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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a one shot. 건곤일척의 승부. 전부를 얻거나 전부를 잃는 거다.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비춘다면 나는 이 마음에 목숨이라도 건다. 어차피 상처가 될 거라면 지금 완전히 도려내고 만다. 나는 이제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 지체할 시간은, 없다. 도우의 굳게 다물렸던 입술이 다시금 열렸다. “사랑해.” -본문 중에서- 어쩐지 이 사람, 몹시 달콤할 것 같아. 그런 생각이 멍해진 머리 저편에서 다른 누군가가 속삭여주는 것처럼 떠올랐다. 순간, 그의 심장이 쿵 하는 큰 소리와 함께 뛰기 시작했다. 자신도 모르게 도우의 얼굴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고 말았다. 그것에 놀랐는지 도우가 반짝 눈을 뜨고 유온을 보며 물었다. “왜? 맘에 안 들어?” “흠, 아니, 잠시 딴 생각하고 있었어. 눈 쪽은 제대로 됐어. 다른 거 뭐 해줄까? 아, 립스틱 발라줄까?” 괜히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이리저리 분산시키다가 파우치 밖에 놓여 있던 립스틱을 보고는 재빨리 뚜껑을 열고 심을 돌려 색깔을 보는 척하며 물었다. “립스틱도 발라주게? 와, 나 꼭 메이크업 전문가한테 화장 받는 것 같아. 아, 역시 눈을 감아야 하는 거니?” “아니, 꼭 눈은 감지 않아도 돼. 입술만 바르는 거니까 뭐.” 도우가 기분 좋은 듯 싱글거리면서 유온 쪽으로 좀 더 얼굴을 가까이 내밀었다. 립스틱을 쥐고 그녀의 입술에 오렌지 빛 심을 가볍게 누르는 순간 살짝 자신의 손이 떨리는 걸 유온은 깨달았다. 또 그녀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던 거다. 사람을 직선적으로 쳐다보는 이런 시선이 어쩐지 버겁다. 뭇 사람들의 시선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숱한 시간을 보내는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게 얼마나 이상한 일인지 몰라 유온은 심각하게 당황하고 말았다. 황급히 그녀의 눈이 아닌 입술에만 시선을 고정시킨 채 립스틱을 펴 발라 주면서 유온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완결 여부미완결
에피소드1 권
연령 등급전체이용가

세부 정보

팬덤 지표

🌟 로맨스 소설 중 상위 67.96%

👥

평균 이용자 수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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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플랫폼 평점

7.6

📊 플랫폼 별 순위

6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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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숙 (Nana23)작가의 다른 작품12

thumnail

순정(純情)

그대의 이런 수줍음조차 좋은 것을. 반했다. 아주 오래 전에. 홀리고 말았다. 다시 만나서, 그대의 눈빛에. ……그리고 이젠 사랑할 것이다. 내 소중하고, 아름다운 꽃에 감춰진 가시까지도. 나는 그대와, 사랑 이상의 사랑을 할 것이다. 처음 말을 섞은 것은, 열여섯과 열일곱의 겨울. 그때는 너무도 어려서 풋사랑이 그렇게 쓸쓸히 빛바래도 한 며칠 울고 나면 그만이었다. 순수한 사랑이었기에 한 점의 더러움도 없던 그것은, 마치 어린 시절이 지나면 무시하게 되는 동화 같은 것이었다. 다시 만난 것은, 스물둘과 스물셋의 봄. 배꽃이 아롱지게 핀 아름다운 봄밤, 설은 거짓말 같은 우연으로 연의 앞에 나타난다. 현실과 동떨어진 쓸쓸한 고택(古宅) 속에서 연은 처음으로 상사몽(相思夢)을 꾸게 된다. 다시 동화가 시작된다. 아름다운 연의 미소에 설이 취하고, 설의 밝은 웃음소리에 연이 웃음 짓는. ……비록 한 사람은 잊고, 한 사람은 기억하는 아주 짧은 기억으로부터 피어난 사랑이라 해도, 괜찮다. 소중한 것은 혼에 새겨진다. 그리고 그것은 언젠가 깨어난다. 그렇기에 그것은 동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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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 사미인(소책자 포함)

“못 보던 얼굴이다. 누구야?” 눈이 마주치자 선명하게 보였다. 새까만 홍채 속에 은빛의 파편들이 무수히 박힌 듯한 이질적인 기운. 분명하다. ‘이것’은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이것’은 나보다 강하다. 개미보다 강한 것이 코끼리인 것처럼 그렇게 강하다. ……일의 발단은 두더지였다. 내 좋은 잠자리에 무모하게 침입한 것으로 부족해, 무척 아끼는 삼나무 뿌리를 갉아대는 통에 계속 잘 수가 없었다. 깨어서 그 녀석들을 혼내주고, 허기진 배도 채운 뒤 다시 잠을 청하려다가 문득 아, 그렇지 하고 생각했다. ‘다가오는 춘분에 나는 사백 살이 된다.’ 생일을 기념하는 일은 그만둔 지 오래지만, 그 순간 무주에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돌아왔다. 예전처럼 따스한 무주의 안개는 날 환영해주는 것 같았지만, 학교에 다니게 된 첫날 나는 교실에서 ‘그’를 보았다. 명(冥). 그것이 그의 이름. 그는 이름 그대로 환한 빛 속에 서 있는 암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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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시스(Crypsis)

“신효원? 나 강태흔이야. 알아보겠어?” 장례식장에서 일어난 뜻밖의 해후. 망설이던 남자가 말을 걸었을 때, 기억에서 사뿐히 걸어 나온 약국집 도련님을 모른 체하는 건 효원으로서도 쉽지 않았다. 웃으며 반가워했다. 두 번은 일어나지 않을, 운명의 소소한 선물 같은 거라고 생각했기에. 연락처를 교환하며 조만간 한번 보자고 말하는 태흔을 보면서도, 의례적인 인사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런데 당장 그날 밤부터 연락이 온다. 몇 번이고 핑계를 대며 적당히 발을 뺄 기회를 줘도, 약국집 도련님께선 효원을 정말 만나고 싶은 모양이다. ‘나한테 왜 이러지?’ 마냥 의아하고, 나아가 미심쩍다. 약국집 도련님도 참, 되게 할 일이 없으신가 보다. 하지만 그게 강태흔의 진심이라면 감히 거절할 수야 있나. 기꺼이 만나러 가면서도 이걸로 끝이겠지, 막연히 생각했다. 자격 없는 공주가 왕자의 무도회에 초대된 순간이었다. #텅 빈 여자 #공허한 남자 #상냥한 기만 혹은 보호색 #격에 맞게 살아 #아껴주지 않으면 망가져 버릴 거야 #두 번째는 훨씬 쉽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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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울타리 밖의 꽃은 얼마나 찬란해 보였던가! 열 살, 필요 없는 아이라 신전에 무녀로 보내졌다. 잊힌 아이로 오년을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쌍둥이 동생이 카리사를 찾아온다. “나 좀 살려줘, 언니!” 눈물로 쏟아낸 동생의 말에서 일찍이 품은 적 없는 희망이라는 꽃 냄새를 맡았다. 그리하여 카리사는 동생을 대신해 카데사레아로 떠난다. 그곳 황궁에서 만난 눈부신 존재들. 짓궂은 왕자 블레신, 온화한 황자 클라이저, 여신처럼 화려한 발레리아, 그리고 그녀의 주인이 된 에스테르 공주. “달과 같은 공주님. 그럼 나는 별이 되어야겠구나.” 도약을 꿈꾸고 사랑을 갈망하는 카리사. 아직 채 돋지 않은 날개가 등속에서 살짝, 간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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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루전(Illusion)

서투르고 욕심만 많았던 저 소녀 시절. 나희는 부끄러운 첫사랑을 했다. 못내 좋아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고, 죽도록 탐났지만 오롯이 그가 이유는 아니었다. 언제나 한 방울의 독이 따라다니던 그녀의 첫사랑.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예쁜 추억이 되지 못하는 부끄러운 사랑. 그것이 짝사랑에 그쳤다는 것에 나희는 두고두고 가슴을 쓸어내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까지고 간직했을 것이다. 가슴 깊은 곳, 세월과 함께 낡아가는 보물 상자 속에 고이고이. 하지만 십이 년의 시간을 건너 뛴 어느 날, 그가 그녀의 세계로 걸어 들어왔다. 신휘영, 변함없이 눈부신 그녀의 길티 플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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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게 좋아서

붉은 색이 하도 선명해 어쩐지 무섭기까지 한 꽃무릇이 그 곳에 가득 피어 있었다. 눈이 아플 정도로 붉은 꽃무릇이 만개한 들판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며 하율이 말했다. “아름답지? 난 어릴 때 이 꽃을 보고 난 뒤로 다른 어떤 걸 봐도 다 그저 그럴 뿐이었어. 이 꽃 본적 있어? 이름이 뭔 줄 알아?” “……아아……들어본 적은 있는데……틀림없이.” “상사화야.” “아……맞다. 그런 이름이었지. 저기 나 좀 내려줘, 하율아.” “그럴래?” 사실은 좀 더 하율의 등에 매달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다은은 잠자코 땅으로 내려섰다. 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멀리서 풍경소리가 좀 더 뚜렷이 들려왔다. 절 안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절로 올라가는 길이었다면 마음 편하게 이 붉은 꽃을 봤을 텐데. 다은은 실제로는 처음 보는 꽃을 보며 그런 생각했다. 이 꽃은 아름다워. 찬란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을 만큼 붉어. 붉지만……내가 아는 붉은 색과는 달라. 이건……이건……혁의 붉은 색이 아냐. 새하얀 눈 위에 퍼진 맑은 핏물 같은 혁의 붉은 색이 아냐. 이건……. “이 곳에 꼭 널 데려오고 싶었어. 여긴 내 심장부나 다름없거든.” 상사화 위로 두 손을 뻗어 꽃을 유혹하기라도 할 듯한 하율이 다은을 돌아보며 환히 웃었다. 지독히 예쁘다. 이 요사스러울 만큼 아름다운 꽃 속에서도, 오히려 꽃을 압도하는 듯. 달도 뜨지 않은 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검은 하늘에 피어오른 불꽃의 붉은색 같은 상사화. 찬란하지만, 순간적이고 그래서 더 강렬하게 기억되거나, 아니면 잊혀지거나……에 너무 잘 어울리는 하율. 뭐라고 했더라? ……심장부? 다은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치고만 자신을 발견한다. 그 사이 하율은 꽃대가 다치지 않게 조심하면서 점점 더 꽃무릇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어째선지 그 모습을 보던 다은의 입에서 묘한 속삭임이 흘러 나왔다. “……위험해.” ― 본문 中 ― 여기 네 사람이 있다. 잃어버린 가족대신에 자신을 받아준 가족, 그중에서도 한결같이 그녀를 지켜준 다정한 혁을 맹목적으로 사랑한 다은. 누구도 사랑할 수 없었던 차가운 마음속에 단 한번의 기적으로 파고든 작은 꼬마를 한없이 사랑해서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완벽한 행복을 주려한 혁. 끝없는 어둠을 헤매는 악몽을 거둬가고 넘치는 애정을 꿈꿀 수 있게 만든 다은을 탐내서 숨 막힐 만큼 절박하게 상대를 묶어놓는 데에 집착한 하율. 혁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그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다은을 부서뜨리는 것조차 자신의 사랑이라 믿은 지현. 살아있는 동안은 단 한번도 멈추는 일이 없는 심장처럼, 그렇게 그 사람을 보는 순간부터 마음이 붉게 피를 흘렸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그 사람을 원한 건 아니었다. 그저, 그 사람이 좋아서, 미치게 좋아서 어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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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奇譚) 귀소

당신을 잊지 않아. 백 년을 하루같이, 설사 천 년이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돌아올게. 당신에게. 유수경, 박복하다면 박복할, 고생과 근심별자리 주민 몇 년 차에 바쁘게 몸을 움직이며 흘러가는 하루하루가 살아나가기 위한 최선인 줄만 알았다. 나를 생각하지 않는 삶. 현실을 유지하기 급급한 삶. 쓸쓸하지 않았다, 서글프지 않았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목연오, 무서우리만치 아름다운 눈을 가진 그 남자가 그녀의 삶에 한 발 들어선 순간 세상이 온통 치자꽃으로 피어났다. “어쩌면 못 기다릴지도 모르겠어. 인내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시간의 의미가 달라. 시간이…… 전과는 아주 다른 식으로 흘러. 오늘처럼 긴 하루, 나는 여태 겪은 적이 없거든. 내일도, 내일모레도 오늘같이 흘러간다면 나는…….” 조금씩 말이 빨라지던 그가 뚝 말을 그치고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저 바라만 볼 뿐인데 나도 모르게 몸을 사리며 그의 눈에서 달아나고 싶어졌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로 그 눈빛에 꼼짝없이 붙들려 애꿎게 타는 입술만 깨물었다. 고요하게, 나를 태워나가는 푸른 불꽃같은 그 눈빛에. “차라리 작정하고 홀려서 아무도 볼 수 없는 곳으로 데려가 버릴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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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의 귀공자

진홍의 귀공자, 히로인과의 인터뷰! 만나서 반갑습니다! 진홍(眞紅), 23세, 여자입니다. 좌우명은 '그대, 지금 돈 벌고 있는가?'이구요. 보물 1호는 제 목숨만큼 귀한 오토바이, 적토마랍니다. 장래희망은 서른 살까지 왕창 번 후에 귀농해서 과수원 주인이 되는 것! 내세울만한 장점이요? 씩씩하고 강한 생활력. 냉철한 현실관과 튼튼한 몸. 긍정적인 마인드와 사람과 동물을 망라하는 친화력도 뺄 수 없고. 훗. 자기 자랑 같으니 이 정도로 하죠. 단점은, 음……. 어째선지 모르지만 종종 4차원이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별로 엉뚱한 말을 늘어놓는 것도 아닌데 제가 말을 하면 다들 웃어요. 화성인이 아니냐는 소리도 들어봤습니다. 왜 그런 소릴 듣느냐구요? 모른다니까요. 어쩌면 그 사람이 화성인이었을 지도 몰라요. 동지를 찾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우스갯소리로 슬쩍 찔러본 거죠. 그럴듯하지 않나요? 영화 맨인블랙보셨죠? 거기서 윌 스미스가…….(중략하고 중요한 대답만 발췌합니다) 이상형이요? 그런 거 없는데요. 저한텐 적토마가 있다니까요. 사람이요? 뭐 딱히. 호감 가는 연예인? 별로. 원소유하고 진한서요? 아, 그 대답이 듣고 싶으셨구나. 원소유. 좋죠. 아이돌에 매혹적인 목소리. 상냥한 성격. 그렇지만, 날 보고 ‘이중인격자’운운 한 건 결코 잊지 않았습니다. 진한서. 아주 좋죠. 그 잘난 얼굴 덕분에 세상에 후광이 존재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날 보고 ‘멍청이’ 노래를 해댄 건 죽어도 잊지 않을 겁니다. 잘 생긴 것들은 얼굴값을 한다구요. 불여우와 늑대새끼도 똑같죠. 아, 방금 전 그 말은 빼주시고. 전 둘 다 좋아합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두 사람은 제 해님이랑 달님인 걸요. 음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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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처럼 흰 빨강

“그거 알아? 당신만 배신을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백서우는 격정과는 거리가 먼 여자였다. 일찍이 철이 든 아이들이 대개 그러하듯, 그녀는 신중한 계획과 노력, 그에 기반한 합당한 결과라는 안정적인 루틴의 신봉자였다. 성실한 만큼 완고함으로 흐르기 쉬운 반듯한 면모의 이면엔, 정도를 벗어난 파격을 경계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경향 또한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격정’은 자기 제어에 실패한 데서 비롯된 감정의 낭비라고 생각했다. 기운도 좋아, 참. 기껏해야 그런 시들한 감상이 이해의 한계였다. 다만 그녀에게 마땅한 계기가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땐, 이미 격류에 휩쓸린 후. 사방을 둘러봐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그녀가 붙잡은 손. 그녀를 움켜쥔 손. 그 단단한 팔 안에서 일탈은 우습도록 쉬웠다. 그리고, 전에 없는 어둠이 훑고 간 자리에 남은 것. 어른의 불장난은, 그 대가가 결코 만만치 않다. * “적당히 부서지는 거 보고, 훔쳐 올 생각이었는데.” 주태승은 충동과는 거리가 먼 남자였다. 일찍이 좌절을 배운 아이들이 대개 그러하듯, 쉽게 무언가를 욕심내지 않았고 쉽사리 욕망을 입에 담지 않았다. 특히나 ‘첫눈에 빠지는 끌림’ 따위엔 지극히 회의적인 그의 내면은 고행에 메마른 수도자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백서우라는 여자를 보았을 때도 그랬다. 간혹 밀려왔다가 머잖아 가뭇없이 부서지던 파도의 예감. 그러나 어떤 자극은 꾸준히 강화되면서 극히 치명적으로 돌변하는 것. 이번만큼은, 시간이 그의 편이 아니었다. 미친 척 손을 뻗기엔, 그녀가 디디고 선 양지가 너무도 눈부시다. 고단한 수도자는 한층 웅크리며 훗날을 기약할 뿐. 인내는 그가 가진 가장 그럴듯한 자질이었다. 그러다 고요한 인내에 파문을 그리며, 천사가 추락한 밤. 운명의 신이 피 흘리며 비틀대는 저 하얀 존재를 눈앞에 던져주었을 때, 단 한 번의 거대한 충동이 그를 집어삼켰다. 굶주리며 키워온 짐승, 새하얀 목을 짓씹는 너무도 많은 이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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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루전(Illusion)

서투르고 욕심만 많았던 저 소녀 시절. 나희는 부끄러운 첫사랑을 했다. 못내 좋아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고, 죽도록 탐났지만 오롯이 그가 이유는 아니었다. 언제나 한 방울의 독이 따라다니던 그녀의 첫사랑.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예쁜 추억이 되지 못하는 부끄러운 사랑. 그것이 짝사랑에 그쳤다는 것에 나희는 두고두고 가슴을 쓸어내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까지고 간직했을 것이다. 가슴 깊은 곳, 세월과 함께 낡아가는 보물 상자 속에 고이고이. 하지만 십이 년의 시간을 건너 뛴 어느 날, 그가 그녀의 세계로 걸어 들어왔다. 신휘영, 변함없이 눈부신 그녀의 길티 플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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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배고픈 곰을 만나서

3월 초, 아직 한창 추운 설악산 깊은 곳. 설희는 모처럼 찾아온 싹싹한 후배에게 약초꾼 일의 매력을 보여줄 방법이 마땅찮아 고민이다. 이에 떠올린 비장의 수는 시베리아 자작나무 숲으로의 깜짝 방문! 스승 없이 가는 건 처음이지만 여태 별일은 없었으니 자신만만하게 후배를 데려가는데…. 그런 설희의 방심을 기다렸다는 듯 나타난 불곰 한 마리. 겨울잠에서 막 깨기라도 한 건지 눈이 은은하게 돌아 있다. 그래도 그렇지, 반달곰과도 친구 먹는 산신의 일족을 쫓아온다고? 저거 저거, 완전 미친 곰 아냐! * 슬쩍 가늘어진 눈을 빛낸 남자가 여전히 발갛게 불타고 있는 설희의 얼굴을 바라보다 그녀의 귓가에 대뜸 입술을 붙이고 소곤거렸다. “그럼 새끼 기를 동안엔 거기 가서 지낼까? 너도 고향을 아주 떠나는 건 싫을 거 아니야.” “네? 네에? 아까부터 왜 자꾸 이상한 말씀을….” “내 딴엔 꽤 직설적으로 말했다고 생각하는데, 이 순진한 소저가 통 알아듣지를 못하네. 너 아직도 내가 잡아먹겠다고 한 게 네 사지를 찢어서 배나 채우겠다는 다짐인 줄 아는 거야? 지금, 이 상황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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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숙 - 로맨스의 바다를 항해하는 선장

2015년 12월, 리디가 사랑한 작가 문은숙의 독점 인터뷰 공개! 작가가 가장 사랑하는 자신의 작품, 가장 아끼는 캐릭터와 같은 작품 밖 질문들은 물론, 반가운 조연들의 이야기부터 손꼽아 기다리는 후속작 소식, 벌써부터 기대되는 차기작 예고까지! 팬이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최고급 정보들을 리디북스에서 만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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