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레서판다 일족의 외동딸 페페. 덫에 걸린 작고 귀여운 댕댕이 테오를 구했다. “다쳤구나!” 독이 묻었을지도 모른다며 상처에 입을 가져다 대는 페페의 모습에, 할 말을 잃은 테오의 입이 벌어졌다. ‘이게 무슨…….’ 독을 빼겠다고 한 짓이 오히려 상처를 내었기 때문인지. 잇자국이라고 난 것이 돌부리에 긁힌 상처보다도 작았기 때문인지. 하찮은 잇자국을 바라보던 테오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애초에 그는 강아지가 아니라 늑대였다. * * * “페페, 저 고양이가 무섭게 했어?” “웅, 초식 수인이라고… 고양이?” 동물의 왕 사자에서 느닷없이 고양이가 된 남자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고양이는 처음 보는구나? 저게 고양이야, 페페. 아주 귀여운 고양이.” 페페가 작게 감탄하며 오동통한 앞발을 입 앞에 모았다. “그리고 쟤는 담비.” 한 발짝 떨어져 있던 곰 수인에게도 새로운 정체성이 부여되었다. “담비 수인이라면…….” 좀 더 몸이 가늘고 길쭉하지 않나. 동물형일 때와 인간형일 때가 꼭 닮아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그 정도 특징은 비슷하게 나타날 줄 알았는데. “살쪄서 그래.” ‘그럼 그렇지.’ 사자와 치타, 재규어보다는 눈치가 빨랐던 곰 수인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답은 정해져 있구나. 나는 맞장구만 치면 되는 거구나. 어쩌다 보니 페페의 앞에 네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테오에게 안긴 페페의 눈높이가 그들보다 낮았던 탓에, 자연스럽게 넷의 무릎이 굽었다. 그렇게 사자와 재규어, 치타와 곰이 늑대에게 받들듯 안겨 있는 레서판다 앞에 무릎을 꿇는 모양새가 되었다.
2023년 10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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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폐소설 <새장에 갇힌 새>에 빙의한 윈터벨은 직감했다. 학대와 이혼으로 피폐 남주가 될 아이를 구하기 위해 나는 이곳에 온 거라고. “괴물은 오지 않을 거야. 잠들 때까지 엄마가 곁을 지켜줄게.” 그렇게 아이를 학대에서 구출하고 넘치도록 사랑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전쟁에서 돌아온 남편과 화해해 이혼을 막으면 끝이라 믿었건만. “내가 너를 싫어하는 이유라.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 그거면 충분하지 않나?” “이 계약이 내게 지우는 의무는 없어. 함께 보내는 밤 역시 내 호의라는 걸 잊지 말도록.” “예전이 더 나을 지경이야. 그때의 너는 지독했을지언정 가증스럽지는 않았거든.” 윈터벨을 향한 클리포드의 증오는 생각보다 깊었다. 그리하여 윈터벨은 남편에게 제안했다. 단 일 년. 그 시간이 지나면 깔끔히 이혼해 주기로. *** 계약으로 얻은 일 년의 시간 동안 윈터벨은 클리포드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당신은 정말, 에드를 사랑하지 않나요?” 보잘것없는 희망을 모두 건 물음에 끝내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제야 윈터벨은 내내 외면했던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남편을 떠나야만 했다. *** 마침내 약속했던 결혼 기간이 끝나는 날. 그날만을 기다렸을 남편에게 친절히 먼저 찾아가 주었건만. “네가 제안했던 계약은 끝났어.” “…….” “하지만 계약이 끝나고 나서도 내가 여전히 이혼을 원할 거라는 약속은 없었거든.” 남편의 태도가 달라졌다. “내게도 기회를 줘, 윈터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