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이러고 싶어서 안달이 났었다고, 내가.” 뼈대 있는 학자 집안 여자와 무식한 졸부 가문 남자의 결혼. 서로가 원하는 것을 주는 관계. 시작은 복잡할 것 없는 거래였다. “이렇게까지 결혼을 하고 싶어요? 그렇게 돈이 좋아?” “네. 할 거예요, 결혼.”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에게 시집오려는 속물 같은 여자, 김아연. 준은 일부러 맞선을 망치려 하지만 결국 그녀와 결혼식을 올리고. “최선을 다할 거예요. 우리의 결혼 생활에도. 당신의 아내로서도…….” “아내의 역할? 그게 뭔지나 알고?” 그러나 예상과 다른 서로의 모습에 서서히 얽혀 들지만. “누구 맘대로? 누구 맘대로 끝을 내.” “네?” “미친놈이 했던 개소리는 잊어 주지? 이제 정신 차렸대. 그 미친놈이.” 한순간에 이혼의 위기가 닥쳐오고 마는데. “소리 내도 돼. 내 귀에다 들려주면 더 좋고.” 아연이 속수무책으로 흐드러져 있던 사이 지금까지는 시작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려 주는 이준의 손길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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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우 씨, 나한테 끌린다며? 이젠 별로예요?” “……좋아해요. 하지만 전무님 같은 남자는 위험한 것도 알아요.” “왜?” “그건, 제가 너무 빠져 버릴 것 같아서요.” 남자의 낮은 웃음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그럼 한번 빠져 봐요. 너무 허우적대면 구해 줄게.” 입술이 겹쳐지고, 손길이 내려오고, 옷이 벗겨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업무차 만난 장소에서, 성운그룹의 황태자 백우혁에게 대책도 없이 빠져 버렸다. “설마 나랑 결혼까지 생각했어요?” 한순간 재미를 주고 떠나야 할 여자. 자신의 포지션을 알면서도 마음에 담았다. ‘자존심 같은 거 없어. 딱 다섯 번만 더 보고 떠나는 거야.’ 그리고 기어이 온 마지막. 다시 없을 뜨거운 밤을 보낸 후 담담하게 이별을 말했다. “더없이 좋아했고, 후회 없이 표현했어. 난 이제 미련 없어요.” 그런데 눈 하나 까딱하지 않을 거라 믿었던 우혁의 음성이 잘게 떨렸다. “누구 마음대로? 다시는 나 안 보겠다고?” 그때부터 이 관계의 갑과 을, 짝사랑의 주객전도가 시작되었다.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첫사랑이 10년 만에 나타났다. 그것도 오랜 연인과의 약혼식이 곧 예정되어 있는 직장 상사로. “난 말이야, 널 보면 그게 궁금해져. 아직도 네 입술에서 그때 그 맛이 나는지.” 첫사랑은 그렇게 나타나서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더니, “어차피 필요한 게 돈이라면, 내가 너 살게. 내가 가지겠다는 거지, 너를.” 이제는 빚쟁이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그녀에게 태연하게 제안한다. “연애하자, 나랑.” “결혼할 사람 있으시잖아요.” “누가 결혼하자고 했나?” “…….” “그러니까, 연애하자고.” “…….” “연애만 하자고.” 끝이 정해진 계약 연애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볼만하네. 배 속에 내 새끼 품고 딴 놈한테 시집가는 꼴이.” 귓가에 속삭이는 음성에 목이 조여 왔다. 지독한 말이지만, 사실이기도 했다. 그녀는 강이준의 아이를 밴 채로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려고 이 자리에 와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앞에서 헐떡이던 네가, 오늘은 이렇게 순결한 얼굴을 하고 딴 놈과 결혼을 하시겠다?” 고결함을 상징하는 화이트 클레마티스 부케를 손에 꼭 쥔 수빈은 신부 대기실에 나타난 이준을 보고 하얗게 질려 버렸다. -난 심플한 관계를 원해. 결혼은 물론이고, 연애도 무리야. 수빈의 처음을 가져간 날, 그 밤에 그는 그런 말을 했었다. 그가 원하면 언제든지 안을 수 있는 여자. 그의 몸과 마음이 동할 때까지만 유효한 만남. 그는 수빈의 포지션을 알려 주는 잔인한 선전 포고를 했고, 그리했음에도 그녀는 그를 놓지 못했다. 잠깐 가지고 놀 흥미로운 장난감. 결코 눈에는 차지 않는 여자. 그게 바로 그가 매긴 유수빈의 가치였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는 꼴은 볼 수 없다는 듯이 행동하는 이유가 뭘까. “당신은 지나간 남자일 뿐이에요.” 수빈은 보란 듯이 다른 남자의 팔짱을 끼고 버진 로드를 걸었다. 이날의 선택이, 훗날 어떤 후폭풍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르고.
“좋은 거 하려고.” 쿵, 닫히는 문소리와 함께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잔인한 남자. 제 앞에서 벌거벗은 여자와 단둘이 있겠다고 말하는 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불과 일주일 전이었다. 조금 전에 들어가 침구를 교체했던 그 방에서. 그 여자가 엎드려있던 그 침대에서. 그 여자처럼 옷을 벗고 그 남자의 품에 안겼었다. 그런데, 겨우 며칠 만에 다른 여자와……. 지수는 충격과 배신감이 뒤섞여 엉망이 된 감정으로 복도를 걸었다. 그리고 그 순간, 등 뒤로 닫혔던 문이 열리고 또다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지수 씨.” 지수를 뚫어질 듯 빤히 쳐다보며 남자가 말했다. “와서 물 좀 받아줘요. 입욕제도 가져오고.” 그러니까 그의 말은 두 사람이 방 안에 있는 스파에 같이 들어갈 거라는 암시였다. 그것 역시 지수와도 함께 했던 행위였다. 제게는 꿈처럼 황홀했던, 그렇기에 곱씹어보기조차 벅찼던 그 밤의 기억들이……. 그에게는 한낱 가정부와 즐겼던 장난스러운 일탈이었을까. 지수는 자꾸만 무너지려는 마음을 다잡으며 반듯하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너랑 이러고 싶어서 안달이 났었다고, 내가.” 뼈대 있는 학자 집안 여자와 무식한 졸부 가문 남자의 결혼. 서로가 원하는 것을 주는 관계. 시작은 복잡할 것 없는 거래였다. “이렇게까지 결혼을 하고 싶어요? 그렇게 돈이 좋아?” “네. 할 거예요, 결혼.”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에게 시집오려는 속물 같은 여자, 김아연. 준은 일부러 맞선을 망치려 하지만 결국 그녀와 결혼식을 올리고. “최선을 다할 거예요. 우리의 결혼 생활에도. 당신의 아내로서도…….” “아내의 역할? 그게 뭔지나 알고?” 그러나 예상과 다른 서로의 모습에 서서히 얽혀 들지만. “누구 맘대로? 누구 맘대로 끝을 내.” “네?” “미친놈이 했던 개소리는 잊어 주지? 이제 정신 차렸대. 그 미친놈이.” 한순간에 이혼의 위기가 닥쳐오고 마는데. “소리 내도 돼. 내 귀에다 들려주면 더 좋고.” 아연이 속수무책으로 흐드러져 있던 사이 지금까지는 시작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려 주는 이준의 손길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