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서 도망치는 겁니까?” “주인에게서요.” 해강의 대답에 우진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그도 느낀 것이다. 제 입에서 나온 말이 가지고 있는 무게감을. “내가 있던 곳이 다른 이들에겐 로망일 수도 있지만, 내겐 그저 짐승우리처럼 느껴졌어요. 그곳은,” 해강은 차오르는 감정에 말과 말 사이 텀을 두었다. 그녀에게 거긴 두 번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차라리 두 다리를 잘라내고 말지, 제 발로는 절대. “그곳은 사람을 사육하는 곳과 다름없었거든요.” 그렇다고 당장 갈 데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디든 '그'의 눈길이 닿아 있을 테니. 앞길이 막막한 해강에게 우진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해왔다. “나와 결혼합시다. 그럼 내가 새로운 신분을 만들어주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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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엔 암암리에 떠도는 명제가 하나 있다. 권력이 갖고 싶다면 권은형을 먼저 가져라. 생화학무기 E-SP의 개발자이자 천재 연구원 권은형. 그리고 오직 그녀만을 위해 설립된 국가 기관 KEH집중관리센터. 하지만 답답함을 참다못한 은형은 바깥 구경을 요구하고, 그녀의 외부 경호를 맡을 경호원이 센터로 파견된다. “지민규입니다.” 그렇게 15년째 센터에 갇힌 채 멈추어 있던 권은형의 시간이 지민규 한 사람으로 인해 흘러가기 시작한다. “나 연애가 하고 싶은데, 민규야.” “계약이 만료될 때까지면, 어때요?” 그러나 꿈결 같은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고, E-SP의 완성을 기다리던 이들이 민규를 인질로 삼아 은형을 협박하기 시작하는데…….
“나도 일일이 설명해주고 싶은데 그러기엔 내가 너무 갈증이 나서.” 순식간에 좁혀진 거리에 피할 틈도 없이 눈을 꽉 감았다. 감독이 최고의 배우를 섭외하기 위해 자리를 만드는 건 흔한 일이었다. 충무로의 스타 감독, 강은기를 만났을 때만 해도 아무런 의심이 없었다. 그가 욕망을 품은 눈동자를 고스란히 드러내기 전에는. “그렇게 입을 막으면 키스를 못하잖아.” 그런데 뭐지, 이 당당함은? “내가 급하다 했잖아. 갈증이 나 미치겠으니 협조 좀 해.” 집어삼켜진다는 위협적인 느낌과 함께 다가온 것은 예상치 못한 날카로운 통증이었다.
“김우솔 씨에게 애인 대행 아르바이트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의붓오빠 결혼식이 열리던 호텔에서 우연히 마주친 남자. 그는 거액의 빚을 갚아주는 조건으로 우솔에게 ‘애인 대행’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기간은 우리 아버지께서 내 결혼을 포기할 때까지.” “제가 해야 할 일은 뭐예요?” “별 거 없습니다. 그냥 내 옆에서 여타 연인처럼 행동하면 됩니다. 방긋방긋 웃는 것부터,” 바닥을 보이는 우솔의 것과는 다르게 아직도 반 이상 남은 커피를 들며 도훈이 웃었다. “물이나 뺨을 맞는 것까지.” “…….” “아마 머지않아 내 약혼녀가 등장할 테니 꽤 힘내셔야 할 겁니다.” “결혼을 하기 싫은 거예요? 아니면.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어요?” 그저 조금 떠보려던 것인데 의외로 진지한 대답이 돌아왔다. “맞아요. 내겐 이미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습니다.” 돈 받은 만큼 적당히 속이고 끝낼 연극에 예상치 못한 ‘사랑’이 개입된 순간, 우솔의 나쁜 연극은 시작되었다.
차완은 개였다.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적당한 때 손만 내밀어주면 알아서 얼굴을 부비고 꼬리를 흔드는. 태경은 그런 완을 한심해하면서도 아꼈다. 제게 큰 이득을 가져다줄 여자니까. “그나저나, 이 사람은 누구예요?” 그런데 이게 말이나 되나. 어제까지만 해도 저 머릿속은 온통 저로 가득 차 있었는데. 헌신적이던 제 개가 이리 목줄을 끊어낼 줄은 맹세코 몰랐다. 늘 흐리게 웃던 얼굴 위로 예민함이 자리하고, 사랑을 갈구하던 눈은 본 적 없는 적대감으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왜 말이 없어. 너 새끼 누구냐고요.” 이쯤에서 그는 인정해야 했다. 차완이 한태경을 잊었다.
“누구에게서 도망치는 겁니까?” “주인에게서요.” 해강의 대답에 우진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그도 느낀 것이다. 제 입에서 나온 말이 가지고 있는 무게감을. “내가 있던 곳이 다른 이들에겐 로망일 수도 있지만, 내겐 그저 짐승우리처럼 느껴졌어요. 그곳은,” 해강은 차오르는 감정에 말과 말 사이 텀을 두었다. 그녀에게 거긴 두 번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차라리 두 다리를 잘라내고 말지, 제 발로는 절대. “그곳은 사람을 사육하는 곳과 다름없었거든요.” 그렇다고 당장 갈 데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디든 '그'의 눈길이 닿아 있을 테니. 앞길이 막막한 해강에게 우진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해왔다. “나와 결혼합시다. 그럼 내가 새로운 신분을 만들어주도록 하죠.”
아파트에서 나와 왼쪽으로 한 블록, 코너를 돌면 나오는 빨간 문. “어서 오세요. 카페 ‘IN HEVN’입니다.” 반반한 얼굴, 아기자기한 분위기로 유명한 카페의 사장이자 세상 고민이라고는 하나 없던 유진과 “앞으로 자주 올 거야. 어쩌면 매일. 여기 맘에 들어.” 그런 유진의 유일한 고민이 되어 버린 은석. “넌 얼굴이 귀염상이라 내리는 게 훨씬 어울려.” “사실 나도 좀 설레었어. 방금 너 머리 묶을 때.” “얼씨구, 그러셨어.” 투덜거리면서도 귀가 빨개지는 네가 점점 귀여워 보인다. “왜 내가 이렇게 신경을 써야 하는지 모르겠어.” “그럼 날 좋아하면 되겠네.” “좋아하는 사람 있어. 날 하루빨리 데리러 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사실 그것도 별로 상관없어. “넌 그 사람 계속 좋아해. 난 너 좋아할게.” 친구보단 연인이 좋은 유진과 연인보단 친구가 좋은 은석. 과연 우리가 서로에게 닿을 수 있을까?
“김우솔 씨에게 애인 대행 아르바이트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의붓오빠 결혼식이 열리던 호텔에서 우연히 마주친 남자. 그는 거액의 빚을 갚아주는 조건으로 우솔에게 ‘애인 대행’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기간은 우리 아버지께서 내 결혼을 포기할 때까지.” “제가 해야 할 일은 뭐예요?” “별 거 없습니다. 그냥 내 옆에서 여타 연인처럼 행동하면 됩니다. 방긋방긋 웃는 것부터,” 바닥을 보이는 우솔의 것과는 다르게 아직도 반 이상 남은 커피를 들며 도훈이 웃었다. “물이나 뺨을 맞는 것까지.” “…….” “아마 머지않아 내 약혼녀가 등장할 테니 꽤 힘내셔야 할 겁니다.” “결혼을 하기 싫은 거예요? 아니면.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어요?” 그저 조금 떠보려던 것인데 의외로 진지한 대답이 돌아왔다. “맞아요. 내겐 이미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습니다.” 돈 받은 만큼 적당히 속이고 끝낼 연극에 예상치 못한 ‘사랑’이 개입된 순간, 우솔의 나쁜 연극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