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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아무도 나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이타카 음유 시인의 기교 섞인 목소리도, 암초에 앉아 선원들을 유혹하는 세이렌의 음탕한 목소리도. 나의 이야기를 담기엔 적합하지 않았기에, 내가 허락하지 않았다. 올림포스와 인간 세상에 나에 대한 소문과 악명이 자자하단 걸 잘 알고 있다. 그것들은 한낱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 신들은 언제나 이야깃거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마음껏 뜯고 씹으라고 내버려 뒀다. 이젠 진실을 말해 보려고 한다. 지금껏 무수한 소문에도 아무도 하지 않은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왜 지금이냐고? 올림포스 신들의 전성기가 끝나 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야, 나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은 오직 나 자신의 목소리뿐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고로, 이건 나의 이야기다. 오롯이 나 자신의 시점으로 다시 써 내려간 이야기. 그것은 가이아와 제우스 간의 양차 전쟁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나의 벗 메티스를 위한 만가이며,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이 트로이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한 변론인 동시에 내가 사랑한, 이 세상에서 올림포스의 제왕인 제우스를 상대로 겁을 상실하고 대항한 유일한 인간인 한 남자에 대한 연서이다. 나는 아직 역사가 써지지 않은 새로운 땅에서, 현명한 켄타로우스 한 마리와 아가필리아라는 이름의 훌륭한 조수의 도움을 받아 이 기록을 완성하였다. 누군가 이 이야기를 읽고 있다면, 그건 지혜로운 아테나의 허락이 있었음을 전제할 것이다. 이야기를 완성한 뒤 그녀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내뱉어야 할 말을 내뱉었고, 써야 할 말을 다 옮겨 썼으니 비로소 자유로움을 느낀다. 나는 헤라다. 올림포스의 최고 여신, 제우스의 아내, 크로노스의 딸이 아니라 날 그저 헤라, 라고 기억해 준다면 내가 뜻한 바를 다 이룬 거라 생각하며 이만 양피지의 마지막을 장식하겠다.

완결 여부완결
에피소드7 권
연령 등급성인

세부 정보

팬덤 지표

🌟 로판 소설 중 상위 3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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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이용자 수 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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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플랫폼 평점

9.2

📊 플랫폼 별 순위

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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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nail

내 안드로이드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다리를 못 쓰게 된 하율. 간병비라도 좀 덜고, 삶의 질을 높여 보려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인간형 안드로이드를 간병인으로 고용하게 된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의해 작동되는, 단지 기계일 뿐인 그녀의 안드로이드는 어째서인지 더 인간답고, 더 남성적인 특징을 보이는데……. 언젠가부터 자아가 생겨 버렸다. 지난 주인의 지독한 감정적 학대에 시달리다 인간에게 마음의 문을 닫은 지 오래. 사람에게 줄 감정 따윈 없다고 스스로 결심했었다. 그런 그에게 새로운 고용주 하율은 신기한 존재였다. 처음엔 다만 신기했고, 그러다 서서히 호감이 생겨 버렸다. 그런 그녀가...... 사랑스럽다. 하지만 하율은 오로지 자신을 간병인 안드로이드로만 대하는데...... 점차 그녀에게 어필하고 싶어졌다. 그저 기계가 아닌, 당신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고 싶다고. 욕망 따윈 없어야 할 안드로이드의 가슴속에, 위험한 욕망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어쩌지?

thumnail

개정판 | 언테임드

피도 눈물도 없는 마피아 두목에게 갓난애일 때 입양되어서 자란 로즈는 자신의 친부모가 자기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조직에서 탈출하려고 한다. 로즈는 나폴리를 벗어날 계획을 세운다. 그녀를 돕겠다 나선 이는 그녀가 오랫동안 증오해 왔던 형제이자, 어느 날 갑자기 자상한 오라버니에서 사람 죽이는 살인 기계로 변해 버린 데페로이다. 로즈는 마지못해 그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그들을 쫓는 마피아 조직원들과 영국 왕실의 퀸즈가드 대원들은 시시각각 거리를 좁혀 그들을 위협해 온다. *** “만약에.” 로즈가 입술을 뗐다. “내가 도망치겠다고 하면 날 집에 데려다줄 수 있어?” “그래.” 데페로가 답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결연한 어조였다. “왜?” 로즈는 놀란 표정으로 ‘어떻게?’라는 질문 대신 ‘왜?’라는 질문을 던졌다. “나를 도와서 네가 좋을 게 뭐가 있기에?” 눈물을 흘려 충혈된 헤이즐럿 눈동자가 데페로에게 고정되었다. 그는 그녀를 보고 있지 않았다. 해가 저무는 핑크빛 수평선을 응시하며 데페로가 나직이 약속했다. “나중에. 나중에 다 말해 줄게.” 그때가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네게 모든 걸 말하리라. 그는 생각했다.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건 바로, 너를 집으로 데려다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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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홍콩. 한국인 그녀, 윤소영. 스튜어디스로 근무하고 있는 그녀에게 홍콩은 영화 화양연화에서 봤던 몽환적인 도시가 아니라 다큐멘터리 극한직업과 같은 이미지의 도시였다. 인생의 좋은 나날 따위 스펀지처럼 쫙쫙 빨아먹는 괴물 같은 도시. 어느 누구에게도 얽매이고 싶지 않아 자처한 타지 생활인데, 외로움은 그녀를 병적으로 갉아먹고 있었다. 동경. 일본인 그, 카세 료. 아내는 그에게 실망만 한 채로 딸을 데리고 본가로 사라졌다. 동경의 아파트에는 사람의 온기 하나 없이 로봇 청소기만 윙윙거리며 돌아갈 테다.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이 들었다. 이혼해 달라는 처가의 요청과, 딸아이 양육권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 때문이 아니라, 그는 천성적으로 공허한 존재였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속하지 못하는 존재이기에. 행성 주위를 맴도는 위성 같은 두 사람이 만났다. 서로를 끌어당기는 세 번의 우연으로. 동경, 홍콩, 그리고 오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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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테임드

피도 눈물도 없는 마피아 두목에게 갓난애일 때 입양되어서 자란 로즈는 자신의 친부모가 자기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조직에서 탈출하려고 한다. 로즈는 나폴리를 벗어날 계획을 세운다. 그녀를 돕겠다 나선 이는 그녀가 오랫동안 증오해 왔던 형제이자, 어느 날 갑자기 자상한 오라버니에서 사람 죽이는 살인 기계로 변해 버린 데페로이다. 로즈는 마지못해 그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그들을 쫓는 마피아 조직원들과 영국 왕실의 퀸즈가드 대원들은 시시각각 거리를 좁혀 그들을 위협해 온다. *** “만약에.” 로즈가 입술을 뗐다. “내가 도망치겠다고 하면 날 집에 데려다줄 수 있어?” “그래.” 데페로가 답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결연한 어조였다. “왜?” 로즈는 놀란 표정으로 ‘어떻게?’라는 질문 대신 ‘왜?’라는 질문을 던졌다. “나를 도와서 네가 좋을 게 뭐가 있기에?” 눈물을 흘려 충혈된 헤이즐럿 눈동자가 데페로에게 고정되었다. 그는 그녀를 보고 있지 않았다. 해가 저무는 핑크빛 수평선을 응시하며 데페로가 나직이 약속했다. “나중에. 나중에 다 말해 줄게.” 그때가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네게 모든 걸 말하리라. 그는 생각했다.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건 바로, 너를 집으로 데려다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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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지 파트너

재벌 3세 이서희. 돈 잘 버는 아버지의 등골 빼먹으면서 흥청망청 사는 게 목표였다. 그런데 어느 날, 결혼이라고는 생각도 해 본 적 없는 그녀에게 유학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채승현이 프러포즈를 한다. “결혼하자, 이서희. 너랑 나랑.” 어차피 이 바닥에선 흔하디흔한 정략결혼, 저 정도 얼굴과 능력이면 괜찮지. 별생각 없이 흘려들었던 게 문제였을까.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으니- 바로 채승현의 어머니가 홍 여사. 일명 한남의 이순자. 며느리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것으로 악명이 높은 인물이란 것이었다. 저 집 둘째 며느리는 얼마나 인생을 조질까 걱정했는데, 내가 그 집 며느리가 되는 거라고?! “넌 내 결혼 상대로 최상의 조건을 갖춘 여자야.” 채승현은 뻔뻔한 낯짝으로 이어서 말했다. “물론 그 조건에는 우리 어머니를 감당해 낼 수 있느냐는 요건도 포함되어 있겠지.” “이, 미친, 놈아.” 한량 같던 이서희 일생 최대의 위기가 찾아오다! 과연 두 사람의 결혼은 무사히 이루어질 수 있을까? #계약결혼 #재벌여주 #괴짜여주 #재벌남주 #짝사랑남주 #이 구역의 미친X 시어머니 #블랙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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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베의 절세미인

테베의 셋째 공주 에우토스테이아. 그녀의 창문으로 밤손님이 찾아왔다. 남자가 꿀 같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는 오늘 너의 하룻밤 연인이 되기 위해 찾아왔다. 이 밤이 지나면 너는 나를 기억하지도, 다시 만나지도 않을 것이다.” 누굴까. 그는 아폴론 신이라고 했다. 인간인 그녀는 신을 거역할 수 없다. “테베의 공주.” 칠흑 같은 어둠, 바람에 덜컥거리는 창문, 거미줄 같은 달빛을 등지고 있는 남자가 창문을 넘어왔다. 아폴론은 또 그녀를 찾아왔다. 그리스의 미녀라고 소문난 둘째 언니와 그녀를 착각한 채. “내일이면 그리스 전역에 있는 모든 사람이 네가 내 여인이라는 것을 알게 될 거다.” 이 아슬아슬한 밀회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서 날아온 비극적인 신탁에 치부가 찔린 듯 발끈한 테베의 왕 아펠리우스는 셋째 공주 방에 들락거린다는 수상한 남자의 정체에 대해 의심한다. 세 공주는 합심해서 자칭 아폴론 신이라고 주장하는 남자가 잠든 사이 그의 용모를 확인하려고 한다. 에우토스테이아가 잠시 망설인 사이, 양초 끝자락에서 일렁이는 불빛에 녹아 넘친 뜨거운 촛농이 신의 어깨에 떨어졌다. “진정 절 못 알아보십니까?” “내가 널 무슨 수로 알지?” 아폴론은 둘째 공주를 붙잡고 양초 불빛을 자신의 턱끝에 가까이 가져다 댔다. “테베의 공주, 마음껏 봐라. 네가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껍데기의 얼굴이 여기에 있으니.” 그는 분노에 찬 눈으로 으르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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