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봄, 유난히 푹 젖어 흥성거리던 거리. 부모의 경멸과 냉대 속에 지치고 메말라 가던 서희는 사생활이 난잡하기로 소문난 탕아와 우연히 엮이게 된다. “아아. 굳이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 “오늘 자고 가야겠습니다.” 상냥함과 무례함을 거침없이 넘나드는 남자. 헤프게 사랑을 논하는 남자. 누구나 꿈꾸는 아름다운 동화 따위 한낱 허상일 뿐이라며 비웃는 남자, 주태백. 온갖 선명하고 화려한 것을 두른 그는 거친 파도처럼 서희를 두들기고, 뒤흔든다. “알겠어요. 비밀은 지켜 줄게요.” “…진짜요?” “대신 요란하게 떡 한 번 치게 해주면.” 지저분한 일탈. 일순의 희열. “너무 어렵게 생각할 것 없으니까.” 그에게 동화(同化)되면 거짓된 사랑이라도 나눠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여, 가벼운 불장난에 기꺼이 몸을 던지기로 했다. *** 정말 미친 건가? 이런 식으로 남자 후리는 법은 대체 누가 알려준 걸까. “저…. 이제 끝난 거죠?” 완전히 넋이 나간 태백을 향해 서희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12시 되기 전에는 가봐야 해서요.” 진짜 불길에 휩쓸린 사람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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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내기 위해 지옥보다 더욱 끔찍한 ‘그곳’으로 향한 소윤. 자신의 목적을 숨겨야만 하는 그녀는 혼자만의 힘으로는 동생의 비밀을 알아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클럽의 VIP 손님인 태문에게 은밀한 거래를 제안하는데……. * * * 소윤은 긴장감에 손에 땀이 차는 것을 느꼈다. 불안감이 조금씩 더해졌다. 입술조차 달싹일 수가 없었다. 목구멍까지 땀이 차는 느낌이었다. 그때. 천천히, 남자의 한쪽 입꼬리가 느슨하게 풀어지며, 그가 입을 열었다. “이런.” 목소리에는 유쾌함이 완전히 사라졌다. 고개가 살짝 옆으로 기울어진다. 그에 두터운 목줄기 위로 굵은 힘줄이 돋아난 것이 선명히 보였다. “이건 예상 밖인데.” 말에는 약간 낭패감까지 묻어나는 듯했다. “생각보다 더 꼴리네.” 혼잣말처럼 들리는 나직한 언어가 귓가를 저릿하게 했다. 그리고 곧. 다시금 위험하게 웃은 짐승이, 숨겨 오던 날카로운 이를 이윽고 드러냈다. “이제 나랑 재밌게 놀아 볼까?”
사고를 쳐서 아버지에게 카드와 차를 뺏긴 채 빈털터리가 된 해겸. 집을 뛰쳐나와 이곳저곳을 헤매던 그는 좁다란 가로수 길에 늘어서 있던 화분을 발견하지 못했다. “변상해 주셔야겠어요.” “얼만데요? 천만 원? 아니면 뭐, 2천? 3천? 대충 불러요. 바로 쏴 줄 테니까.” “총 93만 5천 원. 주셔야겠는데요.” “얼마 되지도 않네. 당장 주면 되잖아요. 준다고.” 그러나 이내 해겸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대체 이게 왜, 잔액이 왜 이렇지? 0이 지금 한 개야? “돈 없으면 몸으로 때우세요.” 화분값을 갚기 위해 연수가 일하는 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해겸. 진솔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두 사람은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그러나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어느 날 돌연 연수가 사라지고. 서로를 오해한 채 이별했던 두 사람은 9년이 지난 후 갑과 을의 위치에서 재회하게 되는데…….
가난하고 힘겨운 생활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던 해율은 과 선배 진형으로부터 고액 과외 자리를 제안받는다. “처음 뵙겠습니다. 현우경입니다.” 고등학교 동창이자, 남몰래 짝사랑하던 첫사랑과의 재회. 자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그를 보며 애써 떨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시간이 너무 늦었네요.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아니요. 괜찮아요.” “제가 불안해서 그래요, 선생님.” 모든 것에 무심하기만 했던 해율은 자신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살갑게 대하는 우경에게 점점 빠져들게 되는데……. * * * “아, 좋은 냄새. 그거 알아요? 선생님 몸에서 복숭아 냄새 나는 거.” “아, 무, 슨……. 흣…….” “진짠데.” 우경이 그렇게 읊조리더니 해율의 티셔츠 위로 얼굴을 묻었다. 그가 닿은 부근이 찌릿찌릿했다. “하아…….” 그가 문득 뜨거운 한숨을 내뱉었다. 얼굴은 그녀의 가슴골 사이에 와 있었다. 심장 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가까이에. 우경이 살짝 해율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나직하게 물었다. “젖꼭지 빨고 싶은데, 티셔츠 올려 주실래요?”
악마가 돌아왔다. 5년 전, 풋풋한 신입사원 시절을 악몽으로 만들었던 모래의 사수 서강재가 . 그것도 SG전자의 고귀한 황금 핏줄을 두른, 직속 상사 전무이사로서. 5년 전 송별회 자리에서 술김에 그와 원나잇한 흑역사를 떠올리고 그를 피하는 모래. 하지만 강재는 그녀를 집무실로 불러 그녀의 실수를 트집 잡아 협박과 더불어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지금부터 딱 3개월 동안, 매주 1회씩 총 12번. 나랑 잡시다.” 월급날만이 기쁨이며, 주말만이 행복인 소시민 모래는 징계당하지 않기 위해, 또 자신이 불감증이라는 오명을 떨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악마 같은 개싸가지 (구)사수 (현)상사인 강재와 계약하게 된다. 그런데 이 싸가지, 의외로 다정하다. 이 우아한 개자식이, 의외로 잘해 준다. 회사에서는 못되어 처먹었지만 잠자리에서만큼은 열락과 희열을 안겨 주는 강재. 모래의 첫사랑이자, 흑역사인 첫 섹스 상대이자, 악몽의 주인. 그와 함께하는 시간에 모래는 속절없이 녹아들고 만다. *** “…한 번만 자기로 했잖아요. 계약서에도 횟수가 한 번이라고 되어 있었는데요.” 이렇게 빨리 계약을 위반한다고? “정모래 대리. 질문할 테니까 대답해 봐요. 만약 정모래 대리가 카페를 갔다고 칩시다.” “…네? 제가요? 갑자기요?” 그리고 이 와중에? “카페에 있는 동안 정모래 대리가 커피 세 잔을 시킨 경우, 정모래 대리는 카페를 세 번 갔다고 말합니까?” “…뭐라는….” “아니지. 커피를 세 번 마신 거지. 카페는 한 번 간 거고.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한 번 싼다고 말 안 했습니다. 한 번 잔다고 했지.”
새벽마다 짙은 안개가 깔리는 기묘한 작은 촌락, 무경(霧景) 마을. 작고 폐쇄적인 마을에서 멸시받던 설여름은 안개 낀 숲길에서 피투성이 외지인 탁정혁을 발견한다. “처음으로 후회가 듭니다. 여기에 좀 더 일찍 올 걸 그랬다고.”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랬다면 바깥에서 헤매는 걸 가만히 두고 볼 일도 없었겠지.” 그는 아주 무도하면서도 느긋하게, 여름의 인생에 흙발을 내디뎠다. 빠르게 허물어져 가는 마음과 미약하게 피어나는 삶에 대한 희망. 어쩌면 껌처럼 들러붙은 불행을 모두 떨쳐낼 수 있으리라고, 여름은 믿었다. 무감한 듯 다정한 얼굴 뒤편에 가려진 그의 실체를 알기 전까지는. *** “한참 찾았잖아, 여름아.” 그가 심상한 태도로 저벅,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 몸이 움찔움찔 떨려왔다. 두려움에 오금이 저렸다. 멀끔한 차림새와 너절하게 찢어진 흉측한 상처의 간극이 소름을 돋게 했다. “당신이 이런 새끼인 줄 알았으면 절대로 안 구했을 거야.” 그제야 그의 안면이 설핏 굳어졌다. 대체 어떤 심기를 건드렸는지는 알 수 없었다. “여기서 도망간다 해도 소용없어. 너 아무 데도 못 가.” “……미친 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