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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혈성(血星)이 천극좌에 떠오르는 날, 중원은 다시 한번 무릎을 끓게 되리라! 붉은 피의 그림자 적혈무영(赤血無影).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명황실의 최대 실수로 인해 야기된 적혈무영, 그들이 중원무림을 붉은 피로 물들이기 위해 다시 일어서고 있다! 풍운의 시대를 예고하며 마침내 비상하는 제삼무림. 어떤 희생을 치르러라도 오직 충(忠)과 의(義)로서 피의 역사를 종식하고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제삼무림. 대명황실의 밀명에 의해 극비리에 조직된 그들 그들은 우리를 충혈의혼단이라 부른다. 이제 대룩을 적셨던 피의 역사는 멈춰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반드시 제삼무림이 필요하다
평범하게 살려고 했다. 그냥 그럭저럭하며 먹고 살만큼 남의 것을 훔치며 소박하게 살려고 했는데 하늘이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사능우(史能雨)! 이 멍청한 인간은 그때까지 하늘이 왜 자신을 택했는지 그 이유를 모르고 있었다. 조립인간(組立人間) 일종(一宗).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이다. 그 자신 늘 하늘을 저주하는 인간이었다. 연규옥(燕閨玉). 너무도 아름다운 슬픈 여인. 그녀는 조용한 성품을 지니고 있었다. 단지 일단 성질을 부렸다 하면 일개 성을 박살 낼 정도로 지랄 같은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장미처럼 화사하면서도, 흑선풍 이규처럼 날뛰는 이 여인, 그러면서도 양귀비(楊貴妃)처럼 사내에게는 치명적인 독(毒)을 지닌 이 여인! 하늘은 각기 다른 세 종류의 인간을 만들어 놓고, 그들 세 사람이 만나게끔 안배했다. 세 사람의 만남은……, 그렇게 하늘이 내린 운명이었다.
신마(神魔)는 천하를 남북으로 나누었고, 鬼邪는 구주를 屍山으로 뒤덮었다. 악령의 오보(五步)는 만마의 으뜸이나, 靈樞의 바람은 언제나 신비롭다. 만월 속에서 天美는 웃고 있지만, 飛刀와 무영의 그림자는 대륙천하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맛보기 * 제1장 無影을 쫓는 것은 나의 宿命이다 1 휘이이이잉……. 한 줄기 서늘한 바람이 저 멀리 야천(夜天)의 끝에서부터 불어오고 있었다. 바람은 어둠 끝에서 흙먼지를 휩쓸며 스산함을 더해갔다. 남경(南京) 응왕부(鷹王府). 아무리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장원(莊院)이었다. 더욱이 장원을 싸고도는 담장은 마치 격전지(激戰地)의 성곽(城郭)처럼 높고 웅장하기만 하다. 또한 성곽과도 같은 담장 위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은 응왕부를 더더욱 범인(凡人)들의 접근을 불허케 하는 절대의 힘을 보여주고 있었다. 거대한 정문의 중앙에는 쌍두응(雙頭鷹)의 무늬가 흑색(黑色)으로 크게 그려져 있었다. 그것은 응왕부의 위맹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쌍두독 무늬였다. 정문 위의 누대(樓臺)를 비롯해서 성곽 위로 횃불을 들고있는 무장무사(武裝武士)들이 엄중한 호위를 하고 있었다. 침묵과도 같은 깊은 어둠 속에서 밤 하늘에 떠있는 만월(滿月)의 빛 한 줄기만이 응왕부를 은은히 비춰주고 있었다. 2 "이것이 바로 혈룡신로(血龍神爐)요." 사레가 걸린 것처럼 탁한 음성은 월광(月光) 한 조각도 스며들 수 없을 만큼 밀폐된 방 안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어둠이 드리워진 방 안의 탁자 위에는 고색찬란한 한 개의 향로(香爐)가 은은한 광채를 발하고 있었다. 향로는 어른의 머리통만한 크기였고, 세 마리의 용(龍)이 다리를 형성하며 떠받들고 있는 모양이었다. 탁자의 옆에는 두 명의 사내가 정좌한 채 향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림자로 짐작하건대 그 중 한 명은 늙은 노인이었고, 또 한 명은 젊은 청년이었다. 그러나 짙은 어둠으로 인해 그들의 모습은 희미하게 윤곽만 보일 뿐 형체를 판별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혈룡신로는 성당시대(盛唐時代), 전설적인 도가(道家)의 기인(奇人)인 육성공(陸聖公)이란 분이 희대의 보옥 벽혈한옥(碧血寒玉)을 깎아 천일(千日) 만에 만든 진보 중의 진보요." 노인의 그림자는 조심스럽게 혈룡신로를 쓰다듬으며 설명했다. "계절의 온도변화에 따라 스스로 색을 일곱 가지로 바꾸기 때문에 칠채향로(七彩香爐)라고도 부르기도 하지요."
팔색조(八色鳥) 여덟 가지 색조를 지닌 아름다운 새. 그러나 무림의 팔색조는 팔인의 절대자를 일컫는 단어. 그들의 신분은 철저한 비밀이다. 한 사람이 죽었다. 경국지색의 미녀를 사랑한 대가로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 아비의 죽음을 가슴에 묻고 홀로 강호를 떠도는 청년 독고풍(獨孤風). 아비처럼 살지 않겠다. 사랑놀음에는 빠지지 않겠다. 그러나 아비의 죽음에 얽힌 비사를 파헤치는 그에게 다가오는 가인들의 애틋한 사랑과 마침내 신비를 벗는 팔인의 절대자. 宿明의 劍은 그것이다. 절대로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승부, 그것이 宿明의 劍이다.
세상을 온통 녹여버릴 듯이 뜨거운 불줄기를 토해 내는 거대한 용(龍)의 입을 들어서면 만상(萬像)이 빛 을 잃어버리고, 천지(天地)가 혼돈하여 구천구백구십 구 번의 윤회(輪廻)를 거치게 된다. 그 윤회의 억겁 (億劫)을 지나 불의 못에 이르게 되면 세 개의 천문 (天門)을 만나게 되니... 이 문을 열어 비밀을 푸는 자 천상천하(天上天下)에 유아독존(唯我獨尊)하리라. 무허록에 나오는 기록을 해석하기 위해서 숱한 무림 인들이 정력을 기울여 보았지만 아쉽게도 당대에서는 아무도 그 비밀을 푼 자가 없었다. 그리고 백 년, 이백 년....... 맛보기 * 서막(序幕) 예로부터 강호에는 수많은 전설이 전해 내려왔다. 그것은 가부(可否)를 막론하고 무림인의 가슴을 끓게 하며 장구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인구에 회자(膾炙)되어 왔다. 그러나 숱한 전설들 중에서도 화룡지(火龍池)에 대한 전설 만큼 무림인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드물다. 화룡지는 대략 오백 년 전 무허진인(無虛眞人)이란 도인이 남긴 무허록(無虛錄)에 그 첫 기록을 볼 수 있었다. 세상을 온통 녹여버릴 듯이 뜨거운 불줄기를 토해내는 거대한 용(龍)의 입을 들어서면 만상(萬像)이 빛을 잃어버리고, 천지(天地)가 혼돈하여 구천구백구십구 번의 윤회(輪廻)를 거치게 된다. 그 윤회의 억겁(億劫)을 지나 불의 못에 이르게 되면 세 개의 천문(天門)을 만나게 되니... 이 문을 열어 비밀을 푸는 자 천상천하(天上天下)에 유아독존(唯我獨尊)하리라. 무허록에 나오는 기록을 해석하기 위해서 숱한 무림인들이 정력을 기울여 보았지만 아쉽게도 당대에서는 아무도 그 비밀을 푼 자가 없었다. 그리고 백 년, 이백 년....... 세월이 흐름에 따라 화룡지에 대한 전설은 차츰 구전되는 이야기로 전락해 버렸다. 그러다 오십 년 전, 화룡도(火龍圖)라는 한 장의 비도가 출현하면서 무림은 온통 들썩이게 되었다. 너나할 것 없이 무림인들은 한결같이 흥분하여 비도에 표시된 화룡도를 찾아 나서게 되었다. 그로 인해 무림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고 말았다. 한 장의 비도가 무림 천년사에 전무후무한 대혈풍을 몰고 온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화룡도를 발견한 자가 없었다. 결국 세월이 흐르면서 그 사건도 흐지부지되고 만 채 다시 전설로 회귀하고만 것이다. 그 두번째의 사건이 일어난 지 어느덧 수십 개 성상이 지난 오늘 누가 알았겠는가? 화룡도의 전설은 또 다른 용트림을 하기 시작했으니....
맛보기 * 서막 서막 - 이백 년 전. 강호무림(江湖武林)은 그야말로 사상 최악이라 말할 수 있는 혼란기에 처해 있었다. 정(正)과 사(邪)의 모든 문파가 자파의 이익과 안전에만 급급했다. 정도의 주춧돌이랄 수 있는 구파일방도 혈겁에 빠져드는 무림정세를 전혀 돌보지 않았다. 그 와중에 사파는 날로 그 성세를 더해 갔다. 소위 이곡삼문오방(二谷三門五 ), 바로 이들 집단이 중원을 피로 물들여갔다. 그 밖에도 정사를 가릴 수 없는 수많은 군소방파들이 무림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강호전역에서 혈세분란을 일으켰다. 따라서 무림은 가히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지경에 처하고 말았다. 단 하루도 피가 마를 날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때에 기변이 발생했다. 천지인왕패천지림(天地人王覇天之林). 이 같은 말이 혼란에 빠진 무림 전역에 나돌기 시작했으니, 그것은 다음과 같은 시구(詩句)에서 연유된 말이었다. 천독난비잠혈하(天毒亂飛潛血河) 지검광무낙천성(地劍狂舞落天星) 인혼장하무림겁(人魂掌下武林劫) 제왕모계천하롱(帝王謀計天下弄) 천독(天毒)이 난비하니 세상은 혈하(血河)에 잠기리. 지검(地劍)은 미쳐 날뛰며 하늘의 별조차 떨구노라. 인혼장(人魂掌) 아래 무림은 겁난에 빠지고, 아! 제왕의 모계가 천하인을 희롱하노라. 그런데 이 때 또 한 줄의 시가 무림인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천지인왕지세하, 중원천지경동복(天地人王之勢下, 中原天地驚動伏). 천, 지, 인, 왕의 위세 아래 중원천지는 놀라 엎드리노라. 이는 다름이 아니라 혼세무림에 나타난, 혜성과도 같은 다음의 네 개의 문파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천독제일장(天毒第一莊). 지검무회맹(地劍武會盟). 인혼독패보(人魂獨覇堡). 제왕일원문(帝王一元門). 무릇 하늘에는 단 한 개의 태양이 빛날 뿐이다. 그러나 이들 네 개 문파는 동시에 떠오른 네 개의 태양과 같이 한 시대에 무림천하를 지배했다. 이들은 일거에 수백 수천의 문파를 누르고 사방천지로 그 위세를 뻗쳐나간 것이었다. 이른바 천, 지, 인, 왕이라 불리우는 이 네 세력을 가리켜 무림인들은 천지인왕패천지림이라 일컬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 문파는 어떤 내력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이백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는 어떻게 되었는가? 천독제일장(天毒第一莊). 이는 일명 독문제일가(毒門第一家)라고도 부른다.
쏴아아! 해풍(海風)이 불어온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남해 특유의 넓은 나뭇잎들이 차르르 차르르 함성을 쏟아낸다. 바다는 그 푸른 색깔에서 만들어 낸 상어 이빨 같은 흰 파도로 연신 섬 전체를 두들겨댄다. 혼을 빨아들일 듯한 소용돌이는 포말을 일으켰다가는 소멸되고, 곧이어 다른 거대한 소용돌이가 섬을 둘러싼 바다 전체를 휘감는다. 서사혼도(西死魂島). 이곳에서 자유로운 것은 바람 뿐. 바람은 비릿한 바다냄새를 품고 섬 이곳저곳을 거침없이 누빈다. 울창한 수림, 작열하는 태양 속에 움직이는 것은 나뭇잎과 바람, 그리고 가끔씩 피어오르는 먼지 뿐이다..
만리 길을 하룻길로 축소시킨 땅의 제왕 지신(地神)! 바람의 힘을 빌려 하루에 만리길을 달리게 한 바람의 제왕 풍신(風神)! 만리 길을 안개와 비로 적들을 막는 물의 제왕 수신(水神)! 백룡곤을 뽑아 모든 방위의 적들을 막는 하늘의 제왕 천신(天神)! 고금 최강의 우내사성이 발벗고 나서 한 모자(母子)를 지켜려 했으나……. "경고하건대, 누구도 이 전쟁에 끼어들 수 없다!" 이 한 마디의 말을 뱉은 독고륜이라는 자의 손속은 우내사성의 명줄을 끊어놓고야 만다. 휘몰아 치는 혈풍 가운데 선 한 모자와 독고륜! 그들의 과연 피의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맛보기 콰르르릉― 쾅! 온통 검은빛 하늘을 벼락이 작렬(炸裂)하더니 뇌우(雷雨)가 쏟아졌다. 대나무가 그 힘에 밀려 휘청거린다. 쏴아아아― 깜깜한 하늘에 벼락이 칠 때마다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대나 무들 사이로 희미한 빛이 흘러들었다. 그 빛을 받아 대나무 숲 사이로 작은 우물을 가운데 두고 거 대한 부처의 석상(石像)들이 원형(圓形)을 이루며 서있는 모습 이 눈에 들어왔다. 그 석상들의 모습은 장엄하기 그지없었다. 단순히 돌로 깎아 만든 석상들임에도 불구하고 그 석상들로부 터 성(聖)스러운 빛이 흘러나와 만물(萬物)을 감화(感化)시키고 있는 듯했다. 석상들의 시선은 전부 한 곳을 향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가운 데에 있는 다 부서진 것 같은 작은 우물이었다. 그러나 그 우물을 바라보고 있는 부처들의 표정은 결코 자비 (慈悲)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바세계(娑婆世界)를 어지럽히는 악귀(惡鬼)들을 지 켜보는 듯한 엄숙하고 굳은 표정이었다. 또한 그 불상(佛像)들은 모두 제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 는데 하나하나 정교하게 조각된 모습이 뭔가 의미를 담고 있는 듯했다. 벼락과 함께 그 석상(石像)들로부터도 기광이 치는 듯했다. * * * 우르르릉― 쾅! 하늘을 가르던 벽력(霹靂)이 땅으로 치달았다. 우지직! 화르륵!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도 그 벽력의 힘에 굴복하는 듯 나무들 이 활활 타올랐고 주위의 바위들은 부서져 돌가루가 사방으로 튀었다. 땅 위에 있는 모든 것을 부서버리려는 듯 번개는 인간의 힘으 로는 도저히 항거(抗拒)할 수 없는 기세를 담고 있었다. 그 벽력(霹靂)의 한 줄기가 석상(石像)들 위로 내리꽂혔다. 지직― 파파파팟! 그러자 석상들 사이에서 그에 반응하듯 작은 뇌성(雷聲)이 일 어나는 게 아닌가. 파츠츠츳!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던 그 번개도 불상의 자비로움에 굴복하는 듯 석상(石像)의 십여 장 위에서 멈추고 더 이상 진전 을 하지 못했다. 번개의 여파는 석상 주위 십여 장 밖에서만 소용돌이 칠뿐 석 상들이 있는 반경 십여 장 내에는 한 점의 번개도 들어가지 못 했다. 주변의 것들은 모두 불에 타고 돌들이 부서져 튀어올랐지만 어디까지나 석상들 밖에서 일어나는 현상일 뿐이었다.
맛보기 국가(國家)에는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이 있는 법! 중원무림에도 무림을 상징하는 상징물이 있다. 영웅은 가도 그들의 무공(武功)과 신병이기는 그 사람의 상징물로 남았다. 강호 무림의 초창기에 등장해 중원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착정검(鑿情劍)과 귀원비급(貴元秘 )! 무림의 태산북두인 소림사(少林寺)와 무당파(武當派)의 상징인 녹옥불장(綠玉佛丈)과 자반죽간(紫斑竹竿). 천하 마도인들이 앙복하는 마교(魔敎)의 전설적인 깃발인 혼천일 월기(昏天日月旗)! 중원을 폭풍처럼 휩쓸어 한 때 전 중원무림인들로 하여금 검(劍) 대신 창을 들게 했던 양가장(楊家莊)의 양가창(楊家槍)! 뿐인가? 중원 사대세가(四大世家)의 태두인 강남 남궁세가(南宮世家)의 남궁검(南宮劍)은 또 어떠한가? 아! 그 찬란한 명성들! 명칭을 듣기만 해도 맥박이 힘차게 뛰고 심장이 쿵쿵 울린다. 주먹이 부르르 떨리고, 귀에는 그 신병이기들이 내뿜는 웅혼한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사내라면 누구라도 그것들을 얻어 천하를 독보하고 싶을 것이다. 저 중원에 우뚝 서고 싶을 것이다. 녀석은 특이한 존재였다. 녀석은 수많은 신병이기 중에서도 특이한 위치였다. 루한(鏤漢)! 그런 이름을 지닌 녀석. 중원의 뭇 고수들은 루한을 최상의 반열에 올려놓고 중원의 혼으 로 숭상하고 있다. 녀석은 중원무림의 효시이지만, 감히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애 물단지이기도 하다! 수백 년 동안 깊은 잠에 빠진 게으름뱅이이며, 좀체 자신의 역량 을 드러내지 않는 소녀 같은 새침데기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루한은 아주 잘 생기고, 또 몸매도 매끈하기 이를 데 없이 잘 빠진 녀석이다. 기실 녀석은 한 자루 봉(棒)이다. 생명이 없는 무생물(無生物)임에도 불구하고 건방지게 주인을 고 르는 천하에서 가장 오만한 녀석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자신을 취하면 살신지화(殺身之禍)를 초래해 반드시 그 주인을 죽여 버리는 마물(魔物)이다. 첫 번째 주인과 결별한 후 다른 사람을 주인으로 섬기는 것을 거 부하며 억겁의 세월을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녀석. 허나 세인들은 루한을 탓하지 않을 뿐더러 녀석이 내린 결정에 순응했다. 비밀석동!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
팔백년이란 긴 세월 동안...... 일체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홀로 고고히 존재해 온 신비의 고성이 있다. 환상같은 아름다움으로...... 무수한 사람들로 하여금 동경의 대상이 되도록 했던 전설의 거성. 그 위대한 이름은 바로...... 대야성 역대 왕조의 모든 황제들이 불가침의 치외법권 지역으로 정해서 그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기에...... 역사의 부침과 관계없이 城은 그렇게 존재해왔다. 허나 세월의 흐름속에서 성은 점차 황폐해지고 곳곳이 죽어가기 시작했다. 성을 살려야 한다는 위기감이 대야성이 휘몰아치고, 결국 대야성은 여덟명의 젊은이들을 중원으로 내보낸다. 성을 구하기 위한 황금을 구하도록...... 그리고 그날 이후 중원천하에는 대풍운이 일기 시작했다. 맛보기 * 서 장 화르르르…… 르…… 르…… 화르르르…… 륵……! 굵은 황촉대의 불빛이 어둠을 사르며 외롭게 타오르는 하나의 내실(內室). 내실은 매우 넓었다. 또한 가구와 실내의 꾸밈은 담박(淡泊)하고 매우 귀풍(貴風)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불빛…… 그리고, 깊은 고요가 강물 속처럼 무겁게 흐르고 있다. …… 두 사람, 그들은 붉은 비단포단 위에 마주 대좌해 있었다. 전면의 인물, 그는 동안학발(童顔鶴髮)의 노인(老人)이었다. 주사빛 얼굴은 매우 청수한 편이며 두 눈은 은은히 불을 뿜는 용안(龍眼)이었다. 일신에 화려한 자의(紫衣)를 입었다. 약간 야윈 듯한 전신에선 헤아릴 수 없는 신비로운 기운이 은은히 뻗쳐 나오고 있었다. "……" 노인의 시선은 앞에 있는 중년인을 향한 채 잔잔한 파랑을 일으키고 있었다. 중년인(中年人), 그는 각진 얼굴에 윤각의 선이 굵직하고 뚜렷한 인물이었다. 빛나는 정광(精光)을 갈무리한 눈과 산악의 흐름을 보는 듯한 우뚝한 콧날, 그리고 강인한 의지의 입술…… 일신에 화려한 황금빛 전포(戰袍)를, 허리엔 범상치 않아 보이는 한 자루 패검(覇劍)을 비껴찬 중년인. 아…… 태산(泰山)이 자리를 옮겨 앉았는가? 철탑같은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도는 강인하고도 만인을 누르는 듯 도도한 위엄에 차 있었다. 첫눈에도 결코 범상한 인물이 아니었다. 한데 그의 얼굴은 약간 엄숙히 굳어져 있었다. 노인은 천천히 순은(純銀)의 찻잔을 들며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떠올렸다. "주공(朱公), 대체 노부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기에 그토록 심각한 표정인가?" "……" 중년인의 깊은 눈빛이 미미한 흔들림을 보였다.
차가운 바람이 대륙의 하늘을 뒤덮던 십이월의 어느날, 백색의 옷을 입고 그들은 이 땅에 나타났다. 그들이 누구인지 아는 자...... 아무도 없었다. 하얀 옷을 바람에 휘날리며, 그들은 중원의 동서를 횡단했고...... 천년무림의 역사를 하얀 바람으로 뒤덮었다. 그리고...... 십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그들이 나타났던 십이월의 그날처럼...... 그들은 그렇게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이십년의 세월이 흘렀을 때, 위대한 영웅 龍天吟에 의해 백색의 신화는 다시 시작되었다. 무림사상 가장 위대한 창천신영의 신화가...... 맛보기 * 하얀 바람의 章 1 땅거미가 짙어가던 사월(四月)의 그 어느 날…… 그들은 백색(白色)의 옷을 입고 우리들 앞에 나타났다. 그들이 왜 하얀 옷을 입었는지, 왜 그토록 백색(白色)을 광적으로 좋아했는지 그 이유는 오늘날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들은 백색의 모습으로 그렇게 우리들 앞에 왔던 것이다. 그들은 백색의 바람을 휘날리며 대륙(大陸)의 동(東)과 서(西)를 횡단했다. 무림은 그들이 일으킨 하얀 바람으로 가득 뒤덮혔고, 남은 것은 백색의 그림자 뿐이었다. 그들은 하얀 바람의 묵시(默示)로 그렇게 무림을 통일(統一)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터전을 세웠다. 그 또한 온통 백색이었다. 세인(世人)들은 그들을 일컬어 이렇게 불렀다. -백색(白色)의 인간(人間)들. 그리고 그들의 터전을 이렇게 칭하였다. -백풍(白風)의 마궁(魔宮). 그들은 무림을 통일했으되 지배(支配)하지도 다스리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들이 통일해 놓은 거대한 땅덩어리를 내려다 보며 그렇게 만족해했다. 그들의 위대하고 장엄했던 백색의 투혼(鬪魂)을 영원히 기리려는 듯이…… 그리고 그렇게 덧없이 세월은 흘러갔다. 남궁창새(南宮創塞). 이 특이한 이름을 가진 사람이 백풍의 마궁을 이끌어가는 지상최강(地上最强)의 거인(巨人)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은 그리 오래 전의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에 대해 얼마를 알겠는가? 백색을 너무나도 좋아하고 유독 많은 것을 가졌기에 고독(孤獨) 또한 클 수밖에 없었던 이 거인의 마음을…… 2 그 어느날…… 백풍의 마궁이 이 땅에서 자취를 감추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하나 그것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중원(中原)의 하늘과 땅은 하얀 바람으로부터 벗어나 원래의 맑음과 정기를 되찾고 있었다...
그대여, 참으로 고독한가? 그렇다면 가장 위대한 적을 친구로 만들어라. 그대여. 삶이 그대를 지치고 힘들게 하는가? 그렇다면 가장 힘든 험로를 선택하여 나아가라. 그대여, 적들의 음모에 빠져들었는가? 그렇다면 빠져나오려 발버둥치지 말고 오히려 그 안으로 당당하게 들어가라! 아름다운 가인이 그대에게 사랑을 보내는가? 그렇다면 추호도 망설이지 말고 사랑을 받아주어라. 칼이란 가장 차갑기 때문에 가장 뜨거운 가슴을 벤다. 吳松鶴! 처음에 그는 세상에서 가장 저주밭은 운명이었다. 그러나 그 참혹한 삶을 오히려 웃음으로 받아들였을 때......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자리에 서 있었다. 맛보기 * 제1장 二重追跡 청해성(靑海省) 태열목산(太熱木山), 백육십 여 깎아지른 듯한 봉우리로 이루어진 원시(原始)의 험산인 이곳에 늦 겨울의 한파가 몰아닥치고 있었다. 휘우우...... 휘우우웅......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눈보라.... 그것은 정녕 지독한 눈보라였다. 얼마나 지독한가 하면 지금이 도대체 낮인지 저녁인지 조차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한 사람, 한 남의인(藍衣人)이 어느 한 산중턱 눈덮인 암반위에 석상처럼 미동도 않고 앉아 있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는지 얼굴조차 눈으로 범벅이 된 모습이다. 마치 눈 가면을 쓴 듯한 모습...... 대체 이 남의인은 맹수들만이 득실거리는 이 오지(奧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때다. 남의인에게서 나직한 탄식성이 흘러나왔다. "벌써 구십일동안이나 기다렸는데도 가느다란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구나. 본좌가 천기(天機)를 잘못 짚었단 말인가?" 온화한 위엄이 느껴지는 오십대의 음성이었다. "헛헛...... 어쨌든 간에 배나 채워야겠다. 본좌도 이젠 늙었는가? 겨우 한 달을 굶었는데 뱃속에 기름기가 마르다니......" 무슨 소린가? 만약 누군가 이말을 들었다면 틀림없이 정신나간 작자라고 했으리라. 한 순간, 남의인은 왼쪽 팔을 앉은 자세 그대로 쭉 내뻗었다. 후우웅! 기음(奇音)과 함께 십여장 밖의 가시덤불 한 무더기가 그대로 빨려왔다. 절정(絶頂)의 섭물신공(攝物神功)인데...... 가시덤불은 남의인의 손에 닿자마자 그대로 불붙어 타오르기 시작했다. 화르르...... "자...... 이젠 토끼놈이라도 하나 와주어야 할텐데......" 남의인은 불을 쬐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대룩에 두 개의 모용세가가 있으니 세칭 남북모용이라 한다. 남모용 - 낙양벽력모용세가 수백년 간 천하 제일 무문임을 자부하며 당금 무림계의 패주로 군림하는 곳. 북모용 - 각산모용세가. 각산의 준령 속에 묻혀 오직 지고한 학문만을 연구해온 문의 가문 남복모용의 공동후계자! 이 시대의 풍운아! 기괴무쌍한 지략과 추측불능의 무학을 지닌 채 이 땅에 등장했다. 모용소야! 그날 이후 무림 전체는 사상 최악의 혼돈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맛보기 * 序 章 慕容莊院의 少爺 하북성(河北省) 유주(幽州)땅. 옛부터 유주와 기주(岐州)의 산세는 상서로운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서쪽에서 웅위하듯 연경(燕京)을 감싼 것이 태행산(太行山)이며 동쪽의 무려산(霧麗山)은 마치 용과 봉황이 날고 춤추는 듯이 수려한 산세를 길게 쭈욱 뻗어 각산(角山)에 다다라 산해관(山海關)을 만들었다. 산해관---- 그 곳에서 창려현(昌侶縣) 쪽으로 조금 가다보면 웅장한 장원이 각산 아래 자리해 있었다. 푸른 기와(靑瓦), 붉은 담(紅坍), 무성한 대나무 숲 사이에 들어선 누대(樓臺)와 정각(亭閣). -모용장원(慕容莊院). 수백 년 전, 대륙(大陸) 동북방(東北方)을 차지했던 대연(大燕)의 모용왕족(慕容王族). 선비족(鮮備族)을 이끌고 오호전국시대(五胡戰國時代)를 질타하며 대연제국(大燕帝國)을 세운 숭정무제(崇政武帝). 그 당시, 중원의 여타 왕조(王朝)들이 공물(貢物)을 헌납(獻納)할 정도로 막강한 국운(國運)을 과시했던 대연제국이었다. 그러나, 세월의 부침(浮沈) 속에 모용왕족은 훗날 북위(北魏)에 의해 멸망(滅亡)을 당한다. 나라를 잃은 모용왕족들은 대륙 곳곳에 흩어졌다. 나라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부단히 했지만 대륙은 새로운 주인(主人)을 바라고 있어 모용왕족의 바램은 바램 그 자체로 끝나야만 했다. 여기 각산 창려현에 위치한 모용장원, 중원 처처(處處)에 널려있는 수 많은 모용장원과 마찬가지로 각산 모용장원 역시 세월에 순응(順應) 하여 왔다. 각산의 모용왕족은 대대로 학문(學文)에 정진해 왔다. 그 결과, 남북위조(南北魏朝)를 비롯해 당(唐), 북송(北宋), 원(元)을 거쳐 당금 대명제국(大明帝國)에 이르기까지 명망높은 학사들을 배출해 왔다. 그리고, 당금에 이르러선 대명(大明) 유림(儒林)의 대표적인 인물을 탄생시켰다. -백상대선생(白祥大先生) 모용군악(慕容君岳). 당금 각산 모용장원의 장주(莊主)이다.
맛보기 * 序 章 동서남북(東西南北) 동서남북(東西南北). 그리고, 네 사람(四人). 그들이 귀환(歸還)했다. 지옥(地獄)에서의 귀환이었다. * 1. 동(東) 절강성(浙江省)의 해아진(海牙鎭). 지명(地名) 대로 마치 바다(海)가 이빨(牙)을 곧추세운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 곳이다. 쏴아아…… 쏴아……! 황혼을 껴안고 밀려드는 파도는 성급한 야색(夜色)을 안은 포말(泡沫)을 뿜고 있었다. 그런데 아득한 수평선 저 쪽에 작은 점(點) 하나가 불쑥 솟는가 했더니 순식간에 바다를 가르며 화살처럼 해변으로 쏘아져서 모래톱에 걸려서 멈추었다. 한 척의 배(船)였다. 사람 하나가 간신히 승선(乘船)할 수 있는 일인승 배였는데, 기이하게도 가죽으로 건조된 피선(皮船)이었다. "주…… 중원(中原)이다!" 배 밑바닥에서 벌레처럼 꿈틀거리며 일어서는 인영은 살아있는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도, 봐줄 수도 없는 피투성이 괴인(怪人)이었다. 얼굴을 가린 봉두난발(蓬頭亂髮), 그리고 장작개비같이 비쩍 마른 몸에 걸친 것이라고는 가죽으로 된 짧은 반바지가 전부였다. 피투성이 괴인은 떨리는 몸을 가누며 밤의 장막이 깔리는 해변 백사장에 내려섰다. "아아……! 나…… 난 드디어 지옥(地獄)에서 돌아왔다!" 괴인은 태산이 무너지듯 천천히 백사장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와들와들 떨리는 손을 백사장으로 가져갔다. 백사장의 모래를 한 움큼 떠서 얼굴로 가져갔다.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그걸로도 성이 차지 않았는지 모래를 입에 털어넣었다. 혀로 맛을 보고, 이빨로 씹어보았다. "아아……, 이 맛…… 그대로야! 떠날 때와 다름없어!"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엄청난 격동의 떨림이 괴인의 전신을 휘감아 소용돌이쳤다. 휘이이잉! 바람의 방향이 육지에서 바다쪽으로 바뀌며 괴인의 산발한 머리를 뒤로 넘기며 헤쳐놓았다. 그러자 지금껏 봉두난발에 가려있던 괴인의 용모가 드러났다. 주름진 얼굴로 보아선 노인이었고, 무엇보다 두 눈이 있어야 할 곳은 시커먼 구멍만 뻥 뚫려 있을 뿐 안구(眼球)가 보이질 않았다. "육십년(六十年)……! 육십 년 만에 돌아온 중원……!" 음성은 피를 토하는 절규(絶叫)였으나, 피눈물을 흘려야 할 두 눈이 없는 탓에 눈두덩 부근만 심하게 경련을 거듭했다. 괴노인은 무릎을 꿇은 채 몸을 돌려 바다를 향했다. "지난 육십 년 동안 나는 동해(東海) 백팔십마도(百八十魔島)에서 칠천팔백(七千八百)의 마인(魔人)들을 죽였다."
광풍사(狂風社). 지금으로부터 삼십 년 전, 아득한 북방의 사막에서 일대광풍이 불었다. 아니 그것은 혈풍(血風)이었다. 왜냐하면 당시 대막 일대를 주름잡던 두 개의 단체, 즉 대막천궁(大漠天宮)과 사혼방(沙魂 )이 그로 인해 흔 적도 없이 멸망했기 때문이었다. 그날 이후로 작금에 이르기까지 대막은 침묵만이 지배하는 마역(魔域)이 되고 말았다. 살아있는 것은 눈을 씻고 봐도 볼 수 없는 죽음의 사막이 되고 만 것이다. 아쉽게도 그 원인이나 배경에 대해서는 세간에 전혀 알려진 바가 없었다. 다만 결과가 너무도 끔찍한지라 그 사건은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무림인들 의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세인들은 당시의 혈풍을 일으킨 신비의 세력을 일컬어 광풍사(狂風社)라 불렀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광풍사 의 실체는 여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었다. 과연... 공포와 죽음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광풍사의 정체는 무엇이길래......?
[스포츠 서울]에 최장기간 연재됐던 장편 무협소설. 신선루를 경영하던 젊은 상인 장천린은 정인 취옥교의 배신과 신산 제갈사의 계략에 빠져 죽음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구사일생 살아나 무공을 익히고 전도 유망한 청년상인으로 새 인생을 시작하는데
천풍기협(天風奇俠)-- 이 작품은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기정무협(奇情 武俠)의 결정판(決定版)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 용화천(龍華天)! 그는 한 마디로 사무치는 고독(孤獨)을 가슴에 품고 있는 신비 소년이다. 작품 서두에서 펼쳐지는 그의 언행(言行)에서 우리는 그의 북받치는 슬픔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곧 이어 이야기는 급진적(急進展)되고, 용화천 의 성격 또한 급진전된다. 천지제황부(天地帝皇府)! 무림사상 공전절후의 팔대비경(八大秘經)이 소장된 곳. 천지제황부를 둘러싸고 무서운 음모와 피의 대혼란이 전개되고.... 한 평범한 소년이 무림(武林)의 신(神)으로 추앙받기 까지 영원히 무림사(武林史)에 기록될 그의 행적을 대 영웅기(大英雄記)가 바로 이 천풍기협이다. 맛보기 * 序 章 (1) 실내는 어두웠다. 창문으로 이따금씩 바람이 들이닥쳐 창문을 가린 휘장의 모서리를 들추면서 한줄기 빛이 능구렁이처럼 슬몃슬몃 기어들곤 했다. 언뜻 언뜻 실내의 모양이 드러났다. 사방에 무엇인가가 빙 둘러 쌓여있다. 하지만 손톱만한 빛으로는 실내의 일부만을 조금씩 볼 수 있을 뿐이어서 그 물체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었다. 어림짐작으로 알수 있는 것은 실내가 무척 넓다는 것, 그리고 실내의 중앙에 바위같은 검은 물건이 있다는 정도다. 우르릉! 멀리서 천둥이 울었다. 쏴아아! 곧이어 폭우가 시작되었다. 실내의 중앙에 바위처럼 자리한것은 흑의노인(黑衣老人)이었다. 정물처럼 자리한앉 노인은 족히 백세는 넘어보였다. 노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대꼬챙이처럼 마른 몸은 외양과 달리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을 풍겼다. 거암이 태고적부터 버티고 앉아있는 듯한 거인(巨人)의 풍모였다. 노인의 전신에서 유현한 묵향(墨香)이 흘러 나왔다. 가부좌를 틀고 앉은 노인의 발 앞에는 한자 두께 정도의 종이가 놓여 있었다. "휴우." 나직히 탄식하며 노인은 천천히 사방을 둘러보았다. 일평생을 받쳐 집필한 역작(力作)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족히 일만권(一萬券)은 될듯한 책자가 실내의 사방에 빙 둘러 쌓여있었다. '오랜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끝은 아직도 요원하다.' 노인의 시선은 오른쪽 구석에 머물러 있었다. 다른곳은 책자로 빽빽한데 유독 그곳만은 빈 공간이다. "이 가을도 다 가건만 그들은 오지 않으려는가?"
아들아, 巨鷹이 열흘을 날아도 끝이 없고, 표범이 한달을 달려도 닿지 못하는 저 드넓은 대 초원이 바로 나의 것이다. 저 대지는 바로 너의 혼이며 너의 심장이다. 아들아, 너는 장차 구주와 팔황을 통틀어 가장 위대한 초인이 될 것이다. 광야여...... 치욕과 모멸에 떨던 너의 가슴을 열고 위대한 나의 아들을 맞이하라! 맛보기 * 序一 어둠(暗) 대륙(大陸) 최후의 꿈이 있었다. 천세광명대전(千世光明大殿)…… 사람들은 그것을 위대한 꿈의 성전이라고 불렀다. 위로는 하늘을 다스리고, 아래로는 대지를 지배한다. 십방세계(十方世界)가 경배하고…… 이 땅에는 영원히 혈겁(血劫)이 종식되리라. 혼(魂)…… 무림의 위대한 혼(魂)들이…… 수천 년 동안 이 환상의 성전을 세우기 위해 열혈을 불살랐다. 아아…… 허나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꿈. 여기 천세광명대전을 세우기 위해 수천 년 동안 죽어간 영혼들이 있다. 일천세야혼(一千世爺魂). 대륙 최후의 꿈을 위해 신명을 바친 불멸의 일천영웅(一千英雄)들…… 그들은 태고에서 현세까지 이 땅에서 가장 특출하고 위대했던 초인(超人)들이었다. 이천 년 전 대륙의 지배자였던 창황제(敞皇帝). 그는 일천세야혼 중에서도 그 불멸의 꿈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었다. 혼돈과 방황 속에서 최초로 대륙을 통일한 창황제의 신화(神話)! 그는 하늘이 내려준 태대오대중보(太大五代重寶)를 지니고 만천하를 인(仁)으로 다스렸다. 천하는 태평성대하니 만인이 그를 우러러 칭송했다. -오오…… 위대한 창황제여, 당신께서 이룩한 이 빛나는 업적이야말로 곧 천세광명대전이 아니겠는가? 허나 창황제는 말년에 이르러 고개를 내저었다. 화려한 궁궐을 굽어보며 그는 씁쓸하게 미소했다. -처음에는 본제도 천세광명대전을 이루었다고 믿었다. 허나 군주의 치민(治民)은 당연한 도리가 아니겠는가. 본제가 죽고 나면 화평은 깨어지고 다툼과 분열이 다시 일어날테니 이를 어찌 천세광명대전이라 하겠는가? 허허…… 천세광명대전은 본제의 생에 있어 한낱 환상이었다. 과연 창황제가 죽자, 천하는 다시 찢겨진 채 혼돈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천 사백 년 전, 대륙은 위대한 불세출의 마존(魔尊)을 탄생시켰다. 살가마후(殺迦魔侯) 단목성(檀木聖). 그는 전설의 마교(魔敎)를 창건한 후 십만대산의 정상을 밟고 포효했다.
주르륵! 급기야 그녀의 입가에서 실날 같은 핏물이 얼굴을 적 시며 흘러내렸고, 몸이 점차 싸늘히 식어갔다. 너무도 갑자기 당한 엄청난 충격이 급기야 한 소녀를 죽음으로 몰아 넣은 것이었다. 하나 어둠 속의 사내는 여전히 자신의 몸놀림을 멈추 지 않았다. 싸늘한 소녀의 시신 위에서 사내는 멈출줄 모르고 쾌 락의 국차를 향해 헐떡였다. 천인공노할 죄악(罪惡)이 구문제독부의 깊숙한 내실에 서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우는 사 내의 몸에서는 강인한 강철내음이 아지랑이처럼 피어 올랐다. 한데 기이한 일이었다. 한 청순한 소녀를 강간한 사내의 눈에는 한 여인을 짓 밟았다는 색마(色魔)의 쾌감이 아닌 운명(運命)에 의 해 어쩔 수 없이 범죄(犯罪)를 저지른 듯한 죄책감, 그와 더불어 통한(痛恨)의 아픔과 비애(悲哀)가 서린 고뇌(苦惱)의 빛이 떠오르고 있었다. 묵묵히 해파리처럼 축 늘어진 채 죽은 전소희의 알몸 을 내려다 보던 사내의 손이 미미하게 흔들렸다. 툭! 검은 물체는 나비가 춤을 추듯 그의 손을 떠나 전소희 의 시신 위로 떨어져 내렸다. 이때 방문 새로 희미한 여명(黎
千年忍苦의 歲月을 지낸 이무기는 奪胎換骨한 뒤 天龍으로 변해 昇天을 한다. 바로 그 때 토해내는 단 한 번의 울음소리! 아! 아! 그것은 바로 이 세상을 뒤흔드는 가장 거룩한 소리이니...... 전설은 그것을 <龍血鳴>이라 부른다. 億劫의 세월에도 흔들리지 않는 傳說과 神話의 武閥 龍血界......! 그리고, 그 곳의 후계자로 발탁된 龍飛翔 그가 드디어 무림으로 움직이고 강호는 일대풍운에 휘말린다. <맛보기> * 第1章 鳳尾院의 개망나니 한 채의 장원. 높다란 담장은 붉은 적석(赤石)을 깎 만든 돌로 보기 좋게 쌓았다. 담벽을 두른 청와(靑瓦)는 기와 하나만 들고 가도 밥 한 끼 얻어먹을 수 있을 정도로 비싸고 구하기 힘든 청해산(靑海産)이다. 담벽 아래에는 장원(莊院)을 삥 둘러 대리국(大理國)에서만 나온다는 대리석으로 만든 그야말로 꿈의 길이 나 있다. 비가 오든 눈이 내리든 신발에 결코 흙이 묻지 않을 정도로 방대하게 깔린 대리석 길은 반짝반짝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었다. 도대체 이 장원의 주인이 누구이기에 장원 내부도 아닌 밖에까지 이런 신경을 쓴단 말인가? 황제(皇帝)의 친 혈족(血族)이라도 된단 말인가.
그날 밤...... 魔脈의 뜻에 의해 암천은 모든 빛을 잃었다. 그리고 그날 밤...... 천공좌의 모든 빛이 소멸되는 그 속에서 하나의 탄생이 있었다. 어둠과 죽음과 피를 숭상하는 마맥의 지배자들에 의해 그는 선택되었고, 그것이 이땅의 미래를 파멸로 이끄는 서곡이 되었다. 그리고 수십년이 지난 어느날...... 대륙에선 신마겁이라 불리우는 선과 악의 최종전쟁이 시작되었다. 소야전기 대륙에 두 개의 慕容世家가 있으니 세칭 南北慕容이라 한다. 南慕容- 洛陽霹靂慕容世家. 수백 년 간 천하제일 武門임을 자부하며 당금 무림계의 표주로 군림하는 곳. 北慕容-角山慕容世家. 각산의 준령 속에 묻혀 오직 지고한 학문만을 연구해온 文의 가문. 남북모용의 공동 후계자! 이 시대의 풍운아! 기괴무쌍한 지략과 추측불능의 무학을 지닌 채 이 땅에 등장했다. 모용소야! 그날 이후 무림 전체는 사상 최악의 혼돈(?)에 빠져 들기 시작한다.
여기...... 잊혀진 전설이 있다. 악마의 저주와 공포,그리고 찬란한 신화를 꽃피웠던 전설! 그것은, 무려 천이백년전(千二百年前)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은...... 하늘의 능력조차 초월한 절대의 힘을 지닌 자들이었다. 아니, 그들은 가히 악마적이었다. 난공불락의 거대한 미증유의 사대세력! 철왕신부(鐵王神俯)! 백마탑(百魔塔)! 만황독궁(萬皇毒宮)! 북해빙궁(北海氷宮)! 그들은 세상의 땅끝, 그곳 동(東),서(西),남(南),북(北)에서 일제히 일어났고, 중원무림(中原武林)을 지배하리라! 무서운 야망의 폭풍이 되어 중원을 향해 치달려 들었다. 천하는 하얗게 질려 버렸다. 무림으로서는 그들 사대세력을 막을 힘이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악마적인 힘을 지니고 있는 사대세력, 바로...... 천외사세(天外四勢)! 이렇게 불리우는 그들, 그 언젠가 그들이 단 한 번 무림에 나타난 적이 있었던 것이다. 아니, 단 일인(一人)이었다. 그는 신비 속에 잠겨있는 안개의 섬에 있는 철왕신부에서 왔다고 했다. 그리고, 그 사내는 천하를 향해 외쳤다. 중원의 무공을 시험하리라!
절묘한 기연의 안배와 희비가 엇갈리는 복선의 진가를 맛보실 수 있는 명작 부하생(斧下生)! 평생을 오직 도끼 하나에 걸고 살아온 奇人. 그가 평생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금부적성(金斧積城)! 그건 천하제일세(天下第一勢)였다. 부하생에게는 아들이 없다. 아니다, 두 명의 아들은 있다. 비영(飛影), 비도(飛刀). 그러나 부하생은 두 아들을 외면한다. 철저히 광자(狂者)의 삶을 살게 한다. ---나 부하생은 기다릴 것이다. 과연 내 피를 이은 놈 가운데 어떤 놈이 이 금부적성을 무너뜨리겠다고 칼을 들고 덤벼들지. '당신이 책임도 못질 정자를 함부로 뿌린 작자냐?' 소리치며 시퍼런 검날을 번뜩일 그 놈을. 과연 어느 놈이 나로 하여금 금부적성의 신화를 이루게 한 금부(金斧)를 들게 할지를…….
"내게는 잊혀지지 않는 아름다운 꿈(夢)이 있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고 말하고 싶지도 않은, 홀로 가슴 속에 오래도록 품고 싶은 아름다운 꿈이었다. 그 꿈은 겨드랑이에 역린(逆鱗)을 달고 있는 것처럼 두려 웠다. 반면 역린이 발각되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지라도 절대 로 이 꿈만은 버릴 수 없다고 결심 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 지했다. 그 꿈에 들기에 앞서 항상 부드러운 현악기(絃樂器)의 선 율(旋律)이 먼저 들려왔다. 이제 막 젖몽울이 잡히는 아름다운 소녀의 내면처럼 감미 롭고 아름다운 선율이었다. 또한 베짱이의 날개짓 소리가 부드러운 나삼에 휘감겨 흘러나오듯 여린 선율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현음(絃音)에는 신비한 힘이 있었다. 내 의식을 조금씩 야금야금 해체해 마침내 손 끝 하나 움 직일 수 없는 가사(假死)상태로 만들었다. 그 후에야 나는 비로소 몽환(夢幻) 속으로 들어갈 수 있 었다. 경이로움과 함께 다른 세계로 이입(移入)되는 데 대한 두 려움을 동반한 여행은 가슴 떨리는 설렘과 함께 시작되었 다. 나는 또 세 개의 창에 관한 꿈을 기억한다. 몽환의 뒷장을 장식하는 그 세 개의 창과 불에 달궈져 화 염을 뿜어대던 창날을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악신(惡神)을 닮은 거대한 동상(銅像)의 손에 들 려 있다가 내 아름답고 화려한 꿈의 마지막을 온통 피바다 로 만들었다. 소리도 없이 내 복부에, 머리에, 오른팔에 꽂히던 세 개 의 창날. 츄아악! 분수처럼 뿜어지던 피는 바다를 이루고 그 피는 곧 거대 한 악마의 형상으로 변해갔다. -잊어라. 기억하려 하지 마라. 몽환의 끝에서 들려오던 저음.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 후 오래도록 나는 그녀에 관한 꿈을 꾸지 못했다."
<맛보기> 제 1 장 나를 버린 나 1 검(劍). 그것은 새파란 광채가 일렁이는 짧은 단검(短劍)이었다. 여인(女人). 일신에는 마치 눈처럼 희디흰 백의(白衣)를 걸친 아름다운 용모의 소부인(少婦人)이었다. 백의소부인의 용모는 진정 아름다웠다. 정갈하게 쪽진 머리와 가을 하늘처럼 맑고 신선한 광채로 조용히 일렁이는 두 눈, 두 뺨은 하늘 한 구석을 소리없이 적시는 노을처럼 붉디 붉고, 주사빛 붉은 입술은 탐나도록 농염(濃艶)하니 천향(天香)의 미색(美色)이라고나 할까? 보석(寶石)이 그 희귀성으로 가치가 있듯, 이러한 여인은 천만 인이 섞여 사는 인세(人世)에서도 그리 흔히 볼 수 있는 미인(美 人)이 아니다. 여인(女人)은 지금 흰 백포(白布)로 검을 닦고 있었다. 여인의 옆에는 이제 겨우 다섯 살 쯤 되어 보이는 소동(少童)과 기이한 형태의 화초(花草)가 심어져 있는 화분(花盆)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화분의 화초는 인간과 심령(心靈)이 통한다는 영초(靈草)인 심령초(心靈草)였다. 하나 이미 심령초는 그 푸르름을 잃고 시들어 있었다. 한 자루 단검과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소부인, 그리고 시들어 버린 영초와 천진난만한 소동
마검파천황(魔劍破天荒). 이것은 한 자루의 검이다. 그러나 이 검은 무림 이천 년 사에 존재했던 모든 신병이기(神兵異器)들을 총망라해 적어 놓은 만병천기보(萬兵天機譜)의 서열 제일위(第一位)에 올라 있는 천고(千古)의 신검(神劍)이다. 또한 마검파천황(魔劍破天荒)은 무림사를 통틀어 가장 강(强)했던, 그 누구와도 비견할 수 없었던 한 기인(奇人)이 사용했던 검이기도 하다. 인간이 있는 곳에서는 싸움이 그치지 않으며, 욕망(慾望)은 끝없이 부침(浮沈)하여 돌고 도는 수레바퀴처럼 혈사(血史)를 남기게 마련이다. 마검파천황(魔劍破天荒)을 사용했던 기인(奇人)은 강(强)했다. 무림 사상 그 누구보다도. 이천 년 전 무(武)의 영원한 조종(祖宗)이라던 무천제황(武天帝皇)보다도, 천 년 전 소림(少林)의 조사인 달마(達磨)보다도, 무당(武當)의 조사 장삼봉(張三峯)보다도, 오백 년 전 단 백일 만에 중원고수 일만 명을 죽이고 백 년 간이나 무림의 정기를 말살했던 마(魔)의 대조종 천추혈마(天樞血魔)보다도 강했다. 무림 이천년사를 관류(貫流)하여 명멸하듯 사라져간 그 어떤 기인보다도 그는 강했다. 그러나 그는 뼈에 사무치는 슬픔과 외로움을 지니고 있었다. 왜? 무엇 때문에...... 맛보기 序 章 마검파천황(魔劍破天荒). 이것은 한 자루의 검이다. 그러나 이 검은 무림 이천 년 사에 존재했던 모든 신병이기(神兵異器)들을 총망라해 적어 놓은 만병천기보(萬兵天機譜)의 서열 제일위(第一位)에 올라 있는 천고(千古)의 신검(神劍)이다. 또한 마검파천황(魔劍破天荒)은 무림사를 통틀어 가장 강(强)했던, 그 누구와도 비견할 수 없었던 한 기인(奇人)이 사용했던 검이기도 하다. 인간이 있는 곳에서는 싸움이 그치지 않으며, 욕망(慾望)은 끝없이 부침(浮沈)하여 돌고 도는 수레바퀴처럼 혈사(血史)를 남기게 마련이다. 마검파천황(魔劍破天荒)을 사용했던 기인(奇人)은 강(强)했다. 무림 사상 그 누구보다도. 이천 년 전 무(武)의 영원한 조종(祖宗)이라던 무천제황(武天帝皇)보다도, 천 년 전 소림(少林)의 조사인 달마(達磨)보다도, 무당(武當)의 조사 장삼봉(張三峯)보다도, 오백 년 전 단 백일 만에 중원고수 일만 명을 죽이고 백 년 간이나 무림의 정기를 말살했던 마(魔)의 대조종 천추혈마(天樞血魔)보다도 강했다. 무림 이천년사를 관류(貫流)하여 명멸하듯 사라져간 그 어떤 기인보다도 그는 강했다. 그러나 그는 뼈에 사무치는 슬픔과 외로움을 지니고 있었다. 왜? 무엇 때문에...... 마검파천황(魔劍破天荒).
맛보기 * 序 章 1 -암천(暗天)이 달(月)과 별(星)을 삼키는 날 하늘을 보라. 천중(天中)에 세 개의 성좌(星座)가 나타날 것이니, 이는 곧 세 아이의 탄생(誕生)을 예고함이로다. 이후 중원(中原)은 세 아이의 뜻에 따라 움직이니, 곧 하늘의 뜻(天意)이로다. 그 날은…… 대폭풍(大暴風)이 불었다. 아득한 저 멀리 대막(大漠)에서 시작된 대폭풍. 기세도 흉험하게 만리장성(萬里長城)을 넘어서 중원대륙을 모래폭풍으로 뒤덮어버렸다. 그 날은…… 천지개벽처럼 무수한 뇌전(雷電)이 작렬했다. 일섬파산(一閃破山)! 작렬하는 수만가닥의 뇌전들이 대륙의 만산고봉(萬山高峰)을 강타했다. 그 날은…… 하늘이 구멍난 듯 대폭우(大暴雨)가 쏟아졌다. 단 하루 사이의 폭우로 인해 장강대하(長江大河)가 넘쳐서 대륙을 물바다로 만들어버렸다. 2 탄생(誕生), 그 첫 번째 운명(運命). 휘이이이잉! 소용돌이 치는 대폭풍이 광활한 벌판을 휘감았다. 어떤 뜨거운 모정(母情)이 대폭풍 속에서 자궁(子宮)을 열어 아기를 낳았다. 인정없는 폭풍은 갓난 아기의 몸을 두드렸다. 아기는 첫 울음도 울지 않았고, 방실방실 웃으며 고사리같은 손을 허공으로 뻗었다. 마치 세차게 몰아치는 폭풍을 잡으려는 듯. 그런데 착각인가? 아기는 폭풍을 향해 뻗었던 고사리 손을 오므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소용돌이 폭풍은 아기의 손에 잡히고 말았다. 폭풍을 한 손에 움켜 쥔 아기. 운명이 아기의 이름을 풍(風)이라 불렀다. 첫 번째, 운명의 탄생아(誕生兒)였다. 탄생(誕生), 그 두 번째 운명(運命). 번--- 쩍! 천지양단(天地兩斷)의 뇌전(雷電)이 작렬하는 순간, 한 아기가 탄생했다. 황비(皇妃)의 산실청(産室廳)을 방불케하는 화려한 내실(內室)에서 태어난 고귀한 신분의 아기였다. 아기는 어른의 허벅지만한 황촉의 불빛이 눈부신 듯 창(窓)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뇌전은 끊임없이 작렬했다. 창을 통해 작렬하는 뇌전의 빛에 드러난 아기의 눈썹은 신비스러울만치 희고 긴 백미(白眉)였다. 그런데 기이한 일이었다. 황촉의 불빛에는 눈부셔하던 아기는 시퍼런 뇌전의 섬광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똑똑히 바라보았다. 운명이 아기의 이름을 뇌(雷)라 했다. 두 번째, 운명의 탄생아(誕生兒)였다.
영원(永遠)은 필요하지 않다. 필요한 것은 순간(瞬間)이다. 드넓은 평원(平原). 애마(愛馬)에 앉아서, 손 등에 매를 놓고 달릴 때, 이마 위로 흐르는 한 줄기 바람. 그 순간이 인생(人生)이다. 죽으면 죽으리라! 대역모를 꿈꾸며 풍운무림(風雲武林)을 활보(闊步)하는 사나이 중의 사나이 곤륜왕(崑崙王)! 그리고 천하제일의 무림고수이며 판관(判官)인 주인공 사이룡(史二龍)! 두 사나이가 벌이는 한 판 대결의 와중에서 울고 웃는 두 절세가녀(絶世佳女) 야유화와 가령공주! 그리고 기구하게 태어나 자객의 길을 걷는 고독한 여자 자객 마고! 그리고 반인반귀의 인생을 살아야만 하는 무서운 여인 빙요화! 야망과 야망. 사랑과 사랑이 벌이는 장편 대서사시(大敍事詩) 男! <맛보기> * 序 모악귀(茅岳鬼)는 앞서 걷는 여인의 뒷모습을 보며 꿀꺽 소리가 나도록 침을 삼켰다. 이국 여인의 모습이 신비스럽기도 하거니와 그 뛰어난 미색하며 미끈한 몸매가 그의 가슴을 요동치게 했다. 여인의 머릿결이 붉은 갈색인 것이 더욱 그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여인은 이제 막 저잣거리를 벗어나고 있었다. 해가 기울어 먼 산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고 여인은 산 그림자....
삼천옹(三天翁). 그들은 검환옹(劍幻翁)과 서월옹(西月翁), 그리고 고불옹(古佛翁)으로 불리는 일대 기인들이었다. 마침내 세 명의 기인들과 신마계 고수들의 치열한 생 사대회전은 막을 올렸고, 몸짓 하나에 전설의 절기가 펼쳐지고 몸짓 둘에 꿈의 신공 절기가 뿌려졌다. 사흘 밤낮이 지난 후 신마계 고수들은 고작 다섯 명 정도가 남아 어디론가 도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신마계 지존인 절천신마 역시 마지막까지 발악을 하다 결국은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다. 신마계는 그렇게 소멸했다. 그들이 남겨 놓은 것은 시 산혈해를 이룬 시신들과 단 한 자루 검뿐이었다. 검(劍). 끊임없이 사악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그 검은 절천 신마가 사용했던 신마검(神魔劍)이었다. 삼천옹은 절천신마의 가공할 악마지력이 바로 그의 독 문병기인 신마검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아낼 수 있었다. 어떤 연유로 신마검이 절천신마의 손에 들었는지는 그저 신비일 뿐이었다. 그러나 확실한 건 신마검이야말 로 천상천하 최고의 악마지검(惡魔之劍)이라는 사실이었다. 검의 손잡이에 박힌 검은 구슬은 악마력을 증진시키는 신마정주(神魔精珠)였고, 검신에 숨겨져있는...
여기 설정된 용소군이란 인간은 황족으로 태어났으되 그가 태어났을 때는 이미 황가가 멸망한 후였다. 결국 그는 황족이면서도 아무런 혜택도 입지 못하고 보통 사람보다 훨씬 고통스런 삶을 보내게 된다. 그가 자신의 과거를 알았을 때는 너무나 큰짐을 인생의 무게에 보탤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과연,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만이 그의 생애의 목표가 되어야만 하는가? 용소군은 해답을 찾기 위해 방황한다. 중원십팔만리를 유랑하며 그가 찾은 해답은 무엇이었던가? 결국 평화(平和)라는 답을 얻게 된다. 기라성같은 기인이사(奇人異士)들, 기남기녀(奇男奇女)들 속에서 그는 풍진을 헤쳐 나가며 자신의 길을 찾는데 성공한다. 현대인은 이런 대명제(大命題)를 안고 있지 않다는데서 점차 소인화(小人化)되가고 있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소설적 공간을 빌어 한 인물을 그려보았다. 소인이고 싶지 않으므로.
대륙에 두 개의 모용세가가 있으니 세칭 남북모용이라 한다. 남모용 - 낙양벽력모용세가 수백년 간 천하 제일 무문임을 자부하며 당금 무림계의 패주로 군림하는 곳. 북모용 - 각산모용세가. 각산의 준령 속에 묻혀 오직 지고한 학문만을 연구해온 문의 가문 남복모용의 공동후계자! 이 시대의 풍운아! 기괴무쌍한 지략과 추측불능의 무학을 지닌 채 이 땅에 등장했다. 모용소야! 그날 이후 무림 전체는 사상 최악의 혼돈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맛보기> * 序 章 慕容莊院의 少爺 하북성(河北省) 유주(幽州)땅. 옛부터 유주와 기주(岐州)의 산세는 상서로운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서쪽에서 웅위하듯 연경(燕京)을 감싼 것이 태행산(太行山)이며 동쪽의 무려산(霧麗山)은 마치 용과 봉황이 날고 춤추는 듯이 수려한 산세를 길게 쭈욱 뻗어 각산(角山)에 다다라 산해관(山海關)을 만들었다. 산해관---- 그 곳에서 창려현(昌侶縣) 쪽으로 조금 가다보면 웅장한 장원이 각산 아래 자리해 있었다. 푸른 기와(靑瓦), 붉은 담(紅坍), 무성한 대나무 숲 사이에 들어선 누대(樓臺)와 정각(亭閣). -모용장원(慕容莊院). 수백 년 전, 대륙(大陸) 동북
세상의 모든 악인(惡人)에게 있어 가장 좋은 것은 이 세상에 태어자니 않는 것이다! 밝은 태양 빛을 보지 않는 것이다! 허나 일단 태어났으면 되도록 빨리 명부(冥府)의 문을 지나 깊은 봉분(封墳) 속에 드러눕게 해야하는 것이다! 악(惡)으로 뜻을 세준 자(者), 악(惡)으로 멸(滅)하리라! <맛보기> * 제 1 장 환우금성! 너는 실수한 것이다 1 석양(夕陽). 타는 듯한 황혼이 어느덧 서천(西天)을 핏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수없이 뻗어있는 봉우리들은 무사의 날카로운 병장기처럼 잔뜩 피를 머금었다. 이곳은 대륙십팔만리(大陸十八萬里)에서 손꼽히는 험산(險山) 중 하나인 서천목산(西天目山)이었다. 두두두두두-! 짐승의 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깊은 정적 속에서 절봉(絶峰)과 절봉 사이를 가로지르는 아스라한 협곡(峽谷)을 따라 한 대의 사두마차(四頭馬車)가 숨가쁘게 질주했다. 마차의 주위로는 자욱한 흙먼지가 일었다. "이럇!" 마부석에는 삼십대 초반의 궁장미부인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아리따운 외모와는 달리 미간(眉間)을 내천(川)자로 잔뜩 찌푸린 채 비장한 표정이었다. 또한 가끔씩 초조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는 것으로
<맛보기> 콰르르릉― 쾅! 온통 검은빛 하늘을 벼락이 작렬(炸裂)하더니 뇌우(雷雨)가 쏟아졌다. 대나무가 그 힘에 밀려 휘청거린다. 쏴아아아― 깜깜한 하늘에 벼락이 칠 때마다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대나 무들 사이로 희미한 빛이 흘러들었다. 그 빛을 받아 대나무 숲 사이로 작은 우물을 가운데 두고 거대한 부처의 석상(石像)들이 원형(圓形)을 이루며 서있는 모습 이 눈에 들어왔다. 그 석상들의 모습은 장엄하기 그지없었다. 단순히 돌로 깎아 만든 석상들임에도 그 석상들로부터 성(聖)스러운 빛이 흘러나와 만물(萬物)을 감화(感化)시키고 있는 듯했다. 석상들의 시선은 전부 한 곳을 향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가운 데에 있는 다 부서진 것 같은 작은 우물이었다. 그러나 그 우물을 바라보고 있는 부처들의 표정은 결코 자비 (慈悲)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바세계(娑婆世界)를 어지럽히는 악귀(惡鬼)들을 지켜보는 듯한 엄숙하고 굳은 표정이었다. 또한 그 불상(佛像)들은 모두 제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 는데 하나하나 정교하게 조각된 모습이 뭔가 의미를 담고 있는 듯
<맛보기> 서 장 소록소록 내리는 흰 눈! 함박눈이다. 온 천지를 희게 물들이는 그 흰빛 속에서 대륙 서쪽의 명산 십만대산(十萬大山) 은 거대한 웅자를 고고히 드러내고 있었다. 봉우리가 무려 십만에 달한다고 했던가? 그래서 시선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늘어선 첨봉들이 저리 천하를 오연히 주시해 서역의 하늘이라 불리는 것인가? 그런데, 무엇일까? 십만대산의 제일봉, 준극봉에 우뚝 서 있는 저 물체들은? 사람이었다. 세 사람이었다. 한 사람! 온통 희고 또 희었다. 육 척을 넘는 훤칠한 몸을 감싸고 있는 백의와 눈처럼 흰 머리와, 바람 에 갈꽃처럼 날리는 흰 수염! 심지어는 허리에 차고 있는 검집조차 백색 빛을 띠고 있었다. 단 하나, 백 살이 넘어 보이는 외모에도 불구하고 대춧빛처럼 붉은 안색만이 유일하게 달랐 다. 다른 한 사람! 그는 검었다. 철저하게 검었다. 머리, 옷, 허리에 비스듬히 차고 있는 검집도 검은 색이었다. 아마도 검조차 시커먼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듯한 치밀한 스토리의 작가 사마달님이 풀어가는 복수와 원한, 그리고 사랑! 이제 피도 눈물도 없는 강호의 거친 들판에 한바탕의 혈풍이 몰아친다! 사나이의 야망! 그것은 채우면 채울수록 더 모자란 것이다. 때론 야망을 위해 우정을 버리고, 사랑을 버릴 수도 있는 것이 바로 남자이다. 지옥에 가서 그 사무친 원한의 빚을 갚는다 할지라도 무림의 정상에 서고야 말겠다는 사나이 사악불! 그의 야망앞에 부모를 배신하고 연민의 정까지 묻어버릴 수 밖에 없었던 비련의 여인 도소향! 이제 그들 두 인물을 중심이 되는 한 편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맛보기> 치열한 삶을 사는 사람들...... 불가(佛家)의 얘기처럼 삶이 고해(苦海)라, 세상을 사는 어느 누군들 안 그렇겠냐마는 뱃사람들과 상인들 에게 닥치는 삶의 파고(波高)는 더했다. 뱃사람은 거대한 자연에 맨몸 하나로 맞서는 이들이 고, 상인은 본능적으로 이권(利權)을 위해서라면 지옥 끝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항상 죽음은 그들과 함께 있 었다. 중원으로 들어오는 모든 해로(海路)는 이곳 혈룡협 (血龍峽)으로 통한다. 남해(南海) 선유도(仙遊島)와 염점도(鹽霑島) 사이의 해협(海峽)...... 중원지도 어디에도 혈룡협이라는 이름을 찾아볼 수 없지만, 배를 한 번이라도 탄 사람치고 혈룡협을 모르 는 사람은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그곳에 오랜 옛날부 터 터를 잡고 살아온 바다의 사나이들 때문이다. 아라비아와 동영(東瀛), 고려(高麗), 서반아(西班牙) 등 모든 해로의 길목을 가로막는 사신(死神) 혈룡단(血 龍團)...... 그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언제부터 생겨났는지, 그리고 혈룡단의
<맛보기> 천리추종객(千里追踪客) 장상문(長相文)은 오늘 하루 낮, 하룻밤 내내 달리고 또 달렸다. 밥도 먹지 않고 달렸다. 아니, 밥먹을 생각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소변도 가능하다면 보고싶지 않았다. 소변보는 시간도 아까웠던 것이다. 어떻게든 멀리, 멀리 도망가야 했다. 새벽과 오전에는 그래도 소변이 급하면 발을 멈추고 일을 보았다. 하지만 해가 머리 위를 지나면서부터 천리추종객 장상문 은 이름 값도 못하고 누구의 농담처럼 소변을 그냥 싸서 말 리며 뛰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을 달렸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일천 오 백 리(里)는 달린 듯하다. 별호(別號)가 천리추종객이라지 만, 하루만에 천 리가 넘게 달리는 경우란 장상문이 사부 아래에서 수련을 쌓던 시절 이후로는 없었다. 도대체 그를 그렇게 뛰게 만들 일이,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쫓던 자라는 조금 편안한 위치에서 쫓기는 자가 되어버린 것은 사천(四川)의 촉(蜀) 땅에서였다. 사천(四川), 섬서(陝西)의 경계를 서북, 동남으로 달리는 구룡산맥(九龍山脈)의 주봉(主峰) 중 하나.........
평범하게 살려고 했다. 그냥 그럭저럭하며 먹고 살만큼 남의 것을 훔치며 소박하게 살려고 했는데 하늘이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사능우(史能雨)! 이 멍청한 인간은 그때까지 하늘이 왜 자신을 택했는지 그 이유를 모르고 있었다. 조립인간(組立人間) 일종(一宗).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이다. 그 자신 늘 하늘을 저주하는 인간이었다. 연규옥(燕閨玉). 너무도 아름다운 슬픈 여인. 그녀는 조용한 성품을 지니고 있었다. 단지 일단 성질을 부렸다 하면 일개 성을 박살 낼 정도로 지랄 같은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장미처럼 화사하면서도, 흑선풍 이규처럼 날뛰는 이 여인, 그러면서도 양귀비(楊貴妃)처럼 사내에게는 치명적인 독(毒)을 지닌 이 여인! 하늘은 각기 다른 세 종류의 인간을 만들어 놓고, 그들 세 사람이 만나게끔 안배했다. 세 사람의 만남은......, 그렇게 하늘이 내린 운명이었다.
만리 길을 하룻길로 축소시킨 땅의 제왕 지신(地神)! 바람의 힘을 빌려 하루에 만리길을 달리게 한 바람의 제왕 풍신(風神)! 만리 길을 안개와 비로 적들을 막는 물의 제왕 수신(水神)! 백룡곤을 뽑아 모든 방위의 적들을 막는 하늘의 제왕 천신(天神)! 고금 최강의 우내사성이 발벗고 나서 한 모자(母子)를 지켜려 했으나....... "경고하건대, 누구도 이 전쟁에 끼어들 수 없다!" 이 한 마디의 말을 뱉은 독고륜이라는 자의 손속은 우내사성의 명줄을 끊어놓고야 만다. 휘몰아 치는 혈풍 가운데 선 한 모자와 독고륜! 그들의 과연 피의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맛보기> 국가(國家)에는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이 있는 법! 중원 무림에도 무림을 상징하는 상징물이 있다. 영웅은 가도 그들의 무공(武功)과 신병 이기는 그 사람의 상징물로 남았다. 강호 무림의 초창기에 등장해 중원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착정검(鑿情劍)과 귀원비급(貴元秘 )! 무림의 태산북두인 소림사(少林寺)와 무당파(武當派)의 상징인 녹옥불장(綠玉佛丈)과 자반죽간(紫斑竹竿). 천하 마도인들이 앙복하는 마교(魔敎)의 전설적인 깃발인 혼천일 월기(昏天日月旗)! 중원을 폭풍처럼 휩쓸어 한때 전 중원 무림인들로 하여금 검(劍) 대신 창을 들게 했던 양가장(楊家莊)의 양가창(楊家槍)! 뿐인가? 중원 사대세가(四大世家)의 태두인 강남 남궁세가(南宮世家)의 남궁검(南宮劍)은 또 어떠한가? 아! 그 찬란한 명성들! 명칭을 듣기만 해도 맥박이 힘차게 뛰고 심장이 쿵쿵 울린다. 주먹이 부르르 떨리고, 귀에는 그 신병 이기들이 내뿜는 웅혼한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사내라면 누구라도 그것들을 얻어 천하를 독보하고 싶을 것이다. 저 중원에 우뚝 서고 싶을 것이다.
그대여, 참으로 고독한가? 그렇다면 가장 위대한 적을 친구로 만들어라. 그대여. 삶이 그대를 지치고 힘들게 하는가? 그렇다면 가장 힘든 험로를 선택하여 나아가라. 그대여, 적들의 음모에 빠져들었는가? 그렇다면 빠져나오려 발버둥치지 말고 오히려 그 안으로 당당하게 들어가라! 아름다운 가인이 그대에게 사랑을 보내는가? 그렇다면 추호도 망설이지 말고 사랑을 받아주어라. 칼이란 가장 차갑기 때문에 가장 뜨거운 가슴을 벤다. 吳松鶴! 처음에 그는 세상에서 가장 저주밭은 운명이었다. 그러나 그 참혹한 삶을 오히려 웃음으로 받아들였을 때......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자리에 서 있었다. <맛보기> * 제1장 二重追跡 청해성(靑海省) 태열목산(太熱木山), 백육십 여 깎아지른 듯한 봉우리로 이루어진 원시(原始)의 험산인 이곳에 늦 겨울의 한파가 몰아닥치고 있었다. 휘우우...... 휘우우웅......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눈보라.... 그것은 정녕 지독한 눈보라였다. 얼마나 지독한가 하면 지금이 도대체 낮인지 저녁인지 조차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한 사람, 한 남의인(藍衣人)이 어느 한 산중턱 눈덮인 암반위에
팔색조(八色鳥) 여덟 가지 색조를 지닌 아름다운 새. 그러나 무림의 팔색조는 팔인의 절대자를 일컫는 단어. 그들의 신분은 철저한 비밀이다. 한 사람이 죽었다. 경국지색의 미녀를 사랑한 대가로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 아비의 죽음을 가슴에 묻고 홀로 강호를 떠도는 청년 독고풍(獨孤風). 아비처럼 살지 않겠다. 사랑놀음에는 빠지지 않겠다. 그러나 아비의 죽음에 얽힌 비사를 파헤치는 그에게 다가오는 가인들의 애틋한 사랑과 마침내 신비를 벗는 팔인의 절대자. 宿明의 劍은 그것이다. 절대로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승부, 그것이 宿明의 劍이다.
천풍기협(天風奇俠)-- 이 작품은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기정무협(奇情 武俠)의 결정판(決定版)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 용화천(龍華天)! 그는 한 마디로 사무치는 고독(孤獨)을 가슴에 품고 있는 신비 소년이다. 작품 서두에서 펼쳐지는 그의 언행(言行)에서 우리는 그의 북받치는 슬픔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곧 이어 이야기는 급진적(急進展)되고, 용화천 의 성격 또한 급진전된다. 천지제황부(天地帝皇府)! 무림사상 공전절후의 팔대비경(八大秘經)이 소장된 곳. 천지제황부를 둘러싸고 무서운 음모와 피의 대혼란이 전개되고.... 한 평범한 소년이 무림(武林)의 신(神)으로 추앙받기 까지 영원히 무림사(武林史)에 기록될 그의 행적을 대 영웅기(大英雄記)가 바로 이 <천풍기협>이다. <맛보기> * 序 章 (1) 실내는 어두웠다. 창문으로 이따금씩 바람이 들이닥쳐 창문을 가린 휘장의 모서리를 들추면서 한줄기 빛이 능구렁이처럼 슬몃슬몃 기어들곤 했다. 언뜻 언뜻 실내의 모양이 드러났다. 사방에 무엇인가가 빙 둘러 쌓여있다. 하지만 손톱만한 빛으로는 실내의 일부만을 조금씩 볼 수 있을 뿐이어서 그
"대전(大殿). 사방 이십여 장에 이르는 대전에는 별다른 장식이 없다. 넓은 지하대전 중앙에 자단목(紫檀木)으로 만들어진 팔각(八角)의 탁자가 하나 있을 뿐이다. 그 외에는 별다른 물건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눈길을 잡아끄는 것은 두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하늘로 비상하는 용(龍)이 수놓아진 황금빛 천이 깔린 좌측 벽면의 태사의 하나와, 그 태사의 전면 커다란 벽에 걸린 천하전도(天下全圖)였다. 대전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천장에 박힌 어린아이 주먹만한 야명주(夜明珠) 하나만이 대전을 밝히고 있어 조금 어스름한 빛만이 대전을 밝히고 있었다. 용이 수놓아진 황금빛 천의 태사의에는 한 인물이 조용하게 앉아 있었다. 이십대 중반의 나이로 보이는 기품 있는 자의(紫衣)청년이었다. 허나 청년을 자세히 살펴본다면 그의 나이를 도저히 종잡을 수 없을 것이다. 청년은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음의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는데, 또 어떻게 보면 삼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원숙함도 지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년을 특징짓게 만드는 것은 청년의 전신에서 흐르는 기이한 기도(氣道)였다. 청년은 묘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 있는 듯 없는 듯 하면서도 하늘의 무한한 창공을 바라보는 듯한 기운이었으며, 온화한 얼굴 속에 담긴 부드러움은 은연중에 보는 이를 압도할 정도의 기이한 기운이었다. 그것은 제왕(帝王)의 기도였다. 태사의에 앉은 이가 누구이길래 제왕의 기도를 보이고 있단 말인가. 청년의 시선은 천하전도에 가 있었다. 허나 달리 보면 지도를 보고 있는 것 같지 않게 그의 두 눈에서 방향을 찾을 수가 없었다. ""담사우(覃獅宇) 장군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문득 대전의 한쪽에서 하나의 음성이 들려왔다. 전혀 아무런 감정이 담겨 있지 않은 무색(無色)의 음성이었으며, 성별이나 나이조차 분간하기 힘든 그런 음성이었다. 대전에는 태사의에 앉은 청년 혼자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태사의 뒤, 희끄무레한 인영이 하나 자리하고 있었다. 그다지 밝지 않은 대전의 어스름한 어둠과 동화되듯 태사의 뒤에 서 있는 인물, 검은 색 장포를 걸친 사십대의 중년인이었다. 오관이 뚜렷한 얼굴을 지니고 있으나, 들려온 음성만큼이나 표정이 없는 얼굴이라 그런지 조금은 차가운 듯한 얼굴이었다. 언제라도 거기에 있었던 듯한 그는 두 손을 장포에 넣고 약간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검은 색 장포의 중년인의 말에 태사의에 앉은 청년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단지 청년의 두 눈 속에서 미미한 빛이 뿌려졌을 뿐이었다. "
<맛보기> 제 1 장 간이 부은 도둑들 [1] 휘익! 칠월(七月)의 폭양(爆陽) 아래 하나의 나무 목패(木牌)가 하늘 높이 떠올랐다. 목패의 크기는 어른 팔뚝 만했다. 너비는 손바닥을 펼친 정도다. 그 모양은 윗부분은 마름모 꼴이요, 아래엔 손으로 잡을 수 있게 긴 손잡이가 있었다. 옻칠을 한 나무 목패 중앙엔 붉은 색으로 다음과 같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令.> 살명부(殺命符). 지금 하늘 높이 올라간 목패는 대명(大明)의 살명부였다. 살명부란 죄를 지은 죄인(罪人)의 죄가 너무나 엄중해 만 백성이 보는 자리에서 단두형(斷頭刑)으로 공개처형을 시켜야 하는 사형수(死刑囚)에게 주어지는 법령(法令)이다. 살명부가 판관(判官)의 손을 떠나는 순간 망나니가 춤을 춘다. 살명부가 땅에 떨어지면 한 사람의 목이 몸뚱아리를 떠나 땅에 떨어진다. 그것은 영원불멸(永遠不滅)하다. 결코 변할 수 없는 대명의 황법(皇法)이다. 휘익! 지금 하나의 살명부가 하늘로 솟구쳤다. 동시 웃통을 벗어던지고 근육질이 울퉁불퉁한 망나니 하나가 대두도(大頭刀)를 든 채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운명은 나에게 종으로 출발할 것을 명했다. 나는 종으로 출발했다. 종의 설움 속에서 나는 한 가지 뜻을 세웠으니, 그것은 천하제일고수(天下第一高手)! 천무골(天武骨)! 강호의한 기인이 나에게 천무골이라 했다. 무공을 익히기 위해서는 더할 수 없이 좋은 골격. 천무골의 신체를 타고난 것이 알려짐으로써 나의 끝없는 시련은 시작되었다. 그 끝의 종말에는 날 버린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는 나에게 권력의 와중에 살아남게 하기 위해 날 버렸다 했다. 그 아버지는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게 물려줬다. 그러나…… 천하는 아버지 한 사람의 머리에 의해 수레바퀴처럼 굴러갔다. 나는 그 끝에 있었다. 되살아난 아버지와 같이."
쏴아아! 해풍(海風)이 불어온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남해 특유의 넓은 나뭇잎들이 차르르 차르르 함성을 쏟아낸다. 바다는 그 푸른 색깔에서 만들어 낸 상어 이빨 같은 흰 파도로 연신 섬 전체를 두들겨댄다. 혼을 빨아들일 듯한 소용돌이는 포말을 일으켰다가는 소멸되고, 곧이어 다른 거대한 소용돌이가 섬을 둘러싼 바다 전체를 휘감는다. 서사혼도(西死魂島). 이곳에서 자유로운 것은 바람 뿐. 바람은 비릿한 바다냄새를 품고 섬 이곳저곳을 거침없이 누빈다. 울창한 수림, 작열하는 태양 속에 움직이는 것은 나뭇잎과 바람, 그리고 가끔씩 피어오르는 먼지 뿐이다..
"휘익! 칠월(七月)의 폭양(爆陽) 아래 하나의 나무 목패(木牌)가 하늘 높이 떠올랐다. 목패의 크기는 어른 팔뚝 만했다. 너비는 손바닥을 펼친 정도다. 그 모양은 윗부분은 마름모 꼴이요, 아래엔 손으로 잡을 수 있게 긴 손잡이가 있었다. 옻칠을 한 나무 목패 중앙엔 붉은 색으로 다음과 같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살명부(殺命符). 지금 하늘 높이 올라간 목패는 대명(大明)의 살명부였다. 살명부란 죄를 지은 죄인(罪人)의 죄가 너무나 엄중해 만 백성이 보는 자리에서 단두형(斷頭刑)으로 공개처형을 시켜야 하는 사형수(死刑囚)에게 주어지는 법령(法令)이다. 살명부가 판관(判官)의 손을 떠나는 순간 망나니가 춤을 춘다. 살명부가 땅에 떨어지면 한 사람의 목이 몸뚱아리를 떠나 땅에 떨어진다. 그것은 영원불멸(永遠不滅)하다. 결코 변할 수 없는 대명의 황법(皇法)이다. 휘익! 지금 하나의 살명부가 하늘로 솟구쳤다. "
"도둑 하나, 도둑 둘, 도둑 셋, 도둑 열……. 그리고 천하(天下)의 모든 도둑들이 모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피의 혈약(血約)으로 하나의 위대한 이름을 탄생시키고야 말았다. -무영공공천(無影空空天)! 그러나 세인(世人)들은 몰랐다. 자신들의 품속을 지배하고, 자신들의 비밀금고(秘密金庫)를 지배하고, 세상의 밤(夜)을 지배하는 그 놀라운 도행(盜行)의 천재(天才)들이 거미줄과도 같은 거대한 조직 하나를 이루고야 말았다는 사실을 정말 몰랐다. 단지 언제부터인가 아스라이 환영(幻影)같은 이름을 귓등으로 흘려 듣고 있을 뿐이었다. -무영공공천(無影空空天)? 그런 것이 정말 있소? -글쎄…… 나도 모르겠소. 충격(衝擊)! 오오! 그것은 정말 거대한 충격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한 사람, 아니 한 도둑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천하는 아연 충격의 눈을 휩뜨고야 말았다. -무영종(無影宗). 본명(本名): 모른다. 내력(來歷): 알 수 없다. 나이: 짐작도 안간다. 용모: 연상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로 인해 천하가 경악해야 했는가? 딱 한 가지, 그가 바로 도둑 중의 도둑, 도둑의 제왕(帝王)이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그가 바로 환상(幻想)의 천하군도조직(天下群盜組織) 무영공공천의 지존(至尊)이라 했기 때문이었다. 아아! 이 일이 놀라지 않아서 될 일이겠는가? 무영공공천(無影空空天). 그것이 수백 년의 뿌리를 두고 실제 존재하고 있었으며, 무영종은 바로 그 십이대천주(十二代天主)라 하지 않는가? 그리고 또 어느 날이었다. 도둑이라 하여 경원당함에 통분한 것일까? 무영종(無影宗)은 천하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헛허! 우리만이 도둑이겠느냐? 천하에는 더욱 큰 대도들이 수두룩하지 않느냐? 대도(大盜)! 그는 그리고 나름대로의 도도(盜道)를 설파하며 천하의 대도들을 열거하였다. 하나같이 이름만 들어도 혼비백산할 인물들이자 그 시대의 천하를 나누어 손에 쥐고 있던 개세(蓋世)의 거인(巨人)들의 이름들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와 버렸다. 그리하여 천하는 일시 숨을 콱 멈추어야만 했다. "
"평범하게 살려고 했다. 그냥 그럭저럭하며 먹고 살만큼 남의 것을 훔치며 소박하게 살려고 했는데 하늘이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사능우(史能雨)! 이 멍청한 인간은 그때까지 하늘이 왜 자신을 택했는지 그 이유를 모르고 있었다. 조립인간(組立人間) 일종(一宗).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이다. 그 자신 늘 하늘을 저주하는 인간이었다. 연규옥(燕閨玉). 너무도 아름다운 슬픈 여인. 그녀는 조용한 성품을 지니고 있었다. 단지 일단 성질을 부렸다 하면 일개 성을 박살 낼 정도로 지랄 같은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장미처럼 화사하면서도, 흑선풍 이규처럼 날뛰는 이 여인, 그러면서도 양귀비(楊貴妃)처럼 사내에게는 치명적인 독(毒)을 지닌 이 여인! 하늘은 각기 다른 세 종류의 인간을 만들어 놓고, 그들 세 사람이 만나게끔 안배했다. 세 사람의 만남은……, 그렇게 하늘이 내린 운명이었다."
"천축(天竺). 하늘 아래 가장 신비로운 땅. 지상(地上)에서 가장 높 은 천산(天山)의 웅대(雄大)한 자태를 품고 구만팔천 리(九萬八千里) 광활한 산야(山野)를 거느린 신비지처 (神秘之處). 태초(太初)에 이루어진 대자연(大自然)의 순결(純潔)이 그대로 살아 있고 스스로 인간(人間)의 혼탁한 숨결이 닿는 것을 거부한 위대한 오지(奧地)의 대륙(大陸)이여.... 千手劍王! 이것은 천추무림사(千秋武林史)에 영원히 기록될 불멸 (不滅)의 전설(傳說)이다. 전(前)에도 없고 후(後)에 도 없을 위대(偉大)하고 고결(高潔)한 한 인간의 신화 를 그린 이야기인 것이다. 천수검왕(千手劍王)! 한 소년(少年)을 시작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바로 천축에서부터 전개된다. "
인간이 지닌 慾望의 限界는 어디인가? 生老病死의 解脫인가? 아니면 富貴와 名譽를 얻음인가? 여기…… 大陸의 天權을 한손에 넣기 위해 惡魔에게 靈魂을 판 사나이가 있었다. 白劍龍. 움켜쥔 칼 끝에서 흘러내린 핏방울이 목련의 봉오리를 붉게 물들이면서, 九萬里 대륙은 風雲에 휩싸이는데…… 맛보기 * 제1장 기분 좋은 밤 [1] 지금으로부터 오천 년 전(五千年前). 무림의 원조(元祖)라고 할 수 있는 정사의 양대지존(兩大至尊)이 연기처럼 이 땅에서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후 일백년(一百年)을 주기(週期)로 하여 장장 사천 년 동안 역대(歷代) 정사의 양대지존이 연이어 실종되기 시작했다. 당시 천하(天下)는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으나 결과는 무위(無爲)로 끝나고 말았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정확히 팔십 명에 이르는 양대지존이 사라진 이후부터 더 이상의 실종사건이 벌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지금으로부터 일천 년 전의 일이었다. 흐르는 세월이 모든 것을 덮는다고 했던가? 현금(現今)에 이르러 석년(昔年)에 발생했던 정사양대지존(正邪兩大至尊)들의 실종사건은 영원히 미궁(迷宮)에 빠졌을 뿐만 아니라 서서히 세인들의 뇌리 속에서 망각되어갔다. 하지만 이 괴사는 결코 망각되어질 수가 없었다. 무엇때문인가? 바로 무림의 성서(聖書)라고 일컬어지는 만상천서(萬像天書)의 서두에 이에 대한 전설과도 같은 내용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만상천서에 기록된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불사천불총(不死天佛塚). -유유구천마궁(幽幽九天魔宮). 일명(一名) 천상천불지심마궁(天上天佛地深魔宮)이라고 불리우는, 정도무림 최대의 성역(聖域)인 불사천불총은 사천 년에 걸친, 역대 천하최강정도지존(天下最强正道至尊)들의 무덤이다. 불사천불총에는 정도무림의 일세지존(一世至尊)으로 군림했던 정도대지존(正道大至尊)들의 일신절학(一身絶學)을 비롯해서 상상(想想)을 깨뜨리는 절대초극(絶代超極)의 광세신공(曠世神功)이 비장(秘藏)되어 있다. 유유구천마궁(幽幽九天魔宮). 이곳은 역대 천하최강사도지존(天下最强邪道至尊)들이 죽음 직전에 반드시 찾아갔던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 찾아간 사도지존(邪道至尊)들은 자신의 무공(武功)을 모조리 그곳에 남겨두고 죽었다. 따라서 그 곳에는 인류의 최후를 몰고올 수 있는 초강사공(超强邪功)과 마공(魔功)
영원(永遠)은 필요하지 않다. 필요한 것은 순간(瞬間)이다. 드넓은 평원(平原). 애마(愛馬)에 앉아서, 손 등에 매를 놓고 달릴 때, 이마 위로 흐르는 한 줄기 바람. 그 순간이 인생(人生)이다. 죽으면 죽으리라! 대역모를 꿈꾸며 풍운무림(風雲武林)을 활보(闊步)하는 사나이 중의 사나이 곤륜왕(崑崙王)! 그리고 천하제일의 무림고수이며 판관(判官)인 주인공 사이룡(史二龍)! 두 사나이가 벌이는 한 판 대결의 와중에서 울고 웃는 두 절세가녀(絶世佳女) 야유화와 가령공주! 그리고 기구하게 태어나 자객의 길을 걷는 고독한 여자 자객 마고! 그리고 반인반귀의 인생을 살아야만 하는 무서운 여인 빙요화! 야망과 야망. 사랑과 사랑이 벌이는 장편 대서사시(大敍事詩) 男! 맛보기 * 序 모악귀(茅岳鬼)는 앞서 걷는 여인의 뒷모습을 보며 꿀꺽 소리가 나도록 침을 삼켰다. 이국 여인의 모습이 신비스럽기도 하거니와 그 뛰어난 미색하며 미끈한 몸매가 그의 가슴을 요동치게 했다. 여인의 머릿결이 붉은 갈색인 것이 더욱 그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여인은 이제 막 저잣거리를 벗어나고 있었다. 해가 기울어 먼 산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고 여인은 산 그림자 안으로 들어서는 중이다. 모악귀는 여인의 뒤를 조심스럽게 밟아가며 허리춤의 전대를 만지작거렸다. 그의 전대에는 은자 대신 염정구심환(艶情句心丸)이 들어있었다. 그가 여인네를 희롱할 적마다 써먹는 모산요법(茅山妖法)을 시전하기에 약간 부족한 감도 없지 않았다. 어제 너무 써먹은 탓이다. 어제는 생각 밖으로 야행길에 젊은 아낙 둘을 만나 노상에서 질펀하게 희롱했다. 그때 너무 많은 양을 썼다. 자신도 창졸지간에 만난지라 미처 처신하지 못했다. 어쨌든 아까운 염정구심환이 두 개밖에 남지 않았고 고의는 아니었으나 아낙네들은 다시는 아이를 가질 수 없을 만큼 몸이 망가졌을 것이다. 해가 지고 붉은 노을 대신 푸르스름한 땅거미가 산자락에 깔리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인은 홀로 산길을 걸었다. 모악귀는 점차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저 여인은 어째서 이제는 인적도 없고 인가 한 채 없는 산길을 쉬지 않고 계속 걷는가? 이대로 계속 간다면 저 매봉(梅峰)을 넘어서야 겨우 인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누구에겐가 쫓기거나 혹은 가출해버린 유부녀는 아닐까? 그렇다면 더욱 잘된 일이다. 접근이 쉽고 강제가 아니어도 좋지 않은가?
무협소설은 고전적인 정서에 바탕을 둔 픽션이다. 『만겁무황전』은 은(恩)과 원(怨)이라는 전형적인 주제를 다루게 된다. 현대에 이르러 은원이란 단어는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르나 고래로 인간만큼 은원에 집착한 동물은 없을 것이다. 대장부는 은원이 분명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은원을 분명히 할 수 없는 경우가 때로는 존재할 것이다. 거기에서 인간은 갈등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서장(西藏)의 포달랍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꿈많은 소년의 일대기는 복수할 수 없는 대상을 상대로 복수검을 갈아야 하는데서 출발하게 된다. 인간의 탐욕(貪慾)이 소년의 꿈을 짓밟고 피눈물을 자아내게 했지만 그의 사랑은 결국 승리를 쟁취하게 된다. 정도 사도 등을 돌린 현실 앞에서 한 소년영웅이 외롭게 걸어가는 길은 오늘날 현대인의 불분명한 정의 감과 모호한 자기주관 앞에 하나의 좌표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등격리(騰格里) 사막. 영겁의 형상을 보여주듯 사구의 구릉은 그 끝이 없었다. 또한 낮 에는 불같이 뜨겁게 달아오르나 밤에는 한풍이 분다. 누군가 이 사막을 사해리(死海里)라고 불렀다. 그것은 문자 그대 로 죽음의 땅이란 뜻이었다. 그러나 이 천형의 땅에도 초지(草地)가 있었다. 대평원을 이루는 그곳에는 이루 헤아릴 수도 없는 서장산(西藏産) 황마(黃馬)와 양 떼들이 방목되고 있다. 뚜-- 뚜우-- 뚜우-- 멀리서 고적(鼓笛)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방목하는 양떼를 모으는 신호로써 이곳의 풍치를 한껏 북돋우기도 한다. 딸랑... 딸랑....... 방울소리는 사막을 횡단하는 대상(隊商)들의 행진을 알려주고 있 었다. 그들이 타고 가는 낙타의 목에서 울리는 소리다. 유목민의 집단인 몽고족들은 대개 족대(族隊)를 이루어 사막을 건 넌다. 이들은 양떼를 몰고 가는 무리들과 상업을 하는 대상, 두 종류로 구분되는데 낙타의 목에 걸린 채 울려대는 방울소리는 개 중 후자인 장삿꾼들의 상징이다. 딸랑... 딸랑... 딸랑....... 방울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윽고 드넓은 모래언덕 위에 일단의 대상이 나타났다. 인원은 약 오십여 인 정도, 낙타의 옆구리에 각종의 물건들을 짊어지게 했으 며 사람은 그 옆에서 걷고 있었다. 대오의 맨 앞에는 두 대의 가마가 있었다. 가마는 지역적인 특성 상 낙타의 등 위에 받쳐져 있었는데 휘장도 양피였다. 앞의 가마는 크고 뒤의 가마는 다소 작았다. 역시 낙타를 탄 우람 한 체구의 중년인이 이들 가마를 위시해 대오 전체를 인솔하고 있 었다. 그는 늠름하게 생긴 몽고인으로 양가죽 옷에 털모자를 쓰고 있었 다. 피부가 구리빛인데다 부리부리한 눈을 가진 그는 타고난 신력 마저 엿보여 전형적인 용사의 모습을 제시해 주는 듯 했다. 그런데 문득 그가 허리를 꼿꼿이 펴며 움찔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의 눈길은 곧바로 먼 지평선을 향했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언덕의 위, 아스라히 바라보이는 거리에서 그 는 하나의 검은 검을 발견한 것이었다. '저것은......!'
도서 소개 팔백년이란 긴 세월 동안...... 일체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홀로 고고히 존재해 온 신비의 고성이 있다. 환상같은 아름다움으로...... 무수한 사람들로 하여금 동경의 대상이 되도록 했던 전설의 거성. 그 위대한 이름은 바로......대야성 역대 왕조의 모든 황제들이 불가침의 치외법권 지역으로 정해서 그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기에...... 역사의 부침과 관계없이 城은 그렇게 존재해왔다. 허나 세월의 흐름속에서 성은 점차 황폐해지고 곳곳이 죽어가기 시작했다. 성을 살려야 한다는 위기감이 대야성이 휘몰아치고, 결국 대야성은 여덟명의 젊은이들을 중원으로 내보낸다. 성을 구하기 위한 황금을 구하도록...... 그리고 그날 이후 중원천하에는 대풍운이 일기 시작했다.
국가(國家)에는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이 있는 법! 중원무림에도 무림을 상징하는 상징물이 있다. 영웅은 가도 그들의 무공(武功)과 신병이기는 그 사람의 상징물 로 남았다. 강호 무림의 초창기에 등장해 중원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착정검(鑿情劍)과 귀원비급(貴元秘 )! 무림의 태산북두인 소림사(少林寺)와 무당파(武當派)의 상징인 녹옥불장(綠玉佛丈)과 자반죽간(紫斑竹竿). 천하 마도인들이 앙복하는 마교(魔敎)의 전설적인 깃발인 혼천일 월기(昏天日月旗)! 중원을 폭풍처럼 휩쓸어 한 때 전 중원무림인들로 하여금 검(劍) 대신 창을 들게 했던 양가장(楊家莊)의 양가창(楊家槍)! 뿐인가? 중원 사대세가(四大世家)의 태두인 강남 남궁세가(南宮世家)의 남궁검(南宮劍)은 또 어떠한가? 아! 그 찬란한 명성들! 명칭을 듣기만 해도 맥박이 힘차게 뛰고 심장이 쿵쿵 울린다. 주먹이 부르르 떨리고, 귀에는 그 신병이기들이 내뿜는 웅혼한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사내라면 누구라도 그것들을 얻어 천하를 독보하고 싶을 것이다. 저 중원에 우뚝 서고 싶을 것이다.
"검(劍). 그것은 새파란 광채가 일렁이는 짧은 단검(短劍)이었다. 여인(女人). 일신에는 마치 눈처럼 희디흰 백의(白衣)를 걸친 아름다운 용모의 소부인(少婦人)이었다. 백의소부인의 용모는 진정 아름다웠다. 정갈하게 쪽진 머리와 가을 하늘처럼 맑고 신선한 광채로 조용히 일렁이는 두 눈, 두 뺨은 하늘 한 구석을 소리없이 적시는 노을처럼 붉디 붉고, 주사빛 붉은 입술은 탐나도록 농염(濃艶)하니 천향(天香)의 미색(美色)이라고나 할까? 보석(寶石)이 그 희귀성으로 가치가 있듯, 이러한 여인은 천만 인이 섞여 사는 인세(人世)에서도 그리 흔히 볼 수 있는 미인(美 人)이 아니다. 여인(女人)은 지금 흰 백포(白布)로 검을 닦고 있었다. 여인의 옆에는 이제 겨우 다섯 살 쯤 되어 보이는 소동(少童)과 기이한 형태의 화초(花草)가 심어져 있는 화분(花盆)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화분의 화초는 인간과 심령(心靈)이 통한다는 영초(靈草)인 심령초(心靈草)였다. 하나 이미 심령초는 그 푸르름을 잃고 시들어 있었다. 한 자루 단검과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소부인, 그리고 시들어 버린 영초와 천진난만한 소동.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이 하나의 방 안에 함께 자리해 있었다. 방 안은 조용했다. 이따금 검을 닦는 손길을 멈추고 하늘을 우러르는 여인의 작은 동작만이 침묵을 깰 뿐이다. 그러는 그녀의 두 눈은 담뿍 애수(哀愁)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한 노인(老人)이 방문 앞에 부복한 채 석고상마냥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숨소리조차 미약해 어찌보면 노인이 방문 앞에 있다는 그 존재조차 망각할 정도였다. "
인간이 지닌 慾望의 限界는 어디인가? 生老病死의 解脫인가? 아니면 富貴와 名譽를 얻음인가? 여기...... 大陸의 天權을 한손에 넣기 위해 惡魔에게 靈魂을 판 사나이가 있었다. 白劍龍. 움켜쥔 칼 끝에서 흘러내린 핏방울이 목련의 봉오리를 붉게 물들이면서, 九萬里 대륙은 風雲에 휩싸이는데...... <맛보기> * 제1장 기분 좋은 밤 [1] 지금으로부터 오천 년 전(五千年前). 무림의 원조(元祖)라고 할 수 있는 정사의 양대지존(兩大至尊)이 연기처럼 이 땅에서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후 일백년(一百年)을 주기(週期)로 하여 장장 사천 년 동안 역대(歷代) 정사의 양대지존이 연이어 실종되기 시작했다. 당시 천하(天下)는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으나 결과는 무위(無爲)로 끝나고 말았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정확히 팔십 명에 이르는 양대지존이 사라진 이후부터 더 이상의 실종사건이 벌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지금으로부터 일천 년 전의 일이었다. 흐르는 세월이 모든 것을 덮는다고 했던가? 현금(現今)에 이르러 석년(昔年)에 발생했던 정사양대지존(正邪兩大至尊)들의 실종사건은 영원히 미궁(迷宮)에 빠졌다.
팔백 년이란 긴 세월 동안...... 일체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홀로 고고히 존재해 온 신비의 고성이 있다. 환상 같은 아름다움으로...... 무수한 사람으로 하여금 동경의 대상이 되도록 했던 전설의 거성. 그 위대한 이름은 바로......대야성 역대 왕조의 모든 황제가 불가침의 치외법권 지역으로 정해서 그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기에...... 역사의 부침과 관계없이 城은 그렇게 존재해왔다. 허나 세월의 흐름 속에서 성은 점차 황폐해지고 곳곳이 죽어가기 시작했다. 성을 살려야 한다는 위기감이 대야성이 휘몰아치고, 결국 대야성은 여덟 명의 젊은이들을 중원으로 내보낸다. 성을 구하기 위한 황금을 구하도록...... 그리고 그날 이후 중원천하에는 대풍운이 일기 시작했다. <맛보기> * 서 장 화르르르...... 르...... 르...... 화르르르...... 륵......! 굵은 황촉대의 불빛이 어둠을 사르며 외롭게 타오르는 하나의 내실(內室). 내실은 매우 넓었다. 또한 가구와 실내의 꾸밈은 담박(淡泊)하고 매우 귀풍(貴風)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불빛...... 그리고, 깊은 고요가 강물 속처럼 무겁게 흐르고 있다...... . 두 사람, 그들은 붉은 비단포단 위에
절묘한 기연의 안배와 희비가 엇갈리는 복선의 진가를 맛보실 수 있는 명작 부하생(斧下生)! 평생을 오직 도끼 하나에 걸고 살아온 奇人. 그가 평생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금부적성(金斧積城)! 그건 천하제일세(天下第一勢)였다. 부하생에게는 아들이 없다. 아니다, 두 명의 아들은 있다. 비영(飛影), 비도(飛刀). 그러나 부하생은 두 아들을 외면한다. 철저히 광자(狂者)의 삶을 살게 한다. ---나 부하생은 기다릴 것이다. 과연 내 피를 이은 놈 가운데 어떤 놈이 이 금부적성을 무너뜨리겠다고 칼을 들고 덤벼들지. '당신이 책임도 못 질 정자를 함부로 뿌린 작자냐?' 소리치며 시퍼런 검날을 번뜩일 그놈을. 과연 어느 놈이 나로 하여금 금부적성의 신화를 이루게 한 금부(金斧)를 들게 할지를.......
차가운 바람이 대륙의 하늘을 뒤덮던 십이월의 어느날, 백색의 옷을 입고 그들은 이 땅에 나타났다. 그들이 누구인지 아는 자...... 아무도 없었다. 하얀 옷을 바람에 휘날리며, 그들은 중원의 동서를 횡단했고...... 천년무림의 역사를 하얀 바람으로 뒤덮었다. 그리고...... 십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그들이 나타났던 십이월의 그날처럼...... 그들은 그렇게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이십년의 세월이 흘렀을 때, 위대한 영웅 龍天吟에 의해 백색의 신화는 다시 시작되었다. 무림사상 가장 위대한 창천신영의 신화가...... <맛보기> * 하얀 바람의 章 1 땅거미가 짙어가던 사월(四月)의 그 어느 날...... 그들은 백색(白色)의 옷을 입고 우리들 앞에 나타났다. 그들이 왜 하얀 옷을 입었는지, 왜 그토록 백색(白色)을 광적으로 좋아했는지 그 이유는 오늘날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들은 백색의 모습으로 그렇게 우리들 앞에 왔던 것이다. 그들은 백색의 바람을 휘날리며 대륙(大陸)의 동(東)과 서(西)를 횡단했다. 무림은 그들이 일으킨 하얀 바람으로 가득 뒤덮혔고, 남은 것은 백색의 그림자 뿐이었다. 그들은 하얀 바람의 묵시(默示)
"차가운 바람이 대륙의 하늘을 뒤덮던 십이월의 어느날, 백색의 옷을 입고 그들은 이 땅에 나타났다. 그들이 누구인지 아는 자...... 아무도 없었다. 하얀 옷을 바람에 휘날리며, 그들은 중원의 동서를 횡단했고...... 천년무림의 역사를 하얀 바람으로 뒤덮었다. 그리고...... 십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그들이 나타났던 십이월의 그날처럼...... 그들은 그렇게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이십년의 세월이 흘렀을 때, 위대한 영웅 龍天吟에 의해 백색의 신화는 다시 시작되었다. 무림사상 가장 위대한 창천신영의 신화가...... "
맛보기 * 서 장 - 일검(一劍)을 들어 창공을 꿰뚫었고, 일장(一掌)을 뻗어 대해(大海)를 갈랐다. 일갈노성에 천지(天地)는 뒤집히고, 한 번 걸음을 옮기매 만마가 무릎을 꿇었다. 삼산오악(三山五嶽)이 모두 내 손에 있으니, 무림 수천년사에 나를 능가할 자 그 누구냐? 백 년 전. 혈우성풍(血雨腥風)의 무림을 헤치며 한 명의 약관청년이 나타났다. 그는 천하를 굽어보며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 앞으로 이십 년 안에 저 드넓은 중원천하는 나의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은 능히 천 년(千年)을 가리라! 광언, 아니 망언(妄言)이었다. 천하인들은 그를 비웃고 멸시하는 한편 아무도 그의 말을 믿으려 들지 않았다. 그러나 그 누가 꿈엔들 상상이나 했으랴? 그로부터 꼭 이십 년 후에 그 청년의 말은 적중하고 말았다. 청년이 무림을 휩쓸기 시작하자 그 힘은 그야말로 전무후무하고 공전절후한 대혼란을 야기시켰다. 천하의 기인이사(奇人異士)는 물론이거니와 막강한 전대의 고수(高手)들까지 청년의 일검(一劍)과 일장(一掌)에 추풍낙엽과 같이 날아가 버렸다. 아무도 그의 적수(敵手)가 되지 못하는 가운데 이십 년의 세월이 바람과 같이 흘러간 것이다. 강서성(江西省) 무이산(武夷山). 그곳에 제일봉인 천학봉(天鶴峰)을 중심으로 하여 수십 개의 봉우리를 둘러싸고 거대한 대성(大城)이 생겨났다. 사방을 둘러싼 벽의 길이만도 장장 수십 리에 달하는 웅대한 성(城), 그것은 흡사 만리장성(萬里長城)을 방불케하는 것으로 그 규모만으로도 가히 천하무림을 오시하는 듯 했다. 이름하여 천마성(天魔城)! 어디 그뿐인가? 건립 이후 팔십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무림의 불가침의 마역(魔域)으로써 변함없는 성세를 유지해 왔는가 하면 천하의 만마(萬魔)와 만웅(萬雄)이 무릎을 꿇고 충성을 맹세함으로써 천마성은 더욱더 하늘을 찌를 듯 강대해지기만 했다. 그렇다면 전 무림을 전전긍긍 무릎 꿇게 한 장본인, 즉 이 천마성의 성주(城主)는 과연 누구인가? - 천마대제(天魔大帝) 탁무영(卓無影). 바로 백 년 전 무림에 혜성같이 나타나 독패천하(獨覇天下)를 선언한 그 청년으로 천마대제 탁무영이라면 곧 무림의 하늘(天)이었다. 오늘날 중원무림의 정점인 천마성의 주인은 곧 무공에 있어 천하제일인을 의미하는 것이며 동시에 천하제일의 거부(巨富)를 의미했다. 아니 천마성주는 천하제일의 명예(名譽)와 만능의 권위를 상징하는 것이 되었다. 그런데 천마성주인 천마대제 탁무영은 언제부터인가 후계자를 물색하기에 이르렀다.
"팔색조(八色鳥) 여덟 가지 색조를 지닌 아름다운 새. 그러나 무림의 팔색조는 팔인의 절대자를 일컫는 단어. 그들의 신분은 철저한 비밀이다. 한 사람이 죽었다. 경국지색의 미녀를 사랑한 대가로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 아비의 죽음을 가슴에 묻고 홀로 강호를 떠도는 청년 독고풍(獨孤風). 아비처럼 살지 않겠다. 사랑놀음에는 빠지지 않겠다. 그러나 아비의 죽음에 얽힌 비사를 파헤치는 그에게 다가오는 가인들의 애틋한 사랑과 마침내 신비를 벗는 팔인의 절대자. 宿明의 劍은 그것이다. 절대로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승부, 그것이 宿明의 劍이다."
"치열한 삶을 사는 사람들…… 불가(佛家)의 얘기처럼 삶이 고해(苦海)라, 세상을 사는 어느 누군들 안 그렇겠냐마는 뱃사람들과 상인들 에게 닥치는 삶의 파고(波高)는 더했다. 뱃사람은 거대한 자연에 맨몸 하나로 맞서는 이들이 고, 상인은 본능적으로 이권(利權)을 위해서라면 지옥 끝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항상 죽음은 그들과 함께 있 었다. 중원으로 들어오는 모든 해로(海路)는 이곳 혈룡협 (血龍峽)으로 통한다. 남해(南海) 선유도(仙遊島)와 염점도(鹽霑島) 사이의 해협(海峽)…… 중원지도 어디에도 혈룡협이라는 이름을 찾아볼 수 없지만, 배를 한 번이라도 탄 사람치고 혈룡협을 모르 는 사람은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그곳에 오랜 옛날부 터 터를 잡고 살아온 바다의 사나이들 때문이다. 아라비아와 동영(東瀛), 고려(高麗), 서반아(西班牙) 등 모든 해로의 길목을 가로막는 사신(死神) 혈룡단(血 龍團)…… 그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언제부터 생겨났는지, 그리고 혈룡단의 두령이 누군지…… 아무것도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사람들이 알고 있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혈룡 협에 핏빛 용의 깃발이 나타나면 그곳은 곧 죽음의 바 다, 혈해(血海)로 변해 버린다는 사실 뿐이다."
예로부터 무림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허무맹랑한 이야기에서부터 공포스러운 이야 기, 또는 끔찍하고 엄청난 혈록(血錄)에 이르까지... 그러나 지금부터 시작하려는 이야기만큼 무림인들의 심금을 울리는 이야기는 드물 것이다. 일생을 피로 점철된 생애(生涯)를 살아온 한 대마두 (大魔頭)와 천진무구한 어린 소년(少年)의 만남은 정 녕 북두칠성이 일렬로 늘어서는 것보다 더 어려운 만 남이었다. 대마두와 한 소년의 만남,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벌어 지는 순수한 인간애과 갈등, 그리고 복수(復讐) 아닌 복수의 피무지개! 이야기는 저 북쪽의 한천강(恨天江)을 기점으로 전개 된다. 맛보기 서장(序章) 예로부터 무림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허무맹랑한 이야기에서부터 공포스러운 이야기, 또는 끔찍하고 엄청난 혈록(血錄)에 이르까지....... 그러나 지금부터 시작하려는 이야기만큼 무림인들의 심금을 울리는 이야기는 드물 것이다. 일생을 피로 점철된 생애(生涯)를 살아온 한 대마두(大魔頭)와 천진무구한 어린 소년(少年)의 만남은 정녕 북두칠성이 일렬로 늘어서는 것보다 더 어려운 만남이었다. 대마두와 한 소년의 만남,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순수한 인간애과 갈등, 그리고 복수(復讐) 아닌 복수의 피무지개! 이야기는 저 북쪽의 한천강(恨天江)을 기점으로 전개된다. - 혈해마존(血海魔尊) 염천월(閻天月). 십칠 세에 무림에 투신하여 백여 년(百餘年)이 흐르는 동안 그의 손에 피를 뿌린 자 몇 천 몇 만이던가? 그가 걷는 길은 이름 그대로 혈로(血路), 피의 길이었다. 그의 이름만 들으면 무림인들은 항상 피를 떠올렸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는 전 무림의 표적이 되어 버렸다. 정사흑백(正邪黑白)을 막론하고 모든 무림인들은 그를 죽이기 위해서 혈안(血眼)이 되었다. 이때부터 혈해마존 염천월은 정착할 곳을 잃었다. 어쩌면 그는 숙명적인 유랑객(流浪客)일런지도 몰랐다. 염천월(閻天月), 고아(孤兒)로 태어나 너무나도 외롭게 자라 밤하늘에 뜬 고독한 달(月)을 사랑한 한 염세적인 인간. 그리하여 스스로의 이름을 천월(天月)이라 지은 외로운 절세마두......! 그는 정녕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이란 말인가? 어찌하여 그는 평생을 오로지 살생(殺生)으로만 이끌어 왔단 말인가? 그렇다. 확실히 그는 백이십 평생을 정(情)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느끼지 못하고 살아온 냉혈인(冷血人)이었다.
"만리 길을 하룻길로 축소시킨 땅의 제왕 지신(地神)! 바람의 힘을 빌려 하루에 만리길을 달리게 한 바람의 제왕 풍신(風神)! 만리 길을 안개와 비로 적들을 막는 물의 제왕 수신(水神)! 백룡곤을 뽑아 모든 방위의 적들을 막는 하늘의 제왕 천신(天神)! 고금 최강의 우내사성이 발벗고 나서 한 모자(母子)를 지켜려 했으나……. ""경고하건대, 누구도 이 전쟁에 끼어들 수 없다!"" 이 한 마디의 말을 뱉은 독고륜이라는 자의 손속은 우내사성의 명줄을 끊어놓고야 만다. 휘몰아 치는 혈풍 가운데 선 한 모자와 독고륜! 그들의 과연 피의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그대여, 참으로 고독한가? 그렇다면 가장 위대한 적을 친구로 만들어라. 그대여. 삶이 그대를 지치고 힘들게 하는가? 그렇다면 가장 힘든 험로를 선택하여 나아가라. 그대여, 적들의 음모에 빠져들었는가? 그렇다면 빠져나오려 발버둥치지 말고 오히려 그 안으로 당당하게 들어가라! 아름다운 가인이 그대에게 사랑을 보내는가? 그렇다면 추호도 망설이지 말고 사랑을 받아주어라. 칼이란 가장 차갑기 때문에 가장 뜨거운 가슴을 벤다. 吳松鶴! 처음에 그는 세상에서 가장 저주밭은 운명이었다. 그러나 그 참혹한 삶을 오히려 웃음으로 받아들였을 때......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자리에 서 있었다."
절묘한 기연의 안배와 희비가 엇갈리는 복선의 진가를 맛보실 수 있는 명작 부하생(斧下生)!평생을 오직 도끼 하나에 걸고 살아온 奇人.그가 평생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금부적성(金斧積城)!그건 천하제일세(天下第一勢)였다.부하생에게는 아들이 없다.아니다, 두 명의 아들은 있다.비영(飛影), 비도(飛刀).그러나 부하생은 두 아들을 외면한다. 철저히 광자(狂者)의 삶을 살게 한다.---나 부하생은 기다릴 것이다.과연 내 피를 이은 놈 가운데 어떤 놈이 이 금부적성을 무너뜨리겠다고 칼을 들고 덤벼들지.'당신이 책임도 못질 정자를 함부로 뿌린 작자냐?' 소리치며 시퍼런 검날을 번뜩일 그 놈을.과연 어느 놈이 나로 하여금 금부적성의 신화를 이루게 한 금부(金斧)를 들게 할지를…….
태고 이래로 가장 붉은 핏빛의 석양이 천하를 뒤덮고, 천공의 만월이 가장 짙은 천음을 뿌릴 때, 지하 일천장의 한천(寒泉)이 지상으로 솟구치니...... 오오! 드디어 불사령이 등자하는도다! 사황불사령! 그가 악인이면 천지는 멸할 것이오. 그가 정인이면 천지는 흥할 것이다. 맛보기 * 序 章 사전적(辭典的) 의미의 전설(傳說)이란,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신비스러운 이야기를 말함이다. 그리고 전설이란 환상적(幻想的)일 수록 더 신비한 법. 여기 중원무림사(中原武林史)를 통해 가장 환상적이고, 가장 공포스러운 전율(戰慄)의 전설이 전해오고 있었다. 이천년전(二千年前). 천하가 혼란의 극에 달해 있던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단 하루의 생(生)을 얻고자 천하인들은 피에 젖어 살았다. 그리고 공포의 전설은 한 마인(魔人)으로부터 시작된다. 마인(魔人). 그는 단지 마인일 뿐, 이름도 성도 없다. 마인은 구천악인(九千惡人)의 극악(極惡)한 악혈(惡血)을 이용해 아홉 개 사(邪)의 방울(鈴), 사령(邪鈴)을 만든다. 아홉 개 사의 방울 사령! 그 사령으로부터 무려 이천 년에 걸친 공포의 전설은 전율의 서막(序幕)을 올렸다. * * * 버번쩍! 한 줄기 섬광(閃光)이 암천(暗天)을 갈랐다. 곧이어 뇌성벽력이 치고 폭우가 쏟아졌다. "으흐흐흐……" 뇌성벽력의 틈틈이 어디선가 스산한 기운의 괴소가 터졌다. 번쩍! 눈부신 섬광이 암천에서 지면을 향해 곧장 내리꽂혔다. 그리고 섬광의 빛 사이로 희끗하니 뭔가 움직이는 괴영(怪影)이 있었다. 괴영은 허연 백발에 피빛같은 혈의(血衣)를 걸친 괴노인이었다. 괴노인의 두 눈에서는 음침한 흉광이 뿜어졌고, 전신에 서린 기운 또한 그의 눈빛처럼 음침하기 그지없었다. "크하하하……! 백 년…… 백 년 만이다!" 노인은 암천을 향해 통쾌한 대소를 터뜨렸다. "드디어 구천악인(九千惡人)의 악혈(惡血)이 깃든 아홉 개의 사환혈령(邪環血鈴)을 완성시켰도다! 크하하핫!" 과연, 괴노인의 수중에는 아홉 개의 피빛 방울을 연결시켜 만든 혈령환(血鈴環)이 들려있었다. 사환혈령(邪環血鈴)! 구천악인의 악혈(惡血)로 만들어진 아홉 개 사의 방울을 연결시켜 하나의 환(環)을 이룬 사환혈령! "크하하하! 사환혈령이 완성된 이 순간부터 천하의 악업(惡業)은 시작된다."
콰르르릉― 쾅! 온통 검은빛 하늘을 벼락이 작렬(炸裂)하더니 뇌우(雷雨)가 쏟아졌다. 대나무가 그 힘에 밀려 휘청거린다. 쏴아아아― 깜깜한 하늘에 벼락이 칠 때마다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대나 무들 사이로 희미한 빛이 흘러들었다. 그 빛을 받아 대나무 숲 사이로 작은 우물을 가운데 두고 거 대한 부처의 석상(石像)들이 원형(圓形)을 이루며 서있는 모습 이 눈에 들어왔다. 그 석상들의 모습은 장엄하기 그지없었다. 단순히 돌로 깎아 만든 석상들임에도 불구하고 그 석상들로부 터 성(聖)스러운 빛이 흘러나와 만물(萬物)을 감화(感化)시키고 있는 듯했다. 석상들의 시선은 전부 한 곳을 향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가운 데에 있는 다 부서진 것 같은 작은 우물이었다. 그러나 그 우물을 바라보고 있는 부처들의 표정은 결코 자비 (慈悲)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바세계(娑婆世界)를 어지럽히는 악귀(惡鬼)들을 지 켜보는 듯한 엄숙하고 굳은 표정이었다. 또한 그 불상(佛像)들은 모두 제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 는데 하나하나 정교하게 조각된 모습이 뭔가 의미를 담고 있는 듯했다. 벼락과 함께 그 석상(石像)들로부터도 기광이 치는 듯했다.
"천리추종객(千里追踪客) 장상문(長相文)은 오늘 하루 낮, 하룻밤 내내 달리고 또 달렸다. 밥도 먹지 않고 달렸다. 아니, 밥먹을 생각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소변도 가능하다면 보고싶지 않았다. 소변보는 시간도 아까웠던 것이다. 어떻게든 멀리, 멀리 도망가야 했다. 새벽과 오전에는 그래도 소변이 급하면 발을 멈추고 일을 보았다. 하지만 해가 머리 위를 지나면서부터 천리추종객 장상문 은 이름 값도 못하고 누구의 농담처럼 소변을 그냥 싸서 말 리며 뛰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을 달렸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일천 오 백 리(里)는 달린 듯하다. 별호(別號)가 천리추종객이라지 만, 하루만에 천 리가 넘게 달리는 경우란 장상문이 사부 아래에서 수련을 쌓던 시절 이후로는 없었다. 도대체 그를 그렇게 뛰게 만들 일이,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쫓던 자라는 조금 편안한 위치에서 쫓기는 자가 되어버린 것은 사천(四川)의 촉(蜀) 땅에서였다. 사천(四川), 섬서(陝西)의 경계를 서북, 동남으로 달리는 구룡산맥(九龍山脈)의 주봉(主峰) 중 하나인 대파산(大巴 山)의 밋밋한 남쪽을 올라 정상에 거의 다다를 즈음이었다. 장상문은 검은색의 넓은 죽립을 깊게 눌러쓴 누군가가 산봉 우리에 앉아 자신이 올라오고 있는 곳, 그러니까 남쪽에서 산의 정상을 끼고 돌아 북쪽으로 내려갈 수 있는 유일한 산 로(山路)를 지켜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자신이 여태 뒤 를 쫓던 바로 그 인물이었다. 장상문은 방향을 돌렸다. 그리고 꽁지가 빠져라 냅다 뛰 었다. "
활 한번 잡아보지 못한 장군부의 소년 귀공자 백리장천은 어느날 명문공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활쏘기 시합을 벌이게 된다. 호승심으로 전설의 태리공을 잡은 그는 관중의 묘기를 보이면서 파란만장한 운명의 장을 연다. - 그럼 내가 장군의 아들이 아니었단 말이오? -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난... 무엇이었단 말이오? 새롭게 밝혀진 신세로 반전에 반전은 거듭되고! 마침내 무인의 길로 접어든 그의 앞에는 피의 선풍이 소용돌이친다. 초인의 길만이 그가 걸어야 할 길인가? 절색의 미녀들이 뿌리는 눈물과 교태 속에서 복수의 행진은 끝이 없는데......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듯한 치밀한 스토리의 작가 사마달님이 풀어가는 복수와 원한, 그리고 사랑! 이제 피도 눈물도 없는 강호의 거친 들판에 한바탕의 혈풍이 몰아친다! 사나이의 야망! 그것은 채우면 채울수록 더 모자란 것이다. 때론 야망을 위해 우정을 버리고, 사랑을 버릴 수도 있는 것이 바로 남자이다. 지옥에 가서 그 사무친 원한의 빚을 갚는다 할지라도 무림의 정상에 서고야 말겠다는 사나이 사악불! 그의 야망앞에 부모를 배신하고 연민의 정까지 묻어버릴 수 밖에 없었던 비련의 여인 도소향! 이제 그들 두 인물을 중심이 되는 한 편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쏴아아! 해풍(海風)이 불어온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남해 특유의 넓은 나뭇잎들이 차르르 차르르 함성을 쏟아낸다. 바다는 그 푸른 색깔에서 만들어 낸 상어 이빨 같은 흰 파도로 연신 섬 전체를 두들겨댄다. 혼을 빨아들일 듯한 소용돌이는 포말을 일으켰다가는 소멸되고, 곧이어 다른 거대한 소용돌이가 섬을 둘러싼 바다 전체를 휘감는다. 서사혼도(西死魂島). 이곳에서 자유로운 것은 바람 뿐. 바람은 비릿한 바다냄새를 품고 섬 이곳저곳을 거침없이 누빈다. 울창한 수림, 작열하는 태양 속에 움직이는 것은 나뭇잎과 바람, 그리고 가끔씩 피어오르는 먼지 뿐이다. 허공에 한 줄기 흰 선이 그어졌다. 신호탄. 시작이다. 목숨을 건 지옥의 연무(鍊武)가.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결코 삶에 미련이 있어서도 아니며, 이제 와서 구차한 참회의 눈물로 악인(惡人)의 탈을 벗어 보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음습한 어둠만이 존재하는 이 밀폐된 공간에서 탈출할 수 있는 통로는 어차피 죽음 뿐. 이미 버릴 것은 다 버렸다. 젊은날 청조각(靑照閣)의 오십구인(五十九人) 비구니들을 능욕(凌辱)하며 맛보았던 그 짜릿함이며, 이후 악마행(惡魔行)으로 시종일관된 오십여 년, 심지어 무림공적(武林公敵)으로 쫓기다 제발로 걸어들어와 이곳에 감금된 십 년의 세월까지도……. 버러지같은 인생, 참으로 오래도 살았다. 이제 떨칠 수 없는, 아니 떨궈서는 안될 일을 마지막으로 처리해야겠다. 복수(復讐)라고 하면 악인에게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지. 그저 저승의 동반자가 필요하다고 말할까? 비밀을…… 오늘은 꼭 그를 만나서 무덤까지 품고 가기로 했던 그 비밀을 알려야겠다. 보이지 않아도 익숙한 바닥이다. 오래 전에 생기(生氣)를 잃은 손은 바닥을 기기에도 힘들고, 썩어빠진 육신은 칠흑덩이처럼 무겁다. 불로 지지듯 손가락 끝이 아픈 것은 손톱이 빠져서일 것이다. 문(門)은 멀지 않다. 그러나 문까지의 거리는 근 오십여 년 넘도록 걸어왔던 그 긴 인생역정(人生歷程)보다 더 길게만 느껴진다. 남의 것처럼 감각을 잃어버린 팔을 들어서 필시 문이라고 생각되는 지점을 두드렸다. 쿵! 쿵! 자지러지게 놀란 철문(鐵門)이 둔중한 비명을 터뜨렸다. 그는 폐(肺)가 찢어질 것 같은 숨가쁨 속에서 고함을 쳤다. "제발! 그 분을 불러 주시오!" "잘 알다시피……." 차가운 청석(靑石) 바닥이 그나마 정신을 일깨웠다. 마치 게으른 개처럼 엎드린 노인(老人), 그의 뺨은 바닥에 밀착되어 있었다. 금방이라도 부스러질 것처럼 하얗게 센 백발머리가 보이는 까닭은 한 치 가량 벌어진 문 틈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광망(光芒) 때문이었다. 그리고 노인의 얼굴이 확인되지 않는 것은 풀어진 실타래 같은 산발한 머리카락 때문이었다. "지난 팔십 년 간 강호에서 발생했던 악사(惡事) 중 구할(九割)은 노부가 자행한 일이외다." 노인의 머리맡에 버티고 서 있는 두 발의 임자에게서는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잘 지은 가죽 신발은 흙 한점 묻지 않았으며, 신발 콧등에 황금색 수실로 용수(龍繡)를 놓아두고 있었다. 용을 수놓은 가죽신발은 오직 황족(皇族)들만이 신을 수 있고, 황족들 사이에서도 용의 숫자로 서열(序列)을 삼는다. 황제의 형제들이나, 황제의 숙부들인 황숙(皇叔)
천혈단(千血團)의 천마(千魔)가 등장하여 전 무림이 도탄에 빠지니 숱한 영웅호걸과 가인이사가 의혈의 검을 들고 맞섰으나 석양의 낙조(落照)처럼 지고 말다. 천마는 중원의 모든 무경(武經)을 탈취하여 그 숫자가 무려 구천구백구십 종(種)에 달했으니, 그들의 힘은 고금 미증유의 것이어라! 정사십천(正邪十千)이 천마수장을 꺾었으나 천마의 저주로 영원히 마궁(魔宮)에 갇히고 말았으니…… 천년마궁을 열어라! 네장의 제황비도(帝皇秘圖)와 사대비건(四大秘鍵)의 비밀을 얻나니, 그가 곧 천상천하유아독존 하리라! 변방(邊方)의 고아로 태어난 소년 흑룡의 앞날에 드리워진 비밀의 안배는 무엇인가? 마궁(魔宮)을 열기 위해 기라성 같은 영웅호걸, 거마효웅들이 대륙에 피바람을 일으키는데…… 무림천하를 종횡무진하는 영웅들과 절세가인(絶世佳人)들이 벌이는 풍운만장의 대서사시(大敍事詩)! 맛보기 * 서장(序章) 영명(永明) 원년(元年). 천혈단(千血團)의 천마(千魔)가 등장하여 전무림이 도탄에 빠졌다. 이에 수많은 영웅호걸과 기인이사가 의혈의 검을 들어 맞섰으나 석양의 낙조(落照)처럼 지고 말았다. 어쩌겠는가? 천마의 야심은 종내 중원에 있는 모든 무경(武經)을 탈취하여 그 숫자가 무려 구천구백구십 종에 달했으니, 그들의 힘은 실로 고금 미증유의 것이었다. 그들은 만리장성 밖 죽음의 계곡에 오천 명의 인부로 하여금 마궁(魔宮)을 세우게 하고 그 안에 구천구백구십 권의 무경을 넣어 봉해 버렸는데, 이로 인해 중원무학은 불행하게도 맥이 완전히 끊기는 사태에 직면했다. 그들은 또한 그 비밀을 지키고자 오천 명 인부의 목숨을 빼앗는 만행도 서슴치 않아 시체 썩는 냄새가 천 일을 진동했으며 그 원성은 가히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이렇게 되자 보다 못한 기인(奇人) 십 인이 분연히 일어섰다. 이들은 스스로를 정사십천(正邪十天)이라 칭하고는 전 무림의 고수들을 이끌고 천혈단에 도전했다. 이 싸움은 장장 칠 주야(晝夜)에 걸쳐 벌어졌거니와 이후로 살아남은 인물들이라곤 정사십천과 천마의 수뇌인물 뿐이었으니, 그 양상이 어땠는지는 굳이 형용할 필요도 없으리라. 최후의 승리는 결국 정사십천에게로 돌아갔다. 그들은 마침내 천마수장의 가슴에 검을 꽂고 마궁으로 진입했다. 이때에 천마수장은 한 줌의 혈수(血水)가 되어 이승을 하직하며 그들의 뒷모습을 향해 절규를 토하기에 이르렀다. - 천마혈의 저주로써 마궁을 영원히 봉쇄하리라. 정사십천 중 누구도 그곳에서 빠져 나오지 못할 것이다.
"천태만상(千態萬象), 기인이사(奇人異士). 이와 같은 말은 중원을 대표하는 것이었다. 거대한 중원무림을 명멸 시켰던 모든 인간을 위와 같이 표현했다. 수천 년 무림사에 수많은 무 림인들이 출현했건만 위의 범주를 벗어나는 인간은 아무도 없었다. 대륙십팔만리(大陸十八萬里), 사해오호(四海五湖). 이는 중원을 지칭하는 말로 통했다. 총 십팔만 리 거대한 땅과 네 개 의 바다와 다섯 개의 호수를 가진 땅, 그것이 바로 중원의 광대무변(廣 大無邊)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삼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무림, 오늘도 무림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쉼없이 피를 뿌리고 영웅으로 두각하기 위해 피를 부르는 무림. 약육강식(弱肉强食). 그것이 피비린내 나는 무림의 생존원리였다. 무림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는 힘이 필요했다. 힘! 그것은 무림의 고하(高下)를 이야기하는 것이 었다. 무적십걸(無敵十傑). 백 년 전의 절대고수들, 그들은 누구도 넘보지 못할 가공할 무위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하루 한날 한시에 자취를 감추고 말았 다. 한 산에 호랑이가 둘이 살 수 없다는 것은 자연의 법칙, 그러나 서로 가 서로를 견제하면서 팽팽한 힘을 위시하던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 가? 한 번도 부딪친 적이 없다는 전설적 무공의 극강고수들이 한시에 무림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던 것이다. 무엇 때문에? 그들은 왜 무림십걸이라는 지대한 무명(武名)을 버리고 사라졌는가? 아무도 그들을 어찌할 수가 없는 극강고수들, 그들이 서로 결투를 해 동사(同死)했으리라고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 또한 누군가가 그들 모두 의 숨을 멎게 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찾아라! 무림이 떠들썩해졌다. 그러나 그들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했다. 그들 의 흔적은 어딘가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누구도 그들의 흔적을 찾아낼 수 없었다. 그것은 백 년이 지나도록 밝혀지지 않는 강호의 전설이 되 어갔다. 점차 사람들의 입에서 입을 타고 전해지며 희미해져가는 전설. "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것이 인생이다. 삶이란 다양한 모습과 예기치 않은 변화를 내포한 채 수레바퀴처럼 굴러가게 된다. 오늘의 모습이 내일로 이어진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때로는 갑작스럽게 내리는 소나기처럼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의 굴레 속에서 부침하곤 하는 것이 인생인 것이다. 천외기환전은 학자 집안에서 자라난 한 소년이 생각 지도 않았던 무림계에 휩쓸리면서 일어나는 파란만장 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차례로 찾아온 무림의 괴인들, 그들의 음모에 휘말린 그가 걷게 되는 인생은 학자의 길이 아니라 무인(武人)의 길이었다. 우리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카오스(CHAOS) 의 이론처럼 초기에는 일정한 궤도를 달리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불확실한 혼돈으로 접어드는 것이 삶일지도 모른다. 카오스를 설명할 때 흔히 나비이론을 들먹이곤 한다. 북경의 나비 한 마리가 팔랑거리며 날개짓을 하면, 지구 반대 편 뉴욕에서 허리케인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 카오스의 이론이다. 결국 이같은 법칙은 인과(因果)와도 같은 것이다. 원인이 있으면 반드시 결과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뜻과는 관계없이 하루아침 에 방향이 바뀌는 일이 일어난다 해도 인간은 그 속에 서 명분과 뜻을 세우고 살아가야만 할 것이다. 본저에는 수많은 인간군상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야망 에 부침하고, 사랑에 울고, 배신감에 치를 떨면서 역 사를 만들어 내고 있다. 감히 일독(一讀)을 권해 드린다. 맛보기 * 1장 몽중괴사(夢中怪事) ① 사천성(四川成) 철봉진(鐵鳳鎭). 이곳은 험난한 촉지(蜀地) 중에서도 수험(水險)으로 이름난 양자강(揚子江) 상류에 위치한 작은 현(縣)이었다. 또한 동으로는 그 유명한 무산삼협(巫山三峽)을 둔 은자(隱者)의 비지(秘地)이기도 했다. 특히 이 마을은 하늘을 찌를 듯 높은 산구릉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그 산의 이름 또한 마을 이름과 같은 철봉산(鐵奉山)이라고 불리웠다. 만물(萬物)을 소생시키는 봄은 철봉산 기슭에도 어김없이 찾아들었다. 사람들은 그 언덕을 망월구(望月丘)라 불렀다. 부드러운 풀이 융단처럼 깔려 있는 언덕에 올라서면 달이 뜨는 것을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삼월 초이레. 삘리리...... 삘리리리...... 릴....... 한 가닥 귀를 즐겁게 하는 풀피리 소리와 함께 망월구 아래로부터 한 명의 미소년이 나타났다.
"휘영청 밝은 만월(滿月)이 교교한 빛을 뿌리는 밤. 연경성시의 높디높은 성벽의 북문 앞, 비천한 신분의 천민(賤民)들이 모여사는 토민가(土民街) 야산 중턱에는 수백 채의 움막들과 유난히 동떨어져 멀찍이 세워진 작은 통나무집 한 채가 황폐한 들판에 홀로 선 고목처럼 쓸쓸한 적막감에 휩싸여 있다. 그리고 통나무집 뒤뜰 양지 바른 곳에 솟아있는 하나의 무덤이 있었다. 풍진(風塵)을 뒤집어 쓰고 을씨년스럽게 서 있는 무덤의 주위에는 망자(亡者)의 한을 위로하듯 이름모를 야생화(野生花)들이 밤바람에 하늘거리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무덤 앞에는 한 사나이가 무릎을 꿇은 채 석상처럼 서 있었다."
우르르릉-- 쾅--!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대막(大漠)의 황원(荒原). 느닷없는 섬전비뢰(閃電飛雷) 아래 하나의 거성(巨星) 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름하여 금룡성(金龍城)이다. 누군가 말했다. 하늘에 태양이 있고 중원(中原)에 천자 (天子)가 있다면 대막에는 금룡성이 있다고. 그만큼 금룡성의 존재는 대막에서 살아있는 신화이자 영원히 지지않는 태양으로 일컬어져 왔다. 그러나 암흑 속에서 드러나 보인 금룡성은 그렇지가 못했다. 지난 날의 영화를 비웃기라도 하듯 찬란하던 웅자(雄姿)는 다 어디로 가고 믿을 수 없게도 폐허(廢 墟)로 화해 있는 것이었다. 중원무림의 역사가 이어져 내려온지도 어언 천수백년, 그 동안 대막의 하늘로 군림해 오던 금룡성은 철저히 붕괴되어 그 무참한 잔해(殘骸)만을 보여주고 있을 따름이었다. 누가? 왜? 어찌하여 금룡성을 그토록 초토화에 이르 도록 궤멸시켜 버렸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무림 사(武林史)를 기록하는 사관(史官)이 있다면 아마도 다음과 같이 적으리라. - 꽃은 십일을 붉지 못하고(花無十日紅), 권세는 십년 을 가지 못하나니(權不十年) 천하에 그 누가 유아독존 (唯我獨尊)을 말하랴?
치지직...... 심지가 타 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실내가 조금씩 어두 워지기 시작했다. 자미노승은 문득 두 눈에서 하얀 광채를 뿜어내며 엄 숙하게 말했다. "네가 갈 곳은 구천십지만마전! 너는 소림을 나가는 그 순간부터 천하의 대마황(大魔皇)으로 변신해야 한 다......!" "......!" "잔인 무도한...... 그리하여 구천십지제일신마조차도 치 를 떨 만큼 흉악한 대마황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 "...... 그렇게 함으로써 너는...... 구천십지만마전에 들 수 있고...... 그 목적의 달성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 "지난 삼십 년간...... 너를 위해 소림제자 일 백인(一百 人)은 모든 준비를 완료했다......!" 그 말을 하는 순간 혜인의 손을 움켜 쥔 자미노승의 두 손이 부르르 경련했다. 혜인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그를 정시했다. 자미노승은 다시 두 눈을 스르르 감았다. 이어 그는 말할 수 없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말했다. "혜인...... 너는...... 누구냐......?" 실내가 어두워졌다. 춤추던 유등의 불꽃은 이미 어
"傳說의 章 전설(傳說)! -고금천하(古今天下)를 통틀어 가장 진귀(眞貴)한 열 가지 기보(奇寶)가 있으니 이를 일컬어 고금십대천중보(古今十大天重寶)라 칭한다. 그 중 하나를 취하여 비밀을 푸는 자 능히 일세(一世)를 풍미하며 천하(天下)를 오시(傲視)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하늘의 뜻에 따라 고금십대천중보를 모두 얻어 그 천비(天秘)를 푸는 자가 있다면, 그는 고금 유사 이래 그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대업(大業)을 이루어 진정한 하늘의 주인(天主)이 되리라! 이것은 믿을 수 없는 전설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전설이었다. 이 말은 바로 무림역사상 가장 위대(偉大)했던 광세기인(廣世奇人)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기 때문이다. 천궁자(天穹子)! 천년 전(千年前)이었다. 강호(江湖)에 한 명의 신비고수(神秘高手)가 출현했다. 그는 바로 천궁자였다. 천궁자에 대해서 무림에 알려진 것이 없었다. 무림인의 가장 기초적인 내력인 출신 문파나 정확한 신분조차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무림천하는 커다란 실수를 하고 말았다. 아무도 이 신비의 고수를 주시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로 인해 무림천하는 대혈겁(大血劫)을 치뤄야만 했다. 경동천하(驚動天下)! 천궁자가 불러일으킨 혈겁은 실로 천하를 경동시킨 고금미증유(古今未曾有)의 대참사(大慘事)였다. 중원십팔만리에는 산을 부수고 바다를 뒤엎는 기인고사(奇人高士)들이 구름처럼 널려있었다. 그러나 단 일 년이 걸렸다. 이 신비의 고수는 단 일 년 만에 중원십팔만리를 모조리 휩쓸어 버렸다. 그리고 일 년 후에 그가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대소림사(大少林寺)였다. 대소림사는 천하무학(天下武學)의 대본산(大本山)이었으며, 한때 무림의 태산북두로 명성을 날리던 사찰이었다. 그곳에서 천궁자는 한 명의 신승(神僧)과 최후의 대결을 가졌다. 보장대선사(寶藏大禪師)! 그는 당대(當代)의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이자, 천하무종(天下武宗) 달마(達磨)이래 소림 최강(最强)의 고수로 평가받던 천하제일신승(天下第一神僧)이었다. 진정한 고수들의 대결은 소리없이 끝나는 법이었다. 역시 그 두 사람의 대결은 고요했다. 그러나 결과는 대해(大海)를 뒤집을 만큼 놀라운 것이었다. 승부는 어이없게도 단 삼초(三招) 만에 보장대선사가 무릎을 꿇은 것이다. 그리고 그때, 이 신비의 무적고수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광활한 中原大陸을 밟고, 시리도록 검푸를 蒼天을 머리 위에 인 채, 三尺古劍을 벗삼아 千里를 굽어 보는 그대여, 天下가 입을 모아 말하노니, 그대 이름은 위대한 絶對者...... 그대의 서릿발 같은 위풍에 三山五嶽은 숨을 죽이고, 그대의 微笑 하나에 천하가 함께 웃는다. 그대의 위대한 이름은...... 絶對者...... 南宮翎...... <맛보기> 제1장 회오리치는 運命 광활한 중원대륙(中原大陸)을 밟고, 시리도록 검푸른 창천(蒼天)을 머리 위에 인 채 삼척고검(三尺古劍)을 벗삼아 천리(千里)를 굽어보는 그대여, 천하(天下)가 입을 모아 말하노니, 그대 이름은 위대한 절대자(絶對者)...... 그대의 서릿발같은 위풍에 삼산오악(三山五嶽), 구주팔황(九州八荒)이 숨을 죽인다. 그대의 노성(怒聲)에 사해오호(四海五湖)가 몸을 떨고, 미소(微笑) 하나에 천하가 함께 웃는다. 그대의 위대한 이름은 절대자(絶對者)...... * * * 황혼(黃昏)을 타고 흐르는 저녁 안개 속에 한 인영이 우뚝 서 있다. 낡은 자의(紫衣)에 약간 마른 듯 후리후리한 키, 어깨에 네자(四尺) 가량의 자죽(紫竹)을 걸치고 선 그는 사십을
<맛보기> * 序 章 1 -암천(暗天)이 달(月)과 별(星)을 삼키는 날 하늘을 보라. 천중(天中)에 세 개의 성좌(星座)가 나타날 것이니, 이는 곧 세 아이의 탄생(誕生)을 예고함이로다. 이후 중원(中原)은 세 아이의 뜻에 따라 움직이니, 곧 하늘의 뜻(天意)이로다. 그 날은...... 대폭풍(大暴風)이 불었다. 아득한 저 멀리 대막(大漠)에서 시작된 대폭풍. 기세도 흉험하게 만리장성(萬里長城)을 넘어서 중원대륙을 모래폭풍으로 뒤덮어버렸다. 그 날은...... 천지개벽처럼 무수한 뇌전(雷電)이 작렬했다. 일섬파산(一閃破山)! 작렬하는 수만가닥의 뇌전들이 대륙의 만산고봉(萬山高峰)을 강타했다. 그 날은...... 하늘이 구멍난 듯 대폭우(大暴雨)가 쏟아졌다. 단 하루 사이의 폭우로 인해 장강대하(長江大河)가 넘쳐서 대륙을 물바다로 만들어버렸다. 2 탄생(誕生), 그 첫 번째 운명(運命). 휘이이이잉! 소용돌이 치는 대폭풍이 광활한 벌판을 휘감았다. 어떤 뜨거운 모정(母情)이 대폭풍 속에서 자궁(子宮)을 열어 아기를 낳았다. 인정없는 폭풍은 갓난 아기의 몸을 두드렸다. 아기는 첫 울음도 울지 않았고
"강호무림(江湖武林). 흔히 혈세무림(血洗武林)이라고도 일컬으며, 이는 바로 당금의 무림상황을 가장 간결하게 지적한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무림계란 어차피 냉혈(冷血)의 세계이므로. 그러나 인간사(人間史)란 항상 예측불허이자 풍운이 만변하게 되어 있으며 이 점에 있어서는 무림도 예외가 아니다. 무림인들은 거개가 생사(生死)를 초개같이 여기나 그들에게도 정(情)과 한(恨)이, 또는 은(恩)과 원(怨)이 얽혀 있어 범인(凡人)들와 세계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요컨대 그들의 세계에도 인정과 의리, 그리고 사랑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다만 그 모두가 피에 얽힌 것들인지라 그들의 운명이 보다 참담하게 치달려갈 뿐이다. 난세(亂世)는 기인(奇人)을 부르고 영웅(英雄)을 탄생시킨다. 천여 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무림에도 수많은 기인이사(奇人異士)들이 명멸(明滅)했다. 무림인들은 그들을 기억하며 추모하려 한다. 하지만 그것은 대다수가 일시적일 현상에 그칠 뿐, 당사자이건 추종자이건 종국에는 죽어 한 줌의 부토로 변하니 불길같이 타오르던 그 명성도 점점 퇴색하기 마련이다. 청나라 초엽. 무림 역사상 전무후무한 두 명의 기인이 출현했다. 먼저 절대검존(絶代劒尊) 상천걸(賞天傑). 그는 고독한 사나이이며 가장 정의로운 사나이다. 한 번도 자신을 내세운 적이 없었으나 무림인들은 하나같이 그를 정파무림의 맹주로 인정했다. 왜냐하면 무림인들은 그를 무림 역사상 가장 뛰어난 검(劍)의 대가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검을 사랑했으며 악(惡)을 미워했다. 따라서 그가 가지고 다니는 한 자루의 검 아래 수많은 악의 무리들이 인세에서 이슬처럼 사라져 갔다. 정한검(情恨劒). 이것이 그가 사랑하는 검의 이름이다. 다만 무엇이 사무쳤기에 검에다 그런 이름을 부쳤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수라구류검(修羅九流劒). 이는 바로 그의 성명(成名) 검법으로서 무림사상 가장 빠르고, 가장 완벽하며, 또 가장 잔인한 검법이다. 무림인들은 천하에서 이 검법을 받아낼 자가 있다고는 절대 믿지 않았다. 실제로 상천걸은 평생 동안 적과 싸워 오면서 이 검법을 오초 이상 넘긴 적이 별로 없었다. 특히 이 검법의 마지막 수인 필살이천검(必殺二千劒)의 양초식은 그 자신도 익히기만 했을 뿐 단 한 번도 전개해 본 적이 없는 무적의 수법이다. 무림에서 그의 과거사를 아는 자는 별로 없었다. 그는 칠십여 세에 이르기까지 독신으로 외롭게 지내면서 단지 정한검만을 의지한 채 천하를 휩쓸고 다녔다. "
세상의 모든 악인(惡人)에게 있어 가장 좋은 것은 이 세상에 태어자니 않는 것이다! 밝은 태양 빛을 보지 않는 것이다! 허나 일단 태어났으면 되도록 빨리 명부(冥府)의 문을 지나 깊은 봉분(封墳) 속에 드러눕게 해야하는 것이다! 악(惡)으로 뜻을 세준 자(者), 악(惡)으로 멸(滅)하리라! 맛보기 * 제 1 장 환우금성! 너는 실수한 것이다 1 석양(夕陽). 타는 듯한 황혼이 어느덧 서천(西天)을 핏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수없이 뻗어있는 봉우리들은 무사의 날카로운 병장기처럼 잔뜩 피를 머금었다. 이곳은 대륙십팔만리(大陸十八萬里)에서 손꼽히는 험산(險山) 중 하나인 서천목산(西天目山)이었다. 두두두두두-! 짐승의 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깊은 정적 속에서 절봉(絶峰)과 절봉 사이를 가로지르는 아스라한 협곡(峽谷)을 따라 한 대의 사두마차(四頭馬車)가 숨가쁘게 질주했다. 마차의 주위로는 자욱한 흙먼지가 일었다. "이럇!" 마부석에는 삼십대 초반의 궁장미부인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아리따운 외모와는 달리 미간(眉間)을 내천(川)자로 잔뜩 찌푸린 채 비장한 표정이었다. 또한 가끔씩 초조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 그녀의 손은 채찍을 힘껏 움켜잡은 채 연신 채찍질을 해대고 있었다. 마차가 그렇게 얼마를 달렸을까? 우우우우우우-! 어디선가 수십 마리의 늑대가 일시에 울어대는 듯한 괴성이 들려오고 있었다. 늑대의 울음소리를 듣는 궁장미부인의 안색은 대변했다. 그녀는 늑대 울음소리의 진원지를 찾기 위해 황망 중에도 사방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돌려진 시야 너머로 까마득히 높은 서천목산의 고봉(高峯)이 보였다. 그런데 그 위에서 한 마리 거대한 늑대가 핏빛 석양을 등진 채 호곡성(號哭聲)을 토하고 있었다. 우우우우우우-! 그것이 신호이기나 하듯 거대한 늑대의 뒤를 이어 사방에서 일제히 늑대들의 호곡성이 토해졌다. 궁장미부인의 아름다운 아미(蛾眉)가 한껏 일그러졌다. "벌써…… 이곳까지……." 상황은 급박해졌다. 그러나 궁장미부인은 더욱 바쁘게 채찍질을 해댈 뿐 아미를 찌푸린 것 외에 또다른 낭패한 기색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이제 서천목산으로 진입했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그곳까지만 간다면…… 아무리 놈들이라 할지라도 우리를 어쩔 수는 없으리라!'
이 이야기는 한 남자와 세 여자의 인생에 관한 기록이다. 운명처럼 한 남자를 사랑한 세 여자에 관한 기록이고, 세 여자를 사랑한 한 남자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다. 신군(神君)과 오마(五魔)라 불리는 여섯 명의 절대강자에 맞서 온 강호무림이 협곡관에서 생사의 전투를 벌였던 무력(武歷) 일천구백칠십삼년의 무더웠던 여름. 한 남자와 세 여자의 이야기는 그로부터 오 년이 지난 어느 날, 묘강이라 불리는 중원의 먼 남쪽 변방에서 시작된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결코 삶에 미련이 있어서도 아니며, 이제 와서 구차한 참회의 눈물로 악인(惡人)의 탈을 벗어 보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음습한 어둠만이 존재하는 이 밀폐된 공간에서 탈출할 수 있는 통로는 어차피 죽음 뿐. 이미 버릴 것은 다 버렸다. 젊은날 청조각(靑照閣)의 오십구인(五十九人) 비구니들을 능욕(凌辱)하며 맛보았던 그 짜릿함이며, 이후 악마행(惡魔行)으로 시종일관된 오십여 년, 심지어 무림공적(武林公敵)으로 쫓기다 제발로 걸어들어와 이곳에 감금된 십 년의 세월까지도....... 버러지같은 인생, 참으로 오래도 살았다. 이제 떨칠 수 없는, 아니 떨어내서는 안될 일을 마지막으로 처리해야겠다. 복수(復讐)라고 하면 악인에게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지. 그저 저승의 동반자가 필요하다고 말할까? 비밀을...... 오늘은 꼭 그를 만나서 무덤까지 품고 가기로 했던 그 비밀을 알려야겠다. 보이지 않아도 익숙한 바닥이다. 오래 전에 생기(生氣)를 잃은 손은 바닥을 기기에도 힘들고, 썩어빠진 육신은 칠흑덩이처럼 무겁다. 불로 지지듯 손가락 끝이 아픈 것은 손톱이 빠져서일 것이다. 문(門)은 멀지 않다.
천도(天盜)라는 이름 도둑 하나, 도둑 둘, 도둑 셋, 도둑 열....... 그리고 천하(天下)의 모든 도둑들이 모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피의 혈약(血約)으로 하나의 위대한 이름을 탄생시키고야 말았다. -무영공공천(無影空空天)! 그러나 세인(世人)들은 몰랐다. 자신들의 품속을 지배하고, 자신들의 비밀금고(秘密金庫)를 지배하고, 세상의 밤(夜)을 지배하는 그 놀라운 도행(盜行)의 천재(天才)들이 거미줄과도 같은 거대한 조직 하나를 이루고야 말았다는 사실을 정말 몰랐다. 단지 언제부터인가 아스라이 환영(幻影)같은 이름을 귓등으로 흘려 듣고 있을 뿐이었다. 대도(大盜)! 그는 그리고 나름대로의 도도(盜道)를 설파하며 천하의 대도들을 열거하였다. 하나같이 이름만 들어도 혼비백산할 인물들이자 그 시대의 천하를 나누어 손에 쥐고 있던 개세(蓋世)의 거인(巨人)들의 이름들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와 버렸다. 그리하여 천하는 일시 숨을 콱 멈추어야만 했다. -먼저 첫 번째로 꼽노니, 마라대지존(魔羅大至尊)의 북궁황(北宮荒)이다! 호시탐탐 천하 전부를 훔쳐가기 위해 꿈에도 혈안이 되어 있는 그가 어찌 대도가 아니겠는가? -둘째로, 천심유자(千心儒子) 공야치(公冶治)! 세 치
아들아, 巨鷹이 열흘을 날아도 끝이 없고, 표범이 한달을 달려도 닿지 못하는 저 드넓은 대 초원이 바로 나의 것이다. 저 대지는 바로 너의 혼이며 너의 심장이다. 아들아, 너는 장차 구주와 팔황을 통틀어 가장 위대한 초인이 될 것이다. 광야여...... 치욕과 모멸에 떨던 너의 가슴을 열고 위대한 나의 아들을 맞이하라! <맛보기> * 序一 어둠(暗) 대륙(大陸) 최후의 꿈이 있었다. 천세광명대전(千世光明大殿)...... 사람들은 그것을 위대한 꿈의 성전이라고 불렀다. <위로는 하늘을 다스리고, 아래로는 대지를 지배한다. 십방세계(十方世界)가 경배하고...... 이 땅에는 영원히 혈겁(血劫)이 종식되리라.> 혼(魂)...... 무림의 위대한 혼(魂)들이...... 수천 년 동안 이 환상의 성전을 세우기 위해 열혈을 불살랐다. 아아...... 허나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꿈. 여기 천세광명대전을 세우기 위해 수천 년 동안 죽어간 영혼들이 있다. <일천세야혼(一千世爺魂).> 대륙 최후의 꿈을 위해 신명을 바친 불멸의 일천영웅(一千英雄)들...... 그들은 태고에서 현세까지 이 땅에서 가장 특출하고 위대했던 초인(超人)들이었다. 이천 년 전 대륙의 지배자였던 창황
태고 이래로 가장 붉은 핏빛의 석양이 천하를 뒤덮고, 천공의 만월이 가장 짙은 천음을 뿌릴 때, 지하 일천장의 한천(寒泉)이 지상으로 솟구치니...... 오오! 드디어 불사령이 등자하는도다! 사황불사령! 그가 악인이면 천지는 멸할 것이오. 그가 정인이면 천지는 흥할 것이다. <맛보기> * 序 章 사전적(辭典的) 의미의 전설(傳說)이란,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신비스러운 이야기를 말함이다. 그리고 전설이란 환상적(幻想的)일 수록 더 신비한 법. 여기 중원무림사(中原武林史)를 통해 가장 환상적이고, 가장 공포스러운 전율(戰慄)의 전설이 전해오고 있었다. 이천년전(二千年前). 천하가 혼란의 극에 달해 있던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단 하루의 생(生)을 얻고자 천하인들은 피에 젖어 살았다. 그리고 공포의 전설은 한 마인(魔人)으로부터 시작된다. 마인(魔人). 그는 단지 마인일 뿐, 이름도 성도 없다. 마인은 구천악인(九千惡人)의 극악(極惡)한 악혈(惡血)을 이용해 아홉 개 사(邪)의 방울(鈴), 사령(邪鈴)을 만든다. 아홉 개 사의 방울 사령! 그 사령으로부터 무려 이천 년에 걸친 공포의 전설은 전율의 서막(序幕)
피의 혈성(血星)이 천극좌에 떠오르는 날, 중원은 다시 한번 무릎을 끓게 되리라! 붉은 피의 그림자 적혈무영(赤血無影).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명황실의 최대 실수로 인해 야기된 적혈무영, 그들이 중원무림을 붉은 피로 물들이기 위해 다시 일어서고 있다! 풍운의 시대를 예고하며 마침내 비상하는 제삼무림. 어떤 희생을 치르러라도 오직 충(忠)과 의(義)로서 피의 역사를 종식하고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제삼무림. 대명황실의 밀명에 의해 극비리에 조직된 그들 그들은 우리를 충혈의혼단이라 부른다. 이제 대룩을 적셨던 피의 역사는 멈춰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반드시 제삼무림이 필요하다
"序 章 일천년전(一千年前) 무(武)의 원조(元祖)이신 보리달마(菩提達磨)께서 열반(涅槃)에 드신 이후 중원무림(中原武林)은 극도(極度)의 혼란기에 빠져들었다. 이를 노리고 천축(天竺)의 마교(魔敎) 납찰파(拉刹巴)의 고수(高手) 십대마불(十大魔佛)이 등장하여 세상을 휩쓰니 무림은 드디어 종말(終末)이 오는 듯했다. 이때 한 기인(奇人)이 암운(暗雲)을 헤치고 혜성(慧星)처럼 등장하니…… 그의 한수에 십대마불은 추풍(秋風)에 낙엽(落葉)처럼 쓰러졌다. 전 무림의 고수들은 경악하고 천지(天地)의 이목은 그 기인에게 집중되었다. 허나 그 기인은 꼬리를 보이지 않는 신룡(神龍)처럼 무림에서 사라지니, 그 이후 그 누구도 그 기인을 본 사람은 없었다. 허나, 그 기인이 남긴 다음과 같은 한 마디는 무림인들의 뇌리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았으니…… -백환(白環)과 흑환(黑環)이 존재하는 한 무림의 평화는 결코 깨어지지 않으리라. 백환(白環)! 흑환(黑環)! 이는 무엇인가? 아무도 이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헌데, 그로부터 천 년 후 다시 무림에 거대한 혈화가 폭풍처럼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에 무림인들은 일천 년 전 그 기인의 말을 다시 기억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이 언제부터인지 무림에 서서히 퍼지기 시작했다. 백환(白環)의 서기(瑞氣)가 하늘로 뻗치매, 천하(天下)의 독존(獨尊)이 그 아래 굴복하고, 흑환(黑環)의 마성(魔性)이 섬광(閃光)처럼 번뜩이니, 아비(阿鼻)의 백마(百魔)도 핏물로 화하더라. 천년(千年) 무림의 평화는 산산조각처럼 흩어지니, 천지(天地)는 혼돈하고 군마(群魔)는 난무하도다. 무림의 정의(正義)는 어디 갔는가? 아아, 흑백(黑白)의 성환(聖環)이여! 그대를 부르는 소리 들리지 않는가……? "
"오호(嗚呼) 통재(痛哉)라. 백만인(百萬人)의 피[血]가 사해(四海)로 흘러들고 천하 인(天下人)의 시신이 오악(五嶽)을 덮으니……. 아아! 시체 썩는 냄새가 구름과 같이 천하를 뒤덮고 비릿한 피 의 강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대낮에도 사해는 석양의 진홍으 로 물들었다. 천년(千年) 전(前)의 무림(武林). 천하인들은 그 때를 가리켜 이렇게 표현한다. 무림최대혈란기(武林最大血亂期)! 정녕코 그 때와 같은 가공(可恐)할 혈겁(血 )의 시대 (時代)는 이전(以前)에도 없었고 이후(以後)에도 다시 찾아 볼 수 없으리라. 십팔만리(十八萬里) 중원천하(中原天下)! 그 광대(廣大)한 산하(山河)가 한 곳 남김없이 피비린내 넘치는 지옥(地獄)으로 변했던 그 무섭고 악몽같았던 시대. 이 아수라 지옥을 지상에 출현시킨 존재가 있었으니……. 오행마궁(五行魔宮)! 언제, 어디서, 어떻게 출현하였는지 아무도 몰랐다. 하 지만 그들의 세상에 등장하자 곧 세인(世人)들은 오행마궁 (五行魔宮)을 저주(咀呪)와 공포(恐怖), 그리고 죽음의 문 파(門派)로 부르기 시작했었다. 역천의 능력[逆天之力]. 이 가공할 마귀(魔鬼)와 살귀(殺鬼)들이 모인 듯한 집단 은 천하를 상대로 악마의 향연(饗宴)을 즐기기 시작했고 얼 마 가지 않아 천하인들은 하늘이 뒤집어져 버렸다고 탄식 (歎息)했다. 열혈(熱血) 협의지사(俠義志士)들은 그들에 대항해 싸우 다 장렬히 숨져갔으며 그렇지 않은 강호인(江湖人)들은 무 릎을 꺾고 목숨을 구걸(求乞)하거나 칼과 창을 꺾고 심산유 곡(深山幽谷)으로 몸을 숨겼다. 마궁(魔宮). 사궁(邪宮). 귀궁(鬼宮). 혈궁(血宮). 번뇌궁(煩惱宮). 오행마궁(五行魔宮)을 이루고 있는 이 다섯 이름 아래 천하는 피의 폭풍(暴風)에 휩쓸리고 말았던 것이다. 이 다섯 이름 앞을 가로막는 자, 이 다섯 이름에 거스르 는 자, 누구를 막론하고 죽이고 또 죽였다."
구천마공, 마의 성전(聖典)! 구천마공 중 하나만 익혀도 천하는 마의 장막 속에 덮 이리니… 구천마공을 모두 익힌 자, 세상에 나타나면 마교는 재생하고 마는 영원히 무너지지 않으리라! 세인들은 치를 떨었다. 마부가 열리는 날, 천하는 멸하리라! 강무원군은 마부의 열림(開府)을 걱정하여 드디어 천하에 존재하는 모든 선의 무학을 집대성(集大成)하여 그 무학을 선부(仙府)에 넣고 세상을 떠났다. - 선부의 무학은 마부의 무학에 필적하니, 오직 그 무학을 얻는 자만이 마교의 힘을 꺾으리라! 마부가 열리는 날, 천하는 멸하리라! 선부가 열리는 날, 마교는 영원히 그 자취를 감추리라! 이 두 개의 절대신비(絶代神秘)한 예언 속에 세월은 흘러 갔다. 그리고 드디어 당(唐)나라 초(初). 일은 벌어졌다!
이것에 대해 아는 자 누구도 없다. 가장 높다는 하늘에 구멍을 뚫고 더더욱 높은 곳으로 오르니 이는 우주를 말함이다. 천궁혈. 인간으로서 신이 되고자 하는 자들이 모인 곳. 신에 대한 도전이 끊임없이 이어져 온 위대한 비성. 인간의 몸을 빌어 태어났으되 자신의 영달이 아닌 세상을 위해 살아가야할 업을 지닌 자들. 어느날. 이 위대한 성역에 절대자의 명에 의해 새로운 주인이 탄생했다. 그리고 그것은 대폭풍의 시작이었다. 맛보기 * 서장 이름도 알 수 없는 남해(南海) 무인도(無人島). 흔히, 안개섬(霧島)이라 불리우는 이곳은 이름 그대로 일년 열두달 늘 귀신도 빠지면 헤어나지 못한다는 안개에 싸인 섬이다. 게다가, 무도 주변 백여 해리는 창끝같이 날카로운 암초(暗礁)가 흡사 악마의 이빨처럼 삐죽삐죽 솟아 있었다. 어디 그 뿐인가? 산더미처럼 덮쳐드는 파도, 위를 지나는 기러기조차 빨아들이는 강력한 흡인력을 지닌 소용돌이, 그야말로 배는 커녕 물고기조차 살아날 수 없는 험악한 곳이다. 이곳을 지나치는 배들은 무도 일대를 죽음의 바다라고 부르니...... 뱃사람들은 수만 해리(海里)를 돌아갈 지언정 절대 무도 인근 바다로 배를 몰지 않는다. 꽝----! 꽈르르릉----! 쏴아아---- 쏴아아아----! 대해(大海)가 미쳤다. 무려 한 달에 걸친 태풍(颱風)과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장대같은 폭우(暴雨)...... 거기에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암흑(暗黑)의 바다...... 바다가 악마로 변했다. 꽝----! 꽈르릉----! 쏴아아아아---- 쏴아아아----!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긋지긋하던 대해는 잠자는 미녀처럼 고요 속에 묻혔다. 한 달 만에 배를 띄운 어부들은 조용히 잠든 바다 위를 노닌다. 태풍이 한바탕 쓸고 지나간 어느 여름날, 무도에 햇살이 쨍쨍 내리비치고 있었다. 무도 주위 수십 해리는 여전히 안개와 구름에 싸여 있었지만 그 속은 흡사 무릉도원(武陵桃源)처럼 아늑하고 평화로왔다. 무도의 동쪽 해안(海岸), 은빛으로 반짝이는 모래사장 위에 보기에도 참혹한 광경이 널려 있었다. 산산이 깨지고 부서져 버린 커다란 범선(帆船)의 잔해(殘骸)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시신들과 찢겨진 육신들...... 난파선(難破船).
천축(天竺). 하늘 아래 가장 신비로운 땅. 지상(地上)에서 가장 높 은 천산(天山)의 웅대(雄大)한 자태를 품고 구만팔천 리(九萬八千里) 광활한 산야(山野)를 거느린 신비지처 (神秘之處). 태초(太初)에 이루어진 대자연(大自然)의 순결(純潔)이 그대로 살아 있고 스스로 인간(人間)의 혼탁한 숨결이 닿는 것을 거부한 위대한 오지(奧地)의 대륙(大陸)이여.... 千手劍王! 이것은 천추무림사(千秋武林史)에 영원히 기록될 불멸 (不滅)의 전설(傳說)이다. 전(前)에도 없고 후(後)에 도 없을 위대(偉大)하고 고결(高潔)한 한 인간의 신화 를 그린 이야기인 것이다. 천수검왕(千手劍王)! 한 소년(少年)을 시작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바로 천축에서부터 전개된다. 맛보기 * 서장 천수(千手)의 전설(傅說)은 혈뢰(血雷) 속에서 잉태(孕胎)되고, 사대불존(四大佛尊)의 포효(咆哮)는 데칸을 뒤덮으니.... 1 천축(天竺). 하늘 아래 가장 신비로운 땅. 지상(地上)에서 가장 높은 천산(天山)의 웅대(雄大)한 자태를 품고 구만팔천 리(九萬八千里) 광활한 산야(山野)를 거느린 신비지처(神秘之處). 태초(太初)에 이루어진 대자연(大自然)의 순결(純潔)이 그대로 살아 있고 스스로 인간(人間)의 혼탁한 숨결이 닿는 것을 거부한 위대한 오지(奧地)의 대륙(大陸)이여.... 千手劍王! 이것은 천추무림사(千秋武林史)에 영원히 기록될 불멸(不滅)의 전설(傳說)이다. 전(前)에도 없고 후(後)에도 없을 위대(偉大)하고 고결(高潔)한 한 인간의 신화를 그린 이야기인 것이다. 천수검왕(千手劍王)! 한 소년(少年)을 시작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바로 천축에서부터 전개된다. 2 일천삼백 년 전(一千三百年前). 천축의 대고원인 데칸의 성지(聖地)인 파융찰에 홀연히 거대한 신전(神殿)이 세워졌으니 그 이름은 바로 아소궁(阿宵宮)이었다. 모든 천축인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하며 더할 수 없이 거룩하게 여기는 대성전(大聖殿). 지상(地上)의 황궁(皇宮)보다 더 웅대(雄大)하고 천상(天上)의 상제궁(上帝宮)보다 더 찬란하다는 아소궁. 거대한 궁(宮) 전체는 휘황찬란한 황금빛 서기(瑞氣)로 가득했고 그 내부는 세밀한 장식 하나에 이르기까지 진귀한 패옥보주(佩玉寶珠)로 뒤덮여 있었다. 아소궁. 과연 누가 이 웅장한 대신전을 세웠는가? 3 천축의 살아 있는 전설(傳說)을 아는가?
맛보기 치열한 삶을 사는 사람들…… 불가(佛家)의 얘기처럼 삶이 고해(苦海)라, 세상을 사는 어느 누군들 안 그렇겠냐마는 뱃사람들과 상인들 에게 닥치는 삶의 파고(波高)는 더했다. 뱃사람은 거대한 자연에 맨몸 하나로 맞서는 이들이 고, 상인은 본능적으로 이권(利權)을 위해서라면 지옥 끝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항상 죽음은 그들과 함께 있었다. 중원으로 들어오는 모든 해로(海路)는 이곳 혈룡협 (血龍峽)으로 통한다. 남해(南海) 선유도(仙遊島)와 염점도(鹽霑島) 사이의 해협(海峽)…… 중원지도 어디에도 혈룡협이라는 이름을 찾아볼 수 없지만, 배를 한 번이라도 탄 사람치고 혈룡협을 모르 는 사람은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그곳에 오랜 옛날부 터 터를 잡고 살아온 바다의 사나이들 때문이다. 아라비아와 동영(東瀛), 고려(高麗), 서반아(西班牙) 등 모든 해로의 길목을 가로막는 사신(死神) 혈룡단(血 龍團)…… 그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언제부터 생겨났는지, 그리고 혈룡단의 두령이 누군지…… 아무것도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사람들이 알고 있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혈룡 협에 핏빛 용의 깃발이 나타나면 그곳은 곧 죽음의 바 다, 혈해(血海)로 변해 버린다는 사실 뿐이다.
"호남성(湖南省)의 무량산(無量山)에는 무량검문(無量劍門)이 있다. 이십 육 년 전 벌어진 변방대란(邊方大亂)을 평정한 천지 이자검(天地二紫劍) 중에 한 사람인 지자검(地紫劍) 유다성(柳多星)이 문주로 있는 거대 문파이다. 그리고 무량검문에는 운외(雲巍)라는 골치 아픈 존재가 있다. 이제 열 여섯 살에 불과한 소년 운외! 그럼에도 무량검문의 누구도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녀석은 화약덩어리다. 사고뭉치이지만 그에게는 감히 경시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 일례로, 소림사의 유명한 고승이 언젠가 무량검문을 방문해 녀석에게 불법을 설파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무슨 괴변인가? 무량검문은 분명히 도가(道家)의 일맥으로 도가의 사상을 실천하는 단체일진대 놀랍게도 이 열 여섯 살 짜리 소년이 소림사의 유명한 고승보다 불법을 더 잘 알고 있던 것이다. 깜짝 놀라 연유를 묻는 소림사의 고승에게 녀석이 한 말이 가관이다. ""불법도 자연의 이치에 바탕을 둔 것, 제가 무량산에 있으니 자연의 이치를 아는 것은 극히 당연하지 않은가요?"" ""자연의 이치가 무엇이더냐?"" 운외가 이제는 시들어 바람에 날리는 두견화의 꽃잎을 가리키며 말하기를! ""생로병사(生老病死)의 법칙을 알고,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따름으로써 스스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경지에 드는 것이지요!"" ""아미타불! 무위자연이라 함은?"" 그 말에 운외는 조용히 노승을 보고 말하기를, ""스님이 승이 된 운명을 따른 것이고, 제가 검을 들게 된 운명을 따른 것이지요!""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소림사의 고승을 향해 녀석이 아미타불하고 불호를 외우고 돌아 선 것은 너무도 유명한 일화였다. 그러나 녀석의 진면목은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녀석은 소문난 바람둥이였다. 아니 그가 바람을 피우는 것이 아니고, 그를 본 소녀들에게 문제가 있었다. 소문에 의하면, 얼굴도 그리 잘 생긴 것도 아니라는데 무량검문 인근의 모든 여아들이 그 녀석만 보면 자지러진다는 것이다. 마력이 담긴 눈빛이에요! 도무지 그 눈을 대하면 눈길을 돌릴 수 없어요. 제 친구들 중에 그 분의 초상화를 가슴에 품고 마음을 졸이는 아이들이 하나 둘이 아니에요. 아마 그 분을 위해 목숨을 버릴 소녀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렇게 강남의 꽃다운 처녀들의 우상이 되어버린 운외! 말 한 마디가 황제의 조칙보다도 더한 위력을 보인다는 운외이건만, 지금 그가 심각한 고민에 잠겨 있었다. ""휴---!"" "
삼협(三峽)에서 이름 높은 고장은 어디인가?두 기슭 벼랑 이룬 구당(瞿唐)의 석문(石門), 물 속을 뚫은 바위는 하늘로 고개 들어 솟아오르고, 수염 흰 원숭이 벼랑에 사는 계곡의 물에는 교룡(蛟龍)의 장엄한 석굴......겨울이라 희화(羲和)가 달려오려니,그의 수레 뒤집힐까 걱정이어라.三峽의 평범한 소년 나천웅!그는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외롭게 성장했다. 허나 하늘은 그러한 그에게가장 위대한 運命을 안겨 주었으니......오오! 그것은 萬邪萬魔가 굴복하는古今未曾有의 위대한 絶對劍之神話였다!* 제 1 장 거대한 陰謀무림(武林)에는 언제나 거대한 야망의 뿌리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야망의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피바람을 동반해야만 한다.먼저 쓰러뜨리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사실은 강호무림의 가장 확실한 불문율이다. 그런 연유로 무림에는 단 하루도 피냄새가 가실 날이 없는 것이다.어느 정도의 혼란은 무림의 생리에 비추어볼 때 차라리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헌데……근 백 년 이래로 강호무림은 너무나 평온했다.무림인들은 무림역사상 유례가 없는 긴 평화를 마음껏 누리고 있었다.허나 뜻있는 무림의 기인이사(奇人異士)들은 이 평화를 두려워했다. 그들은 평화가 오래 지속되면 될 수록 그 뒤에 몰아치는 피의 선풍(旋風) 또한 크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폭풍전야(暴風前夜)의 고요함이라고나 할까……그러던 어느날, 무림에는 한 가지 알 수 없는 괴변(怪變)이 벌어졌다. 불과 하룻밤 사이에 중원 각처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던 천 명의 장인(匠人)이 거짓말처럼 실종된 것이었다.그들은 각기 목수(木手), 석수(石手), 등 기타 토목에 관한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공인(工人)들로서 최고의 명성을 날리던 인물들이었다.무림인들은 직감적으로 뭔가 심상치 않은 음모가 일고 있음을 감지해냈다.그날부터 뜻있는 수많은 무림인들은 사라진 장인들을 찾기 위해 방방곡곡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허나 그들은 마치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듯 어느 누구도 찾아내지 못했다.그렇게 다시 세월은 무심히 흐르고……대부분의 무림인들은 그 일을 서서히 잊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가 방심하고 있는 그 순간에 전대미문의 가공할 음모(陰謀)는 서서히 마각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니……
짓밟으려는 자(者)와 막으려는 자(者). 천년(千年)의 무림(武林)을 그 말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었다. 극(極)과 극(極). 이 두 개의 대립은 천 년을 이어 내려왔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표면에 드러난 것이 아니었다. 천 년 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극히 은밀하게 진행되어 왔던 것이다. 그 대립 속에는 세인(世人)들이 상상할 수 없는 처절함과 비릿한 혈향(血香)이 배어 있다. 짓밟으려는 자. ―혈마천(血魔天). 아수라(阿修羅)의 마력(魔力)을 이었다는 그들은 천여 년에 걸쳐 천하를 혈세(血洗)하려 끊임없이 도발했다. 피로써 천하에 군림(君臨)하려는 악마의 세력, 그들이 바 로 혈마천이었다. 그들은 진하디 진한 핏빛 선혈(鮮血)을 궁극의 목표로 삼 고, 암흑(暗黑)의 혼돈(混沌)을 조장하려 했다. 혈마천은 실로 가공할 힘을 지니고 있었다. 일천명(一千名)에 달하는 혈왕마인(血王魔人). 절대 허물어지지 않을 철옹성(鐵甕城) 같은 악마의 마음 과 능히 한 명만으로도 천하를 혈세(血洗)할 마공(魔功)을 지닌 마인(魔人)들이 혈마천에는 무려 천 명이나 존재했다. 또한 그들 천 명을 합한 만큼이나 강한 혈마천주(血魔天 主)가 있었다. 미증유의 마력(魔力)을 지닌 혈마천주의 아 수라혼천마공(阿修羅混天魔功)은 천지를 암흑(暗黑) 속으 로 밀어 넣을만 했다. 실로 가공할 힘을 지닌 혈마천이었다. 하나 그들은 단 한 번도 중원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천 년의 기나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들은 단 한 번도 중원에 발을 들여놓을 수가 없었다. 언제나 중원을 향해 그 끈적이는 악마의 혀를 날름거렸던 혈마천. 그들을 막으려는 자. 그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막으려는 자. ―천패문(天覇門)! 문파(門派)라는 이름이 어색하게도 천패문은 단 일인(一 人)만으로 이어 내려오는 하나의 가문(家門)이었다. 하나 그들이 있어 혈마천은 중원에 발을 들여놓을 수가 없었다. 피로 천하를 씻으려는 혈마천에 대항해 오며 천패문이 암 중에서 천하를 지켜 왔기 때문이다.
삼천옹(三天翁). 그들은 검환옹(劍幻翁)과 서월옹(西月翁), 그리고 고 불옹(古佛翁)으로 불리는 일대기인들이었다. 마침내 세 명의 기인들과 신마계 고수들의 치열한 생 사대회전은 막을 올렸고, 몸짓 하나에 전설의 절기가 펼쳐지고 몸짓 둘에 꿈의 신공절기가 뿌려졌다. 사흘 밤낮이 지난 후 신마계 고수들은 고작 다섯 명 정도가 남아 어디론가 도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신마계 지존인 절천신마 역시 마지막까지 발악 을 하다 결국은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다. 신마계는 그렇게 소멸됐다. 그들이 남겨 놓은 것은 시산혈해를 이룬 시신들과 단 한 자루 검 뿐이었다. 검(劍). 끊임없이 사악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그 검은 절천 신마가 사용했던 신마검(神魔劍)이었다. 삼천옹은 절천신마의 가공할 악마지력이 바로 그의 독 문병기인 신마검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아낼 수 있었다. 어떤 연유로 신마검이 절천신마의 손에 들었는지는 그 저 신비일 뿐이었다. 그러나 확실한 건 신마검이야말 로 천상천하 최고의 악마지검(惡魔之劍)이라는 사실이었다. 검의 손잡이에 박힌 검은 구슬은 악마력을 증진시키는 신마정주(神魔精珠)였고, 검신에 숨겨져있는 구결은 신마검결(神魔劍訣)이었다. 신마검과 신마정주, 그리고 신마검결. 이 세 가지가 합쳐져야 신마검은 그 본신의 위력을 발 휘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또한 그 세 가지가 합쳐진다면 또다시 절천신마와 같 은 대마인(大魔人)이 탄생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삼천옹은 장고(長考)에 장고를 거듭했다. 그리고는 마침내 한 가지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바로 신마검을 이룬 그 세 가지 마력(魔力)을 해체하 여 각자 한 가지씩 나누어 비장키로 한 것이었다. 신마정주는 서월옹, 신마검결은 고불옹, 신마검은 검환옹이 비장키로 했다. 그 후 신마정주는 서월천주(西月天珠)라는 이름으로 불리우게 되었다. 신마검결은 고불천결(古佛天訣)로, 그리고 신마검은 기환천검(奇幻天劍)이라는 새이름으로 불리웠다. 그것들은 차후 삼옹천품(三翁天品)이라는 새로운 이름 으로 천은삼비의 신비와 함께 무림사에 기록되기도 했 다. 천은삼비! 언제 또다시 그 신비의 역사가 창출될 것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 채 세월은 흘러갔다. 그리고 이제 그 서막이 열리게 된 것이다. 천년 유구 한 역사의 신비(神秘)가 서서히 열리고 있었다.
주르륵! 급기야 그녀의 입가에서 실날 같은 핏물이 얼굴을 적 시며 흘러내렸고, 몸이 점차 싸늘히 식어갔다. 너무도 갑자기 당한 엄청난 충격이 급기야 한 소녀를 죽음으로 몰아 넣은 것이었다. 하나 어둠 속의 사내는 여전히 자신의 몸놀림을 멈추 지 않았다. 싸늘한 소녀의 시신 위에서 사내는 멈출줄 모르고 쾌 락의 국차를 향해 헐떡였다. 천인공노할 죄악(罪惡)이 구문제독부의 깊숙한 내실에 서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우는 사 내의 몸에서는 강인한 강철내음이 아지랑이처럼 피어 올랐다. 한데 기이한 일이었다. 한 청순한 소녀를 강간한 사내의 눈에는 한 여인을 짓 밟았다는 색마(色魔)의 쾌감이 아닌 운명(運命)에 의 해 어쩔 수 없이 범죄(犯罪)를 저지른 듯한 죄책감, 그와 더불어 통한(痛恨)의 아픔과 비애(悲哀)가 서린 고뇌(苦惱)의 빛이 떠오르고 있었다. 묵묵히 해파리처럼 축 늘어진 채 죽은 전소희의 알몸 을 내려다 보던 사내의 손이 미미하게 흔들렸다. 툭! 검은 물체는 나비가 춤을 추듯 그의 손을 떠나 전소희 의 시신 위로 떨어져 내렸다. 이때 방문 새로 희미한 여명(黎明)이 사내의 뒷모습을 비쳐드는 것이 새벽이 밝아오는 것이었다. 새벽의 여명은 전소희의 시신 위로 떨어진 물체를 비 추었다. 이제 막 개화(開花)하기 시작한 핏빛의 매화 (血梅)가지였다. 전소희의 시신은 그로부터 두 시진 뒤에 방을 치우러 온 시비에 의해 발견되었다. ---아악! 아가씨께서……! 이 일련의 사건으로 막강한 세력을 지닌 구문제독부는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
맛보기 서 장 소록소록 내리는 흰 눈! 함박눈이다. 온 천지를 희게 물들이는 그 흰빛 속에서 대륙 서쪽의 명산 십만대산(十萬大山) 은 거대한 웅자를 고고히 드러내고 있었다. 봉우리가 무려 십만에 달한다고 했던가? 그래서 시선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늘어선 첨봉들이 저리 천하를 오연히 주시해 서역의 하늘이라 불리는 것인가? 그런데, 무엇일까? 십만대산의 제일봉, 준극봉에 우뚝 서 있는 저 물체들은? 사람이었다. 세 사람이었다. 한 사람! 온통 희고 또 희었다. 육 척을 넘는 훤칠한 몸을 감싸고 있는 백의와 눈처럼 흰 머리와, 바람 에 갈꽃처럼 날리는 흰 수염! 심지어는 허리에 차고 있는 검집조차 백색 빛을 띠고 있었다. 단 하나, 백 살이 넘어 보이는 외모에도 불구하고 대춧빛처럼 붉은 안색만이 유일하게 달랐 다. 다른 한 사람! 그는 검었다. 철저하게 검었다. 머리, 옷, 허리에 비스듬히 차고 있는 검집도 검은 색이었다. 아마도 검조차 시커먼 묵빛을 띠지 않을까 싶다. 그에게서 풍기는 기운은 검은 색이 상징하는 극패(極覇)의 기 도였다. 허나 얼굴!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정도로 희고 준수한 그 얼굴과 담담한 미소를 띠어 드러난 치아만이 눈처럼 희었다. 이렇게 상반되는 두 사람이지만 공통점이라면 그들에게서 풍기는 탈속(脫俗)과 자연스러움이 다. 백색의 노인이야 이미 백 년을 넘게 산 연륜의 결정이라 할 수 있지만 흑색 일변도의 청년에 게서 풍기는 속탈의 의미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휘이이잉! 준극봉에 바람이 몰아쳤다. 삭풍은 눈보라와 함께 살을 에일 듯이 몰아치는데. 그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한 여인! 천상의 선녀처럼 아름다운 그 여인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한 사람은 조부(祖父)요, 한 사람은 정인(情人)이라! 조부는 백만 정도무림의 태상맹주(太上盟主)요, 정인은 그녀의 가문과 대립하는 백만 마도의 총수(總帥)인 백만마종주(百萬魔宗主)일지니! 서설이 천지를 덮는 이 날! 흥겨워야 할 두 사람의 첫 번째 대좌는 그런 이유로 이렇게 피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누가 남해의 잠자는 사자(獅子)를 깨웠는가?사설왕국인 백골오주(白骨五洲)의 군주는 풍운을 안고 대륙으로 출정한다.천고의 기병인 공작단령(孔雀丹翎)은 마인들을 향해 핏빛 섬광을 뿌리고,여인들은 그를 향해 애틋한 유혹을 던진다.철의 여인 철빙,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몸부림치는 모용벽상, 검의 달인 단목옥정, 영자전왕 설벽진……그러나 이 시대 최고의 신비인 삼비혈성(三秘血城)은 군무약을 향하여 악마의 촉수를 뻗어오고, 삼천의 신비가 풀리는 날 또다른 주작은령은천하제일을 위해 백팔 번의 교접을 시작한다* 서 장 잔혼혈랑과 마영청랑이 북궁을목에게 보낸 편지'꽃잎이라…….'북궁을목(北宮乙木)은 첩지를 들어 야명주빛에 비추며 한 손을 들어 옆에서 깊히 잠들어 있는 여인의 붉은 잎술을 만지작거렸다.이곳에는 필 꽃도 질 꽃잎도 없다.야망을 위하여 초인사공(超人邪功)이라 일컬어지는 사령천인기(邪靈天人氣)를 익히기 위해서 어둠 속에서 수하들을 떠나보낸 채 십 년을 보냈다.마침내 사령천인기를 완성한 바로 오늘, 고맙게도 수하들은 두 통의 편지를 보내왔다.남자의 야망은 목숨보다 중요하고, 성취하지 못한다면 평생이 후회스러울 뿐이리라.그것을 이해하고 충성을 보내준 수하들이 고마웠다.이제 일생을 바쳐 온 대업을 이루리라.대업에 천하가 희생되어도 대업을 위해서는 눈도 돌리지 않으리라.잠에서 깨었는가.여인의 흰 손이 가슴을 더듬었다.여인의 손을 밀어놓고 다시 다른 첩지를 집어들었다
지금 어디선가 그대의 목을 노리는 열 개의 눈[眼]이 있다. 불변(不變)의 위치인 대자연(大自然) 속에서 희번뜩이는 열 개의 눈, 그것이 지금 피[血]를 머금고 죽음을 찾고 있다. 천군십예사황(天軍十藝死皇)! 죽음의 불문율(不文律)로 전해진 그들은 단 열 명. 그러나 그들의 능력에 의심을 갖지 마라. 그대의 목숨이 열 개가 아닌 이상은. 그대는 의심을 갖는 그 순간 열 번의 죽음을 당해야 할 것이다. ― 해월사검녀(海月死劍女). 단 한 번만이라도 그대가 마시고 있는 찻잔에 의심을 가져보라. 해월사검녀의 검은 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지 그대의 목을 노리고 있다. 수중살(水中殺)의 명인(名人). 물이 있는 곳에서라면 그녀의 손에서 펼쳐지는 환상과도 같은 살 예(殺藝)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직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천하는 그녀를 천군십예사황(天軍十藝死皇)의 일인이라 칭한다. ― 사향풍유(死香風流). 휘이이잉! 바람, 죽음의 잿빛 향기를 담고 불어오는 산득산득한 죽음의 바 람. 간드러진 소슬바람에도, 살랑거리는 춘풍에도, 찢어질 듯한 삭풍 에도, 요요로운 열풍에도 죽음의 손은 도사리고 있다. 사풍(死風), 일명 죽음의 바람. 그 바람의 향기를 느낀 순간 그대는 이미 살아있는 몸이 아니다. 그것이 바로 사향풍유(死香風流)의 손이기 때문이다. 그 또한 천군십예사황(天軍十藝死皇)의 일인임에는 아무도 부정치 않는다. ― 사망검귀(死亡劍鬼). 고즈넉한 달이 밝은 밤에는 섣불리 검을 뽑지 마라. 그것이 승부의 검이라면 더더욱 뽑지 마라. 한 번 잘못 뽑은 검은 그대 생사(生死)를 바꿀 것이다. 천하에서 가장 비정(非情)한 살인객(殺人客). 차디찬 월광(月光) 아래서 얼비치는 죽음을 찾는 그를 혹자는 천 군십예사황(天軍十藝死皇)이라 부른다. ― 백우(白雨). 하얀 비[雨]. 하늘이 음울한 잿빛 색깔이고, 한 방울의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자신과 과거(過去)를 돌아보라. 무슨 죄라도 짓지 않았는가를. 만약 무심코 지나친 경미한 죄악(罪惡)이라도 있다면 그대로 죽는 다. 백우(白雨)의 전신에서 소낙비처럼 쏟아지는 구백 구십 구 개의 비도술(飛刀術)의 백우에. 백우 그는 유난히도 죄를 미워한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그 또한 천군십예사황(天軍十藝死皇)의 일인이 라는 말이 있다.
"무겁게 가라앉은 하늘은 제 가슴을 착! 찢으며 칼날 같은 눈을 흩뿌렸다. 휘이이이잉……! 살을 에이는 듯한 매서운 한풍(寒風)이 눈보라를 동반한 채 황량한 벌판을 휘몰아쳤다. 벌판은 금세 눈 속에 파묻혔다. 이따금씩 사냥꾼이 지나갈만도 하건만 무심하게도 이곳에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 았다. 단지, 눈밭에 조금씩이나마 자취를 남기는 것은 희미한 짐승의 발자국과 매섭게 벌판을 할퀴고 지나가는 무심한 한 풍 뿐이었다. 눈보라와 함께 하루해를 넘길 무렵이었다. 두두두두두! 벌판 저 멀리에 자욱한 설무(雪霧)가 흙먼지처럼 일었다. 설무를 일으킨 것은 한 마리의 말이었다. 말의 색깔은 휘 몰아치는 눈보라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흑마(黑馬)였다. 먼길을 달려온 듯 지쳐 보였으나 잘 다듬어진 갈기와 잔 털 하나 없는 것으로 보아 한눈에 보더라도 준마(駿馬)임을 느끼게 해준다. 말 위에는 한 명의 소년이 타고 있었다. 말과 함께 먼길을 달려 초췌한 듯 보이지만 산악처럼 굳 강하게 뻗은 코와 선 굵은 검미, 다부진 입술 등은 소년의 모습을 한결 돋보이게 하며 어딘지 모르게 범상치 않은 모 습마저 느끼게 한다. 말은 계속해서 눈보라를 가르며 질풍처럼 치달렸다. 그렇게 얼마 정도 달렸을까? 멀리 눈 속에 파묻혀 있는 작은 움막이 소년의 동공을 파 고들었다. ""이럇!"" 움막을 발견한 소년은 말의 엉덩이를 채찍으로 갈기며 더 욱 박차를 가했다. 움막이 점점 가까워졌을 때, 소년의 눈은 그리움과 반가 움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나직한 음성이 다부진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어머니!"" 그러나 말이 움막 앞에서 투레질을 하며 멈추고 발이 눈 밭을 찍었을 때까지 그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움막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
적음신왕(笛音神王) 하일청(夏溢靑). 인품과 덕망을 갖춘 하북무림(河北武林)의 제일고수(第一高手). 음공(音功)에 관한 한 당대 최고로 불리우던 인물. 회갑을 맞이하여 손자를 무릎에 앉히고 손님들과 더불어 첫번째 술잔을 들이키던 그가 돌연 맥없이 고꾸라졌다. 이마에는 보기에도 섬뜩한 붉은 나비의 낙인(烙印). 자지러질 듯이 우는 손자의 손에는 새하얀 백모란 한 송이가 쥐어져 있었다. 추일마검(追日魔劍) 막여상(莫如相). 동정(同庭) 일대에서 죽음과 공포의 대명사로 통하는 살인마왕(殺人魔王). 한 자루의 검만 있으면 태양조차 벨 수 있다고 큰소리치던 희대의 검귀(劍鬼). 그가 돌연 동정호 위의 낡은 목선 바닥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토록 자랑하던 애병(愛兵) 추일마검(追日魔劍)은 반쯤 뽑힌 상태였으며……. 이마에는 붉은 나비. 가슴에는 향기 없는 아름다운 백모란 한 송이가 놓여 있었다. 누군가? 대체 그는 어떤 위인이며 무공은 어느 정도인가? 무엇 때문에 그는 이렇듯 잔인하고 전율스러운 살인행각을 벌이고 다닌단 말인가? 모른다. 아무도 알지 못했다. 적음신왕 하일청을 시작으로 불붙은 죽음의 행진, 그것은 담백초(潭伯草)라는 무명(無名)의 낭인검객(浪人劍客)에서 종지부를 찍을 때까지 무려 이년 육개월이나 계속되었으며, 그에 희생된 숫자는 도합 육십칠인(六十七人). 공포스러운 살인행각은 육십칠인을 끝으로 더이상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범인색출 작업은 대대적으로 계속되었다. 관부는 관부대로, 무림은 무림대로 전 중원을 샅샅이 헤집고 다녔다. 그러나 범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범인은 고사하고 그 비슷한 그림자조차 발견했다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십삼 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그 세월의 여백은 사람들에게 망각을 가져다 주었다. 사람들은 차츰 그 일을 잊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의식적으로 잊어버리려고 애를 썼는지도 몰랐다. 두렵고 다시는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일이었으므로……. 육십칠인(六十七人)의 죽음. 아무도 몰랐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 속에 숨겨진 엄청난 음모(陰謀)와 그 여파가 몰고 올 장래의 처절한 암흑시대를…….
"빛이란 빛은 모두 차단된 암흑(暗黑)의 시공(時空)...... 한 점의 공기조차 부유(浮遊) 하지 못하는 절대파천황(絶代破天荒)의 공간. 그곳에서 놈은 일천년(一千年)이란 길고긴 세월(歲月)을 기다려왔다. 오직 한 가지의 소망만을 깊이깊이 감춘 채. 놈의 이름은 미인혈(美人血). 한 자루의 칼(刃)이다. 일생을 태양(太陽) 같이 화려하게 살다 스러지는 유성(流星)처럼 소멸해 버린 여덟 명의 기인(奇人)들. 그들이 한(恨)을 품고 죽어남긴 것은 하얗게 퇴색해 버린 백골 뿐이다. 그러나 그 여덟 구의 백골 사이에서 천 년의 기나긴 침묵을 견디어낸 것은 바로 놈이다. 암흑의 공간 속에 갇힌 채 놈은 두터운 칼 집 속에 숨어 단 한 번도 스스로 빛을 발해 본 적이 없다. 오직 누군가가 자신을 뽑아 주길 기다리면서...... 누가 나를 만들었는지 묻지 말라! 내가 세상에 언제 태어났는지도 알려고 하지 말라! 다만...... 한 가지만 기억해 다오. 태초의 혼돈과 같은 이 암흑 속에서 나를 꺼내 주는 자가 있다면, 내 그 자에게 천하(天下)를 주리라!"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괴인이 있던 바로 그 자리에 또 하나의 인영이 스르르 모습을 드러냈다. 어둠 속에서 어릿거리는 황색의 빛깔. 미세한 바람에 나부끼는 헐렁한 황의(黃衣)를 입은 흐릿한 인영. 그는 무감각한 얼굴빛을 띤 중년문사(中年文士) 차림 의 사내였다. 두터운 눈썹이 유난히 돋보이는 그 자는 슬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중년문사의 품 속에도 역시 강보가 들려 있었다. 일순, 한기(寒氣)어린 조소가 중년문사의 입가에 감돌 기 시작했다. ""금마성…… 금마성주여, 영원하라고? 고루혈영사( ?血影邪), 네놈은 헛다리를 짚었다."" 입가에 띤 조소는 이내 회심의 미소로 바뀌었다. 그 무감각한 얼굴에서 한줄기 기분좋은 미소가 피어오른 것 이다. ""네놈이 죽인 아이는 만황성령지체가 아니지. 하하하, 멍청한 놈 같으니."" 이 중년의 사내는 누구인가? 또한 고루혈영사( ?血影邪)라면 고루혈영마공( ? 血影魔功)을 익히기 위해 백 명의 동정녀(童貞女)를 죽 인 그 살명 높은 흉마(兇魔)가 아니던가. 칠십 인 절정고수가 그 뒤를 추격했지만, 결코 잡지 못했던 사파류(邪派流) 제일의 경공을 지닌 마두였다. 그 잔혹한 성품과 살수(殺手)는 그의 이름을 아는 어느 누구라도 치를 떨 정도였다. ""혈영마성비(血影魔星飛)보다 세 배나 빠른 경공이 있 다는 것. 네놈의 둔중한 조두(鳥頭)로는 도저히 생각도 못한 일이겠지."" 이내 만면 가득한 미소를 지운 그는 침중한 얼굴로 땅 아래를 바라보았다.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쉰 그는 슬픈 눈빛으로 어느 한 곳만을 응시했다. ""아이야, 날 용서해다오. 내가 너를 죽였구나! 하지 만……."" 목이 잠기는 듯, 중년인은 혼잣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품 속의 핏덩이를 살리기 위해 애꿎은 다른 아기 를 희생시켜야만 했던 것이다. ""아이야, 너의 고귀한 희생으로 이십 년 후의 중원을 구할 수 있게 되었구나. 네 공덕비를 결코 잊지 않겠다. 이 천지(天地)에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하마."" 중년문사는 암야로 시선을 돌렸다. 별빛조차 없는 칙칙한 밤하늘, 묘지의 섬뜩한 인광이 없다면 그야말로 한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강보의 핏덩이를 하늘 높이 치켜 들었다. ""모든 일은 하늘의 뜻에 있을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중년문사는 그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소록소록 내리는 흰 눈! 함박눈이다. 온 천지를 희게 물들이는 그 흰빛 속에서 대륙 서쪽의 명산 십만대산(十萬大山) 은 거대한 웅자를 고고히 드러내고 있었다. 봉우리가 무려 십만에 달한다고 했던가? 그래서 시선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늘어선 첨봉들이 저리 천하를 오연히 주시해 서역의 하늘이라 불리는 것인가? 그런데, 무엇일까? 십만대산의 제일봉, 준극봉에 우뚝 서 있는 저 물체들은? 사람이었다. 세 사람이었다. 한 사람! 온통 희고 또 희었다. 육 척을 넘는 훤칠한 몸을 감싸고 있는 백의와 눈처럼 흰 머리와, 바람 에 갈꽃처럼 날리는 흰 수염! 심지어는 허리에 차고 있는 검집조차 백색 빛을 띠고 있었다. 단 하나, 백 살이 넘어 보이는 외모에도 불구하고 대춧빛처럼 붉은 안색만이 유일하게 달랐 다. 다른 한 사람! 그는 검었다. 철저하게 검었다. 머리, 옷, 허리에 비스듬히 차고 있는 검집도 검은 색이었다. 아마도 검조차 시커먼 묵빛을 띠지 않을까 싶다. 그에게서 풍기는 기운은 검은 색이 상징하는 극패(極覇)의 기 도였다. 허나 얼굴!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정도로 희고 준수한 그 얼굴과 담담한 미소를 띠어 드러난 치아만이 눈처럼 희었다. 이렇게 상반되는 두 사람이지만 공통점이라면 그들에게서 풍기는 탈속(脫俗)과 자연스러움이 다. 백색의 노인이야 이미 백 년을 넘게 산 연륜의 결정이라 할 수 있지만 흑색 일변도의 청년에 게서 풍기는 속탈의 의미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휘이이잉! 준극봉에 바람이 몰아쳤다. 삭풍은 눈보라와 함께 살을 에일 듯이 몰아치는데. 그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한 여인! 천상의 선녀처럼 아름다운 그 여인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한 사람은 조부(祖父)요, 한 사람은 정인(情人)이라! 조부는 백만 정도무림의 태상맹주(太上盟主)요, 정인은 그녀의 가문과 대립하는 백만 마도의 총수(總帥)인 백만마종주(百萬魔宗主)일지니! 서설이 천지를 덮는 이 날! 흥겨워야 할 두 사람의 첫 번째 대좌는 그런 이유로 이렇게 피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무림천하(武林天下)는 온통 죽음(死)의 암흑 속에 덮 여 있고, 정도(正道)의 영웅(英雄)들은 떨어지는 꽃잎 (落花)처럼 산산이 흩어지도다. 피(血) 속의 무림에는 오직 사마(邪魔)만이 날뛰니, 바다(海)가 아무리 넓고 하늘(天)이 아무리 무변(無 變)하다지만 이를 타계할 영웅은 하나도 없구나. 오호, 슬프도다! 하늘(天)에서 혈화(血花)가 난무(亂舞)하도다. 아아, 천강성(天 星)이여! 지금 어디에 있는가? 천하에는 오직 악마(惡魔)의 울부짖음만이 울려 퍼지 고 있는데……. 광풍무림(狂風武林) 혈우천하(血雨天下). 수십 년에 걸쳐 무림엔 계속하여 미친 듯한 악마의 귀 풍(鬼風)만이 몰아치고, 천하(天下)는 언제나 혈무(血 霧)가 가실 날이 없도다. 사도(邪道)의 무리는 흉흉히 날뛰는데, 정도(正道)의 고수들은 그 종적이 없다. 피(血)와 죽음(死)으로 점철된 역사지만, 그래도 일천 년이나 그 맥(脈)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 무림이건 만……. 오오, 이제는 드디어 끝나려는가? 누군가 천공(天空)을 향해 피눈물 속에 처절하게 절규 (絶叫)한다. 천강성(天 星). 천강성이여! 부디 바라노니, 그 찬연한 웅자(雄姿)를 드러내 다오!
군마천웅보의 첫장부터 차례로 적혀있는 이 아홉 명의 개세고수들! 그들의 무공은 능히 천하를 뒤집고도 남 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욱 더 엄청난 사실 이 있었으니 그것은 이 아홉 명이 출현한 시기였다. 하늘의 뜻이었던지 이들은 놀랍게도 모두 동시대(同時 代)에 출현한 것이다. 한 나라에 두 왕(王)이 설 수 없으며, 한 산(山)에 양호(兩虎)가 살 수 없는 법(法) 이다. 그렇다면 이들 아홉 명의 개세고수들이야말로 더욱 공존(共存)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과연 그들은 격돌했다. 그것은 파란만장한 일대 소용 돌이를 일으켰으며 천지간에 대혈풍(大血風)을 일으킨 고금미증유의 대사건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말았다. 그것은 강호인의 상상을 절 하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 날 이후, 오리무중(五 里霧中)에 싸인 구대마왕(九代魔王)이라고도 불리워졌 던 그들은 무림에 영원히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맛보기 * 서막(序幕) 음풍세우(陰風細雨). 음산한 바람과 함께 가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늘은 어둠침침하고 사위에는 질식할 것만 같은 적막이 가는 빗발 속에 음모(陰謀)처럼 뒤엉켜 있었다. 온통 험악하기만한 이 계곡은 거칠고 삭막했다. 바닥에는 기암괴석(奇岩怪石)이 난립해 있었으며, 초목(草木) 따위는 눈을 씻고 볼래야 볼 수가 없었다. 바닥은 물론 양쪽 절벽도 한결같이 암석으로만 이루어진 가히 기괴무비한 계곡이었다. 문득, 음풍세우를 맞으며 한 인영이 계곡의 입구로 들어섰다. 멀리서 보이는 희미한 인영은 언뜻 보기에도 심하게 비틀거리고 있어 어찌보면 엉망으로 술에 취한 취객(醉客)과도 같았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점차 곡구(谷口)로 다가올수록 그의 모습은 뚜렷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인영은 아래위로 길게 끌리는 흑의(黑衣)를 입고 있었으며, 깡마른 몸에 얼굴은 백짓장같이 창백한 노인이었다. 흑의와 창백한 얼굴은 너무도 선명한 대조를 보여 더욱 기괴한 인상을 주고 있었다. 나이는 대략 백여 세, 창백한 얼굴에 매부리코를 하고 있었으며 두 눈은 움푹 들어가 있어 몹시 음침해 보였다. 그런데 기괴한 것은 그의 푹 꺼진 두 눈동자가 자광(紫光)을 띄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놀라울 만치 냉혹하고 사이(邪異)해 보이는 괴노인이었다. 괴노인은 왼손과 옆구리 사이에 사방 한 자쯤 되어 보이는 검은 철궤(鐵櫃)를 끼고 있었다. 그는 심하게 비틀거리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그의 검은 장포기 온통 선혈로 물들어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그가 오른손으로 움켜쥐고 있는 복부로부터도 선혈이 쉴새없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스포츠 서울]에 최장기간 연재됐던 장편 무협소설. 신선루를 경영하던 젊은 상인 장천린은 정인 취옥교의 배신과 신산 제갈사의 계략에 빠져 죽음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구사일생 살아나 무공을 익히고 전도 유망한 청년상인으로 새 인생을 시작하는데
[스포츠 서울]에 최장기간 연재됐던 장편 무협소설. 신선루를 경영하던 젊은 상인 장천린은 정인 취옥교의 배신과 신산 제갈사의 계략에 빠져 죽음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구사일생 살아나 무공을 익히고 전도 유망한 청년상인으로 새 인생을 시작하는데
맛보기 제 1 장 간이 부은 도둑들 [1] 휘익! 칠월(七月)의 폭양(爆陽) 아래 하나의 나무 목패(木牌)가 하늘 높이 떠올랐다. 목패의 크기는 어른 팔뚝 만했다. 너비는 손바닥을 펼친 정도다. 그 모양은 윗부분은 마름모 꼴이요, 아래엔 손으로 잡을 수 있게 긴 손잡이가 있었다. 옻칠을 한 나무 목패 중앙엔 붉은 색으로 다음과 같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令. 살명부(殺命符). 지금 하늘 높이 올라간 목패는 대명(大明)의 살명부였다. 살명부란 죄를 지은 죄인(罪人)의 죄가 너무나 엄중해 만 백성이 보는 자리에서 단두형(斷頭刑)으로 공개처형을 시켜야 하는 사형수(死刑囚)에게 주어지는 법령(法令)이다. 살명부가 판관(判官)의 손을 떠나는 순간 망나니가 춤을 춘다. 살명부가 땅에 떨어지면 한 사람의 목이 몸뚱아리를 떠나 땅에 떨어진다. 그것은 영원불멸(永遠不滅)하다. 결코 변할 수 없는 대명의 황법(皇法)이다. 휘익! 지금 하나의 살명부가 하늘로 솟구쳤다. 동시 웃통을 벗어던지고 근육질이 울퉁불퉁한 망나니 하나가 대두도(大頭刀)를 든 채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어허이…… 어허…… 북망산천 멀고 먼 길……." 덩! 덩쿵! 더엉……덩! 망나니의 춤사위에 어울려 북을 앞에 두고 앉아 있는 고수(鼓手)가 막대기로 북을 때린다. 햇빛에 반짝이는 기름 먹인 대두도의 도광(刀光)이 곧 피를 뿌릴 듯 번들거리는 가운데 한 사람의 죄인(罪人)이 꿇어앉아 있었다. 죄인은 오랏줄에 묶인 채 무릎이 꿇려져 있었다. 오라는 교묘하게 묶여져 있어 아무리 몸부림치며 몸을 꼿꼿이 세우려 해도 자연스럽게 상체가 앞으로 숙여지게 되어 있었다. 죄인의 목은 오라에 의해 절로 땅을 향해 푹 숙여진 상태가 되는 것이다. 망나니의 칼질이 손쉽게 목을 가를 수 있도록 죄인을 꿇어앉힌 것이다. 그러는 죄인의 몸 앞에는 일반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로 된 물동이가 놓여져 있었다. 텅빈 물동이는 죄인의 코 앞에 있어 짤린 목이 그대로 물동이에 들어가게 되어 있는 것이다. 덩! 덩쿵! 덩구덩구……. "어허이…… 어허……." 북소리는 구슬펐고 망나니의 춤사위는 잔인했다. 망나니의 춤사위가 고조될 무렵 판관의 옆에 서 있던 형방(刑房)이 죄인의 죄명을 만인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수번(囚番) : 사백사십사호(四百四十四號). 성명(姓名) : 강촌(江村). 죄명(罪名) : 납치미수(拉致未遂).
어두웠다. 일체의 빛줄기조차 스며들지 않는 그야말로 완벽한 암흑(暗黑)의 공간이었다. 소년은 몸이나 겨우 움직일 수 있는 비좁은 땅 속에 누워 있었다. 그러나 시체는 아니었다. 소년은 살아 있었다. 입에 가느다란 대롱을 문 채 끊임없이 숨을 쉬면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소년은 자신의 허벅지를 꼬집어 보았다. 감각이 없었다. 소년은 좀더 세게 꼬집었으나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은 까닭에 하반신이 뻣뻣하게 굳은 모양이었다. 그야말로 시체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실정이었다. 단지 그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대롱을 통해 숨을 빨아들일 때마다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청량한 공기 뿐이었다. 소년은 칠흑같은 어둠과 숨막히는 정적이 너무나도 싫었다. 그 속에서 시간은 굼벵이처럼 참으로 더디게 흐르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의 시간이 흐른 것일까? 나는 언제까지 이 음습한 땅 속에 시체처럼 누워 있어야 하는 것일까?' 소년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귀를 곧추세웠다.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갈증도 점차 심해지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똑……. 한 방울 액체가 소년의 콧등에 떨어졌다. '물이다!' 소년은 있는 힘을 다해 턱을 제꼈다. 다행스럽게도 콧등을 타고 흘러내리던 액체가 입술로 흘러들었다. 그 순간 입 안 가득 비릿한 내음이 고였다. '이것은……!'
<맛보기> 序 章(一) 돌(石)들의 이야기 여기 전설(傳說)같이 신비(神秘)스럽고 거짓말같이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인고(忍苦)의 오랜 세월을 말없이 풍상(風霜)에 시달리며 부운(浮雲)처럼 떠다니는 이야기, 하나 결코 세인(世人)들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이야기이다. 근원(根源)은 고사하고 진실(眞實)의 유무(有無)조차 밝혀지지 않는 이야기. 그것은 바로 돌(石)들의 이야기이다. 세상 어디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버려진 돌들의 이야기! 이 이야기의 시작인 여덟 개 돌의 이야기는 결코 버려진 돌들의 이야기는 아니다. 수천 년 중원무림(中原武林)을 신화(神話)처럼 떠도는 신비의 이야기이다. 첫 번째 돌(石)의 이야기! 대소림사(大少林寺)의 장중한 맥락을 도도히 지켜온 산문(山門). 소림사의 위용(偉容)을 한눈에 바라보는 분지 위에 우뚝 솟아 있는 구층 석탑이 있다. 높이는 불과 삼장(三丈), 탑신(塔身)에 아로새겨진 정교한 석화(石畵)하며 매 층마다 비상(飛上)하듯 화려하게 조각된 누각(樓閣)은 실로 보는 이로 하여금 찬탄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불교예술(佛敎藝術)의 극치인 구층석탑(九層石塔)이었다.
대항해. 중원 운남성 남단에서 시작하여 실론[錫蘭:지금의 스리랑카] 저 멀리 대식국(大食國:아라비아), 그리고 파사국(波斯國:이란)에 이르는 엄청난 항해였다. 이 대항해의 목적은 두 가지라 정사(正史)는 서술하고 있다. 국위 선양과 교역촉진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 두 가지 목적을 위해서 무려 이만팔천여 명이나 동원된 대항해를 일곱 번이나 강행했을까? 자칭, 타칭 모든 만물의 중심이라 하여 자신들을 지칭할 때는 중원인(中原人)이라는 말을 쓰는 그들이다. 그런데 과연 무엇이 아쉬워 교역의 확대를 위해 그런 대선단을 구성, 세계를 누벼야 했을까? 무림인들이 중원 정사(正史)에 드러나지 않은 아주 특별하면서도 괴이한 사건을 만나게 되는데…….
어두웠다. 일체의 빛줄기조차 스며들지 않는 그야말로 완벽한 암흑(暗黑)의 공간이었다. 소년은 몸이나 겨우 움직일 수 있는 비좁은 땅 속에 누워 있었다. 그러나 시체는 아니었다. 소년은 살아 있었다. 입에 가느다란 대롱을 문 채 끊임없이 숨을 쉬면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소년은 자신의 허벅지를 꼬집어 보았다. 감각이 없었다. 소년은 좀더 세게 꼬집었으나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은 까닭에 하반신이 뻣뻣하게 굳은 모양이었다. 그야말로 시체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실정이었다. 단지 그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대롱을 통해 숨을 빨아들일 때마다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청량한 공기 뿐이었다. 소년은 칠흑같은 어둠과 숨막히는 정적이 너무나도 싫었다. 그 속에서 시간은 굼벵이처럼 참으로 더디게 흐르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의 시간이 흐른 것일까? 나는 언제까지 이 음습한 땅 속에 시체처럼 누워 있어야 하는 것일까?' 소년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귀를 곧추세웠다.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갈증도 점차 심해지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똑……. 한 방울 액체가 소년의 콧등에 떨어졌다. '물이다!' 소년은 있는 힘을 다해 턱을 제꼈다. 다행스럽게도 콧등을 타고 흘러내리던 액체가 입술로 흘러들었다. 그 순간 입 안 가득 비릿한 내음이 고였다. '이것은……!'
맛보기 序 章(一) 돌(石)들의 이야기 여기 전설(傳說)같이 신비(神秘)스럽고 거짓말같이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인고(忍苦)의 오랜 세월을 말없이 풍상(風霜)에 시달리며 부운(浮雲)처럼 떠다니는 이야기, 하나 결코 세인(世人)들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이야기이다. 근원(根源)은 고사하고 진실(眞實)의 유무(有無)조차 밝혀지지 않는 이야기. 그것은 바로 돌(石)들의 이야기이다. 세상 어디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버려진 돌들의 이야기! 이 이야기의 시작인 여덟 개 돌의 이야기는 결코 버려진 돌들의 이야기는 아니다. 수천 년 중원무림(中原武林)을 신화(神話)처럼 떠도는 신비의 이야기이다. 첫 번째 돌(石)의 이야기! 대소림사(大少林寺)의 장중한 맥락을 도도히 지켜온 산문(山門). 소림사의 위용(偉容)을 한눈에 바라보는 분지 위에 우뚝 솟아 있는 구층 석탑이 있다. 높이는 불과 삼장(三丈), 탑신(塔身)에 아로새겨진 정교한 석화(石畵)하며 매 층마다 비상(飛上)하듯 화려하게 조각된 누각(樓閣)은 실로 보는 이로 하여금 찬탄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불교예술(佛敎藝術)의 극치인 구층석탑(九層石塔)이었다. 달마구층보리석탑(達磨九層菩提石塔)! 소림의 승인들은 구층 석탑을 그렇게 불렀다. 소림사에서 은밀히 비전(秘傳)되는 전설에 의하면, 달마구층보리석탑에는 달마대사(達磨大師)의 사리(舍利)가 비장(秘藏)되어 있다고 한다. 허나 그 사실의 유무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달마구층보리석탑! 달마대사의 사리(舍利)가 비장되었다는 그 첫 번째 돌의 이야기이다. 두 번째 돌의 이야기! 천중(天中)에서 가장 가깝고 지상(地上)에서 가장 높다고 알려진 천산대협(天山大峽)! 물결치듯 구비도는 대맥(大脈)을 따라 우뚝 서 있는 동산만한 바위가 있다. 흡사 원형(圓型)의 석탑을 연상케 하는 바위는 그렇게 신기(神奇)하지도 않았으며, 세인들의 눈길을 끌만한 곳이라곤 찾아 볼 수 없었다. 헌데 이 석탑에는 실로 엄청난 이름이 전해져 왔다. 천산대석탑(天山大石塔)! 언제부터, 누가 불렀는지 아무도 모른다. 단지 그 석탑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세인들은 그렇게 불렀던 것이다. 세 번째 돌의 이야기! 이것은 바위도 아니요, 석탑도 아니다. 전승기념비(戰勝紀念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