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이 꼭 복숭아 같구나. 과즙이 나올 것 같네.” 그는 입술을 떼지도 않고 속삭였다. 쏟아지는 그의 낮은 목소리에 심장이 격렬하게 고동쳤다. 이런 건 처음이었다. 남자의 아래에 눕혀져 본 적도 없을뿐더러, 입술을 벌리게 하고 혀를 밀어 넣는 입맞춤은 더더욱 해본 적 없었다. 줄리엣은 반쯤 울면서 애원했다. “잘못했어… 잘못했으니까 이제 제발 놔줘… 응…?” “벌 받기로 했잖아. 움직이면 안 되지.” 그는 보드라운 표면을 잠시 손끝으로 간지럽히더니 갈라진 틈으로 손가락을 살짝 밀어 넣었다. 줄리엣은 기겁하며 그의 어깨를 잡았다. “앗… 싫어…!” “얌전히 있으렴. 다치게 하지 않을 테니까.” 이런 달콤한 목소리로 자신을 꽁꽁 옭아매 놓고 거부할 수 없게 만드는 그가 미웠다. 교묘하게 입안으로 침입하는 그의 혀도, 음란하게 다리를 벌리고 있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심술궂은 눈빛도. 줄리엣은 있는 힘을 짜내어 속삭였다. “이런 짓… 하면 안 돼….” “안 된다고? 이상한데. 여기가 이렇게 젖어서 내 손가락을 물고 안 놓아주는걸.” “앗….” 달콤한 신음이 새어 나와 줄리엣은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흠뻑 젖은 손가락을 확인한 에반이 조용히 속삭였다. “싫다면서 이렇게 느끼면 못 쓴다.” *** ‘넌 창녀의 딸이야.’ 보육원에서 자란 줄리엣이 레인 가(家)에 입양된 건 열두 살 때 일이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배다른 오빠 에반과 함께 살게 되지만 그는 아버지 정부의 딸이라는 이유로 줄리엣을 냉대한다. 그로부터 팔 년 뒤. 스무 살 생일 파티가 있었던 날 밤 우연히 에반의 침실에 들어가게 된 줄리엣은 그에게서 뜻하지 않은 벌을 받게 되는데…. 그날 이후 아름답고 잔혹한 오빠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동생을 옭아매고, 두 사람 사이에는 부모의 죄악에서 비롯된 애증이 교차한다.
🌟 로맨스 소설 중 상위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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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할게.” 두 손으로 그의 옷을 움켜쥐고 다급하게 그에게 매달렸다. 눈앞이 캄캄했다. 이렇게 살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던 미연 언니의 목소리가 귓가에 어른거렸다.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미연 언니를 나락에서 건져낼 수 있다면 내가 당하는 잠깐의 굴욕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제발 부탁이야, 오빠. 시키는 대로 뭐든지 할게. 오빠가 도와주지 않으면 미연 언니는… 언니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애원했다. 복받친 슬픔에 고개를 숙이자 눈물 한 방울이 그의 허벅지에 떨어졌다. 그러는 동안 차가웠던 그의 표정이 점차 누그러졌다. “나는 참 네 눈물에 약하단 말이야.” 그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젖은 눈가를 쓸어주었다. 쪽, 하고 입술 위에 부드러운 입맞춤이 느껴졌다. “이런 애기 같은 얼굴로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날 보고 있으면 심장이 아프기도 하고, 간질거리기도 하고. 앉아 봐.” 무릎에 도로 앉으려 하자 그가 내 팔을 붙들었다. 나는 멍하니 눈을 깜박였다. 그가 제 다리 사이를 눈짓으로 가리켰다. “바닥에 앉으라고.” 앉으라는 그 말이 뭘 의미하는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고개가 반사적으로 문 쪽을 향했다. 이곳은 그의 사무실이었다. 잠기지 않은 저 문 너머에 비서가 앉아 있는. “뭐 해? 조신한 척하지 말고 앉아.” “하지만 밖에….” 비서가… 하는 말은 그의 손가락에 의해 막혀 버렸다.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잠시 내 입술을 누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 다희가 아직 상황파악이 잘 안 되나 본데.” 그의 단단한 엄지손가락이 입속으로 들어왔다. 그의 손가락은 말캉한 혀의 감촉을 즐기듯 앞뒤로 살살 움직이기 시작했다. “네가 했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우린 끝난 사이야. 그것도 무려 삼 년 전에.” *** 삼 년 전, 결혼을 앞두고 갑작스레 집안이 몰락하자 이모가 사는 미국으로 떠난 다희. 점점 심해지는 이모 가족과의 갈등으로 다시 한국에 돌아오지만, 여전히 생계는 막막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집 언니 미연의 손에 이끌려 가게 된 누군가의 난잡한 생일 파티. 그곳에서 다희는 삼 년 전 헤어졌던 약혼자 강서와 최악의 모습으로 재회하고, 강서는 돈이 필요한 다희의 처지를 이용해 그녀를 집요하게 뒤쫓는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 수 없었다. 놀라서 멍하니 벌어진 입안으로 축축한 혀가 밀려들었다. 깜짝 놀라 밀어내자 그가 손목을 붙잡았다. 침대 위로 내리누르는 힘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억셌다. 뱀처럼 파고든 혀가 설의 조그만 혀를 잡아채더니, 앞뒤로 뜨겁게 문질렀다. 이어 목구멍 깊숙한 곳까지 넣고 빼내길 반복했다. “내 혀, 빨아줘.” 뭐라 대꾸를 하기도 전에 입술이 삼켜졌다. 설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몸 전체가 그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저리 비….” 그녀는 작게 할딱이며 고개를 돌렸다. 짓누르는 힘 때문에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냥… 가만있어 봐. 키스만 할 거야.” 그가 달래듯 중얼거리며 설의 귀를 핥았다. 그리고 보드라운 뺨을 지나 숱 많은 긴 속눈썹에 제 타액을 듬뿍 묻혔다. 탁탁, 그의 가슴을 때리던 손이 맥없이 떨어졌다. 연우가 원피스 앞자락을 쭉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투둑, 앞 단추가 뜯어지며 봉긋한 젖무덤이 튀어나왔다. 흠칫 놀라 어깨를 웅크리자 가슴골이 파였다. 그곳에 얼굴을 묻은 그가 신음하며 뭐라 중얼거렸다. 젖내가 어쩌고 하는 것 같은데, 혀가 꼬여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연우의 손이 설의 다리를 잡아 벌렸다. 뒷무릎을 움켜쥐고 위로 번쩍 들어 올려 제 허리에 감았다. 묵직하고 단단한 것이 팬티 한가운데를 아프게 눌러 댔다. 그는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 섰어.” *** “네가 날 이렇게 만들어. 너 하고 눈이 마주칠 때마다 이렇게 된다고. 걸을 수가 없을 정도로 아프고 괴로워. 여기도, 내 마음도….” 아름다운 정원이 딸린 서양식 이층 저택. 가사 도우미의 딸인 윤설과 저택의 도련님인 연우는 동갑내기 소꿉친구로, 여섯 살 때부터 함께 자라 왔다. 어느 날 둘 사이에 다른 남자가 끼어들면서 연우의 질투심에 불이 붙고. 그의 집착에 혼란스러워하던 윤설은 뜻밖의 광경을 목격하게 되는데…. **본 도서에는 청소년끼리의 성애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본 도서에는 강압적인 관계, 선정적인 단어, 비도덕적인 등장인물의 범죄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빈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가 좋았다. 훤칠한 키와 눈부시게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둘째 오빠. 그가 커다란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외롭고 서러운 마음이 가득 채워지는 것만 같았다. 바쁘고 무심한 새아버지 대신, 윤혁이 그녀의 마음 한구석을 차지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쇼핑, 공부, 여행…. 그는 부성애에 목말랐던 그녀의 갈증을 채워주었을 뿐만 아니라, 나빈의 유년 시절을 폭력으로 물들였던 친부에 대한 공포심까지도 앗아가 주었다. 그는 그 정도로 그녀의 인생에 강한 영향을 끼쳤다. 어쩌면 피를 나눈 가족보다도 더…. *** “몇 달 사이에 많이 컸네.” 윤혁은 무감각한 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말했다. 나빈은 어깨를 움켜쥔 그의 손을 떼어내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내 말이면 응응하면서 고개만 끄덕거리던 애가. 오늘은 사람들 앞에서 내 뺨을 때리질 않나, 큰소릴 치지 않나.” “집에….” “이렇게 버릇없이 굴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 그는 바르작거리는 나빈의 허리를 팔뚝으로 휘감아 제 품에 끌어당겼다. “엉덩이를 때릴 수도 없고 말이야.” “이거 놔….” “정말 내가 싫었다면 여기 오지도 않았을 거면서.” 커다란 손이 슬그머니 가운 속으로 파고들었다.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강압적인 관계와 가부장적인 가치관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나옵니다. 또한 본 작품은 의붓남매 간의 사랑을 다루고 있으며, 집필 의도를 살리기 위해 형제간의 호칭을 한국식으로 표기하였습니다. 이용 시, 참고 바랍니다. 두 사람은 동생들을 사랑했고, 서로를 사랑했다. 혈연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둘 사이에는 남매로서의 애정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었다. 부부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강한 유대감이. “나한테도 보여 줘. 아까 같은 표정….” 블레이크는 뜨거운 손가락으로 로렌의 볼을 문질렀다. “사랑받고 싶어 죽겠다는 표정 말이야. 왜 그런 얼굴로 다른 남자를 봤니? 네가 원하는 걸 그 남자가 줄 것 같아서?” “오빠….” “하지 마.” 허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목소리. 그가 가슴팍을 밀어내려는 로렌의 양 손목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날 밀어내지 마. 또 한 번 그러면 후회하게 될 거야. 내가 두말하지 않는 거 알지, 로렌?”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에게 팔목이 붙들린 채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었다. 팔이 아파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자, 블레이크가 천천히 팔을 놓아주었다. 그와 동시에, 로렌은 어딘가에 풀썩 쓰러졌다. 푹신하고 부드러운 것이 몸에 닿은 순간 알아차렸다. 자신이 조금 전 보았던 나풀거리는 분홍색 침대 위에 눕혀져 있다는 걸. “넌 내 아내야. 난 네 남편이고, 저 애들은 우리 애들이야.” *** 재혼 가정에서 행복하게 살아온 의붓남매 블레이크와 로렌.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자 두 사람은 쌍둥이 동생을 함께 키우기로 결심한다. 4년 후 어느 날, 로렌이 다른 남자와 키스하는 모습을 본 블레이크는 심한 질투를 느끼게 되는데…. 서서히 밝혀지는 어스틴가(家)의 비밀, 그리고 금단의 사랑. 오래된 저택을 배경으로 한 고딕 로맨스.
“난 너랑 연애 따윈 안 해. 결혼은 더더욱.” “당신이 나를… 좋아하게 만들 자신이 있다면요?” 지혁은 은영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깨달았을 때 생각했다. 그 여자가 제게 접근한 목적이 무엇이든 상관없다고. 돈이든, 윤일 그룹 회장의 아내든. 그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줄 수 있다고. 그런 결심까지 하면서 반지를 끼워 주었다. 네가 나한테 원하는 게 그것뿐이어도 좋으니까 결혼하자고. 평생 같이 살자고. 그 정도로 그 여자가 좋았다. 처음이었다. 누굴 이렇게 좋아해 본 건. 저를 좋아하게 만들 자신이 있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을 때부터. 아니… 집안 행사가 있었던 그날,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그녀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일러스트: vazi
“난 너랑 연애 따윈 안 해. 결혼은 더더욱.” “당신이 나를… 좋아하게 만들 자신이 있다면요?” 지혁은 은영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깨달았을 때 생각했다. 그 여자가 제게 접근한 목적이 무엇이든 상관없다고. 돈이든, 윤일 그룹 회장의 아내든. 그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줄 수 있다고. 그런 결심까지 하면서 반지를 끼워 주었다. 네가 나한테 원하는 게 그것뿐이어도 좋으니까 결혼하자고. 평생 같이 살자고. 그 정도로 그 여자가 좋았다. 처음이었다. 누굴 이렇게 좋아해 본 건. 저를 좋아하게 만들 자신이 있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을 때부터. 아니… 집안 행사가 있었던 그날,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그녀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일러스트: vazi
※본 도서는 강압적인 관계, 선정적인 단어에 대한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없었던 일로 해 주세요.” 떠날 채비를 하던 상문이 우뚝 동작을 멈추었다. 그는 몇 초간 미동 없이 서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아린을 보았다. “당신이랑은 결혼 안 할 거예요.” “내 어디가 마음에 안 드는데?” 상문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편하게 말해 봐. 고치도록 노력할 테니까.” “당신은 내 어디가 마음에 들어서 결혼하겠다는 건데요?” “네 엄마가 그러더군.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한 애라고. 이제까지 한 번도 부모님 말씀을 거역한 적 없다면서.” 상문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아내가 필요해.” “그게··· 다예요?” “눈 맞아서 결혼하는 것도 아닌데,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하나?” 상문은 흔들리는 아린의 눈망울을 즐겁다는 듯 응시했다. 송아린은 예쁜 얼굴 빼면 볼 거 없는 여자였다. 애초에 우빈 그룹을 손에 넣을 때까지 적당히 이용해 먹다가, 볼일이 끝나면 관심 끊을 생각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무방비한 그녀의 모습에 점점 심기가 불편해졌다. 아린은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다. 손쉽게 호텔로 따라왔고, 심지어 침대에서 조금 예뻐해 주니까 자지러지며 좋아하기까지 했다. 이래서 이 애를 밖에 내놓을 수나 있을까. 누군가 맛있는 음식이나 달콤한 말로 저를 유혹하면 꼬리를 살랑거리며 쫓아갈 것이 불 보듯 뻔한데. 내게 그랬으니 다른 남자에게도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정체 모를 불안감이 점점 가슴 한구석에 똬리를 틀기 시작한다. 일러스트: 애쉬케이(AshK)
※본 도서는 강압적인 관계, 선정적인 단어, 비도덕적인 캐릭터에 대한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난 너랑 연애 따윈 안 해. 결혼은 더더욱.” “당신이 나를… 좋아하게 만들 자신이 있다면요?” 지혁은 은영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깨달았을 때 생각했다. 그 여자가 제게 접근한 목적이 무엇이든 상관없다고. 돈이든, 윤일 그룹 회장의 아내든. 그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줄 수 있다고. 그런 결심까지 하면서 반지를 끼워 주었다. 네가 나한테 원하는 게 그것뿐이어도 좋으니까 결혼하자고. 평생 같이 살자고. 그 정도로 그 여자가 좋았다. 처음이었다. 누굴 이렇게 좋아해 본 건. 저를 좋아하게 만들 자신이 있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을 때부터. 아니… 집안 행사가 있었던 그날,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그녀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일러스트: vazi
※강압적인 관계, 선정적인 단어, 비도덕적인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구매 시, 참고 부탁드립니다. 이토록 누군가를 갈구해 본 건 처음이었다. 당장 그녀를 끌어안지 않으면 미쳐 버릴 것 같은 충동. 매일 안고, 입술을 겹치는데도 그녀를 향한 타는 듯한 갈증은 채워지지 않는다. “보내 줘. 보내 달란 말이야! 태석 씨가 미워!” “내가 왜. 이왕 미움받는 거, 애라도 배게 해야지.” 서늘해진 그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찼다. “그래야 도망칠 생각 안 하고 내 옆에 평생 붙어 있을 거 아니겠어? 나는 미워도 애 아빠는 필요할 테니.” 태석은 다시금 뺨으로 날아오는 그녀의 손을 단박에 제압했다. 차 안은 폭풍이 휩쓸고 간 듯 고요했다. “전에도 말한 적 있었지. 너는 겉보기랑 다르게 성질이 급하다고.” 머리칼을 매만지던 손가락이 뺨으로 미끄러졌다. 부드럽게 눈물을 닦아 준 그가 말을 이었다. “그건 아마 네가 평생 뭔가를 기다려 본 적도, 간절히 원해 본 적도 없어서일 거라고.” 그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지자, 혜원은 눈을 감았다. 뜨거운 숨결이 입술을 간지럽히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난 인내심이 아주 강하다고 말이야.”
※강압적인 관계와 가부장적인 가치관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나옵니다. 또한 본 작품은 의붓남매 간의 사랑을 다루고 있으며, 집필 의도를 살리기 위해 형제간의 호칭을 한국식으로 표기하였습니다. 이용 시, 참고 바랍니다. 두 사람은 동생들을 사랑했고, 서로를 사랑했다. 혈연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둘 사이에는 남매로서의 애정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었다. 부부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강한 유대감이. “나한테도 보여 줘. 아까 같은 표정….” 블레이크는 뜨거운 손가락으로 로렌의 볼을 문질렀다. “사랑받고 싶어 죽겠다는 표정 말이야. 왜 그런 얼굴로 다른 남자를 봤니? 네가 원하는 걸 그 남자가 줄 것 같아서?” “오빠….” “하지 마.” 허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목소리. 그가 가슴팍을 밀어내려는 로렌의 양 손목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날 밀어내지 마. 또 한 번 그러면 후회하게 될 거야. 내가 두말하지 않는 거 알지, 로렌?”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에게 팔목이 붙들린 채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었다. 팔이 아파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자, 블레이크가 천천히 팔을 놓아주었다. 그와 동시에, 로렌은 어딘가에 풀썩 쓰러졌다. 푹신하고 부드러운 것이 몸에 닿은 순간 알아차렸다. 자신이 조금 전 보았던 나풀거리는 분홍색 침대 위에 눕혀져 있다는 걸. “넌 내 아내야. 난 네 남편이고, 저 애들은 우리 애들이야.” *** 재혼 가정에서 행복하게 살아온 의붓남매 블레이크와 로렌.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자 두 사람은 쌍둥이 동생을 함께 키우기로 결심한다. 4년 후 어느 날, 로렌이 다른 남자와 키스하는 모습을 본 블레이크는 심한 질투를 느끼게 되는데…. 서서히 밝혀지는 어스틴가(家)의 비밀, 그리고 금단의 사랑. 오래된 저택을 배경으로 한 고딕 로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