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탐하다

다영은 감각이 사라져 남자와 관계할 수 없는 질병인 ‘성 무감각증’ 환자임을 들키고 파혼당한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지 10년, 외로움에 지쳐 가족을 만들고 싶었건만. 그렇게 막막한 나날을 보내던 중. “영익 박물관 대표님이 강다영 씨의 경력을 아주 긍정적으로 보셨어요.” 박물관에 전시된 1등급 운석으로 무감각증 치료를 받았다는 후기를 보고 그곳으로 이직을 하게 된다. “함부로 건들 게 아닐 텐데.” 눈앞의 운석을 막 만지려던 때, 국제적인 운석 전문가인 레이 교수와 맞닥뜨린다. 그의 연구를 돕게 된 다영은 실험을 위해 스킨십 파트너를 정해야 했고. “가지 마요. 나, 나랑 같이…….” “괜찮겠어? 술 취한 여자를 안는 건 그다지 내 취향이 아니어서.” 우연히 비상구에서 만나 곤란한 그녀를 도와준 한 남자, 수혁에게 파트너를 제안한다. 그리고 그때부터였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남자에게 휘둘리기, 아니 그들을 휘두르기 시작한 것은. * * * “실험 파트너는 뭘 해야 하는 거지?” “이런 거어. 실험 파트너는 날 만져야 해욧.” 입맞춤에서 끝이 아니라 가슴을 만지는 실험이라고? 지금 뭘 들은 거지? 수혁의 팔뚝에 소름이 돋아났다. 들으면서도 믿어지지 않았다. 대체 레이 교수는 무슨 짓을 한단 말인가. 당장이라도 이 미친 사이코 과학자의 멱살을 잡아 던지고 싶었다. 수혁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술에 취해 헤실거리는 다영의 손을 아래로 끌어내렸다. * * * “예습요?” “하기로 한 이상 제대로 해야 직성이 풀려서 말이죠. 내가.” 수혁이 다영의 귓불을 잘근 물며 말했다. 톡 쏘는 통증과 귓바퀴를 적시는 낮은 목소리. 수혁의 팔을 붙잡았던 다영의 손아귀에 힘이 풀렸다. “앞으로 실험 파트너를 하려면 이 몸을 샅샅이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어디가 약한지. 어디가 민감한지.” “자, 자꾸 내 몸을 서류 보듯 분석할 거예요? 수혁 씨가 이렇게 변태일 줄 몰랐네요.” “큰일이네. 눈물도 맛있어서. 자꾸 울리고 싶어질까 봐.” 정말 몰랐다. 내가 이렇게 제대로 맛이 간 놈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