점점 지난 이별의 이유가 밝혀지는데……. “이상하지.” 뭐가 이상했을까. 너무 사랑하는 것처럼 굴었을까. 너무 위하는 것처럼 굴었을까. 심장이 바닥에 떨어졌다. 겨우 입을 열어 물었다. “……뭐가.” “입으로는 정 떨어질 소리만 골라서 하는데, 그렇게 원수처럼 굴 수가 없는데.” “…….” “왜 나는 아직 네가 날 사랑하는 것 같지?” 고재준의 숨소리가 가까워졌다. 입술 근처에 그의 숨결이 느껴진다. 그러고는 이내 부드러운 촉감도. 고작 살갗이 맞닿았을 뿐인데 왜 이렇게 뜨거웠을까. 파정의 흔적은 또 왜 그다지도 깊이 스몄을까. 우리는, 서로를 다시 태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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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혼은 반드시 성공합니다

폭군의 충견이었던 기사 이오나. 황제를 위해 평생을 바쳤으나 믿었던 주군은 그녀를 사지에 버렸고, 죽어가는 그녀의 곁을 지킨 건 남이나 다름없던 남편이었다. “마지막으로 키스하고 싶습니다.” “혹시나 해서 미리 말하는데, 당신은 안 죽을 거고 이게 마지막도 아닐 거야.” 외롭지 않은 죽음에 만족하며 눈을 감은 것도 잠시, 이오나는 곧 과거로 돌아왔다는 걸 깨닫고 가장 먼저 남편에게 보은할 방법을 고민하는데……. ‘황실의 강요로 오간 굴욕적인 혼담이니, 내 쪽에서 결혼을 물려주는 게 그로서는 가장 기껍겠지.’ 그러나 그녀 인생의 유일한 성공이었던 남편을 바꾸고 싶진 않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 결혼을 '성공한 결혼'으로 바꾸어야 한다. “레로이 공, 정식으로 청혼하겠습니다. 저와 결혼해주십시오. 제가 반드시 행복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이오나는 남편에게 진 은혜를 갚기로 결심했다. 다만 그녀가 원하는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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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녀는 파혼을 기다린다

"내키진 않으시겠지만, 저희 어머니를 살려주세요."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로 죽고, 어머니마저 병으로 앓아눕자 사비나는 아버지의 유품을 들고 샤를로트 공작가를 찾아간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저는 공작님의 형님께서 남기신 유일한 자식이니까요." 그렇게 사비나는 저택에 들어오는 대가로 과거의 인연은 모두 끊고 샤를로트 공녀로 살아가기로 하는데. '문제는 내가 사이코패스 남주에게 살해당할 운명이라는 거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 어떻게든 남주를 피해야 한다! 그렇게 온갖 계략으로 남주의 심복을 자처하며 납작 엎드려 살고 있었는데... "다음부턴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즉시 내게 말하도록 해라." 왜 소설에서는 몇 번 본 적도 없는 숙부와 "앞으로도 이렇게 종종 차를 내와 줄 수 있겠느냐?" 저를 미워하는줄만 알았던 할아버지, "황자가 나보다 얼굴도 더 잘생겼고 성격도 낫다며. 정말 그렇게 생각해?!" 원수나 마찬가지였던 사촌 오빠는 어울리지도 않는 가족 흉내를 내지 않나 "넌 그냥 내 옆에 있으면 돼." 원작보다 더 돌아버린 남주의 집착까지! 나는 사이코패스한테 인생 저당 잡힐 생각 같은 거 없다고! 저 그냥 파혼하게 해주세요! 마지노선 작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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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릿광대를 보내주오 외전

배우 이태경은 [플랫폼]이란 영화의 흥행으로 남우주연상 후보까지 올랐지만, 같은 후보였던 인기배우의 뒷공작으로 수상에서 낙마한 무명 배우다. 연기를 계속하려 해도 좀처럼 불러주는 자리가 없고,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활하던 중 한 유명 감독의 영화 출연 제의를 받는다. 설레는 마음으로 리딩 장소를 찾아가는 이태경, 하지만 주어진 역할은 단역에 가까운 수준. 김인석 감독은 낙심한 이태경에게 다가가 스폰서를 제의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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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륜 공작가에는 가정 교육이 필요하다

남주인공의 어린 이복동생들을 가르치는 가정교사가 되었다. 원작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여주인공이 원치 않는 혼담을 피하기 위해 공작님을 협박하는 흔한 계약결혼물. 여기서 문제가 있다면 남주가 잡힌 약점이 일가족을 몰살시킨 패륜행각이라는 점이랄까. “말해봐요, 미스 마거릿. 내 눈에 띈 의도가 뭔지.” 기껏 환생해서 엑스트라가 된 것도 억울한데 남주가 가문을 장악할 때 목까지 내줘야 한다니, 이런 재수 옴 붙은 역할 선정이 다 있나. 도망가면 해결될 문제긴 하지만……. “소공작님, 제가 원하는 건 한 가지입니다. 세실리아와 세드릭을 죽이지 마세요.” 직업 정신상 일단 애들부터 살려야겠다. - “아드리아나 양이 말하더군요. 내가 내 아버지를 죽인 걸 알고 있다고, 자신과 결혼한다면 그 사실을 입 다물어주겠다고 말입니다.” 이어 그가 고저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미스 마거릿, 내가 이 결혼을 할까요, 말까요.” “하세요. 평생의 배필이 되실 거예요.” 에스텔라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원했던 대답이 아니었던 걸까, 그가 어딘지 살벌한 음성으로 되물었다. “그러니까 지금 나더러 협박범이랑 한 침대에서 자라 이 말입니까?” ……원작을 생각하면 참으로 새삼스러운 사리분별이었다. 마지노선 작가의 장편 로맨스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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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투 플리즈 (Easy to Please)

애인과 결혼할 여자를 마주한 순간, 이원은 그녀의 앞에서 제가 평생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게 될 것을 알았다. 오랜 짝사랑을 끝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순간이었다. *** “평생.” 남자가 사납게 잇새로 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이원아, 나는 네 평생을 샀어.” 그대로 비스듬히 시선을 내린 남자가 이원의 손에 걸린 봉투를 빼냈다. 남자가 그 얇은 두께를 비웃듯이 봉투 겉면을 느릿하게 문지르며 말했다. “그리고 이깟 푼돈으론 날 못 사지.” 그는 이어 용돈이라도 쥐여 주는 것처럼 그것을 그녀의 상의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그러고는 커다란 손으로 이원의 가슴께를 툭툭 치며 말했다 “누구 주거나 돌려줄 생각 말고 넣어 둬. 혹시 아나, 죽는 날까지 열심히 모으면 그 뒤엔 놔줄지.” 그러니까 죽기 전까지 벗어날 생각은 말란 소리다. 이원은 그의 거만한 낯짝을 노려보며 손등으로 입가를 닦아 냈다. “개새끼.” “그 개새끼 돈 받아먹기로 결정할 땐 신중했어야지, 너 이젠 못 물러.” 남자가 사납게 웃으며 이원의 팔을 옆으로 치워 냈다. 또다시 입술이 삼켜졌다. 달아나지 못하도록 목덜미를 옭아맨 손이 소름 끼치도록 단단했다. 비현실적인 감각에 눈을 감았다 뜨자 그녀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의 아래에 놓여 있었다. 언제나 그래 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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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릿광대를 보내주오

배우 이태경은 [플랫폼]이란 영화의 흥행으로 남우주연상 후보까지 올랐지만, 같은 후보였던 인기배우의 뒷공작으로 수상에서 낙마한 무명 배우다. 연기를 계속하려 해도 좀처럼 불러주는 자리가 없고,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활하던 중 한 유명 감독의 영화 출연 제의를 받는다. 설레는 마음으로 리딩 장소를 찾아가는 이태경, 하지만 주어진 역할은 단역에 가까운 수준. 김인석 감독은 낙심한 이태경에게 다가가 스폰서를 제의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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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자의 초상

아직 왕이 존재하고 군은 그들을 지키던 시절. 이네스는 스승을 대신해 베르톤의 왕자 엔리케의 초상화 작업에 착수한다. 그리고 10년 후, 왕실은 쇠퇴했고 군대는 실종된 왕자를 쫓는다. “목숨이 걸린 일이라고 하면 기억력이 좋아질까?” 반군의 장교이자 오만한 낯을 가진 남자, 나단 파르네세. 유일하게 왕자의 얼굴을 안다는 이유로 끌려온 이네스는 그에 의해 10년 전의 초상화를 재현하게 된다. 나단은 감시를 명목으로 이네스를 저택에 가두고, 캔버스의 빈 곳이 줄어들수록 그들 사이의 여백도 점점 좁혀드는데……. ** 단편집 어린 왕자의 밤 수록작으로 15세 개정판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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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 | 어릿광대를 보내주오

본 도서는 2016년 3월 6일에 출간되었던 [어릿광대를 보내주오]의 개정판으로 신간이 아닙니다. 참고하시어 원치 않는 중복구매를 방지하시기 바랍니다. 배우 이태경은 [플랫폼]이란 영화의 흥행으로 남우주연상 후보까지 올랐지만, 같은 후보였던 인기배우의 뒷공작으로 수상에서 낙마한 무명 배우다. 연기를 계속하려 해도 좀처럼 불러주는 자리가 없고,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활하던 중 한 유명 감독의 영화 출연 제의를 받는다. 설레는 마음으로 리딩 장소를 찾아가는 이태경, 하지만 주어진 역할은 단역에 가까운 수준. 김인석 감독은 낙심한 이태경에게 다가가 스폰서를 제의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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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베케이션(Lone vacation)

“아침이나 같이 하자고 날 부른 건 아닐 것 아니야. 본론부터 말해.” 그에 서우원이 아일랜드 식탁에 여유롭게 몸을 기댔다. 약간의 지루한 시간이 흐른 후, 그가 뜬금없는 서두를 던졌다. “미안하다고 해.” “뭘?” “그때 나 버리고 간 거, 잘못했다고 하라고.” 나는 당황하여 곧바로 알맞은 반응을 생각해 내지 못했다. 서우원이 그런 내 눈을 끈질기게 들여다보며 말을 이었다. “네 인생 최대의 실수였다고, 그래서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살고 있는 거라고…….” “…….”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만 해. 그거면 용서해 줄 테니까.” 언뜻 그에게 사과하느냐, 그러지 않느냐로 선택지가 갈라진 듯 보였으나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내가 사과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가 쉽게 받아들일 리 없으며,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한다 한들 그것만으로 끝날 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너한테 미안하다고 하면, 뭐가 달라져?” 내가 눈을 내리감으며 물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와중에도 나를 찌르는 시선만은 여전히 선명하게 느껴졌다. 서우원이 나를 달래듯 부드럽게 이야기했다. “쉽잖아, 다 잊어버리고 예전처럼 잘 지내 보자고 말하는 거야.” *** “내가 그때 일로 제일 후회하는 게 뭔지 알아?” “흐, 갑자기 무슨, 힛! 소리를….” “꼴에 조심한다고 닥치는 대로 네 안에 싸질러 놓지 않았던 거야.” 지금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건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멍하니 그가 움직이는 대로 흔들리며 천장만 올려다보았다. “임신이라도 했으면 그 나이에 도망이 쉽진 않았을 텐데 말이야. 안 그래?” “응, 미친, 새, 흐으…. 끼, 응, 하읏, 아!” “말해 봐, 내 애를 배고도 네가 내 곁을 떠날까?” 그리 말하며 서우원이 내 턱을 길게 핥았다. 그가 가까워질 때마다 그에게서 야릇한 살냄새가 풍겼다. 그의 가쁜 호흡이 예민해진 귓가를 스쳤다. 내 손을 쥔 그의 아귀힘이 더욱 단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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