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동안 모셨던 서윤성 상무와 사고처럼 밤을 보낸 여진. 건실하고 유능하며 자상한 상사를 몰래 짝사랑했던 그녀에게 바로 그 상사, 윤성이 뜻밖의 제안을 한다. “신 비서, 나랑 좋은 관계 되어 볼 생각 없습니까?” “좋은 관계가 뭡니까?” “오늘 새벽 같은 관계?” 오랫동안 연심을 품고 있던 여진에게는 꿈같은 제안이었다. 길몽인지 악몽인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왜 하필 저한테 이러시는 건지…….” “난 신 비서가 너무 좋았거든.” 마음을 단속하고 싶어도 감정은 깊어지고, 사랑받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든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녀는 가질 수 없는 남자를 감히 탐내기 시작하는데……. “그런 상상을 했어.” 윤성이 잔뜩 낮아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신 비서가 내 아래 깔리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속삭이는 입술이 그녀의 목덜미에 닿았다. “내 생각보다 더 야한 표정이야.” 순간, 여진은 눈앞의 남자가 낯설어졌다. 5년이나 모셨던 상사인데, 자신이 아는 남자 같지 않았다.
🌟 로맨스 소설 중 상위 26.85%
평균 이용자 수 422 명
* 100명이 선택하면 '명작' 칭호가 활성화 됩니다.
'명작'의 태양을 라이징 해보세요.
“내가 전에 그랬죠? 나한테 아무것도 숨기지 말라고.” 입술을 떼자마자 도경이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에게 원망의 말을 쏟아 내려던 태린은 가쁜 숨만 몰아쉴 뿐이었다. 그는 잠시 말을 끊고 그녀와 연결이 된 결합 부위를 매만졌다. 자신을 받아들이느라 한계까지 벌어져 있는 여성이 만족스러웠다. “떳떳하게 말 못 할 비밀 같은 거 계속 만들어 봐요.” 웃는 낯으로 그가 서늘하게 말을 이었다. “내가 미치는 꼴이 보고 싶으면.” 따스한 물속에 있는 것처럼 안온하던 남자가 언제 그랬냐는 듯 요사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움직였다. 명백한 경고. 오늘 같은 일이 또 일어나면 다음에 그가 얼마나 더 이상하게 변할지 모른다. 그녀는 귀신에라도 홀린 것처럼 그를 올려다보았다. 내가 아는 백도경이 맞나? 그의 껍데기만 뒤집어썼을 뿐 아예 다른 사람인 것은 아닐까? 태린은 자신의 안에 몸을 깊숙하게 묻은 남자가 낯설었다. 그동안 자신이 사랑했던, 행복한 기분을 주는 남자는 어디로 가고… 눈에 어둠이 잔뜩 낀 사람만이 남아 있었다.
친구 때문에 억지로 나간 와인 모임에서 만난 남자, 임혜준. 모든 사람이 주목하는 그의 잘난 외모에 은효 또한 첫눈에 반해버렸다. 행운인지 불운인지 그와 하룻밤을 보내고 연락을 이어가는데……. “우리, 무슨 사이야?” “우리?” 혜준이 담배를 입에 물고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좋은 사이지.” 좋은 사이? 아니, 잠만 자는 사이. 그를 독점하고 싶은 그녀에게는 실망스러운 대답이었다. 혜준과 함께할수록 은효의 욕심은 더욱 커지고, 아쉬운 것 없는 남자는 그녀에게 결국 질려버렸다. “너 이러는 거 피곤해.” “……내가 피곤해?” “피곤해. 너랑 연애할 생각도 없고.” “연애 안 해도 좋으니 그냥 만나주면 안 돼?” 어느 순간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그녀는 구차하게 매달렸다. 독점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격차를 실감해도 좋으니까,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으니까. 하지만 외사랑에 지치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비참한 관계를 굳이 이어 나갈 이유는 없었다. “그만 놔줄게.” 혼자 설렜고, 혼자 사랑했고, 혼자 상처받고, 혼자 정리했는데……. “웃기지 마, 박은효.” 혜준이 잘생긴 눈가를 잔뜩 찡그리고 물었다. “네가 나하고 헤어질 수 있을 것 같아?” 사람을 홀리는 눈동자를 정확히 그녀에게 향한 채로.
써 보지도 못한 20억 원이라는 빚에 눈앞이 캄캄하던 때, 12년 전 짝사랑했던 남자가 구세주처럼 나타났다. “나랑 결혼을 좀 해 줬으면 하는데.” 큰 빚을 갚아 주는 대신, 무경이 내건 조건은 결혼. 부족한 것 하나 없는 강무경이 가진 것 하나 없는 윤세진에게 결혼을 부탁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던 것도 잠시. “결혼만 하면 된다는 거야?” “그렇지?” “12년 만에 본 사람을 뭘 믿고?” “사기 쳐 볼래?” 평생을 벌어도 갚지 못할 금액이었다. 결혼 정도로 해결된다면 못 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해 봐, 세진아.” 무경이 여우처럼 웃었다. “12년 만에 나타나서 돈을 미끼로 결혼하자는 남자가 제정신인 것 같아?” 삐이……. 이명이 울렸다. 마치, 경고음처럼.
친구 때문에 억지로 나간 와인 모임에서 만난 남자, 임혜준. 모든 사람이 주목하는 그의 잘난 외모에 은효 또한 첫눈에 반해버렸다. 행운인지 불운인지 그와 하룻밤을 보내고 연락을 이어가는데……. “우리, 무슨 사이야?” “우리?” 혜준이 담배를 입에 물고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좋은 사이지.” 좋은 사이? 아니, 잠만 자는 사이. 그를 독점하고 싶은 그녀에게는 실망스러운 대답이었다. 혜준과 함께할수록 은효의 욕심은 더욱 커지고, 아쉬운 것 없는 남자는 그녀에게 결국 질려버렸다. “너 이러는 거 피곤해.” “……내가 피곤해?” “피곤해. 너랑 연애할 생각도 없고.” “연애 안 해도 좋으니 그냥 만나주면 안 돼?” 어느 순간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그녀는 구차하게 매달렸다. 독점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격차를 실감해도 좋으니까,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으니까. 하지만 외사랑에 지치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비참한 관계를 굳이 이어 나갈 이유는 없었다. “그만 놔줄게.” 혼자 설렜고, 혼자 사랑했고, 혼자 상처받고, 혼자 정리했는데……. “웃기지 마, 박은효.” 혜준이 잘생긴 눈가를 잔뜩 찡그리고 물었다. “네가 나하고 헤어질 수 있을 것 같아?” 사람을 홀리는 눈동자를 정확히 그녀에게 향한 채로.
“상무님한테 쉬운 년, 그만할래요.” 3년의 비밀연애. 미래가 보이지 않는 관계에 지친 수정은, 화려하게 빛나서 항상 그늘에 서게 만드는 남자에게 이별을 고했다. “다른 새끼랑 결혼이라도 하게?” “그러겠죠, 뭐.” “그래, 잘 해 봐. 요새 서른이면 늦은 것도 아니래.” 혼자 한 사랑이 공허했지만 괜찮은 이별이었다. 10년의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지 석 달. 떨치기 힘든 미련을 외면하고 하루하루를 버티던 어느 날, 수정의 눈앞에 다시는 볼 수 없다고 믿었던 남자가 나타났다. “골라 봐.” “……뭘요?” “나한테 시끄럽게 끌려갈지, 네 발로 조용히 따라갈지.” 바뀐 계절에 걸맞게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저는 민현석 씨와… 부사장님과 결혼을 꼭 해야 합니다.” 소희의 결연한 눈빛을 똑바로 받던 현석이 제 앞의 와인 잔과 접시를 밀어내고는 팔을 올려 턱을 괴었다. “나랑 결혼해야 하는 이유가 뭔데?” 지금까지도 그다지 정중하지 않은 말투였으나, 그는 아예 말끝을 잘라 버린 무례한 태도로 물었다. “나한테 뭘 해 줄 수 있는데?” “원하시는 게 뭔지….” “우리가 결혼하면, 문자 그대로 이소희 씨는 몸만 가지고 결혼하는 거야.” 부정할 수 없는 현실에 그녀의 말문이 막혔다. 현석은 눈을 가늘게 뜨고 소희를 살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순진해 빠진 표정. 남자 하나를 제대로 잡아서 팔자를 뒤집어 보려는 얄팍한 계산이 단아한 외모 뒤에 숨겨져 있었다.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할게요.” 그러니까 이런 소리를 하면, 순진한 척하는 가면을 벗겨 보고 싶어진달까. 그는 어딘가 야만적인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여자를 가만히 쳐다봤다. 그의 가슴속에서 어두운 감정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였다. “그렇습니까?” 현석의 말끝이 다시 정중하게 돌아왔다. 턱을 괴고 있던 손을 내린 그가 자세를 바로잡았다. 거만하게 꼬고 있던 다리도 되돌리고 정자세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그가 입을 열었다. “내가 말했죠? 이소희 씨는 몸만 가지고 오는 셈이라고.” “네.” “그럼, 그 몸을 줘 봐요.” “…네?” “나랑 한번 자 보자고.” 그녀의 입술이 사르르 벌어졌다.
“아직 피지 않은 꽃을 어떻게 해야 피울 수 있을까?” 가까이서 들리는 목소리가 평소보다 나른하고 유혹적이었다. 그녀는 떨리는 입술을 겨우 벌리고 대답했다. “햇빛도 필요하고, 평소보다 수분도 많이… 필요할 거예요.” “물도 주고 빛도 보게 해 주면서 기다리면 된다?” “네….” “인내심이 없으면?” 그가 그녀의 양 손목을 잡아 침대 위로 나란히 내려놓았다. 어느새 그의 시선이 둥근 가슴에 내리꽂혔다. “못 기다리겠으면요?” 가슴이 뭉치는 듯한 생소한 감각에 그녀가 어깨를 움츠리고 고개를 옆으로 꺾었다. 그를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강제로 벌려도 되나?” 이내, 그의 다른 손이 꼭 닫혀 있는 해리의 허벅지 사이에 놓이더니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꽃이 상하지 않을까?” 다정한 음성과 다르게 그의 손에는 힘이 가득했다. 다리를 넓게 벌리자 그녀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작은 목소리로 애원했다. “불… 불을 껐으면 좋겠어요.” “빛이 필요하다면서.” 그의 말을 들은 순간, 해리는 수겸이 묻는 ‘개화’의 뜻이 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계속 그녀에게 꽃 같다는 말을 했었다. 개화의 뜻은….
“서영아, 네가 날 떠나고 나서 생각했어. 널 다시 만나면 매일매일, 시도 때도 없이 너한테 박을 거라고.” 힘겨운 현실을 이기지 못하고 4년 동안의 연애에 종지부를 찍은 서영. 매몰차게 연인을 버린 대가는 아버지의 병원비로 공중분해가 되고, 시한부였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고 만다. “아직 나, 사랑하잖아.” 외톨이가 된 서영을 다시 찾아온 윤우. 여전히 다정하고 따스한 윤우지만 서영은 죄책감 때문에 그를 다시 받아들이지 못한다. “너랑 헤어지겠다고 돈을 받았어. 난 그런 여자야. 그런데도 내가 좋아?” “다른 여자는 필요 없어. 내가 사랑하는 건 너뿐이니까.” “우린 헤어졌어. 사랑하든 말든 끝난 사이야.” 하지만 서영의 거절이 이어지면서 윤우의 숨겨진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서영아, 자기 물건은 자기가 잘 간수해야 하는 거야. 잃어버리고 나서 남 탓을 해봤자 돌아오지 않잖아.” 그의 손에서 짤랑거리는 쇳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나도 널 잃어버리지 않게 잘 간수하려고.” 은빛으로 빛나는 수갑을, 서영은 믿을 수 없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면 음, 애인이나 호감 있었던 여성분이….” “어땠을 것 같습니까?” 그녀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그가 말을 끊었다. 상담 기록지에 펜을 가져다 댄 그녀가 그를 바라봤다. 서로를 향한 시선이 가까이에서 흔들린다. 하얀 종이 위에 검은 점이 번져 가고 있다는 걸 고은은 알아채지 못했다. “…네?” “그쪽도 여자잖아.” 말을 마친 순간, 그가 그녀의 손을 세게 맞잡았다. 손끝만 살짝 잡고 있었을 때는 몰랐는데, 맞닿은 손바닥이 뜨겁다. “…저는 사장님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어서요.” “내가 보기론, 손 선생님만큼 날 많이 아는 여자가 없어.” 한정호는 미묘한 공기를 잘 만들어 냈다. 어둡고 그윽한 눈빛과 울림이 좋은 낮은 목소리, 언제나 웃는 듯한 표정이 의사 손고은을 여자 손고은으로 둔갑시켜 버린다. 문득 그의 태도가 이 주제를 회피하려는 것처럼 느껴져서 고은이 한숨을 쉬었다. “말하기 싫으시면 이런 이야기는 굳이 안 하셔도 됩니다.” “싫지 않아요. 재밌거든.” 뭐가 재미있다는 거지? “여자관계를 묻는 사람이 아주 오랜만이라서요.” 그녀의 속내를 투명하게 들여다본 양, 그가 말했다. 괜히 이성 관계 이야기를 꺼냈나 보다. 한정호를 도통 종잡을 수가 없다. “그런데 여자관계가 치료와 무슨 상관입니까?” “아… 그건 이성 관계도 대인 관계의 일종이거든요.” “난 또, 손고은 선생님이 개인적으로 알고 싶은 건 아닌가 했는데요.” 순간, 고은의 눈동자에 당황한 기색이 스쳤으나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돌렸다. “지금 환자분 태도를 보면 전혀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심리 검사 결과로 보면….” 잠깐 말을 끊은 고은이 원래 자리에 둔 심리 검사 결과지를 가지러 가기 위해 정호의 손을 놓았다. 그러나 그녀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한정호는 그녀의 손을 놔주지 않았고, 오히려 손아귀에 힘을 강하게 주었다. 그녀의 손등 피부가 그의 손가락에 세게 눌렸다. 움직이기를 포기한 그녀는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조합해서 말했다. “환자분 성향이 약간 뭐랄까… 지배적인 성향이 있어서 대인 관계가 마음대로 되지 않아 불만이 많으실 거예요.” 그가 엄지로 그녀의 손등을 진득하게 쓸었다. “위험하게 들리는데, 지배적인 성향.” 지금만 해도 그렇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그녀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있었다. “그것 봐요, 손 선생님.” 위험하게 웃은 그가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날 제일 잘 아는 여자는 그쪽이라니까.” 그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미소를 지은 정호를 가까이에서 마주하자 어째서인지 고은은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착각이 들었다.
“진짜 잘 살았나 봐.” 영하가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웃어 보였다. “어떻게 이렇게 태연할 수가 있지.” 영하는 웃는 낯으로 말하고 있었지만, 그 목소리만큼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지민의 입술이 긴장으로 말라 가기 시작했다. 그제야 그가 왜 자신을 집까지 태워다 줬는지 알 것 같았다. 그녀는 구구절절 변명하고 싶지 않아서 깔끔하게 사과부터 했다. “미안해, 영하야. 그래도 다… 지난 일이잖아.” “다 지난 일?” 지민은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겨우 견고하게 쌓아 올린 제 현실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영하에게서 벗어나고 싶어서 그녀는 급히 조수석 손잡이를 당겼다.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잠금장치가 굳게 잠긴 걸 확인한 그녀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였다. “다 지난 일이라…. 누구 마음대로 지난 일이야? 네 마음대로?” 말을 마치기 무섭게 그가 그녀의 어깨를 세게 붙잡아 홱 끌어당겼다. “왜 이래, 갑자기!” 화들짝 놀란 지민이 그의 가슴을 밀어냈지만 영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가 그녀를 오만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면서 잇새로 말을 이었다. “8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생각했어. 최지민을 만나면, 뭘 해야 할까. 무슨 소리를 해야 할까.” “…영하야.” “어떻게 사람을 감쪽같이 속이고 숨었는지부터 물어봐야 할까? 왜 튀었냐고 물어봐야 할까? 아니면….” 그의 얼굴이 점차 가까워졌다. 코끝이 닿을 만한 거리에서 그가 서늘하게 으르렁거렸다. “그까짓 말 따위 지껄이는 대신, 네 입술이나 빨까.”
“인혜 씨, 꿈에서는 뭐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되지?” 최우현 팀장에게 첫눈에 반한 인혜는 그를 마음 깊이 짝사랑하지만 소심한 성격으로 인해 그를 멀리서 바라보기만 한다. 게다가 남인혜는 곧 계약이 종료될 23개월짜리 계약직. 계약기간은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갑자기 꿈에 그가 나오기 시작한다. “저, 팀장님 좋아해요.” 꿈에서만큼은 용기를 내고 싶었던 인혜는 우현에게 고백을 하고 꿈속의 그와 점점 가까워지게 된다. 꿈은 점점 달콤하고 농밀해지는데……. “이건 꿈인 걸까?” “네. 꿈이에요.” “꿈이라서 그런 건가? 왜 이렇게 미치게 만들지?” 현실의 최우현과 마주치는 시간이 늘고 그의 눈빛이 다정하게 느껴지는 것은 행복한 꿈에 홀려버린 남인혜의 어리석은 착각일 것이다. 최우현과의 인연이 끝날 날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으니까. “꿈에서 깨고 싶지 않아요.” 그렇기에 인혜는 환상일지라도 꿈에 매달리고 결국은 꿈과 현실이 뒤섞이는 듯한 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인혜 씨, 난 이제 뭐가 꿈이고 뭐가 현실인지 모르겠어.” 현실만큼이나 생생한 꿈. 그런데 꿈속의 이 순간이 현실이기를 바라는 사람은 정말 그녀뿐일까?
주현은 느닷없이 들이닥친 의붓삼촌에게 일자리 하나를 소개받았다. “생활 비서라고 진 이사 생활을 네가 전부 책임지는 거야. 진 이사 결혼해서 와이프 생기기 전까지.” 달콤한 조건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4년째 중환자실에서 버티고 있는 엄마를 위해 주현은 돈이 필요했다. “정 못하겠으면 1년만 버티고 나오면 되잖아? 1년 버티면 1억5천이라니까?” 결국, 삶에 찌든 주현은 대경건설 이사의 생활 비서 자리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네가 이번 생활비서구나. 회장님도 참 포기를 몰라.” 그녀를 향한 남자의 길쭉한 눈이 반달 모양으로 휘었다. 천사처럼 아름답고 상냥한 얼굴이었지만 그의 눈빛은 짐승 같았다. “걱정 안 해도 돼. 한 발만 싸고 샤워하면 되거든.” 그가 맹수처럼 그녀의 팔을 잡아 품으로 당겼다. “아, 그거 알아? 아침에 섹스하면 잠이 확 깨는 거.” 단번에 그에게 붙잡힌 그녀는 몸을 뻣뻣하게 굳혔다. 진승윤의 생활 비서? 아니, 김주현은 진승윤의 창녀였다. “네가 받는 돈이 그 값이야. 설마 날 깨우고 옷을 고르는 일 따위가 그 정도 가치를 한다고 생각했어?” “그게 더럽게 여자 사는 거랑 뭐가 다른데요?” “다르지.” 태연하게 대답한 승윤이 짙은 미소를 지었다. “넌 나밖에 못 쓰거든.” 절망이 발 아래에서부터 넘실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