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06-09 출간 도서 미등록자 6권 (오메가버스 외전)은 본편에서 이어지는 후일담에 ‘오메가버스’ 배경 설정을 더한 이야기입니다. 작품 감상에 참고 바랍니다. 임해언은 사물을 자를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커터(cutter)이나, 능력을 신고하지 않은 ‘미등록자’ 신분으로 세상의 사각지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홀로 부양하며 힘겹게 대학을 다니던 중 한 문화 재단으로부터 자신이 지원한 적 없는 장학생 자리에 선발되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의구심보다 궁핍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간절함이 앞서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한 해언은 그곳에서 만난 하명현 대표로부터 뜻밖의 위험한 제안을 듣게 되고, ‘임해언 씨를 읽었습니다.’ ‘힘으로 장난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합니까.’ ‘사람을 한 명 죽이고 싶습니다.’ 죽음과 고독보다 돈이 더 두려워진 순간 마침내 결심을 내린 해언은 지난 삶의 그림자를 하나씩 벗어던지며 하명현 대표에게 이끌리게 되는데…. *** “무릎 꿇으세요.” “대표님….” 피부가 모두 심장이 된 듯 두근거렸다. 경험은 없지만 나도 나이가 있는데 그가 무슨 일을 하려는지 눈치를 못 챌 만큼 어리숙하진 않았다. 무릎을 꿇으라는 명령을 단번에 거절해야 했는데, 그가 준 많은 것들이 떠올라 주춤하고 말았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내 머리카락을 움켜쥔 뒤 침대 아래로 끌어내렸고, 나는 바닥에 떨리는 무릎을 댔다. “대표님, 저는 이런 것까지는 생각을….” “임해언 씨.” 하명현 이사는 침대에 앉으며 내 말을 잘랐다. 그는 허리를 숙여 무릎을 꿇고 있는 내 얼굴을 쥐어 잡고 자신을 올려다보게 만들었다. 안 그래도 나보다 훨씬 키가 큰 사람인데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고, 그는 높이가 있는 침대에 앉아 있어서 더 위압적으로 보였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임해언 씨는 분명히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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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6-09 출간 도서 미등록자 6권 (오메가버스 외전)은 본편에서 이어지는 후일담에 ‘오메가버스’ 배경 설정을 더한 이야기입니다. 작품 감상에 참고 바랍니다. 임해언은 사물을 자를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커터(cutter)이나, 능력을 신고하지 않은 ‘미등록자’ 신분으로 세상의 사각지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홀로 부양하며 힘겹게 대학을 다니던 중 한 문화 재단으로부터 자신이 지원한 적 없는 장학생 자리에 선발되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의구심보다 궁핍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간절함이 앞서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한 해언은 그곳에서 만난 하명현 대표로부터 뜻밖의 위험한 제안을 듣게 되고, ‘임해언 씨를 읽었습니다.’ ‘힘으로 장난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합니까.’ ‘사람을 한 명 죽이고 싶습니다.’ 죽음과 고독보다 돈이 더 두려워진 순간 마침내 결심을 내린 해언은 지난 삶의 그림자를 하나씩 벗어던지며 하명현 대표에게 이끌리게 되는데…. *** “무릎 꿇으세요.” “대표님….” 피부가 모두 심장이 된 듯 두근거렸다. 경험은 없지만 나도 나이가 있는데 그가 무슨 일을 하려는지 눈치를 못 챌 만큼 어리숙하진 않았다. 무릎을 꿇으라는 명령을 단번에 거절해야 했는데, 그가 준 많은 것들이 떠올라 주춤하고 말았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내 머리카락을 움켜쥔 뒤 침대 아래로 끌어내렸고, 나는 바닥에 떨리는 무릎을 댔다. “대표님, 저는 이런 것까지는 생각을….” “임해언 씨.” 하명현 이사는 침대에 앉으며 내 말을 잘랐다. 그는 허리를 숙여 무릎을 꿇고 있는 내 얼굴을 쥐어 잡고 자신을 올려다보게 만들었다. 안 그래도 나보다 훨씬 키가 큰 사람인데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고, 그는 높이가 있는 침대에 앉아 있어서 더 위압적으로 보였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임해언 씨는 분명히 생각했습니다.”
1800년대 초반, 노르크 왕국(가상국가). 시민의 투표권과 신분 차별 폐지를 요구하는 자유주의 세력은 혁명을 꿈꾸고, 재정난에 빠진 귀족들은 자유의 바람을 거스르려 애쓴다. 어느날 프리데릭 백작은 몰락한 귀족 가문의 차남인 로엘 서튼 남작을 찾아가고, 그에게 테런스 랭던 공작이 자유주의 세력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지 은밀히 확인해 주기를 부탁한다. 로엘은 몰락한 가문을 위해 첩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랭던에게 접근하던 중, 자신이 ‘창부’라는 거짓 소문이 수도에 퍼진 것을 알고 상처받는다. 하지만 로엘은 곧 그 거짓 소문을 이용하여 랭던에게 미인계로 다가가려 하는데…. *** 랭던 경은 여전히 자리에 앉은 채였으나 이번엔 노골적으로 내 온몸을 훑었다. “창부가 아니라면 오늘 내 집에는 왜 왔어요? 나를 유혹해서 한몫 챙겨 보려던 속셈 아닌가요?” “아니에요. 정찬 후에 반지를 잃어버려서….” “거짓말.” 랭던 경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내게로 걸어오는 그의 실루엣이 점점 커졌다. 딱 벌어진 어깨, 나보다 머리 하나만큼 큰 키, 단단한 몸집에는 내가 제압할 수 없는 체격 차가 존재했다. 랭던 경이 내 쪽으로 고개를 약간 숙였다. “그대가 발코니에서 여송연을 넘겨줄 때 당신 손가락을 만져 봤습니다. 얼마나 부드러운지 알고 싶어서.” 랭던 경의 커다란 손이 부드러이 내 손등을 덮었다. “그런데 서튼 씨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 “마차로 모셔다 드리죠.” 그가 내게서 몸을 떨어트렸다.
1800년대 초반, 노르크 왕국(가상국가). 시민의 투표권과 신분 차별 폐지를 요구하는 자유주의 세력은 혁명을 꿈꾸고, 재정난에 빠진 귀족들은 자유의 바람을 거스르려 애쓴다. 어느날 프리데릭 백작은 몰락한 귀족 가문의 차남인 로엘 서튼 남작을 찾아가고, 그에게 테런스 랭던 공작이 자유주의 세력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지 은밀히 확인해 주기를 부탁한다. 로엘은 몰락한 가문을 위해 첩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랭던에게 접근하던 중, 자신이 ‘창부’라는 거짓 소문이 수도에 퍼진 것을 알고 상처받는다. 하지만 로엘은 곧 그 거짓 소문을 이용하여 랭던에게 미인계로 다가가려 하는데…. *** 랭던 경은 여전히 자리에 앉은 채였으나 이번엔 노골적으로 내 온몸을 훑었다. “창부가 아니라면 오늘 내 집에는 왜 왔어요? 나를 유혹해서 한몫 챙겨 보려던 속셈 아닌가요?” “아니에요. 정찬 후에 반지를 잃어버려서….” “거짓말.” 랭던 경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내게로 걸어오는 그의 실루엣이 점점 커졌다. 딱 벌어진 어깨, 나보다 머리 하나만큼 큰 키, 단단한 몸집에는 내가 제압할 수 없는 체격 차가 존재했다. 랭던 경이 내 쪽으로 고개를 약간 숙였다. “그대가 발코니에서 여송연을 넘겨줄 때 당신 손가락을 만져 봤습니다. 얼마나 부드러운지 알고 싶어서.” 랭던 경의 커다란 손이 부드러이 내 손등을 덮었다. “그런데 서튼 씨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 “마차로 모셔다 드리죠.” 그가 내게서 몸을 떨어트렸다.
경찰 생활 적응에 실패한 이채하는 8급 검찰공무원이 되어 단현지청 수사관으로 발령받는다. 평생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친구들의 따돌림과 외삼촌의 폭력에 시달리며 살아왔지만 이번에야말로 직장 생활에 잘 적응하려 애쓴다. 경찰 시절 자신이 뒤집어썼던 억울한 누명을 벗도록 도와준, 존경하는 주태선 검사와 재회하고도 먼발치에서 소식을 듣는 것이 고작일 뿐인 날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당직을 서게 된 사건을 계기로, 주태선 검사가 이채하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주태선 검사는 자신이 오랫동안 좇은 살인 사건을 함께 수사할 파트너로 이채하를 낙점하고, 그에게 자신 밑, 본인 검사실의 수사관으로 오기를 제안하는데…. [본문 중] 늘 주태선 검사가 나를 시험했는데, 처음 그 반대의 기분을 느꼈다. 손가락 사이에 자리한 흰 담배를 그에게로 내밀었다. “담배, 더 피우실래요?” “…그래.” 혹시나 싶었다. 거절할 줄 알았다. 나와 담배를 나눠 피운 일이 마음에 걸렸다고 했으니까. 그러나 주 검사는 젖은 담배 필터를 입으로 물어 천천히 내게서 가져갔다. 깊게 빨아들이는 숨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하얀 연기가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우리는 말 없이 옥상에서 단현시를 내려다봤으나, 실은 온몸의 신경을 동원해 서로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경찰 생활 적응에 실패한 이채하는 8급 검찰공무원이 되어 단현지청 수사관으로 발령받는다. 평생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친구들의 따돌림과 외삼촌의 폭력에 시달리며 살아왔지만 이번에야말로 직장 생활에 잘 적응하려 애쓴다. 경찰 시절 자신이 뒤집어썼던 억울한 누명을 벗도록 도와준, 존경하는 주태선 검사와 재회하고도 먼발치에서 소식을 듣는 것이 고작일 뿐인 날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당직을 서게 된 사건을 계기로, 주태선 검사가 이채하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주태선 검사는 자신이 오랫동안 좇은 살인 사건을 함께 수사할 파트너로 이채하를 낙점하고, 그에게 자신 밑, 본인 검사실의 수사관으로 오기를 제안하는데…. [본문 중] 늘 주태선 검사가 나를 시험했는데, 처음 그 반대의 기분을 느꼈다. 손가락 사이에 자리한 흰 담배를 그에게로 내밀었다. “담배, 더 피우실래요?” “…그래.” 혹시나 싶었다. 거절할 줄 알았다. 나와 담배를 나눠 피운 일이 마음에 걸렸다고 했으니까. 그러나 주 검사는 젖은 담배 필터를 입으로 물어 천천히 내게서 가져갔다. 깊게 빨아들이는 숨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하얀 연기가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우리는 말 없이 옥상에서 단현시를 내려다봤으나, 실은 온몸의 신경을 동원해 서로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1800년대 초반, 노르크 왕국(가상국가). 시민의 투표권과 신분 차별 폐지를 요구하는 자유주의 세력은 혁명을 꿈꾸고, 재정난에 빠진 귀족들은 자유의 바람을 거스르려 애쓴다. 어느날 프리데릭 백작은 몰락한 귀족 가문의 차남인 로엘 서튼 남작을 찾아가고, 그에게 테런스 랭던 공작이 자유주의 세력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지 은밀히 확인해 주기를 부탁한다. 로엘은 몰락한 가문을 위해 첩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랭던에게 접근하던 중, 자신이 ‘창부’라는 거짓 소문이 수도에 퍼진 것을 알고 상처받는다. 하지만 로엘은 곧 그 거짓 소문을 이용하여 랭던에게 미인계로 다가가려 하는데…. *** 랭던 경은 여전히 자리에 앉은 채였으나 이번엔 노골적으로 내 온몸을 훑었다. “창부가 아니라면 오늘 내 집에는 왜 왔어요? 나를 유혹해서 한몫 챙겨 보려던 속셈 아닌가요?” “아니에요. 정찬 후에 반지를 잃어버려서….” “거짓말.” 랭던 경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내게로 걸어오는 그의 실루엣이 점점 커졌다. 딱 벌어진 어깨, 나보다 머리 하나만큼 큰 키, 단단한 몸집에는 내가 제압할 수 없는 체격 차가 존재했다. 랭던 경이 내 쪽으로 고개를 약간 숙였다. “그대가 발코니에서 여송연을 넘겨줄 때 당신 손가락을 만져 봤습니다. 얼마나 부드러운지 알고 싶어서.” 랭던 경의 커다란 손이 부드러이 내 손등을 덮었다. “그런데 서튼 씨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 “마차로 모셔다 드리죠.” 그가 내게서 몸을 떨어트렸다.
서모영은 애인의 로스쿨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휴학까지 하고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뒷바라지하던 중, 애인이 자기 이름으로 깡패에게 달아 놓은 마약 빚 2억을 대신 갚아야 한다며 청천벽력 같은 협박을 듣는다. 감당할 수 없는 사채 이자율에 연체료는 나날이 눈덩이처럼 쌓여만 가고, 모영은 결국 깡패에게 끌려간 한 사무실에서 채권자인 권도범을 처음으로 만난다. 그는 빚을 줄여주는 대가로 모영에게 관계를 맺자는 은밀한 제안을 건넨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모영은 그의 제안을 수락하고 힘겨운 나날을 이어가게 되는데…. *** 권도범은 더운 숨을 내뱉었다. 마침내 손을 뻗어 모영의 둥그런 뺨을 만져 보았다. 누르는 대로 눌리고, 잡아당기는 대로 늘어나는 부드러운 살이었다. 단단한 손바닥 밑을 스치는 피부의 감촉이 말랑말랑했다. “부탁을 잘도 하길래 각오를 다 한 줄 알았더니 떨리긴 하는가 보네요.” “…네. 떨려요.” 모영은 순순히 인정했다. 감출 수 없는 김장감이었다. 저를 보는 권도범의 눈빛이 욕망으로 번들거렸다. “지금까지 박태인 외에 몇 명이나 해 봤어요?” “없어요. 태인이 말고는.” “그래요? 아쉽네. 첫 번째가 아니고 두 번째라.” “…처음인 게 중요하세요?” “그건 아니지만 두 번째라니까 하는 소립니다. 원래 동메달리스트보다 은메달리스트가 더 많이 울잖아요. 목적지에 1등으로 도착할 뻔했다는 거니까 아쉽긴 하지?” 모영은 망설이다가 조용히 대답했다. “저는 사람이지, 목적지가 아니에요.” “쫄면서 입은 계속 살았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실은 꽤, 마음에 듭니다.”
임해언은 사물을 자를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커터(cutter)이나, 능력을 신고하지 않은 ‘미등록자’ 신분으로 세상의 사각지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홀로 부양하며 힘겹게 대학을 다니던 중 한 문화 재단으로부터 자신이 지원한 적 없는 장학생 자리에 선발되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의구심보다 궁핍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간절함이 앞서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한 해언은 그곳에서 만난 하명현 대표로부터 뜻밖의 위험한 제안을 듣게 되고, ‘임해언 씨를 읽었습니다.’ ‘힘으로 장난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합니까.’ ‘사람을 한 명 죽이고 싶습니다.’ 죽음과 고독보다 돈이 더 두려워진 순간 마침내 결심을 내린 해언은 지난 삶의 그림자를 하나씩 벗어던지며 하명현 대표에게 이끌리게 되는데…. *** “무릎 꿇으세요.” “대표님….” 피부가 모두 심장이 된 듯 두근거렸다. 경험은 없지만 나도 나이가 있는데 그가 무슨 일을 하려는지 눈치를 못 챌 만큼 어리숙하진 않았다. 무릎을 꿇으라는 명령을 단번에 거절해야 했는데, 그가 준 많은 것들이 떠올라 주춤하고 말았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내 머리카락을 움켜쥔 뒤 침대 아래로 끌어내렸고, 나는 바닥에 떨리는 무릎을 댔다. “대표님, 저는 이런 것까지는 생각을….” “임해언 씨.” 하명현 이사는 침대에 앉으며 내 말을 잘랐다. 그는 허리를 숙여 무릎을 꿇고 있는 내 얼굴을 쥐어 잡고 자신을 올려다보게 만들었다. 안 그래도 나보다 훨씬 키가 큰 사람인데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고, 그는 높이가 있는 침대에 앉아 있어서 더 위압적으로 보였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임해언 씨는 분명히 생각했습니다.”
서모영은 애인의 로스쿨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휴학까지 하고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뒷바라지하던 중, 애인이 자기 이름으로 깡패에게 달아 놓은 마약 빚 2억을 대신 갚아야 한다며 청천벽력 같은 협박을 듣는다. 감당할 수 없는 사채 이자율에 연체료는 나날이 눈덩이처럼 쌓여만 가고, 모영은 결국 깡패에게 끌려간 한 사무실에서 채권자인 권도범을 처음으로 만난다. 그는 빚을 줄여주는 대가로 모영에게 관계를 맺자는 은밀한 제안을 건넨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모영은 그의 제안을 수락하고 힘겨운 나날을 이어가게 되는데…. *** 권도범은 더운 숨을 내뱉었다. 마침내 손을 뻗어 모영의 둥그런 뺨을 만져 보았다. 누르는 대로 눌리고, 잡아당기는 대로 늘어나는 부드러운 살이었다. 단단한 손바닥 밑을 스치는 피부의 감촉이 말랑말랑했다. “부탁을 잘도 하길래 각오를 다 한 줄 알았더니 떨리긴 하는가 보네요.” “…네. 떨려요.” 모영은 순순히 인정했다. 감출 수 없는 김장감이었다. 저를 보는 권도범의 눈빛이 욕망으로 번들거렸다. “지금까지 박태인 외에 몇 명이나 해 봤어요?” “없어요. 태인이 말고는.” “그래요? 아쉽네. 첫 번째가 아니고 두 번째라.” “…처음인 게 중요하세요?” “그건 아니지만 두 번째라니까 하는 소립니다. 원래 동메달리스트보다 은메달리스트가 더 많이 울잖아요. 목적지에 1등으로 도착할 뻔했다는 거니까 아쉽긴 하지?” 모영은 망설이다가 조용히 대답했다. “저는 사람이지, 목적지가 아니에요.” “쫄면서 입은 계속 살았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실은 꽤, 마음에 듭니다.”
임해언은 사물을 자를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커터(cutter)이나, 능력을 신고하지 않은 ‘미등록자’ 신분으로 세상의 사각지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홀로 부양하며 힘겹게 대학을 다니던 중 한 문화 재단으로부터 자신이 지원한 적 없는 장학생 자리에 선발되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의구심보다 궁핍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간절함이 앞서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한 해언은 그곳에서 만난 하명현 대표로부터 뜻밖의 위험한 제안을 듣게 되고, ‘임해언 씨를 읽었습니다.’ ‘힘으로 장난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합니까.’ ‘사람을 한 명 죽이고 싶습니다.’ 죽음과 고독보다 돈이 더 두려워진 순간 마침내 결심을 내린 해언은 지난 삶의 그림자를 하나씩 벗어던지며 하명현 대표에게 이끌리게 되는데…. *** “무릎 꿇으세요.” “대표님….” 피부가 모두 심장이 된 듯 두근거렸다. 경험은 없지만 나도 나이가 있는데 그가 무슨 일을 하려는지 눈치를 못 챌 만큼 어리숙하진 않았다. 무릎을 꿇으라는 명령을 단번에 거절해야 했는데, 그가 준 많은 것들이 떠올라 주춤하고 말았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내 머리카락을 움켜쥔 뒤 침대 아래로 끌어내렸고, 나는 바닥에 떨리는 무릎을 댔다. “대표님, 저는 이런 것까지는 생각을….” “임해언 씨.” 하명현 이사는 침대에 앉으며 내 말을 잘랐다. 그는 허리를 숙여 무릎을 꿇고 있는 내 얼굴을 쥐어 잡고 자신을 올려다보게 만들었다. 안 그래도 나보다 훨씬 키가 큰 사람인데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고, 그는 높이가 있는 침대에 앉아 있어서 더 위압적으로 보였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임해언 씨는 분명히 생각했습니다.”
서모영은 애인의 로스쿨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휴학까지 하고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뒷바라지하던 중, 애인이 자기 이름으로 깡패에게 달아 놓은 마약 빚 2억을 대신 갚아야 한다며 청천벽력 같은 협박을 듣는다. 감당할 수 없는 사채 이자율에 연체료는 나날이 눈덩이처럼 쌓여만 가고, 모영은 결국 깡패에게 끌려간 한 사무실에서 채권자인 권도범을 처음으로 만난다. 그는 빚을 줄여주는 대가로 모영에게 관계를 맺자는 은밀한 제안을 건넨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모영은 그의 제안을 수락하고 힘겨운 나날을 이어가게 되는데…. *** 권도범은 더운 숨을 내뱉었다. 마침내 손을 뻗어 모영의 둥그런 뺨을 만져 보았다. 누르는 대로 눌리고, 잡아당기는 대로 늘어나는 부드러운 살이었다. 단단한 손바닥 밑을 스치는 피부의 감촉이 말랑말랑했다. “부탁을 잘도 하길래 각오를 다 한 줄 알았더니 떨리긴 하는가 보네요.” “…네. 떨려요.” 모영은 순순히 인정했다. 감출 수 없는 김장감이었다. 저를 보는 권도범의 눈빛이 욕망으로 번들거렸다. “지금까지 박태인 외에 몇 명이나 해 봤어요?” “없어요. 태인이 말고는.” “그래요? 아쉽네. 첫 번째가 아니고 두 번째라.” “…처음인 게 중요하세요?” “그건 아니지만 두 번째라니까 하는 소립니다. 원래 동메달리스트보다 은메달리스트가 더 많이 울잖아요. 목적지에 1등으로 도착할 뻔했다는 거니까 아쉽긴 하지?” 모영은 망설이다가 조용히 대답했다. “저는 사람이지, 목적지가 아니에요.” “쫄면서 입은 계속 살았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실은 꽤, 마음에 듭니다.”
서모영은 애인의 로스쿨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휴학까지 하고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뒷바라지하던 중, 애인이 자기 이름으로 깡패에게 달아 놓은 마약 빚 2억을 대신 갚아야 한다며 청천벽력 같은 협박을 듣는다. 감당할 수 없는 사채 이자율에 연체료는 나날이 눈덩이처럼 쌓여만 가고, 모영은 결국 깡패에게 끌려간 한 사무실에서 채권자인 권도범을 처음으로 만난다. 그는 빚을 줄여주는 대가로 모영에게 관계를 맺자는 은밀한 제안을 건넨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모영은 그의 제안을 수락하고 힘겨운 나날을 이어가게 되는데…. *** 권도범은 더운 숨을 내뱉었다. 마침내 손을 뻗어 모영의 둥그런 뺨을 만져 보았다. 누르는 대로 눌리고, 잡아당기는 대로 늘어나는 부드러운 살이었다. 단단한 손바닥 밑을 스치는 피부의 감촉이 말랑말랑했다. “부탁을 잘도 하길래 각오를 다 한 줄 알았더니 떨리긴 하는가 보네요.” “…네. 떨려요.” 모영은 순순히 인정했다. 감출 수 없는 김장감이었다. 저를 보는 권도범의 눈빛이 욕망으로 번들거렸다. “지금까지 박태인 외에 몇 명이나 해 봤어요?” “없어요. 태인이 말고는.” “그래요? 아쉽네. 첫 번째가 아니고 두 번째라.” “…처음인 게 중요하세요?” “그건 아니지만 두 번째라니까 하는 소립니다. 원래 동메달리스트보다 은메달리스트가 더 많이 울잖아요. 목적지에 1등으로 도착할 뻔했다는 거니까 아쉽긴 하지?” 모영은 망설이다가 조용히 대답했다. “저는 사람이지, 목적지가 아니에요.” “쫄면서 입은 계속 살았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실은 꽤, 마음에 듭니다.”
임해언은 사물을 자를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커터(cutter)이나, 능력을 신고하지 않은 ‘미등록자’ 신분으로 세상의 사각지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홀로 부양하며 힘겹게 대학을 다니던 중 한 문화 재단으로부터 자신이 지원한 적 없는 장학생 자리에 선발되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의구심보다 궁핍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간절함이 앞서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한 해언은 그곳에서 만난 하명현 대표로부터 뜻밖의 위험한 제안을 듣게 되고, ‘임해언 씨를 읽었습니다.’ ‘힘으로 장난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합니까.’ ‘사람을 한 명 죽이고 싶습니다.’ 죽음과 고독보다 돈이 더 두려워진 순간 마침내 결심을 내린 해언은 지난 삶의 그림자를 하나씩 벗어던지며 하명현 대표에게 이끌리게 되는데…. *** “무릎 꿇으세요.” “대표님….” 피부가 모두 심장이 된 듯 두근거렸다. 경험은 없지만 나도 나이가 있는데 그가 무슨 일을 하려는지 눈치를 못 챌 만큼 어리숙하진 않았다. 무릎을 꿇으라는 명령을 단번에 거절해야 했는데, 그가 준 많은 것들이 떠올라 주춤하고 말았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내 머리카락을 움켜쥔 뒤 침대 아래로 끌어내렸고, 나는 바닥에 떨리는 무릎을 댔다. “대표님, 저는 이런 것까지는 생각을….” “임해언 씨.” 하명현 이사는 침대에 앉으며 내 말을 잘랐다. 그는 허리를 숙여 무릎을 꿇고 있는 내 얼굴을 쥐어 잡고 자신을 올려다보게 만들었다. 안 그래도 나보다 훨씬 키가 큰 사람인데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고, 그는 높이가 있는 침대에 앉아 있어서 더 위압적으로 보였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임해언 씨는 분명히 생각했습니다.”
임해언은 사물을 자를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커터(cutter)이나, 능력을 신고하지 않은 ‘미등록자’ 신분으로 세상의 사각지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홀로 부양하며 힘겹게 대학을 다니던 중 한 문화 재단으로부터 자신이 지원한 적 없는 장학생 자리에 선발되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의구심보다 궁핍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간절함이 앞서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한 해언은 그곳에서 만난 하명현 대표로부터 뜻밖의 위험한 제안을 듣게 되고, ‘임해언 씨를 읽었습니다.’ ‘힘으로 장난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합니까.’ ‘사람을 한 명 죽이고 싶습니다.’ 죽음과 고독보다 돈이 더 두려워진 순간 마침내 결심을 내린 해언은 지난 삶의 그림자를 하나씩 벗어던지며 하명현 대표에게 이끌리게 되는데…. *** “무릎 꿇으세요.” “대표님….” 피부가 모두 심장이 된 듯 두근거렸다. 경험은 없지만 나도 나이가 있는데 그가 무슨 일을 하려는지 눈치를 못 챌 만큼 어리숙하진 않았다. 무릎을 꿇으라는 명령을 단번에 거절해야 했는데, 그가 준 많은 것들이 떠올라 주춤하고 말았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내 머리카락을 움켜쥔 뒤 침대 아래로 끌어내렸고, 나는 바닥에 떨리는 무릎을 댔다. “대표님, 저는 이런 것까지는 생각을….” “임해언 씨.” 하명현 이사는 침대에 앉으며 내 말을 잘랐다. 그는 허리를 숙여 무릎을 꿇고 있는 내 얼굴을 쥐어 잡고 자신을 올려다보게 만들었다. 안 그래도 나보다 훨씬 키가 큰 사람인데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고, 그는 높이가 있는 침대에 앉아 있어서 더 위압적으로 보였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임해언 씨는 분명히 생각했습니다.”
임해언은 사물을 자를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커터(cutter)이나, 능력을 신고하지 않은 ‘미등록자’ 신분으로 세상의 사각지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홀로 부양하며 힘겹게 대학을 다니던 중 한 문화 재단으로부터 자신이 지원한 적 없는 장학생 자리에 선발되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의구심보다 궁핍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간절함이 앞서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한 해언은 그곳에서 만난 하명현 대표로부터 뜻밖의 위험한 제안을 듣게 되고, ‘임해언 씨를 읽었습니다.’ ‘힘으로 장난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합니까.’ ‘사람을 한 명 죽이고 싶습니다.’ 죽음과 고독보다 돈이 더 두려워진 순간 마침내 결심을 내린 해언은 지난 삶의 그림자를 하나씩 벗어던지며 하명현 대표에게 이끌리게 되는데…. *** “무릎 꿇으세요.” “대표님….” 피부가 모두 심장이 된 듯 두근거렸다. 경험은 없지만 나도 나이가 있는데 그가 무슨 일을 하려는지 눈치를 못 챌 만큼 어리숙하진 않았다. 무릎을 꿇으라는 명령을 단번에 거절해야 했는데, 그가 준 많은 것들이 떠올라 주춤하고 말았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내 머리카락을 움켜쥔 뒤 침대 아래로 끌어내렸고, 나는 바닥에 떨리는 무릎을 댔다. “대표님, 저는 이런 것까지는 생각을….” “임해언 씨.” 하명현 이사는 침대에 앉으며 내 말을 잘랐다. 그는 허리를 숙여 무릎을 꿇고 있는 내 얼굴을 쥐어 잡고 자신을 올려다보게 만들었다. 안 그래도 나보다 훨씬 키가 큰 사람인데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고, 그는 높이가 있는 침대에 앉아 있어서 더 위압적으로 보였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임해언 씨는 분명히 생각했습니다.”
1800년대 초반, 노르크 왕국(가상국가). 시민의 투표권과 신분 차별 폐지를 요구하는 자유주의 세력은 혁명을 꿈꾸고, 재정난에 빠진 귀족들은 자유의 바람을 거스르려 애쓴다. 어느날 프리데릭 백작은 몰락한 귀족 가문의 차남인 로엘 서튼 남작을 찾아가고, 그에게 테런스 랭던 공작이 자유주의 세력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지 은밀히 확인해 주기를 부탁한다. 로엘은 몰락한 가문을 위해 첩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랭던에게 접근하던 중, 자신이 ‘창부’라는 거짓 소문이 수도에 퍼진 것을 알고 상처받는다. 하지만 로엘은 곧 그 거짓 소문을 이용하여 랭던에게 미인계로 다가가려 하는데…. *** 랭던 경은 여전히 자리에 앉은 채였으나 이번엔 노골적으로 내 온몸을 훑었다. “창부가 아니라면 오늘 내 집에는 왜 왔어요? 나를 유혹해서 한몫 챙겨 보려던 속셈 아닌가요?” “아니에요. 정찬 후에 반지를 잃어버려서….” “거짓말.” 랭던 경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내게로 걸어오는 그의 실루엣이 점점 커졌다. 딱 벌어진 어깨, 나보다 머리 하나만큼 큰 키, 단단한 몸집에는 내가 제압할 수 없는 체격 차가 존재했다. 랭던 경이 내 쪽으로 고개를 약간 숙였다. “그대가 발코니에서 여송연을 넘겨줄 때 당신 손가락을 만져 봤습니다. 얼마나 부드러운지 알고 싶어서.” 랭던 경의 커다란 손이 부드러이 내 손등을 덮었다. “그런데 서튼 씨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 “마차로 모셔다 드리죠.” 그가 내게서 몸을 떨어트렸다.
1800년대 초반, 노르크 왕국(가상국가). 시민의 투표권과 신분 차별 폐지를 요구하는 자유주의 세력은 혁명을 꿈꾸고, 재정난에 빠진 귀족들은 자유의 바람을 거스르려 애쓴다. 어느날 프리데릭 백작은 몰락한 귀족 가문의 차남인 로엘 서튼 남작을 찾아가고, 그에게 테런스 랭던 공작이 자유주의 세력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지 은밀히 확인해 주기를 부탁한다. 로엘은 몰락한 가문을 위해 첩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랭던에게 접근하던 중, 자신이 ‘창부’라는 거짓 소문이 수도에 퍼진 것을 알고 상처받는다. 하지만 로엘은 곧 그 거짓 소문을 이용하여 랭던에게 미인계로 다가가려 하는데…. *** 랭던 경은 여전히 자리에 앉은 채였으나 이번엔 노골적으로 내 온몸을 훑었다. “창부가 아니라면 오늘 내 집에는 왜 왔어요? 나를 유혹해서 한몫 챙겨 보려던 속셈 아닌가요?” “아니에요. 정찬 후에 반지를 잃어버려서….” “거짓말.” 랭던 경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내게로 걸어오는 그의 실루엣이 점점 커졌다. 딱 벌어진 어깨, 나보다 머리 하나만큼 큰 키, 단단한 몸집에는 내가 제압할 수 없는 체격 차가 존재했다. 랭던 경이 내 쪽으로 고개를 약간 숙였다. “그대가 발코니에서 여송연을 넘겨줄 때 당신 손가락을 만져 봤습니다. 얼마나 부드러운지 알고 싶어서.” 랭던 경의 커다란 손이 부드러이 내 손등을 덮었다. “그런데 서튼 씨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 “마차로 모셔다 드리죠.” 그가 내게서 몸을 떨어트렸다.
경찰 생활 적응에 실패한 이채하는 8급 검찰공무원이 되어 단현지청 수사관으로 발령받는다. 평생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친구들의 따돌림과 외삼촌의 폭력에 시달리며 살아왔지만 이번에야말로 직장 생활에 잘 적응하려 애쓴다. 경찰 시절 자신이 뒤집어썼던 억울한 누명을 벗도록 도와준, 존경하는 주태선 검사와 재회하고도 먼발치에서 소식을 듣는 것이 고작일 뿐인 날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당직을 서게 된 사건을 계기로, 주태선 검사가 이채하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주태선 검사는 자신이 오랫동안 좇은 살인 사건을 함께 수사할 파트너로 이채하를 낙점하고, 그에게 자신 밑, 본인 검사실의 수사관으로 오기를 제안하는데…. [본문 중] 늘 주태선 검사가 나를 시험했는데, 처음 그 반대의 기분을 느꼈다. 손가락 사이에 자리한 흰 담배를 그에게로 내밀었다. “담배, 더 피우실래요?” “…그래.” 혹시나 싶었다. 거절할 줄 알았다. 나와 담배를 나눠 피운 일이 마음에 걸렸다고 했으니까. 그러나 주 검사는 젖은 담배 필터를 입으로 물어 천천히 내게서 가져갔다. 깊게 빨아들이는 숨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하얀 연기가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우리는 말 없이 옥상에서 단현시를 내려다봤으나, 실은 온몸의 신경을 동원해 서로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경찰 생활 적응에 실패한 이채하는 8급 검찰공무원이 되어 단현지청 수사관으로 발령받는다. 평생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친구들의 따돌림과 외삼촌의 폭력에 시달리며 살아왔지만 이번에야말로 직장 생활에 잘 적응하려 애쓴다. 경찰 시절 자신이 뒤집어썼던 억울한 누명을 벗도록 도와준, 존경하는 주태선 검사와 재회하고도 먼발치에서 소식을 듣는 것이 고작일 뿐인 날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당직을 서게 된 사건을 계기로, 주태선 검사가 이채하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주태선 검사는 자신이 오랫동안 좇은 살인 사건을 함께 수사할 파트너로 이채하를 낙점하고, 그에게 자신 밑, 본인 검사실의 수사관으로 오기를 제안하는데…. [본문 중] 늘 주태선 검사가 나를 시험했는데, 처음 그 반대의 기분을 느꼈다. 손가락 사이에 자리한 흰 담배를 그에게로 내밀었다. “담배, 더 피우실래요?” “…그래.” 혹시나 싶었다. 거절할 줄 알았다. 나와 담배를 나눠 피운 일이 마음에 걸렸다고 했으니까. 그러나 주 검사는 젖은 담배 필터를 입으로 물어 천천히 내게서 가져갔다. 깊게 빨아들이는 숨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하얀 연기가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우리는 말 없이 옥상에서 단현시를 내려다봤으나, 실은 온몸의 신경을 동원해 서로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경찰 생활 적응에 실패한 이채하는 8급 검찰공무원이 되어 단현지청 수사관으로 발령받는다. 평생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친구들의 따돌림과 외삼촌의 폭력에 시달리며 살아왔지만 이번에야말로 직장 생활에 잘 적응하려 애쓴다. 경찰 시절 자신이 뒤집어썼던 억울한 누명을 벗도록 도와준, 존경하는 주태선 검사와 재회하고도 먼발치에서 소식을 듣는 것이 고작일 뿐인 날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당직을 서게 된 사건을 계기로, 주태선 검사가 이채하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주태선 검사는 자신이 오랫동안 좇은 살인 사건을 함께 수사할 파트너로 이채하를 낙점하고, 그에게 자신 밑, 본인 검사실의 수사관으로 오기를 제안하는데…. [본문 중] 늘 주태선 검사가 나를 시험했는데, 처음 그 반대의 기분을 느꼈다. 손가락 사이에 자리한 흰 담배를 그에게로 내밀었다. “담배, 더 피우실래요?” “…그래.” 혹시나 싶었다. 거절할 줄 알았다. 나와 담배를 나눠 피운 일이 마음에 걸렸다고 했으니까. 그러나 주 검사는 젖은 담배 필터를 입으로 물어 천천히 내게서 가져갔다. 깊게 빨아들이는 숨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하얀 연기가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우리는 말 없이 옥상에서 단현시를 내려다봤으나, 실은 온몸의 신경을 동원해 서로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경찰 생활 적응에 실패한 이채하는 8급 검찰공무원이 되어 단현지청 수사관으로 발령받는다. 평생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친구들의 따돌림과 외삼촌의 폭력에 시달리며 살아왔지만 이번에야말로 직장 생활에 잘 적응하려 애쓴다. 경찰 시절 자신이 뒤집어썼던 억울한 누명을 벗도록 도와준, 존경하는 주태선 검사와 재회하고도 먼발치에서 소식을 듣는 것이 고작일 뿐인 날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당직을 서게 된 사건을 계기로, 주태선 검사가 이채하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주태선 검사는 자신이 오랫동안 좇은 살인 사건을 함께 수사할 파트너로 이채하를 낙점하고, 그에게 자신 밑, 본인 검사실의 수사관으로 오기를 제안하는데…. [본문 중] 늘 주태선 검사가 나를 시험했는데, 처음 그 반대의 기분을 느꼈다. 손가락 사이에 자리한 흰 담배를 그에게로 내밀었다. “담배, 더 피우실래요?” “…그래.” 혹시나 싶었다. 거절할 줄 알았다. 나와 담배를 나눠 피운 일이 마음에 걸렸다고 했으니까. 그러나 주 검사는 젖은 담배 필터를 입으로 물어 천천히 내게서 가져갔다. 깊게 빨아들이는 숨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하얀 연기가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우리는 말 없이 옥상에서 단현시를 내려다봤으나, 실은 온몸의 신경을 동원해 서로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