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묘지간

하얀 생크림, 달콤한 슈크림, 고소한 크루아상, 혀까지 녹아내릴 것 같은 초콜릿과 사탕. 보기만 해도 몽글몽글 기분이 좋아지는 것의 감촉은 지독하게도 달고 보드라웠다. “보기 좋아.” “으응. 하앗.” 뜨거운 혀로 감싸이자 생크림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차가움에 조금 달래졌던 통증이 다시금 달콤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아니, 통증이 아니라 쾌감이었던가. “달콤해.” “잠깐만……. 잠……깐…….” 너무나도 가지고 싶다. 이 남자가. 그리고 보고 싶었다. 이 남자가 자신으로 인해 신음하고 애원하는 모습을. 달콤한 것에 취해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폭력으로 얼룩진 8년의 연애가 드디어 끝났다. 이별 여행에서 만난 남자와의 하룻밤으로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만남이 시작되고, “우리, 할 얘기가 남지 않았나?” 그는 위험한 기운을 풍기면서 웃었다. 할 이야기. 그렇게 도망쳐 버린 이유를 말함인지, 아니면 이 짙은 키스의 다음 것을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전화번호, 말해 봐요.” 남자의 목소리는 거역할 수 없는 울림을 가지고 있었다. 헤어 나올 수 없는 깊은 함정. 달콤한 애정으로 가득한 그곳은 빠져나갈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19세 이상 이용가 불의의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후 뜬금없이 아프고, 다치고, 사고를 겪었다. 부족한 돈 때문에 항상 남들보다 더 치열하게 노력해야지만 겨우 남들 비슷하게 살 수 있었다. 그런 연희에게 또다시 닥친 위기의 순간, [도와줄까?] 거울 속에서 나타난 여인. 그녀는 연희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거울 저편의 세상은 화려한 별세계. “너의 세계와 나의 세계는 이어져 있지. 너는 나고, 나는 너다.” 그녀, 올가의 말에 담긴 잔인한 비밀이 서서히 밝혀진다.

콩쥐팥쥐전 새어머니와 팥쥐에게 구박을 받으며 힘들어하던 콩쥐. 그 앞에 동네 머슴 검둥이가 나타나 도와주겠다고 하며 대가를 요구하는데, 이 대가란 것이…… 참 좋지 아니한가! 동네 머슴들 덕분에 고된 일에서 해방되어 맛난 음식, 예쁜 옷, 그리고 새로운 쾌락에 몰두하게 된 콩쥐.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목에 시퍼런 칼날이 들이밀어진다. “네놈은 누군데 이런 음행을 일삼느냐?” 장화홍련전 귀신이 나타나 사또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소문이 팽배한 마을. 이곳에 신입 사또 지헌이 부임한다. 마을의 실질적 수장인 쌍둥이 형제 장화와 홍련은 어리고 귀여운 지헌에게 첫눈에 반하고, 순진한 사또는 결국 둘의 수작에 걸려들고 마는데……. “색사에 관련된 것은 부친이나 나이가 더 찬 형제로부터 배우는 것이 보통이지요. 하지만 사또께는 그럴 만한 분이 없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니 동무 된 입장인 저희가 가르쳐 드려야죠. 저희는 사또보다 나이가 더 차지 않았습니까?” 춘향전 자신이 날 때부터 남다른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음을 깨달은 몽룡. 꼼짝없이 장가를 가야 하는 입장 때문에 힘들어하던 그는 기생의 신분에서 벗어나고자 접근해 온 춘향과 계약 약혼을 하기에 이른다. 그 뒤 과거를 보러 가는 길에 만난 변학도에게 첫눈에 반해 하룻밤을 보내고 마는데……. “제가 원하는 것은 한 가지뿐입니다. 제게, 정녕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달톳기전 떡 맛이 좋기로 유명한 떡집이 요사이 수상하다. 떡 사러 가면 방앗간 주인 톳기가 나와선 아직 떡이 나오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하는데, 아니, 노상 앞섶을 풀어헤친 채 땀에 흠뻑 젖어 있는 연유는 무엇인가? 문틈 사이론 이 세상 것 같지 않은 미색을 가진 남자가 머리를 괴고 나른히 누워 있는데……. 빈 물레방아 소리가 요란하고 요망한 방앗간 이야기. “하으! 토, 톳기야……. 나, 거, 거기가 따가워. 핥아 줘.”

가문을 앞세워 패악을 부리고 미모를 이용해 문란한 삶을 즐기던 올가 니미크. 처녀성을 지켜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인생 최대의 관문인 ‘열락의 밤’을 넘기기 위해 연희를 불러왔다. 하지만 제가 부른 연희에 의해 그녀의 세계로 쫓겨가게 된 올가. 오히려 물 만난 물고기처럼 더욱 제멋대로의 삶을 즐긴다. 한편 도무지 올가에 대한 사랑을 잊을 수 없던 레이 에이든은 실례를 무릅쓰고 아기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더 아름다워진 올가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올가는 올가이되, 올가가 아니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거울을 건너서라도 사랑하는 여인을 되찾고 싶은 남자와 거울을 건너 제게 온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고 싶은 남자.

“넌 영원히 사랑받지 못할 거야. 너같이 향기 없는 꽃을 누가 사랑하겠어?” 부모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그녀를 사랑해 준 단 두 사람은 모두 준이었다. 준, 그리고 남편 현준. 첫사랑이었던 준이 떠나가고 연우에게 손을 내밀어 준 남자는 현준뿐이었다. 그는 언제나 한결같았다. 이혼을 선언하고 그녀를 떠나기 전까지. “사장님, 이번에 배달하는 분 바뀌셨어요. 남 준 씨예요.” 눈앞의 남자는 준이었다. 헤어진 지 벌써 8년, 그때의 소년 같던 남자는 이제 어른이 되어 있었다. 떠나 버린 현준과 다시 나타난 준. 준과의 사랑은 몸에 새겨진 흔적일까, 아니면 아직도 끝나지 않은 감정일까. 과연 연우는 누구의 손을 잡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