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잡한 양아치 새끼. 곱게 자란 공주님. 둘이 서로를 지칭하는 건 대개 그런 식이었다. 문도준과 민윤아의 관계를 표현하기에 앙숙만큼 안성맞춤인 단어는 또 없을 것이다. 애초에 둘의 상성은 정말이지 극과 극인 수준이었고, 곧 죽어도 지고는 못 사는 데다 자존심은 또 더럽게 셌으니까. 둘 다 어디서든 ‘갑’이 아니면 안 되는 기질을 타고난 탓에 서로가 서로에게 어떻게든 이겨 먹으려 한다는 점 또한 그랬다. “문도준. 넌 그러고 살면 안 쪽팔려?” “잃을 거 많은 사람이나 쪽팔리는 게 무섭지. 난 그다지?” “재수 없어.” “넌 뭐 재수 있고?” 마치 개와 고양이처럼.
🌟 로맨스 소설 중 상위 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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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청춘이라 말하는 열여덟. 여느 때처럼 돌아온 여름도 사율에게는 그저 지루한 계절의 일부일 뿐이었다. “선배는 나쁜 사람 아니잖아요.” “혹시, 얼굴 보고 사람 믿어?” 포물선을 그리는 야구공처럼 툭, 그가 그녀의 삶 속으로 떨어지기 전까지는. “선배는, 아무 여자애들한테나 다 다정해요?” “나는 너한테만 헤퍼.” 비누 향기를 풍기는 하얀 교복 셔츠와 유리알처럼 새까맣게 반짝이는 눈동자. 열아홉 현시준은 장맛비처럼 사율의 모든 순간을 적시며 스며들고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9년 만에 거짓말처럼 다시 그녀의 앞에 나타난 남자. “공사 구분 할 줄 몰라? 선 지켜.” 유일하게 그녀에게만 다정했던 그가, 유일하게 그녀에게만 다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그 여름 언젠가처럼 그를 흔드는 사율. “지금 너 열여덟 아니야. 키스에서 못 멈출 수도 있어.” “알아요.” 얽히는 혀끝에서는 여름의 단맛이 났다. 가장 순수했던 한때의 계절이, 미성년의 경계를 넘은 순간 뜨겁게 들끓기 시작한다.
※ 본 작품은 가스라이팅과 같은 트리거 유발 소재 및 장면 등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습한 하절기면 물안개로 가득한 도시, 문정. 채온은 엄마를 따라 어딘가 으스스하고 비밀스러운 저택, 송백원에서 살게 된다. 그리고 그곳의 첫째 도련님, 오만하고 냉정한 장태하에게 자꾸만 시선이 가는데……. “네 주제에 맞게 굴어, 채온아. 적당히 기어오르고.” 그녀를 멸시하는 것 같다가도, “피아노, 치고 싶으면 치러 와.” “……네?” “알잖아. 내가 언제 오고, 언제 나가는지.” 채온의 마음을 온통 쥐고 흔들다 불쑥 떠난 남자. 그리고 3년 뒤, 그는 그녀가 그리는 가장 완벽하게 무르익은 남성의 모습이 되어 돌아온다. 다른 여자의 남자가 되기 위해서. “약혼녀, 있으시잖아요.” “왜. 법적으로 그런 건 안 된대?” 그녀의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는 욕망을 자꾸만 건드리는 장태하에게, 자꾸만 품어서는 안 될 마음이 자라난다. “좀 더 솔직하게 굴어 봐. 더 까졌잖아, 너.” 그가 어떤 속내를 품고 제게 접근했는지도 모르고.
서연에게 현실은 늘 냉혹했다. 하나뿐인 가족이자 병상에 누운 동생, 그리고 아버지가 남긴 끝없는 빚. 꿈도, 돈도, 매번 빼앗기기만 했던 현실을 살며 욕망 따윈 내려놓은 줄 알았다. “어린 게 발랑 까졌다더니, 몸 아낄 줄 모르고.” “열심히 사는 게 왜 까진 거예요. 몸 아낄 시간도 없어요.” 냉혹한 현실 따위는 평생 모를 꼭대기에 선 남자, 권차혁.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혀는 빨 줄 알고?” “흣……!” “그런 거 안 배워 두고 뭐 했어.” 현실 앞에 굴복해 그와 보낸 하룻밤이자, 처음으로 욕망에 이끌렸던 순간. “정액을 뒤집어써도 예쁘네……. 내 강아지는.” 그게 끝일 줄 알았다. 그가 제 결핍을 파고들 줄도 모르고. “하나 제안할까.” 서연이 뭐라 답하기 전에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 갖고 놀아.” 음산할 정도로 낮게 갈라지는 음성이 내뱉는 문장은 달고 야했다. 표지일러스트 : MYO
※본 작품은 일방적이고 가학적인 폭행 등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진주를 떼어 낸 패각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이재는 제 삶이 꼭 어린 시절 보았던 패각의 무덤 같다고 생각했다. “내 돈. 그거 받으러 왔는데, 나는.” “돈?” “명이재가 갖고 있을 것 같아서.” 그녀가 죽인 전남편의 돈을 받기 위해 찾아온 남자, 석재헌을 만나기 전까지는. “이재는 우는 것도 예쁘게 우네.” 이재를 이용하기 위해 접근한 그는 자꾸만 그녀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그의 온기를 찾을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석재헌 그 새끼한테 너무 홀랑 넘어가지 마. 그거 존나 무서운 새끼야.” 누군가는 석재헌이 그녀의 바닥까지 긁어 갈 거라고 말했지만, 놓고 싶지 않았다. “네가 어딜 도망가. 네 몸에서 물 죄다 말려 놓을 때까지 빨 건데.” 그가 자신에게 필요한 것만 취하고 버릴 거라면, 저도 그에게서 단물만 취하면 될 일이니까. “네 멋대로 빠져나가기엔 너무 늦었어, 이재야.” 그게 패각의 무덤 위로 저를 내던지는 일일지라도.
서연에게 현실은 늘 냉혹했다. 하나뿐인 가족이자 병상에 누운 동생, 그리고 아버지가 남긴 끝없는 빚. 꿈도, 돈도, 매번 빼앗기기만 했던 현실을 살며 욕망 따윈 내려놓은 줄 알았다. “어린 게 발랑 까졌다더니, 몸 아낄 줄 모르고.” “열심히 사는 게 왜 까진 거예요. 몸 아낄 시간도 없어요.” 냉혹한 현실 따위는 평생 모를 꼭대기에 선 남자, 권차혁.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혀는 빨 줄 알고?” “흣……!” “그런 거 안 배워 두고 뭐 했어.” 현실 앞에 굴복해 그와 보낸 하룻밤이자, 처음으로 욕망에 이끌렸던 순간. “정액을 뒤집어써도 예쁘네……. 내 강아지는.” 그게 끝일 줄 알았다. 그가 제 결핍을 파고들 줄도 모르고. “하나 제안할까.” 서연이 뭐라 답하기 전에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 갖고 놀아.” 음산할 정도로 낮게 갈라지는 음성이 내뱉는 문장은 달고 야했다.
*해당 작품은 메신저 형식 등이 첨부되어 있어 설정 및 기종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으며, 원활한 감상을 위해 문단 간격을 원본으로 설정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본 작품은 합의에 의한 강압적인 관계, 호불호가 갈리는 키워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봄의 절정, 스페인 남부의 세비야. 광장은 뜨거웠고, 지민의 연주마다 지폐 뭉치를 던지고 사라지는 비밀스러운 남자는 들끓는 열기조차 미온인 듯 홀로 고고했다. "순수하게, 연주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게 맞나요?" "순수하지 않으면." 태양의 열기가 선명한 한낮인데도 그가 선 곳은 밤 같았다. 엮이는 순간, 절대 쉽게는 헤어날 수 없을 것 같다. 저를 시선으로 뚫어 버릴 듯 응시하는 남자를 바라보며 스친 직감이었다. 결핍투성이인 지민의 삶에 불쑥 나타나 간섭하고, 통제하고, 발끝까지 짜릿해지는 긴장감을 선사하는 남자. 텅 빈 자신을 채워 줄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던 지민은 기꺼이 그의 손에 제 목줄을 쥐여 주기로 한다. “내가 당신을 궁금해하는 게, 위험한 거예요?” “나한테 주워 달라고 아양 떠는 건가.” 그를 샅샅이 알고 싶었다. 통제, 결벽. 그런 것에 익숙한 남자가 실오라기 하나 남기지 않고 모두 벗어젖힌 채 날것의 행위를 할 때는 어떤 얼굴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