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포네를 위하여 외전 출간 12/2 외전. -민테Minthe-가 출간되었습니다. 비틀린 밤의 여신이여, 문밖으로 나를 인도하여— 기슭 끝의 죽음에 이르게 하소서. “데메테르가 어찌나 감쪽같이 숨기어두었던지……. 찾는 데 애를 먹였구나.” 처음으로, ‘남자’가 말했다. “페르세포네.” 눈앞이 보이지 않는 채 사로잡힌 두려움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고, 이제까지와는 다른 이유로 두방망이질 치기 시작했다. 그는 지하 세계의 군주, 하데스였다. ‘그가 나를 찾아냈어.’ 검은 마차의 주인이 지상에 오르던 그 밤, 페르세포네는 납치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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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프네를 위하여 “감히 신께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너는 네 옛 주인에게도 몇 년간 충성스럽고 순결한 처녀종 행세를 했지. 그 오라비에게는 음심을 품고도.” “…….” “그러니 내게는 거짓을 고하는 일쯤 대수겠느냐.” 강의 신 페네이오스의 딸이자 처녀신 아르테미스의 종―다프네는 감히 태양신 포이보스 아폴론에게 배덕한 연모를 품는다. 누이에게 순결을 맹세하고도 연모를 숨기지 못하는 가엾은 님프, 변덕스러운 애정과 무심함으로 그녀를 농락하던 아름다운 신. “포이보스의 화살이 괴물의 심장을 관통한 것처럼, 네 화살은 그의 심장을 관통할 것이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사랑의 시작은 언제나 소년신이 쏘아 올린 작은 화살이었다. “그가 괴물을 죽였듯, 너는 그의 마음을 죽일 수 있어. 에로스.” 포이보스에게는 끝없는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금화살이, 다프네에게는 지독한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납화살이 날아들었다. 그날로부터 모든 것이 뒤집혔다. * * * “네가 여전히 날 사랑하는 걸 알아.” 그의 말이 아득하게 들렸다. 기억마저도 아득했다. 그를 사랑한다고? 내가? 너무 까마득해서 스스로 올려다보는 것조차 불가능한 기억이었다. 그러나 까마득한 감각은 이윽고 단 한순간조차 그랬던 적이 없는 것처럼 말끔하게 흔적을 감추었다. 그러니까, 단 한순간도 그를 사랑한 적이 없는 것처럼. 사랑했을 리 없다. 이렇게 끔찍한 이를 사랑했을 리 없다.
프시케를 위하여 ‘어떤 사내도 그 아름다움을 사랑하지 않게 해라. 그리고, 그 마음속에는 어느 보잘 것 없고도 비천한 사랑을 불어넣고, 그조차 보답 받지 못하는 굴욕 속에 살게 해라.’ 매일 밤, 빛 한 점 없는 완전한 어둠이 내려앉을 무렵이면 그가 창가로 내려왔다. ‘이를테면, 괴물의 버려진 아내로 일생 오욕과 고독 속에 산다든지.’ 조용한 어둠 속에는 모든 불확실성이 괴물처럼 기어 다녔다. 그가 돌변하여 제 목을 조른다든지, 혹 이대로 사라지면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다든지, 겨우 그런 상상 따위로. ‘그 교만한 왕녀에게, 네 가진 힘으로 부당한 아름다움의 대가를 일러주련. 에로스.’ 그럼에도 그가 창가로 내려앉을 때면 언제나, 모든 불안을 거짓말처럼 잊는 것이다. “내가 혹 듣던 그대로의 괴물이라면?” “생각한 그대로의 남편이시겠죠.” 종내에는 어미를 배반한 신이 침상의 왕녀 위로 고개를 기울였다. 너른 어깨가 보이지 않는 그림자를 침상 위로 드리우며 왕녀를 집어삼켰다. 네 사랑은 정말로 내 것처럼 완전할까.
아리아드네를 위하여 -니세우스, 아비의 부정(不淨)으로 말미암은 너를 부정(否定)한다. -……. -나의 부정은 그대를 좀먹을 것이고, 종내 너는 자신(自信)을 부정하며, 모든 것들의 심장 속에 포복한 어둠과 삶을 나누리라. 가없는 투쟁은 그대의 피가, 잊히지 않을 고통은 그대의 살이 되리라. 너의 세계는 어그러질 것이며 너는 지배하며 지배당하라. -……. -내 저주로부터 몸 숨길 길이 존재한들, 제우스의 아들인 너는 결코 이르지 못하겠지. 니사의 어린 제우스, 부정의 아들아. 여신은 소년에게 광기(狂氣)와 수수께끼를 선사했다. * 시간이 잠시— 멈추었다. 다시 흐른다. 신은 왕녀를 조우했다. 유일하게 아름다운— 영웅 테세우스를 도왔음에도 버림받아 섬 낙소스에 남겨진 왕녀, 아리아드네. “……낙소스는 누군가에게는 낙원이 될 수 있어요. 그것이 그대가 아닐 이유는 없죠.” “……왜 제게 이렇게 해주세요?” “그러고 싶으니까요.” “그러니까, 왜요?” 디오니소스가 고개를 틀어 그녀의 코끝에 코를 맞댔다. ‘그대가 너무 아름다워서요.’ 흘리듯 답하며 속삭였다. 쾌락, 오로지 쾌락만을 위하여. 오르기아(orgia)의 밤, 쾌락이 쾌락을 지배했다.
※ 본 작품에는 유사근친, 감금, 강제적 관계 등 호불호가 갈리는 키워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매에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파이드라를 위하여 사랑에 모든 것을 바치기로 했다. 그녀의 사랑은 자신을 다 바치는 사랑이었다. -그가 저를 사랑하게 해주세요. ……여신의 미움을 받아도 좋습니다. 그가 언니가 아닌 저를 사랑하게 해주세요. 신이시여……, 신이시여. 그러자 신은 기도를 이뤄주는 대가로 자매를 앗아갔다. 의도치 않게 자매를 잃은 그 날부터 파이드라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죄인처럼 살아나가야 했다. 아테나이의 왕, 단 한 순간도 제 것이었던 적이 없는 사랑하는 남자의 아내가 되어, 그럼에도 멈추지 못한 사랑을 헤진 가슴에 품고서. 그로부터 열두 해가 흐른 어느 날이었다. 한 남자가 음심을 품고 왕비가 된 그녀에게 접근해오기 시작했다. “왕비님, ……테베의 오이디푸스가 제 어미와 배가 맞아 자식을 넷이나 낳았다던데.” “난 네 아비의 아내다. 계속 내게 이런 식으로 접근한다면……” “누가 믿겠어요.” 그는 히폴리토스, 테세우스의 양아들이었다. “내가 왕비님을 원한다고 누가 믿을까요?" 그러리라. 누구도 왕자의 진실을 알지 못할 것이었다. 그는 순결과 사냥의 여신인 아르테미스의 그늘 아래 스스로의 탐욕을 감춘 짐승이었으므로.
비 마인 (Be mine) “……네가 어떻게 나를 잊어. 속상하게.” “…….” “나 좋다고 할 때는 언제고.” 태의의 입술이 석고상처럼 굳어졌다. 불현듯 생각이 났다. 강우원. “……설마.” “재벌집 따님 돼서 다 잊어버렸나 했는데, 다행히 그건 아니었나 보네.” 입양된 재벌 3세 그녀보다 먼저 재벌 가문에 입양이 예정되어 있던 남자아이. 정확히는, 그녀의 자리는 본래 그의 자리였다. 15년 만의 재회. 15년간의 공백. 시간은 소년과 소녀를 어른으로 만들기에 충분히 길었다. 세계와 충돌하고 마모되고 깎여 규격품에 가까워진 성인 남녀들. “어떻게 알고 왔어?” “호영이라는 사람.” “호영 오빠 그렇게 입 가볍지 않을 텐데.” “너랑 사귀기로 했다고 했거든.” “사귀는 거 아닌데?” “알아.” “원아.” 긴 시간을 지나 보내고 친구처럼, 타인처럼 마주 본다. “나랑 키스하고 싶어서 그래?” 감추지 않은 말, 감추지 않은 눈, 욕망. 강렬한 이끌림만이 그들 사이에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