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외엔 누구도
작가이정숙
0(0 명 참여)
“당신 그러고도 남자야? 감히 여자를 때려? 남자로서 창피하지도 않아요?” 가장 친한 친구를 비열하게 이용한 파렴치한이라고 생각했던 남자. 하지만 그건 이채의 오해였다. 그는 친구의 친오빠였다. 여동생의 친구에게 파렴치한으로 오해를 받은 남자, 선혁. “당신, 내 친구 옆에서 꺼져요.” 첫만남부터 또박또박 야무지게 자신을 들이받은 여자. “아까부터 이상한 소릴 하는데. 설마 방금 욕한 그 개새끼가 나인가?” 이채의 저돌적인 반감은 TJ 그룹 후계자 선혁의 호기심을 부추긴다. 그녀를 향해 생애 처음으로 알싸한 감정이 피어오르는데. 하지만 이채의 눈은 짝사랑하는 누군가에게 향해 있다. “너 왜 이렇게 사람 신경 쓰이게 해? 네가 뭔데?” -본문 중에서-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마.” 그때 차디찬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이채의 앞에 선 선혁이 사나운 눈빛으로 한 말이었다. “딴 놈 때문에 우는 거 용납 못 해.” 이채는 그 짧은 말이 폭력적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애써 눈물을 삼켰다. “안 울어요.” “그래. 울지 말아야지. 네가 관심 가져야 할 건, 내가 왜 그 웃기지도 않은 치정극 같은 상황에서 널 빼왔느냐는 거야.” “…….” “고민이 끝났거든. 너한테 뭘 받아 낼지.” 선혁은 냉정하게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안에 용광로처럼 뜨거운 뭔가가 끓어오르고 있단 걸 미처 알지 못했다. 그는 그저 태정의 앞에서 무방비 상태로 얼어 있던 이채 때문에 미친 듯 화가 날 뿐이었다. “그게, 뭔데요?” 이채가 입술을 축여가며 가까스로 물었다. 하지만 선혁은 대답은 않고 이채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촉촉해진 이채의 입술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이채는 어쩔 수 없는 두려움에 그가 다가온 만큼 물러났다. 성큼성큼 걸어오는 그에게 끝까지 내몰린 이채는 벽에 부딪힌 채 그를 불안하게 올려다보았다. 그녀가 가늘게 몸을 떨었다. “왜, 왜 이러는데요.” 선혁이 팔을 뻗어 이채의 머리 위 벽을 꾹 눌렀다. 그리고 흡사 인형처럼 표정 없이 말했다. “별 거 아냐. 네 오빠가 내 동생을 망쳤으니, 이번엔 내가 널 망치려고.” “지금 뭐라고…….” “못 들었어? 네 오빠가 내 동생을 갖고 논만큼 나도 널 갖고 놀아 줘야지. 그래야 공평하지.” 그의 눈빛은 매서웠다. 아니 제정신 같지가 않았다. 이채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그래서 저를 갖고 놀겠다구요?” “아니, 널 뺏을 거야. 최태정 그 새끼한테서.” “……!” “그거지? 네가 가장 불행해질 방법.” “왜, 왜 이래요. 그만해요.” “넌 늘 사랑 때문에 울잖아. 그러니까 사랑 빼고 전부 다 같이 하자.” 잔혹한 욕구.어차피 연애가, 아니 연애는 차치하고라도 정상적인 관계가 될 수 없는 관계라면 기가 막히고 어리석게도, 너랑 자고 싶다.
이 작품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고 있는 작품
전체 리뷰0 개
스포일러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