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한 소감이 어때?” “…….” “난 반가워서 미치겠는데.” 6년 전에 헤어진 옛 연인, 차태하를 클라이언트로 만났다. 해인은 기막힌 우연에 실소를 흘릴 뻔했다. 과연 이걸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황당함에 사무적으로만 대하자, 삐딱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말없이 떠난 건 내가 아니라 너야.” 떠날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은 그였다. 갖고 놀기 쉬운 여자라며. 해인은 그날 밤 일을 잊을 수 없었다. “네가 상처받은 것처럼 굴면 안 되지.” 그런데도 차태하는 이토록 이기적이었다. 마치 그 홀로 실연의 아픔을 감내한 것처럼 보였다. “아까 재회한 소감 물으셨죠?” 정작 씻어낼 수 없는 상처를 받은 건 해인이었는데도. 아픈 과거를 상기한 해인이 천천히 내뱉었다. “최악이네요.” 예전처럼 그에게 휘둘릴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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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아빠를 필요로 하는 모양이지?” 성준은 윤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넌지시 물었다. 윤은 쓴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이래서, 다시는 성준과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나 결혼해. 너 말고 다른 여자랑.” 성준이 윤에게 냉혹한 이별을 건넸을 때, 윤의 배 속에는 이미 생명이 움트고 있었다. 혼자지만 부족함 없는 사랑으로 키우고자 노력했는데……. “네 마음을 돌릴 수 있는 기회를 줘.” “하, 선배.” “너 하나만 보고 네 아이까지도 품을 수 있다고 말하는 거야.” 아이 아빠가 자신인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성준이 다시금 성큼 다가온다.
“아이가 아빠를 필요로 하는 모양이지?” 성준은 윤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넌지시 물었다. 윤은 쓴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이래서, 다시는 성준과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나 결혼해. 너 말고 다른 여자랑.” 성준이 윤에게 냉혹한 이별을 건넸을 때, 윤의 배 속에는 이미 생명이 움트고 있었다. 혼자지만 부족함 없는 사랑으로 키우고자 노력했는데……. “네 마음을 돌릴 수 있는 기회를 줘.” “하, 선배.” “너 하나만 보고 네 아이까지도 품을 수 있다고 말하는 거야.” 아이 아빠가 자신인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성준이 다시금 성큼 다가온다.
“비싸게 사줬으면 그 값을 해야지.” 냉담한 목소리와 함께 서이헌의 입매가 뒤틀렸다. 아이를 낳고 싶다고, 그림자처럼 숨죽여 살겠다는 애원에도 그는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다. 보잘것없는 사랑은 낚싯줄 같았다. 부여잡았던 첫 정이 손바닥에 생채기를 남긴 날, 은조는 부르지도 않은 배를 끌어안고 도망쳤다. 숨이 막혀 떠났던 고향, 낙선도를 덮던 짙은 해무가 빛바랜 사랑을 감춰줄 것 같았다. “잘 지냈어?” 그 사랑을 다시 마주한 건 4년이나 지난 뒤였다. 주인을 닮아 거만하고 매끈한 구두가 막 깨끗해진 바닥에 발자국을 남겼다. “여긴 어떻게….” “어떻게냐니.” 여유롭게 미소 짓던 이헌은 곧장 입이라도 맞출 것처럼 허리를 굽혔다. “내 것이 도망갔는데 찾으러 와야지.” 족쇄를 끊고 도망친 은조를 여전히 ‘내 것’이라 칭하며.
“원래 한 번 박히면 좀 깊게 박혀서.” 밀란의 상무 이사이자 유망한 국회 의원의 딸, 백유주. 완벽한 겉모습과 달리 시들어 가는 그녀에게, 권이석은 구원의 손을 내밀었다. “하기 싫으면 밀어 내셔도 됩니다.” 유주를 사랑에 빠뜨리는 것과 달리, 이석이 사랑에 빠질 일은 없을 것이다. “멈출 기회는 지금뿐이라.” 서 의원의 아들로 인정받기 위해 어깨뼈 하나를 내어 주며 연극을 펼친 것뿐이니까.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랬다. 권이석의 머리는 새까맸고, 은혜를 모르는 그는 금수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니 배만 불리고 빠지면 될 줄 알았는데, 허우적댈수록 더 깊은 곳까지 잠겨 들고 만다. 결핍된 인생에 백유주가 섞인 순간, 친부가 건넨 달콤한 와인은 독주가 되었다. 중독된 이석은 그녀에게서 헤어 나올 수 없다.
“원래 한 번 빠지면 좀 깊게 빠져서.” 밀란의 상무 이사이자 유망한 국회 의원의 딸, 백유주. 완벽한 겉모습과 달리 시들어 가는 그녀에게, 권이석은 구원의 손을 내밀었다. “하기 싫으면 밀어 내셔도 됩니다.” 유주를 사랑에 빠뜨리는 것과 달리, 이석이 사랑에 빠질 일은 없을 것이다. “멈출 기회는 지금뿐이라.” 서 의원의 아들로 인정받기 위해 어깨뼈 하나를 내어 주며 연극을 펼친 것뿐이니까.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랬다. 권이석의 머리는 새까맸고, 은혜를 모르는 그는 금수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니 배만 불리고 빠지면 될 줄 알았는데, 허우적댈수록 더 깊은 곳까지 잠겨 들고 만다. 결핍된 인생에 백유주가 섞인 순간, 친부가 건넨 달콤한 와인은 독주가 되었다. 중독된 이석은 그녀에게서 헤어 나올 수 없다.
“내가 뭐 하러 내 인생에 오점을 남기겠어.” 윤세준의 차디찬 한 마디에 정아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배에 품은 아이를 지울 수 없었다. 그에게서 도망친 새벽, 아진은 부르지도 않은 배를 감싸며 다짐했다. 윤세준의 바짓가랑이를 부여잡고 눈물짓지도, 또 멍청하게 누군가를 사랑하여 제 모든 것을 내어주지도 않겠다고. * * * 5년 후. 한 저택의 가정부로 들어간 아진은 딸, 지율에게 사랑을 주며 키우는 것에 여념이 없다. 이제야 겨우 삶에 깃든 평온은 3개월 만에 저택으로 돌아온 '사장님'에 의해 무너지고 마는데... “얼굴이나 좀 봅시다.” 아마 아진은 몇 시간 동안 대리석 바닥을 깨끗하게 청소했을 것이다. 그러나 남자는 그것을 구둣발로 짓밟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오랜만에.” 아진의 뒤에 선 남자는 물끄러미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구미가 당기는 뒤태를 잊었을 리가.
“구면이죠, 우리?” 작품의 소장자로 맞닥뜨린 최무혁은 조하윤을 가볍게 옭아맸다. 6년 전, 이름도, 나이도 모르고 하룻밤을 함께 보낸 남자였다. 느긋한 그의 시선이 벽에 걸린 작품으로 향했다. “고흐의 작품이네요. .” 낮게 잠긴 목소리는 그의 잘난 얼굴만큼이나 매혹적이었다. “또 론강 앞에서 만났네.” *** “작품을 대여해 주는 대신 뭘 받으면 좋을까 계속 생각해 봤는데, 조하윤 씨라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무혁은 태연하게 하윤을 바랐다. 실적을 중요하게 여기는 데다가 결혼 압박에 시달리는 그녀로서는 제안을 거절할 수 없을 것이었다. 제문 그룹 후계자와의 연애 그리고 미공개 작품. 하윤이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굳이 정의하면 계약 연애 정도겠네요.” “…일탈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6년 전처럼.” 하윤의 말에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무혁이 6년 동안 잊지 못한 여자는 아를에서의 하룻밤을 일탈로만 여긴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건 무혁이 내세운 조건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그쪽이 편하다면 그렇게 합시다.” 거만한 입매에 여유로운 웃음이 묻어났다. 그와 동시에 하윤의 ‘우아한 일탈’이 시작되었다.
“오랜만이야, 당신.” 답지 않은 농익은 인사에 단은 파르르 떨었다. 그토록 잊고자 발악했던 전남편이었다. 상우그룹 며느리에서 촉망받는 디자이너가 된 서단. 그녀에게는 대기업의 막대한 지원이 필요했다. 지원을 받고자 나간 자리에 차준원이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 작품이니까 돌려받아야지.” 서단은 차준원의 인생에 남은 유일한 오점이었다. 그랬기에 단은, 제 사랑을 지키고자 준원의 곁을 떠났다. 그의 아이를 가졌다는 걸 알면서도. “공들여 만들었거든. 내 손끝, 입술, 허리 짓 하나하나에 반응하도록.” 잔인한 재회 속에서도 준원은 느른하게 미소 지었다. 마치 사랑하는 아내와 모처럼 시간을 갖는 사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