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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마음이 있다고요?”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 자부했던 인생. 완벽한 계획표에 따라 움직이던 일상이 난데없이 틀어졌다. 이성이 지배하는 첫 번째 시선. 그리고 이어진 본능의 영역, 두 번째 시선. 피하려야 피할 수가 없었다. 아니, 인식도 하기 전에 한 남자의 마음에 묶여 버렸다. [본문 내용 중에서] “잘 생각해. 지금의 진유영에게 나만큼 좋은 선택지는 없을 테니까.” “그러는 그쪽은 자선 사업이라도 하려는 거예요?” “그쪽?”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나야 이 결혼이 필요하다지만 태주헌 씨가 얻는 건 뭐죠? 다 망해 가는 회사라 처가 지원은커녕 뜯어먹히기 바쁠 텐데.” 쌀쌀맞게 말하긴 했지만 솔직한 심정이었다. 태한 그룹 며느리가 되면 유영으로선 더할 나위 없는 결론이긴 하다. 힘을 갖게 되면 원하는 걸 훨씬 더 거침없이 추진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태주헌 입장에선 전혀 아니었다. 아무리 그가 제멋대로 산다 해도 재벌가 결혼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지는 않을 터. 이 부분에서만큼은 진 회장의 의심이 보다 합리적이었다. “어째서 얻는 게 없다고 생각하지? 진유영을 얻잖아. 대한민국이 사랑한 아나운서.” “지금 장난해요?” “누굴 선택해도 밑지는 결혼이야. 그럴 바엔 마음 가는 여자와 하겠다는 거고.” “나한테, 마음이 있다고요?” 왜, 라는 첨언은 뱉지 못했다. 불쑥 눈을 맞춘 남자의 표정이 과하게 진지해서. “좋아하는 음식이 뭐지?” “네?” “뭐 좋아하냐고.” “……묵은지 김치찌개요.” 이 상황에서 저녁 메뉴를 고르고 싶냐는 말 대신 유영은 생각나는 대로 대꾸했다. 좋아하는 게 아니라 먹고 싶은 음식이었다. 엄마가 끓여 준, 영원히 먹을 수 없는 음식이라서. “그걸 왜 좋아하는데? 값비싼 것도, 대단한 것도 아닌데.” “그야…….” “같은 의미라고 생각해.” “무슨 소리예요?” “수많은 선택지 중에 진유영이 들어왔어. 한 마디로 꽂혔다고.”

완결 여부미완결
에피소드1 권
연령 등급성인

세부 정보

팬덤 지표

🌟 로맨스 소설 중 상위 49.42%

👥

평균 이용자 수 66

📝

전체 플랫폼 평점

8.6

📊 플랫폼 별 순위

2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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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nail

환승 결혼 (외전증보판)

*본 작품은 기존 출간 작품을 15세 이용가로 재편집한 개정판입니다. 이용하시는 데 참고 바랍니다. “미쳤니? 나 오늘 이혼한 여자야. 이혼 서류에 잉크도 안 말랐다고!” 스물여덟. 상간녀를 안방에까지 끌어들인 남자와의 이혼이 확정된 날. “아니, 완벽하게 제정신이야. 스물일곱 인생을 통틀어 이렇게까지 제정신이었던 날이 있었나 싶을 만큼 확실히.” 유일한 친구의 사촌 동생이자, 지인이라는 것만으로도 어깨가 으쓱해지게 잘난 장태하가 반지를 들이밀었다. “잘 들어, 강시연. 8년 전 오늘, 큰아버지 댁 마당에서 처음 마주친 그날부터 지금까지 너라는 사람, 단 한 번도 여자 아니었던 적 없어, 나한텐.” 말도 안 되는 소리. “사랑해, 강시연.” 미친 게 분명했다. “8년을 하루같이, 널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건! “다른 놈 애를 임신했다 통보하던 그때도, 그 새끼 손을 잡고 버진 로드를 걷던 그날도, 파리해진 얼굴로 응급실에 누워 잠든 며칠 전도 모조리, 강시연이란 여자는 장태하에게 사랑이야.” 그렇게 그가 다가왔다. “너무 괴로워 버리고 싶어도, 널 못 보면 내가 죽을 걸 알기에 결국엔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라고, 넌!” 도저히 뿌리칠 수 없는 지독한 고백과 함께.

thumnail

계략 연애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손자 녀석만 한국대 보내 주게. 원하는 건 뭐든 해 준다 약속하지.” 수능 만점자로 한국대 의대에 입학했지만, 가정 형편으로 휴학하기로 한 하연. 나빠져만 가는 동생의 병세와 나날이 늘어 가는 병원비에 절망하는 그녀 앞에 제성 그룹 제일환 회장이 등장한다. “그럼, 심장 이식도 가능한가요?” “말해 뭘 해.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함세!”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손자분, 한국대 꼭 입학시키겠습니다!” 그렇게 석 달을 계약하고 입주하게 된 하연. 공부만 잘 가르치면 될 줄 알았던 입주 교사 자리가 어쩐지 묘하다. 고등학생일 줄 알았는데 자신과 동갑인 학생 제해준은 더 이상하고. “대체 왜 이래요? 다 아는 문제잖아요. 이것보다 훨씬 어려운 것도 잘만 풀어 놓고서 왜 자꾸 틀리는데요!” 더 가르칠 게 없을 정도로 똑똑한데 모의고사만 치면 영락없이 반타작 성적표를 들이미는 남자에게 분개한 어느 날, 적반하장도 유분수인 제해준이 마침내 본성을 드러냈다. “성적 나쁜 걸 내 탓으로 돌리면 안 되지. 이하연이 잘 가르쳤으면 이런 결과 나올 리 없잖아.” “뭐라고요?” “그러니까, 동기 부여를 좀 해 주든가. 가령…… 남자들이 환장할 만한 그런 거.” “미쳤……!” 이 인간, 몸이 아파서 외국에 있었다더니, 그게 아니라 정신이 아팠었나 보다. 그런 놈의 제안에 마음이 흔들리는 자신도 어딘가 단단히 고장 난 게 분명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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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트, 짐승의 발정

“씨발, 보지에 털도 안 난 거 데리고 지랄들을 해요.” 자신을 버린 부모님을 단죄하기 위해 어떻게든 한국으로 가야 하는 미야는 친부모의 근황을 알아내기 위해 술집에 숨어든다. 그러나, 목적을 이루기도 전에 쫓겨날 위기에 직면하게 되고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미야는 자신을 팔기로 결심한다. 죽음만을 생각할 정도로 끔찍한 절체절명의 위기. 마치 구원처럼 강이건이 등장하고, 입은 시궁창이지만 행동은 묘하게 정중한 남자의 이중성이 얼어붙은 미야의 마음을 뒤흔든다. 표지 디자인 By 타마(@fhxh0430)

thumnail

사랑, 덮어 쓰다

“잘 들어, 류희연. 너 알잖아, 내가 너라면 환장하는 거.” “……그게 무슨.” “기억 못하겠지만 그날도 말했고, 아까도 분명히 밝혔어. 류희연 때문에 한 달 동안 정신 못 차렸다고.” “도대체 곧 결혼하실 분이 저한테 왜 이러세요!” “그럼 됐네. 결혼할 사람 없으니.” “네?” “정말 뉴스라고는 안 보고 살았나 보네. 류희연 보라고 대문짝만하게 기사 내며 파혼했는데.” “왜 그런 짓을!” “그럼, 하루 24시간 다른 여자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데 그냥 결혼하라고? 누굴 위해? 그 여자라고 이런 내가 좋을까? 어떡하면 류희연을 뺏어 올 수 있을까, 박 터지게 머리 굴리는 놈이?” 도대체 이 남자 왜 이럴까? 재계 서열 10위에 빛나는 윤송 그룹 막내아들이자 잘나가는 도서출판 윤송의 CEO 서도진. 소설 주인공보다 더 주인공 같은 외모와 스펙의 소유자인 서도진이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그녀에게 이토록 절절 매달린단 말인가? 6년 동안이나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해 온 애인에게 파혼 당하는 것은 물론, 일평생 모아 온 전 재산을 가지고 도망쳐 버린 생모라는 여자 때문에 한순간에 거지가 되어 고시원이나 전전하는 보잘것없는 여자를. 그녀의 인생에서 중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거세게 뒤통수를 맞고, 이제 더 이상 사랑 따위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불도저처럼 다가오는 도진을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다. “긴 터널 혼자 걷는다고 고생했어. 이젠 같이 가자. 이 손 절대 안 놓치고 단단히 잘 붙들고 지킬 테니까 제발 의지해 줘. 임신이든 아니든, 당신의 모든 순간에 함께 있을 수 있게.” 정말 이 남자를 믿어도 될까? 상처투성이로 남아 버린 사랑, 덮어 쓸 수 있을까?

thumnail

임신부터 할게요

“박히고 싶다면 박아 줘야지, 신사답게.” 학벌이면 학벌, 외모면 외모, 훨훨 나는 승소율까지 무엇 하나 부족한 것 없는 이혼 전문 변호사 이루다. 탄탄대로 같던 그녀의 인생에 난데없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아니, 이쯤이면 먹구름 아니라 시한폭탄이다. 일이 너무 많아서,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에 생리가 좀 늦을 뿐인데 폐경이라니. 원인 불명의 조기 폐경이라니! 좀 많이 이르지만 없는 경우도 아니라며 위로하는 의사의 말은 귓등으로도 들리지 않았다. 나이 서른. 그러니까, 만으로 따지자면 아직도 이십 대인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꿈에도 상상한 적 없었으니 말이다. 결혼은 지지부진한 감정의 오류요, 아이는 그릇된 선택이 불러온 최악의 결과물이라 치부하던 평소와 달리 임신을 못한다고 생각하자 마음이 더할 수 없이 조급해졌다. 안 하는 것과 못 하는 건 그러니까 하늘과 땅 차이였다. 까짓 연애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지만 자신의 유전자를 빼닮은 2세는 별개의 문제니까. 서른 살을 살아 내는 동안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아이가 이토록 간절해질 줄은 그녀조차 생각 못 한 결과였다. 매진 임박, 시간 부족이라는 홈쇼핑 광고에 저도 모르게 카드를 꺼내 드는 순간처럼, 두 번 다시는 이런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생각하자 덜컥, 몸이 먼저 움직였다. 정자가 필요했다. 이왕이면 최고의 유전자를 지닌, 임신 확률을 가장 높일 수 있는 건강한 남자의 정자가! 그래서, 그 목적으로 자빠뜨렸을 뿐인데…… 누가 알았을까. NT 그룹 개차반 남무열이 일란성 쌍둥이인 줄. 자신과 불타는 하룻밤을 보낸 남자가 남무열이 아닌, 죽음의 신 하데스라 불리는 남무결일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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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궁합개론

"내 좆이 그렇게 임팩트가 없습니까?” 술에 취해 객실을 착각한 객실 승무원 오로지는 보안 직원을 동원해 닫힌 문을 열고, 막 샤워를 끝내고 나오던 자연 그대로의 남자와 마주한다. 미안하다는 말조차 할 수 없게 당황해 그대로 내빼 버리지만 잠못 드는 기나긴 밤, 뇌리를 잠식한 건 보도듣도 못한 크기의 남자의 그것. 눈이 빨개질 정도로 망상에 시달리다 픽업 시간에 맞춰 내려갔더니 아뿔싸. 어젯밤 그 남자가 기장 유니폼을 입고 서 있었다. 하필이면 그녀가 근무하는 비행기에 승객으로 탑승 한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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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毒, 식食

“애새끼 건드리는 취미는 없어. 졸업하고 찾아와. 그땐 실컷 놀아줄 테니.” “애새끼, 아닌데요.” “뭐?” “학비 버느라 2년 휴학해서 스물다섯 살이에요. 어디 가서 애새끼라 불릴 나이는 지났죠.” “그래서, 애새끼 아니니까 놀아달라?” “놀자는 말, 먼저 꺼낸 건 상무님이세요.” “내가 말하는 놀자 소리가 손만 잡자는 뜻은 아닌데.” “아시다시피, 그 정도도 모를 머리는 아니라서요. 이해력이나 창의력이 부족한 편도 아니고.” “이해력은 그렇다 치고 창의력? 씹질하는데 그런 것도 필요한가?” “안 해본 걸 상상하는 덴 필요하죠.” 짝사랑하는 남자를 이대로 보내기 싫어 도발한 여자. 너무 어린 여자의 도발에 낚여 버린 남자. 얼떨결에 해 버린 결혼과 어쩔 수 없어 선택한 이혼. 2년의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그들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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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당

“내 여자 하자. 한동안 애인인 척만 하자고. 그러다 꼴리면 좀 뒹굴어도 되고.” 무려 6년을 짝사랑한 남자와 최악의 상황에서 마주쳤다. 더는 추락할 수 없는 인생의 막장. 사채업자에 등 떠밀려 술 팔고 몸 파는 업소에 던져진 첫 날. 운명처럼 마주친 첫사랑 앞에서 로아는 차라리 죽고 싶었다. 그런데 그가 손을 내밀었다. 한동안이라는 단서와 함께, 헛꿈 꾸지 말라는 협박도 곁들이면서.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남자. 못내 안타까운 그와의 순간들이 차곡차곡 줄어드는 어느 날. 그의 아이를 임신한 걸 알고는 무작정 도망쳤다. 아이를 지켜야 하니까. 그에게 자신은 소모품일 뿐이지만, 송로아에게 한태혁은 목숨과도 같은 사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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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한 개XX

“속지 마, 저거 다 연기야.” 무려 5000만 번의 실패를 거쳐 탄생한 조물주의 회심작. ‘완벽’이라는 단어를 하나로 형상화했다 추앙받는 차도혁의 실체를 아는 이는 단 두 사람. 그의 어머니와 서지안뿐이었다. 먹여 주고 재워 준 값을 하기 위해 귀하디귀한 도련님의 몸종으로 산 지 어언 20년. 대학원을 졸업하며 이제야 좀 벗어나나 했더니, 뭐? 수행 비서를 하라고? 내가 왜? 아니, 왜 하필 나냐고! 까칠하다 못해 지랄 맞은 성격. 안하무인, 적반하장. 심지어 내로남불이기까지 한 철면피 차도혁. 세상은 그를 스윗하다 부르지만, 최측근 서지안에게 그놈은 언제나 개새끼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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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로그아웃

“사랑 따위 필요 없어!”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조금 똑똑한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지성을 지녔지만 덜떨어진 인간은 연거푸 반복하는 실수에도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뻔뻔하고 치졸해진다. 그렇다면, 그 덜떨어진 인간에게 매번 속아 넘어가는 나 같은 여자는 뭐라 불러야 할까. 내 이름으로 계약하고, 내가 월세 내주는 7년 차 남자 친구의 원룸 앞. 내가 사준 옷을 입고 내가 아닌 여자와 손잡고 나오는 한정우를 보며 이림은 화내는 대신 허탈하게 웃었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더니 정말 그랬다. 고작 스물여덟에 대기업 최연소 과장을 꿰찰 정도로 잘나가면서도 백화점 근처는 얼씬도 하지 않을 정도로 독하게 살았는데 다 헛짓거리였다. 낳아 준 부모조차 자식이 아닌 돈 버는 기계 취급인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자 친구는 하물며! 그래서 철저히 이기적이 되기로 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내가 힘들면 모두가 편하다는 빌어먹을 착한 척은 쓰레기 남자 친구와 함께 기억 저편에 처박아 버리고 오로지 자신만 생각하며 지내기 시작하자마자, 느닷없이 남자가 꼬였다. 그냥 남자도 아니고 모두가 선망하는 남자. 금수저가 아니라 다이아몬드 수저 태무원 본부장이! [본문 내용 중에서] “헤어졌습니까?” “네?” “싱글 복귀라면서요.” “아, 네…….” 상상도 못한 물음에 당황하길 잠시, 나름의 아이스 브레이크라 생각하며 대충 흘려들으려던 마음은 뒤이은 한마디에 와장창 내려앉아 버렸다. “그럼 만나죠.” “예? 무슨 말씀이신지……?” “현이림의 다음 연애, 나랑 하자는 말입니다.” “……!” 차라리 뺨을 때렸어도 이 정도로 당황하진 않았을 것이다. 아니, 뺨이 아니라 한 번 하자고 덮쳤어도 다년간 쌓은 내공으로 물리칠 수 있었다. 그러나, 연애하자는 돌발 상황은 정말이지 허를 찔렀다. 얼마나 놀랐는지 팽팽 돌아가던 머리가 잠시 멈춘 것 같았다. 방금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이 남자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도 믿을 수 없어 이림은 그저 멍한 얼굴로 본부장을 쳐다보기만 했다. 있는 사람들은 원래 이러고 노는 걸까? 이 남자는 대체 현이림이라는 인간을 뭐라 생각하기에 이런 짓을 벌이나. 분명 화가 나야 하는데 헛웃음이 나는 건 현실감이라고는 없는 삽질 때문이었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다만 저는…….” “꽤 오래 기다렸습니다, 누가 너무 철벽이라. 현 과장과 내가 연수원 동기인 건 기억합니까?” “네?” 뜬금없는 소리에 열심히 기억을 돌려 봤지만 생각나는 건 없었다. 물론 입사 시기가 비슷하긴 했다. 그가 경력직 팀장으로 입사한 건 달랐지만. “야간 구보, 팀이었습니다. 술도 같이 마셨고.” “……!” 술을 같이 마셨다는 소리에 평온함을 가장하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그날, 연수원에서 저지른 자신의 추태를 그가 봤을지도 모른다 생각하자 식은땀이 날 지경이었다. “그, 그럼 혹시…….”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어쨌든 현 과장과 만나고 싶습니다. 남자 대 여자로.”

thumnail

불한당

“내 여자 하자. 한동안 애인인 척만 하자고. 그러다 꼴리면 좀 뒹굴어도 되고.” 무려 6년을 짝사랑한 남자와 최악의 상황에서 마주쳤다. 더는 추락할 수 없는 인생의 막장. 사채업자에 등 떠밀려 술 팔고 몸 파는 업소에 던져진 첫 날. 운명처럼 마주친 첫사랑 앞에서 로아는 차라리 죽고 싶었다. 그런데 그가 손을 내밀었다. 한동안이라는 단서와 함께, 헛꿈 꾸지 말라는 협박도 곁들이면서.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남자. 못내 안타까운 그와의 순간들이 차곡차곡 줄어드는 어느 날. 그의 아이를 임신한 걸 알고는 무작정 도망쳤다. 아이를 지켜야 하니까. 그에게 자신은 소모품일 뿐이지만, 송로아에게 한태혁은 목숨과도 같은 사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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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략 연애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손자 녀석만 한국대 보내 주게. 원하는 건 뭐든 해 준다 약속하지.” 수능 만점자로 한국대 의대에 입학했지만, 가정 형편으로 휴학하기로 한 하연. 나빠져만 가는 동생의 병세와 나날이 늘어 가는 병원비에 절망하는 그녀 앞에 제성 그룹 제일환 회장이 등장한다. “그럼, 심장 이식도 가능한가요?” “말해 뭘 해.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함세!”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손자분, 한국대 꼭 입학시키겠습니다!” 그렇게 석 달을 계약하고 입주하게 된 하연. 공부만 잘 가르치면 될 줄 알았던 입주 교사 자리가 어쩐지 묘하다. 고등학생일 줄 알았는데 자신과 동갑인 학생 제해준은 더 이상하고. “대체 왜 이래요? 다 아는 문제잖아요. 이것보다 훨씬 어려운 것도 잘만 풀어 놓고서 왜 자꾸 틀리는데요!” 더 가르칠 게 없을 정도로 똑똑한데 모의고사만 치면 영락없이 반타작 성적표를 들이미는 남자에게 분개한 어느 날, 적반하장도 유분수인 제해준이 마침내 본성을 드러냈다. “성적 나쁜 걸 내 탓으로 돌리면 안 되지. 이하연이 잘 가르쳤으면 이런 결과 나올 리 없잖아.” “뭐라고요?” “그러니까, 동기 부여를 좀 해 주든가. 가령…… 남자 새끼들이 환장할 만한 그런 거.” “미쳤……!” “가슴 빨게 해 주면 국어 만점, 아래 빨게 해 주면 수학 만점, 두 개 다 하게 해 주면 영어까지. 어때?” “……하!” “아, 한 번 하게 해 주면 모의고사 만점 받아 줄게.” 이 인간, 몸이 아파서 외국에 있었다더니, 그게 아니라 정신이 아팠었나 보다. 그런 놈의 제안에 마음이 흔들리는 자신도 어딘가 단단히 고장 난 게 분명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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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결혼

“결혼해요, 최대한 빨리. 최고로 성대하게.” 재벌가 결혼 시장에서 상한가를 치는 미성 그룹 외동딸 송희주. 머리면 머리, 외모면 외모.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완벽한 그녀에게 결혼이라는 뜻하지 않은 장애물이 나타났다.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약혼식을 치른 태성 그룹 장남 강영욱이 감히 그녀를 두고 말도 안 되는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하다니! 태어나 지금까지 무엇에도 좌절 따위 느껴 본 적 없는 송희주 인생에 그런 오점을 남길 순 없었다. 차라리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버린, 너무 잘나 부담스러운 MJ 그룹 차남에게 자신을 하사하고 말지. 그런데, 대체품인 주제에 이 인간은 뭐 이렇게 목에 힘을 주는지. 본품보다 사은품에 더 혹하는 소비자처럼 명무진이라는 남자에게 맹목적으로 빠져들었다. 말도 안 되는 개소리까지 넙죽 받아들일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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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하시죠, 상무님

“미쳤어요!” “그래, 미쳤지. 어제까지 사랑한다고 말하던 여자가 하룻밤 새 날랐는데, 멀쩡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너무 잘나서, 아니 너무 대단해서 버려 버린 남자가 쳐들어왔다. 강이린의 직장, 그녀가 근무하는 비행기의 일등석 승객으로. “일단 이거 놔요. 한낱 장난 따위에 잘리고 싶지 않다고.” “그러니까 말 들어. 큰 소리 내고 싶지 않으면.” “하지… 읍!” 입술이 부딪치고 화장실 천정이 빙그르르 돌았다. 일방적인 이별에 이성을 잃은 남자의 무서운 폭주. “선택해, 강이린. 우리 둘만 알 수 있게 박힐 건지. 비행기에 탄 모두가 알 수 있게 박힐 건지,” 친절하고도 잔인한 경고를 던진 남자는 무감한 얼굴로 자신의 바지를 끌어 내렸다. 과연 그와 헤어질 수 있을까. 아니, 아무에게도 안 들키고 이 화장실을 나갈 수 있을까. * 가벼운 하룻밤의 즐거움, 고수위 단편 레이블 아모르입니다. 아찔하고 매력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작가님들의 투고를 기다립니다. tugo@epyr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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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삼촌

“삼촌 나랑 하고 싶죠?” 강원도 삼척의 웃나래산 어귀.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조부모님과 단출히 살아가던 13살 단하에게 ‘삼촌’이라는 존재가 생겼다. 평균 연령 60세인 동네에 나타난 더럽게 무뚝뚝하지만 키 크고, 똑똑하고 심지어 잘생기기까지 한 삼촌에게 빠져들길 잠시. 할머니 심부름으로 삶은 감자를 전해 주러 가다 미끄러져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게 된다. 꼼짝할 수 없는 공포와 직면해 기절하기 직전. 기적처럼 나타난 삼촌 덕에 병원으로 옮겨지고, 난생처음 느껴 본 남자 어른의 듬직함에 완전히 매료돼 버린다. 그러나, 퇴원과 동시에 어린 마음을 온통 흔들어 버린 ‘삼촌’의 실체를 알게 된 단하는 좋아했던 만큼 크나큰 실망을 하게 되고 둘의 짧은 인연은 삼촌이 서울로 돌아가며 허무하게 끊어진다. 7년 후.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던 단하는 기숙사에서 나와 자취를 해야 할 상황에 처하고, 손녀의 안전을 걱정한 조부모님은 옆집 삼촌의 옆집에 들어가 살라 강요하는데. 실망스러운 첫사랑과 마주할 생각에 불편한 마음도 잠시. 달라도 너무 달라진 삼촌의 태도가 단하를 혼란에 빠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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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티칭

“순진하네. 뭘 가르칠 줄 알고.” 언니가 죽었다. 이 넓은 세상에 가족이라 말할 유일한 사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피붙이보다 더한 애정으로 자신을 품어준 유일한 의지처. 그런 언니가 자살하다니. 더구나 임신까지 한 상태였다니! 찾는 이 하나 없는 장례식장에서 이진은 피눈물을 쏟으며 복수를 맹세했다. 그리고 1년 뒤.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언니를 죽음으로 몰고 간 원흉.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 없는 태진 그룹 황태자 태강욱을 지척에서 수행하게 됐으니 말이다. “그래서 김 과장도 아니고 한 비서가 동행한다는 겁니까?” 빈틈 하나 없이 완벽한 슈트 차림의 태강욱 부사장이 미간을 구겼다. 수행 비서인 함 실장의 모친상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김 과장이 아닌 이진의 등장에 한껏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김 과장님은 제주도에 발이 묶여서 내일이나 도착 가능하다고 합니다.” “됐습니다. 혼자 갈 테니 김 과장 도착하는 대로 따라붙으라고 해요. 한 비서는 회사로 복귀하고.”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하루 이틀도 아니고 9박 10일 출장을 여비서와 함께 가라니. 괜한 구설수는 사양입니다.” “제가 여자로 보이십니까? 실력 때문이 아니라 성별 때문에 업무에서 배제된다면 엄연한 성차별입니다.” 자신을 내치려는 태강욱의 선 긋기에 이진은 정색하며 반기를 들었다. 있는 듯 없는 듯 때만 기다리던 한이진은 이 자리에 없었다. 오늘이 아니면 또 언제 기회가 돌아올지 모르기에 필사적이었다. “제가 비록 경험은 부족하지만, 뭐든 빨리 배웁니다. 그러니 조금만 가르쳐 주시면 절대 누가 되지 않게…….” “순진하네.” “네?” “내가 뭘 가르칠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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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결혼

“결혼해요, 최대한 빨리. 최고로 성대하게.” 재벌가 결혼 시장에서 상한가를 치는 미성 그룹 외동딸 송희주. 머리면 머리, 외모면 외모.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완벽한 그녀에게 결혼이라는 뜻하지 않은 장애물이 나타났다.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약혼식을 치른 태성 그룹 장남 강영욱이 감히 그녀를 두고 말도 안 되는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하다니! 태어나 지금까지 무엇에도 좌절 따위 느껴 본 적 없는 송희주 인생에 그런 오점을 남길 순 없었다. 차라리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버린, 너무 잘나 부담스러운 MJ 그룹 차남에게 자신을 하사하고 말지. 그런데, 대체품인 주제에 이 인간은 뭐 이렇게 목에 힘을 주는지. 본품보다 사은품에 더 혹하는 소비자처럼 명무진이라는 남자에게 맹목적으로 빠져들었다. 한 번 맛보자는 개소리까지 넙죽 받아들일 정도로! [본문 내용 중에서] “그대로 나가면 후회할 텐데.” 아그작, 잔 속에 들어 있던 아이스 큐브 하나를 무식하게 깨뜨려 먹은 명무진이 급할 것 하나 없는 목소리로 사람을 불러 세웠다. 제길! 문고리를 잡은 가냘픈 손이 표 나게 떨렸다. 사랑 타령하는 강영욱에게 그랬듯 시원하게 따귀 한 대 날려 주면 더할 나위 없으련만, 0.01%의 확률로 원하는 대답이 나올 수 있음을 알기에 마지막 순간까지도 기대를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평생을 슈퍼 갑으로 살아온 송희주를 졸지에 을 중의 을로 전락시키는 남자, 그게 현재의 명무진이었다. 쥐뿔도 없는 주제에 더럽게 잘난 척하는 밥맛. “후회할지 안도할지, 지나 봐야 알겠죠.” 그러니까 질질 끌지 말고 말해. 얼마를 원하는지 딱 까놓고 말하라고, 이 인간아! 갸름한 턱 선이 딱딱하게 굳도록 이를 악문 희주가 천천히 돌아섰다. 입은 웃고 있지만, 머릿속은 터질 것처럼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미 오픈한 MJ 건설 주식 1.8% 외에 아버지가 허락할 수 있는 맥시멈은 0.7%. 정 안 되면 지난해 상속받은 미성 전자 지분 1%까지는 내어 줄 각오가 돼 있었다. 속이 쓰리다 못해 위궤양으로 한동안 고생해야겠지만 모두의 조롱을 받으며 게이 남편과 사는 것보다야 백번 나은 선택이기에 마음이 정해지자 도리어 홀가분했다. 입찰이란 게 반드시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지레 포기하기엔 아쉬움이 너무 많은 자리다. “마지막 조건이에요. 미성 전자 지분…….” “한 번 박아 보고.” “세금 문제도 있고 일시에 넘길 순 없어요. 그러니까…….” “아니, 받는 게 아니고 박는다고.” “……!” 무슨 말인지 몰라 멍하던 의식이 한 대 맞은 것처럼 번쩍 깨어난 건 한순간. 그런 그녀의 변화를 잠시도 놓치지 않고 직시하던 입술이 간악하게 휘었다. “말 나온 김에 한 번 자봅시다. 난 속궁합이 중요한 놈이라.” 확인 사살하듯 말을 툭 던지는 명무진을 보는 얼굴이 하얗다 못해 푸르게 바랬다. 미친 변태 새끼. 차마 뱉어내지 못한 한 마디가 가녀린 목에 가시처럼 틀어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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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바람의 고무적 결과

누군 바람피울 줄 몰라서 참은 줄 알아? 나도 할 수 있어, 까짓 원나잇 할 수 있다고!” 무려 5년을 연애한 약혼자의 배신. 그것도 머나먼 타국으로 서프라이즈 하러 왔다가 마주한 눈 뜨고 못 볼 추태에 서현은 완전히 무너졌다. 콜걸이 분명한 여자의 어깨를 감싸고 객실로 들어가는 손에 빛나는 건 자신이 결혼 예물로 미리 사준 값비싼 명품 시계. 구역질이 치밀어 마시기 시작한 술이 선을 넘은 건 한순간이었다. 미니바를 비우고 룸 서비스를 시키고. 빈 술병이 늘어갈수록 오기, 아니 객기가 치밀었다. 자신이 행복한 결혼을 꿈꾸며 열심히 허리띠 졸라매는 동안, 저 새끼는 매번 저러고 다녔겠구나 싶어 이가 갈렸다. 감탄이 나올 정도로 세심하고 다정해 의심의 ‘의’자도 떠올린 적 없던 지난날의 자신이 얼마나 멍청했던가 깨닫자 스스로에 대한 살기가 폭발했다. 짝사랑 4년, 연애 5년. 철든 이후 임서현의 인생엔 오로지 손진우 그 새끼만 존재했는데. 꽃 같은 청춘을 엿같은 놈에게 허비했다는 억울함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누구든 걸리기만 해. 제일 먼저 눈 맞는 놈이랑 바로 자 버릴 거야! 술기운이든 분노든 저 망할 놈에게 보란 듯이 나도 원나잇 저지르고 깨끗이 돌아서리라. 퇴로를 불태우는 전장의 장수처럼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기 위해 호텔 라운지 바로 향했다. 조신하게 걸치고 있던 재킷을 벗어 던지고 하나로 올려 묶은 긴 머리를 풀어헤치자 목적이 분명한 옷차림에 가까워졌다. “그래, 임서현. 저질러 버려. 틀을 깨버리라고!” 늘씬한 몸을 감싼 슬립 원피스가 은근한 조명에 유혹하듯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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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만 잘 맞는 사이

“그만하죠, 이제.” 목 끝에서 달랑대던 말이 기어코 허공을 갈랐다. 쏟아 내 버리면 속 시원할 줄 알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자 이번엔 숨 막히는 침묵이 가슴을 짓눌렀다. “할 말 없으면 이만…….” “앉아.” “서진혁 본부장님.” “내가 지금 기분이 좆 같거든. 그러니까 입 다물어, 윤이수.” 베일 듯 싸늘한 음성이 조용한 공간을 쨍하니 가르자 심장 뛰는 소리마저 들릴 것 같은 적막이 한참이나 이어졌다. “그래, 그러지 뭐. 대신, 오늘 선본 그 새끼와의 결혼은 안 돼.” “내가 누구와 결혼하든 상관할 일 아니에요.” “결혼을 어느 놈이랑 하든 그건 상관없는데. 어느 새끼랑 씹질할 지는 상관이 있어서.” “뭐라고요!” “그렇잖아. 윤이수가 나가서 다리 벌리면 그 새끼랑 내가 구멍 동서가 되는 건데 씨발. 너무 떨어지잖아, 격이.” “언니 내일부로 완전히 귀국해요. 한국 들어오자마자 약혼 날짜 잡자는 말이 벌써부터 오가고 있다고요.” “그게 무슨 상관이지?” “네?” “윤이진과 내가 결혼하는 게 윤이수 구멍에 좆 박는 거와 무슨 상관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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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를 하랬더니

“한 번 해요, 그만 튕기고.” 세상이 너무 쉬워 눈이 하늘에 붙은 태원 그룹 외동딸 차여진. 카리스마 넘치는 아빠 차문성 회장은 물론이요, 오빠 셋까지 손가락 하나로 갖고 노는 그녀 앞에 아이돌 뺨치는. 아니 그리스 조각같이 멋진 남자가 나타났다. 아, 물론 그리스 조각상은 거기가 새끼손가락처럼 앙증맞지만, 195센티를 훌쩍 골격의 소유자답게 이 남자는 거기도 기함하게 크다. 어떻게 아냐고? 당연히 알지. 직접 봤는데! 우연히 본 임시 경호원 도강우의 그게 시도 때도 없이 생각나더니 급기야 불면증까지 왔다. 그래서 결국, 앓느니 죽는다고 자빠뜨리기로 했는데… 이 남자, 게이야 뭐야, 대체. 아무리 유혹해도 도대체가 넘어올 생각을 안 한다, 패기 돋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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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 결혼

“발칙하네. 한 입 거리도 안 되는 게.” 의붓아버지 채두호의 간계로 얼굴 한 번 본 게 전부인 남자와 결혼하게 된 서린. 피할 수 없는 결혼이라면 받아들이는 대신 회사 지분을 담보로 남편 될 남자 한태무와 딜을 시도하는데. 웬걸, 이 남자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그깟 거 말고 좀 더 확실한 담보는 어때?” “네?” “당신 엄마 살려줄 테니까 그쪽을 걸어.” “뭐라고요?” “효녀 심청은 아버지 살리려 물에도 뛰어들었다는 데 나쁘지 않잖아. 끽해야 다리 몇 번 벌려서 이만한 조건이면..” “미쳤어!”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 “제정신이예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말이 안 되면 호의에 대한 대가라고 치자고. 그래 봐야 담보인 건 변함없지만.” “어차피 결혼하면 할 건데 어째서 그걸…….” “결혼 전이든 후든 내키는 대로 박고 싶어서라고 해 두지. 성격이 좆 같아서 하나에 꽂히면 끝을 보는 타입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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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毒, 식食

“애새끼 건드리는 취미는 없어. 졸업하고 찾아와. 그땐 실컷 놀아줄 테니.” “애새끼, 아닌데요.” “뭐?” “학비 버느라 2년 휴학해서 스물다섯 살이에요. 어디 가서 애새끼라 불릴 나이는 지났죠.” “그래서, 애새끼 아니니까 놀아달라?” “놀자는 말, 먼저 꺼낸 건 상무님이세요.” “내가 말하는 놀자 소리가 손만 잡자는 뜻은 아닌데.” “아시다시피, 그 정도도 모를 머리는 아니라서요. 이해력이나 창의력이 부족한 편도 아니고.” “이해력은 그렇다 치고 창의력? 씹질하는데 그런 것도 필요한가?” “안 해본 걸 상상하는 덴 필요하죠.” 짝사랑하는 남자를 이대로 보내기 싫어 도발한 여자. 너무 어린 여자의 도발에 낚여 버린 남자. 얼떨결에 해 버린 결혼과 어쩔 수 없어 선택한 이혼. 2년의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그들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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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오류

“말해 봐, 바람피운 기분이 어때?” “사람 기만한 기분이 어땠는지 먼저 말하면.” “뭐?” 기다리고 기다렸던 승진 발표. 서이주 아니면 될 사람 없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100프로 확실하다 믿었던 과장 승진에서 물먹었다. 그것도 다름 아닌, 자신이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친 연인 윤재욱에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능력도, 평판도, 심지어 성과마저도 자신이 훨씬 앞서는데 대체 왜 그는 되고 자신은 안 된 건지 억울해 따지러 간 상무실. 그런데 상무실 너머 문 안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그림이 펼쳐지고 있었다. 도대체 왜 일개 대리인 윤재욱이 상무실에 있는 거지? 그것도 부사장과 함께? 그동안 내가 사랑해 마지않던 그 남자, 윤재욱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나는 누구를 사랑했던 거지? 예상치 못한 오류 앞에 매사 똑 부러지고 당차던 이주의 사고 회로가 완전히 멈춰 버렸다! [본문 내용 중에서] “끝내자는 말, 동의한 적 없는데?” “동의하든 안 하든 상관없어. 서이주에게 윤재욱은 이미 과거야.”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하는 말이 당사자 앞에선 잘도 튀어나왔다. 어제까지 틈만 나면 훌쩍였던 서이주는 이제 없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의 형편을 확인하자 막연한 명제였던 이별이 훨씬 더 구체화 됐다. 아닌 건 아닌 거다. 그도 애초에 그래서, 사람 속이며 그렇게 굴었을 테니 양심의 가책도, 미련도 남겨 둘 필요 없었다. 그래, 서이주. 이렇게만 해. 헤프게 무너지지도, 찌르면 찌르는 대로 물러지지도 말고 단단하게 굴라고, 제발. 지킬 수 있을지 점점 더 자신 없어지는 다짐을 되뇌며 시선을 들자 온 우주에 단 한 사람. 목표를 정하면 뒤돌아보지 않는 서이주를 기어코 흔들고 만 윤재욱이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한때는 미치게 뜨겁다고 생각했던 흑색의 눈동자가 오늘은 유난히 찼다. 그래서 감정이 더 북받쳤다. “누가 과거래.” “…….” “서이주는 과거일 수 있어, 윤재욱이?” 잡혀 있던 팔이 훅 당겨지며 목줄 잡힌 강아지처럼 너른 품 안으로 끌려갔다. 그녀의 두 배는 될 것 같은 큼직한 손에 턱이 들리자 앙다문 입술이 입안으로 더 깊게 말려들었다. 맞닿은 몸에서 번지는 열기가 서늘한 가슴에 뜨겁게 달라붙었다. 푹 안기면 온전히 보호받는 것 같던 윤재욱의 품이 이렇게도 불편할 수 있다는 건 예기치 못한 이별이 주는 징벌이었다. “그래서 딴 놈에게 그렇게 웃어 줬어? 그 새끼가 무슨 생각 하는지도 모르면서? 아님, 다른 놈한테 박힐 생각 하니 몸이 달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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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티칭

“순진하네. 뭘 가르칠 줄 알고.” 언니가 죽었다. 이 넓은 세상에 가족이라 말할 유일한 사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피붙이보다 더한 애정으로 자신을 품어준 유일한 의지처. 그런 언니가 자살하다니. 더구나 임신까지 한 상태였다니! 찾는 이 하나 없는 장례식장에서 이진은 피눈물을 쏟으며 복수를 맹세했다. 그리고 1년 뒤.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언니를 죽음으로 몰고 간 원흉.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 없는 태진 그룹 황태자 태강욱을 지척에서 수행하게 됐으니 말이다. “그래서 김 과장도 아니고 한 비서가 동행한다는 겁니까?” 빈틈 하나 없이 완벽한 슈트 차림의 태강욱 부사장이 미간을 구겼다. 수행 비서인 함 실장의 모친상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김 과장이 아닌 이진의 등장에 한껏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김 과장님은 제주도에 발이 묶여서 내일이나 도착 가능하다고 합니다.” “됐습니다. 혼자 갈 테니 김 과장 도착하는 대로 따라붙으라고 해요. 한 비서는 회사로 복귀하고.”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하루 이틀도 아니고 9박 10일 출장을 여비서와 함께 가라니. 괜한 구설수는 사양입니다.” “제가 여자로 보이십니까? 실력 때문이 아니라 성별 때문에 업무에서 배제된다면 엄연한 성차별입니다.” 자신을 내치려는 태강욱의 선 긋기에 이진은 정색하며 반기를 들었다. 있는 듯 없는 듯 때만 기다리던 한이진은 이 자리에 없었다. 오늘이 아니면 또 언제 기회가 돌아올지 모르기에 필사적이었다. “제가 비록 경험은 부족하지만, 뭐든 빨리 배웁니다. 그러니 조금만 가르쳐 주시면 절대 누가 되지 않게…….” “순진하네.” “네?” “내가 뭘 가르칠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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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박한 재혼

“성격 차가 성(性)적 차라던데.” 사랑은 없다. 아무리 대단한 사랑도 냉정한 현실 앞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더라. 끔찍했던 결혼 생활의 여파로 무성애자가 되어 버린 래은은 입원을 불사하는 엄마의 강요에 맞선 자리에 끌려 나간다. 재혼할 생각도, 사람 만날 마음도 없음을 명확하게 밝히고 일어서는 길, 자리를 박차고 나간 맞선남 대신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가 불쑥 일어섰다. 감히 상상도 못할 말을 지껄이면서. “그쪽도 성격 차로 이혼했습니까? 성격 차가 성(性)적 차라던데.” 난데없이 끼어들어 성희롱성 발언을 날리는 남자에게 하다못해 물이라도 끼얹어야 했지만 몸이 굳어 팔이 움직이질 않았다. 뭔 놈의 키가 이렇게나 큰지, 목덜미가 뻐근하도록 고개를 젖히고서야 겨우 눈에 들어온 얼굴이 래은의 말문을 틀어막았다. 아니,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생길 수가 있냐고. 웹툰 속 남주 실사판이잖아, 이건! 첫눈에 반한다는 말 따위 귓등으로 흘려버리던 게 무색하게 제어되질 않았다. 드넓은 호텔 커피숍이 밀실이라도 되는 듯 남자의 숨소리, 나른한 표정, 미세한 움직임 하나까지 속속들이 눈에 틀어박히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손을 잡고 말았다. 정중하기 짝이 없는 악수의 형식을 빌려 손바닥을 교묘하게 훑어 내리는 손길에 잘만 쉬던 숨이 툭 잘려 나갔다. [본문 내용 중에서] “차 한 잔 더 할래요? 아니면 나랑 놀러 나가든가.” 아무리 봐도 현실감 없는 얼굴을 얼마나 쳐다보고 있었을까. 옅은 미소를 머금은 남자의 물음에 래은은 그제야 화들짝 정신을 챙겼다. 이렇게나 노골적으로 얼굴 따지는 인간이 아닌데 이 남자 앞에선 이성이란 게 무용지물이었다. 얼굴이며 몸매, 월등한 신장에 풍기는 분위기까지, 무엇 하나 서래은 취향 아닌 게 없는데 말해 뭐 할까. 싸워 보기도 전에 말 그대로 무장 해제 상태인 것을. 대체 무슨 생각으로 성(性)적 차 어쩌고 하는 소리를 했는지 모르지만, 그조차 용납될 정도로 강휘건이라는 남자가 래은에게 미치는 영향은 압도적이었다. 이왕이면 잘생긴 남자가 좋다고, 그래도 얼굴은 뜯어먹고 살 수 있지 않겠냐고 웃던 어느 신부의 너스레가 이제야 이해될 정도로 남자의 파급력은 무서울 정도였다. 이 남자가 무슨 소리를 지껄이든 어지간하면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만드니 말이다. “놀러 나가다니…… 그게 무슨 소리죠? 아니, 그 전에,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예요? 혹시 저 아세요?” 남자의 페이스에 빨려들 듯 휩쓸리는 마음을 겨우 다잡은 래은이 긴 한숨을 내쉬며 따지듯 질문을 쏟아냈다. 이렇게라도 해서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남자가 하자는 대로 뭐든 다 해버릴 것 같아 불안했다. 막말로 지금도 괜히 질문한 건 아닐까, 아니면 됐다고 자리를 떠버리면 어쩌나 가슴이 두근대고 있으니, 밀당이란 게 될 리 없었다. 더구나 이 남자, 자신의 외모가 상대에게 미치는 영향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이토록 넋 놓고 보는데도 당황하기는커녕, 감상할 시간까지 줘가며 사람 홀려대는 게 재수 옴 붙어서 작업에 휘말린 건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알아야 할 건 다 아는 것 같은데? 맞선남 차는 기술이 수준급이고, 아닌 척 사람 까는 재주도 상당하고. 아! 이건 어디까지나 칭찬. 그 자식 깔 때 꽤 통쾌했거든.” “근데 왜 반말이에요? 언제 봤다고?” “꼴리는 여자한텐 존대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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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홀렸으면 책임져야지, 희주야.” 어린 날의 실수로 한 사람에게만큼은 죄인일 수밖에 없는 희주와 그녀의 가족. 그런 그녀가 무려 18년을 짝사랑한 남자가 돌아왔다. 그녀의 원죄, 한지현의 남자로. 그냥 동생일 뿐이라며 무해하게 웃는 함정욱을 희주는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아닌 다른 이의 손을 잡고 이 집에 들어선 순간 다 끝났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모든 걸 망친 그가 갑자기 다가오기 시작했다. 평소의 진중함은 흔적도 없이. 날것 그대로의 욕망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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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디스는 괴로워!

친구따라 강남 간다고…. 사촌 따라 얼떨결에 항공사 여승무원, 스튜어디스에 합격했다. 그리고 얻게 된 꿈같은 독립! 마침내, 두 가지 꿈을 이룬 역사적인 날을 자축하기로 했다! 이게 무슨 일일까? 내 옆에 누운 이 남자는 누구며… 여기는 어딜까…? 생애 첫 직장. 생애 첫 남자. 생애 첫 일탈! 감당할 수 없는 악몽으로부터 조용히 튀었다. 아 놔! 꿈이면! 악몽이면 깨야 되는 거 아냐? 정신을 차렸는데 꿈은 왜 안 깨냐고! 어쩌다 만나 어쩌다 만리장성을 쌓은 남자가 눈앞에 서 있다. ……끝나지 않을 악몽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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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아닌데요, 대표님

“혹시 대표님 저 좋아하세요?” “네, 좋아합니다.” “왜, 왜요?” “예쁘잖습니까, 귀엽고.” 전혀 순진하지 않은 남자가 순진한 눈빛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그래, 뭐. 예쁜 건 인정. 어제보단 오늘이 좀 더 예쁘고, 망할 연애는 물 건너간 지 오래지만, 괜찮은 외모라는 건 부인하지 않았다. 속 뻔히 보이는데 아니라며 도리질 치는 가식 따위 딱 질색이었다. 아니 근데, 그래서 어쩌라고. 설마 나하고 연애라도 하겠다고? 서울 시내 큰 손들이 딸, 손녀 못 갖다 바쳐 안달하는 남자가 뭐가 아쉬워서? 재벌 회장님들이 골프를 핑계로 어떻게든 사위 삼으려 덤비는 그 최무한이 나랑? 날카롭고도 현실적인 가희의 눈이 대표가 걸치고 있는 것들을 재빨리 훑었다. 300프로에 달하는 수익을 안겨다 주자 눈이 완전히 돌아버린 인간이 들이밀고 간 저 슈트는 세계에서 제일 희귀한 직물 6개로 만든, 영국 왕족이 입는다는 그 브랜드였다. 손목에 찬 시계 역시 어느 회장님께서 선물한 서울 시내 아파트 한 채 값보다 비싸다는 명품 중의 명품. 그러니까, 원룸 반전세를 뺀 그녀의 여유 자금으로는 저 구두 한 켤레 살까 말까 한데, 그런 한가희가 최무한. 저 무시무시한 남자와 만난다? 모르긴 몰라도 분개한 어느 다혈질 투자자의 손에 암살당하거나 그를 흠모하는 수많은 여자의 눈총에 맞아 장렬하게 전사할지도 모를 일이다. 근데 그걸 내가 왜 해? 인생 모토를 용 꼬리가 되기보다 뱀 머리가 되겠다로 정한 이유가 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저는 싫습니다. 그냥, 부담 없는 사람이......” “그럼 부담 없는 관계 하죠.” “네?” “할 일도 없는데 왜 자꾸 따로 남기는지 몰라, 한가희? 지금까지는 몰랐어도 이젠 확실히 알 텐데?” “저는 전혀......” “부담스러운 관계가 싫다니 부담 없이 파트너 하자고.” 파트너라는 말에 와락 구겨진 가희의 얼굴 위로 닿을 듯 말 듯 남자의 손길이 스쳤다. 보통 때의 그녀라면 경기하듯 놀라야 정상인데, 어이없게도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양심에 손을 얹고 나랑 자고 다는 생각 한 번도 한 적 없어? 그런 거면 직장 내 성희롱으로 고소하던가.” 책상을 돌아 그녀에게로 다가오는 남자의 중심이 모를 수 없게 부풀어 있었다. 꿀꺽, 저도 모르게 군침을 삼킨 가희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뻔뻔함은 전염되는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상사의 거기를 이렇게 대놓고 볼 수는 없는 거였다! 하. 고. 싶. 다. 격. 하. 게! 딴생각 하려는 노력이 무색하게 커다랗게 발기한 단어들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분위기 파악 못 하는 아래가 어느새 축축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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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오빠와의 원나잇, 그 후

“그건 그냥 실수잖아.” 쌍방 과실에 의한 교통사고. 그 말 외에는 그 밤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알고 지낸 지 20년. 기저귀 차고 걸음마 뗄 때부터 언제나 ‘오빠’였던 강석주. 그런 그와 자버렸다. 술김에, 아니, 홧김에! 그런데 이 인간, 할머니 집까지 찾아와 날더러 먹튀란다. 내가 왜? 뭘 어쨌다고! [본문 내용 중에서] “연애하고 싶어?” “……뭐, 뭐래.” “남들 다 하는 연애 한 번 못해서 서럽다며.” “그거야…… 이거 좀 놓고 얘기해. 아프잖아.” 풀어 주기는커녕 점점 더 힘이 들어가는 포옹에 다연은 있는 힘껏 몸을 뒤로 물렸다. 이러다간 강석주 가슴에 얼굴이 파묻힐 것 같았다. 몸이 닿은 것만으로도 가슴이 터질 것 같은데 더한 자극이라니, 절대 사양이었다. “연애하고 싶다면서 이 정도가 불편해?” “오빠랑 연애하는 거 아니잖아.” “……그럼 누구랑 하려고?” “모르지, 그걸 알면 내가 이러고…… 아, 뭐 하는 거야!” “예행연습.” 생각지도 못한 단어와 함께 허리가 바짝 당겨지자 머릿속에 벼락이 쳤다. 예전에야 싫다는데도 매달리며 스스럼없이 치대곤 했지만, 그거야 과거일 뿐. 알 거 다 아는 나이에 이런 식의 접촉은 황망할 뿐이었다. “다연이 너, 몸으로 하는 건 나한테 다 배웠어. 그러니 이것도 마저 배워야지.” “비켜. 떨어지라고, 제발.” “싫다고 보기엔 얼굴이 너무 빨개지는데?” “수, 술 마셔서 그런 거거든.” “그럼 맥박은?” “읏.” “여기 지금, 얼마나 팔딱대는 줄 알아?” 바르작대는 몸짓을 여유롭게 제압한 강석주가 경동맥을 누르자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피가 너무 빠르게 돌아 어지러웠다. 코끝을 맴도는 묵직한 체향도, 맞닿은 몸을 타고 번지는 뜨거운 열기도, 배꼽 언저리에 느껴지는 단단한 이물감까지 온통 뒤죽박죽, 감당 불가였다. 술을 지나치게 마신 게 확실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감정, 이런 자극을 이 인간을 상대로 느낄 리 없었다. “장난치지 마.” “그렇게 보여?” “놀리지 말라니까!” 떨어지기는커녕 찰싹 달라붙는 움직임에 소리를 키워 봤지만, 강석주는 기막힐 정도로 여유 만만했다. “장난 아니야. 과하게 진심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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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나쁜 동거인

유일한 혈육인 할머니를 여의고 꿋꿋하지만 무감하게 살아가던 소은. 별다를 것 없던 그녀의 삶에 희망이라는 빛이 깃든 건 눈 오는 새벽, 길가에 쓰러진 노인을 구한 뒤였다. 응급 구조 자격증을 지닌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그토록 염원하던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말에 소은은 염치 불고하고 제안을 덥석 물었다. 그리고 이후로는 모든 게 잘 돌아가는 것 같았다. 지하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강태상 회장의 손자 강시준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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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타임 결혼

“대타를 구해 오든, 직접 나서서 때우든, 뭔가 하란 말입니다. 그러라고 그 돈 주고 고용한 거니까.” “제가 뭘, 어떻게…… 대타라니, 설마 진심이신 건 아니죠?” 처음부터 감이 좋지 않았다. 워낙 큰 건이라 덥석 물긴 했지만, 웨딩 플래너 경력 5년에 이렇게 찜찜한 결혼은 처음. 그러니 이 사달이 난 게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를 일이었다. 신부가 결혼식장에서 내뺐다. 그것도 결혼식을 불과 두 시간 앞둔 시점에! 남겨진 신랑이 좀 안됐다는 생각이 설핏 들긴 했지만, 세상에서 제일 부질없는 게 연예인과 재벌 걱정. 오늘 당장 망해도 삼 대는 떵떵거리고 살 대기업 막내아들보다는 연달아 세 건의 결혼이 엎어진 자신의 캐리어가 더 심각한 위기였다. 그래서 내치지 못했다, 전직 대통령까지 참석한 결혼을 파투 낼 수 없다는 신랑 측 압력을. 천만다행으로 도망친 신부와 체격이 비슷했다. 화장이 아니라 분장 수준인 신부 화장과 면사포로 얼굴까지 철저히 가려 버리자 그야말로 완전 범죄인 듯 보였고. 그렇게, 오늘 처음 본 남자의 손을 잡고 혼인 서약을 할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게 잘만 돌아가는 것 같았다. 냄새를 맡은 기자가 첫날밤 숙박하기로 한 호텔 앞에 진을 치기 전까지는. 망할 놈의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 정말로 와이프 대행을 하게 되기 전까지는! [본문 내용 중에서] “정말 죄송하지만, 결단을 내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상무님. 아시다시피 이 상태로는 식을 진행하기 힘들뿐더러 하객분들도 생각하셔야 하니 차라리 예식 취소를 하시는 쪽이…….” “이로운이라고 했나?” “네?” “이름이, 이로운 웨딩 플래너로 기억하는데.” “아, 네.” 갑자기 이름을 들먹이기에 화들짝 얼어붙었던 몸에서 천천히 힘이 빠졌다. 어떻게 된 게 평범한 질문마저 취조 받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재주를 지닌 남자였다, SJ 그룹 사도혁 상무는. “그럼 이참에 이름값 하면 되겠네.” “예? 그게 무슨……?” “이로운, 이름부터가 이타적이잖아.” 1인용 소파 깊숙이 등을 기대고 있던 남자가 상체를 세워 앉았다. 그는 앉아 있고 자신은 분명 서 있는데도 위축되는 건 비릿한 미소를 머금은 남자의 눈빛 때문이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뭔가에 겁먹어 본 적 없는 것 같은 시선. 천적이라곤 없는 세상의 지배자 같은, 누구라도 덤비는 순간 산 채로 갈기갈기 찢어 버릴 것처럼 매서운 눈동자.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올곧게 바라보는 눈빛에 로운은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분명 미소 짓고 있지만, 냉소보다 더한 기운이 뼛속으로 스며드는 것만 같았다. “무슨 소리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뭘 어떻게…….” 말꼬리가 자꾸 숨어들었다. 자신의 실수가 아니니 당당해야 하건만, 남자의 눈빛은 사람을 주눅 들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었다. “이 결혼, 전직 대통령까지 참석하는 정치적 행사이자 쇼 비즈니스인 건 잘 알 테고, 무책임한 출연진이 펑크를 내긴 했지만, 그렇다고 총책임을 맡은 감독이 손 놓고 있으면 안 되지. 상도덕에 어긋나잖아.” “네?” “대타를 구해 오든, 직접 나서서 때우든, 뭔가 하란 말입니다. 그러라고 그 돈 주고 고용한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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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지 포비아

네 번의 결혼과 세 명의 새아버지. 그런 엄마에게 질려 결혼이라면 이가 갈리는 차예주. 그런 그녀에게 겁도 없이 결혼을 말하는 남자가 나타났다. 세상 둘도 없는 몸을 미끼로, 줄 듯 말 듯 애태우는 눈빛으로. “하고 싶습니까?” “그래요, 하고 싶어요.” “그럼, 결혼부터 하죠.” “뭐, 라고요?” “결혼하자고.” “미쳤어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이래 봬도 꽤 조신해서.” “조신? 하!” 그렇게 감겨 버렸다. 모든 게 완벽한 능구렁이 같은 남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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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후 순결

마침내 혼후 순결 딱지를 뗀 무겸과 류은. 알콩달콩 행복하기만 한 그들의 결혼 생활은 과연 동화처럼 끝날까? 질투 넘치는 무겸과 자아를 찾아가는 류은, 자의식 강한 딸 한솔까지. 행복한 그들의 더 행복해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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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덮어 쓰다

“잘 들어, 류희연. 너 알잖아, 내가 너라면 환장하는 거.” “……그게 무슨.” “기억 못하겠지만 그날도 말했고, 아까도 분명히 밝혔어. 류희연 때문에 한 달 동안 정신 못 차렸다고.” “도대체 곧 결혼하실 분이 저한테 왜 이러세요!” “그럼 됐네. 결혼할 사람 없으니.” “네?” “정말 뉴스라고는 안 보고 살았나 보네. 류희연 보라고 대문짝만하게 기사 내며 파혼했는데.” “왜 그런 짓을!” “그럼, 하루 24시간 다른 여자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데 그냥 결혼하라고? 누굴 위해? 그 여자라고 이런 내가 좋을까? 어떡하면 류희연을 뺏어 올 수 있을까, 박 터지게 머리 굴리는 놈이?” 도대체 이 남자 왜 이럴까? 재계 서열 10위에 빛나는 윤송 그룹 막내아들이자 잘나가는 도서출판 윤송의 CEO 서도진. 소설 주인공보다 더 주인공 같은 외모와 스펙의 소유자인 서도진이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그녀에게 이토록 절절 매달린단 말인가? 6년 동안이나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해 온 애인에게 파혼 당하는 것은 물론, 일평생 모아 온 전 재산을 가지고 도망쳐 버린 생모라는 여자 때문에 한순간에 거지가 되어 고시원이나 전전하는 보잘것없는 여자를. 그녀의 인생에서 중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거세게 뒤통수를 맞고, 이제 더 이상 사랑 따위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불도저처럼 다가오는 도진을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다. “긴 터널 혼자 걷는다고 고생했어. 이젠 같이 가자. 이 손 절대 안 놓치고 단단히 잘 붙들고 지킬 테니까 제발 의지해 줘. 임신이든 아니든, 당신의 모든 순간에 함께 있을 수 있게.” 정말 이 남자를 믿어도 될까? 상처투성이로 남아 버린 사랑, 덮어 쓸 수 있을까? [본문 내용 중에서] “나 지금 업무 때문에 여기 있는 거 아닙니다. 그러니 사석에선 도진 씨로 불러 줬으면 좋겠는데.” 아……. 낮게 터지는 한숨을 삼킨 희연이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냥 조용히 지나가고 싶었는데 너무 큰 바람이었나 보다. 또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한다니. “그럴 순 없습니다. 저를 아껴 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출판사 대표와 작가의 관계일 때지 그 이상은 원하지도 달갑지도 않은 점,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괜찮습니다. 원하게 만들면 되고 달갑게 느끼게 하면 되니까.” “대표님!” “가만있는 사람 가슴에 불 지른 건 당신이야. 사람 미치게 만들어 놓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돌아서는 널 두고 내가 무슨 생각을 했을 것 같아?” 주춤, 주춤.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던 희연이 단단한 벽에 막혀 강제로 멈췄다. 새까만 안광을 번뜩이며 우아하고도 여유롭게 다가서는 남자는 그녀가 알던 서도진이 아니었다. 냉정하면서도 따뜻하고, 고고하지만 다감한 대표가 아니라 가혹하리만치 매섭고, 두려울 정도로 뜨거운,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굳게 만드는 격한 기운이 사위를 감싸고 있었다. 잘못 건드렸다는, 이 남자 정말로 제정신이 아니구나, 라는 깨달음은 안타깝게도 너무 늦은 듯했다. 고시원 입구에서처럼 벽을 짚어 그녀를 가둔 남자에게선 아까와는 전혀 다른 열기가 일렁였다. 도구나 여기는 완전히 격리된 공간. 무슨 일이 벌어지든 누구 하나 나타나지 않을 거라는 예감은 거의 직감에 가까웠다. “대, 대표님, 이러지 말고…….” “결혼식에 왜 갔을까? 류희연 안 보겠다는 일념으로 무려 한 달을 스위스에 처박혀 있었는데.” “제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주는 손끝이 칼날처럼 예리하게 느껴졌다. 아니, 그의 손길이 닿는 살결 부분, 부분이 칼로 그어지듯 날카로운 자극을 감각하며 멋대로 전율했다. 순간, 그 밤에 느꼈던 야릇한 관능이 전신을 휘돌았다. 단언컨대 그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분노로 달아오르던 눈동자가 깊이를 알 수 없도록 위험스럽게 침잠하고 있었다. “흔들어 봐야 안 흔들릴 걸 알아서 놔줄까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 내가 그렇게 착한 놈은 아니라서.” “흣…….” 이마를 쓸어내린 손끝이 달아오른 귓불을 스치자 꽉 다문 잇새로 신음이 터졌다. 누구보다 당황한 건 그녀 자신. 따로 뭔가를 한 것도 아니고 그저 가볍게 스쳤을 뿐인데 촘촘히 박힌 솜털이 일제히 비명을 내지르는 기분이었다. “봐, 류희연. 이렇게 닿기만 해도 미칠 것처럼 불꽃이 튀는데 어떻게 당신을 놔주겠어.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인 여잔데.” “그런 거 아니…… 으읏!” “아니, 맞아. 나름 담백하게 살았던 놈을 씹질에 미친 새끼로 만들었거든, 당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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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천장

"하룻밤만 재워주세요." 아역배우부터 시작해 단 한번의 실패도 없이 최고 스타로 성장한 유하진. 움직이는 기업이라 불릴만큼 부족한 것 없어 보이는 그녀가 실은 심각한 섭식 장애로 모자라 불면증까지 앓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부모와 돈 밖에 모르는 기획사 대표, 일거수일투족을 따라 다니며 간섭하는 매니저까지. 사람을 돈 버는 기계 취급하는 이들에게서 벗어나고파 일탈을 감행했다. 그리고 그날 밤, 인생 최대 위기와 마주한 그녀 앞에 남자가 등장했다. 더럽게 무뚝뚝한 모습으로, 더없이 카리스마 넘치는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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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적령기

맨정신으로 하겠다? 용기는 가상하네. 상견례 날 잠수를 타 버린 정혼자. 그리고 맞닥트린 조부모님의 죽음. 모든 걸 잃은 희연 앞에 정혼자의 이복동생이 나타났다. 80억. 조부모님의 혼이 담긴 청송원을 구해 주겠다 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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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남자가 취향이라

“나도희 씨는 상식이란 거 없습니까? 어떻게 남자 거길 그렇게 대놓고 쳐다봅니까?” “그러는 팀장님은 상식이 차고 넘치셔서 제 가슴 그러고 보셨어요? 훔쳐보는 것도 아니고, 보라고 대놓고 드러낸 거 보는 게 뭐가 어때서!” 미친 새끼! 낙하산 타고 내려왔으면 하던 대로 얌전히 처주무시기나 할 것이지 사사건건 왜 간섭인데. 내 눈으로 내가 보고 싶은 거 보겠다는데 핏대는 왜 처올리고 지랄이시냐고요, 걍 가시는 길 가시지. “나도희 씨 변태예요? 어떻게 여자가…….” “뭐라고요! 말 다 하신 거예요, 지금?” 아, 놔! 아빠 빽 믿고 하릴없이 시간만 죽이는 바지 팀장 주제에 이게 어디서! 그래, 나 변태다. 잘생겨서, 똑똑해서, 부자라서 끌리는 건 그런가 보다 하면서 몸 좋은 남자, 그거 큰 남자한테 끌리는 건 어째서 천박한 건데! 내 문제는 딱 하나야. 그걸 확인하려면 자빠뜨려 봐야 한다는 거. 그걸 못 해서 이 몸이 아직도 모쏠이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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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트의 정석

“나만 믿어. 다이어트 확실히 시켜 줄게.” 그 말을 믿은 게 잘못이었다. 조급한 마음에 눈에 뭐가 씐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똑 부러지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금하나가 그딴 약속을 할 리 없다. 아무리 체중 관리엔 도가 트인 최강이라지만 물불 안 가리고 그렇게 맹목적으로 자신을 내맡기다니. 그러니 지금의 이 사태가 발생한 거다. “하악, 그만, 최강…… 그마안!” “뭘 얼마나 했다고 그만이야, 아직 몇 번은 더 박을 수 있는데. 좋아서 줄줄 싸는 거 안 보여?” “모, 못해. 죽을 것…… 아읏, 하으윽!” “괜찮아, 금하나. 절대 안 죽으니까 걱정 말고 다리 더 벌려. 다이어트하려면 열심히 해야지, 안 그래?” 20년 지기 남자 사람 친구의 돌변. 홈트를 핑계로 오늘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발라 먹힌 하나에게선 곡소리, 아니, 살 빼지는 소리가 흘러넘쳤다. [본문 내용 중에서] “최강, 너 왜 그래? 지금 그 말, 무슨 뜻이야?” 없는 용기를 쥐어짜 겨우 던진 질문에 최강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야릇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녀석이 숨 막히게 잘생긴 건 알고 있었지만, 저런 표정은 또 처음이었다. 뭐랄까, 위험한데 미치도록 끌리는 얼굴? 뭐가 됐든 심장에 심각할 정도로 나쁜 건 확실했다. 아까부터 요동치던 박동이 이젠 아예 박자를 앞질러 뛰어대기 시작했으니. “생각만큼 무디지는 않네, 이제라도 감 잡은 거 보면.” “뭐……?” “딴청 부리지 마, 하나야. 너도 알고 있잖아, 내 맘이 어떤지.” “……!” “대가리 총 맞은 것도 아니고 어떤 미친 새끼가 그냥 친구한테 명품 가방을 떠넘겨? 그거 사는 게 얼마나 귀찮은 일인데.” “그, 그럼!” “그 자식이랑 결혼까지 생각한다기에 확 엎어 버릴까 생각했는데 이렇게 기회가 오네. 이래서 존버라는 말이 생겼나 봐. 자그마치 15년을 짝사랑했으니 하늘도 좀 감동할 만하지.” “강아…….”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이 돼 버린 것 같은 녀석의 돌진에 하나는 깊은숨을 몰아쉬었다. 마신 건 레모네이드뿐인데 레몬 소주라도 들이켠 것처럼 모든 게 얼떨떨했다. 지금 상황이 꿈인 듯 현실 같고 현실인 듯 꿈만 같았다. 술에 취해 잠든 수많은 밤처럼 지금도 여전히 꿈속에서 헤매는 건지 분간이 되질 않았다. 얼굴을 뚫어 버릴 듯 내려다보는 시선은 분명 살아 있는 최강의 것인데 고막에 박히는 소리는 현실이라 하기엔 너무도 비현실적이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지금……?” “그래, 우리 하나는 은유나 비유에 약하니까 직설 화법으로 말해 줄게.” 식탁을 돌아 똑바로 다가오는 녀석의 눈이 먹잇감을 포착한 맹수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에 질려 꼼짝도 못하는 고라니처럼 하나는 멍하니 두 손을 붙들렸다. “금하나, 내가 너 환장하게 좋아해. 내내 봐오던 친구가 교복 입은 거 보고 넋이 나간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한테 너, 한 번도 친구였던 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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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지 포비아

“내 좆맛이 보통은 아닐 텐데.” 네 번의 결혼과 세 명의 새아버지. 그런 엄마에게 질려 결혼이라면 이가 갈리는 차예주. 그런 그녀에게 겁도 없이 결혼을 말하는 남자가 나타났다. 세상 둘도 없는 몸을 미끼로, 줄 듯 말 듯 애태우는 눈빛으로. “하고 싶습니까?” “그래요, 하고 싶어요.” “그럼, 결혼부터 하죠.” “뭐, 라고요?” “결혼하자고.” “미쳤어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이래 봬도 꽤 조신해서.” “조신? 하!” 그렇게 감겨 버렸다. 모든 게 완벽한 능구렁이 같은 남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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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결심

“사랑할 준비는 끝나 있었다.” 사랑이 사람을 어디까지 망가뜨릴 수 있는지 낱낱이 보고 자란 인생. 그렇기에 믿지 않았다. 사랑이라는 감정도, 결혼이라는 허울도. “원나잇 처음 해봤나, 촌스럽게.” “뭐?” “그렇잖아요. 하룻밤 질펀하게 놀았으면 됐지, 왜 질척거려요, 알 만한 사람이.” “자주 했나 봐, 원나잇?” “누구만큼은 했겠죠.” “……그래서 다시 보는 게 불편하다?” “솔직히 편하진 않네요. 우연이라도 꺼림칙할 판에 계획적이라니, 당연히 싫죠.” “그런데 어쩌나, 지겹게 봐야 할 텐데.” “자, 잠깐. 그게 무슨!” “이 결혼, 한다고.” “한국말 못 알아들어요? 싫다고요. 얼굴 보는 것도 싫은데 결혼은 무슨!” “난 할 생각이니까 정 하기 싫으면 직접 깨보든가.” “그럴 거면 내가 여길 나왔겠어요?” “그러니까, 어차피 못 이길 거 순응하라고. 그 참에 열렬히 사랑하면 더 좋고.” “제정신이에요? 대체 뭘 보고 결혼을……!” “경제적 가치는 물론, 속궁합까지 철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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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후 순결

“무슨 술을 몸도 못 가누게 마시나.” “멀쩡한 정신에 스캔들 메이커인 누구보단 나아요!” “스캔들 메이커?” “네, 스캔들 메이커!” “무슨 소리지?” “알아서 생각해요.” “무슨 소리냐니까!” “당사자가 모른다는데 제삼자인 내가 무슨 수로 알겠어요.” “제삼자? 그럴 일도 없지만, 내가 스캔들 만들면 송류은 넌 제삼자가 아니라 당사자야.” “송연 김 대표에게 이혼 절차 준비하라고 했어요.” “뭐?” 남들은 정략이라 말하지만, 진심으로 사랑해서 감행한 결혼. 그러나 고작 1년 만에 그 끝을 마주했다. 나이 스물둘에 이혼녀라는 타이틀을 얻는 거로 모자라 이혼녀지만 처녀라는, 듣도 보도 못한 아이러니까지 껴안게 생긴 송류은. 그런데 이 남자, 한무겸이 화를 낸다. 정작 억울한 사람이 누군데! [본문 내용 중에서] 머릿속이 백지였다. 다정하고, 부드럽고, 마냥 달콤할 거라 생각했던 첫 키스의 환상이 예식과 동시에 부서져 버린 결혼에의 그것처럼 완벽히 파괴됐다. 지독히 원초적이고 적나라하고, 그리고 자극적이었다. 이토록 배려 없는 키스에 어째서 이렇게나 빠져드나 억울할 정도로, 그가 스치는 자리마다 미칠 것 같은 감각이 끓어올랐다. 수치와 열망에 볼이 화끈거렸다. 제 것이라 인정할 수 없게 탁한 신음이 꽉 막힌 입술 대신 코를 비집고 새어 나왔다. 혀를 얽어 빠는 야한 소리가, 입천장을 간질이는 욕망 가득한 혀끝이. 꽉 닿아 모를 수 없는 존재감을 자랑하는 그의 중심과 뒤엉켜 그녀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이렇게 휘말리면 안 되는데. 누구보다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과정이 아니라 결과에 집중해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질 않았다. 뇌가 통제를 벗어나 날뛰었다. 뭐가 이렇게 야릇하고 짜릿한지. 입술이 아니라 머리가, 심장이 열린 기분이었다. 미워해야 한다는 명제는 아랑곳없이, 한무겸이 선사하는 열감에 온전히 젖어 들고 있었다. “흡!” 종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게 큰 신음이 흘렀다. 완벽히 맞물린 입술을 이대로 삼켜 버릴 것처럼 빨아들이는 힘에 뇌가 흡입 당하는 것 같았다. 한 방울의 타액도 남지 않게 입안을 휘저은 무겸이 패닉 상태인 그녀의 혀를 자신의 입안으로 이끌었다. 질겁하며 도망쳐도 소용없었다. 내빼면 따라붙고, 숨으면 잡아끄는 통에 그가 원하는 걸 내줄 수밖에 없었다. 숨이, 정신이 끊어지지 않으려면. “하아, 하아!” “선수인 양 굴더니.” 폐가 터지기 직전에야 그녀를 놓아준 남자는 먹이를 손에 쥔 짐승처럼 여유로웠다. 숨이 턱에 걸린, 헐떡이느라 대답할 꿈도 못 꾸는 누구와 달리. “몸은 거짓말을 못 하네, 여기와 달리.” 굵다란 손끝이 열 오른 이마를 톡톡 쳤다. 기분 나빠야 정상이고 발끈해야 당연한데,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다. 머리가 느끼는 감정보다 몸이 느끼는 결핍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웃음기 섞인 빈정거림도 제대로 듣지 못할 만큼 산소 결핍이었다. “송류은.” 새삼스레 부르는 음성이 묵직했다. 타액에 번들거리는 입술만큼이나 매섭게 번뜩이는 눈빛도 종전과는 달랐다. 왜 저러지. 설마, 키스가 별로라 그만하려고? 불안과 실망이 빠르게 교차하는 동공이 노련한 시선에 여과 없이 노출됐다. 뭐라고 설득해야 하나, 어떻게 붙잡아야 하나 갈등하기를 잠시. “너,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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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 협상

“갑자기 왜 이러는 거예요?” 부부였다고 말하기도 우스울 만큼 짧았던 결혼 생활. 필요로 맺어지고 강요로 헤어진 전남편이 다시 나타났다.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언제 그렇게 무심했냐는 듯 다른 사람이 되어. “왜 이래요! 나 곧 재혼해요.” “아직 한 건 아니지.” “그걸 지금 말이라고!” “그럼 무슨 소리를 할까? 씹도장 찍자마자 내빼 버린 여자한테.” “그, 그게 무슨……!” “하고 싶으면 재혼해. 단, 내 아들은 내놓고.” 석 달간의 결혼 생활 중 단 하루.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일탈이 준 선물. 자신의 인생 전부인 아들을 언급하는 뻔뻔함 앞에서 은우는 결국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었던 남자, 갖고 싶지만 절대 가질 수 없었던 강무원이 원하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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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가림

“안에 있는 거 압니다,” 사람이 무섭고 세상이 두려워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지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낯선 남자가 찾아온다. 이름도, 얼굴도, 심지어 존재하는 지도 몰랐던 할아버지. 그의 유언 집행자라는 소리와 함께. “따라서 민지윤 씨는 회장님 유언에 따라 140억의 유산을 상속받게 됩니다. 회사에 몸담는 조건으로.” “아뇨, 싫어요.” “이렇게 살면서 돈이 필요 없다?” “더 할 말 없으면 이만 가주시죠.” “없는 주제에 자존심만 살아서는.” 초라하지만 소중한 자신의 공간을 혐오 가득한 눈으로 훑어보는 남자. 그때는 전혀 몰랐다,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이 남자에게 자신이 그토록 휘둘리게 될 줄은! [본문 내용 중에서] “그거…… 좋아요?” 뺨이라도 맞은 듯 얼어붙은 남자를 보며 지윤은 마지막 한 방을 날렸다. 제 입으로 절대 할 일 없을 말이었지만 마침내 해버렸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다 가진 남자, 부족한 게 없는 성인. 그런 남자에게 고작 애 취급당하는 처지니 온몸을 내던져 보자는 심경이었다. 잃기 싫어서가 아니라 갖고 싶어서, 지레 포기하기보다는 한 번이라도 만져 보고 싶어서. “너, 지금 무슨 말을……!” “자위, 아니, 섹스하면 좋냐고요.” “민지윤!” 경악에 찬 음성이 거실을 뒤흔들었다. 맹세컨대 좆 흔드는 꼴을 들켰을 때보다 백배는 더 놀랐기에 음성이 제어되질 않았다. 여리고, 순진하고, 그래서 바보처럼 보이기까지 하던 여자는 이 순간, 세상 둘도 없는 여우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딱히 뭔가를 해서가 아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그저 호기심일 뿐인 척, 내면 깊숙이 숨겨 놓은 불씨를 잡아당겼을 뿐이지. “죄송해요. 그냥 궁금해서…….” “그게 왜 궁금한데?” “그거야…….” “왜? 돈도 생겼겠다, 아무나 붙잡고 떡이라도 치게?” 마음과는 전혀 다른 소리가 마구 쏟아져 나왔다. 솔직히 일부는 진심이기도 했다. 애새끼 아니라고 하는, 너구리 굴을 이제 막 탈출한 민지윤이 훨훨 날아갈까 봐 두려운 건 사실이니까. “대답이 없네. 진짜 그러려고?” 침묵을 고수하는 입술이 강욱의 본성을 건드렸다. 스스로에게 가차 없는 만큼 상대에게도 틈을 보이지 않는 사냥개. 여린 목덜미를 물어뜯고 싶어 이까지 근질거렸다. “해보고 싶어요.” “씹!” “아무나가 아닌 태강욱 씨랑.” “……!” “감히 주제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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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불시착

“찢어진다고 울더니 잘만 먹네.” 아버지를 죽음으로 이끈 원흉. 사고와 연관이 있든 없든 절대 맘에 둬선 안 되는 남자를 향해 멋대로 기우는 마음의 축. 안 된다고, 이럴 순 없는 거라고 발버둥 칠수록 우악스럽게 조여 오는 진심 앞에서 한순간 흔들렸다. 그 짧은 순간의 방심이 결국 불시착이 돼 버린 거고. “뱉지 말고 삼켜야지, 지나야. 싸 달라고 조를 땐 언제고.” “하윽, 하지…… 으흐흣.” “울 때마다 보지가 움찔거리는 거 알아? 좆물이 찰방거리는 게 더 쑤시고 싶잖아.” “하아악!” 몇 번이고 파정한 공간을 사정없이 밀어 올리는 압박에 지나는 도리질치며 온몸을 떨었다. 거대한 페니스가 내벽을 꿰뚫고 경부까지 치닫는 감각이 소름 끼치도록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장대한 기둥을 철근처럼 휘감은 우락부락한 핏줄과 힘줄이 속주름을 긁어 대는 자극에 목 안에서 신음이 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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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식의 밤

“저기요, 사람이 다쳤는데 어떻게 그래요? 지나가는 개가 다쳤어도 그러진 않거든요?” “개는 낫지.” “뭐라고요?” “그렇잖나. 적어도 개는 몸 팔러 싸돌아다니진 않으니.” 굶어 죽지 않으면 얼어 죽을 수밖에 없는 인생의 낭떠러지. 세상을 발아래 둔 것처럼 오만한 남자는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여은을 그렇게 조롱했다. 그래서 받아쳤다. 누가 때리면 같이 받아쳐야 안 밟히는 게 그녀가 사는 세상의 섭리기에. “안 살 거면 닥쳐.” “뭐?” “장사하는 인간이 그것도 몰라? 돈 내기 전엔 손님이 아니라 손놈이야. 그러니까 너, 나한테 이럴 권리 없다고!” 사랑했지만 사랑을 허락하지 않은 남자를 떠난 7년. 마침내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자만한 어느 날 그가 다시 나타났다. 완벽한 타인처럼 굴던 그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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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열애

“생각보다 헤프네, 차 비서.” 자신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줄, 돈 많고 능력 있는 남자와 선을 본 유음은 모두를 위해 이 남자와 결혼하기로 결정한다. 1000일을 넘게 짝사랑한 기태강이 아니고서는 누구든 똑같았기에 평생의 굴레였던 가족을 위해 자신을 팔아 버리듯 결혼을 결정했다. 하지만, 결혼을 위해 사직서를 제출하고, 얼결에 참석하게 된 회식. 오늘따라 유난히 술이 과한 상사의 한마디에 겨우 잠재워 둔 마음이 멋대로 요동쳤다. 가을 독사라 불릴 만큼 냉혈한인 기태강 상무의 약혼을 기점으로 그를 향한 오랜 짝사랑을 접었건만 사랑은 접는다고 접히는 게 아니었다. 그저 조용히 숨죽인 채 잔불이 일기만을 조용히 기다렸을 뿐. “너, 나 좋아하잖아.” 기태강의 입이 열리는 순간 천국인지 지옥인지 모를 문이 열려 버렸다. [본문 내용 중에서] “그런데 말이지, 생각할수록 좀 우습네. 그렇게 열렬하게 쳐다보더니 약혼 발표하자마자 딴 놈한테 돌아서는 애정이라? 헤프기만 한 게 아니라 엉덩이도 꽤나 가벼운가 봐, 차유음은.” “취하신 것 같습니다, 상무님. 어차피 사직할 거라 참고 있지만 지금 이거 성희롱입니다. 더 하시면 참지 않겠습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이딴 소리를 했다면 도리어 더 쉽게 참아냈겠지만, 아픈 사랑이 뱉는 벼려진 한마디는 상처 입은 가슴에 훨씬 더 잔인하게 틀어박혔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건지, 이제 와서 어쩌자는 건지 도무지 이해되질 않았다. “글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차유음은 그런 소리 하면 안 되지 않나? 한 번 쳐다봐 줬으면, 한 번만 손잡아 줬으면 하는 얼굴로 구걸하는 애새끼처럼 열렬하게 볼 땐 언제고 성희롱이라? 그렇게 따지면 내가 먼저 고소해야 할 것 같은데, 안 그래?” 먹이를 향해 접근하는 호랑이처럼 기태강이 서서히 테이블을 돌아 그녀 쪽으로 다가왔다. 프라이버시를 위해 밀실을 얻으라고 지시할 때부터 이런 속셈이었나 의심해 봤지만 이미 너무 늦어 버린 후였다. “저, 두 달 뒤에 결혼합니다.” “아직 한 건 아니지.” “제발, 흔들지 마세요.” “흔들리지 마, 그럼.” 사람을 막다른 곳으로 몰아대는 눈빛에 유음의 얼굴이 희게 질렸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제게로 다가오는 남자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파 가슴이 먹먹했다. 차갑기만 하던 기태강의 시선이 확연히 다른 열기를 담아 유음의 얼굴을 찬찬히 더듬었다. 이런 날을 꿈꿨던 때가 있었다. 저 당당한 눈에 자신이 담기고, 저 미려한 입술이 제 이름을 불러 주는 걸 상상하며 잠 못 드는 밤이 수없이 많았지만 이제 전부 소용없었다. 그도 자신도 각자에게 주어길 길을 걸어갈 뿐, 더는 아무런 연결 고리도 남아 있지 않아야 하는데, 그런데! 왜 하필 지금, 이렇게 마음을 뒤흔드는지 유음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도 양심은 있네. 딴소리 안 하는 걸 보면.” “그런 게 아니라 저는…….” “너 나 좋아하잖아. 내 말 틀려?” “……!” “잘 들어, 차유음. 20초 뒤에 키스할 거야. 성희롱 운운하고 싶으면 핸드폰 꺼내서 동영상 찍어. 죽어도 싫으면 당장 도망가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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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찢다

“걱정하지 마. 이 결혼, 알아서 찢을 거니까.” 어린 시절부터 짝사랑한 강태주. 그의 신부가 되길 꿈꾸고, 그를 닮은 아이의 엄마가 되길 바랐던 연우의 소원은 너무도 허무하게 무너져 버렸다. 사랑까지는 아니어도 나름의 신뢰는 존재한다고 믿었기에 결혼식장에서까지 옛 연인과 밀어를 나누는 남자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결혼식장을 박차고 나가 5년 동안 미국에서 바이올리니스트로만 살았다. 할아버지가 위급하시다는 연락을 받기 전까지는. 급하게 찾은 할아버지의 병실. 다시 마주한 전 약혼자 강태주는 꿈에도 상상 못할 기함할 일을 숨긴 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태주와 서연우가 부부라니! 결혼식도 안 했는데 어떻게! 혼인 무효든 이혼이든, 법적 조치를 하겠다며 맞서 보긴 했지만 할아버지의 건강을 빌미로 억압하는 강태주를 이길 방법은 없었다. 결혼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이상 이혼은 없다는 남자에게 이끌려 결국 그의 집, 아니, 두 사람의 신혼집이었을 공간을 향해 제 발로 걸어갔다. “하지도 못하고 이혼당할 바엔 제대로 하고 고소당하는 게 낫겠어.”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오는 강태주는 그녀가 알던 남자가 아니었다. [본문 내용 중에서] “미친!” “미친 거 맞아. 한 마디 설명 없이 버려질 때부터 이미 제정신은 아니었지.” “…….” “혼인 무효 소송은 불가하겠지만 조용히 이혼해 줄 마음은 있어. 나도 사람인지라 분풀이는 좀 해야겠지만 말이야.” “뭐라고요? 누가 누구한테 감히!” “강태주가 서연우에게 감히.” “하!” “싫으면 말고.” 마치 줄 것처럼 내밀었던 당근을 대번에 물리는 행동이 괘씸하기 짝이 없긴 했지만 방법이 없기에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결혼할 생각도 없는데 까짓 이혼녀 꼬리표 정도야. 남아나는 것 없는 진흙탕 싸움보다야 살살 달래 머리 한 번 숙여 주고 모양 좋게 끝내자는 계산이 빠르게 섰다. “뭔데요.” “……?” “분풀이라는 게 뭐냐고요. 사과하면 돼요?” 원인은 저 인간이기에 진심으로 사과할 마음은 전혀 없지만 어쨌든 자신도 장사치의 딸. 실리를 위해 연기하는 것쯤, 맘먹으면 일도 아니었다. “입에 발린 말 따위 관심 없어.” “그럼요?” “같이 살아.” “뭐라는…….” “어차피 이혼 딱지 달게 생긴 거 제대로 해보고나 이혼하자고.” “제정신 아니구나. 미쳤어, 강태주!” 지독히도 무덤덤한 폭탄선언에 한껏 곤두선 신경줄이 뚝 끊겨 버렸다. 세상이 미쳐 멀쩡해 보이는 돌은 자가 넘쳐난다더니, 강태주 이 인간도 그중 하나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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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잇의 정석

“좆같네.” 도움의 손길을 외면한 남자는 그렇게 뇌까렸다. 더없이 서늘한 목소리로, 눈물 어린 차갑게 얼굴을 외면하며. “호텔 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저런 게 드나듭니까. 지금 당장 지배인 호출해요. 출입자 관리 똑바로 하고.” 발이 굳어 꼼짝도 못하는 려원의 눈앞에서 엘리베이터 문은 가차 없이 닫혔다. 매달릴 여지조차 주지 않는 냉담한 외면에 가슴속 뭔가가 뚝 끊어지는 기분이었다. 온갖 지질한 꼴은 다 당했다 자신한 게 무색하게 치미는 모멸감에 머리가 아찔했다. 사람을 한낱 무생물 취급하는 상대에게 입도 뻥긋 못했다는 억울함은 허벅지까지 밀려 올라간 치마를 보는 순간 수치심으로 치환됐다. “하……!” 그제야 유리창에 비친 제 꼴을 본 려원이 허탈한 울음을 삼켰다. 도움을 주기는커녕 모욕감에 굴욕감까지 선사한 남자를 원망하기엔 제 몰골이 너무도 뻔했다. [본문 내용 중에서] “왜 오신 거죠?” 이번에도 물으나 마나 한 질문이었지만 려원은 고집스럽게 대답을 기다렸다. 이 남자가 아니었다면 꼭두새벽부터 들이닥친 대표의 등쌀에 모 회장님 라운딩 뒤풀이 유희 상대로 팔려 갔을 거다. 오늘 무사하다고 내일, 모레, 그 이후까지 계속 그럴 리는 없겠지만. “여긴 왜 온 거냐고요?” 대답을 생략하는 남자를 빤히 올려다보며 다시 묻자 빈틈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얼굴이 느리게 풀어졌다. 무표정이나 조롱이 아닌 감정을 드러내는 남자를 려원은 홀린 듯 쳐다봤다. 얼굴이 웃는 건 아니었다. 겨울 바다보다 새까만 눈동자가 폭죽이 터지듯 반짝댔을 뿐이지. “글쎄, 재미있어서?” “재미, 라고요?” “이번엔 또 어떤 어퍼컷을 날릴까 궁금해졌거든. 간땡이가 얼마나 큰 건지 확인도 하고 싶고.” “아직도 의심해요? 뒷조사 잘만 하면서 뭐가 진실인지 보는 눈은 없냐고요.” 이번엔 화내는 게 아니었다. 이만하면 돌아가는 상황을 알 만도 한데 여전히 그쪽으로 몰아가는 게 답답한 거였다. 한편으론 억울하기도 하고. “영감이랑 관련 없는 건 알아.” “영감, 이라면……?” “태진 그룹 태현삼 회장.” “아니라니까요!” 발끈하는 여자가 제법 귀여워 무결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이게 뭐라고 지난밤 내내 뇌리를 맴돌았는지 실체가 궁금했다. 쥐뿔도 가진 것 없는 주제에 밉지 않게 당당한 여자. 여자라면 학을 떼던 대가리에 10년 만에 욕망이란 걸 불어넣은 여자.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송려원은 특별한 존재였다. “그렇다고 다른 쪽과의 관련성을 배제…….” “잘래요?” “뭐?” “나랑 섹스하겠냐고요?” 무결의 턱이 으깨질 듯 굳어졌다. 하늘에 맹세코 이토록 당황한 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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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놈

됐으니까 보지로 갚아 재개발로 절반은 비어 버린 일현동. 엄마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수아는 결국 남태호를 찾아간다. 잡놈이라고, 돈 되는 일은 뭐든 하는 개잡놈이라고 손가락질당하던 남자. 쳐다보는 눈빛이 너무 강해 괜히 피하게 만들던 중학교 선배이자 죽은 친구의 오빠. 그런 그가 내미는 손을 잡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돈에는 이름표가 없다는데 일단은 엄마부터 살려야 하지 않을까. 그러다 감겨 버렸다. 어디로 흘러갈지 짐작도 못 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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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층에는 괴물이 산다

“저게 어떻게 사람이야, 짐승이지!” 갑작스런 사고로 바이올리니스트의 꿈을 접게 된 영채는 오랜 유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특별히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도 없이 생애 처음으로 빈둥대는 시간을 갖게 된 것도 잠시. 백수로서의 자유를 만끽하게 된 그녀 앞에 감당 불가의 난관이 들이닥쳤다. 매일. 그것도 밤낮없이 해 대는 것만으로도 미칠 노릇인데 이젠 아예 베란다 문까지 열어놓고 그 짓을 해 대는 위층 괴물 때문에 평화로운 휴식은 극기로 승화돼 버렸다. 차마 형언할 수 없는 상상들로 불면의 밤이 이어지자 얄팍한 인내는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천장도 때려 보고, 인터폰도 해보고, 급기야 문에 메모도 붙여봤지만 그야말로 안하무인, 차곡차곡 쌓여가는 분노로 현생이 황폐화되기 직전에야 마침내 이 모든 사태의 원흉과 마주쳤다. 잘나도 너무 잘난 외모로 첫 만남부터 사람 기 팍팍 죽이는 남자 강지석을! * 가벼운 하룻밤의 즐거움, 고수위 단편 레이블 아모르입니다. 아찔하고 매력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작가님들의 투고를 기다립니다. tugo@epyr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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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의 절정

“왜, 기분 나빠? 약혼자 침대에 다른 년이 누워 있는 걸 보는 내 기분은 어떨까?” 형언할 수 없는 매력에 끌려 감행한 원나잇. 꿈같은 밤의 끝은 치를 떨 만큼 참혹했다. 열정을 나눈 남자는 온데간데없고 살기 등등한 약혼녀와 맞닥뜨렸으니. 그리고 1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숨 막히게 만드는 남자와 재회했다. “뭘 그렇게 놀라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일 년이라는 시간을 건너뛴 남자는 너무도 태연해 보였다. 비행기 옆자리에서 원나잇 상대를 만나는 일 따위 노상 겪는 일인 것처럼. 뺨이라도 한 대 올려붙여야 하는데 심장이 철렁했다. 두 번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그 밤의 기억이, 그 절정이 어제 일인 양 생생히 되살아났다. * 가벼운 하룻밤의 즐거움, 고수위 단편 레이블 아모르입니다. 아찔하고 매력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작가님들의 투고를 기다립니다. tugo@epyr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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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 민주

“지, 으흠, 지금 배달한다고 사람 무시해요?” “합의서와 직업이 무슨 상관이지?” “그렇잖아요. 사람 사기꾼으로 몰면서.”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쪽이 잘 차려입고 나타났으면 합의가 아니라 내 변호사와 대화해야 했을 거야, 스토킹으로.” “아, 뭐래, 진짜!” 우유 배달, 신문 배달, 심지어 음식 배달까지.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48시간이었으면 좋겠는 소녀 가장 민주 앞에 호구가 등장했다. 모든 끼니를 배달로 해결하는 거로 모자라 배달원에게 팁까지 하사하는 호갱님. 왠지 착할 것 같던 남자와 우연히 마주한 민주는 그동안의 호감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이봐요, 이래 봬도 나, 조만간 선생님 될 사람이에요. 임용 고시 합격하고 발령 기다리는 사람이라고.” “그쪽이 선생 되는 거랑 이 상황이랑 무슨 상관이지?” “그거야 당연히…….” “판사도 범죄자인 경우가 넘쳐나는데 까짓 선생이 무슨 대수라고.” 싫다는데도 부득불 병원비로 거금을 떠안긴 남자. 그래서 시작했다, 진정한 집밥 맛을 보여 주기로. [본문 내용 중에서] “잘 들어, 한 번만 말할 거니까.” “…….” “너, 반려동물 기르다 버리면 유기 동물 되는 거 알지?” “무스, 으…….” 말을 하려 들자 손아귀의 힘을 더해 버리는 간악한 움직임에 민주는 대꾸할 마음을 접었다. 오리처럼 입술만 뾰족 튀어나온 제 꼴이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없었다. “그러니까 책임지라고. 내 입맛, 내 건강, 내 캐리어 전부 다.” “……!” “그래, 나 영화배우야. 계약한 광고만 수십 개 되는 소위 잘나가는 톱급 배우.” 자신이 물어 놓고 확답을 듣기 무섭게 휘둥그레지는 눈을 류도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직시했다. 머릿속에서 환호성이 들렸다. 그렇게 끔찍해하던 추측성 기사가 이런 식으로 보탬이 되다니. 이래서 인생은 재미있는 거였다. “배우에게 이미지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말 안 해도 알 거고, 대중에게 병약하다고 인식되면 뱉어내야 할 위약금이 천문학적인 단위야.” 은퇴 선언 했다는 말도, 배우는 감독으로 가기 위한 발판일 뿐이었다는 소리도 류도는 굳이 덧붙이지 않았다. 여기까지 달려와 울어 젖힌 걸 보면 이 여자도 제게 마음이 있는 게 분명했지만 불확실함에 인생을 걸 순 없었다. 이젠 송민주뿐 아니라 그녀의 가족까지 모조리 탐나니 말이다. “너 병원 데려가느라 그런 기사 터진 건데 이게 해명하기도 곤란해. 안 아프다고 말하려면 우리 관계를 밝혀야 하고, 그럼 곧장 스캔들로 연결될…… 아!” “자, 잠시만요. 그럼 안 죽는다는 거예요? 그 기사 오보라는 소리 맞죠?” 손아귀의 힘이 약해진 틈을 노려 류도의 손가락을 물어 버린 민주가 짧은 틈을 타 급하게 말을 이었다. 안 아프다는 말만 뇌리에 둥둥 떠다닐 뿐 다른 소리는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어딜 봐서 내가 아픈 사람처럼 보여? 멘탈은 뭐, 살짝 특이할 수 있지만.” “그게 무슨…….” “그러니까 내 말은 송민주가 이제 날 책임져야 된다는 거지. 너 때문에 이 꼴 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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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니스(madness)

“이젠 미망인이니 봐도 되겠네.” 여동생의 병문안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 안. 집요하게 따라붙는 낯선 시선을 리아는 철저히 외면했다. 이름이 뭔지, 뭐 하는 사람인지조차 모르는 남자를 떠올리며 남몰래 혼란스러워하길 일주일. 시부모와 병원, 감시를 겸한 비서 말고는 누구도 아는 사람 없는 그녀의 핸드폰에 생소한 번호가 찍혔다. “저 유부녀예요. 이런 전화 불쾌합니다.” 한번 보자는 남자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하며 전화를 끊었건만, 머리와는 비교할 수 없게 솔직한 심장은 멋대로 두근대고 있었다. 그리고 6개월 후. 호칭만 남편일 뿐, 같은 침대에 누워본 적도 없는 남편의 장례식에 그가 다시 나타났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게 뜨거운 눈빛으로,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듯 거침없는 태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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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베이션

스무 살 어린 나이에 원치 않는 임신으로 결혼을 하게 된 유정은 도박에 눈먼 남편의 발길질에 하혈을 하게 된다. 폭설에 갇혀 오지 않는 구급대 대신 그녀를 구해준 건 생면부지의 남자. 그 덕에 목숨은 건지지만 결국 아이를 유산한다. 그, 일을 계기로 나이 스물에 이혼녀가 된 유정은 악착같이 일에만 매달리고, 마침내 잘 나가는 퍼스널 스타일리스트로서 자리매김하게 된다. 모든 게 더없이 만족스럽던 어느 날, 뜻밖에도 대승 그룹 한도욱 상무의 스타일링 의뢰가 들어오고 지나치게 과한 제의를 고사하려던 유정은 4년 전, 그 때를 떠올리게 하는 말에 한도욱을 만나게 된다. “모시기 어렵네.” “아무리 저를 구해주신 분이라 해도 이런 행동, 불편합니다.” 오만하고 독단적인 남자라는 생각도 잠시. 얼떨결에 동행하게 된 창립 기념 파티장에서 유정은 꿈에도 보기 싫은 전남편과 마주치게 되고, 그녀를 위협하는 전남편을 한 방에 때려눕히는 한도욱에게 생경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휩쓸려 버렸다. 한도욱이라는 폭풍에, 미치게 몰아치는 광풍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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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잇의 계략적 엔딩

“원나잇이라고 말한 적 없습니다.” 잘못 걸린 게 틀림없었다. 아니, 된통 잘못 걸렸다! 그렇지 않고서야 머나먼 타국 땅에서 원나잇한 남자. 그것도 다섯 살이나 어린 외국인 남자 모델이 한국까지 날아왔을 리가 없다. 너무도 당연하게 자신은 원나잇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남자 앞에서 시연은 그야말로 망연자실했다. 이래서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안 되는 거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매사에 침착하고 반듯한 자신에게 이런 일이 닥칠 리 없었다. 그것도 승진이 초읽기인 이 시점에! 그래서 최대한 좋게 해결하려 했다. 이제 겨우 스물네 살이니까, 피 끓는 청춘이니까 어린 치기에 이럴 수도 있다 이해하면서. 그런데 이 남자. 도대체가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 아니, 안 알아듣는다. 날더러 어쩌라고? 국제 연애라도 하자는 소리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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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 결혼

“난 진짜 결혼이 하고 싶어. 이런 껍데기 말고.” 공생 결혼은 인간이 창조한 가장 완벽한 형태의 결합이라 생각했다. 가족의 잔소리에서 해방되는 건 물론이요, 소개를 빌미로 한 각종 구설수, 싱글이기에 의심받아야 했던 업무 역량에의 재고는 가뿐히 털어내면서 주거 문제, 법적 문제까지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니! 당장 결혼하지 않으면 본가로 잡혀 들어갈 운명의 6년 차 직장인 윤이설에게 이보다 훌륭한 결혼 조건은 없었다. 게다가 가사 문제로 다툴 일도, 시댁 문제로 신경전 펼칠 일도 없다는 소리에 물고기가 미끼를 물듯 덥석 오케이를 외쳤건만! 마음이 달라졌다. 가랑비에 옷 젖듯 야금야금……. 내리붓는 폭우에 배 뒤집히듯 홀라당! [본문 내용 중에서] “나는 어때?” “……!” “나는 협조할 의사 충분히 있는데. 아니지, 내가 협조해 달라 부탁해야 하나.” “뭐라고요?” “말 그대로.” “하! 놀리니까 재밌니? 급하다니까 막 덤벼도 괜찮겠다 싶었어? 진짜 저질이다, 강진한.” 순간 핀트가 나가 버렸다. 이 자리에 나온 업무적 포부도, 어려운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휘발해 버린 자리엔 오래도록 억눌러 왔던 분노가 옹골차게 똬리를 틀었다. “이게 윤이설 본모습인가?” “그러는 넌, 이렇게 상스러운 게 본바탕이고?” 이설은 한 마디도 밀리지 않고 받아쳤다. 선배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경외와 터부 사이를 교묘히 오가며 사람을 주눅 들게 하던 존재에 대한 해묵은 분노이자 원망이었다. “인간은 누구나 상스러워. 포장을 어떻게 했냐가 다를 뿐이지.” “아, 네. 과대 포장으로 모자라 과잉 포장에 빛나는 대단하신 선배님, 조심히 들어가시고 다시는 연락하지 마세요. 오늘 일, 못 들은 거로 하겠습니다.” 발끈하는 자신과 달리 흔들림조차 없는 태도에 이를 악문 이설은 마지막 남은 이성을 힘겹게 긁어모았다. 억울하면 성공하라는 말이 이렇게 뼈 때리는 것도 처음이었다. 따귀라도 올려붙이고 싶은 순간에조차 뒷일을 계산하는 망할 분별력이 개탄스러울 따름이었다. “나도 급해, 결혼.” “이거 놔요!” 분연히 돌아서는 몸이 붙들린 건 밖이 훤히 보이는 유리문을 열어젖히기 직전이었다. 거칠지는 않지만, 어깨를 얼마나 단단히 붙잡았는지 떨쳐내려는 시도는 미약한 요식 행위조차 되지 못했다. “들어 봐, 나도 너처럼 협조자가 필요하다고.” “나쁜 놈!” “한동안 내버려 두는 것 같더니 무슨 발동이 걸렸는지 결혼하라고 난리도 아니야. 그러니까 나도 잠시 비 피할 상대가 필요하다고.” “……진심으로 하는 소리예요?” “이보다 진심인 적이 있었나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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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수무책

불행의 꼭짓점에서 만난 행운. 불과 일주일 만에 몸과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남자를 내친 지 4년 만에 그가 다시 나타났다. “두 번 다신 어리다는 소리 못 하게 될 거야, 서지수. 잘난 나이 하나로 언제까지 버티나 두고 보자고.” 그때도 그랬지만 시간의 무게를 덧입은 도강준은 도무지 연하라 생각할 수 없도록 매서웠다. 그래서 속수무책으로 붙들려 버렸다. 그가 파놓은 함정에, 도강준이라는 남자의 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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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발적 연애의 대승적 결단

“앞으로 사흘, 진짜 연애합시다.” 사랑을 믿지 않는 남자와 결혼을 원하지 않는 여자. 설득이 먹히지 않는 외골수 조부들의 강압을 피하기 위해 딱 한 달만 가짜 연애를 하기로 했다. 연애 종료까지 남은 시각 앞으로 72시간. 사흘만 잘 넘기면 바라고 바라는 자유를 얻게 될 이 중요한 시점에 아군인 줄 알았던 남자가 적군으로 돌아섰다. 나란히 등장해 도저히 안 되겠다는 말 한마디면 끝나는 연애에 난데없는 결혼이라니! 그냥 나 몰라라 튀어 버려? 아니면 그냥 배 째라고 버텨? 머리 싸매고 고민해 봐도 뾰족한 답이 떠오르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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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공주, 너를 위해!

“사기꾼 아니고 도성 그룹 사장입니다. 도성 그룹 본사에서 받는 연봉만 830억이죠. 주식 배당금이나 업적금. 특별 성과급 제외한 기본급으로 계산 시 하루 치 급여가 대략 2억 3,000. 시급으로 환산해 1,000만 원쯤 됩니다.” 고작 피 좀 묻었다고, 그것도 진료 중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에 피해 보상을 청구하는 남자. 나름 평온하던 이연우 인생이 미칠 광(狂), 업신여길 모(侮). 난데없이 나타난 미친놈 때문에 꼬여 버렸다. 아무래도 뭔 일이 날 것만 같다. 이연우 인생을 송두리째 뒤엎을. 생이 걸린 사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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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력 검사를 시작합니다

“시간 팔고 얼굴 파는데 동의했다고?” 유력한 대권 후보의 외아들이자 현직 국회의원 강대한. 잘나도 너무 잘난 그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래서 그저 한 번 더 보고 싶은 마음에 제안에 응했을 뿐인데, 다시 만난 그는 냉랭하기만 하다. “어린 게 돈독만 올라선. 여차하면 몸도 파나? 나는 그쪽이 더 좋은데?”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까지 내뱉으며. “사과, 받고 싶어요.” “뭐?” “사과하라고요, 나랑 우리 가족한테.” 잘난 건 없지만 그렇다고 꿇릴 것도 없기에 들이받았다. 인간 조용희 자존심을 위해! 여자에 대한 혐오로 무려 5년을 무성애자로 살아온 남자와 학창 시절의 상처로 연애라곤 해 보지 못한 여자의 솔직, 과감한 무늬만 계약 연애 이야기. 정력 검사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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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적령기

맨정신으로 하겠다? 용기는 가상하네. 상견례 날 잠수를 타 버린 정혼자. 그리고 맞닥트린 조부모님의 죽음. 모든 걸 잃은 희연 앞에 정혼자의 이복동생이 나타났다. 80억. 조부모님의 혼이 담긴 청송원을 구해 주겠다 말하면서. “얼마나 참았는지 알아?” “하윽, 읏…….” “너무 참아서 대가리 끝까지 좆물이야.” “하으윽!” “그러니까 기대해.” 허리를 퍽퍽 찍어 때리며 질벽과 고막을 동시에 유린하는 몸짓에 희연의 비명이 폭발하듯 터졌다. 소리를 죽여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몸이 제 것이 아닌 듯 무엇 하나 의지대로 되는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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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거짓말

“전에도 말했는데, 그렇게 굴면 꼴린다고.” 정략결혼이지만 나름 원만하다고 믿었던 결혼 생활이 끝났다. 믿을 수 없는 이유로, 있을 수 없는 오해로. 절대 아니라고, 외도한 적 없다고 아무리 외쳐도 들은 척하지 않던 기무진은 급기야 정관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까지 폭로하고, 뭔가 잘못된 거라 항변하던 이현은 남편의 가차 없는 행동에 아연실색한다. 부도덕으로 모자라 파렴치한 여자로 낙인찍히자 아이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가출을 감행하는데. 갑작스런 사고로 아이를 잃은 그녀 앞에 남편이 나타났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렇게. [본문 내용 중에서] “당신은 인간도 아니야.” “뭐가 됐든, 설이현 남편인 건 여전해.” “이 상황에서 어떻……!” 말문을 틀어막는 단언에 반박하려 드는 찰나, 분주한 인기척과 함께 지배인이 등장했다. 격한 인사에 무심하게 답하는 남자는 가면을 쓴 것처럼 속을 알 수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채무 변제의 마음으로 나갔던 맞선. 만난 지 5분도 안 돼 결혼을 말하던 그때도 저런 표정이었다. 입술은 웃는데 눈은 차갑고, 목소리는 다정하나 풍기는 기운은 어딘지 모르게 서늘해 주눅 들게 만드는 태도. 대중은 그런 걸 카리스마라 말하지만, 이현이 느끼기에 그건 사람을 현혹하는 마력이었다. 지금만 해도 이렇게, 뭐에 홀린 듯 붙들려 있으니 그 이유 아니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게스트 룸 치우라고 했어.” 음식을 앞에 두고 와인만 홀짝이길 한참, 불쑥 던지는 한 마디가 가라앉던 노기에 불을 지폈다. 왜 갑자기 사람을 불러내나 했더니 이유가 있었던 거다. 자신이 집에 있으면 결사반대하며 막았을 테니 치워야 했겠지. 언제나처럼 용의주도하게 계획적으로. “뭘 그렇게 놀라지? 그럼 언제까지나 각방 쓸 줄 알았나?” “도대체……!” “가출 기간까지 포함하면 넉 달도 넘었어. 그 정도면 참을 만큼 참은 거 아닌가? 의사도 괜찮다고 했고.” “개자식!” “잘 아네. 그런 새끼가 백 일도 넘게 금욕했으니 발정 날 만도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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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질

감옥에서 태어나 위탁 가정을 거쳐 보육원까지. 어린아이가 경험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과 마주하며 자란 잡초 선이경. 두 번 다시는 누군가에게 짓밟히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살아온 그녀에게 의사라는 직업은 엿 같은 인생을 바꿀 유일한 기회이자 희망이었다. 99.9%의 노력과 0.1%의 운으로 마침내 대한민국 제일의 종합 병원 전임의로 우뚝 선 어느 날. 진상 중의 진상과 맞닥뜨렸다. 그의 지인이라는 재성 그룹 후계자까지 더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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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결심

“사랑할 준비는 끝나 있었다.” 사랑이 사람을 어디까지 망가뜨릴 수 있는지 낱낱이 보고 자란 인생. 그렇기에 믿지 않았다. 사랑이라는 감정도, 결혼이라는 허울도. “원나잇 처음 해봤나, 촌스럽게.” “뭐?” “그렇잖아요. 하룻밤 질펀하게 놀았으면 됐지, 왜 질척거려요, 알 만한 사람이.” “자주 했나 봐, 원나잇?” “누구만큼은 했겠죠.” “……그래서 다시 보는 게 불편하다?” “솔직히 편하진 않네요. 우연이라도 꺼림칙할 판에 계획적이라니, 당연히 싫죠.” “그런데 어쩌나, 지겹게 봐야 할 텐데.” “자, 잠깐. 그게 무슨!” “이 결혼, 한다고.” “한국말 못 알아들어요? 싫다고요. 얼굴 보는 것도 싫은데 결혼은 무슨!” “난 할 생각이니까 정 하기 싫으면 직접 깨보든가.” “그럴 거면 내가 여길 나왔겠어요?” “그러니까, 어차피 못 이길 거 순응하라고. 그 참에 열렬히 사랑하면 더 좋고.” “제정신이에요? 대체 뭘 보고 결혼을……!” “경제적 가치는 물론, 속궁합까지 철저히.” [본문 내용 중에서] “혹시 자고 싶어서 그래요?”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설 순 없기에 서연은 회심의 한 수를 던졌다. 돌파구를 찾느라 던진 미끼지만 생각할수록 나쁘지 않았다. 원나잇 한 여자 뒷조사까지 할 정도로 만족스러운 속궁합 때문이라면 까짓것, 해주면 그만이었다. 연예인이며 재벌 딸이며, 대단한 여자들과 스캔들 터트리는 게 일상인 남자이니만큼, 그 잘난 관심도 얼마 못 가 사그라들 테니 말이다. “뭐라고?” “그게 이유면 됐어요. 결혼만 깨주면 섹스는…….” “뭔가 오해하나 본데, 좆질은 좆질이고, 일은 일이지.” 섹스는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는 대답을 싹둑 자른 남자는 부티 나는 입술에 저급한 말을 잘도 담아냈다. “유서연과의 씹궁합에 눈 돈 게 맞기는 한데, 고작 그런 거로 결혼할 만큼 순정파는 아니라서.” “……!” “대성 화학은 원래부터 눈독 들이던 회사야. JM 케미컬 대산 신공장에 대성의 CCUS(탄소 포집, 활용, 저장) 기술이 꼭 필요하거든. 대성은 우리 자본이 필요하고. 유서연이 유한석 회장 핏줄인 덕에 일이 쉬워지긴 했지. MOU 조건도 훨씬 잘 쳐줬고.” “그래서 하겠다고? 이 결혼을?” 경악을 지나 경멸을 담은 눈이 남자를 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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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새로 쓰다

“기다렸어, 송해주!” 결혼 3년 만에 이혼녀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 해주. 아무도 없는 고향집에 들어서기 무섭게 마주한 건 다름 아닌 서무진이었다. 3년 전 매정하게 차버렸던 첫사랑이자 유일한 사랑. 그는 당연한 듯 해주를 맞이했다. 멀쩡한 남자 앞길 막았다고, 자신 때문에 무진이 탈영 직전까지 갔었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지 벌써 3년. 다 타서 재만 남은 가슴에 소리 없이 쌓이는 서무진의 눈빛이 자꾸만 마음을 흔든다. 이러면 안 되는데, 벼룩도 낯짝이 있는 건데! [본문 내용 중에서] “운이 좋아서, 아쉬운 소리 안 할 만큼은 벌어 뒀어. 그러니까 같이 살아. 하고 싶은 거 다 하게 해줄 테니.” “……뭐래.” “딴청 피우지 말고.” “혹시 맞아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거면 병원 가봐요. 시답잖은 소리 말고.” “송해주!” “그만하라니까. 남자 지긋지긋해. 다 필요 없고 혼자 살 거라고.” “다시 시작해, 양심 있으면.” “뭐…… 라고요?” “송해주가 안긴 트라우마 때문에 연애는커녕 사람 만나는 것도 끔찍하니까 뿌린 사람이 거두라고.” 양심이라는 소리에 경악했던 심장이 트라우마라는 선언에 바스락, 부서졌다. 말하지 않은 과거를 일일이 파헤칠 순 없지만, 우연히 마주친 그의 친구, 지나치며 들었던 각종 소문을 생각해 보면 그가 사람들 사이에 섞이지 않은 건 꽤 된 일이었다. 실연, 아니, 배신의 상처가 아무런 흉 없이 아물 거라 기대하진 않았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덧나고 곪아 종국에는 사람을 망치기까지 했다고 생각하자 과거 일과는 별개의 죄책감이 사람을 들쑤셨다. 그래서 그림을 못 그리는 걸까? 그래서 학교도 못 나간 거고? 묻고 싶은 건 너무도 많지만, 물어볼 자격이 있나부터 시작해 대답을 감당할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까지 보태지자 차마 입이 열리질 않았다. 단언컨대 송해주는 양심 없는 인간이었다. 이 와중에, 이 서글프고도 괴로운 와중에 그럼 이 사람 곁에 머물러도 될까 하는 기대가 고개를 쳐들다니. 이혼 서류에 도장 찍는 것과 동시에 양심도 엿 바꿔 먹은 거였다. “나한테 미안하다고 생각은 해?” “…….” “그럼 미안한 만큼 옆에서 버텨. 송해주 말고 다른 여자 만날 준비되면 보내 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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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품

“그 실수, 이번엔 내가 하려고.” 집안의 필요에 등 떠밀려 부족한 것 없는 강태오의 발목을 잡게 된 윤이서.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남편의 외면을 잘못에 대한 대가라 여기며 지내던 어느 날. 만취한 그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급기야 임신까지 하게 된다. 함께 보낸 밤을 기억도 못 하는 남자에게 임신 사실을 알릴 수 없어 괴로워하는 사이, 아이는 유산되고. 쓰임을 다한 소모품처럼 그들의 인생에서 사라지려 마음먹은 찰나, 그가 다가온다. 이름뿐인 남편. 남보다 더 멀게 느껴졌던 배우자 강태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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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순물

“거 봐, 잘 빨면서.”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 수행 비서의 실수로 안정제를 복용하지 못한 이수는 옆좌석 남자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불량스러운 옷차림을 한 남자는 형식적으로 뱉은 감사 인사를 넙죽 물어 버리고, 본의 아니게 신세를 지게 된 이수는 하는 수 없이 남자가 요구한 밥 한 끼를 대접하기 위해 예정에 없던 만남을 갖게 되는데……. 그게 시작이었다. 잘 정제된 현이수의 삶이 불순물 같은 남자에게 잠식되기 시작한 건. “입 더 벌려. 그래서는 대가리도 다 못 삼켜.” “아니…… 윽!” 입 안을 채우는 거대한 용적에 이수가 주춤대며 고개를 물렸다. 자꾸 미적대는 게 못마땅하다는 듯 음순을 깨물어 버리는 잔악함에 살집 없는 골반이 경기하듯 튀어 올랐다. 하지 말라고, 이건 너무 버겁다고 엉덩이를 들썩대 봐도 허리를 움켜쥔 손은 점점 더 조여 올 뿐이었다. 한창 일할 시간에 남자와 뒹굴고 있다는 것도 충격이지만, 원초적이다 못해 퇴폐적이기까지 한 자세는 상황을 되짚어 볼 새도 없이 그녀의 몸과 마음을 들쑤셨다. 스물아홉 현이수 인생에 이런 이변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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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미만 관람 불가!

"누가 그러라 그랬어?" 자그마치 3년을! 몸 주고 사랑 주고 용돈까지 줘가며 뒷바라지 한 남자 새끼가 떠났다. 사법고시 합격과 동시에 돈 많은 집 딸 하나 콱 물어서. 그래서 악착같이 일했고 마침내 대한민국 최고의 여성복 쇼핑몰 CEO가 됐더니, 개새끼! 돈 냄새 귀신 같이 맡고 다시 붙으려 설친다. "웃기시네, 너 같은 건 줘도 안 먹어, 새끼손가락만 한 게 어딜!" 원수 같은 놈에게 빅 엿을 안겨주고 무작정 떠난 자축 여행. 미친! 진도 8의 지진은 뭐고, 대피소 신세는 뭐냐고! 연 매출 500억 규모의 회사 대표 윤이나가. 게다가, 이 남자. 얘가 제일 문제다! “일본 이름 하사모토 쥰, 한국 이름 이 윤. 기억해둬.” “내가 그쪽 이름을 왜 기억해야 하는데요?” "적어도 밤을 같이 보낼 남자 이름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나?” “뭐요?” “당신 방금. 나랑 하면 어떨까 생각했잖아. 나도 그랬거든. 그래서, 너랑 자려고. 하루가 될지, 일주일이 될지는 네 능력이고.” “미쳤어요?” "...미치진 않았지만, 미치게 해준다고 약속하지!“ 진도 9의 남자 하시모토 쥰. 그가 일으킨 쓰나미에 평탄하던 윤이나의 삶이 뒤집혔다. 대비할 수도, 대피할 수도 없는 음란한 유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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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와이프

“참고로 난 섹스 좋아해. 잘하기도 하고.” 차기 대권 주자로 손꼽히는 제1 야당 대표의 외동딸 인라희. 줄리어드 음대를 수석 졸업하며 플루티스트로서의 인지도를 쌓아 가던 그녀는 귀국 연주회 리셉션에서 만난 차승조에게 첫눈에 빠져들게 된다. 양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정계와 재계의 완벽한 만남이라 불리는 결혼이 성사되고 두근대는 신혼 첫날밤. 기대에 부풀어 있던 그녀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된다. 믿기지 않는 상황에 적응할 새도 없이 추문에 휩싸인 아버지의 죽음은 그녀의 목을 조르고, 모두의 외면 속에 불안한 결혼 생활을 이어 가게 되는데……. 그러다 자 버렸다. 헤어질 일만 남은 남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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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부터 미친듯이

“씨불알, 긴불알, 떼불알. 불알이 이렇게 많은 건 처음 봅니다.” 미전향 국군 포로의 손녀 류여화. 나이 스물이 되도록 탄광을 벗어나 본 적 없던 그녀 앞에 어느 날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에게서 연락이 왔다. 돈 줄 테니 같이 간 남자를 따라가라고. 이대로 가다간 굶어 죽을 거라는 두려움에 따라나섰을 뿐인데 정신 차려 보니 탈북하고 있었다. 천신만고 끝에 국경을 넘긴 했지만 또다시 인신매매라는 지옥에 걸려들고,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각오로 탈출을 시도한 여화는 공교롭게도 대한민국 재벌남이 탄 차 앞에서 쓰러지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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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디스는 괴로워!

친구따라 강남 간다고…. 사촌 따라 얼떨결에 항공사 여승무원, 스튜어디스에 합격했다. 그리고 얻게 된 꿈같은 독립! 마침내, 두 가지 꿈을 이룬 역사적인 날을 자축하기로 했다! 이게 무슨 일일까? 내 옆에 누운 이 남자는 누구며… 여기는 어딜까…? 생애 첫 직장. 생애 첫 남자. 생애 첫 일탈! 감당할 수 없는 악몽으로부터 조용히 튀었다. 아 놔! 꿈이면! 악몽이면 깨야 되는 거 아냐? 정신을 차렸는데 꿈은 왜 안 깨냐고! 어쩌다 만나 어쩌다 만리장성을 쌓은 남자가 눈앞에 서 있다. ……끝나지 않을 악몽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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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터 할게요

“박히고 싶다면 박아 줘야지, 신사답게.” 학벌이면 학벌, 외모면 외모, 훨훨 나는 승소율까지 무엇 하나 부족한 것 없는 이혼 전문 변호사 이루다. 탄탄대로 같던 그녀의 인생에 난데없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아니, 이쯤이면 먹구름 아니라 시한폭탄이다. 일이 너무 많아서,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에 생리가 좀 늦을 뿐인데 폐경이라니. 원인 불명의 조기 폐경이라니! 좀 많이 이르지만 없는 경우도 아니라며 위로하는 의사의 말은 귓등으로도 들리지 않았다. 나이 서른. 그러니까, 만으로 따지자면 아직도 이십 대인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꿈에도 상상한 적 없었으니 말이다. 결혼은 지지부진한 감정의 오류요, 아이는 그릇된 선택이 불러온 최악의 결과물이라 치부하던 평소와 달리 임신을 못한다고 생각하자 마음이 더할 수 없이 조급해졌다. 안 하는 것과 못 하는 건 그러니까 하늘과 땅 차이였다. 까짓 연애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지만 자신의 유전자를 빼닮은 2세는 별개의 문제니까. 서른 살을 살아 내는 동안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아이가 이토록 간절해질 줄은 그녀조차 생각 못 한 결과였다. 매진 임박, 시간 부족이라는 홈쇼핑 광고에 저도 모르게 카드를 꺼내 드는 순간처럼, 두 번 다시는 이런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생각하자 덜컥, 몸이 먼저 움직였다. 정자가 필요했다. 이왕이면 최고의 유전자를 지닌, 임신 확률을 가장 높일 수 있는 건강한 남자의 정자가! 그래서, 그 목적으로 자빠뜨렸을 뿐인데…… 누가 알았을까. NT 그룹 개차반 남무열이 일란성 쌍둥이인 줄. 자신과 불타는 하룻밤을 보낸 남자가 남무열이 아닌, 죽음의 신 하데스라 불리는 남무결일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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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당

“내 여자 하자. 한동안 애인인 척만 하자고. 그러다 꼴리면 좀 뒹굴어도 되고.” 무려 6년을 짝사랑한 남자와 최악의 상황에서 마주쳤다. 더는 추락할 수 없는 인생의 막장. 사채업자에 등 떠밀려 술 팔고 몸 파는 업소에 던져진 첫 날. 운명처럼 마주친 첫사랑 앞에서 로아는 차라리 죽고 싶었다. 그런데 그가 손을 내밀었다. 한동안이라는 단서와 함께, 헛꿈 꾸지 말라는 협박도 곁들이면서.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남자. 못내 안타까운 그와의 순간들이 차곡차곡 줄어드는 어느 날. 그의 아이를 임신한 걸 알고는 무작정 도망쳤다. 아이를 지켜야 하니까. 그에게 자신은 소모품일 뿐이지만, 송로아에게 한태혁은 목숨과도 같은 사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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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 결혼

“발칙하네. 한 입 거리도 안 되는 게.” 의붓아버지 채두호의 간계로 얼굴 한 번 본 게 전부인 남자와 결혼하게 된 서린. 피할 수 없는 결혼이라면 받아들이는 대신 회사 지분을 담보로 남편 될 남자 한태무와 딜을 시도하는데. 웬걸, 이 남자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그깟 거 말고 좀 더 확실한 담보는 어때?” “네?” “당신 엄마 살려줄 테니까 그쪽을 걸어.” “뭐라고요?” “효녀 심청은 아버지 살리려 물에도 뛰어들었다는 데 나쁘지 않잖아. 끽해야 다리 몇 번 벌려서 이만한 조건이면..” “미쳤어!”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 “제정신이예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말이 안 되면 호의에 대한 대가라고 치자고. 그래 봐야 담보인 건 변함없지만.” “어차피 결혼하면 할 건데 어째서 그걸…….” “결혼 전이든 후든 내키는 대로 박고 싶어서라고 해 두지. 성격이 좆 같아서 하나에 꽂히면 끝을 보는 타입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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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한 개XX

“속지 마, 저거 다 연기야.” 무려 5000만 번의 실패를 거쳐 탄생한 조물주의 회심작. ‘완벽’이라는 단어를 하나로 형상화했다 추앙받는 차도혁의 실체를 아는 이는 단 두 사람. 그의 어머니와 서지안뿐이었다. 먹여 주고 재워 준 값을 하기 위해 귀하디귀한 도련님의 몸종으로 산 지 어언 20년. 대학원을 졸업하며 이제야 좀 벗어나나 했더니, 뭐? 수행 비서를 하라고? 내가 왜? 아니, 왜 하필 나냐고! 까칠하다 못해 지랄 맞은 성격. 안하무인, 적반하장. 심지어 내로남불이기까지 한 철면피 차도혁. 세상은 그를 스윗하다 부르지만, 최측근 서지안에게 그놈은 언제나 개새끼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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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열애

“생각보다 헤프네, 차 비서.” 자신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줄, 돈 많고 능력 있는 남자와 선을 본 유음은 모두를 위해 이 남자와 결혼하기로 결정한다. 1000일을 넘게 짝사랑한 기태강이 아니고서는 누구든 똑같았기에 평생의 굴레였던 가족을 위해 자신을 팔아 버리듯 결혼을 결정했다. 하지만, 결혼을 위해 사직서를 제출하고, 얼결에 참석하게 된 회식. 오늘따라 유난히 술이 과한 상사의 한마디에 겨우 잠재워 둔 마음이 멋대로 요동쳤다. 가을 독사라 불릴 만큼 냉혈한인 기태강 상무의 약혼을 기점으로 그를 향한 오랜 짝사랑을 접었건만 사랑은 접는다고 접히는 게 아니었다. 그저 조용히 숨죽인 채 잔불이 일기만을 조용히 기다렸을 뿐. “너, 나 좋아하잖아.” 기태강의 입이 열리는 순간 천국인지 지옥인지 모를 문이 열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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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찢다

“걱정하지 마. 이 결혼, 알아서 찢을 거니까.” 어린 시절부터 짝사랑한 강태주. 그의 신부가 되길 꿈꾸고, 그를 닮은 아이의 엄마가 되길 바랐던 연우의 소원은 너무도 허무하게 무너져 버렸다. 사랑까지는 아니어도 나름의 신뢰는 존재한다고 믿었기에 결혼식장에서까지 옛 연인과 밀어를 나누는 남자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결혼식장을 박차고 나가 5년 동안 미국에서 바이올리니스트로만 살았다. 할아버지가 위급하시다는 연락을 받기 전까지는. 급하게 찾은 할아버지의 병실. 다시 마주한 전 약혼자 강태주는 꿈에도 상상 못할 기함할 일을 숨긴 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태주와 서연우가 부부라니! 결혼식도 안 했는데 어떻게! 혼인 무효든 이혼이든, 법적 조치를 하겠다며 맞서 보긴 했지만 할아버지의 건강을 빌미로 억압하는 강태주를 이길 방법은 없었다. 결혼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이상 이혼은 없다는 남자에게 이끌려 결국 그의 집, 아니, 두 사람의 신혼집이었을 공간을 향해 제 발로 걸어갔다. “하지도 못하고 이혼당할 바엔 제대로 하고 고소당하는 게 낫겠어.”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오는 강태주는 그녀가 알던 남자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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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오빠와의 원나잇, 그 후

“그건 그냥 실수잖아.” 쌍방 과실에 의한 교통사고. 그 말 외에는 그 밤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알고 지낸 지 20년. 기저귀 차고 걸음마 뗄 때부터 언제나 ‘오빠’였던 강석주. 그런 그와 자버렸다. 술김에, 아니, 홧김에! 그런데 이 인간, 할머니 집까지 찾아와 날더러 먹튀란다. 내가 왜? 뭘 어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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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잇의 계략적 엔딩

“원나잇이라고 말한 적 없습니다.” 잘못 걸린 게 틀림없었다. 아니, 된통 잘못 걸렸다! 그렇지 않고서야 머나먼 타국 땅에서 원나잇한 남자. 그것도 다섯 살이나 어린 외국인 남자 모델이 한국까지 날아왔을 리가 없다. 너무도 당연하게 자신은 원나잇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남자 앞에서 시연은 그야말로 망연자실했다. 이래서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안 되는 거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매사에 침착하고 반듯한 자신에게 이런 일이 닥칠 리 없었다. 그것도 승진이 초읽기인 이 시점에! 그래서 최대한 좋게 해결하려 했다. 이제 겨우 스물네 살이니까, 피 끓는 청춘이니까 어린 치기에 이럴 수도 있다 이해하면서. 그런데 이 남자. 도대체가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 아니, 안 알아듣는다. 날더러 어쩌라고? 국제 연애라도 하자는 소리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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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놈

개 같아도 좋잖아. 안 그래? 재개발로 절반은 비어 버린 일현동. 엄마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수아 앞에 남태호가 나타난다. 잡놈이라고, 돈 되는 일은 뭐든 하는 개잡놈이라고 손가락질당하던 남자. 쳐다보는 눈빛이 너무 강해 괜히 피하게 만들던 중학교 선배이자, 죽은 친구의 오빠. 그런 그가 내미는 손을 잡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돈에는 이름표가 없다는데 일단은 엄마부터 살려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용해 먹었다. 똑같이 개가 돼서.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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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적령기

맨정신으로 하겠다? 용기는 가상하네. 상견례 날 잠수를 타 버린 정혼자. 그리고 맞닥트린 조부모님의 죽음. 모든 걸 잃은 희연 앞에 정혼자의 이복동생이 나타났다. 80억. 조부모님의 혼이 담긴 청송원을 구해 주겠다 말하면서. “얼마나 참았는지 알아?” “하윽, 읏…….” “너무 참아서 대가리 끝까지 좆물이야.” “하으윽!” “그러니까 기대해.” 허리를 퍽퍽 찍어 때리며 질벽과 고막을 동시에 유린하는 몸짓에 희연의 비명이 폭발하듯 터졌다. 소리를 죽여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몸이 제 것이 아닌 듯 무엇 하나 의지대로 되는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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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품

“그 실수, 이번엔 내가 하려고.” 집안의 필요에 등 떠밀려 부족한 것 없는 강태오의 발목을 잡게 된 윤이서.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남편의 외면을 잘못에 대한 대가라 여기며 지내던 어느 날. 만취한 그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급기야 임신까지 하게 된다. 함께 보낸 밤을 기억도 못 하는 남자에게 임신 사실을 알릴 수 없어 괴로워하는 사이, 아이는 유산되고. 쓰임을 다한 소모품처럼 그들의 인생에서 사라지려 마음먹은 찰나, 그가 다가온다. 이름뿐인 남편. 남보다 더 멀게 느껴졌던 배우자 강태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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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공주, 너를 위해!

“사기꾼 아니고 도성 그룹 사장입니다. 도성 그룹 본사에서 받는 연봉만 830억이죠. 주식 배당금이나 업적금. 특별 성과급 제외한 기본급으로 계산 시 하루 치 급여가 대략 2억 3,000. 시급으로 환산해 1,000만 원쯤 됩니다.” 고작 피 좀 묻었다고, 그것도 진료 중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에 피해 보상을 청구하는 남자. 나름 평온하던 이연우 인생이 미칠 광(狂), 업신여길 모(侮). 난데없이 나타난 미친놈 때문에 꼬여 버렸다. 아무래도 뭔 일이 날 것만 같다. 이연우 인생을 송두리째 뒤엎을. 생이 걸린 사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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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불임클리닉? 내 아이를 죽인 네가 감히!” 퀸 엘리자베스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이자 대한민국 재계 8위 SG 그룹의 숨겨진 사생아 손여울, 사랑을 버리고 죽지 못해 사는 삶을 선택한 여자. MIT 공대 최연소 박사 출신이자 TIME이 선정한 세계가 주목하는 젊은 기업인 차명준, 복수를 위해 끊어진 삶을 이어가는 남자. 5년의 기다림. 끝을 향해 내달리는 남자와 모든 걸 놓아버린 여자의 죽음 같은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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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불임클리닉? 내 아이를 죽인 네가 감히!” 퀸 엘리자베스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이자 대한민국 재계 8위 SG 그룹의 숨겨진 사생아 손여울, 사랑을 버리고 죽지 못해 사는 삶을 선택한 여자. MIT 공대 최연소 박사 출신이자 TIME이 선정한 세계가 주목하는 젊은 기업인 차명준, 복수를 위해 끊어진 삶을 이어가는 남자. 5년의 기다림. 끝을 향해 내달리는 남자와 모든 걸 놓아버린 여자의 죽음 같은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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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렬한 집착

“꼬리 치는 방식이 꽤나 참신하네” 엄마와 딸, 3대가 함께 하는 여행길에 교통사고를 당한 이안은 자신 빼곤 모두가 사망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과 마주하게 된다. 더구나 뇌사 판정을 받은 딸의 장기를 전남편이 독단으로 기증까지 했음을 알고 기함하는데, 그로부터 3년. 인고의 시간을 거친 끝에 마침내 심장 수여자인 대승 그룹 서이도 사장의 아들 서준우와 마주하게 된다.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딸의 심장이 이 작은 몸 안에서 뛰고 있다는 생각에 휘둘리던 이안은 저도 모르게 준우를 사랑하게 돼 버리고, 아이의 행복을 지켜 주기 위해 기필코 이 집에 머물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는데, 그러려면 방법은 단 하나. 다시금 결혼 시장에 뛰어들려는 서이도를 제 남자로 만드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가 결혼하면 젊은 고용인은 모조리 계약 해지될 테니까. “남자 후리는 데 도가 텄네.” “……!” “곱상하게 생겨서 대단해.” “그런 의미…….” “뭐가 됐든, 씹질 하자는 소리 아닌가? 궁극적인 목표는 그거지 싶은데.” 해명하려 벌어지던 입술이 정곡을 찌르는 추궁에 소리를 잃었다. 각오는 했지만, 기함할 정도로 노골적인 탓에 이안은 그대로 기절할 것만 같았다. 술 아니면 다른 음료를 마시겠냐는 말로 이해해 뭐든 주는 대로 먹겠다는 의미로 대답했을 뿐인데, 그 말이 이런 의미로 해석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걸 설명한다고 저 남자가 곧이곧대로 들을 리도 없고. “그럼 꼴리게 만들어 보든가.” “……네?” “싸게 만들면 박아 주고.” 소파 깊숙이 몸을 묻은 남자의 다리가 이안을 향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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