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친구인 남주를 짝사랑한 열대 나라의 공주에 빙의했다. ‘……오, 멋진데?!’ 비록 차이기는 했지만 쿨하게 남주의 뒷배가 되어주는 멋진 여성이었다. 이거 괜찮은데! 어차피 원작대로 흘러갈 전개, 남주와 절친까지만 생각했다. 빨리 저와 남주의 능력 다루는 법만 찾아내고, 다시 왕국으로 돌아가야겠다. 아니, 분명 그랬는데……. *** “리비아.” 낮게 울리는 그윽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루시안?!” 절대 이곳에서 들릴 리 없는 사람의 목소리에 놀란 리비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니, 얘가 지금 여기 있으면 안 되는데? 믿기지 않는 현실에 두 눈을 끔벅거리고 있는 리비아를 향해, 루시안이 성큼 다가왔다. “여기, 진짜 덥네…….” “너, 너…….” “나 왜.” “너 약혼식은?!” “……안 해.” 이건 또 뭔 말이야. “왜, 왜 안 해?” “너 없잖아.” 그녀를 보며 유려한 웃음을 지은 루시안이, 입고 있던 검은색 코트를 벗었다. 그러고는 어깨가 훤히 드러난 탑을 입은 리비아의 어깨에 걸쳤다. “약혼 안 할 거야.” 이제는 그 코트 단추를 하나하나 잠그기 시작한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물론, 너도 못 하고.” 해가 쨍쨍 내리쬐는 정열의 하테 왕국에, 차가운 겨울 냄새가 잔뜩 묻은 콜덴 제국의 황태자가 도착한 순간이었다.
2024년 11월 13일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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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눈떠 보니 좋아하던 소설에 빙의했다. …그것도 남주가 아끼는 ‘검’으로! “…아, 장난치지 마요!” 황녀, 공녀, 백작 영애, 하다못해 시녀도 아닌 ‘검’이라니. 빙의하면 보통 영앤 리치 뷰티풀 언니로의 환생은 보장 아니었냐고! 믿기 힘든 사실도 잠시, 나는 더 끔찍한 상황에 직면했음을 깨달았다. ‘이 소설 완결쯤에 악당과 상대하던 남주의 검이 완전 산산조각나는데?’ 이대로라면 검과 함께 죽게 생겼다. 살 방법은 오직 하나뿐. 검의 주인인 남주의 도움으로 검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거다! “디트리히! 내가 널 델가도 가문의 가장 높은 자리에 앉혀 줄 테니 나와 계약하도록.” 위엄 있게 건넨 말에 그가 수려한 낯을 구기며 읊조렸다. “꺼져.” …이거 쉽지 않겠는데? *** 우여곡절 끝에 디트리히의 형편없던 평판도, 가문 내의 입지도 전부 바꿔 놓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공작위에 오른 날 밤. ‘드디어 해방이야.’ 검의 정령으로 속박되어 있던 지난 세월은 모두 안녕이다! 이제 검이 아닌 인간으로서 새 인생을 살 때가 됐다. 그동안 디트리히 몰래 모아 온 돈으로 새 인생을 살 차례만 남았는데……. “하르페. 어딜 가는 거지?” 귓가를 간지럽히는 낮고 진득한 목소리. “어, 어딜 가긴. 이제 새로운 삶을 찾으러…….” “날 버리고? 멋대로 길들여 놓고 새로운 주인을 찾으러 가는 거야?” 어둠에 사로잡힌 청록빛 눈동자가 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당황한 내 손을 부드럽게 움켜쥔 그가 돌연 얼굴을 바짝 붙여 오며 속삭였다. “이번엔 내가 네 검이 돼 주지.” 그러면서 탄탄한 몸을 내게로 바짝 붙였다. “잡아 봐. 그대로 휘둘려 줄 테니.” 그 짧은 순간 난 알 수 있었다. …오, 망했다!
진짜 미쳐. 너무 잘생겼다. 당황해서 흔들리는 저 동공에 맞춰 팝핀이라도 추고 싶은 기분이었다. 진짜 출 수만 있었으면 비보잉 1등 먹었다. 소설 속에 들어와 한 번쯤 만나길 꿈꿨던, 잘생긴 엑스트라. 찾았다. 만세! “정말 실례되지만 제가 너무, 너무 급해서요.” “네.” “혹시 연인이 있으시거나 결혼을 약속한 약혼자가 있으신가요?” “……?” “아아, 없으시면 좋겠는데…….” “없긴 한데 그게 왜…….” “와, 다행이다! 없으시면 저랑 만나 보실래요?” 말을 끝마친 아샤는 보조개가 푹 파이도록 환하게 방- 긋 웃었다. 그리고 그런 아샤를 바라보는 남자의 눈동자가 폭풍같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공녀...이제 더 이상 내가 좋지 않은 건가?” “…….” “아니면…… 혹시 나보다 더 맘에 드는 얼굴을 찾았나?” “……어, 음…….” 대답을 얼버무리는 나를 빤히 바라보던 그가 허스키한 목소리로 작게 웃었다. “그렇지 않기를 바랄게, 공녀. 나는 공녀에 관해선 인내심이 없는 편이라.” 하필 여주를 짝사랑해 지키려다 죽는, 흑막의 하나뿐인 남동생을 꼬시다니……. 이게 뭐야……!
조실부모하고 남은 동생을 버린 채 도망가는 무책임한 여주 언니로 빙의했다. 하지만 지금은 말이 다르지. 사랑하는 동생을 두고 갈 수는 없다! 우리를 돌봐줄 남주가 곧 후견인으로 올 테니까 우리는 잘 자라주기만 하면 됐다. 악당이라고 소문이 자자했지만 두려워할 것 없었다. 이 남자가 악당이라는 건 다 헛소문에 불과하니까! “셀레나 님. 넘어지지 않도록 손 잡아드리겠습니다” “경고해 드리자면 남자는 모두 음험한 구석이 있습니다. 조심하십시오. 물론 저는 아닙니다만.” “셀레나 님이 잘 자라주시면 그것만큼 기쁜 일도 없습니다.” 봐라! 아버지이자 오빠같은 존재를! 상냥하다 못해 따뜻한 남주는 여주를 잘 키워 잡아먹을 준비를 마쳤다. 나도 덕분에 그 보호 아래에서 잘 성장했고. 이제 엄마 같은 마음으로 여동생을 넘겨줄 각오를 했는데... “그래서, 그 빌어먹을 애송이가 뭐라고 고백했습니까?” “제가 좋다고요. 그런데 후작, 찻잔이 부서졌어요. 이게 왜 이러지?” "아, 착각입니다." 네? 착각이요? 절대 아닌 것 같은데... 혹시 그쪽... 악당 맞으세요?
소꿉친구인 남주를 짝사랑한 열대 나라의 공주에 빙의했다. ‘……오, 멋진데?!’ 비록 차이기는 했지만 쿨하게 남주의 뒷배가 되어주는 멋진 여성이었다. 이거 괜찮은데! 어차피 원작대로 흘러갈 전개, 남주와 절친까지만 생각했다. 빨리 저와 남주의 능력 다루는 법만 찾아내고, 다시 왕국으로 돌아가야겠다. 아니, 분명 그랬는데……. *** “리비아.” 낮게 울리는 그윽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루시안?!” 절대 이곳에서 들릴 리 없는 사람의 목소리에 놀란 리비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니, 얘가 지금 여기 있으면 안 되는데? 믿기지 않는 현실에 두 눈을 끔벅거리고 있는 리비아를 향해, 루시안이 성큼 다가왔다. “여기, 진짜 덥네…….” “너, 너…….” “나 왜.” “너 약혼식은?!” “……안 해.” 이건 또 뭔 말이야. “왜, 왜 안 해?” “너 없잖아.” 그녀를 보며 유려한 웃음을 지은 루시안이, 입고 있던 검은색 코트를 벗었다. 그러고는 어깨가 훤히 드러난 탑을 입은 리비아의 어깨에 걸쳤다. “약혼 안 할 거야.” 이제는 그 코트 단추를 하나하나 잠그기 시작한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물론, 너도 못 하고.” 해가 쨍쨍 내리쬐는 정열의 하테 왕국에, 차가운 겨울 냄새가 잔뜩 묻은 콜덴 제국의 황태자가 도착한 순간이었다.
진짜 미쳐. 너무 잘생겼다. 당황해서 흔들리는 저 동공에 맞춰 팝핀이라도 추고 싶은 기분이었다. 진짜 출 수만 있었으면 비보잉 1등 먹었다. 소설 속에 들어와 한 번쯤 만나길 꿈꿨던, 잘생긴 엑스트라. 찾았다. 만세! “정말 실례되지만 제가 너무, 너무 급해서요.” “네.” “혹시 연인이 있으시거나 결혼을 약속한 약혼자가 있으신가요?” “……?” “아아, 없으시면 좋겠는데…….” “없긴 한데 그게 왜…….” “와, 다행이다! 없으시면 저랑 만나 보실래요?” 말을 끝마친 아샤는 보조개가 푹 파이도록 환하게 방- 긋 웃었다. 그리고 그런 아샤를 바라보는 남자의 눈동자가 폭풍같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공녀...이제 더 이상 내가 좋지 않은 건가?” “…….” “아니면…… 혹시 나보다 더 맘에 드는 얼굴을 찾았나?” “……어, 음…….” 대답을 얼버무리는 나를 빤히 바라보던 그가 허스키한 목소리로 작게 웃었다. “그렇지 않기를 바랄게, 공녀. 나는 공녀에 관해선 인내심이 없는 편이라.” 하필 여주를 짝사랑해 지키려다 죽는, 흑막의 하나뿐인 남동생을 꼬시다니……. 이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