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하고 투명한
작가비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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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셋. 취업 준비와 진로로 고민이 많던 시기. 연애도, 학업도, 뭐 하나 잘 되는 게 없는 시기였다. 그래서 민준은 여름방학이 되면 바다로 향했다. 바다만이 유일한 구원이었으니까. 그렇게 해마다 방문했던 강원도 바다에서 한 남자를 만났다. 천재적인 서퍼, 남자의 이름은 송박하였다. “민준 씨는 나 어때요?” “……서핑 잘하고, 잘생기셨어요. 같은 남자로서 부럽죠.” “그것뿐? 난 민준 씨도 나한테 호감 있다고 느꼈는데. 틀렸어요?” 이래도 되는 걸까? 박하에게 설레는 마음을 다잡아 보려 하지만 뜻대로 잘되지 않는다. “그때 우리 카드 게임 했을 때 불붙었던 거, 솔직히 민준 씨도 느꼈잖아. 그렇죠?” 평생을 헤테로인 줄 알고 살아왔던 민준. 간지럽다 못해 징그러울 정도로 플러팅을 보여 주는 박하에게 호감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그래서 오늘 좀 제대로 확인해 볼까 하는데. 물론 민준 씨 허락을 구해야겠지만.” 아직 연애에 서투른 민준과 닳고 닳은 남자 박하의 연약하고 투명한 연애담! *** “어허. 형 운전해야 해.” 박하가 진지한 말투로 나무랐다. “자기야, 여기 섰어요.” 나는 다분히 놀리는 의도로 자기라 불렀다. 그런데 그 단어가 뭐라고, 박하는 그때마다 바보같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좋아했다. “어허. 자기 남편 흥분하잖아. 그만-!” “어? 또 섰네. 장난 아니다.” 고간에 대고 하는 발장난이 거슬렸는지 박하가 국도 갓길에 차를 세웠다. 변속 레버를 브레이크에 걸자마자 그가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덤불 안에 보안관들 숨어 있어. 조심해야 해.” 어린 애 훈육하는 듯한 진지한 태도에 나는 입술을 삐죽였다. 왜 갑자기 근엄한 척 구는 건데. 본인이야말로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야한 장난 같은 거 잘도 하면서. “겁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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