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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경고하는데 그러지 않는 게 좋아. 동생은 못해도, 난 할 수 있는 게 많거든.’ 처음에는 의도적으로 동생에게 접근한 질 나쁜 애라 생각했다. 그런데 차사고 후 모든 게 바뀌었다. 광녀처럼 산발한 머리도, 여기저기 긁히고 흙이 묻은 얼굴에도, 무혁은 홀린 듯 지안만 쳐다봤다. “걱정 말아요, 채무혁씨. 구조대가 왔으니까 이제 안심해도 되요.” “내 생애 최악의 모습을 하고 있나 보군. 동정하는 걸 보니.” “맞아요. 당신 같은 남자도 약할 수 있다는 걸 보니, 조금 기쁘긴 하네요.” “뭐?” 작고 보드라운 손이 어깨를 다독거렸다. 우는 아이를 달래는 엄마의 손길처럼 따뜻하기 그지없다. “오늘 같은 날, 당신도 마음이 아팠을 거잖아요. 그래도 지금까지 나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진심으로.” 지난 18년 동안 아무도 그에게 묻지 않았던 말. 괜찮으냐고, 아프지 않으냐고…. 그 말을 그녀가 묻고 있었다. 무혁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의 형을 사랑했다고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형이 아니라 동생에게 자꾸만 눈길이 가고 있다. “할 말 더 없으면.” “할 말이야 많지. 그런데 네가 계속 철벽을 치니까 못하고 있는 거잖아.” “그냥 노시던 곳에서 노시죠, 차 팀장님?” “노는 것도 이제는 재미없어. 눈치도 보이고. 그러니까 네가 날 좀 도와줘. 내가 이곳은 처음이라, 길도 낯설고 사람도 낯설어서 말이야.” 집안에서 내놓은 개망나니, 차진욱 팀장. 저 능글거리는 눈빛을 보는 순간, 유정은 불현듯 깨달았다. 저 눈빛이 가시처럼 살에 오랫동안 박혀있었다는 걸. * * * “이유정. 제대로 봐. 날 보라고, 그 개새끼가 아니라.” “그러면 뭐가 달라지는데?” “적어도 난 내 사람을 배신하는 비열한 짓은 하지 않거든. 그러니까 나랑 그 개새끼랑 똑같은 눈으로 보지 말란 말이야.” 유정은 낮게 웃고 말았다. 형은 자신을 사랑한다 말해놓고, 다른 여자랑 오늘 결혼했고, 그의 동생은 홀로된 그녀 주위를 늑대처럼 맴돌고 있었다. 잡아먹기 위해서. “너희 형제들 이젠 지긋지긋하다.” “그런 말은 네가 오매불망하던 그 개새끼에게나 해. 나까지 왜 그런 오명을 들어야 하지? 나랑 뭐한 게 있다고.” 차갑게 노려보는 진욱의 눈빛이 살벌했다. 이 눈빛을 기억한다. 가끔 보여주는 짐승 같은 욕정. 모르지 않았지만 무시했다. 이 개망나니와 엮여봐야 인생만 고달파질 게 뻔했으니까.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래. 해.” “뭐?” “너랑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지금 불만인 거잖아. 그러니까 지금 그 뭔가를 해보자고.” “벌써 취했어?” “아니. 정신 말짱해. 너무 말짱해서 너랑 그 뭔가라도 해봐야 정신을 놓을 것 같거든.”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후회라니, 후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다. 그가 결혼 얘길 주저할 때부터, 바쁘다며 거짓 문자를 보낼 때부터, 이미 후회는 했다. “후회는 그 개자식으로 끝났어.”
그의 형을 사랑했다고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형이 아니라 동생에게 자꾸만 눈길이 가고 있다. “할 말 더 없으면.” “할 말이야 많지. 그런데 네가 계속 철벽을 치니까 못하고 있는 거잖아.” “그냥 노시던 곳에서 노시죠, 차 팀장님?” “노는 것도 이제는 재미없어. 눈치도 보이고. 그러니까 네가 날 좀 도와줘. 내가 이곳은 처음이라, 길도 낯설고 사람도 낯설어서 말이야.” 집안에서 내놓은 개망나니, 차진욱 팀장. 저 능글거리는 눈빛을 보는 순간, 유정은 불현듯 깨달았다. 저 눈빛이 가시처럼 살에 오랫동안 박혀있었다는 걸. * * * “이유정. 제대로 봐. 날 보라고, 그 개새끼가 아니라.” “그러면 뭐가 달라지는데?” “적어도 난 내 사람을 배신하는 비열한 짓은 하지 않거든. 그러니까 나랑 그 개새끼랑 똑같은 눈으로 보지 말란 말이야.” 유정은 낮게 웃고 말았다. 형은 자신을 사랑한다 말해놓고, 다른 여자랑 오늘 결혼했고, 그의 동생은 홀로된 그녀 주위를 늑대처럼 맴돌고 있었다. 잡아먹기 위해서. “너희 형제들 이젠 지긋지긋하다.” “그런 말은 네가 오매불망하던 그 개새끼에게나 해. 나까지 왜 그런 오명을 들어야 하지? 나랑 뭐한 게 있다고.” 차갑게 노려보는 진욱의 눈빛이 살벌했다. 이 눈빛을 기억한다. 가끔 보여주는 짐승 같은 욕정. 모르지 않았지만 무시했다. 이 개망나니와 엮여봐야 인생만 고달파질 게 뻔했으니까.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래. 해.” “뭐?” “너랑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지금 불만인 거잖아. 그러니까 지금 그 뭔가를 해보자고.” “벌써 취했어?” “아니. 정신 말짱해. 너무 말짱해서 너랑 그 뭔가라도 해봐야 정신을 놓을 것 같거든.”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후회라니, 후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다. 그가 결혼 얘길 주저할 때부터, 바쁘다며 거짓 문자를 보낼 때부터, 이미 후회는 했다. “후회는 그 개자식으로 끝났어.”
베이드 클레이븐 공작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거슬렸다.' 사사건건 시비 붙는, 웬만하면 보고 싶지 않은 상대였다. 그런데 그날 밤 이후로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여긴 여전히 좁고 습해.” “아흐, 읏……!” “그래서 날 미치게 만들지.” 《오늘 밤, 침실 불을 켜 둘게요 공작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