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이 된 이복형의 삶을 대신 살게 된 남자와 부모가 진 빚 때문에 인생의 대부분을 빚 갚는데 쏟아부은 여자가 만났다. 타인에 의해 인생을 저당 잡혔다는 공통점이 있던 두 사람은 서로에게 운명처럼 빠져들지만, 남자에게는 여자를 미끼로 쓰고 버리려는 목적이 있었다. 결국 자신이 미끼였음을 알게 된 여자는 상처받지만 그를 향한 사랑을 굽히지 않는다. 강제로 앉은 자리를 완전히 제 것으로 만들려는 남자와 그런 그에게 미끼로라도 쓰임 당할 수 있기를 바라는 여자의 사랑 이야기. (본문 중에서) “설마 처음인가?” 분명 마음속으로는 혹시, 라고 생각했음에도 태하는 굳이 설마, 라고 말했다. 그건 제 마음의 동요를 보이고 싶지 않았던 그의 자기 기제였다. 하지만 돌아온 그녀의 대답은 그의 머리를 세게 후려쳤다. “그럼…… 안 되나요?” 커다란 손을 연아의 허리에 감은 태하는 그대로 끌려오는 그녀의 입술에 무아지경으로 키스했다. 미쳐버릴 것 같았다. 이렇게 순진한 얼굴로 다른 놈들을 꼬셨을 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는데 그런 제 생각이 모두 착각이었단다. 이 입술을 온전히 삼킨 것도, 이 하얀 몸에 자국을 낸 것도, 전부 제가 처음이라고 생각하니 만족감이 온몸을 뒤덮었다. 잔뜩 흥분한 제 몸을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비비며 그가 중얼거렸다. “이런 걸 네 몸에 집어넣는 거야. 그냥 넣는 게 아니라 뼈가 부서지도록 박아 넣는 거라고. 네 몸에 질펀하게 싸고, 또 싸고, 흘러넘치도록 싸야 끝나. 그런 걸 하겠다고?” “서, 섰잖아요.” “뭐?” “저 때문에 선 거 아니에요? 그럼 제가…….” 또다시 겹쳐진 입술이 진득하게 맞물렸다. 이 여자는 뭔데 이렇게 사람을 돌게 하는 걸까. 욕지거리를 짓씹은 태하가 연아를 내려다보았다. 이제라도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에게 요구하고 있었다. “좋아. 원하는 만큼 박아줄게.” 당당하기까지 한 그 눈빛을 태하는 더 이상 거부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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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딱 1년만 살고 깔끔하게 이혼. 어때?” “이혼녀 꼬리표가 무슨 키링이라도 되냐, 달고 다니게?” “그 정도 꼬리표는 우리 우정을 생각해서라도 달아 줄 수 있는 거잖아.” “우리나라에서 이혼녀로 사는 게 얼마나 불합리한 일인 줄이나 알아?” 잘난 얼굴을 십분 활용한 찬란한 미소. 사고는 제가 저질러 놓고, 웃어……? “내 축의금까지 몽땅 너 줄게.” “나도 돈은 있거든?” “삼성동 건물. 그거 줄게!” “돈지랄 할 거야, 계속?” 형제 같은 절친이 결혼을 하자고 합니다. 일방적으로 공표해 버리고 부탁에, 애원에, 협박까지 하는데 이 결혼, 해야 할까요?
억울하게 누명을 쓴 아버지의 감형을 위해 조직에 잠입한 진오는 우연히 진창에 처박힌 작은 아이, 홍주를 구해주었다.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겠어. 내 입 탄 애니까 잘 지켜야겠지?” 그 작은 일탈이 빚어낸 건 서로를 향한 구원의 서사였다. (본문 중에서) “주먹을 좀 쓰나 봐?” 말해놓고 나니 제법 웃기는 말이었다. 어쩌면 실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그는 얼른 덧붙였다. “아니, 여자한테 이런 질문을 해본 적은 없는데…….” “칼부림이 나도 제 몸뚱이는 제가 지켜야 했으니까요.” 담담한 목소리는 텅 빈 가슴을 울려서 내는 소리 같았다. 도대체 이 작은 아이는 어떤 삶을 산 걸까. 그게 너무 궁금했다. 아니, 궁금하지 않다. 솔직히 말하자면 궁금해하고 싶지만, 그러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제 삶도 엉망진창이다. 나는 좋은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에서 시작된 고뇌는 그를 오랜 시간 괴롭혀왔다. 그는 경찰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했다. 조폭이기도 했고 아니기도 했으며 우현의 둘도 없는 친구이기도 했지만, 그의 전부인 조직의 배신자이기도 했다. 거기다 끔찍한 본능을 숨긴 채 멀쩡한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는……. “궁금한 게 있습니다.” 갑자기 던져진 질문에 생각을 멈춰야 했던 진오는 차라리 안도했다. 담배를 한 번 더 깊게 빨아들이며 그가 눈짓했다. 어서 말해 보라는 듯이. “우리는 언제 하나요?” 뭔 뜬금없는 말인가 싶어 담배를 입에 문 채 진오가 되물었다. “뭘?” “씹질이요.” 진오의 입이 쩍 소리를 내며 벌어졌다. 물고 있던 담배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며 작은 불꽃을 만들어냈다. 정말 어이가 없는 건 그 말 한마디에 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는 거였다.
내 남자가 사랑한 여자의 몸에 빙의했다. "뭐 하는 짓이냐고? 네가 직접 봐!" 블랙박스 영상을 살펴보던 지안은 남친의 불륜 장면을 목격했다. 심지어 불륜 상대는 3년간 몸바쳐 일한 상사의 약혼녀, 안유주였다. 배신감과 제 상사에 대한 죄책감까지 더해져 분노한 지안은 연석을 찾아가 그 영상을 보여주며 소리쳤다. "할 말, 있어?" "그게 뭐 어때서. 그 여자 나한테는 기회야. 너도 내가 더 높이 올라가면 좋은 거 아니야?" "너는... 지금 이 꼴을 하고도 계속 날 만나겠다는 거야?" "왜 못 해. 이 여자도 차도준이랑 결혼할 텐데. 우리라고 계속 못 만날 이유 없어. 난 너랑 결혼할 거야." 미친 소리에 기막혀하던 것도 잠시,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계단 아래로 나가떨어진 지안은 만신창이가 되어 깨어났다. "...씨. 제 말 들립...까?" 죽지는 않았구나, 안도하던 지안은 팔다리를 꼼짝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목소리마저 나오지 않는 다는 사실에 덜컥 겁이 났다. 거기다 주변에는 온통 처음 보는 사람들뿐이고 심지어 그들은 지안을 제 딸이라며 울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몰라 당황하던 그때, 그녀의 눈에 분명히 아는 이가 들어왔다. '이사님!' 제가 모시던 상사를 발견한 지안은 간절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화답이라도 하듯 가까이 다가온 도준이 말했다. "다행입니다. 이대로 죽어버렸다면... 난 당신을 용서하지 못했을 겁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 없었던 지안은 그저 커다란 눈만 깜빡거릴 뿐이었다. 귓바퀴에 입술이 닿을 것처럼 가까워진 그가 서늘하게 속삭였다. "살아 줘서 고마워요. 안유주 씨." 잠깐, 안유주라니? 그건 내 이름이 아닌.....
6월의 밤이었다. 오래된 세탁실, 빛이라고는 높이 달린 좁은 창을 통해 스며드는 달빛이 유일했지만 고요하고 따뜻했다. 아이는 어둠이 아닌 달빛 아래 있었다. ‘두고 봐. 반드시 네 오빠가 되어 줄 테니까.’ 그날 밤, 믿을 거라고는 서로밖에 없었던 두 아이는 서로의 가족이 되어 주기로 약속했지만, 서하는 그 기억을 잃어버렸고 소혜는 그 기억 속에 혼자 남겨졌다. “또 만났네요.” 20년 만에 만난 그가 말했다. 또 만나다니. 설마 날 알아보는 건가? 가능성이 전혀 없는 희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소혜는 기대에 찬 눈으로 물었다. “누구, 시죠?” 대답 대신 손을 뻗은 서하가 앞에 있는 테이블을 스윽 쓸어냈다. 마치 그 테이블이 제 얼굴이라도 되는 것 같아서 소혜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 모습을 고스란히 눈에 담은 그의 입술이 보기 좋게 기울었다. “이 테이블을 만든 여자에게 관심이 아주 많은 남자?” 똑같은 6월을 스무 번 반복한 오늘, 넓은 통창으로 가득 밀려든 따뜻한 아침 햇살이 그날의 달빛처럼 마주 선 두 사람을 감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