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작품은 공수가 전환되는 리버스 키워드가 있습니다. 책 구매에 참조 바랍니다. “멍멍아, 발정 났어? 쓸모도 없는 물건 이렇게 비벼 대면 뭐 해.” V Pictures의 이름뿐인 이사 요한은 가진 것도 많고, 사랑도 쉽다. 이번 타겟은 BDSM 관능소설의 저자 바이올렛. 베일에 싸인 바이올렛을 추적하면서 요한은 자꾸만 셰어라는 남자와 마주친다. 요한은 어딘지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는 셰어에게 빠져들지만, 셰어는 볼 때마다 다른 남자와 놀아나면서 요한에게는 냉담하기만 하다. *** “너 은근히 귀엽다.” 셰어는 말없이 묘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요한을 바라보았다. 귀엽다고. 생소한 말이었다. 딱히 좋지도 싫지도 않았다. 다만 셰어는 그 말을 하며 웃는 요한을 보자 새삼 위험한 욕망이 뻐근하게 치미는 것을 느꼈다. 남의 속도 모르고 해맑게 웃고 있는 요한이 울며불며 비는 꼴을 보고 싶었다. “내 넥타이는 왜 들고 와. 그게 마음에 들어?” “마음에 들어.” 손을 잡는 것을 다른 신호로 이해한 것인지 요한이 손가락을 꼼질거리며 셰어의 손에 깍지를 낀다. 간지러워 죽겠네. 셰어는 요한의 손가락 사이에 얽힌 손을 빼내며 입술을 비죽 올려 웃었다. “아마 너도 마음에 들 거야.” “사실은 그거 내가 좋아하는 넥타이 중 하나이긴 한데…….” 넥타이가 요한의 손목을 감았다. 요한은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는 셰어의 손놀림을 보느라 말을 제대로 맺지 못했다. 바보같이 살짝 벌어져 있던 입술을 다물며 요한이 침묵했다. 그사이 매듭을 마무리 지은 셰어가 손목을 묶고도 두 뼘가량 길게 남은 넥타이를 쥐어 팽팽하게 당기며 요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래서?” 그가 겁을 먹고 달아나기라도 할세라 셰어는 제법 친절하게 물었다. 나름대로 나긋한 물음에도 요한은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셰어는 그의 답을 기다리는 대신 요한을 욕실 벽에 밀어붙였다. 맥없이 셰어에게 떠밀려 벽에 등을 기댄 요한이 심각한 얼굴로 완벽한 매듭이 지어진 제 손목을 내려다본다. “음…… 그러니까, 너 취향이 이런 쪽이야?” “싫어?” 싫다고 해도 좀 늦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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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교는 글을 제대로 읽을 수도, 누군가의 페로몬을 느낄 수도 없다. 그런 연교의 세계에 가치 있는 것은 단 하나, 의붓형제 도진이다. 항상 완벽했던 도진은 어느 날, 최악의 남자를 애인이라고 소개한다. *** 형이 남자를 데려왔다. “도진 씨 동생은 도진 씨랑 하나도 안 닮았네.” 남자의 손가락이 불현듯 머리칼 사이로 깊숙이 파고들어 두피를 건드렸다. 서늘한 감각이 목덜미를 쭈뼛 서게 한다. 당장 손을 떼라고 말해야 하는데 그와 눈이 마주치자 입술이 굳었다. 그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도진 씨랑 다르게 너무 귀엽게 생겼잖아.” 한눈에 알았다. 이 남자는 나를 싫어한다. *** “그렇게 울지 마, 연교야.” 그에게 잡힌 손이 저릿하다. 손이 다 희게 질릴 만큼 내 손을 세게 움켜쥐고 있던 그의 손이 떨어진다. “형 진짜 화났는데…… 네가 그렇게 우니까 화도 못 내겠잖아.” “싫어. 나한테 화내지 마.” “화를 내지 말라고?” 도진이 재미있는 말을 들었다는 듯이 픽 웃었다. 철로 만든 문은 묵직하고 튼튼해 보인다. 총알이라도 막을 수 있을 것 같은 문에는 처음 보는 잠금장치가 달려 있었다. “바깥은 재미있었어?” 여상하게 묻는 말에 몸이 굳어진다. 도진이 나를 안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묵직한 문이 닫히고 매끄럽게 쇠가 잠기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금고의 문이 잠기는 소리와 닮은 그것은 다시는 열리지 않을 것처럼 강건하다. “재미없었으면 좋겠다. 이제 다시는 못 볼 텐데.”
연교는 글을 제대로 읽을 수도, 누군가의 페로몬을 느낄 수도 없다. 그런 연교의 세계에 가치 있는 것은 단 하나, 의붓형제 도진이다. 항상 완벽했던 도진은 어느 날, 최악의 남자를 애인이라고 소개한다. *** 형이 남자를 데려왔다. “도진 씨 동생은 도진 씨랑 하나도 안 닮았네.” 남자의 손가락이 불현듯 머리칼 사이로 깊숙이 파고들어 두피를 건드렸다. 서늘한 감각이 목덜미를 쭈뼛 서게 한다. 당장 손을 떼라고 말해야 하는데 그와 눈이 마주치자 입술이 굳었다. 그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도진 씨랑 다르게 너무 귀엽게 생겼잖아.” 한눈에 알았다. 이 남자는 나를 싫어한다. *** “그렇게 울지 마, 연교야.” 그에게 잡힌 손이 저릿하다. 손이 다 희게 질릴 만큼 내 손을 세게 움켜쥐고 있던 그의 손이 떨어진다. “형 진짜 화났는데…… 네가 그렇게 우니까 화도 못 내겠잖아.” “싫어. 나한테 화내지 마.” “화를 내지 말라고?” 도진이 재미있는 말을 들었다는 듯이 픽 웃었다. 철로 만든 문은 묵직하고 튼튼해 보인다. 총알이라도 막을 수 있을 것 같은 문에는 처음 보는 잠금장치가 달려 있었다. “바깥은 재미있었어?” 여상하게 묻는 말에 몸이 굳어진다. 도진이 나를 안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묵직한 문이 닫히고 매끄럽게 쇠가 잠기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금고의 문이 잠기는 소리와 닮은 그것은 다시는 열리지 않을 것처럼 강건하다. “재미없었으면 좋겠다. 이제 다시는 못 볼 텐데.”
* 본 도서에는 강제적 행위가 등장하니 도서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이공일수 #수와헤어지고싶지않공 #10년사귄공과헤어지기로마음먹수 #그틈을파고드는연하직진공 아침이 오면 이은형에게 이별을 고할 것이다. 10년을 사귀고 그 중 절반을 같이 산 이은형과 강우주. 오래 사귄 탓일까? 두 사람의 관계는 이전과 달리 건조해져만 간다. 우주는 아직 사랑하는 은형과 헤어지지 않으려 서운한 마음을 애써 꾹꾹 눌러 담는다. 하지만 어느 날 은형의 태도에 크게 실망한 우주는 이별을 결심하게 되고, 그 사이 젊은 천재 영화 감독 송주원이 우주에게 함께 작업하고 싶다며 다가오는데…. [미리 보기] - 나는 너 사랑해. 입술이 딱 붙어 버렸다. 뜨거운 것이 가슴에 맺혀서 자꾸만 숨이 차올랐다. 입을 열면 울음이 터질 것 같아 가까스로 소리를 억눌렀다. - 나한테는 너밖에 없어. 어쩌면 그 말은 사실일 수도 있다. 그의 가장 가까운 곳에 남은 사람은 나뿐이었으니까. 그는 나를 수집 장 안의 기념품처럼 아꼈다. 때때로 날 사랑스럽게 어루만지고, 혹여 깨질세라 소중하게 여겼다. 그러나 그의 삶은 수집 장 앞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그는 세상으로 나갔다. 나보다 중요한 것들에 시간을 쓰고 이따금 나를 돌아보았다. 그때 우리의 추억이 잘 있나 확인하는 것처럼. 그러나 나는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 그가 필요할 때만 찾는 물건이 아니라,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렁그렁 고여 있던 눈물이 뚝 떨어져 발치에 동그란 흔적을 남겼다. 흐느끼는 듯한 숨소리가 들렸는지 그가 한층 다정해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 울지 마. 네가 우니까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 목소리는 정말 날 사랑하는 것 같았다. 이은형을 끊어 내는 건 너무 괴롭다. 이미 잘라 낸 줄 알았던 마음은 사소한 계기만으로도 본래 거기 있었던 양 싹을 드러냈다. 재차 마음을 헤집어 그를 뽑아내도, 빈자리는 남아 소슬히 그를 떠올리게 했다. 관성처럼 그에게 끌려가려는 마음을 거스르려면 몇 배의 심력이 필요했다. “……네가 너무 미워.”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그가 너무 미웠다. - 우주야…… 지금 어디야? “우주 씨?” 두 남자의 목소리가 겹쳤다. 송주원의 목소리가 들려온 곳은 바로 등 뒤였다. 나는 놀라서 전화를 뚝 끊어 버렸다. 눈가에 고인 물기를 서둘러 닦아 냈으나 차마 뒤를 돌아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진정되지 않은 호흡이 떨렸다. 다 들었을까? 통화 볼륨을 높여 둔 탓에 충분히 들리고도 남았을 거리였다. 다 들었다면, 송주원은 이 대화를 대체 뭐라고 생각할까? 송주원은 나를 게이 포비아로 알고 있을 것이다. 일부러 그런 척을 했다. 그게 송주원의 마음을 거부하기 쉬울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뭐든 나에게 솔직히 얘기하곤 했던 그가 거짓말투성이인 내 실체를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통화 끝났어요?” 송주원이 조용히 물었다. 나는 어딘가에 숨어 있을 혐오의 파편을 찾아 그를 샅샅이 살폈으나, 어디에서도 찾지 못했다. “……어, 끝났어.” 울음을 참느라 형편없이 쉬어 버린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럼 촬영장으로 같이 가요. 곧 슛 들어갈 건데 우주 씨가 옆에 있으면 좋겠어요.” 송주원은 조금 늦은 답에도 별다른 첨언 없이 나를 촬영장으로 안내했다. 나는 그의 뒤를 따라 촬영장으로 돌아가며 머리가 터지게 고민했다. 진짜 눈치 못 챘나? 그럴 리가 없는데……. 적어도 한 사람은 뭔가를 제대로 들은 게 분명했다. 코트 주머니에 넣어 둔 휴대폰이 미친 듯이 진동하고 있었다. 연달아 메시지를 보낸 이는 역시나 이은형이었다. [은형이: 지금 너랑 같이 있는 사람] [은형이: 송주원이지]
*본 작품에는 강압적인 관계 및 폭력적 요소가 있습니다. 책 구매 전 참고 부탁드립니다. 사랑이라니. 악마가 사랑을 아나? 잔혹한 학살이 일어나는 귀족들의 연회장, 엘리엇은 죽음을 맞이하는 날로 반복해서 회귀한다. 고통 없이 죽기만을 바라던 나날들, 그 지긋지긋한 루프를 끊은 이는 연회의 주연인 발루아 대공이었다. 어떻게든 살고 싶었다. 그것 하나만을 바랐건만……, 아름답지만 끔찍한 대공과 기이한 저택은 엘리엇을 극한까지 몰아간다. *** “그대가 나를 고쳤어.” 뺨을 감싸 쥔 손이 대답을 채근하듯 고개를 살살 흔들었다. “그렇지? 말해 봐, 엘리엇. 어떻게 내 저주를 풀었는지.” 그런 것은 모른다. 주술 같은 것은 말레나에게 배운 적도 없었고, 그런 재주도 없었다. 혼란스러운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살로메는 입술을 길게 찢으며 웃고 있었지만 허기진 그 눈 속에 담긴 것 중 유쾌한 감정은 없었다. “왜 내게 다시 악몽을 돌려줬는지.” 그는 악마다. 갈고리처럼 날카로운 손톱과 뱀처럼 간사한 혀를 지닌 악마. 그가 나를 테이블 위에 바로 눕혔다. 나는 제단 위에 바쳐진 제물처럼 헐벗은 몸을 아무렇게나 드러낸 채 늘어졌다. 차가운 손가락이 내 다리를 더듬었다. 그의 손길은 스치는 것만으로도 내 안의 공포를 들쑤셨다. 끝없이 부풀다 끝내 터져 버린 공포가 산산이 흩뿌려져 머릿속을 온통 까맣게 물들였다. “그럼 이제 대화를 시작해 볼까, 엘리엇.”
#선섹X후연애 #사랑없는결혼경력있공 #연애할생각없공 #공이처음이수 #몸만원했(?)수 #은근히밝힘(?)수 #직장피폐한스푼 #쌍방삽질 “난 태준 씨가 마음에 들거든요.” 스타트업 기업인 V 드라이브에 입사 후 4년 동안 일했건만 유수의 대기업 유니언과의 인수 합병이 결정되자 계약직으로 전환 또는 사직의 기로에 서게 된 태준. 홧김에 유니언 그룹의 계열사 호텔 바에서 큰돈을 써가며 혼자 술을 먹는 최초의 일탈을 저지르고, 난생처음 남자와 원나잇을 하고 만다. “나 기억 안 나요?” 그리고 기억조차 흐린 그날의 기억과 함께 계약직으로의 전환을 선택한 태준의 앞에 나타난 유니언의 본부장, 최주호.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 최주호가 관심을 보이는 게 태준은 부담스럽기만 한데… [미리보기] “혹시 저 좋아하세요?” “보통 싫어하는 사람한테 이런 걸 권하진 않죠?” “저한테 뭘 원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전…….” “알아요. 그냥 몇 번 먹다 버리고 싶다면서요. 같이 식사도 하기 싫고, 놀기도 싫지만, 잠은 자고 싶다. 맞죠?” 못되게 말해서 그렇지 그리 틀린 부분은 없었다. 우리가 할 만한 일이 그거 말고 뭐가 있을까. 우리는 맞는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입맛이든 생각이든 몸을 빼면 맞는 게 없으니 그와 하고 싶은 게 딱 하나뿐일 수밖에. “불쾌하게 들리셨다면 죄송합니다. 전 본부장님께서도 같은 생각이신 줄 알았어요.” “내가 그렇게 정 없어 보여요? 이건 좀 불쾌한데요.” “죄송합니다.” “농담도 못 하겠네요. 이제 사과는 그만하죠.” 최주호는 입맛이 완전히 사라진 나를 앞에 두고 조용히 식사했다. 그나마도 몇 입 먹지도 않고 포크를 내려놓은 탓에 음식이 고스란히 남았다.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거의 손도 대지 않은 그의 접시에 눈이 갔다.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밥도 못 먹고 이게 뭐람. 이래서 사람이 안 하던 일을 하면 안 되는가 보다. 처음 일탈을 저지른 날 나는 그와 잤고, 두 번째 일탈을 저지른 오늘 그와 세상에서 제일 불편한 식사를 했다. 멍청한 짓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저질렀다. 또 이런 짓을 하면 나는 세상에 둘도 없는 등신일 것이다. “아쉽네요. 난 우리가 좀 더 애인 같은 사이가 될 줄 알았거든요. 정 싫다면 어쩔 수 없죠.” 세 번째는 없다. 없어야만 했다. “태준 씨가 원하는 대로 해요.” “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자 의자에 등을 기댄 최주호가 입술 끝만 올려 웃었다. “잠만 자자고요. 어느 한쪽이 질릴 때까지 하고 깔끔하게 헤어져요. 이게 당신이 바라던 거죠?”
* 본 도서에는 강제적 행위가 등장하니 도서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이공일수 #수와헤어지고싶지않공 #10년사귄공과헤어지기로마음먹수 #그틈을파고드는연하직진공 아침이 오면 이은형에게 이별을 고할 것이다. 10년을 사귀고 그 중 절반을 같이 산 이은형과 강우주. 오래 사귄 탓일까? 두 사람의 관계는 이전과 달리 건조해져만 간다. 우주는 아직 사랑하는 은형과 헤어지지 않으려 서운한 마음을 애써 꾹꾹 눌러 담는다. 하지만 어느 날 은형의 태도에 크게 실망한 우주는 이별을 결심하게 되고, 그 사이 젊은 천재 영화 감독 송주원이 우주에게 함께 작업하고 싶다며 다가오는데…. [미리 보기] - 나는 너 사랑해. 입술이 딱 붙어 버렸다. 뜨거운 것이 가슴에 맺혀서 자꾸만 숨이 차올랐다. 입을 열면 울음이 터질 것 같아 가까스로 소리를 억눌렀다. - 나한테는 너밖에 없어. 어쩌면 그 말은 사실일 수도 있다. 그의 가장 가까운 곳에 남은 사람은 나뿐이었으니까. 그는 나를 수집 장 안의 기념품처럼 아꼈다. 때때로 날 사랑스럽게 어루만지고, 혹여 깨질세라 소중하게 여겼다. 그러나 그의 삶은 수집 장 앞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그는 세상으로 나갔다. 나보다 중요한 것들에 시간을 쓰고 이따금 나를 돌아보았다. 그때 우리의 추억이 잘 있나 확인하는 것처럼. 그러나 나는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 그가 필요할 때만 찾는 물건이 아니라,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렁그렁 고여 있던 눈물이 뚝 떨어져 발치에 동그란 흔적을 남겼다. 흐느끼는 듯한 숨소리가 들렸는지 그가 한층 다정해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 울지 마. 네가 우니까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 목소리는 정말 날 사랑하는 것 같았다. 이은형을 끊어 내는 건 너무 괴롭다. 이미 잘라 낸 줄 알았던 마음은 사소한 계기만으로도 본래 거기 있었던 양 싹을 드러냈다. 재차 마음을 헤집어 그를 뽑아내도, 빈자리는 남아 소슬히 그를 떠올리게 했다. 관성처럼 그에게 끌려가려는 마음을 거스르려면 몇 배의 심력이 필요했다. “……네가 너무 미워.”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그가 너무 미웠다. - 우주야…… 지금 어디야? “우주 씨?” 두 남자의 목소리가 겹쳤다. 송주원의 목소리가 들려온 곳은 바로 등 뒤였다. 나는 놀라서 전화를 뚝 끊어 버렸다. 눈가에 고인 물기를 서둘러 닦아 냈으나 차마 뒤를 돌아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진정되지 않은 호흡이 떨렸다. 다 들었을까? 통화 볼륨을 높여 둔 탓에 충분히 들리고도 남았을 거리였다. 다 들었다면, 송주원은 이 대화를 대체 뭐라고 생각할까? 송주원은 나를 게이 포비아로 알고 있을 것이다. 일부러 그런 척을 했다. 그게 송주원의 마음을 거부하기 쉬울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뭐든 나에게 솔직히 얘기하곤 했던 그가 거짓말투성이인 내 실체를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통화 끝났어요?” 송주원이 조용히 물었다. 나는 어딘가에 숨어 있을 혐오의 파편을 찾아 그를 샅샅이 살폈으나, 어디에서도 찾지 못했다. “……어, 끝났어.” 울음을 참느라 형편없이 쉬어 버린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럼 촬영장으로 같이 가요. 곧 슛 들어갈 건데 우주 씨가 옆에 있으면 좋겠어요.” 송주원은 조금 늦은 답에도 별다른 첨언 없이 나를 촬영장으로 안내했다. 나는 그의 뒤를 따라 촬영장으로 돌아가며 머리가 터지게 고민했다. 진짜 눈치 못 챘나? 그럴 리가 없는데……. 적어도 한 사람은 뭔가를 제대로 들은 게 분명했다. 코트 주머니에 넣어 둔 휴대폰이 미친 듯이 진동하고 있었다. 연달아 메시지를 보낸 이는 역시나 이은형이었다. [은형이: 지금 너랑 같이 있는 사람] [은형이: 송주원이지]
*본 작품에는 강압적인 관계 및 폭력적 요소가 있습니다. 책 구매 전 참고 부탁드립니다. 사랑이라니. 악마가 사랑을 아나? 잔혹한 학살이 일어나는 귀족들의 연회장, 엘리엇은 죽음을 맞이하는 날로 반복해서 회귀한다. 고통 없이 죽기만을 바라던 나날들, 그 지긋지긋한 루프를 끊은 이는 연회의 주연인 발루아 대공이었다. 어떻게든 살고 싶었다. 그것 하나만을 바랐건만……, 아름답지만 끔찍한 대공과 기이한 저택은 엘리엇을 극한까지 몰아간다. *** “그대가 나를 고쳤어.” 뺨을 감싸 쥔 손이 대답을 채근하듯 고개를 살살 흔들었다. “그렇지? 말해 봐, 엘리엇. 어떻게 내 저주를 풀었는지.” 그런 것은 모른다. 주술 같은 것은 말레나에게 배운 적도 없었고, 그런 재주도 없었다. 혼란스러운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살로메는 입술을 길게 찢으며 웃고 있었지만 허기진 그 눈 속에 담긴 것 중 유쾌한 감정은 없었다. “왜 내게 다시 악몽을 돌려줬는지.” 그는 악마다. 갈고리처럼 날카로운 손톱과 뱀처럼 간사한 혀를 지닌 악마. 그가 나를 테이블 위에 바로 눕혔다. 나는 제단 위에 바쳐진 제물처럼 헐벗은 몸을 아무렇게나 드러낸 채 늘어졌다. 차가운 손가락이 내 다리를 더듬었다. 그의 손길은 스치는 것만으로도 내 안의 공포를 들쑤셨다. 끝없이 부풀다 끝내 터져 버린 공포가 산산이 흩뿌려져 머릿속을 온통 까맣게 물들였다. “그럼 이제 대화를 시작해 볼까, 엘리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