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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쓴 망작 소설에 빙의해, 악당이자 최애인 대공을 죽여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내가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마음에 나름대로 애써 보았지만……. “느려. 너무 가볍고 약해.” 카이엘의 손이 단도를 움켜쥔 딜리아의 두 손목을 강하게 옭아맸다. “제대로 찌르려면 여길 노렸어야지. 다시.” 이번에도 또 실패였다. 아예 대놓고 기회까지 주니, 기껏 죽이겠다 결심한 마음이 바람처럼 흐트러졌다. “……놔주세요.” “싫다.” 곧 그의 커다란 손이 딜리아의 등을 부드럽게 내리눌렀다. 그 바람에 카이엘의 몸 위에 올라타 있던 그녀는, 맥없이 넓은 가슴팍 위로 쓰러졌다. 그는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완전히 끌어안았다. 발버둥 칠수록 그의 안으로 점점 파고들 뿐이었다. “오늘의 시도는 여기까지인가? 그렇다면 여기서 자고 가지.” “……나 갈래요. 놔줘요.” “명령이야.” 그는 두어 번 그녀의 등을 쓸어내리듯 토닥여 주었다. 귓가에 나지막한 속삭임과 함께. “잘 자, 딜리아.” 벗어나지 못하게 숨 막힐 듯 끌어안고 있는 그는 거칠면서도, 한없이 따뜻했다. ……큰일이다. ‘이러면 내가 널 죽일 수가 없잖아!’ 마음이 점점 더 커질수록, 그의 곁에 있을 자신이 없어졌다. 그래서 도망쳤다. 그에게서 정을 떼려고. “잡아 와.” “하지만 아가씨는 이미 황궁으로…….” “당장……!”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린 마음을 어찌할까.

완결 여부완결
에피소드1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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