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사생아, 이름뿐인 황녀였던 나는 전쟁영웅이었던 당신과 팔려가듯 결혼했다. 당신은 내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당신은 내게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기분이 무엇인지 또한 알려주었다. 당신이 나를 대한 것이 복수심에서 우러나온 거짓된 행동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리고 그 여자가 저택에서 당신을 꼭 닮은 아이를 낳았을 때, 그 여자가 나를 죽이려고 들었음에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 당신을 봤을 때, 나는 깨달았다. 떠나야 한다는 것을. 더 이상 남들에게 힘없이 휘둘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아실라…….” “제발, 제발 돌아와 줄 수는 없겠느냐……?” 내가 죽을 것같이 괴로웠을 때는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그 우습고도 절박한 모습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당신들이 왔을 땐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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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하여 제국에 복속된 왕국의 왕녀. 그리고 그 총독이 된 대공 간의 정략적 결합. 처음부터 잘못된 결혼이었다. 맞지 않는 틀에 스스로를 끼워 맞추고, 상처를 받아가면서도 붙들고 있던 남편을 향한 외사랑. 그녀는 이제 그것을 내려놓아야 할 때임을 깨달았다. 사나운 맹수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음은 까맣게 모르고. * 고여 있던 눈물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제 손목을 움켜쥔 것이 누구인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거미줄처럼 그녀의 손목을 옭아맨 사내의 손에 아플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 “놔줘요.” 스스로 생각해도 떨리는 목소리였다. 이 와중에도 심장은 쿵쿵 뛰며 남편을 향한 제 감정을 드러내었다. 떼어 내고 싶은, 아픈 소리였다. 그것이 드러나지 않길 바라며 에르티아는 그녀의 손목을 붙든 남자에게로 등을 돌렸다. 그러곤 움찔 몸을 떨었다. 남자의 눈은 욕망과 어두운 감정으로 들끓고 있었다. “아니, 당신은 못 가.”
황제의 사생아, 이름뿐인 황녀였던 나는 전쟁영웅이었던 당신과 팔려가듯 결혼했다. 당신은 내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당신은 내게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기분이 무엇인지 또한 알려주었다. 당신이 나를 대한 것이 복수심에서 우러나온 거짓된 행동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리고 그 여자가 저택에서 당신을 꼭 닮은 아이를 낳았을 때, 그 여자가 나를 죽이려고 들었음에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 당신을 봤을 때, 나는 깨달았다. 떠나야 한다는 것을. 더 이상 남들에게 힘없이 휘둘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아실라…….” “제발, 제발 돌아와 줄 수는 없겠느냐……?” 내가 죽을 것같이 괴로웠을 때는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그 우습고도 절박한 모습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당신들이 왔을 땐 이미 늦었다.
어미를 잡아먹고 태어난 집안의 천덕꾸러기. 그것이 나였다. 나를 언제나 못마땅하게 여기던 가족들은 나를 레트아빌 대공에게 팔아넘겼다. 그리고, 대공에게 사랑에 빠져버리고 만 나는 5년가량을 헌신해왔다. 초라한 방에서 매일 잠을 청해도. 그의 정부에게 온갖 무례란 무례는 다 겪고 나서도. 독이 든 찻잔을 받고 나서도. 그 어리석던 짝사랑이 깨져버리고 만 것은, 태중에 있던 내 아이를 잃어버리고 난 다음이었다.
모두가 말렸지만, 사랑 하나만 보고 결혼했다. 소중한 동기들과 누구보다 사랑했던 검조차 버리고 떠났다. 당신이 나를 돌아보는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당신의 옆자리는 오로지 내 것이었으니 그것으로 행복했다. 당신과 그 빌어먹을 백작저에 헌신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신이 죽은 전 부인과 똑 닮은 여인을 내 앞에 데려왔을 때, 당신의 입으로 말했던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떠났다. 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당신을 위해 버렸던 것들을 되찾기 위해. 홀가분했다.
죽은 공녀와 똑닮았다는 이유만으로 공작가에 거두어졌다. 다정한 부모와 오라버니, 약혼자의 사랑에 둘러싸여 행복하게 살았다. 하지만, 죽은 줄 알았던 공녀가 다시 돌아왔을 때, 그 행복은 산산조각이 났다. 나를 둘러싸고 있던 거짓된 세계는 무너졌다. 나를 향한 사랑은 모두 거짓이었다. 쫓겨나 처절하게 짓밟히고 무너졌다. 돌아왔던 공녀가 가짜임을 알았을 때야 그들은 나를 다시 찾았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버리겠다.
저주받은 운명을 타고난 황녀. 버려지듯 냉궁에 갇혀 살아온 내 세상은 온통 잿빛이었다. 삭막한 세상에서 나를 아껴 주던 유일한 이가 행복하라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을 때, 기꺼이 죽음에 몸을 내던졌으나 운명은 나를 다시 삶의 구렁텅이로 끌어올렸다. “왜 나를 죽이지 않아?”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몸. 북부의 살인귀라 불리는 대공에게 팔려가듯 결혼하게 되었을 땐, 비로소 죽음이라는 안식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난 당신이 필요해.” “나를 죽이지 않을 거라면, 나를 필요로 하는 거라면 말해 봐. 내게 죽음보다 더 나은 걸 줄 수 있어? 무엇을?” 죽음 외의 모든 걸 주겠다 약속한 남자를 보며 생각했다. 행복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것은 모두 해 보고 떠날 것이라고. 얼마 남지도 않았고, 미련도 없는 남은 생만큼은. 부디, 그렇게 살아 보자고.
모두가 말렸지만, 사랑 하나만 보고 결혼했다.소중한 동기들과 누구보다 사랑했던 검조차 버리고 떠났다. 당신이 나를 돌아보는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당신의 옆자리는 오로지 내 것이었으니 그것으로 행복했다.당신과 그 빌어먹을 백작저에 헌신할 수 있었다.그러나 당신이 죽은 전 부인과 똑 닮은 여인을 내 앞에 데려왔을 때, 당신의 입으로 말했던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나는 떠났다.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당신을 위해 버렸던 것들을 되찾기 위해.홀가분했다.