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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부터 너무 쉬운 거 아니야?” 이준이 차갑게 웃었다. 감정을 찾아볼 수 없는 무감한 얼굴이었다. “그런 건 원하는 것을 다 얻고 난 다음에 해야지.” 그럼에도 예고 없이 맞닿은 입술은 뜨겁고 아찔했다. 시야가 새하얗게 부서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피할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바라던 바였다. 난 당신과 꼭 결혼해야만 해. 들켜서는 안 되는 은밀한 계획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 * * “저, 투자 건은 언제쯤 진행하실 생각이신가요?” 남자의 입술이 더욱 흡족하게 당겨졌다. 꼭 서은이 묻기를 바랐던 것처럼. “그쪽이 임신한 후.” 서은의 얼굴이 새하얗게 굳어졌다. 자신이 방금 뭘 들은 건지. 그녀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남자를 응시했다. “이런 건 계약과 다르잖아요.” “우리가 계약서라도 썼었나?” 그녀의 얼굴이 더욱 충격으로 물들었다. “……네?” 이준이 손을 뻗어 욕조 턱에 있는 담배를 집었다. “보통은 가장 마지막에 상대가 혹할 만한 카드를 내미는 법이거든.” 마치 벼린 날에 베인 듯한 기분이었다. 그에게 배신이라도 당한 듯한 참담함이 들었다. “그게 협상이야, 그런데.” 그가 길게 새하얀 연기를 내뿜었다. “계약서도 안 썼는데 처음부터 너무 쉬웠지. 순진한 건가?” 서은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이 남자가 이렇게 나올 것이란 걸 예상했어야 했는데. “애타는 건 내가 아닌 우리 자기지.” #까칠자상남, #동거, #몸정>맘정, #상처녀, #소유욕/집착, #재벌

완결 여부완결
에피소드92 화
연령 등급15세 이상

세부 정보

팬덤 지표

🌟 로맨스 소설 중 상위 41.64%

👥

평균 이용자 수 137

📝

전체 플랫폼 평점

8.8

📊 플랫폼 별 순위

78.12%
N002
75.92%
N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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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nail

짐승의 짓

“어느 부부가 붙어먹고 나서 이혼을 해?” 어느 부부가 붙어먹고 나서 이혼을 해?” 서희의 두 눈에 짙은 두려움이 감돌았다. 아침까지만 해도 무감한 얼굴로 이혼을 고하던 제하였기에, 그가 번복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이혼해 주기로 했잖아요.” “그건 너랑 자기 전 일이고.” 제하의 성대를 느릿하게 긁으며 나온 음성엔 낮은 조소가 섞였다. 서희의 가슴이 불안하게 뛰었다. “똑바로 말해, 왜 이혼하자고 한 건지. 그럴 생각도 없으면서.” 진실을 확인하려는 듯 제하가 그녀의 턱을 감싸 쥐었다. 위압적인 손짓에 저절로 서희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그럼 지금부터 확인해 보면 되겠네.” 허공에서 마주 얽히는 남자의 시선이 서희를 단번에 집어삼킬 것 같았다. 냉혹하고, 서늘한 저 시선은 분명 오래전 서희가 기억하던 다정한 눈빛이 아니었다. 그가 오래전의 제하가 아니듯이. “연서희, 네 말이 어디부터가 진실이고.” 맞닿을 듯 가까워지는 입술 사이로 그의 뜨거운 숨결이 달라붙듯 치밀었다. “어디까지가 거짓일지.” 비로소 도망칠 수조차 없는 지옥이었다.

thumnail

배덕한 짓

시동생이랑은 못 붙어먹겠어요? “왜요. 시동생이랑은 못 붙어먹겠어요?” 도윤의 묵직한 저음에 수아의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돋았다. 시동생이라니. 그의 형과는 결혼조차 한 적이 없는데. 그 단어 하나로, 그동안 어떤 말로도 정의할 수 없었던 그들의 애매한 관계가 한순간에 배덕하게 뒤틀렸다. 닿기만 해도 서늘한 그 눈빛 끝에 심장이 찔리는 기분이었다. “도, 도윤 씨.” 수아의 음성이 덜덜 떨려 나왔다. “그렇게 부르면 꼴리는데.” 한껏 낮아진 남자의 음성에 한숨이 섞였다. 도윤의 입술 선이 느리게 벌어졌다. “형수님이, 먼저 시작했잖아.” 다시 시작된 그 호칭에 수아가 눈을 질끈 내리감았다. * * * “우리도 저런 아기를 가지면 어떨 것 같아요?” “유수아.”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필요 이상으로 서늘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도윤의 눈동자엔 어떠한 감정도 담기지 않았다. “우리 사이에 아기는 없어. 그러니까 행여라도 실수할 생각 하지도 마.” “실수요?” “이런 식으로 나랑 미래를 얘기하는 거 불편해.” 그의 말에 심장이 어지럽게 뛰었다. “담백한 계약이었고, 난 계약 사항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데. 자꾸 왜 이상한 짓을 해.” 너무 생각지도 못한 말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thumnail

허락되지 않은

“그날 나랑 붙어먹은 기억은 지웠나 봐.” 충동적으로 나온 음성에 가빠졌던 연서의 숨소리가 멈췄다. 호흡조차 잊은 듯한 그녀의 동공이 자신을 향했다. “난 한 번도 잊은 적 없는데.” 이 빌어먹을 놈의 외사랑. 연서의 시선은 한 번도 태훈을 향한 적이 없었다. 그녀의 미소는 항상 서준만을 향했기에, 감히 바라는 건 사치였다. “아니면 뭐, 서준이랑도 붙어먹어서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큰 모욕을 당했다는 듯 연서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네가 그동안 누구랑 뒹굴었든 상관없어.” 나도 참 등신이지. 나한테 왜 접근했는지 뻔한 여자한테, 마음 하나 간수하지 못하고. 예나 지금이나 호구처럼 흔들리고 말이야. 태훈이 차갑게 웃었다. 감정이라곤 담기지 않은 건조한 미소였다. “그날 밤처럼 잘해 봐.” * * * 울컥 솟아오르는 분노를 내리누르며 연서가 젖은 눈으로 태훈을 응시했다. 어떻게, 자신의 앞에 그 피아노를 보여 줄 수 있는 건지. “주 3회로 재활 치료 진행할 거야.” 느닷없는 통보에 연서의 눈동자에 어른거리던 분노가 잠시 멈췄다. “선택해. 나랑 매일 밤낮으로 뒹굴 건지, 격일로 재활 받을 건지.” 한 걸음 다가선 태훈이 연서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왜 대표님께서.” 겨우 굳어져 있던 혀가 돌아갔다. “굳이, 제 재활에 관심을 가지시는지요.” “내 곁에 하자품은 안 두거든.” 잠시 말을 멈춘 그가 자신을 한차례 내려다보더니 권태롭게 웃었다. “네가 틀리지 않고 한 곡 완주하게 되면.” 그가 연서의 뺨을 느릿하게 쓸었다. 말캉하게 닿는 느낌이 꼭 입술로 훑는 것 같은 아찔함을 낳았다. “태경그룹 승계 자리, 제서준한테 넘길게.” 남자는 기어코,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덫을 놓았다. “그 자식 좋아한다며. 날개 달아 줘야지.”

thumnail

못된 것만 배워서

“앞으로 내가 하라는 대로 해. 특히 침대 위에선.” 도현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온 담배 연기가 서우의 얼굴에 닿았다. 함부로 삼킬 수 없는 독한 연기가 꼭 남자를 닮아 있었다. 아연한 서우에게 도현이 건조한 조소를 던졌다. 서늘하고 어둑한 눈동자가 서우를 꿰뚫을 듯 응시했다. “아이를 낳아야 해,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권태에 가득한 표정으로 남자가 느릿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너는 나랑 급이 맞지 않지만.” 도현의 무감한 눈이 서우의 새하얀 얼굴을 여유 있게 훑었다. 서우는 뜨거워진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가 떴다. 자신과 남자의 급을 나눠 평가할 줄은 몰랐다. 감히 곁에 서지도 못할 사람으로 내칠 줄은. “얼굴만큼은 취향이라. 아내는 곧 생길 거고, 아이만 필요해서.” 남자는 재떨이에 담배를 눌러 껐다. 엉망으로 구겨지는 담배가 마치 서우의 신세 같았다. 결혼을 앞둔 도현이 서우에게 제시할 조건은, 정말로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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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위 계약

“값은 충분히 치러 드릴 테니. 잘난 따님, 제게 파시라고.” 믿을 수 없는 소리에 이서의 가슴이 소란하게 뛰기 시작했다. 내가 대체 무슨 소릴 들은 건지. 첫사랑에게서 받는 대우치고는 너무 가혹했다. 심지어 도준은 다른 여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으니까. 이서를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긴 남자가 입꼬리를 당겼다. “자선 파티니까, 자선 사업 해 보려고.” * * * “그럼 옷부터 벗으시죠.” 느릿한 저음이 허공을 갈랐다. 멍하니 도준을 바라보던 이서가 그 말에 어깨를 움찔했다. “그쪽 몸을 그릴 거라서.” 이서의 입술이 나직하게 벌어졌다. 이런 경우는 상상해 본 적조차 없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여자를 향해 도준이 턱을 들었다. “뭐 합니까, 안 벗고.” 전혀 봐주지 않겠다는 듯 차갑고 단호한 음성이었다. 그녀의 삶은 단 한 번도, 나아진 적이 없었다. 절망에서 벗어나려고 할수록 더한 늪으로 빠졌다. * * * “그쪽 아버지가 한 짓, 다 갚으려면 고작 모델로는 안 될 것 같은데.” 경고성이 짙은 음성이 한기를 품고 있었다. “아이라도 밴다면 모를까.” 이서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어떡할까. 어차피 그쪽 선택권은 없는데.” 희망 따윈 없었다. 자신의 남은 삶을 더욱 절망으로 빠뜨릴 나락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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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학성(Bad Habit)

“계약 기간 동안, 침대 위에서 아내 역할 제대로 하고.” 품에 안으면 저물어 버릴 하찮은 욕정일 뿐이었다. 부서져 버릴 것 같은 위태로움이 은근한 배덕감을 자극했다. 처음 볼 때부터 그랬지. “날 기억하지 못하나 봅니다. 오래전에 본 적 있는데.” 물끄러미 자신을 응시하는 서희의 다갈색 동공에 타는 듯한 갈증이 일었다. 그 소란한 감정조차 예전과 닮아 있었다. 자신의 이복동생을 태운 채 음주 운전을 하다 사망한 유 기사. 한때 부모보다도 문혁을 더 챙겨 주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였다. 굳이, 바쁜 일정 중 인성그룹을 대표하여 장례식에 참석했던 이유가. 그리고 유 기사의 외동딸, 유서희. 자신이 여기까지 온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저희 아버지는 술을 드시지 않아요. 간 이식 수술을 받으셨거든요.” “부정하고 싶은 마음은 잘 알겠지만 안 궁금합니다.” 어미를 잃은 새끼같은 눈빛이 무감한 감정 속 잔악한 가학성을 자극했다. 나락으로 떨어지길 부추기고 싶은 충동이 스몄다. “원하시는 게 있다면, 다 해 드릴게요.”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뭔데요?” 남자의 눈이 다시금 서희의 얼굴 위를 느릿하게 유영했다. 긴 침묵을 깬 것은, 아까보다 더 첨예하게 침체된 묵직한 저음이었다. “내 아내 자리.” #계약관계 #소유욕/집착 #몸정>맘정 #계략남 #상처녀

thumnail

짐승의 짓

“어느 부부가 붙어먹고 나서 이혼을 해?” 서희의 두 눈에 짙은 두려움이 감돌았다. 아침까지만 해도 무감한 얼굴로 이혼을 고하던 제하였기에, 그가 번복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이혼해 주기로 했잖아요.” “그건 너랑 자기 전 일이고.” 제하의 성대를 느릿하게 긁으며 나온 음성엔 낮은 조소가 섞였다. 서희의 가슴이 불안하게 뛰었다. “똑바로 말해, 왜 이혼하자고 한 건지. 그럴 생각도 없으면서.” 진실을 확인하려는 듯 제하가 그녀의 턱을 감싸 쥐었다. 위압적인 손짓에 저절로 서희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그럼 지금부터 확인해 보면 되겠네.” 허공에서 마주 얽히는 남자의 시선이 서희를 단번에 집어삼킬 것 같았다. 냉혹하고, 서늘한 저 시선은 분명 오래전 서희가 기억하던 다정한 눈빛이 아니었다. 그가 오래전의 제하가 아니듯이. “연서희, 네 말이 어디부터가 진실이고.” 맞닿을 듯 가까워지는 입술 사이로 그의 뜨거운 숨결이 달라붙듯 치밀었다. “어디까지가 거짓일지.” 비로소 도망칠 수조차 없는 지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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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지웠던 밤

“내 형이랑 잔 여자가 그쪽일 줄은 몰랐는데.” 서우의 벗은 모습은 어떨지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대체 이런 여자는 침대 위에서 어떤 모습일지. 매사에 초연한 듯 무감한 눈빛에 자신만이 오롯이 담기는 순간은 과연 어떨까. “그래서 아이도 낳았나?” 다른 감정은 없었다. 그저 궁금했을 뿐. 하룻밤 욕정이란 그렇게 하찮은 것이었다. 그녀는 예상보다 더 쉽게 자신을 허락했다. 그런데, 형의 여자였다니. “그런데도 나랑 또 잤고?” 서우가 자신을 똑바로 응시했다. 언제나처럼 고요하게 가라앉은 시선이었다. 늘 그랬다. 혼자서만 침착했다. 지금 무혁은 돌아 버릴 것 같은데. 그 담담한 눈빛이 무혁을 무참히 짓밟았다. “아무리 싸구려여도 이렇게 헤프면 안 되지, 서우야.” 도톰한 입술이 꼭 다물리고 그녀의 눈에 처음으로 감정이 실렸다.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딘지 모르게 서운하고, 또 참담했다. 마치 남자의 말이 모두 틀렸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동거 #까칠자상남 #상처녀 #속도위반 #후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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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덕한 짓

“왜요. 시동생이랑은 못 붙어먹겠어요?” 도윤의 묵직한 저음에 수아의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돋았다. 시동생이라니. 그의 형과는 결혼조차 한 적이 없는데. 그 단어 하나로, 그동안 어떤 말로도 정의할 수 없었던 그들의 애매한 관계가 한순간에 배덕하게 뒤틀렸다. 닿기만 해도 서늘한 그 눈빛 끝에 심장이 찔리는 기분이었다. “도, 도윤 씨.” 수아의 음성이 덜덜 떨려 나왔다. “그렇게 부르면 참기 힘든데.” 한껏 낮아진 남자의 음성에 한숨이 섞였다. 도윤의 입술 선이 느리게 벌어졌다. “형수님이, 먼저 시작했잖아.” 다시 시작된 그 호칭에 수아가 눈을 질끈 내리감았다. * * * “우리도 저런 아기를 가지면 어떨 것 같아요?” “유수아.”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필요 이상으로 서늘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도윤의 눈동자엔 어떠한 감정도 담기지 않았다. “우리 사이에 아기는 없어. 그러니까 행여라도 실수할 생각 하지도 마.” “실수요?” “이런 식으로 나랑 미래를 얘기하는 거 불편해.” 그의 말에 심장이 어지럽게 뛰었다. “담백한 계약이었고, 난 계약 사항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데. 자꾸 왜 이상한 짓을 해.” 너무 생각지도 못한 말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계약관계 #몸정>맘정 #상처녀 #소유욕/집착 #후회남

thumnail

개정판 | 부도덕한 계약

그의 이복 형과 약혼했다, 임신한 줄도 모르고. “아까부터 표정이 왜 이따위지?” 느릿하게 움직인 입술 사이에서 낮고 묵직한 저음이 내려앉았다. 커다란 손이 허락 없이 시아의 볼에 닿았다. 따스한 촉감이 뺨에 닿는 순간부터 심장이 곤두박질치듯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지후의 짙은 시선이 오래도록 시아의 눈에 와닿았다. 그저 닿았을 뿐인데, 온몸의 신경이 반응했다. 하지만 시아는 알고 있었다. 이 달콤한 착각을 깨는 주문을. “당신 결혼식도 그쯤이었지?” “갑자기 내 결혼식 이야기는 왜 꺼내.” 불쾌함이 가득 찬 그의 미간이 구겨졌다. 덕분에 시아는 다시 냉정을 되찾았다. 곧 다른 여자와 결혼할 남자. 그게 지후의 위치였으니까. 죽어도 이 임신만큼은, 비밀이어야 했다.

thumnail

못된 것만 배워서

“내가 기어 다니라고 하면 기고, 벗으라고 하면 벗어.” 도현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온 담배 연기가 서우의 얼굴에 닿았다. 함부로 삼킬 수 없는 독한 연기가 꼭 남자를 닮아 있었다. 아연한 서우에게 도현이 건조한 조소를 던졌다. “앞으로 내 개처럼 살아.” 서늘하고 어둑한 눈동자가 서우를 꿰뚫을 듯 응시했다. “아이를 낳아야 해,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권태에 가득한 표정으로 남자가 느릿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너는 나랑 급이 맞지 않지만.” 도현의 무감한 눈이 서우의 새하얀 얼굴을 여유 있게 훑었다. 서우는 뜨거워진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가 떴다. 자신과 남자의 급을 나눠 평가할 줄은 몰랐다. 감히 곁에 서지도 못할 사람으로 내칠 줄은. “꽤 꼴리거든. 아내는 곧 생길 거고, 아이만 필요해서.” 남자는 재떨이에 담배를 눌러 껐다. 엉망으로 구겨지는 담배가 마치 서우의 신세 같았다. 결혼을 앞둔 도현이 서우에게 제시할 조건은, 정말로 아니었다.

thumnail

허락되지 않은

“그날 나랑 붙어먹은 기억은 지웠나 봐.” 충동적으로 나온 음성에 가빠졌던 연서의 숨소리가 멈췄다. 호흡조차 잊은 듯한 그녀의 동공이 자신을 향했다. “난 한 번도 잊은 적 없는데.” 이 빌어먹을 놈의 외사랑. 연서의 시선은 한 번도 태훈을 향한 적이 없었다. 그녀의 미소는 항상 서준만을 향했기에, 감히 바라는 건 사치였다. “아니면 뭐, 서준이랑도 붙어먹어서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큰 모욕을 당했다는 듯 연서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네가 그동안 누구랑 뒹굴었든 상관없어.” 나도 참 등신이지. 나한테 왜 접근했는지 뻔한 여자한테, 마음 하나 간수하지 못하고. 예나 지금이나 호구처럼 흔들리고 말이야. 태훈이 차갑게 웃었다. 감정이라곤 담기지 않은 건조한 미소였다. “그날 밤처럼 잘해 봐.” #계약관계 #동거 #상처녀 #소유욕/집착 #몸정>맘정 * * * 울컥 솟아오르는 분노를 내리누르며 연서가 젖은 눈으로 태훈을 응시했다. 어떻게, 자신의 앞에 그 피아노를 보여 줄 수 있는 건지. “주 3회로 재활 치료 진행할 거야.” 느닷없는 통보에 연서의 눈동자에 어른거리던 분노가 잠시 멈췄다. “선택해. 나랑 매일 밤낮으로 뒹굴 건지, 격일로 재활 받을 건지.” 한 걸음 다가선 태훈이 연서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왜 대표님께서.” 겨우 굳어져 있던 혀가 돌아갔다. “굳이, 제 재활에 관심을 가지시는지요.” “내 곁에 하자품은 안 두거든.” 잠시 말을 멈춘 그가 자신을 한차례 내려다보더니 권태롭게 웃었다. “네가 틀리지 않고 한 곡 완주하게 되면.” 그가 연서의 뺨을 느릿하게 쓸었다. 말캉하게 닿는 느낌이 꼭 입술로 훑는 것 같은 아찔함을 낳았다. “태경그룹 승계 자리, 제서준한테 넘길게.” 남자는 기어코,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덫을 놓았다. “그 자식 좋아한다며. 날개 달아 줘야지.”

thumnail

첫맛

“난 못 배워 먹은 놈이라, 내 앞에 여자가 누워 있으면.” 희서의 양 허리 옆, 느릿하게 서혁의 구둣발이 들어섰다. 그는 말없이 여자를 내려다보았다. 새하얗고 작은 얼굴 아래 도드라진 긴 목선. 옷깃 사이로 드러난 움푹 파인 쇄골. 그 위에 닿은 진눈깨비가 녹으며 하얀 피부가 발갛게 물들었다. 다른 부위에도 눈비가 닿으면 새하얀 피부가 붉어질지, 서혁은 문득 궁금해졌다. “하나밖에 생각 안 나거든.” “뭐 하시는 거예요?” 철컥, 벨트 소리에 희서가 놀라 날카롭게 말했다. 카랑카랑한 음성에 담긴 분노와 감정은 오롯이 그만을 향해 있었다. 그것은 새로운 형태의 전율이었다. “밖에서 잘 벗어 주는 여자는 내 취향이기도 하고.” 그래서였다. 그녀의 유일한 분노와 절망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다소 비틀린 욕망이 자리 잡은 것은. “내가 워낙 싸구려를 좋아해서.” * * * “차라리 구속되는 게 낫겠어요. 연 순경님, 나보단 범죄자 새끼한테 잘 대해 주잖아요.” 희서의 눈썹 사이가 좁혀졌다. “아니면 가서 사람이라도 죽이고 올까 하고요. 죄목이 강할수록 연 순경님이 더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서.” “자, 잠시만요.” 희서가 당황하며 몸을 움츠렸다. 그 바람에 다시 수갑이 찰그랑, 소리를 냈다. 수치스러웠다. 이런 식으로 손목이 제압당한 것이. 그녀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왜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그에 대한 복수 하나만으로 시작한 짓이었는데. 대체 왜 자꾸 마음이 그에게 향하는 건지. 그날부터였다. 서혁이 자신의 앞에 나타났을 때부터. 그의 영원한 추락과 절망을 삶의 목표로 두고 염원했을 때부터. 의도적으로 접근했던 자신의 행동에 벌이라도 받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모두 엉망이 되었다. 서혁과 무섭게 얽혀 버렸으니까. 그런 바보 같은 계약이나 하고……. 희서는 아랫배를 감쌌다. 이 안에서 작은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그에게 절대 비밀이어야만 했다. 어차피 복수한 후엔 사라져 버릴 계획이었다. 그의 주변에서 존재한 적도 없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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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계약

“첫날부터 순순히 벌려 주려고?” 이준이 차갑게 웃었다. 감정을 찾아볼 수 없는 무감한 얼굴이었다. “그런 건 원하는 것을 다 얻고 난 다음에 해야지. 너무 쉬우면 재미없잖아.” 그럼에도 예고 없이 맞닿은 입술은 뜨겁고 아찔했다. 시야가 새하얗게 부서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피할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바라던 바였다. 난 당신과 꼭 결혼해야만 해. 들켜서는 안 되는 은밀한 계획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 * * “저, 투자 건은 언제쯤 진행하실 생각이신가요?” 남자의 입술이 더욱 흡족하게 당겨졌다. 꼭 서은이 묻기를 바랐던 것처럼. “그쪽이 임신한 후.” 서은의 얼굴이 새하얗게 굳어졌다. 자신이 방금 뭘 들은 건지. 그녀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남자를 응시했다. “이런 건 계약과 다르잖아요.” “우리가 계약서라도 썼었나?” 그녀의 얼굴이 더욱 충격으로 물들었다. “……네?” 이준이 손을 뻗어 욕조 턱에 있는 담배를 집었다. “보통은 가장 마지막에 상대가 혹할 만한 카드를 내미는 법이거든.” 마치 벼린 날에 베인 듯한 기분이었다. 그에게 배신이라도 당한 듯한 참담함이 들었다. “그게 협상이야, 그런데.” 그가 길게 새하얀 연기를 내뿜었다. “계약서도 안 썼는데 처음부터 알아서 벗어 주질 않나. 순진한 건가?” 서은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이 남자가 이렇게 나올 것이란 걸 예상했어야 했는데. “애타는 건 내가 아닌 우리 자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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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학성(Bad Habit)

“계약 기간 동안, 침대 위에서 아내 역할 제대로 하고.” 품에 안으면 저물어 버릴 하찮은 욕정일 뿐이었다. 부서져 버릴 것 같은 위태로움이 은근한 배덕감을 자극했다. 처음 볼 때부터 그랬지. “날 기억하지 못하나 봅니다. 오래전에 본 적 있는데.” 물끄러미 자신을 응시하는 서희의 다갈색 동공에 타는 듯한 갈증이 일었다. 그 소란한 감정조차 예전과 닮아 있었다. 자신의 이복동생을 태운 채 음주 운전을 하다 사망한 유 기사. 한때 부모보다도 문혁을 더 챙겨 주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였다. 굳이, 바쁜 일정 중 인성그룹을 대표하여 장례식에 참석했던 이유가. 그리고 유 기사의 외동딸, 유서희. 자신이 여기까지 온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저희 아버지는 술을 드시지 않아요. 간 이식 수술을 받으셨거든요.” “부정하고 싶은 마음은 잘 알겠지만 안 궁금합니다.” 어미를 잃은 새끼같은 눈빛이 무감한 감정 속 잔악한 가학성을 자극했다. 나락으로 떨어지길 부추기고 싶은 충동이 스몄다. 저 모습이 왜 이렇게도 꼴릴까. “원하시는 게 있다면, 다 해 드릴게요.”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뭔데요?” 남자의 눈이 다시금 서희의 얼굴 위를 느릿하게 유영했다. 긴 침묵을 깬 것은, 아까보다 더 첨예하게 침체된 묵직한 저음이었다. “내 아내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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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관계

* 본 작품에는 강압적인 관계, 노골적인 표현, 자극적인 소재, 비도덕적 인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매에 참고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알아서 해 봐. 네가 걸레처럼 굴 때 더 꼴리니까.” 탁한 음성이 잔혹한 빛을 품고 있었다. “아이를 빼앗기고 싶지 않다면 알아서 내 비위 맞춰.” “다른 사람의…… 아이예요.” 그 한마디에 태하의 커다란 손이 단번에 서우의 목을 감쌌다. “똑바로 다시 말해, 누구 아이인지.” “다음 달에 결혼하는 그 사람…….” “친자 확인조차 필요 없겠던데. 날 안 닮은 구석이 없어서.” 싸늘한 음성에 서우의 숨이 막혀 왔다. “가서 네 남편 될 자식한테 전해.” 태하가 서우의 목덜미를 느긋하게 쓸어올리며 말했다. 마치 수틀리면 당장에 이 가냘픈 목을 부러뜨리기라도 할 어투였다. “아이의 아빠가 돌아왔다고.” 근데, 하필 눈깔 돌아버린 놈이라 한번 문 건 절대 놓치지 않는다고. 낮게 웃으며 속삭인 그가 덧붙였다. “목에 난 잇자국도 꼭 보여 주고 말이야.” “……못 하겠어요.” “아이, 필요 없나?” 질 낮은 협박에 서우의 호흡이 멎었다. 어떻게 아이로 이런 협박을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알던 태하가 맞는 걸까. “……나쁜 자식.” “응.” 태하가 아무렇지도 않게 낮은 웃음을 흘렸다. “몰랐구나. 나 개자식인 거.” 태하가 고개를 숙이자 서우는 피하지도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어쩌다 당신과 내가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그래도 한때는 당신이 다정하다고 믿었는데. 차오르는 증오심과는 별개로. 머릿속 가득 그로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흡사 벗어날 수도 없는 늪에 잠기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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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덕한 계약

그의 이복 형과 약혼했다, 임신한 줄도 모르고. “아까부터 표정이 왜 이따위지?” ​ 느릿하게 움직인 입술 사이에서 낮고 묵직한 저음이 내려앉았다. 커다란 손이 허락 없이 시아의 볼에 닿았다. 따스한 촉감이 뺨에 닿는 순간부터 심장이 곤두박질치듯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지후의 짙은 시선이 오래도록 시아의 눈에 와닿았다. ​ 그저 닿았을 뿐인데, 온몸의 신경이 반응했다. ​ 하지만 시아는 알고 있었다. 이 달콤한 착각을 깨는 주문을. ​ “당신 결혼식도 그쯤이었지?” “갑자기 내 결혼식 이야기는 왜 꺼내.” ​ 불쾌함이 가득 찬 그의 미간이 구겨졌다. 덕분에 시아는 다시 냉정을 되찾았다. 곧 다른 여자와 결혼할 남자. 그게 지후의 위치였으니까. ​ 죽어도 이 임신만큼은, 비밀이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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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편 보란듯이 계약결혼

“나와 이혼해 줘, 결혼기념일 선물로.” 결혼한 지 이 년째 되던 기념일, 강훈이 이혼을 요구해 왔다. 그전까지 우리는 누구보다 행복한 부부였고, 그래서 납득할 수 없었다. 이유를 물었을 때, 강훈은 간단하게 대답했다. “다른 여자가 생겼어.” 전 남편이 매정하게 떠났다. “내가 도와줄게요.” 그리고 생각지 못한 연우의 한마디. 미처 거절도 하기 전에, 연우의 일방적인 W그룹 막내딸과 K그룹 차남의 약혼 발표가 터졌다. “그 남자가 상처받았으면 좋겠다며?” 분명 그랬으면 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상처를 준다고 해서 달라질게 있을까. “분명 내가 도와준다고 말했는데. 기억 안 나나?” “그렇다고 나랑 한마디 상의도 없이 약혼이라니?” 차희의 날 선 목소리에도 연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겁나요?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한데. 그러니까 지금부터 나 말 놓는다. 차희야.” 연우의 도발로 시작된 복수 그리고 뒤늦은 후회를 하며 결혼식 전, 강훈은 생각지 못한 말을 꺼내놓았다. “차희, 네가 알아야 할 진실이 있어. 내가 왜 너와 이혼을 했어야 했는지 말이야. 난 널 사랑해.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녀를 지키기 위해 이혼을 선택한 남자, 하강훈. 사랑하는 여자를, 한 번은 놓쳤지만 두 번은 놓치고 싶지 않은 남자, 차연우 매력적인 두 남자 사이에서, 과연 차희는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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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짓을 할 땐

“기대되네요. 얼굴뿐 아니라 침대에서도 내 취향일 것 같아서.” *본 작품에는 강압적인 관계, 노골적인 표현, 자극적인 소재, 비도덕적 인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매에 참고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허공의 기류가 멎는 기분이었다. 희연의 맥동이 귀 바로 옆에서 벌떡였다. 쿵쿵, 드높은 심장 소리 때문에 고막이 터질 것 같았다. 손마디가 새하얗게 될 정도로 주먹을 말아 쥐자 그가 픽 웃음을 흘렸다. “아. 이런 소리 하기엔 서희연 씨가 너무 어렸던가?” 남자의 긴 눈꼬리가 야하게 휘어졌다. “방금 발언은 못 들은 걸로 하시죠. 내가 그렇게까지 쓰레긴 아니라서.” 얼어붙은 희연을 향해 그가 가볍게 고개를 까딱였다. 범태혁은, 희연이 피아노를 계속 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그 절실한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머뭇거리던 희연이 매정하게 돌아서는 그의 등에 대고 말했다. “저 성인이에요. 알 건 다 알아요. ……뭘 해야 하는데요?” 남자의 입술이 느슨하게 당겨졌다. 마치 그 질문을 기다렸던 것처럼. 그가 명함을 꺼내 희연에게 내밀었다. “준비되면 연락해요.” 그가 나른하게 속삭였다. “피아노 연주는 글러 먹었고. 다른 쪽으로는 날 어떻게 즐겁게 해 줄 건지 무척 궁금하네요.” 예민한 귓가에 나른하게 속살거리는 음성이 닿을 때마다 심장께가 간질간질했다. 담긴 의미는 경악스러웠지만 그럼에도 상당히 다정한 목소리였다. 그 온기에 기대고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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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지웠던 밤

“내 형이랑 잔 여자가 그쪽일 줄은 몰랐는데.” 서우의 벗은 모습은 어떨지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대체 이런 여자는 침대 위에서 어떤 모습일지. 매사에 초연한 듯 무감한 눈빛에 자신만이 오롯이 담기는 순간은 과연 어떨까. “그래서 아이도 낳았나?” 다른 감정은 없었다. 그저 궁금했을 뿐. 하룻밤 욕정이란 그렇게 하찮은 것이었다. 그녀는 예상보다 더 쉽게 자신을 허락했다. 그런데, 형의 여자였다니. “그런데도 나랑 또 잤고?” 서우가 자신을 똑바로 응시했다. 언제나처럼 고요하게 가라앉은 시선이었다. 늘 그랬다. 혼자서만 침착했다. 지금 무혁은 돌아 버릴 것 같은데. 그 담담한 눈빛이 무혁을 무참히 짓밟았다. “아무리 싸구려여도 이렇게 헤프면 안 되지, 서우야.” 도톰한 입술이 꼭 다물리고 그녀의 눈에 처음으로 감정이 실렸다.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딘지 모르게 서운하고, 또 참담했다. 마치 남자의 말이 모두 틀렸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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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의 덫

이 남자는 날 계약으로 샀고, 난 항상 복종해야만 한다 “허튼수작 부리지 말고 내 밑에서 제대로 울어.” 짙고 느릿한 음성만으로도, 본능적으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뒷목이 조여드는 기분에 하린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가까이에서 눈을 마주쳤을 뿐인데, 목덜미 가득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어지러울 정도로 호흡이 가빠 와 그녀는 숨소리를 가다듬었다. “네 이용 가치는 그것뿐이니까.” 하린의 눈에 고인 눈물이 툭 떨어졌다. 잠시 잊고 있었다. 이 남자는 날 계약으로 샀고, 난 항상 복종해야만 한다는 것을. * * * “태후 씨는 아기 가지고 싶은 생각 없어요?” 순간 태후의 얼굴이 구겨지듯 일그러졌다. 하린은 그 냉담한 변화에 얼어붙듯 굳었다. “없어. 애새끼 따윈 질색이라.” 심장을 길게 찢어 내는 듯한 서늘한 음성이었다. “그러니까 알아서 피임 잘해.” “만약 제가 가지고 싶다고 하면요?” 그의 눈이 하린을 냉담하게 훑었다. “아버지 없는 아이 만들고 싶으면 마음대로 하고.” 배 속의 아이가 들을까 봐 하린은 자신도 모르게 아랫배를 팔로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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