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자. 1년이면 돼.” 어린 시절부터 줄곧 짝사랑해 왔던, 그러나 감히 욕심내지 못했던 남자에게 청혼을 받았다. “왜… 저예요? 오빠가 왜 저랑 결혼하려고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강재 오빠와 난 아무 사이도 아니었는데. 오빠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었는데. 우리 엄마가 오빠 엄마를 배신했는데…. “선재가 널 좋아하니까. 길어야 1년이래. 난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선재가 가진 걸 다 가져 보려 해.” “저는 오빠 좋아해요.” “……알아.” “결혼할게요. 아니, 할래요.” 고작 1년짜리라 해도, 이용당하다 버려진다고 해도, 좋았다.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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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 코스메틱 대표 이사의 사생아, 최상아. 누구에게도 따뜻한 보살핌과 사랑을 받지 못했던 그녀의 목표는 줄곧 하나였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자립하여, 자신을 사랑해 줄 유일한 가족인 엄마를 찾아 행복하게 사는 것. 사랑에 목이 말라 아버지에게 인정받고자 무던히 노력했고 자신과 달리 손쉽게 사랑받는 배다른 언니와 오빠가 늘 부러웠다. 그녀는 그들을 보며 항상 희망했다. 언젠가 가정을 꾸려 새로운 가족과 식탁 앞에서 하하 호호 웃고 떠드는 그날이 오기를. 그런데 어느 날, 기적처럼 그녀에게 가족이 되어 줄 사람이 생겼다. “상아 씨한텐 재고 싶지 않네. 좋으면 좋다, 예쁘면 예쁘다. 내가 느낀 대로 말하고 싶어요.” 그가 가족이 되어 줄 수만 있다면, 그녀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의 본모습과 그녀를 향한 그의 진심을 알기 전까지는.
이상형이었던 남자 친구가 절친과 바람이 나 이별을 고했다. 실연의 아픔을 극복하고 열심히 살아가던 혜인에게 어느 날 그녀를 배신한 전 남자 친구와 절친한 친구의 청첩장이 도착한다. 복수심에 불타오른 혜인은 이상형과는 정반대이자, 전 남친의 콧대를 꺾어 줄 만한 남자와 함께 그들의 결혼식에 참석하기로 결심하는데……. 상대는 바로 잘생기고 훤칠한 데다 스펙마저 훌륭한 본부장, 한지완. 회식 자리에서 벌칙에 걸린 지완을 대신해 흑장미가 된 혜인은 소원권을 얻게 되고, 전 남자 친구의 결혼식에 그와 함께 참석하게 된다. “나는 정혜인 씨랑 키스하고 싶은데.” “…….” “키스해도 됩니까?” 고마움을 표시할 겸 근처의 바에 들러 술을 마시다 보니 분위기가 짙어지고, 알 것 다 아는 성인들의 하룻밤 실수로 넘어가고 싶었으나, 웬걸. 지완은 혜인에게 시도 때도 없이 들이대는데…….
“알려 줘. 어떤 걸 원하는지.” “나야 뭐. 잘 젖기만 하면 돼.” 소문 속 개망나니이자 백다정의 첫사랑 류강현. 다정이 강요에 못 이겨 나갔던 선 자리에서 만난 상대였다. “애쓰지 말고, 나한테 별 기대도 하지 마.” 미운 말을 하는데, 손길은 조심스러웠다. 사랑 없이 시작한 결혼이었지만 애틋했다. “난 너라는 애를 잘 모르겠어.” “그게 무슨…….” “내 기분을 몇 번씩이나 오르락내리락하게 만들어.” 어쩌면 이제는 행복할 거라고, 믿어 볼 수 있을 만큼. “넘어가 주려고 했었거든. 그런 너라도 품어 보려고. 근데 안 된다. 징그럽고 끔찍해.” 한순간, 모든 게 파탄 나기 전까지는. * “내가 네 아이 아빠잖아. 양육권을 주장할 수도 있고, 친권을 주장할 수도 있겠지.” “그러기만 해!” 다정이 흥분해서는 양손으로 그의 목을 쥐었다. 목을 조를 것처럼 굴고 있지만, 막상 그녀의 손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당신 아들 아니야.” “확인해 봐야 알겠지.” “확인? 털끝 하나라도 건드는 날엔 내가 당신 죽여 버릴 거야.” 어느새 다정의 눈가가 벌겋게 물들었다. “다정아. 이런 식으론 나 못 죽여.” 강현이 다정의 손 위에 제 손을 겹치며 말했다. “이렇게 떨면서 어떻게 목을 졸라. 여기 숨통을 꽉 막아야지.”
환영받을 수 없는 존재로 태어난 혜원. 고통스러운 나날 속에서 만났던 태인은 희망이자 구원이었다. “너한테 난 뭐였는데!” “……윤재 오빠 동생.” 태인만큼은 자신과 같은 절망을 느끼지 않길 바랐다. 그래서 태인의 행복을 위해서 거짓말했다. 널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하겠다고 다짐했으니까. “우리, 다시는 보지 말자.” 비록 네가 나를 증오하게 될지라도. * “형이랑 결혼하려는 이유가 뭐야?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는 데도 갖고 싶을 정도로?” 태인이 연신 시근덕거리다 혜원의 젖은 눈을 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대체 네가 원하는 게 뭔데?” “너.” 이 결혼을 거부하려면 정말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길을 막는 것이 될 테니. 그렇기에 혜원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제는 나랑 놀아나야겠어?” “나, 곧 네 가족이 될 사람이야. 뭘 어떻게 할 용기 없으면 나한테 함부로 하지 마.” 사무실을 나서려는 혜원의 손목을 태인이 턱 잡아챘다. “네가 원하는 게 정말 나야?” 낮게 깔린 목소리가 사무실을 울렸다. “아니.” 혜원이 태인의 손을 세게 뿌리쳤다. 꼭 붙잡고 싶었던 그의 손을.
*본 작품은 성인용 를 15세 이용가에 맞춰 내용을 보강한 작품입니다. 감상에 차질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어려운 형편에 알바를 전전하며 위태롭게 살아가던 다인은 부족한 것 하나 없어 보이는 지혁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내세울 것 없는 자신과는 다른 남자이기에 사랑하게 되었다 여겼지만 비 오기 직전의 달처럼 물을 머금은 그의 슬픈 눈을 보며 너무나 닮아 있는 둘의 모습을 발견한다. “우리 무슨 사이예요?” “……나도 행복해지고 싶다, 다인아. 행복하게 살고 싶어.” 가족이라는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은 닮았기에 끌렸고, 또 닮았기에 서로를 밀어낸 채 연민하고 아파하며 애써 모른 척 서로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못한 채 헤어진다. 가슴 한구석에 상흔처럼 남은 그때의 기억을 간직한 채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어느 날. 지혁이 십 년 만에 다인의 앞에 나타나는데……. 어느 날 구원처럼 다가온 애틋한 로맨스 #현대물 #첫사랑 #재회물 #상처남 #순정남 #상처녀 #잔잔물 #애잔물 #갑을관계 #운명적사랑 #뇌섹남 #능력남 #평범녀 #순정녀 [일러스트] 사슴 [로고 및 표지 디자인] 언제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이런 동네에 전당포를 열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떻게든 동료를 죽인 범인을 찾고자 이곳까지 흘러 들어왔다. “괜찮아요? 다친 것 같은데.” “병신 된 지 오래됐어요. 비켜요.” 여자는 절룩거리는 걸음으로 내 옆을 스쳐 지났다. “우리 전당포에도 직원이 필요한데, 일 잘하는 것 같아서. 스카우트. 스카우트하려고.” “아…….” “나랑 일하자. 생각해 보고 일할 생각 있으면 면접 보러 와.” 단지 범인을 찾기 위해 여자에게 접근했다. 그녀의 오빠가 영배를 죽인 범인이니까. *** “우리 오빠가 저를 이 꼴로 만들었거든요.”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다리 한쪽을 쓰지 못하게 되고 모든 게 무너졌으면서 담담하게 말하는 모습이 모든 것을 체념한 표정이었다. 참 잘 견뎠네. 앞으로도 그렇게 살자. 사는 거 별거 아니야. 따분한 위로 따위 건넬 수 없었다. “네 오빠 내가 죽여 줄까.” 죽여 달라고 하면 당장이라도 찾아내서 죽일지도 몰랐다. 여자는 영배를 죽인 살인자를 잡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그런데 애정을 갖는 그 눈을 볼 때마다 입안이 떫다. 애써 마음을 눌렀다. 아니었다. 아직은….
[본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재편집된 작품입니다.] 그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문득 미안한 마음이 발아래에서부터 단계를 밟아 올라온다. 명치에서는 솔직함을, 심장에서는 진심을, 목 끝에서는 막연했던 짝사랑 시절의 순수함을 챙겨 왔다. 그리고 입술 끝에선 여기서 그만두자고 말할까, 하는 망설임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를 막연히 좋아하는 걸로 만족하는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제가 이상해요. 가까이서 바라보는 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덜컥 내 마음이 입 밖으로 쏟아졌다. “욕심이 눈을 가리니까 감당이 안 돼요. 너무 죄송해요…….” 그는 내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술에 취해 느릿느릿 뱉는 말을 듣는 표정이 어땠더라……. 취해서인지, 내 감정이 우선이어서인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100년의 명맥을 이어 온 반디골 한의원. 돌아가신 할아버지에게서 원장직을 물려받았지만, 윤서가 이끄는 한의원은 파리만 날린다. 그러던 어느 날, 톱스타 배우 현석주가 기절한 채로 한의원에 실려 왔다. 그러고는 반디골에서 찾을 게 있다며 한의원에서 지내겠다고 한다. “대충 하루 30씩 해서, 한 달 숙박비로 천 어떠세요. 괜찮으시다면 두 달 치 바로 입금할게요.” “……그러세요. 그럼.” 한 지붕 아래 살게 된 두 사람. 며칠 되지 않아 한의원의 살림을 봐주는 순영이 석주의 빨래를 해주며 석주가 가진 사진 한 장을 망가트렸다. “누가 멋대로 빨래를 하래? 나한테는 이게 전부였는데. 어떻게 할 거냐고!” “차분하게 얘기해도 사람들 다 알아들어. 네 이모뻘 어른이야. 넌 아래위도 없니?” “그래. 부모 없이 자라서 아래위 없어.” “부모 없이 자라면 다 너같이 굴어? 핑계 대지 마.” 재력 있고 잘생기고 유명한 손님은 겉보기와는 달리 많은 상처가 있는 듯 했다. 그것도 윤서와 많이 닮아있는. *** 석주는 시골 한의원 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한의원에 드나드는 할머니들의 신임을 받을 정도로. 그리고 그런 남자의 모습이 계속해서 윤서의 마음을 두드렸다. “좋아해요.” “뭐…라고 했어요, 지금?” “몰라요. 나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그냥 나는 석주 씨 좋아할래.” “…….” “그러니까 당신은 나 갖고 놀다 가요. 얼마든지 놀아나 줄게.” “누가 놀다 간대.” 언젠가 떠날 사람이라고 해도 마음을 전하고 싶었는데……. “안 가. 질리도록 보고 살자.”
무일푼 고아 앞에 나타난 후견인! 그를 붙잡기 위한 그녀의 끈질긴 유혹! 보육원에서 자란 그녀, 한유라. 부모님도 후견인도 없지만,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자라온 당찬 성격의 소유자다. 그런 그녀가 어딘지 위험한 느낌이 도는 남자와 마주쳤다. 바로, 같은 보육원 친구의 후견인 박현태! 그의 차가운 표정과 얼음 같은 말투에 겁먹은 유라는 때마침 그가 후원하던 친구의 부고 소식을 듣고 결심한다. 부모님, 돈, 후견인.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그녀는 이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를 붙잡아야만 한다. “아저씨……. 저랑 자요.” 무뚝뚝하고 냉정한 키다리 아저씨를 매료시켜라! 그녀의 순수한 욕망이 빛난다!
주인 VS 젊은 기사를 양손에, 앙큼한 하녀, 신분상승을 꿈꾸다! “내 방에 살금살금 기어 들어와서 뭘 하려고 했지?” 가족의 약값을 위해 아놀드 자작 가문의 하녀가 된 엘라. 그러나 천민 신분으로는 어머니와 동생을 의원에게 보일 수조차 없다. 그녀는 주인님을 유혹해 천한 신분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한다. 기회를 노리던 어느 날, 앤드류라는 젊고 잘생긴 사내가 성에 머물게 된다. 주인에게 무례해 보이나 자꾸 신경이 쓰이는 남자. 그는 엘라의 주위를 맴돌며 뜨거운 호감을 보인다. 내심 허약한 주인이 내키지 않던 엘라는 목표를 바꿔 앤드류의 마음을 얻어 보기로 하는데…! “기분 좋게 해드릴게요.” “그래? 음란한 냄새가 풍기네.”
서울에서 하늘과 가장 가깝다는 달동네. 유일한 피붙이였던 아버지마저 사라지고 그곳에서 홀로 씩씩한 척 살아가던 재인. 무채색 같은 하루하루를 지내던 어느 날, 달동네와는 조금도 어울리지 않을 듯한 남자가 홀연히 등장하며 재인의 일상에 시나브로 젖어들기 시작하는데……. * * * 그는 내게 장마 같았다. 주룩주룩 무섭게 쏟아지는 비처럼 내 마음에 흘러 들어와서 눅눅하게 젖어 떠나가지 않았다. 유난히도 싫던 여름이었지만, 그해 여름은 여전히 내게 남아 머물러 있다. 비가 그치지 않는다. ※이 작품은 15세로 개정되었습니다
*본 작품은 성인용 를 15세 이용가에 맞춰 내용을 보강한 작품입니다. 감상에 차질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한이수. 네가 좋아.” “넌 나 좋아하는 거 아냐. 괴롭히는 거야.” “뭐?” “네가 날 좋아하면 이렇게 못해. 매번 네 맘대로 하고 내 기분 같은 건 상관도 없고.” “좋아하면 하는 거지 내가 왜 네 기분 같은 걸 생각해야 돼? 네가 화내도 좋고 웃어도 좋고 다 좋은데!” 원하는 건 다 가질 수 있는 부잣집 도련님 윤정혁. 어려운 형편에 남은 건 자존심밖에 없는 가정부의 딸 한이수. 정혁은 이수를 좋아하지만 표현하는 법을 몰라 강압적으로 대한다. 이수는 애써 그와 엮이지 않으려 노력하는데…… 그러던 어느 날. 평생 자신만 바라볼 줄 알았던 윤정혁이 다른 여자와 결혼하겠다 선언한다. 집착할 땐 언제고, 사랑해 달라 강요할 땐 언제고. #현대물 #첫사랑 #친구>연인 #재벌남 #상처남 #집착남 #평범녀 #무심녀 [로고 및 표지 디자인] 어나더(Another)
아버지가 온 가족에게 남기고 떠난 상흔으로 인해 고모와 함께 겨우겨우 살아나가던 이서. 그녀에게 중원은 이 보잘것없는 삶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멋진 것이었다. 가지지 않아도 좋다. 멀리에서 지켜만 보아도 행복했다. “윤이서 씨, 가끔 내 집에서 자고 가요.” 중원으로부터 갑작스러운 제안을 받기 전까지는. “여기는? 누가 만진 적 있나?” “흐읏…….” “가슴만 빨았는데 젖었네요. 잘 느끼는 타입인가 봐요.” 이서를 만만하게 여긴다기에는 한없이 다정하고 한없이 다정하다기에는 이따금 사금파리처럼 날카로운 이 남자. 하룻밤만의 신기루라도 좋으니 당신과 있고 싶다. 하지만 이런 나라도, 당신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촉촉하고도 야릇한 감성으로 다가가는 한겨울의 로맨스. 당신에게 내가 바라는 것
“지수야. 우린 가족이야.” 책상에 기대선 그가 가라앉은 음성을 내뱉었다. 언제 시작된 감정인지, 어쩌다 좋아하게 됐는지는 묻지 않았다. 가족이라고 선을 그으며 시선을 살짝 아래에 두었다. 나와 더는 눈을 맞추고 대화하기 싫은 것처럼. “가족 아니야. 너랑 여사님이 가족이지 나는 아니야. 나는…. 너랑 나는 남이야.” “하….” “너, 그동안 너 좋다고 다가오는 여자들이랑 아무렇지 않게 만나고 헤어졌잖아. 나랑도 그러면 안 돼? 너한테 어려운 일 아니잖아.” 굳은 표정의 선우환이 손으로 턱을 몇 번 쓸고서 입을 열었다. “그만해. 장난 재미없다.” “네가 만나던 연예인들보다 내가 부족해서 그래? 그래도 나 어디 가서 빠진다는 말은 듣지 않는데. 다들 예쁘대. 몸매도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선우환이 입을 꾹 다물고서 내게 다가왔다. 나는 멀쩡해 보이기 위해 손이 저릿할 만큼 힘을 줘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선우환이 내 양어깨를 꽉 붙들었다. “정말 나 안 보려고 작정했어?” 여기서 멈추라는 듯 그가 내게 간절한 시선을 보낸다.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건만, 목구멍에 눈물이 차올랐다. “…내가 널 좋아하면 우린 못 보는 거야?” “그래.” 선우환에게 예외는 없었다.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신 여사에게 신의를 저버리지 않을 수 있어서. 나는 선우환의 얼굴을 눈에 찬찬히 담은 뒤 까치발을 들었다. 눈을 꼭 감은 채 선우환의 입술에 내 입술을 맞대었다. 선우환이 화들짝 놀라 내 어깨에서 손을 떼고 뒤로 물러섰다. 전혀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는지 감은 눈을 뜨자 그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고 있는 게 가장 먼저 보였다. “나랑 잘 생각 아니면 이제 여기 오지 마, 환아. 가. 내가 또 키스하기 전에.” 혼란스러워하며 주변을 배회하던 선우환은 몇 분 지나지 않아 내 집을 박차고 나갔다. 나는 힘없이 주저앉았다. 허울뿐이던 우리의 우정과 진작 망가져야 했을 외사랑이 조각나는 건 정말 쉬웠다. 《불순한 임신》
“널 울려 보고 싶어서.” 장우섭이 필요하지 않은 정략결혼을 택한 이유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그랬다. 매번 참기만 하는 여자의 밑바닥을 보고 싶었다. 평정을 깨트리는 게 취미라도 되듯 매번 여자를 긁었다. “별다른 게 있으면 그만두려 했는데, 궁금해지게 하네. 우리 유리가.” 아닌 척 번번이 속을 긁히던 여자의 눈물을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제가 내내 품었던 감정이 욕망이었다는 것을. “만나는 사람이랑은 잘 되어 가?” 그리고 이제 여자가 괘씸해졌다. “결혼은 미쳐야 하는 거라더라. 네가 궁금해졌고, 너랑 자고 싶어.” 질투는 아니다. 애초에 질투란, 아쉬운 쪽에서 하는 것이니까. 다 가지며 살아온 그의 인생에는 존재할 리 없는 것이니까. “아무래도 너, 조만간 날 사랑하겠다. 그렇지?” 그런데 배알이 꼴린다. 직접 마주한 웃음도 아니고, 남을 향한 찰나의 모습에. 모양 빠지게.
양가 할아버지들의 오래전 약정에 따라 태어날 때부터, 어쩌면 태어나기 전부터 윤건을 사랑할 운명이었던 희주. 그런 희주의 짝사랑에서 도망치는 법. * * * “…못 본 거로 해줘. 미안.” 나는 얼음 컵을 꽉 쥔 채 냅다 뛰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도망치는 걸 선택한 거다. 솔직히 이건 아니잖아. 이렇게 만나는 건 아니잖아. “연희주!” 하지만 나는 미처 속도를 내기 전에 차윤건에게 잡히고 말았다. 그가 내 등 뒤편에서 나를 와락 껴안았다. 양팔로 나를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껴안고는 그가 말했다. “어딜 가려고. 못가. 가지 마.”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겨우 숨을 내뱉었다. 그의 체온이 전해지자마자 심박이 규칙을 잃은 것 같았다. 올해 여름 역시 나에겐 싫어하는 계절이 될 모양이었다. 여전히 차윤건을 좋아하는 연희주였다. 그깟 짝사랑 단념해버리고 싶었는데, 그래서 열심히 도망쳐 다녔는데. 나의 5년은 하등 쓸모없는 시간이었다는 듯 가슴이 뛰었다. “오빠가 잘못했어.” 오빠가 뭘 잘못했는데? 왜 그런 말을 하는데? “희주야. 오빠가 잘못했어….” 차윤건의 말끝이 늘어지더니 이내 흐느끼는듯한 소리가 귓가에 파고들었다. 어느새 내 입술 사이에서도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에게 잘못이 없다고 말해줘야 하는데 그 말은 못 하고.
7년 만에 돌아온, 상냥하고 다정한 개자식! 기나긴 상처와 짝사랑의 시작! 어깨에 올라앉은 짐이 무겁고 힘든 스물둘 가장 정인. 그녀는 과외 제안을 받고 부잣집으로 향한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는 당사자는 동생 정수가 목걸이를 훔쳐 얽히게 된 차선형. 그 뒤로도 안 좋게 엮인 일이 있어 정인은 선형이 불편하기만 하다. 한데 선형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과외에 응한다. 선형의 얼굴이 멍으로 뒤덮인 날, 정인은 그 멍이 자신을 구하고 경찰서에 간 일 때문에 생긴 사실을 알게 된다. 미안한 마음에 불편함이 누그러지던 그 순간, 선형이 그녀에게 키스를 해 온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그녀를 유혹하는데……? “이 개자식……”
“결혼하자. 1년이면 돼.” 어린 시절부터 줄곧 짝사랑해 왔던, 그러나 감히 욕심내지 못했던 남자에게 청혼을 받았다. “왜… 저예요? 오빠가 왜 저랑 결혼하려고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강재 오빠와 난 아무 사이도 아니었는데. 오빠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었는데. 우리 엄마가 오빠 엄마를 배신했는데…. “선재가 널 좋아하니까. 길어야 1년이래. 난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선재가 가진 걸 다 가져 보려 해.” “저는 오빠 좋아해요.” “……알아.” “결혼할게요. 아니, 할래요.” 고작 1년짜리라 해도, 이용당하다 버려진다고 해도, 좋았다. 사랑이었다.
“또 그쪽입니까?” 아침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이별 장면을 라이브로 목격하게 된 세림. 강렬한 인상을 남긴 상윤이라는 남자와 자꾸만 부딪히는 건 악연인 걸까, 인연인 걸까? “필요하다면 일당에 곱을 더 줄게요.” “거봐, 저한테 지금 몸을 팔라는 거 맞잖아요. 말만 그럴듯하게 하지, 결국 맞으면서.” “아니, 마음을 팔아요. 내 얘기를 듣고 공감해 주는 마음.” “이상한 사람이야. 저는 그런 거 안 팔아요. 아무것도 그쪽한테는 안 팔아.” 가진 건 돈뿐인 메마른 남자와 가난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여자의 잔잔 힐링 로맨스,
늘 지나고 나서야 후회를 한다. 그를 사랑한 것, 결혼한 것, 미련스레 아파한 것……. 서른하나의 윤선우는 어떻게 웃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결혼이 내게 남긴 흔적이었다. 결혼과 이혼, 이혼 후 찾아온 악재를 모두 견뎌 내고 선우 고등학교의 음악과 정교사가 된 내게, 세상에서 제일 미운 남자가 이사장이 되어 다시 나타났다. “윤선우. 우리 만나자.” “뭐?” “선우 학원 너 줄게. 나랑 만나.” 어이가 없다 못해 기가 찼다. “미친놈…….” 결혼 생활 내내 나를 사랑하지 않았으면서, 다른 여자랑 호텔 방을 들락거렸으면서. 왜 이제 와서…… 나를 흔드는 걸까.
늘 지나고 나서야 후회를 한다. 그를 사랑한 것, 결혼한 것, 미련스레 아파한 것……. 서른하나의 윤선우는 어떻게 웃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결혼이 내게 남긴 흔적이었다. 결혼과 이혼, 이혼 후 찾아온 악재를 모두 견뎌 내고 선우 고등학교의 음악과 정교사가 된 내게, 세상에서 제일 미운 남자가 이사장이 되어 다시 나타났다. “윤선우. 우리 만나자.” “뭐?” “선우 학원 너 줄게. 나랑 만나.” 어이가 없다 못해 기가 찼다. “미친놈…….” 결혼 생활 내내 나를 사랑하지 않았으면서, 다른 여자랑 호텔 방을 들락거렸으면서. 왜 이제 와서…… 나를 흔드는 걸까.
“우리 불편하게 보자. 그래야 공평하잖아.” 세계 랭킹 1위, 올림픽 3연패 금메달리스트,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 조윤. 소방관으로 순직하신 아버지, 아들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 때문에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열여덟, 풋풋한 그 시절에 온 마음을 내주어 사랑하게 된 여자아이를 만났다. ‘난 나 버리면 다신 안 봐.’ 그가 털어놓은 고백에 여자아이는 약속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버리지 않겠다고. 그러나 그 아이 역시 결국 연기처럼 사라졌다. 미워하고 원망했다. 처음부터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그리고 무려 아홉 번의 여름이 지난 현재, 부모 대신 그를 키워 주셨던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 그녀가 나타났다. 익명으로 부의금 오천만 원을 남기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