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밀턴 백작가의 영애 에일, 그녀가 명망 높은 크란 대공의 두 번째 아내가 되었을 때 모두 질투와 부러움 어린 시선을 보냈다. 기대를 안고 시작한 대공비로서의 삶. 그러나 대공저 전체에 드리워진 첫 번째 아내의 그림자, 첫사랑이었던 그녀를 잊지 못한 대공은 조금의 곁도 내어주지 않는다. 철저히 외면받는 아내. 그게 그녀의 현주소였다. 의붓딸 세레나의 관심과 애정으로 외로운 결혼 생활을 버텨내던 어느 날, 아이는 그녀에게 뜻밖의 말을 꺼내어 놓는데... *** 「안녕하세요, 대공님. 3년 전에 결혼을 제의해 주셨을 때 뛸 듯이 기뻤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알게 되었어요. 저는 대공비에 어울리지도 않고, 대공님께 여태 아무 도움도 드리지 못해 송구할 따름이에요. … 」 결국 편지와 이혼 서류를 남기고 대공저를 떠나는 에일, 그녀가 떠나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던 대공은 단 며칠 만에 에일을 찾아낸다. "…내게서 도망친 곳이 고작 여기인가?" 결혼 생활 내내 자신을 외면했던 그의 뜻밖의 행동에 그녀는 당황스럽기만 하다. "돌아가지, 에일." "그대는 내 아내야." 당신이 왜 그렇게 상처받은 듯한 표정을 하고 있죠? 말해봐요. 초야도 치르지 않고 날 침실에 버려둔 사람은 당신이었잖아요? 그녀는 정말이지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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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밀턴 백작가의 영애 에일, 그녀가 명망 높은 크란 대공의 두 번째 아내가 되었을 때 모두 질투와 부러움 어린 시선을 보냈다. 기대를 안고 시작한 대공비로서의 삶. 그러나 대공저 전체에 드리워진 첫 번째 아내의 그림자, 첫사랑이었던 그녀를 잊지 못한 대공은 조금의 곁도 내어주지 않는다. 철저히 외면받는 아내. 그게 그녀의 현주소였다. 의붓딸 세레나의 관심과 애정으로 외로운 결혼 생활을 버텨내던 어느 날, 아이는 그녀에게 뜻밖의 말을 꺼내어 놓는데... *** 「안녕하세요, 대공님. 3년 전에 결혼을 제의해 주셨을 때 뛸 듯이 기뻤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알게 되었어요. 저는 대공비에 어울리지도 않고, 대공님께 여태 아무 도움도 드리지 못해 송구할 따름이에요. … 」 결국 편지와 이혼 서류를 남기고 대공저를 떠나는 에일, 그녀가 떠나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던 대공은 단 며칠 만에 에일을 찾아낸다. "…내게서 도망친 곳이 고작 여기인가?" 결혼 생활 내내 자신을 외면했던 그의 뜻밖의 행동에 그녀는 당황스럽기만 하다. "돌아가지, 에일." "그대는 내 아내야." 당신이 왜 그렇게 상처받은 듯한 표정을 하고 있죠? 말해봐요. 초야도 치르지 않고 날 침실에 버려둔 사람은 당신이었잖아요? 그녀는 정말이지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
불행한 운명을 타고난 악역의 하녀가 되었다. 모든 감각을 차츰차츰 잃어가다가 소설의 도입부에선 귀도 잘 들리지 않게 되는 그런 악역. 이 녀석은 결국 흑화해 모국을 멸망시키려다 죽고, 황실의 명부에서 이름까지 지워진다. 그를 지탱했던 가문의 사람들도 몽땅 처형당하고. 하필 악역의 하녀로 빙의해버렸으니 어쩐다…. 이대로라면 나도 죽을 거잖아. 도망치려 해도 소개장 없는 하녀가 가긴 어딜 가? 그래,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아주는 거야. 그러면 제국 전체를 불구덩이로 밀어 넣으려는 짓은 안 하겠지? 먹, 어, 요. 녹턴의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썼다. 그는 언제나 그렇듯이 금세 알아들었다. 로스트비프를 찍은 포크를 손에 들려주니, 포크의 무게로 고기의 위치를 가늠해 입술을 벌렸다. 소스를 흘리지 않고 먹으려는 걸까? 귀여워라. 녹턴의 식사가 끝난 후, 그녀는 식기를 치우며 혼잣말을 했다. “…….” “…잖…요. 그…니까….” 희미하게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 디아나의 것이라고 판단한 녹턴은 슬쩍 미소를 지었다. 언젠가 그녀의 말을 다 듣게 되면 좋겠다. 그날이 꼭 와주기를. * * * “디아나.” “노…녹턴! 아니, 주인님. 지금 지팡이 없이 걷는 건가요?!” 녹턴은 의자에서 일어나 그녀에게로 걸어갔다. 무릎이 덜덜 떨려 발을 절고, 몸은 버거워 상체가 앞으로 쏠렸다. 누가 봐도 정상적인 걸음걸이가 아니었으나…. 그는 지팡이를 짚지 않고 디아나의 앞에 섰다. 드디어 그녀에게 닿았다. 그만의 힘으로. 녹턴은 디아나의 무릎에 누워 불쌍한 얼굴을 한 채 물었다. “아프지 않은 나는 싫어…?” “그, 그럴 리가 있어요?” “그럼 계속 돌봐줘. 발목이 시큰거리고 머리도 아파. 눈앞이 핑핑 돌아서 기운도 없단 말이야.” “아, 그럼 침대로 옮길 테니 양팔을 조금만 벌려주시겠어요? 누워 있으면 약초액을 달여올게요.” 디아나가 냉큼 소매를 걷어붙이자 녹턴이 이마를 찌푸렸다. 그가 상상했던 것은 그녀와의 즐거운 한때지, 그녀의 노동이 아니었다. “그건 네가 힘드니까 내가 걸어갈게.” “……?” 발이 아프고 어지럽다던 녹턴이 갑자기 혼자 걸어서 침대로 갔다. 디아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뭐지, 이거. 왠지 속고 있는 것 같은데…. 저 녀석이 나으면 다행이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수렁에 빠져드는 기분이 드는 거냐고!
불행한 운명을 타고난 악역의 하녀가 되었다. 모든 감각을 차츰차츰 잃어가다가 소설의 도입부에선 귀도 잘 들리지 않게 되는 그런 악역. 이 녀석은 결국 흑화해 모국을 멸망시키려다 죽고, 황실의 명부에서 이름까지 지워진다. 그를 지탱했던 가문의 사람들도 몽땅 처형당하고. 하필 악역의 하녀로 빙의해버렸으니 어쩐다…. 이대로라면 나도 죽을 거잖아. 도망치려 해도 소개장 없는 하녀가 가긴 어딜 가? 그래,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아주는 거야. 그러면 제국 전체를 불구덩이로 밀어 넣으려는 짓은 안 하겠지? 먹, 어, 요. 녹턴의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썼다. 그는 언제나 그렇듯이 금세 알아들었다. 로스트비프를 찍은 포크를 손에 들려주니, 포크의 무게로 고기의 위치를 가늠해 입술을 벌렸다. 소스를 흘리지 않고 먹으려는 걸까? 귀여워라. 녹턴의 식사가 끝난 후, 그녀는 식기를 치우며 혼잣말을 했다. “…….” “…잖…요. 그…니까….” 희미하게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 디아나의 것이라고 판단한 녹턴은 슬쩍 미소를 지었다. 언젠가 그녀의 말을 다 듣게 되면 좋겠다. 그날이 꼭 와주기를. * * * “디아나.” “노…녹턴! 아니, 주인님. 지금 지팡이 없이 걷는 건가요?!” 녹턴은 의자에서 일어나 그녀에게로 걸어갔다. 무릎이 덜덜 떨려 발을 절고, 몸은 버거워 상체가 앞으로 쏠렸다. 누가 봐도 정상적인 걸음걸이가 아니었으나…. 그는 지팡이를 짚지 않고 디아나의 앞에 섰다. 드디어 그녀에게 닿았다. 그만의 힘으로. 녹턴은 디아나의 무릎에 누워 불쌍한 얼굴을 한 채 물었다. “아프지 않은 나는 싫어…?” “그, 그럴 리가 있어요?” “그럼 계속 돌봐줘. 발목이 시큰거리고 머리도 아파. 눈앞이 핑핑 돌아서 기운도 없단 말이야.” “아, 그럼 침대로 옮길 테니 양팔을 조금만 벌려주시겠어요? 누워 있으면 약초액을 달여올게요.” 디아나가 냉큼 소매를 걷어붙이자 녹턴이 이마를 찌푸렸다. 그가 상상했던 것은 그녀와의 즐거운 한때지, 그녀의 노동이 아니었다. “그건 네가 힘드니까 내가 걸어갈게.” “……?” 발이 아프고 어지럽다던 녹턴이 갑자기 혼자 걸어서 침대로 갔다. 디아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뭐지, 이거. 왠지 속고 있는 것 같은데…. 저 녀석이 나으면 다행이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수렁에 빠져드는 기분이 드는 거냐고!
싸구려 통속극에서나 나오는 허무맹랑한 소리. 유모가 주인집 딸과 제 딸을 바꿔치기하여 구박하며 기른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 하지만 그 일은 누군가에게 일어난 진실이었고, 제니스 바틴이 삶을 강탈당한 과정이었다. 진실을 알게 된 제니스는 피도 눈물도 없다는 블레어 엘 그란티아 공작의 침실에 선다. 한 계절이 채 변하기도 전에 정부를 숱하게 갈아치우고, 심지어 죽여 제 침대를 피로 물들인 적도 있다는 사교계의 전례 없는 난봉꾼이라는 사내. 제니스는 그 소문을 알면서도 자청해 그의 저택으로 기어들었다. 이유는 단 하나, 오로지 그만이 그녀가 갈망하는 복수를 이뤄 줄 수 있으므로. *** "내 정부가 되겠답시고 왔으니 그만한 역량을 보여봐라." 제니스가 떨리는 손으로 단추를 풀고 제 나신을 드러냈다. 시골에서 갓 올라온 처녀답지 않은 매끈한 몸에도 공작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다가와서 입을 맞춰봐." 차갑게 식은 그의 입술에 그녀의 것을 가져다 댔다. 서투른 입맞춤에도 공작은 거부하지 않았다. 제 위에 올라타 허리를 흔들어 보라기에, 기꺼이 그렇게 했다. 뻣뻣하기 그지없는 몸이나마 그를 기쁘게 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무감하게 굴던 공작은 결국 그녀를 안았고, 제니스는 침대에 몸을 기울이며 속으로 되뇌었다. 이 잔혹한 공작의 손에 목숨이 스러지는 한이 있어도 복수는 반드시 이루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