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잃은 채 바닷가에서 눈을 뜬 소원은 누군가에게서 도망쳐야 한다는 본능에 허겁지겁 몸을 숨기다 깨닫는다. 아, 여기 소설 속이구나. 구질구질한 소설에 빙의해 버린 게 틀림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소원에게 자신이 애 아빠라 주장하는 남자, 우재영이 찾아온다. 엉망이 된 소원의 몸 상태에 자책하던 그는 필사적으로 소원을 붙잡는다. “재활까지 두 달. 그때까지만이라도 내가 널 책임질게. 날 이용해, 유소원.” 행복한 결말을 봐야 하는 이야기 속 소원은 뭐가 됐든 몸이 먼저 나아야 한다는 생각에 그의 손을 잡기로 하는데... * * * * * * “또 불러 줄 테니까 몸 상태 봐 가면서 놀아.” “네.” “창문은 다 열지 말고. 체온은 하루에 적어도 두 번씩은 재.” “과보호…….” “네 꼬라지를 봐라. 걱정 안 하게 생겼나.” “……병원 지겨워요.” “알아. 그래도 조금만 참아. 퇴원하고 나면.” 우재영이 답지 않게 머뭇거리더니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원한다면 지낼 곳을 구해 줄 수도 있겠지만…….” “…….” “아직 짐 안 치웠어, 내 집.” 그 말이, 이상하게 꼭 자신과 함께 있어 달라는 말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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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받고 죽빵 갈겼다는 거 진짜예요?” 4년 동안 연락이 두절되었던 소꿉친구와 재회했다. 만나자마자 한 고백에 눈이 돌아 얼굴을 갈겼더니. “맞을 짓 한 거 맞으니까. 때리고 싶으면 더 때려도 돼.” “안주열, 나 너 안 좋아해.” “화내도 되고, 욕해도 괜찮고, 구박해도 상관없고, 나는 다 좋거든. 그러니까…… 안 본다고만 하지 마, 응?” 이제 더는 소년이 아닌 녀석이 내 주변을 위성처럼 빙빙 돈다. 하지만 왜 내 곁을 떠났는지 절대로 설명해 주지 않는 너. 해명 대신 네가 꺼낸 건, 앞으로 세 번 더 내게 고백하겠다는 말이었다. 이 순간을 오래도록 기다렸다는 듯 웃는 너. 그리고……. “언제부터였어요?” “뭘 묻고 싶은 거야?” “언제부터 저 좋아했냐고요, 형.” “시기를 따지는 건 참 우스운 일이긴 하지만.” 긴 기다림 속에서 찾아 두었던 내 법칙이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내가 네게 친절했던 순간부터.” “……주헌 형.” “나 다정한 사람 아니야, 한성아. 그냥 널 좋아한 거지.” 내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그들만의 규칙을 그려 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