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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은 2023년 3월에 1~2권 본문 내용 개정을 진행하고 도서 파일을 수정 배포하였으므로, 도서 이용 시 참고를 부탁드립니다. 강채헌. 고등학교 동창이자 대학교 동기이며 내 오랜 짝사랑 상대. 늘 먹이사슬의 꼭대기를 차지하면서도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다정한 남자. 봄볕처럼 따뜻하게 웃을 땐 꼭 온 세상이 빛나는 것 같지. 그런데. 모두에게 친절한 너는 왜 내게만 불친절할까. [본문 중] 강채헌이 누굴 사귀든 정윤과는 상관없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이라는 현실은 변하지 않았으니까. 브라운관 속 연예인을 좋아하듯, 그렇게 가망 없고 현실성 없는 욕심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다. 자신이 강채헌과 맺어질 수 있으리라고도 감히 생각한 적 없다. 그렇다고 그의 곁에 다른 이가 있는 모습을 상상한 적 역시 없었다. 어떻게 교실까지 왔는지도 모르겠다. 왁자지껄한 아이들 틈에서 혼자 입을 다문 정윤은 의자에 앉아 창밖을 멍하니 응시했다. 쨍한 석양빛이 눈이 시릴 만큼 강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울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 교복만 가만히 쥐어짰다. 그날. 정윤은 집에 돌아가 한참을 울었다.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그 누구도 들을 수 없게 홀로 그렇게 울었다. 잘 마른 베개 천이 천천히 젖어 들고 뜨거운 호흡이 힘겹게 뱉어졌다. 첫사랑. 걸려도 아주 지독한 첫사랑에 걸린 것이다. 괴로운 사랑의 열병이었다. *** “너 스킨십 되게 싫어하나 보다.” 스킨십이 아니라 내가 싫은 거겠지만. 서정윤이 자조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둘 사이의 어색함을 깨뜨려 보려는 질문이기도 했다. 하긴 생각해 보면, 강채헌이 누군가와 붙어 있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친구와 어깨동무를 한다거나 하는 그런 가벼운 신체 접촉조차 말이다. 태생적으로 타인과 몸을 닿기 싫어하는 그런 타입일지도 모른다. 채헌이 테이블 위를 나뒹구는 빨간 사과를 쥐어 들며 말했다. “싫어하지 않아.” “…어?” “좋아해.” 순간 정윤은 자신에게 하는 말인 줄 알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입만 벙긋거리고 있으려니 채헌이 무감각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내가 만지는 것도, 다른 사람이 만지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과 닿는 건, 다.”

완결 여부완결
에피소드1 권
연령 등급성인

세부 정보

팬덤 지표

🌟 BL 소설 중 상위 0.61%

👥

평균 이용자 수 12,637

📝

전체 플랫폼 평점

10

📊 플랫폼 별 순위

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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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친절한 너는 왜 1권

*본 작품은 19세 관람가 작품을 15세 이용등급에 맞게 클린버전으로 수정한 작품입니다. 강채헌. 고등학교 동창이자 대학교 동기이며 내 오랜 짝사랑 상대. 늘 먹이사슬의 꼭대기를 차지하면서도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다정한 남자. 봄볕처럼 따뜻하게 웃을 땐 꼭 온 세상이 빛나는 것 같지. 그런데. 모두에게 친절한 너는 왜 내게만 불친절할까. [본문 중] 강채헌이 누굴 사귀든 정윤과는 상관없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이라는 현실은 변하지 않았으니까. 브라운관 속 연예인을 좋아하듯, 그렇게 가망 없고 현실성 없는 욕심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다. 자신이 강채헌과 맺어질 수 있으리라고도 감히 생각한 적 없다. 그렇다고 그의 곁에 다른 이가 있는 모습을 상상한 적 역시 없었다. 어떻게 교실까지 왔는지도 모르겠다. 왁자지껄한 아이들 틈에서 혼자 입을 다문 정윤은 의자에 앉아 창밖을 멍하니 응시했다. 쨍한 석양빛이 눈이 시릴 만큼 강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울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 교복만 가만히 쥐어짰다. 그날. 정윤은 집에 돌아가 한참을 울었다.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그 누구도 들을 수 없게 홀로 그렇게 울었다. 잘 마른 베개 천이 천천히 젖어 들고 뜨거운 호흡이 힘겹게 뱉어졌다. 첫사랑. 걸려도 아주 지독한 첫사랑에 걸린 것이다. 괴로운 사랑의 열병이었다. *** “너 스킨십 되게 싫어하나 보다.” 스킨십이 아니라 내가 싫은 거겠지만. 서정윤이 자조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둘 사이의 어색함을 깨뜨려 보려는 질문이기도 했다. 하긴 생각해 보면, 강채헌이 누군가와 붙어 있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친구와 어깨동무를 한다거나 하는 그런 가벼운 신체 접촉조차 말이다. 태생적으로 타인과 몸을 닿기 싫어하는 그런 타입일지도 모른다. 채헌이 테이블 위를 나뒹구는 빨간 사과를 쥐어 들며 말했다. “싫어하지 않아.” “…어?” “좋아해.” 순간 정윤은 자신에게 하는 말인 줄 알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입만 벙긋거리고 있으려니 채헌이 무감각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내가 만지는 것도, 다른 사람이 만지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과 닿는 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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짖지도 않고 7권 (외전)

※ 작중 다소 강압적인 관계 및 장면이 일부 등장하오니 도서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또한 등장인물의 대사는 작가의 사상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주해강에게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5년이나 홀로 품고 있는 첫사랑이 있다. 어느 날, 그 첫사랑을 길 위에서 마주쳤다. 그것도 그 첫사랑이 여자 친구에게 뺨을 맞고 있는 최악의 상황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끝날 일회성 재회라고 생각했건만. “재밌었냐? 아까 나 처맞는 거 보니까 재미있었냐고.” 이상한 방식으로 더럽게 얽히기 시작한다. “정유현. 그런데 우리는 무슨 사이인 거냐?” “음… 형 게이 아니라며. 나도 아니거든. 내가 형한테 꼴리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사귈 수는 없잖아.”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어. 별 의미는 없고… 진짜 그냥 궁금해서.” “다행이다. 나 사귀면 잘 못해 주거든. 우린 오래오래 친하게 지내자.” 혐오는 없었으나 명백한 거절이 다정하게 돌아왔다. 해강은 입술을 깨물었다. 오래오래 친하게 지내자니. 이렇게 끌어안은 채 잠들고, 침대 위를 뒹굴며 섹스하는 게 네겐 단순한 ‘친밀함’인 거야? 뭐 이래. 뭐가 이렇게…. 뭐가 이렇게 쉽고 잔인해. *** “넌 첫사랑 없댔지. 그럼 짝사랑은 해 봤어?” 해강이 유현을 향해 나지막이 물었다. “짝사랑? 그딴 걸 왜 해.” “좋아하면 하는 거지, 뭘 왜 해.” “그러니까, 좋아하면 사귀면 되지 짝사랑을 왜 하냐고.” 해강은 허탈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치. 좋으면 사귀면 되는 거지…. 하지만 사귀고 싶다고 누구나 상대와 사귈 수 있는 건 아니잖아.’ 그렇게 말해 보았자 유현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아 굳이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사람에게는 각자 나름의 세상이 있다. 유현의 세상에서는 아마 ‘거절’이나 ‘거부’, ‘짝사랑’ 같은 단어는 등록되어 있지 않았을 거다. “너 차여 본 적도 없지.” “아니, 많아. 먼저 사귀자더니 헤어지자는 말도 먼저 하던데. 재수 없다고.” “그렇게 차이면 안 힘들었어?” “힘들 게 뭐 있어. 나 싫어 간다는데. 돌이킬 수 없는 일에 매달리는 건 추한 거야.” 추한 거. 해강이 작게 유현의 말을 따라 읊조렸다. 정유현, 지금 네 앞에 세상 제일가는 추한 사람이 있다. 내 사랑은 너와 달라. 하나도 멋있지 않아. 늘 찌질하고 한심해. “누가 그러더라. 진짜 사랑하면 사람 다 변한다고. 아무리 개차반이라도 진짜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간이고 쓸개고 통장이고 다 빼 주고 무릎 꿇는대.” 유현의 어깨에 코를 박은 채 잠꼬대처럼 웅얼거리자, 유현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놀고 있네. 그딴 거 다 개소리야. 사람은 절대 안 바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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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친절한 너는 왜 3권 (외전)

※본 작품은 2023년 3월에 1~2권 본문 내용 개정을 진행하고 도서 파일을 수정 배포하였으므로, 도서 이용 시 참고를 부탁드립니다. 강채헌. 고등학교 동창이자 대학교 동기이며 내 오랜 짝사랑 상대. 늘 먹이사슬의 꼭대기를 차지하면서도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다정한 남자. 봄볕처럼 따뜻하게 웃을 땐 꼭 온 세상이 빛나는 것 같지. 그런데. 모두에게 친절한 너는 왜 내게만 불친절할까. [본문 중] 강채헌이 누굴 사귀든 정윤과는 상관없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이라는 현실은 변하지 않았으니까. 브라운관 속 연예인을 좋아하듯, 그렇게 가망 없고 현실성 없는 욕심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다. 자신이 강채헌과 맺어질 수 있으리라고도 감히 생각한 적 없다. 그렇다고 그의 곁에 다른 이가 있는 모습을 상상한 적 역시 없었다. 어떻게 교실까지 왔는지도 모르겠다. 왁자지껄한 아이들 틈에서 혼자 입을 다문 정윤은 의자에 앉아 창밖을 멍하니 응시했다. 쨍한 석양빛이 눈이 시릴 만큼 강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울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 교복만 가만히 쥐어짰다. 그날. 정윤은 집에 돌아가 한참을 울었다.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그 누구도 들을 수 없게 홀로 그렇게 울었다. 잘 마른 베개 천이 천천히 젖어 들고 뜨거운 호흡이 힘겹게 뱉어졌다. 첫사랑. 걸려도 아주 지독한 첫사랑에 걸린 것이다. 괴로운 사랑의 열병이었다. *** “너 스킨십 되게 싫어하나 보다.” 스킨십이 아니라 내가 싫은 거겠지만. 서정윤이 자조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둘 사이의 어색함을 깨뜨려 보려는 질문이기도 했다. 하긴 생각해 보면, 강채헌이 누군가와 붙어 있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친구와 어깨동무를 한다거나 하는 그런 가벼운 신체 접촉조차 말이다. 태생적으로 타인과 몸을 닿기 싫어하는 그런 타입일지도 모른다. 채헌이 테이블 위를 나뒹구는 빨간 사과를 쥐어 들며 말했다. “싫어하지 않아.” “…어?” “좋아해.” 순간 정윤은 자신에게 하는 말인 줄 알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입만 벙긋거리고 있으려니 채헌이 무감각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내가 만지는 것도, 다른 사람이 만지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과 닿는 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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짖지도 않고 1~5권

주해강에게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5년이나 홀로 품고 있는 첫사랑이 있다. 어느 날, 그 첫사랑을 길 위에서 마주쳤다. 그것도 그 첫사랑이 여자 친구에게 뺨을 맞고 있는 최악의 상황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끝날 일회성 재회라고 생각했건만. “재밌었냐? 아까 나 처맞는 거 보니까 재미있었냐고.” 이상한 방식으로 더럽게 얽히기 시작한다. “정유현. 그런데 우리는 무슨 사이인 거냐?” “음… 형 게이 아니라며. 나도 아니거든. 내가 형한테 끌리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사귈 수는 없잖아.”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어. 별 의미는 없고… 진짜 그냥 궁금해서.” “다행이다. 나 사귀면 잘 못해 주거든. 우린 오래오래 친하게 지내자.” 혐오는 없었으나 명백한 거절이 다정하게 돌아왔다. 해강은 입술을 깨물었다. 오래오래 친하게 지내자니. 이렇게 끌어안은 채 잠들고, 침대 위를 뒹구는 게 네겐 단순한 ‘친밀함’인 거야? 뭐 이래. 뭐가 이렇게…. 뭐가 이렇게 쉽고 잔인해. *** “넌 첫사랑 없댔지. 그럼 짝사랑은 해 봤어?” 해강이 유현을 향해 나지막이 물었다. “짝사랑? 그딴 걸 왜 해.” “좋아하면 하는 거지, 뭘 왜 해.” “그러니까, 좋아하면 사귀면 되지 짝사랑을 왜 하냐고.” 해강은 허탈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치. 좋으면 사귀면 되는 거지…. 하지만 사귀고 싶다고 누구나 상대와 사귈 수 있는 건 아니잖아.’ 그렇게 말해 보았자 유현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아 굳이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사람에게는 각자 나름의 세상이 있다. 유현의 세상에서는 아마 ‘거절’이나 ‘거부’, ‘짝사랑’ 같은 단어는 등록되어 있지 않았을 거다. “너 차여 본 적도 없지.” “아니, 많아. 먼저 사귀자더니 헤어지자는 말도 먼저 하던데. 재수 없다고.” “그렇게 차이면 안 힘들었어?” “힘들 게 뭐 있어. 나 싫어 간다는데. 돌이킬 수 없는 일에 매달리는 건 추한 거야.” 추한 거. 해강이 작게 유현의 말을 따라 읊조렸다. 정유현, 지금 네 앞에 세상 제일가는 추한 사람이 있다. 내 사랑은 너와 달라. 하나도 멋있지 않아. 늘 찌질하고 한심해. “누가 그러더라. 진짜 사랑하면 사람 다 변한다고. 아무리 개차반이라도 진짜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간이고 쓸개고 통장이고 다 빼 주고 무릎 꿇는대.” 유현의 어깨에 코를 박은 채 잠꼬대처럼 웅얼거리자, 유현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놀고 있네. 그딴 거 다 개소리야. 사람은 절대 안 바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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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친절한 너는 왜 2권

※본 작품은 2023년 3월에 1~2권 본문 내용 개정을 진행하고 도서 파일을 수정 배포하였으므로, 도서 이용 시 참고를 부탁드립니다. 강채헌. 고등학교 동창이자 대학교 동기이며 내 오랜 짝사랑 상대. 늘 먹이사슬의 꼭대기를 차지하면서도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다정한 남자. 봄볕처럼 따뜻하게 웃을 땐 꼭 온 세상이 빛나는 것 같지. 그런데. 모두에게 친절한 너는 왜 내게만 불친절할까. [본문 중] 강채헌이 누굴 사귀든 정윤과는 상관없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이라는 현실은 변하지 않았으니까. 브라운관 속 연예인을 좋아하듯, 그렇게 가망 없고 현실성 없는 욕심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다. 자신이 강채헌과 맺어질 수 있으리라고도 감히 생각한 적 없다. 그렇다고 그의 곁에 다른 이가 있는 모습을 상상한 적 역시 없었다. 어떻게 교실까지 왔는지도 모르겠다. 왁자지껄한 아이들 틈에서 혼자 입을 다문 정윤은 의자에 앉아 창밖을 멍하니 응시했다. 쨍한 석양빛이 눈이 시릴 만큼 강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울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 교복만 가만히 쥐어짰다. 그날. 정윤은 집에 돌아가 한참을 울었다.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그 누구도 들을 수 없게 홀로 그렇게 울었다. 잘 마른 베개 천이 천천히 젖어 들고 뜨거운 호흡이 힘겹게 뱉어졌다. 첫사랑. 걸려도 아주 지독한 첫사랑에 걸린 것이다. 괴로운 사랑의 열병이었다. *** “너 스킨십 되게 싫어하나 보다.” 스킨십이 아니라 내가 싫은 거겠지만. 서정윤이 자조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둘 사이의 어색함을 깨뜨려 보려는 질문이기도 했다. 하긴 생각해 보면, 강채헌이 누군가와 붙어 있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친구와 어깨동무를 한다거나 하는 그런 가벼운 신체 접촉조차 말이다. 태생적으로 타인과 몸을 닿기 싫어하는 그런 타입일지도 모른다. 채헌이 테이블 위를 나뒹구는 빨간 사과를 쥐어 들며 말했다. “싫어하지 않아.” “…어?” “좋아해.” 순간 정윤은 자신에게 하는 말인 줄 알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입만 벙긋거리고 있으려니 채헌이 무감각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내가 만지는 것도, 다른 사람이 만지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과 닿는 건, 다.”

thumnail

모두에게 친절한 너는 왜

※본 작품은 2023년 3월에 1~2권 본문 내용 개정을 진행하고 도서 파일을 수정 배포하였으므로, 도서 이용 시 참고를 부탁드립니다. 강채헌. 고등학교 동창이자 대학교 동기이며 내 오랜 짝사랑 상대. 늘 먹이사슬의 꼭대기를 차지하면서도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다정한 남자. 봄볕처럼 따뜻하게 웃을 땐 꼭 온 세상이 빛나는 것 같지. 그런데. 모두에게 친절한 너는 왜 내게만 불친절할까. [본문 중] 강채헌이 누굴 사귀든 정윤과는 상관없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이라는 현실은 변하지 않았으니까. 브라운관 속 연예인을 좋아하듯, 그렇게 가망 없고 현실성 없는 욕심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다. 자신이 강채헌과 맺어질 수 있으리라고도 감히 생각한 적 없다. 그렇다고 그의 곁에 다른 이가 있는 모습을 상상한 적 역시 없었다. 어떻게 교실까지 왔는지도 모르겠다. 왁자지껄한 아이들 틈에서 혼자 입을 다문 정윤은 의자에 앉아 창밖을 멍하니 응시했다. 쨍한 석양빛이 눈이 시릴 만큼 강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울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 교복만 가만히 쥐어짰다. 그날. 정윤은 집에 돌아가 한참을 울었다.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그 누구도 들을 수 없게 홀로 그렇게 울었다. 잘 마른 베개 천이 천천히 젖어 들고 뜨거운 호흡이 힘겹게 뱉어졌다. 첫사랑. 걸려도 아주 지독한 첫사랑에 걸린 것이다. 괴로운 사랑의 열병이었다. *** “너 스킨십 되게 싫어하나 보다.” 스킨십이 아니라 내가 싫은 거겠지만. 서정윤이 자조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둘 사이의 어색함을 깨뜨려 보려는 질문이기도 했다. 하긴 생각해 보면, 강채헌이 누군가와 붙어 있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친구와 어깨동무를 한다거나 하는 그런 가벼운 신체 접촉조차 말이다. 태생적으로 타인과 몸을 닿기 싫어하는 그런 타입일지도 모른다. 채헌이 테이블 위를 나뒹구는 빨간 사과를 쥐어 들며 말했다. “싫어하지 않아.” “…어?” “좋아해.” 순간 정윤은 자신에게 하는 말인 줄 알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입만 벙긋거리고 있으려니 채헌이 무감각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내가 만지는 것도, 다른 사람이 만지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과 닿는 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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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좋아했는데

#학원/캠퍼스물 #짝사랑 #첫사랑 #친구>연인 #무자각집착공 #쌍방삽질 #일상물 자그마치 6년. 그간 도연은 현오를 향한 마음을 접으려 부단히도 노력했다. 도연이 이제 제 마음을 온전히 숨길 수 있다고 자부했을 때, 현오는 어딘가 비틀려 있었다. “도연이 너는.” “어?” “너는 우리 어떤데. 너는 날 위해 나랑 잘 수 있어?” “어어?” “나는 할 수 있었는데, 너는.” “.......” “너도 그 정도로 내가 소중해?” 도연은 몹시 난감해졌다. 아무래도 아까부터 이상한 소리를 계속 지껄이는 걸 보니 현오가 꽤 취한 게 분명했다. 도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최대한 가볍게 대답했다. “아니, 나는 못 할 것 같은데. 그리고 지금 중요한 건… 내가 너한테 키스해 달라고 하거나 사귀어 달라고 하지 않을 거란 사실이야. 나 이제 진짜 너 안 좋아한다니까. 정말. 우리 진짜 친구. 저스트 프렌드. 걱정하지 마.” 현오의 표정이 차츰차츰 색을 잃었다. 무섭도록 삭막해지더니 입꼬리가 비스듬하게 올라갔다. “도연아. 그 정도도 못 하면서 무슨 소중한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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짖지도 않고

※ 작중 다소 강압적인 관계 및 장면이 일부 등장하오니 도서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또한 등장인물의 대사는 작가의 사상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주해강에게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5년이나 홀로 품고 있는 첫사랑이 있다. 어느 날, 그 첫사랑을 길 위에서 마주쳤다. 그것도 그 첫사랑이 여자 친구에게 뺨을 맞고 있는 최악의 상황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끝날 일회성 재회라고 생각했건만. “재밌었냐? 아까 나 처맞는 거 보니까 재미있었냐고.” 이상한 방식으로 더럽게 얽히기 시작한다. “정유현. 그런데 우리는 무슨 사이인 거냐?” “음… 형 게이 아니라며. 나도 아니거든. 내가 형한테 꼴리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사귈 수는 없잖아.”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어. 별 의미는 없고… 진짜 그냥 궁금해서.” “다행이다. 나 사귀면 잘 못해 주거든. 우린 오래오래 친하게 지내자.” 혐오는 없었으나 명백한 거절이 다정하게 돌아왔다. 해강은 입술을 깨물었다. 오래오래 친하게 지내자니. 이렇게 끌어안은 채 잠들고, 침대 위를 뒹굴며 섹스하는 게 네겐 단순한 ‘친밀함’인 거야? 뭐 이래. 뭐가 이렇게…. 뭐가 이렇게 쉽고 잔인해. *** “넌 첫사랑 없댔지. 그럼 짝사랑은 해 봤어?” 해강이 유현을 향해 나지막이 물었다. “짝사랑? 그딴 걸 왜 해.” “좋아하면 하는 거지, 뭘 왜 해.” “그러니까, 좋아하면 사귀면 되지 짝사랑을 왜 하냐고.” 해강은 허탈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치. 좋으면 사귀면 되는 거지…. 하지만 사귀고 싶다고 누구나 상대와 사귈 수 있는 건 아니잖아.’ 그렇게 말해 보았자 유현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아 굳이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사람에게는 각자 나름의 세상이 있다. 유현의 세상에서는 아마 ‘거절’이나 ‘거부’, ‘짝사랑’ 같은 단어는 등록되어 있지 않았을 거다. “너 차여 본 적도 없지.” “아니, 많아. 먼저 사귀자더니 헤어지자는 말도 먼저 하던데. 재수 없다고.” “그렇게 차이면 안 힘들었어?” “힘들 게 뭐 있어. 나 싫어 간다는데. 돌이킬 수 없는 일에 매달리는 건 추한 거야.” 추한 거. 해강이 작게 유현의 말을 따라 읊조렸다. 정유현, 지금 네 앞에 세상 제일가는 추한 사람이 있다. 내 사랑은 너와 달라. 하나도 멋있지 않아. 늘 찌질하고 한심해. “누가 그러더라. 진짜 사랑하면 사람 다 변한다고. 아무리 개차반이라도 진짜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간이고 쓸개고 통장이고 다 빼 주고 무릎 꿇는대.” 유현의 어깨에 코를 박은 채 잠꼬대처럼 웅얼거리자, 유현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놀고 있네. 그딴 거 다 개소리야. 사람은 절대 안 바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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