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의 왕녀 리시아 드 옐카는 살아남기 위해 조국을 멸망시킨 야만족 녹트의 사령관 카일러스 디먼과 밤을 보내고 도망친다. 하지만……. “우리 고귀한 왕녀 저하께서는 오랜만에 만난 남편이 전혀 달갑지 않은가 봐?” 그들은 결국 다시 만났고, 카일러스는 리시아의 부푼 배에 손을 얹고 음산하게 속삭인다. “아가야. 네 아비가 누구든 상관없단다. 앞으로는 내가 네 아버지가 되어 주마.” 대체 그는 자기 아이한테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너를 임신시킨 놈을 찾아내서 기필코 죽이고 말 거야.” 그럼 스스로 죽어 버리면 될 텐데. 리시아는 아이의 친부를 알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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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하룻밤 시중을 든 여자 중 살아남은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게다가 대공은 악취미라도 가졌는지, 꼭 아이가 있는 여인만 취하곤 했다. 세실리아 또한 그 악명 높은 대공 카시스 힐데가르의 부름을 받고야 말았다. * * * 여인과 동침할 수 없는 운명을 가진 남자가 말도 안 되는 계약을 제안했다. “당신에게 계약을 제시하려 해. 나와 결혼하여 아이를 하나 낳아 줘. 결혼이 꺼려진다면 아이만 낳아 주어도 상관없고.” “말도 안 돼요.” “왜 말이 안 되지? 당신은 본래 내 신부로 바쳐졌던 여자잖아.”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이 남자의 눈을 보거나 하룻밤 상대가 된 여인들은 모두 죽음을 맞이하곤 했다. 그런데 그런 그의 아이를 낳아 달라니……? “전남편에게 복수하고 싶지 않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는 그의 모습은 도저히 신으로 보이지 않았다. 마치 매혹적인 악마가 유혹하는 것처럼 보였다. 복수를 원한다고 하면 저 피처럼 붉은 눈이 금방이라도 전남편의 목을 가져다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더는 전남편과 얽히고 싶지 않았다. “조건이 하나 있어요. 저와 딸아이의 안위를 보장해 주세요. 전남편으로부터의 안전이요.” 벌어진 잇새로 남자의 얕은 침음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이내 그가 어깨를 으쓱이며 가볍게 대답했다. “전남편으로부터 그대와 딸의 안전을 보장해 주도록 하지. ……그러니 이제부터 내 그늘 안에서 살아.”
“한평생 당신과도 같은 이들을 죽이며 살아왔지.” 아비를 죽인 원수의 가문과 결혼하라는 황제의 명. 그리고 그에게 바쳐진 신부는 온통 거짓뿐인 여자, 시에나 칼라스였다. 가장 아름다운 여자면서, 이해 못 할 순수함을 간직한 여자. 사내들과 놀아났다는 고약한 버릇 때문에 탑에 갇힌 신부. “어디 한번 나를 유혹해 봐. 혹시 또 아나? 내가 당신에게 속아 눈이 멀고 귀가 멀면 원수의 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번 놀아나 줄지?” 푸르게 빛나는 분노를 간직한 대공은 누구보다 압도적인 외모를 간직하고 있었다. 천대받는 결혼 첫날밤, 남편의 말은 잔인했다. 그녀의 목을 베어 버리겠다던 트리스탄 일디온의 눈은 그 누구보다 오만했으며, 동시에 어딘가 처절했다. 탑에서, 나를 구해 나를 데리러 오겠다던 당신은 이제 없다. 그는 아주 손쉽게 시에나를 진창에 가까운 나락으로 빠트렸다. “저 또한…… 전하를 다시 좋아하게 될 일은, 아니 사랑하게 될 일은 없을 거랍니다.” 그에게 그녀는 오로지 원수일 뿐이며, 타당한 증오를 행할 뿐이나. 증오는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렀다.
“왜 나를 모른 척하는 겁니까?” 임신한 몸으로 기억을 잃은 채 떠돌다 하녀로 살아가게 된, 라리아나. 그녀의 앞에 아들과 같은 얼굴을 한 남자가 나타난다.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저는 정말 모르겠어요.” “내가 잘못했습니다. 그러니 제발 나를 모른 척하지 말아요.” 대제국의 공작이라는 이 남자는……, 왜 고작 하녀인 자신을 잘 아는 것처럼 구는 걸까. 왜 마치 제게서 버림받은 것같이 구는 걸까. “공작님. 혹시 저를 아시나요? 제가 누구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라리아나?” “……저는 기억을 잃었어요.” 조금 전 버려질까 두려워 떨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의 표정은 기쁨과 환희에 차있었다. 그는 눈물 뚝뚝 떨어트리며 웃어 보였다. “난 당신의 남편입니다.”
“왜 나를 모른 척하는 겁니까?” 임신한 몸으로 기억을 잃은 채 떠돌다 하녀로 살아가게 된, 라리아나. 그녀의 앞에 아들과 같은 얼굴을 한 남자가 나타난다.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저는 정말 모르겠어요.” “내가 잘못했습니다. 그러니 제발 나를 모른 척하지 말아요.” 대제국의 공작이라는 이 남자는……, 왜 고작 하녀인 자신을 잘 아는 것처럼 구는 걸까. 왜 마치 제게서 버림받은 것같이 구는 걸까. “공작님. 혹시 저를 아시나요? 제가 누구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라리아나?” “……저는 기억을 잃었어요.” 조금 전 버려질까 두려워 떨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의 표정은 기쁨과 환희에 차있었다. 그는 눈물 뚝뚝 떨어트리며 웃어 보였다. “난 당신의 남편입니다.”
망국의 왕녀 리시아 드 옐카는 살아남기 위해 조국을 멸망시킨 야만족 녹트의 사령관 카일러스 디먼과 밤을 보내고 도망친다. 하지만……. “우리 고귀한 왕녀 저하께서는 오랜만에 만난 남편이 전혀 달갑지 않은가 봐?” 그들은 결국 다시 만났고, 카일러스는 리시아의 부푼 배에 손을 얹고 음산하게 속삭인다. “아가야. 네 아비가 누구든 상관없단다. 앞으로는 내가 네 아버지가 되어 주마.” 대체 그는 자기 아이한테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너를 임신시킨 놈을 찾아내서 기필코 죽이고 말 거야.” 그럼 스스로 죽어 버리면 될 텐데. 리시아는 아이의 친부를 알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한평생 당신과도 같은 이들을 죽이며 살아왔지.” 아비를 죽인 원수의 가문과 결혼하라는 황제의 명. 그리고 그에게 바쳐진 신부는 온통 거짓뿐인 여자, 시에나 칼라스였다. 가장 아름다운 여자면서, 이해 못 할 순수함을 간직한 여자. 사내들과 놀아났다는 고약한 버릇 때문에 탑에 갇힌 신부. “어디 한번 나를 유혹해 봐. 혹시 또 아나? 내가 당신에게 속아 눈이 멀고 귀가 멀면 원수의 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번 놀아나 줄지?” 푸르게 빛나는 분노를 간직한 대공은 누구보다 압도적인 외모를 간직하고 있었다. 천대받는 결혼 첫날밤, 남편의 말은 잔인했다. 그녀의 목을 베어 버리겠다던 트리스탄 일디온의 눈은 그 누구보다 오만했으며, 동시에 어딘가 처절했다. 탑에서, 나를 구해 나를 데리러 오겠다던 당신은 이제 없다. 그는 아주 손쉽게 시에나를 진창에 가까운 나락으로 빠트렸다. “저 또한…… 전하를 다시 좋아하게 될 일은, 아니 사랑하게 될 일은 없을 거랍니다.” 그에게 그녀는 오로지 원수일 뿐이며, 타당한 증오를 행할 뿐이나. 증오는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렀다.
“왜 나를 모른 척하는 겁니까?” 임신한 몸으로 기억을 잃은 채 떠돌다 하녀로 살아가게 된, 라리아나. 그녀의 앞에 아들과 같은 얼굴을 한 남자가 나타난다.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저는 정말 모르겠어요.” “내가 잘못했습니다. 그러니 제발 나를 모른 척하지 말아요.” 대제국의 공작이라는 이 남자는……, 왜 고작 하녀인 자신을 잘 아는 것처럼 구는 걸까. 왜 마치 제게서 버림받은 것같이 구는 걸까. “공작님. 혹시 저를 아시나요? 제가 누구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라리아나?” “……저는 기억을 잃었어요.” 조금 전 버려질까 두려워 떨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의 표정은 기쁨과 환희에 차있었다. 그는 눈물 뚝뚝 떨어트리며 웃어 보였다. “난 당신의 남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